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할 원고들과는 별개로 강의가 없다는 이유로 평소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게 된다. 정신분석사가 엘리자베스 루디네스코의 평전 <자크 라캉>(새물결)도 그 중 하나다. 2000년에 나온 책이니 20년만이다(이미 절판 모드로 들어갔군).

독서가 늦어진 건 원서(불어판은 아니고 영어판)를 구한 다음에야 읽는 습관 때문인데 원서를 구한 이후에도 희한하게 책을 손에 들지 못했다. 책이사를 하면서 원서와 번역본 모두 한동안 시야에서 사라졌었기 때문. 다시 발견하여 서가에 꽂아두었지만, 서가에서도 또 시야에서 놓쳤다. 그런 숨바꼭질 끝에 엊그제야 재발견하여 따로 빼놓았고 비로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안 그래도 재작년에(영어판 기즌) 바디우의 <라캉>이 출간돼 모아서 읽어볼 기회를 노리던 터였다.

루디네스코와 바디우의 대담집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문학동네)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바디우의 책에서 왜 루디네스코까지 연상하게 되었는지 아실 것이다. 짐작에 바디우의 <라캉>은 번역이 진행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루디네스코의 평전까지는 완독해두어야겠다. 책이 나온 지 20년이 되었다고 적었는데 앞으로의 20년은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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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9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9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풍오장원 2020-03-0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디네스코가 쓴 전기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로쟈 2020-03-10 08:21   좋아요 0 | URL
네 아직까진 더 나은 책이 안 나온 듯..
 
 전출처 : 로쟈 > 지젝과 키에슬롭스키

14년 전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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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슬로베니아)과 프랑크 루다(독일), 아곤 함자(알바니아), 3인 공저의 <마르크스 읽기>(2018)가 지난해말 <다시, 마르크스를 읽는다>(문학세계사)로 번역돼 나왔다. 진작에 구해둔 책인데(영어판은 그보다 앞서 구했다) 이제야 진득하게 손에 들게 되었다.

마르크스건 지젝이건, 혹은 지젝의 마르크스건 강의 일정에 쫓길 때는 읽을 여유가 없었다. 푸슈킨의 소비극 제목을 빌리면 이런책을 읽는 게 나로선 ‘코로나 속의 향연‘에 해당한다(푸슈킨의 작품 제목은 ‘페스트 속의 향연‘이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김규항의 <혁명노트>(알마)도 같이 읽어볼 만한 책. 재인용하자면 ˝김규항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언제 끝날지 모를 ‘전망 없는 세계’는 자본주의가 보이는 일시적 병증이 아니라 그 본래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국지적이거나 시의적인 관점을 넘어 자본주의의 본질과 구조를 직시하고, 자본주의 극복에 관한 나름의 견해를 마련하는 일이 긴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마르크스를 읽는다>에서 지젝이 하고 있는 작업도 그와 동일한 성격의 작업이다. 다른 책들도 끼여 있지만 나는 이 두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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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쉬게 되었어도 피로감은 여전하고(관성적 피로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책탐은 늘었다. 이론적으로는 전보다 몇배 더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할 수 있지만 막상 실제 독서시간이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았다. 효율이 떨어져서 그런지도. 다만 이렇게 페이퍼를 적는 일은 부쩍 늘었다. 유일한 변화인지도 모른다.

오늘 배송을 기다리는 책은 이언 뷰캐넌의 < ‘안티 오이디푸스‘ 읽기>(그린비)다. 말 그대로 <안티 오이디푸스> 가이드북. 원저를 확인해보니 존 휴즈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입문>(서광사)와 마찬가지로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시리즈에 속한다(철학 고전 가이드북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책 대부분이 서광사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번 <안티 오이디푸스>만은 그린비에서 나왔다. 일찌감치 계약을 진행했던 듯싶다.

들뢰즈 입문서는 상당히 많이 나와있는데 그중 일부는 개별 저작의 입문서다. <차이와 반복>에 대해서는 제임스 윌리엄스의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라움)이 나와있기도 하다. <차이와 반복>에 대한 해설과 비판을 담고 있다.

이런 이차문헌이 여럿 나올 정도로 들뢰즈는 여전히 많이 읽히는 철학자인가. <‘안티 오이디푸스‘ 읽기>를 기다리는 건 ‘오이디푸스‘가 중요한 문학적 테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주제와 관련한 작품도 부지기수이고. 견적이 어느 정도 잡히게 되면 오이디푸스 테마에 대한 강의 내지 <안티 오이디푸스>에 대한 강독을 기획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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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지젝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16년 전에 쓴 글이다. 지젝과의 인연이 오래됐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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