더봄출판사에서 나오는 중국문학전집의 셋째 권이 나왔다. 펑지차이의 <전족>이다. 예고된 목록에는 없던 작품인데, 순서가 바뀐 모양. <전족> 덕분에 두번째 작품으로 거페이의 <봄바람을 기다리며>가 지난봄에 나왔다는 걸 뒤늦게 알고 구입했다(쑤퉁의 <참새 이야기>가 첫째 권이었다). 거페이는 <강남> 삼부작으로 2015년 제9회 마오둔상을 수상했고 <봄바람을 기다리며>는 2016년작이다.

마오둔상 수상작들에 주목하는 것은 중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면서 내가 읽은 몇 작품이 모두 수상작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중국문학강의에서 모옌과 위화, 쑤퉁, 옌롄커, 비페이위 등을 다룬 바 있는데 1964년생인 거페이는 동년생인 비페이위와 함께 젊은 작가군에 속한다(당대 중국문학의 대표작가들은 1955년~1964년생 사이다). 비페이위의 <마사지사>에 견줄 만한 성취를 거페이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중국당대문학에 대한 강의를 언젠가 다시 진행한다면 더봄 중국문학전집이 기준이 될 것 같다. 목록이 무탈하게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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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랑 2018-07-2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반가운 책이 출간된 걸 알았습니다. 지금 평지차이의 <백 사람의 십년>을 읽고 있는데 너무 좋습니다. 소설가인 걸 알고 그의 작품을 읽고 싶었는데 바로 구매해서 봐야겠어요. 항상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쟈 2018-07-28 10:40   좋아요 0 | URL
네 중국문학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2018-07-2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과 소개해주신 책을 보며 더운여름 보내고 있습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애요. 대전에서도 강의하실 날 기다려 봅니다

로쟈 2018-07-29 14:01   좋아요 0 | URL
대전에선 이번주부터 강의가 있습니다. 11월에는 대전예당에서도요.~
 

밀린 페이퍼 거리가 많지만 ‘오늘의 서프라이즈‘는 스탕달의 데뷔작 <아르망스>(시공사)다. 걸작 <적과 흑>(1830)의 전작으로 1827년에 발표된 작품. <적과 흑>과 <파르마의 수도원>이 스탕달의 대표작인데, 나는 어떤 경로로 그러한 성취에 이르렀는지 궁금했었다. <아르망스> 같은 작품이 번역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웠는데(그래서 ‘서프라이즈‘다) 매우 반갑고 기대된다.

<적과 흑>은 강의에서 종종 다루고 일정을 보니 하반기에도 두 차례 강의가 있다. 기회가 닿게 되면 스탕달의 세 작품을 연속해서 다뤄봐도 좋겠다. 스탕달의 소설로는 마지막 대작이자 미완성작 <뤼시앵 뢰벤>만 더 번역되면 좋겠지만 <아르망스>보다 가능성이 떨어질 것 같다. <아르망스><적과 흑><파르마의 수도원> 정도로 스탕달 읽기는 가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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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작가 최인훈 선생이 타계했다. 노회찬 의원의 자살 소식이 아침에 워낙 큰 충격을 던진 탓에 묻힌 감이 있는데 문학계에서는 올해의 뉴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미 전집도 간행되어 있는 터라 최인훈 문학의 결산이 과제는 아니다. 유고집이 따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그저 읽으면 된다. 나로서도 강의에서 <광장>만 읽었는데(내게도 <광장>은 대학에 들어와 가장 먼저 읽은 한국 현대소설 가운데 하나였다) 올겨울 강의부터라도 대표작 몇편을 포함하여 확장판 강의를 하고 싶다. 3-4강 정도의 강의를 꾸리려 한다면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까.

