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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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지도 완성 이후 개별 유전자의 역할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것이 성공하면 유전병이나 암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아이가 잘생긴 얼굴과 예술적 재능까지 갖고 태어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트랜스휴머니스트(transhumanist)’가 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미래에 태어날 새로운 인간을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고 부른다. 포스트휴먼은 ‘슈퍼 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초지능)’를 갖고 있으며 병에 걸리거나 늙지 않는 존재이다.

 

생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자기 손으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가 바탕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합성해 새로운 기능을 갖게 만드는 분야다. 요즘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 성과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크리스퍼는 본래 박테리아의 유전체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박테리아는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DNA를 자기 유전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바이러스 침입 때 저장해둔 DNA 정보를 확인해 바이러스 DNA를 찾아 절단하는 방어 시스템을 작동하는데, 이것을 ‘크리스퍼’라고 말하며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이것을 응용한 것이다. 유전자가위만 있으면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원하는 부분을 잘라낼 수 있다. 모든 세포는 자가 복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자신이 원하는 변이를 만들어서 특정 유전자 기능을 없앤 실험용 동물을 만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 질병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질병의 치료방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산업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는 우리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것으로 찬사를 받는 합성생물학의 빛과 어둠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합성생물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일반 독자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저술됐다. 이 책의 과학 부문 집필을 맡은 송기원, 김응빈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합성생물학의 유전자가위 기술의 장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무엇보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생물학 지식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을 상당 부분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공학기술과 윤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합성생물학의 발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은 난치병 치료, 신약 개발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생명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합성생물학에 반대하는 관점들은 주로 과학적 사실 자체보다는 윤리, 법, 사회적 관점 등에 근거한 가치 판단에 따르고 있다. 방연상 교수는 신학자의 입장에서 합성생물학을 바라보는데, 그는 오늘날의 합성생물학이 인문학적 성찰을 배제한 채 독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탐욕스런 인간들이 우생학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생물학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합성생물학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걸 어떻게 막을까 하는 것이다. 생명공학 반대론자들은 연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원하지만, 잘못하면 연구를 음성화시켜 악용하는 길만 터주는 터무니없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독자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 자체가 문제일까, 아니면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일까. 오리무중인 해답을 독자가 제각기 판단해볼 수 있게끔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해주는 배려가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나날이 관심받는 합성생물학의 발전에 있어 좀 더 겸손해지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는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학, 철학, 윤리학 등으로 연구 성과를 바라본다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비인간적인 상황들을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과학자들은 실험의 의미와 자신이 수행하는 연구의 파급효과를 윤리적 측면에서 검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합성생물학을 ‘연구실 속 학문’으로 남겨둬선 안 된다. 과학이 연구실 밖으로 나와야 시민들 사이에서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과학 소비자인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 생명공학은 발전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다.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오늘날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 선행 공부를 하고 나서 따져도 늦지 않다. 과학적 접근 없이 과학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무지와 오류에 기반을 둔 비이성적인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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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7 12:36   좋아요 0 | URL
과학자들의 책임감도 정말 중요합니다. 윤리의식이 없으면 실험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7-08-1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인간복제실험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을거란 의심을 합니다 돈이나 군사목적의 욕망은 무제한이니까요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cyrus 2017-08-17 14:46   좋아요 0 | URL
비밀 실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험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커질수록 과학자들은 숨어서 실험을 합니다.
 
