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혁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라도 ‘성공’이라는 단어는 좋아하지만 ‘실패’라는 단어는 의식적으로 싫어한다. 실패를 숨기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이다. 실수, 실패를 어떻게 해서든 덮어버리기에 바빴다. 실패란 목표나 목적 달성에 이르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 결과 지향적인 말이지만, 실수는 다분히 과정 지향적인 말로, 부주의에서 발생한 것으로 실패를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패를 은폐하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거나 더 큰 실패를 하기 마련이다. 실패는 확대 재생산된다. 실패의 요인과 장치를 명확히 밝혀 요인과 장치를 바꾸는 등의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같은 요인이 같은 장치를 통해 실패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같은 ‘실패의 맥락’에서 실패가 반복되면 나선형으로 악순환을 일으켜 그 타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사고는 늘 예측하지 못한 시간에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누운 배》는 진수식을 마친 배가 쓰러지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커다란 재앙은 회사 내부의 안정적인 분위기마저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린다.

 

 

그날 2002호가 이렇게 누울 거라고 상상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그런 상상이 가능하다고 상상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1년 넘게 걸려 지어온 쌍둥이 배 두 척의 처지가 백지장처럼 찢어져 엇갈리는 데 하룻밤의 반절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안정과 평화란 이처럼 나약했다. (19쪽)

 

 

이 소설에서 배가 쓰러진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 회사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보다는 사고 수습에 부랴부랴 매달린다. 회사가 평소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이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조선회사 회장은 배를 고쳐서 세우자고 결정한다. 배를 재건조해서 팔아넘기면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회장은 ‘기업의 목적은 오직 기업의 이익’이라는 신조를 먼저 내세운다. 회사 임원들은 기업의 이익에 휘둘리고 순응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종 조직은 인간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다. 기업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조직들은 조직의 생존에 필요한 작업을 논리적으로 체계화시키고 거기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적자원을 충당함으로써 장기적 생존을 보장받으려고 한다. 경영자나 구성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조직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인 생각이 몰락하는 조직의 문제점을 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누운 배》의 회사는 기업 논리와 결탁한 관료제에 의해 운영된다. 이것은 하나의 ‘기업 관료제(corpocracy)’다. 주인공은 회장의 입김이 들어간 조직의 규율을 따라야 한다. 기업 관료제는 내부 단점을 재빨리 인정하고 보완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관료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막스 베버가 말하는 ‘영혼이 없는 전문가, 가슴이 없는 쾌락주의자’로서 현대의 관료는 기업 임원일 수도 있다. 베버가 그려내는 현대 관료제는 영혼이 없는 기계다. 영혼도 가슴도 없는 터라 일단 스위치가 켜지면 무한 작동한다. 선악도 미추도 다 소용없다. 누가 스위치를 내릴 때까지 그냥 그렇게 움직인다.

 

 

회장은 경영계획 회의보다 배를 일으키자고 사람을 선동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 관리 체계를 세우는 것보다 당장 돈이 굴러들어올 거리에 마음이 가 있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귀가 있고 생각이 있으면 임원들의 횡설수설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상관없었다. 회장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틀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회장의 힘이고 지위고 회장을 둘러싼 찬란한 광배였다. 회장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강력하게 군림했다. (84쪽)

 

 

이 시점에서 임원들은 고민에 빠진다.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이루어진 조직 내에서 임원들이 기업의 ‘진짜’ 문제점을 소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똑똑한 임원이라도, 그렇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임원들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시스템에 대항하는 힘이 없다. 관료제는 신분이 높은 사람도 천한 사람도 모두 똑같이 문서를 통해 다루고자 하는 속성을 지닌다. 문서에 의존하는 조직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문서라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 문서란 엉성하고 허술한 현실에서 부스스 떨어져 내린 각질에 불과했다. 하지만 누가 문서를 우습게 보는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문서를 자기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99쪽)

 

 

문서 작업은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문서로 일을 처리하는 관료제에서는 누구나 움직임이 굼뜨다. 조직사회는 끈끈한데, 그 끈끈함이 거기 속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안전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불만족스러운 기업 내부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패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비난과 책임추궁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기본을 무시하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풍조에 물들었다.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고사하고 잘못된 것을 느끼지도 못하는 실패 불감증에 깊이 빠져 있다. 우리 조직에 만연된 책임 전가와 상호 불신,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 및 권위주의와 타율, 무소신과 무책임 등이 온갖 불감증을 두둔하기 때문이다.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찬양하고 벤치마킹이니, 성공사례 발표니 떠들썩하게 축하를 해준다. 우리는 실패 불감증을 떨쳐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경멸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성공에 눈이 멀어진다. 《누운 배》는 ‘눈먼 힘’에 의해 무기력하게 작동되는 조직의 민낯을 보여준다. 권력 통제와 능률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는 관료제의 성이다. 그 회사에 영혼이 없다. 영혼 없는 임원들이 모인 회사가 만든 배가 침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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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9-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 세월호를 떠올랐어요..
의식 깊은 곳에 세월호가 많이 있나봐요..

cyrus 2016-09-04 18:24   좋아요 0 | URL
세월호 사고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상처 같은 기억입니다.