가장 많이 읽히는 대표작 <광장>을 제쳐놓으면 <회색인>과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뜬다. 박태원 소설의 패러디로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실험적인 작품으로 <총독의 소리>나 말년의 대작 <화두> 등이 내가 덧붙여 떠올리게 되는 작품인데 모두를 다룰 수 없다면 선택해야 한다. 최인훈 연구서들을 좀 훑어봐야겠다. 벌써 10년 전에 타계한 이청준 선생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로써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느낌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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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2018-07-24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현대문학의 거두 최인훈 별도 지고 진보진영 정치인 노회찬 별도 지고 참 씁쓸한 하루네요 동시에 큰 별 2개가 지니 허탈한 마음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에 나오는 대사.



“좋은 놈들은 이미 다 죽었어


로쟈 2018-07-24 06:54   좋아요 1 | URL
나쁜 놈들보다는 누구라도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요.

2018-07-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8-07-27 18:31   좋아요 0 | URL
네 36년생이니.
 

지난주에 구입한 책은 황석영의 <심청, 연꽃의 길>(문학동네)이다. 초판은 <심청>이란 제목으로 두 권짜리로 나왔는데 분량을 조금 줄이고 합본한 다음 원래의 제목을 붙였기에 개정판이 정본에 해당한다. 기억에는 일간지 연재시에 조금 읽었던 작품. <바리데기>를 강의에서 읽고 다소 실망해서 <심청>으로까지 독서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 건 헨리 제임스를 ‘국제문학‘ 범주로 다루면서 한국문학에서 그 사례로 떠올라서다.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도 이 소설의 의의(그렇지만 작가의 말대로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개정판 후기에서도 작가가 밝히고 있지만 원래는 ‘철도원 삼대‘를 다룬 작품 대신 끼워넣기 된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도 황석영 문학의 정점에 해당하는 소설이 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지난달에 <해질 무렵> 불어판으로 프랑스의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한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작가는 현재 두문불출 철도원 삼대에 관한 소설을 집필중이라고 했다. 다소 유예되긴 했지만 비로소 식민지 시대 염상섭의 <삼대>에 견줄 만한 소설이 나올지 기대된다. <강남몽>처럼 옆길로 빠지는 소설이 아닌 한국의 근대(화)와 정면대결하는 소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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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나온 김중식의 두번째 시집 <울지도 못했다>를 5분만에 읽었다(그렇게 읽다가 걸리는 시를 꼼꼼히 읽는다). 그러고는 떠올린 게 ‘웃지도 못했다‘란 제목. 첫 시집 <황금빛 모서리>에서 분명 맘에 들어한 시들이 몇편 있었는데 그 ‘김중식‘을 알아보지 못하겠다. 내가 잘못 봤던 것인지. 차라리 처음 기억만을 남겨두는 게 나았을지도.

먼 곳에도 다른 세상 없는데
새 대가리 일념으로 태평양을 종단하는 도요새
산다는 건 마지막이므로
살자,
살아보자,
다시 태어나지 않으리니.
-‘도요새에 관한 명상‘에서

내가 아는 건
가을 숲 불꽃놀이가 끝나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봄에 꽃을 피우는 것
가장 깊은 상처의 도약
가장 뜨거웠던 입의 밎춤
할례당한 사막 고원에 핀 양귀비처럼

언제 파도가 왔다 갔는지
사막에서 바다냄새가 난다
이루지 못할 약속을 할 때
우리는 다가가면서 멀어질지라도
봄에 할 일은
꽃을 피우는 것
-‘물결무늬 사막‘에서

기억의 착오가 아니라면 김중식은 이런 류보다 더 매력적인 시를, 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젊은 시인이었다. 이제는 젊지 않은 나이에 두번째 시집을 들고서 나타났지만 아쉽게도 내가 기대한 모습은 아니다. 시인의 말로는 ˝첫 시집이 고난받는 삶의 형식이있다면, 이번 시집은 인간의 위엄을 기록하는 영혼의 형식이다.˝ 그의 언어는 위엄보다 고난을 기록할 때 더 빛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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