엄마의 골목 - 진해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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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에 작성한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 수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MSG’를 많이 넣어봤습니다. 문체에 변화를 줬습니다. 높임체로 글을 쓰는 일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는 뻥이고, 이 글은 ‘IBK 기업은행 아름다운 은퇴’(가을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고향,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렙니다. 어린 날의 기억들이 새근새근 살아 숨 쉬는 곳. 숨기고 싶은 속내까지 깡그리 드러내고 있는 곳. 지금도 고향에는 추억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까요?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습니다. 일상에 파묻혀 살다가 어느 순간 스치는 바람결에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갈 때 있습니다. 추억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면 고향의 골목길 구석구석, 친구들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경험으로 괴로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감쪽같이 잊어버릴 수 없을까? 상처로 남을 기억을 잊고 살기보다, 상처받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여기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이 있습니다. 김탁환 작가의 엄마입니다. 그녀는 올해 일흔다섯입니다. 그녀가 다섯 살이었을 때 일본에서 경남 진해로 건너왔고, 지금까지 줄곧 그 지역에서 살아왔습니다. 엄마는 인생의 절반 동안 가난과 정신적인 핍박을 온몸으로 부둥켜안았고, 삶의 현장에서 의연하게 버티며 자식을 보살폈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30년을 혼자서 지냈습니다.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의 위대한 사랑과 희생을 표현한 말이죠. 그렇지만 작가의 엄마는 추억 앞에만 서면 한없이 약해졌습니다. 엄마에게 추억은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포근한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추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사진들을 없애기 시작합니다.

 

 

  마흔네 살에 홀로되신 엄마는 아이들 손이 닿지 않은 책장 제일 구석에 앨범을 올려놓고, 사별한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보곤 하였다. 믿기 힘든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들부터 제일 먼저 없앴지.” (14)

 

 

작가는 엄마와 함께 진해 동네 곳곳을 함께 걷습니다. 그런데 모자는 같으면서 다른 길을 바라보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에 있고, 엄마는 엄마 본인 마음의 골목에 있었던 거죠. 그래서 작가는 이 두 골목을 하나로 이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엄마만의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엄마의 골목입니다. 엄마의 골목은 작가가 엄마의 추억 부스러기들을 씨줄로 엮어 만든 책입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아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통했을까요. 엄마는 가슴속에 숨겨둔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아들에게 들려줍니다. ‘추억이라는 매개로 모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기록한 책의 제목을 엄마의 골목으로 정합니다. 엄마의 골목에는 어리고 느리고 어설프게 걸어온 지난날의 엄마 발자국과 그 곁에 나란히 찍힌 자식의 발자국이 겹쳐 있습니다. 모자가 진해 곳곳에 남겨둔 발자국들은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회귀의 흔적입니다.

 

 

 “‘엄마의 골목이 좋아요? ‘어머니의 골목이 좋아요?”

 “엄마의 골목!”

 “왜죠?”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어머니는 안방에서 앞마당 정도 거리라면, 엄마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 속에 있는, 그런 기분!” (182)

 

 

옹알이를 시작한 아기가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낸 단어는 무엇일까요? 저는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아기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입니다. 아기는 엄마의 품속에서 먹고 자랍니다. 엄마들은 아기가 기억하지 못한 것들을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자신의 품속에 간직합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소중한 추억을 들려주기 위해서죠. 다 자란 자식은 자신과 엄마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엄마 품에 바짝 귀를 갖다 댑니다. 엄마의 품속 깊이 저장된 추억을 듣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자세히 듣고 싶으면 엄마를 꼭 안아주세요. 엄마를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고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그러면 엄마는 품속에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입을 엽니다.

 

숨이 차고 힘들게 세상살이를 하다가 잠깐 멈춰 서게 될 때,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소중한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먼지와 때를 한 겹 닦아내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질수록 그리운 추억 찾기에 대한 집착은 더욱더 강해지고 끈끈해집니다. 엄마의 골목이 여러분의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을 아련하게 덮어주는 안방의 이불 같은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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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1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럼 너 혹시 은행 다니니...? 아무튼 좋은 일이다. 축하한다!^^

cyrus 2017-08-16 15:27   좋아요 0 | URL
원고 청탁을 받아서 기업은행 온라인 웹진에 글을 싣게 되었어요. 제가 은행에서 일했으면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없었을 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본격적으로 글쟁이 되시는 겁니까 ?

