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목요일, 오후 2시쯤.

택배가 왔다고 해서
"주문한 책도 없는데...뭐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소포를 찾으러 나갔다.

뜻밖에도....인천공장의 P대리가 보낸 소포였다.

뭘까? 잔뜩 궁금해하며 소포 상자를 뜯었다.
순간....눈물이 핑 돌았다.

P대리가 직접 십자수를 뜬 앙징 맞은 쿠션이었다.
정성들여 뜬 십자수는 어떤 그림이냐면....
수줍게 뽀뽀를 하고 있는 전통혼례복을 입은 신부와 신랑!

쿠션에는 분홍색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올해 꼭 좋은 인연 만나서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생일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P대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곧 답장이 왔다.
"과장님같이 밝은 분이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가지면
넘 좋을것 같아요.^^ 늘 건강하세요~"

그녀의 문자에서 어떤... "진정성"이 느껴졌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맙기도 하고
또한...미안하기도 했다.

솔직히....난 P대리한테 별로 잘해 준 일도,
밥 한번 사준 적도 없다.
도대체 내가......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나?

태교에 좋다고 해서 십자수를 했다는 그녀.
신부의 연지, 곤지에 알록달록한 실로 십자수를 놓으며
나를 떠올렸을 그녀.

십자수를 뜨는 P대리의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이 짜~안 했다.
아.....그녀는 왜 이렇게 나를 감동시키는 걸까?

P대리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입사를 해서
일주일간 사내교육을 같이 받았다.

마지막 날 회식을 할 때,
P대리는 이런 질문을 했다.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요?"

난 P대리의 쌩뚱 맞은 질문에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네? 왜...요?"

P대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고 말했다.
"회사원 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하하"

근무지가 틀려서 P대리를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일년에 3~4번 밖에는.
그럼에도...가끔 P대리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

쌩뚱 맞게 어릴 때 꿈을 물어 준 그녀가 고마웠다.
내 한몸 챙기기도 힘든데,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늦지 않게 통근버스 타는 것 만도 버거운데,
만삭의 몸으로(그것도 둘째 아기!) 씩씩하게 회사를 다니는
P대리를 보면 어떤 경외심 마저 들었다.

아...난 P대리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P대리 문자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서
초대를 해야 하나? 음하하하.

곧 출산휴가가 시작되는 P대리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야 겠다.
또.... P대리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

이런 감동적인 선물을 받은 나는
How happy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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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5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5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2-2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이 워낙 착하시니깐 없던 선물도 생기네요. ^^

kleinsusun 2007-02-2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대략 난감". ㅋㅋ
어쨌든... 감사합니당.^^

프레이야 2007-02-2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참 아름다운 사람이 곁에 있군요.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어릴 적 꿈을 물어준 사람, 참 따뜻하네요.

kleinsusun 2007-02-2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네...P대리는 정말정말 따뜻하고 고운 사람이예요.
저는 P대리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요?^^

2007-02-25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2-2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근사해요, 수선님.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많다는 건, 내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게 제 결론이예요. 수선님이 근사한 분이시니, 주변에 따뜻한 분이 있는거예요. 게다가 그 따뜻함을 느끼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시다니. 이 얼마나 멋진 분이신가요!

앞으로도 쭈욱~ 아름답고 행복하게 지내셔요!!

아영엄마 2007-02-2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으셨군요.(저는 아직 십자수 못 배웠지만 열심히 수 놓아서 완성하고 나면 아까워서 선물로 못 줄 것 같아요. ^^*)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보내주신 분께 그 행복한 기분을 담은 선물로 화답하시어요.

릴케 현상 2007-02-2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니... 정말 좋으시겠습니다^^
 

BMK의 <꽃 피는 봄이 오면>
좋아하는 노래다.
필 꽂히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지난주에는 회사 선후배들과 얼큰하게 한잔하고 노래방에 갔다가
노래를 정말정말 잘하는 여자 후배에게(MBC 어린이 합창단 출신.
가수를 해도 될 것 같다!) 귓속말로 말했다.

" 너 <꽃 피는 봄이 오면> 알아? "
" 네. 저도 좋아하는 노래예요. 함 불러 볼까요?"

