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양연화>를 보고 장만옥이 입은 그 수많은 아름다운, 단아한 "치파오"에 반했었다. 타이페이 방문 기념으로,치파오를 입고 찍은 사진.

2001년 방콕에 처음 출장 갔을 때,
난 태국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
그 가슴 설레임이란....
태국에서 질릴 때 까지 살아 보는게 내 꿈이 되었다.

96년에 태국에 간 적이 있다.
96년 12월.
입사를 한 달 앞두고
"회사원이 되면 이제 방학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동남아 여행을 갔었다.

아빠가 동남아는 위험하다고
단체 관광이 아니면 절대 여행을 허락할 수 없다 하셔서,
H 관광의 5박 6일 홍콩/태국 상품으로 여행을 갔었다.
( 동남아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다. )

그 때의 여행은 내가 해본 최초이자 마지막 "단체 관광"이었다.
헐값으로 상품을 팔고,
현지에서는 허접한 음식에 옵션, 바가지, 강매로 수입을 챙긴다.

단체 관광으로 방콕과 파타야를 다녀 왔을 때,
태국에 대한 기억은 "덥다", "지저분하다" 정도였다.
태국에 출장을 자주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나는 태국을 덥고, 지저분한 나라로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단체 관광이란게 그렇다.
떠들썩한 관광지에만 데려가고,
음식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한국음식점이랑 싸게 계약을 해서
허접한 밥상을 차려주고,
현지 음식을 먹어도 단체 관광객들만 가는 부페나 유람선 이런데서 정신 없는 식사를 하고(그것도 옵션으로)...

태국에 자주 출장을 가면서,
그 후로 아시아에 자주 다니면서,
나는 내가 받은 교육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다.

아무래도 노란것이 속은 희다고
섞이면 생겨나는 하얀
Banana Shake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바나나 쉐이크>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부터 주말의 극장에서 미국 영화를 보고,
주말에는 극장에 가서 허리우드 영화를 보고,
영어를 죽기 살기로 배우고,
대학에 가서는 안가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너도 나도 어학연수를 가고,
유럽 배낭여행이 유행이 되고....

2001년에 방콕에 갔을 때,
난 거기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은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할머니,
길거리에서 핫바를 파는 아줌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주차장 아저씨,
"못 먹어도 Go"라고 짝퉁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
몸에 부적을 몇개씩이나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

모든 것이 너무도 친근하고 편안했다.

어렸을 때 부터 주말의 극장을 보고,
어른이 되어서는 [Friends]나 [Sex & The City] 같은 시트콤을 보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미술사를 필독서로 읽으며,
죽어라 영어공부를 하며
한국에서의 삶은 그렇게 먼곳을 보며 바쁘게 진행되고
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는데,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사람을 홀리는 태국의 매력에 나는 홀딱 빠져 버렸다.

아시아에 갈 때 마다 넘쳐나는 에너지와 친근함에
나는 늘 사랑에 빠진다.

이번 대만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또 사랑에 빠졌다.

음식이 너무도 맛있어서 체중관리에 심각한 차질을 빚은 점을 제외하면, 아주아주 행복한 출장이었고(출장 결과도 다행히 좋다) 소중한 체험이었다.

나의 꿈은 아시아 여러 도시들을 옮겨 다니며 사는거다.
( 결혼할 생각은 안하고 이런 헛소리를 하는걸 부모님이 아시면....참말로 큰일이다.)

아시아는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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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2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너무 요염해요
장만옥이 질투할겁니다...
너무 이쁘면 저와 라이벌이 안되는뎅...
암튼, 반갑다는 말씀입니다.^^

LAYLA 2005-03-2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연예인 사진인줄 알았잖아요......ㅎㅎ

마태우스 2005-03-2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눈에 안들어오고 사진만....하핫. 근데 여우님과 라일라님도 그런 모양이어요^^

kleinsusun 2005-03-2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파란여우님, 호홋....장만옥이 질투를 하다니요.ㅋㅋ
근데 치파오가 참 작더라구요. 어찌나 꼭 끼던지...사진 찍느라 고생했답니다.
LAYLA님, 정말? 기분 좋네요.연예인 사진이라...ㅋㅋ
마태우스님, 글도 읽어주세용. 호홋.