cyrus 2017-08-16 15:30   좋아요 0 | URL
부업입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알라디너 덕분에 은행 온라인웹진에 글을 싣게 되었어요. 계속 쓸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7-08-1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참 좋게 읽어서, 님의 리뷰가 더 남다른가 봅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근데, 더운 대구에서,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

cyrus 2017-08-17 12:37   좋아요 0 | URL
휴가는 다음 주에 있습니다. ^^

2017-08-16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7 12:42   좋아요 0 | URL
제가 뭘 쓰고 있는지 관심 없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저의 책 사랑을 알아주는 몇몇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7-08-1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 온라인웹진에 글을 싣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열심히 쓰시더니... 그런 좋은 결과가 생기는군요.

cyrus 2017-08-17 12:43   좋아요 0 | URL
사람 만나는 일에도 운이 따라야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저보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년 11월에 북플 하이퍼링크 기능의 오류를 확인해서 서재지기님에게 알린 적이 있었습니다. (http://blog.aladin.co.kr/zigi/8880232)

 

북플 앱이 업데이트되면 오류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링크 주소 끝 부분의 괄호 표시와 글자를 붙여 썼습니다. 링크 주소를 잘못 적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로 알라딘 서재에 접속해서 제 글을 보면 링크 기능이 됩니다.

 

 

 

 

 

그런데 북플 앱에서는 링크 기능이 되지 않습니다. 링크 드래그 범위가 ‘~까지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난감합니다. 북플의 오류를 수정하려면 컴퓨터로 알라딘에 로그인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링크 주소 끝 부분과 글자를 띄어 써야 북플의 링크 기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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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8-16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북플 없이 서재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cyrus 2017-08-16 10:32   좋아요 0 | URL
북플을 매일 접속하다 보면 정신이 산만해집니다. 책뿐만 아니라 북플에서 공개되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이 흐려져요. 사실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글이라면 그렇게 많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북플에서는 글이 많아 보여요. 그래서 길게 느껴지는 글은 컴퓨터로 접속해서 읽습니다. 컴퓨터로 읽어도 정독은 불가능하지만, 글쓴이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읽으려고 합니다.
 

 

 

 

 

 

 

 

 

옛말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책도 짝이 있다. 책을 살 때 1, 2권 세트 혹은 상, 하권 세트를 사는 일은 장서가의 참된 도리라 할 수 있다. 낱권만 있으면 뭔가 허전해 보인다. 그러나 간혹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낱권을 사야할 때가 있다. 특히 세트로 나온 절판본 중에 낱권을 구할 때가 난감하다. 절판본 세트를 구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마음에 차는 책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사람이든 책이든 사랑이 마음대로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열린책들 출판사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openbooks21)에 재미있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트 중 1권만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사 책을 사진으로 찍어 출판사 블로그 댓글에 남기면 된다. 아쉬운 점은 이벤트 기간이 짧다. 이벤트 마감일이 오늘(!)이다.

 

자세한 이벤트 응모 방법을 알고 싶으면 여기 링크 주소를 클릭해서 확인하면 된다. 응모 방법이 정말 간단하다. 인증사진이 있는 개인 블로그 주소를 댓글에 남기면 끝. (http://blog.naver.com/openbooks21/221068687440)

 

 

 

 

 

 

 

《미성년》 상권은 절대로 잊지 못할 책이자 선물이다. 이 책은 내가 2010년 열린책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openbooks21)에서 활동했을 때 ‘내마음이’님이라는 분에게 받은 것이다. ‘내마음이’님은 ‘사다리 타기 게임’에 걸린 1명에게 《미성년》 상권을 선물로 주는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를 포함해 총 7명이 사다리 타기 게임 이벤트를 신청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내가 행운의 1인이 되었다. 《미성년》 상권을 받았을 때 하권을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을 7년째하고 있다. 《미성년》 상권은 책 주인 잘못 만나서 7년째 솔로로 지내고 있다. 지금 내가 필요한 건 《미성년》 하권이다!