후배는 <꽃 피는 봄이 오면>을 열창했다.
후배의 노래를 들으면서....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아직 좀 쌀쌀하긴 하지만 햇살도 좋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12월에는 여러가지로 지치고 힘들었다.
그 때... 생각했다.
빨리 지겹고 생산성 없는, 몸만 망가지는 송년회로 가득 찬 12월이 가고
새해가 되었으면!

숫자에 불과한 것이 달력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가 되면
새로운 희망,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날 것 같았다.

실제로...새해가 시작되면서 좋아진 점들이 많다.
불거졌던 갈등도 흉터가 희미해지듯이 꼬리를 내렸고
"소문만복래"라는 신념(?) 으로 매일 히죽히죽 웃고 있다.

어쩔 땐 아침부터 기분이 "up"되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들이대는 바이어들의 다다다다 하는 전화를 받아도
너무도 유쾌하게 대답한다.
" No worries! No problem!"

며칠 전에는 옆사업부 C상무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 성과장 전화 소리를 들으면 신바람이 나.
뭐 좋은 일 있어?"

꽃 피는 봄이 오면.... 더 행복해질 것 같다.

하늘하늘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산책도 하고 싶고,
잔디에 누워서 하늘도 보고 싶고,
봄날의 동물원도 걸어보고 싶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또 있다.
실컷 꽃단장을 하고 일요일 아침 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빨리 꽃 피는 봄이 오면......좋겠다.

Day by day, in everyway, I'm getting better &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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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2-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누워도 보고싶어요.

kleinsusun 2007-02-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금발소녀 제니가 생각나네요.^^

다락방 2007-02-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이었던것 같아요. 저도 [꽃피는 봄이오면]을 계속해서 들었더랬어요.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그리고 수선님의 이 페이퍼를 읽고 나니, 저도 어서빨리 꽃피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꽃피는 봄이 온다고 제가 뭐 달라질게 있겠습니까만은, 어쨌든 하늘을 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기니까요.


kleinsusun 2007-02-2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어서 빨리 꽃 피는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하늘을 날아 Boa요!^^

글샘 2007-02-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찰나같아 찬란했던 그 봄날은... 좀 잔인하면서도 꽃피는 봄이라는 주제와 딱, 어울리는 말이지요. ^^ 맞습니다. 새해보다, 꽃피는 봄이 오면 그만큼 행복해 질것 같아요...

2007-02-20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7-02-2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제가 찍은것이랍니다..

미리 감상하셔요...^^

이제 곧 봄이 오는게 멀지 않았어요

 

아...어젯밤은 정말...."wonderful"했다.

손꼽아 기다리던 Eric Clapton의 공연.
평일 공연이라 걱정이 많았다.
갑자기 일이 생겨 못가면 어쩌지?

다행히...아무 일도 없었고
6시 30분에 퇴근해 바람을 날리며 달려갔다.

올림픽공원역에서 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Eric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만명이 모였으니!
연령대도 다양했다.

부모님 손을 잡은 초등학생부터
퇴근하고 막 달려온 넥타이 부대,
외모만 보면 rock을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새침한 외모의 여자들,
Eric과 같은 연배인 60대 초반 어르신들,
게다 외국인 집회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만큼 수많은 외국인들.

올림픽공원역에서 부터 수많은 인파가
행진을 하듯이 체조경기장으로 삼삼오오 걸어갔다.

그때부터... 설레이기 시작했다.
공연 시작은 8시!

일찍 퇴근하느라 저녁을 못먹고 갔는데
다들 부리나케 달려 왔는지
올림픽 공원내 편의점은 길고 긴 줄로 터져나갈 것 같았다.

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입장하다 보니
공연 시작은 다소 늦어졌다.

드디어...8시 30분경 Eric과 그의 밴드가 등장,
그~냥 처음부터 한마디 말도 없이
"Tell The Truth"를 연주했다.

가슴이...터질 것 같았다.
너무 얼얼해서 박수도 함부로 칠 수 없었다.

45년생 Eric(울 아빠랑 동갑이다!)은
신들린 듯, 꿈꾸는 듯 기타를 연주했다.

아니, 기타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기타가 몸의 일부 같았다.
몸을 흔들어 영혼을 공명시키는 것 같았다.