세벌식자판 2005-03-2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얼!짱!각!도! (^o^)=b

오렌지향 2005-03-2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대만 연예인 사진인줄 알았어요. 대만 여행가면 저도 꼭 한번 찍어 봐야겠군요. 기다리고 기다렸던 수선님 글 읽으니까 좋네요. 나이도 비슷한데 우리 친구해요~~^^

날개 2005-03-2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예인 사진인줄 알았어요..+.+ 지난번 본 사진이랑은 느낌이 너무 다르군요...!!

186200


바람돌이 2005-03-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잘다녀오셨네요 반가워요
영화배우같은 사진이네요(어 눈부셔...)
수선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그곳에 같이 있는 느낌이 들어요
타이페이의 계속된 얘기 기대할게요

코마개 2005-03-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뷰리풀!!질투 나네...

icaru 2005-03-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kleinsusun 2005-03-2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영화배우, 연애인, 대만 연애인 모두 좋습니당.ㅋㅋ
설마... <전원일기>나 <전설의 고향> 이런 프로를 떠올리시는건 아니시죠?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당. 신나는 한주의 시작!

2005-03-28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8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8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3-2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예뻐라!
감탄이 절로......^^

2005-03-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03-3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옷을 치파오라고 그러는군요. +_+ 너무너무 예뻐요. 섹시하기도 하고 품위도 있는 분위기 참 좋네요. ^^
잘 다녀오셨다니 반갑습니다. 감기몸살땜에 며칠 서재에 못 들어왔어요. 늦은 인사 죄송해요. ㅜㅜ
저역시 동남아는 위험해. 라는 편견에 빠져있었나봐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네요. ^^

2005-03-30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4-0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오늘에서야 봤네요. 정말 멋지네요. 실물이 더 낫겠죠? ^^ 저도 조만간 여행갑니다. 출장말고~~~

kleinsusun 2005-04-03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여행 어데로 가요? 부럽당.
야클님 겨울 내내 고생하셨는데, 아주아주 신나는 여행하세요!
 

내일 저녁, Taipei로 날아 간다. 야~

오랫만에 가는 출장이다.
9월 초 Tokyo 출장 이후 처음.

한번도 대만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살.짝.꿍 기대 된다.

날씨는 물론 따뜻하겠지....
어떤 옷을 가져가야 할까....
머릿 속이 바쁘다.

도시와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인도를 사랑하고 숭배하는 사람과,
인도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있듯이....

난 아시아를 좋아한다.
태국,말레이지아,싱가폴, 일본, 중국...
특히 태국 땅을 밟으면 가슴이 다 뛴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 선 그런 기분이다.

싫어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
음식도 맛 없고, 뭐든 다 비싸고,
운전석이 오른 쪽이라 차를 렌트하기도 겁나고,
불친절한 사람도 많다.

대만이 나랑 궁합이 맞는 곳이면 좋겠다.
가서 막 가슴이 설레였으면 좋겠다.
태국처럼...일본처럼...

Taipei로 날아 간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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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3-1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좋겠다. 잘 다녀 오세요

코마개 2005-03-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넘 좋겠다. 가서 맛난것 많이 드시고 오세요. 전 해외여행 가면 하루 3끼 밖에 먹을 수 없는 저의 한계가 넘 원망스럽던데..그리고 저도 태국 무지 좋아 합니다. 패키지 여행만 다녀온 사람들은 방콕이 복잡하고 볼것 없는 곳이라고 하지만...그 진면목을 알면 헤어나올 수 없을 거예요.

물만두 2005-03-1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글샘 2005-03-1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다 다른 거 보면 신기하죠? 난 번지르르한 남의 것이나 주워다 모아 놓은 넝마같은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보다는 후질그레한 중국이 좋던데... 저도 태국은 꼭 가 보고 싶네요. 대만도... 늘 즐겁게 사시는 수선님이시니, 즐거운 출장 되시길...