 

《러시아 희곡》 1권은 폰비진(『미성년』), 알렉산드르 그리보예도프(『지혜의 슬픔』), 푸시킨(『보리스 고두노프』), 레르몬토프(『가면무도회』), 고골(『검찰관』)의 작품이 수록되었고, 2권은 투르게네프(『시골에서 한 달』), 오스트롭스키(『뇌우』), 톨스토이(『어둠의 힘』), 체호프(『벚꽃 동산』)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90년대에 러시아 작가의 희곡이 정식 출판물을 통해 소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보예도프, 투르게네프, 오스트롭스키의 작품은 《러시아 희곡》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 작품들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 폰비진 《미성년》 (조주관 역 · 지만지, 2014)

* 푸시킨 《보리스 고두노프》 (최선 역 · 민음사, 2011)

* 레르몬토프 《레르몬토프 희곡 전집》 (신영선 역 · 연극과인간, 2015)

* 고골 《검찰관》 (조주관 역 · 민음사, 2005)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3》 (김근식 역 · 동서문화사, 2004)

* 체호프 《벚꽃동산》 (오종우 역 · 열린책들, 2009)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1권은 1997년에, 2권은 1999년에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을 입력하면 1권만 나온다. 그래서 1권만 출간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나도 처음에 그랬다.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2권을 확인하려면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라는 제목을 입력해야 한다. 아니, 이럴 거면 1권을 출간했을 때 이름을 붙여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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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8-1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 맞추기는 헌책 수집가의 놀이죠..ㅎ

cyrus 2017-08-13 16:19   좋아요 1 | URL
네, ‘즐거운 고통’입니다. 지금 짝을 못 맞춘 책이 더 있습니다. ^^;;

꼬마요정 2017-08-1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에밀 졸라의 <살림> 상 권만 있어요. 그래서 읽지를 못해요ㅜㅜ

cyrus 2017-08-13 16:22   좋아요 0 | URL
창비에서 나온 책이죠? 저는 <살림> 하 권을 중고매장에서 구입한 다음에 품절되지 않은 상권을 바로 주문했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까 상, 하권 모두 품절되었군요. ^^;;

겨울호랑이 2017-08-1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 연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줄 알았네요^^:

clavis 2017-08-13 15:23   좋아요 1 | URL
하하하 저도요♡♡♡

cyrus 2017-08-13 16:25   좋아요 2 | URL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 있겠군요. 의도는 없었습니다. ^^;; 제가 여기 책 리뷰 올리는 블로그에서 연애한다고 자랑하겠습니까? 한 달 이상 서재 활동이 뜸해지면 제가 연애하고 있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ㅎㅎㅎ

2017-08-13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4 19:29   좋아요 0 | URL
미완성한 음악을 다른 음악가가 완성한 사례는 알고 있지만, 작가의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궁금합니다. ^^

나비종 2017-08-1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희곡 2>에 마음에 드시는 작품들이 더 많았나봅니다~^^

cyrus 2017-08-15 22:23   좋아요 0 | URL
투르게네프와 오스트롭스키의 희곡이 있는 유일한 번역본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

에디터D 2017-08-1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보고 잠깐 오해할 뻔 했어요^^;; 그나저나 이벤트가 벌써 끝났군요.

cyrus 2017-08-15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벤트를 모르고 주말을 보낼 뻔했습니다. 토요일 밤에 이벤트 사실을 알았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8-1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자 프란치스코 1권이 품절이라서 못 사고 있죠. 시리즈를 따로 빼서 만들었으면 이런 건 좀 지양해야할 듯...이벤트가 있는걸 이제야 봤네요.ㅎ

cyrus 2017-08-15 22:25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까 정말 1권만 품절이군요. 진짜 저런 상황이면 난감합니다.. ^^;;
 