3대의 기타와 2대의 키보드,
드럼과 베이스, 2명의 코러스로 구성된 밴드는
진정....powerful했다.

에릭의 2001년 LA 공연 "One More Car One More Rider"에 비해
밴드 구성원의 평균나이가 최소 20살은 젊은 것 같았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기타리스트들의 즉흥 연주를 들을 땐
몇번 씩이나 소름이 돋았고(듣다 신음까지 토했다!),
키보드 연주자는 키보드를 부수듯이
마치 편집증 환자처럼 키보드를 두드렸는데
그의 연주는 art로 승화된 광기였으며,
귀엽게 생긴 흑인 드러머의 넘치는 에너지는
체조경기장 지붕을 뚫고 밤하늘로 솟을 것 같았다.

에릭과 그의 젊고 아름다운 밴드는
통기타를 둘러매고 앉아 언플러그 연주도 들려 줬는데,
통기타로도 그런 소리가 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Layla"를 끝으로 본공연이 끝나고,
앵콜 공연 때는 "Cocaine"과 "Crossroads"를 연주했는데
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 일어나 춤을 쳤다.
아....정말이지...wonderful night!

Eric의 공연을 4자 한자성어로 표현하라면?
명불허전(名不虛傳)!

몇몇 신문들의 공연리뷰를 읽어보니
eric이 "Thank you very much!" 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걸
"옥의 티"라고 했는데,
말이 없어서 공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더 좋았다.

음악으로 다 보여줄 수 있다면 말이 필요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자신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몰라준다고 안달하는 사람이나
말을 많이 하는거지!

Eric의 공연을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까?
London에서건 아님 Tokyo에서라도?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p.s) Eric의 공연, 남자랑 같이 봤다. 음하하
근데 그 남자가... "Wonderful Tonight"을 듣다가 눈물을 흘렸다.

어젠 정말....."Wonderful night"이었다.
공연도, 공연을 함께 한 사람도 너무도...감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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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1-24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정말 멋진 하루를 보내셨군요!!!

프레이야 2007-01-2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은 시간이었겠어요. Wonderful Tonight... ^^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왔었군요.

BRINY 2007-01-2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우와! 좋으시겠어요!

엔리꼬 2007-01-24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절대 안부른다던 tears in heaven은 결국 안불렀다면서요? 제 사무실 옆방 사람(아줌마)도 갔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롹이 강해 썰렁했다던데, 님은 정말 좋으셨나봐요. 다행이예요.. 저도 올해는 꼭 콘서트 가보고 싶어요.. 폴 매카트니가 올지도 모른다는데 말이죠..

kleinsusun 2007-01-2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네...어젯밤은 정말... wonderful!!! soooooo happy!^^

혜경님, 네...두번째 내한공연이예요. 10년 전, 그리고 올해!
Eric의 나이로 봐서 아마도....한국 공연은 마지막일 것 같아요.

BRINY님, 네......넘 좋았어요. 아직도 가슴이 뛰어요.^^

서림님, 네...tears in heaven은 끝내 안불렀어요.
tears in heaven 같은 pop에 가까운 노랠 좋아하는 사람, 그니깐 rock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쩜 힘든(?) 공연이었죠. ㅋㅋ
근데...폴 매카트니가 온데요??? 와....몰랐네요.
오게 되면 콘서트장에서 만나요!^^

바람돌이 2007-01-2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지막에 눈물흘린 남자 얘기가 전 더와닿는데요. 그런데서 눈물을 흘릴수 있는 남자 멋있잖아요. ^^

kleinsusun 2007-01-2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그죠그죠? 멋있죠? 호홋
역시, 바람돌이님은 센스쟁이!^^

드팀전 2007-01-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언제올지모르니 저도 한번 가고 싶었으나..ㅜㅜ
좋은 공연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부럽삼.

moonnight 2007-01-2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흑 부럽부럽 ㅠㅠ; 원더풀 투나잇에 눈물 흘릴 수 있는 남자. 정말 멋지네요. 수선님과 함께 에릭클랩튼 콘서트를 가는 영광을 누리다니. 그 분도 너무 행복한 밤이었겠어요. 아아아아아아아~~~-_-; (이럴 땐 정말!) 서울 살고 싶어요. ㅠㅠ;;;