로드무비 2005-03-1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 뜸하신가요?
타이페이 잘 다녀오세요.
고량주나 한 병 사오시든가요.ㅎㅎ
멋지게 보내고 돌아와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기를......

marine 2005-03-1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들 다르군요 전 루브르나 오르셰,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등을 보고 너무 감동받아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 그런데 영국 사람들 중에 인종차별 하는 이들이 있긴 있더군요 대만 갔을 때 생각보다 구경거리가 많진 않았지만, 가이드인 화교 아주머니가 워낙 친절하셔서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

날개 2005-03-1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  숫자까지 배웅을 해주는군요~~!

225757


마태우스 2005-03-1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듣기로는 대만 사람들은 중국어를 쓴다고 하더이다
<--죄송합니다. 제 딴에는 유머였는데 좀 썰렁했나요?

moonnight 2005-03-1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좋으시겠어요+_+;;
대만은 못 가 봤는데 다녀오셔서 좋은 얘기많이해주세요. 맛난 것두 많이 드시구요^^

2005-03-14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3-1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출장, 알찬 출장은 물론, 신나는 여행까지 되기를.

파란여우 2005-03-1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 오세요^^ 띵호와~~~~^^
 

난 책 선물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가장 자주 선물하는 사람은 울 아빠다.
책을 선물 받는 사람이 모두 우리 아빠 같다면,
책 선물하는 사람은 진짜 "억수로" 행복할꺼다.

읽고 읽고 또 읽고...
책에 가득한 밑줄들...
또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3년 전 선물한 남회근의 <금강경 강의>는 하도 낡아서 이제 하드커버 겉장에 테이프를 붙였다.
울 아빠...아무리 울 아빠지만 객관적으로 멋있다.

회사에 정말로 내게 잘해주는, 아주아주 고마운 선배가 있다.
작년 10월의 어느 늦은 밤,
혼자 남아서 시스템에 경영계획을 입력하고 있었다.

9월말에 울팀 과장이 회사를 그만 두는 바람에
난 2인분의 일을 하게 되었다.
새로 맡은 제품들이라 "감"이 없었다.
숫자가 머릿 속에서 마구마구 헝클어졌다.
마음이 급해서 자꾸 틀리고, 또 맞게 넣으면 컴이 다운되기도 하고(원래 안될라 그러면 별 일이 다 일어난다.) 나는 혼자 악을 쓰면서 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야근 끝에 체력은 바닥 상태에 있었고,
손 대면 툭하고 터질 것 같은 봉숭화 연정처럼 내 신경은 예민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 종일 숫자랑 씨름하다가
난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때, 구원 투수가 등장했다.
그 선배는 내 옆에 앉아서 자기가 입력을 했다.
나는 미안함도 잊어 버리고
한참 힘에 부치는 덩치 큰 애랑 싸우고 있을 때 엄마가 나타난 것 처럼 편암함을 되찾았다.

내 대신 입력을 다한 선배는,
내가 담당하는 제품들을 시스템에서 전부 다 다운 받아 검토까지 해 주었다. 그 때....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정말...감동했다.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못난 나는 울었다는게 창피해서 그런 말도 못하고
고맙다고 흐지부지 말하고 먼저 나갔다.

그 다음 날, 난 고마운 마음에 책을 한권 선물했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연애소설>.
<연애소설>에 있는 세편의 단편 중 <꽃>을 읽고 감동했던 차에, 연애를 하고 있는 그 선배에게 이쁜 사랑하라는 뜻에서 그 책을 골랐다.

초콜렛 하나랑 같이 선물했는데,
사람 좋은 선배는 말했다.

" 책 선물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데...잘 읽을께요."

오늘 오랜만에 그 선배랑 점심을 같이 먹었다.
( 팀도 다르고 사업부도 달라서 자주 말할 기회가 없다.)

난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물었다.