롭스와 뭉크 - 남자와 여자
국립현대미술관 엮음 / 컬처북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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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전이 열렸다. 뭉크(Munch), 그의 이름을 몰라도 그가 그린 『절규』는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뭉크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의 운명 주변에 배회하는 것을 느꼈다. 뭉크의 어머니는 다섯 살 때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 역시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특히 여동생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병든 소녀』는 폐결핵으로 고생하는 여동생을 지켜봤던 이모의 기억을 되살려 그린 작품이다. 이런 그의 생애를 알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의 그림들이 왜 어둡고 쓸쓸한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뭉크는 불행한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펠리시앙 롭스(Félicien Rops)는 우리나라에 생소한 이름이다. 롭스는 벨기에 출신의 화가이자 판화가다. 롭스의 그림은 에로틱하고 음습하다. 롭스는 세상을 풍자하기 위해 여성을 악녀로 설정하여 묘사했다. 롭스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은 남성을 유혹하여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다. 세기말 예술가들은 퇴폐적인 미적 이상에 집착했다. 이 주제에 맞춰 등장한 것이 팜므 파탈이었다. 팜므 파탈은 자유를 요구하기 시작한 여성해방운동에 대한 남성의 반발이자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시집 《악의 꽃》을 발표하여 물의를 일으킨 샤를 보들레르가 팜므 파탈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다. 그와 교류한 롭스는 관능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끌어당기는 여성을 다양한 형태로 묘사했다. 롭스는 악마와의 섹스에 빠져 몸을 떨면서 황홀경을 느끼는 여성이나 음탕하기로 악명 높은 목신 상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 등을 그렸다. 그의 그림들이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불경스러운 그림으로 남았을 것이다.

 

 

 

 

 

뭉크와 롭스. 이 두 사람은 여성을 관능적인 팜므 파탈로 묘사했다. 『여자에 세 시기 : 스핑크스』는 뭉크의 여성관이 반영된 작품이다. 스핑크스(Sphinx)는 남자를 고통에 빠뜨린 신화 속 악녀의 대명사다. 뭉크는 자신의 실패한 연애 경험을 극복하지 못했고,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뭉크가 그린 여성도 얼굴은 창백하고 추하고 무섭다. 그렇지만 여성을 악녀로 그리는 두 사람의 의도는 다르다. 롭스는 사회를 냉소적으로 조롱하기 위해서 노골적으로 악녀를 묘사했다면, 뭉크는 살아남은 자신의 슬픔과 비통함을 드러내기 위해 여성을 변형되고 왜곡된 형태로 묘사했다.

 

롭스의 그림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책은 이 전시회 도록이 유일하다. 십 년 전에 나온 이 도록은 지금도 알라딘에서 구매할 수 있다.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전은 뭉크와 롭스가 제작한 판화 작품들 위주로 전시되었다. 뭉크는 생전에 판화 연작을 많이 남겼다. 그는 채색화로 표현됐던 주제와 이미지를 이용해 복제본 형식의 판화를 제작했다. 뭉크와 롭스의 그림은 다소 음울하면서도 난해하다. 게다가 여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두 남성 화가의 편견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편견에 갇혀 영향을 받는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뭉크와 롭스의 그림에는 세기말을 지배했던 문화와 시대적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작품은 세기말의 사회적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롭스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대담하게 응시했다면, 뭉크는 생의 한가운데 서성거리면서 죽음을 응시했다. 뭉크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병이었고, 도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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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1 17:17   좋아요 0 | URL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의 얼굴에서만 나올 수 있는 표정을 잘 묘사한 걸작입니다. ^^

비연 2017-08-1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도에 롭스와 뭉크 전시 갔었더랬어요!

cyrus 2017-08-11 17:18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이런 전시회가 다시 나오기 힘들 겁니다. ^^

표맥(漂麥) 2017-08-1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글입니다...^^

cyrus 2017-08-12 17: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림이 흥미롭습니다. 이미지 사진을 더 올리고 싶어도 선정성이 높아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

2017-08-11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2 17:36   좋아요 1 | URL
오늘은 날씨가 선선해서 에어컨 켜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며칠 지나면 다시 더워지겠죠. ㅎ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