혜덕화 2007-01-2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행복한 마음이 그대로 저에게도 전달되어 저도 행복해지네요. 꼬리글이 더 좋아요. 그 행복이 계속 계~~~~속 이어지기를...

kleinsusun 2007-01-2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도 공연에 오셨으면 좋았을텐데.......DVD로 보는 공연실황 보다 100배는 더 감동적이었어요.^^

달밤님, 그 남자가요.....태어나서 "wonderful tonight"을 1,000번도 넘게 들었는데
이상하게.....알 수 없이....그날 눈물이 났데요. 처음으로! 달밤님, Chick Corea 좋아하세요? 3월 10일! 그날은 토욜 공연이니 서울 오시면 좋을텐데...^^

혜덕화님, 축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릴케 현상 2007-01-2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얼스 인 헤븐을 부른 사람이었군요^^ 공연을 보며 공감하는 모습이 부럽네요. 저는 조금 '정서적'인 곡들이 끼어 있어야 좋은 것 같아요. 신파에는 잘 우는데 락을 들으며 우는 건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kleinsusun 2007-01-2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Good morning!^^
rock도 가사 들으면 "신파"가 많아요. 특히 "Layla" 같은 노래는.
저도...신파에 약해요. 그래서...아.직.도 사랑 "타령"한다고 핀잔 들어요.ㅋㅋ

잉크냄새 2007-01-2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에릭 클랩튼의 나이가 환갑을 넘었다니....ㅎㅎ
참 의미깊은 시간을 보낸듯 싶네요...

kleinsusun 2007-01-2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릭 클랩튼도 벌써 60대예요!
아..Time flies! 근무시간만 빨리 가고 퇴근 후 시간은 아~주 더.디.게 갔으면 좋겠네요.ㅋㅋ

2007-01-29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속옷은....아무한테나 선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이야 "빨간 내복"을 입는 사람도 없지만
첫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관습(?)은
혈연적으로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님을 향한
"친밀함"의 상징일 것이다.

이성에게 속옷을 선물한다는 것은
친밀함에 더해 상대방의 몸에 대한 "소유"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빼빼로 데이로도 모자라
작년에 보니 "브라데이"라는 것도 있던데,
(11월 8일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브라를 선물하는 날이라나?
어떤 란제리 회사에서 만들어 냈는지 참으로 신선하지 못한 마케팅 전략이다.)
속옷을 선물하려면 당근 싸이즈를 알아야 하고(그만큼 친밀해야 한다!),
선물한 속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 또는 "나만 보여줘!"라는
의미 또한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월급을 받았을 때(헉! 벌써 10년 전이다!)
나도 부모님께 속옷을 선물했다.
부모님 뿐이랴?
외할머니랑 고모 할머니께도 내복을 선물했다.

뭐..."효도"라기 보다는
"저 이제 돈 벌어요!" 라고 자랑질을 하고 싶었을 꺼다.

보통 엄마들은 엄청 아낀다.
아무리 추워도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수도 없이 지나가는 빈택시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당신을 위해서는 천원짜리 한장 함부로 쓰지 않는 게
많은 엄마들의 모습이다. 돈이 많건 없건!

그래서 god는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러니....레이스 달린 예쁜 속옷을 선물할 수 있는 건
딸들만의 특권 아닐까?

난 오늘 앙징 맞은 레이스가 달린 고운 분홍색 속옷을 선물했다.
사랑하는 S교수님에게.

자주 만나지 못해도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출장을 가면 아무리 가방이 무겁고 피곤해도
뭐 하나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어 면세점을 둘러보게 하는 사람,
서점에 갔다가 좋은 책을 보면
"이 책 읽으셨을까?" 혼잣말을 하게 하는 사람,
맛있는 거 먹을 때
"나중에 같이 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내게 S교수님이 바로 그런 분이다.

내가 힘들 때 같이 울어 주시는,
내 글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읽어 주시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문자를 보내 주시는
가슴 짜~안 하다 못해 눈물이 나게 만드는 S교수님.