" <연애소설>...그 때 그 책...읽으셨어요? "
" 네...잘 읽었어요. 아주 잘 넘어가던데요. 재미있었어요."

이럴 때 나는 행복하다.
그 선배가 이쁜 사랑을 하길 바라며...

p.s) 요즘 주위 사람들이 온통 핑크빛이다.
내게도 좀 그 핑크빛이 나눠졌으면 좋겠다.

참 소박한 바람인데(사람에 따라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요일 새벽에 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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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2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1-1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이루어진다!! 수선님 화이티잉~~ ↖^^↗

로드무비 2005-01-13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 선배랑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아참 그치 애인이 있다고 했지?^^;;;

좋은 사람이랑 일요일 새벽 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 마시기.

조만간 꼭 이뤄질 거예요.^^

(저도 지금 일이 밀려 울고 싶은데 어디 그런 구원투수 없을까요?

그러면서 30분째 서재활동;;)

마냐 2005-01-13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밀려서, 졸다졸다 날밤 새구...아침이네요. ^^;; 수선님은 '인복'이 많은 모양임다. 아버님두 그렇구, 그런 구원투수도 아무에게나 오지는 않슴다....암튼, 홧팅이구요...갑자기 8년전 도서관에서 같이 커피 마시던 남자 생각이 남다. 지금 서재질에 미친 마눌 땜시 혼자 침대에서 코골고 있는디...(우헤헤)

marine 2005-01-1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빠에게 책 선물을 자주 받는 편이예요 그러고 보니 한번도 아빠에게 선물할 생각은 안 해 봤네요 저희 아빠는 대단한 독서가인데, 아빠가 제 취향을 다 파악한 반면, 전 아직도 아빠가 좋아할 만한 책이 뭔지 모르겠어요

드팀전 2005-01-1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안 책 선물하기를 좋아했는데...얼마전부터 안하기로 했습니다.누가 지나가다 "뭐 읽을만한거 없어." 이래도..."많긴한데 취향따라 다르니까 내가 알 순 없군." 해버립니다.첫번재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도 좋을 지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지금 당장 만나지 않고 나중에 만나면 더 좋을 수도 있음에도 제가 불쑥 제 맘에 든다고 선물하고 그 사람이 그 책에 흥미를 못느낀다면 큰 일이죠.제가 몇년전 한동안 "눈먼자들의 도시"를 사줬는데 반응이 반반이에요.어떤 사람은 너무 좋아서 책읽는 즐거움을 찾았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뭐 황당한 SF소설 같잖아..이럽니다.^^

주고도 답답하고 읽는 사람도 답답하고....^^ 이러면 안되잖아요.그래서 책선물 자제합니다.내가 상대의 취향에 자신이 있을때만 주려구요.그리구 가끔 책을 받으면 부담도 됩니다.제가 보려고 미리 리스트가 나와 있는데 새로 큰 관심 없는책이 들어오면...잘 안보게 되더라구요.제가 준 책이 상대에게도 그런 부담으로 작용하여 책장 어느 구석을 헤메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거든요....혹시 수선 님께서 제게 책을 주시려면..도서상품권.^^ 으로..^^ 얼마든지 대환영..환영..으싸 으싸 대환영.^^ 즐거운 하루!!!!

세벌식자판 2005-01-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간만에 제가 알고 있는 소설 책이 보이네요. ^^; 소설 쪽은 거의 까막눈이라 눈만 깜빡이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 . . " 가네시로 카즈키 "가 쓴 GO 보셨어요? 전 참 재밌게 봤거든요. 나중에 사정이 되면 그 사람이 쓴 소설을 다 사 읽으려 합니다.

kleinsusun 2005-01-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전 <플라이, 대디 플라이>랑 <연애소설>을 읽었거든요."GO"는 아직이구요.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재미있긴 했는데 좀 가볍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연애소설>은 카즈키의 감성이 묻어나는 따뜻한 단편들이예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kleinsusun 2005-01-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로드무비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네....정말 간.절.히 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kleinsusun 2005-01-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넘 부러워요. 자랑하시는거죠? ㅋㅋ

네...전 "인복" 이 많아요. 그래서 마냐님도 이렇게 들러주시고.항상 서툴고 어설프다 보니 주변에서 도와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당.

kleinsusun 2005-01-1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좋으시겠당. 아빠가 책 선물 많이 해 주셔서....

전 가끔 서점에서 아빠가 좋아하실 만한 책을 발견하고 냉큼 사서 달려갔는데,

아빠한테 그 책이 있어서 허탈한 경우가 있어요.ㅋㅋ

그래서 집에 2권 있는 책도 있답니다.

kleinsusun 2005-01-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네...저도 가끔 실수를 한답니다. 책을 선물하고 뜨악한 반응에 당황할 때가 있어요.ㅋㅋ 드팀전님께는 꼭 상품권을 선물할께요. 취향을 알려 주셔서 감사감사.

kleinsusun 2005-01-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오랜만이네요. "Go"는 집에 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플라이, 대디 플라이>랑 <연애소설> 읽었는데, 전 <연애소설>이 참 마음에 들어요. 감성적이고 따뜻한 글들이예요. 그러면서 "아차"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호랑녀 2005-01-2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과 일요일 새벽에 도서관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

한 번도 못해본 생각인데, 참 이쁘네요.
이제 난... 우리 아이들과 해볼 수 있을라나?
 

이 글의 제목을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오늘 아침 시무식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올해는 꼭 좋은 일 있으세요!"
보다 직설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국수 먹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나의 새해 목표는 결혼이 아니다.
"결혼이 무슨 목표야? 좋은 사람 만나면 자연스럽게 하는 거지."
이렇게 말하면 주위에서 참 말 많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거지" 라거나,
"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한 거야." 등등.....

사실 작년에는 부모님 등살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했는데,
내가 너무 남들의 싸이클에 비해 뒤쳐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도 몇 번 보고 그랬는데,
솔직히 지금은 결혼에 별 생각이 없다.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한다.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결혼을 위한 결혼",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한 결혼", "적당히 눈높이를 맞춘 결혼",
"노후 안심형 보장 결혼", "남들 다하니까 하는 결혼"등은 절대 하기 싫다.
이런 말 하면 주위에서 아직 정신 못 차린다고 말하는데
난 아직 "soul mate"를 믿는다.
만나지 못한다면...그냥 혼자 살면 그만이다.

자....이제 본론에 들어가서...
05년 나의 목표는 책을 내는 거다.
책 앞날개 저자 소개에 "성수선"이란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는 책.

그게 내 목표다.

소설이냐구? 아니다.
독서일기냐구? 아니다.
그럼 도대체 뭘 가지고 책을 한 권 쓰냐구?

바로 내 일상 이야기다.

전인권(들국화의 전인권 오빠 아님) 교수는 자신의 책 <남자의 탄생>에서
지극히 사적인 자신의 유년기를 살펴 보고 고백함으로써
"한국 남자" 가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한국 남자의 "정체성" 이 형성되는지를
보여 준다.
정.말, 지.극.히 사적인 개인적 삶의 고백이다.
하지만 개인적 삶은 "보편성"을 담고 있다.
교수가 쓴 책이니 어렵냐구?
천만에....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시라.
아버지랑 어머니랑 부부싸움을 어떻게 했고, 화해는 어떻게 했고,
언제까지 젖을 먹었고,
어머니 계 모임에 따라간 이야기 등등 자신의 지나간 일상을 고백했을 뿐이다.
개인의 "일상"으로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과 "보편성"을 알 수 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언니는 말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 일상을 책으로 엮겠다.
지금의 위치, 지금의 감수성, 지금의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얘기를...
나중에는 하지 못하는 얘기를....

이 프로젝트에 결정적 용기를 주신 분이 있다.
바로 <흡연여성 잔혹사>의 저자 서명숙 선생님이다.

12월 31일, 04년의 마지막 날,
서명숙 선생님과 차를 마셨다.