엄마는 올해도 결혼을 하지 못하면
이제는 정말로 방을 빼라고 퇴각 명령을 내렸다.
"자식이 웬수"라는 말을 3일에 한번 듣고 사는 주제에
S교수님께 효도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교수님의 "딸래미"가 되기로 했다.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면
뽕빨 브라더스의 노래 <나는 문제 없어>를 크게 틀어 놓고
미친 척 하며 춤을 춘다.

이 세상 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그 때 마다 떠올랐던 S교수님의 얼굴!

제가 앞으로 효도(?)도 많이 하고 속도 많~이 썩여 드릴께요.
후회 되시면 저희 부모님께 A/S를 요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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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1-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효도하고 싶은 교수님이 한분 계신데...제가 효도를 조금이라도 하기 전에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셨네요. 사모님께 안부편지라도 보내야겠습니다. 사모님 뵌지도 2년이 다 되가네요.

외로운 발바닥 2007-01-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 교수님이 어머님 아니시죠? 읽으면서 막 헷갈렸어요. ^^;

마늘빵 2007-01-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8일 기억해야겠군요. ^^

2007-01-22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1-2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이 반, 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 말. 좋습니다^^

잉크냄새 2007-01-2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싯구가 떠오릅니다.^^

2007-01-22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3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4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신 없는 연말을 보내고
1월 첫주부터 핀란드로 출장을 갔다 왔다.

갔다 오니...서울이 스칸디나비아의 끝 핀란드보다 더 춥다.
얼얼한 추위 속에 다시 정신 없는 날들의 시작.

나의 모리 김영하 상무님께서는
며칠 전 보낸 메일에 이렇게 쓰셨다.

"수선씨는 바쁜 거 좋아하잖아요."

그럴까?
하긴... 안 바쁘면...엉뚱한 일들을 잔뜩 벌려 놓고
헉헉거리는 게 나란 인간의 속성이다.

1월 8일 월요일부터 11일 목요일까지 나흘 동안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김윤식 선생님 특강
<한국근대문학사의 두 공간에 대하여>를 들었다.

출장 보고에, 밀린 일들에,
올해는 뭔가 보여주자!는 연초의 전투적인 분위기 속에
일찍 퇴근을 한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나흘간 일찍 퇴근을 하고 바람을 날리며 용산으로 달려갔다.

김윤식 선생님의 특강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대학 때 김윤식 선생님 같은 스승을 만났다면
계속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촉망 받는 훌륭한 인문학자까지는 못되더라도,
시간 강사로 고단한 생활을 하더라도,
그래도 어딘가에서 계속 문학을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

가지 못한 길은 언제나....애틋하다.

김윤식 선생님의 특강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그건...."열정'이었다.

10년간 회사생활을 하며 늘 어떤 허기와 결핍 속에
수많은 강의를 들어왔지만,
이런 열강은 정말....처음이었다.

강의 시작 시간은 저녁 7시. 끝나는 시간은?

첫날 월요일 9시 30분.
화요일 10시 30분,
수요일 10시,
마지막 날인 목요일.....11시 30분!

화요일에는 신들린 듯 강의를 하시다
문득 시계를 보시더니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할망구 영감 와 안오나 기다리겠다."

강의는 크게 세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 일제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
- 해방공간 한국 작가의 민족문학 글쓰기론
- 일제말기 한국인 학병 세대의 체험적 글쓰기론

강의를 들으며...한 없이 부끄러웠다.

난 어떻게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한번도 한국의 "근대"에 대하여, 그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았을까?

소설적 인물이 "문제적 개인",
끊임 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며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체적 개인"이라면,
난 바로..."문제적 개인"의 반대말이라 할 수 있는
"유지적 개인", 그러니까 하루하루 밥 잘 먹고
소소한 개인적 고민에 갇혀 사는
시스템의 유지에 기여하는 개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허구한 날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엄살?)

선생님은 나흘간 강의 내내
Georg Lukacs의 [Die Theorie des Romans] 얘기를 많이 하셨다.

69년에 동경대에 가셨다가 동경대 정문 앞 서점에서
루카치 선집을 산 선생님은 너무도 흥분해서 밤새 읽고 번역을 하셨다고 한다.

강의를 들으며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을 독일어로 읽고 싶다는
열망에 빠진 나는 오늘 아침 amazon.de에서 책을 검색했다.