서명숙 선생님 : " 나한테 하는 이런 얘기들을 책으로 써봐."
수선 : " 할 수 있을까요? "
서명숙 선생님 : " 너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거야.
베스트셀러 되기는 힘들겠지.
그런데...모든 일에는 시점이 있는 거야.
지금 할 수 있는 얘기는 지금만 할 수 있어."

난 97년부터 영업의 최전선에서 일했다.
즉, 빡센 조직생활을 했고 그 빡센 조직에서 난 항상 유일한 여자였다.
오랜 세월동안 조직의 문화는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인 것이었다.
조직에 아예 여자가 없었으니까...
난 그 동안 없었던 자리를 만들어 내려 낑낑거렸다.

조직은 내게 만만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잡아서 침대에 눕힌 후
침대 길이 보다 키가 큰 행인은 잘라 버리고,
침대 길이 보다 키가 작은 행인은 늘여 버리고 했던
프로쿠르스테스 처럼....
트렌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싸움하듯이,
하리수가 남자로 살아 보려 힘겹게 노력했다고 고백한 것처럼,
나도 남들과,그러니까 남자들과 똑 같아 지려고 처절하게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똑같아지지 못했다.
그러면서 남들 하는 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탓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을 생각하며,
내가 조직에 맞추지 못하는 것은 다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도....같이 변해야 한다.

더 이상 남자들만 있는 조직이 아니다.
여자 후배들이 하나, 둘씩 늘어 가고 있다.
언젠가는 조직의 반이 될 것이다.
조직의 문화도 이런 변화를 수용하며 옷을 갈아 입어야 한다.

난 내 일상을 소재로 한 책을 통해,
조직생활을 하는 여자의 "정체성" 문제,
가끔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 같은 당혹감과 어려움,
세상 속에서 소통하며 성장하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잔잔하게 말하려 한다.


내가 세상에 내놓을 책은
<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 <그녀에게선 바람소리가 난다>
같은 성공한 여자들의 얘기도 아니고,
멋있고 cool한 얘기도 아니다.

엎치락 뒷치락, 아둥바둥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
그 일상을 고백함으로서 공감대를 만들고 싶다.

이것이 바로 05년 나의 목표.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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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1-0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누나 화이팅! '돈 주고 초판 사서'읽을 책이 출현하겠군요. ^_^o-

로드무비 2005-01-0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계획입니다.

수선님 책 나오면 다섯 권은 제가 소화할게요.

파이팅!!^^


icaru 2005-01-0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으로 만나는 수선님의 독자가 될 준비되어 있습니다!!

클라인 수선님 아자아자!!!

드팀전 2005-01-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교다니며 가장 재미있게 들었고-교수님께 사랑받았던-과목이 '여성학'이었지요.그러고 보니 아는 친구중에도 여성학 선생이 한분계시군요.

여성이 일상에서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억압받은 존재라는 것에 대해 전적동의 합니다.그런데 또한 여성의 억압에 여성이 '동의'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이건 '대중'이 독재에 '합의'를 해주는 것과 유사한 이중성인데...이 여성들이(물론 좀 기초적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억압사회에 길들여져 남성성이 내재화된것이라 말하고 끝내지만) '남성중심주의'에 '합의'해주는 지점에 대한 현재적 고민과 해결법(대개 교육으로 결론지어지지만)도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새해에 바라시는 소망 이루시길 바랍니다.!!

저도 언젠가 책 한권 내는게 소원인데....돌아가신 전우익 할어버지처럼 삶과 앎이 이어질 때쯤 무언가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야클 2005-01-0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봐요오~~~ 내가 책 내시라고 했잖아요오~~~ ^^* 개인적으로는 수선홈피의 Essay글들이 참 맘에 듭니다. 꼭 내세요. 수선님! 화이티잉~~~~!!!

글샘 2005-01-0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목표네요. 바라는 일 이루기를 빌어 줄게요. 대신, 너무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쉴 수도 있으면 합니다. 안 그래도 빡센 직장에서, 더 빡센 책쓰기를 하려면 ^^ 병나기 십상일 거 같애서요.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게 부럽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kleinsusun 2005-01-0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어트 계명에 이런거 있쟎아요. "주위 사람에게 알려라!"

그래야 자기가 공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도 하고, 주위의 격려도 받고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다구요.

저도 그런 이유에서 부끄럽지만 이렇게 새해 목표를 외쳤습니당.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홧팅!

세벌식자판 2005-01-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결과 있기를 빕니다. 화이링~~!! [^o^]/

사고뭉치 2005-01-0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방 왔는데 이 글이 딱 눈에 띄어서 들어왔어요. 저도 그 책 읽어봤는데 내가 자라온 환경도 돌아보게 되고 인간을 이해하는? 바라보는? 눈이 하나 더 생겼더랬죠. 전 책 낼 그릇은 못되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결혼식 안 하고 책 한 권 써서 주변 사람들한테 돌리고 가는 걸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름 기억해놨다가 책 나오면 사볼게요.


바람이되다 2005-01-0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선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요, 올한해도 좋은일 + 소원성취 + 소울메이트 만나시길 기원할께요. 소울메이트... 저두 강력 동감+ 공감합니다. 동성친구, 이성친구 모두 진정한 소울메이트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이 많게도~!! 저는 둘다 만났습니다. ^^ 수선님께서도 빨리 만나시길 빌께요~ 꾸벅~

마냐 2005-01-1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근사해요. 저까지 두근두근임다...엄청 기대되는군요....(근데, 저 2003년인가 목표가 바로 저거였어요. ^^;; 다신 그런 목표 안 세우기로 했는데...엣, 이건 쓸데없는 걱정인가요? ^^)

오렌지향 2005-03-18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오늘 수선님 글 발견하고 반해버렸어요. 용기 잃지 마시고 성취하시길..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들을 보면,
주인공들은 "~ 짱"이라고 불린다.
물론 주인공들도 자기 친구들을 "~짱"이라고 부르고....

친한 친구들끼리는 "~상" 대신에 "~짱" 이라고 부른다.
그것도 이름 전체를 다 부르는 게 아니라 이름의 일부만 떼어서....
예를 들어 나를 부른다면, "수짱!" 이렇게.

일본 거래선 중 Kennichi Nakaura가 있다.
사람들이 "나까무라" 라고 자꾸 헛갈려 하는데,
흔하지 않은 성이다. "나까우라".
우리 팀 사람들은 "Mr.Nakaura" 또는 "나까우라 상"이라고 그를 부른다.

나는 그를 "켄짱"이라고 부른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단다.
나 보고도 그렇게 부르란다.

켄짱은 나를 Susan이라고 부른다.
Susan은 내 nick name이다.
해외 거래선들은 모두 나를 Miss Sung 대신에 Susan이라고 부른다.
울 상무님도 나를 "성대리" 대신에 Susan이라 부르신다.

켄짱은 나 보다 세살 많다.
그러니까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노총각, 노처녀다.

우리는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다. 왜냐?
내가 Tokyo에 갔을 때,
켄짱이 서울에 왔을 때,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 주기 때문이다.

무슨 구원?

출장을 가거나 또 오면,
보통 거래선과 저녁 식사를 한다.
해외영업팀에서 거래선과의 저녁식사는 업무의 연장이다.
보통 밥 먹으면서도 일 얘기를 많이 한다.
인도,파키스탄 같은 데서 채식주의자들이 오거나
발음을 아주 알아듣기 힘든 프랑스나 인도 거래선이 오거나 하면
사실 좀....피곤하다.