그런데....오호통재라!
너무 옛날 책이라 개인들이 팔고 있는 헌책 4권 밖에 없는데,
해외 배송이 안된다고 한다.
Hamburg에 있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책을 보내달라고 해야 겠다.
(그런데....읽을 수 있으려나?)

평생 하나의 일에 열정을 바쳐 온 사람은 아름답다.
김윤식 선생님에게서 문학과 삶이 하나 된
역사철학적인 "완결성"이 느껴졌다.
아.....그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란!

마지막 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선물을 했다.
자주 가는 베이커리에 특별히 부탁해서
자그마한 상자에 담겨 있는 만쥬를
빨간 포장지와 금색 리본으로 포장해서 드렸다.

만쥬를 선택한 건 정말....탁월한 선택이었다.
왜냐면...잔뜩 긴장해서 선생님께 선물을 내밀었을 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먹는거요? 내 먹는 거 아니면 필요 없소."

마지막으로....선생님은 외모도 정말 멋지다!
까만 와이셔츠에 회색 넥타이,
넥타이 보다 더 진한 회색 슈트를 입으셨는데
정말...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36년생 할아버지가 그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
외람된 말이지만....광화문을 걸으며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

강의를 마치며 선생님께서는 두가지 당부를 하셨다.

하나, 언젠가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는 안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을 기억해 달라.
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
세상에 머리를 숙일 데는 하늘과 부모 밖에 없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갈팡질팡하는 내 삶도 하나의 길로 좁혀져 가며
언제가 그런 완결성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지(?) 또는 욕심이 들었다.

선생님의 열강에 감사하며,
선생님의 건강을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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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1-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서너 학기 동안 강의를 들었었지요.^^

사마천 2007-01-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교수님 강의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사람을 다르게 느끼게 해주더군요.

hnine 2007-01-13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신년 정초에 그토록 좋은 기회를 가지셨다니!
두번째 말씀은 저도 동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일일때 열정도 생기는 것 같아요.

라로 2007-01-1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님과 비슷한 느낌을 경험했어요.
여든이 넘으신 선생님께서 노쇠하시어
비록 흔들리는 손이지만
바이올린을 가르치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처음 인사드려요.
좋은글 자주 접하겠습니다.

kleinsusun 2007-01-1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와....넘 부러워요.^^

사마천님, 맞아요.세시간 넘는 강의시간에 아무도 졸지 않는 강의는 정말...처음이었어요!^^
hnine님, 새해 목표는 잘 지키고(?) 계시죠?^^
무엇보다...즐겁게!

nabi님, 반가워요.^^
nabi님의 스승님 얘기를 들으니 저도 가슴이 뭉클해요. 앞으로 자주 만나요.^^

다락방 2007-01-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동안 아주 멋지게 살고 계셨군요. 수선님, 화이팅!!

이리스 2007-01-13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흠, 그런 강의가 있으면 같이 가자고 했어야쥐~~ ㅋㅋ

kleinsusun 2007-01-1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멋지게...는 아니고 정신 없게! ㅋㅋ 다락방님도 홧팅!^^

구두야, 담엔 꼭 같이 가자!^^

비연 2007-01-1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그런 강의는 한번 꼭 가고 싶군요...

kleinsusun 2007-01-1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비연님, 담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꼬~옥 들으세욤!^^

글샘 2007-01-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결혼 이야기는 사뭇 감동적인 데가 있지요.
저 교수님 강의 청강하러 갔다가 하도 욕을 하시는 바람에 못 듣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엔 맨날 데모한다고 공부 안했다고 엄청 욕 듣고 그랬지요. ㅋㅋㅋ

kleinsusun 2007-01-1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결혼 얘기 해주세요!!!!!
아......넘 궁금해요! 들려 주세요, 글샘 DJ님!^^

2007-01-14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4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1-14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퍼갑니다. 김윤식 선생님 결혼 이야기 낭만적이에요. ㅎㅎ; 그런데 사실 공개적으로 쓰기가 쫌...

kleinsusun 2007-01-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결혼 얘기는 잘 모르지만 선생님 정말 낭만적이신 것 같아요. 그림 보러 Dresden 간 얘기...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2007-01-1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