켄짱과 나는 밥 먹으면서 절대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
서로의 취향을 잘 알기 때문에
나도 켄짱이 오면 외국 사람 왔다고
갈비집이나 한정식집에 데려가서 배 터지게 먹이는 우를 범하지 않고,
켄짱도 내가 Tokyo에 가면
일본 전통 스시집에 가서 배 터지게 먹이고
예의상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오이시!"하는 접대성 멘트를 듣고 좋아하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켄짱이 담당자가 아니라면 나는 지루한 일본 아저씨와 한국 경제 전망이나 축구 얘기를 해야 하고,
내가 담당자가 아니라면 켄짱은 우리팀 사람 중 한 명이랑 참이슬을 완샷하며 "맛있어요!" 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하며,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서로 가고 싶은 장소를 물어 보고
요즘 뜨는 곳에 가보기도 하고,
"물 좋은 곳" 에 구경을 가기도 한다.
Tokyo 가서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서울에서 일본사람이 주인인 이자까야에 가서 사께를 마시기도 한다.

켄짱 덕분에, 또 켄짱은 내 덕분에
여행책자에 나오지 않은 많은 곳들에 가 볼 수 있다.

이틀 전에 켄짱이 왔었다.
대만에 들렸다 오는 길이라 중국음식을 배 터지게 먹고 온 것 같기에,
사람 좋은 일본 아저씨가 주인인(물론 주방장도 일본 사람이다) 이자까야에 데려갔다.
켄짱이 좋아했다.
또 서울에 주인도 일본 사람이고, 손님도 대부분 일본 사람인 이자까야가 있다는 걸 신기해했다.

우리는 커다란 사께 한 병을 시켜 놓고 많은 얘기들을 했다.
물론 일 얘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켄짱이 뭔가를 한참 망설이다가 말했다.
봄에 싱가폴로 발령날 것 같다고...
켄짱이 50%의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갈게 확실하다.
( 켄짱의 숫자는 아주 보수적이다. )

난 잔을 부딪히며 축하해 주었다.
우와.....부럽다.부럽다.정말 부럽다.....
나도 태국이나 홍콩, 말레이지아, 싱가폴 이런 곳으로 보내 줬으면 좋겠다.
태국 가서 바나나만 먹고 1년 살라 그래도 행복할 것 같다.

켄짱은 머쓱해 하며 말했다.
이 사실은 엄마랑 Susan한테만 말했다고...
귀여운 넘.
만나는 여자들 모두에게 그렇게 말하겠지. 우하하.

이제 Tokyo에 가면 켄짱을 볼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참 잘된 일이다. 대리만족을 느낀다고나 할까....
켄짱이 동남아에서 "happy"한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동남아.
나도 언젠가는 꼭 방콕에 가서 살아야지.

신입사원 때부터 계속 해외영업을 하면서
켄짱처럼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싱가폴의 Reece, Mailing,
뉴질랜드의 Rob,
태국의 Suda, Joy, Suthee,
말레이지아의 SaiTong, Roven,
영국의 Rodney 아저씨, Ian,
독일의 Niels, Swen,
이태리의 Paola, Maureen.....
중국의 Shen Li, Wang Ren Ji,
홍콩의 Walter......
우와..... 정말 많다.

물론 스트레스로 터져 나갈 것 같은 날들도 많지만,
켄짱 같은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내 일의 큰 매력이다.

켄짱의 행복한 미래를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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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2-1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san님 참 멋지게 사십니다. 부럽습니다. 진짜루~~~

글샘 2004-12-1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S.S.님. 이니셜이 참 독특하군요. ㅎㅎㅎ 처음 뵙습니다.

글이 신선한데요. 잘 사시는 것 같고... 인생이 아름답군요.

아름다운 인생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음, '나'라는 주어를 안 쓰고 적다보니, 말이 역시... 안 되는군요. ^^

kleinsusun 2004-12-1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처음 인사드리네요.

글샘님 서재에 지금 막 들어가 봤는데....

우와....감탄이 절로.....국어 교사이신가요?

근무시간이라 오래 머물 수 없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리뷰만 보고 나왔어요. '본질을 놓쳐버린 치히로는 목욕탕 때밀이일 뿐이다' 이 부분 정말 이 아침을 강타하며, 마음을 정면으로 받아 버리네요. 정말 글을 잘 쓰시는군요. 앞으로 자주 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