yureka01 2016-09-0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대우조선이 딱 떠 오릅니다.ㄷㄷㄷㄷ

cyrus 2016-09-05 13:3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황금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매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001-6] 황금 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의 《Metamorphose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라틴 어 소설이다. 원제목을 따르면 '변형담'으로 부르지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구분하기 위해서 '황금 당나귀(Asinus aureus)'라고 부른다. 주인공 루키우스가 마법에 걸려 당나귀로 변한 뒤 겪는 모험을 기본 줄거리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루키우스는 마법에 호기심을 가진 인물이다. 여행 중에 히파타라는 도시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부유한 구두쇠의 아내 팜필레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이야기가 다 그렇듯 주인공의 지나친 호기심이 시련을 자초하는 원인이 된다. 루키우스는 팜필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팜필레의 하녀 포티스에게 접근한다. 루키우스와 포티스는 육체적인 관계로 친밀한 사이가 된다. 포티스는 루키우스를 위해 팜필레가 마법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루키우스는 팜필레처럼 부엉이로 변신을 시도해보지만, 포티스의 실수로 당나귀로 변신한다. 당나귀 루키우스는 장미를 뜯어 먹으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당나귀 루키우스가 장미를 먹으려고 하면,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한다. 루키우스는 온갖 수모와 고통을 겪으면서 교활하고 포악한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다. 우여곡절 끝에 루키우스는 수도사가 건네준 장미를 먹고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 후로 루키우스는 종교에 귀의하면서 참된 인간으로 거듭난다.

 

당나귀는 어리석음과 교만을 보여주는 우화에 많이 등장한다. 이솝 우화에 소금을 싣고 가면서 꾀부리는 당나귀 이야기가 유명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잠깐 언급되었던 '뷔리당의 당나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우화다. 루키우스는 당나귀로 변하기 전에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육체적 쾌락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포티스만 믿다가 당나귀로 변신하는 불행을 겪는다.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신이 방탕한 삶을 살던 루키우스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루키우스의 시련은 죄를 지은 육신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과정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현실적 고통을 넘어서 초월적 평화에 이르고자 하는 갈망을 갖고 이를 실천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그 길을 안내해줄 신과 진리를 찾는다. 플라톤은 자기 영혼이 지니고 있는 신적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신과 재결합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으로 봤다. 《황금 당나귀》의 결말은 플라톤의 청교도적 삶을 교훈으로 강조한다. 욕망과 쾌락을 절제하는 금욕적 삶과 함께 정신적인 훈련을 통해서 영혼이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 당나귀》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쿠피도와 프시케'다. 프시케는 어원상 ‘영혼’이라는 뜻과 불안전성을 의미하는 ‘나비’라는 뜻, 두 가지가 있다. 인간세계의 아름다운 여성 프시케는 신들의 금기를 어기고 자신과 사랑에 빠진 쿠피도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한 호기심의 유혹에 빠져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온갖 시련 끝에 극적으로 쿠피도의 입맞춤을 받으며 다시 살아난다. 프시케는 시련을 통한 영혼의 정화를 상징하는 알레고리다. 쿠피도와 프시케 이야기는 루키우스의 모험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암시하는 결정적인 내용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황금 당나귀》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인간들을 관찰하는 당나귀 루키우스의 일인칭 묘사가 길어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신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 수도사의 등장으로 너무 쉽게 루키우스가 인간이 되는 장면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도 어른이 되다가 다시 아이로 변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코난의 변신을 생각하면 주인공이 원래 모습으로 되찾은 《황금 당나귀》의 결말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코난아, 도대체 너는 언제 남도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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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ookmid.com/bbs/board.php?bo_table=midevent&wr_id=2002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진화 시리즈 3탄(완결편)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 경계 *:*

 

경계_표지앞면.jpg



 

 

 

생태계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변화는 그들이 떠나온 곳에서 만들어진 몸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지느러미를 가지고 다리를 만들어야 하고, 물속에서 보던 눈으로 육상에서 봐야 했다. 얕은 바다에 익숙하던 몸이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견디게 변해야 했고, 안정된 육지의 삶을 영위하던 팔다리는 높은 곳에 매달린 약한 나뭇가지의 불안한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새로운 세상에 맞게 자신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하여 마침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승리자가 된 것이다.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MID 진화 시리즈 <멸종> <짝짓기> 기억하시나요?

며칠 전, 그 진화 시리즈 완결편 출간 소식을 살짝 예고해드렸었는데요~


가장 빠르게! 그 완결편 <경계>를 받아보실 수 있는 이벤트를 들고 왔습니다.

9월 7일 출간되자마자 슈슈슝!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도서는 10명의 서평단을 모십니다.

1_36.gif 황금 같은 추석연휴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꼭(!)

 

기한 내에 서평 작성이 가능하신지 신중히 생각해보시고 신청 부탁드려요.

이번 도서는 서평단 모집 기간이 짧습니다.


 

 

 

 

'진화' 왠지 어려운 느낌인데 괜찮을까?

과학도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제가 샤샤샤 읽어보니,

저처럼 과학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읽기에 어렵지 않았답니다.


어떻게 경계를 넘고 멸종이 아닌 생존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는지!

다양한 식물과 동물의 이야기가 궁금하신다면~

수많은 사진과 그림으로 또다른 생명을 만나고 싶다면~

바로 <경계>를 읽어 보시길! 1_40.gif


최정예 서평단 10분을 모십니다.

모집기간은 9/2(금) - 9/6(화) 이고요.

9/7(수) 발표와 동시에 배송이 이루어집니다.


서평 마감일은 9/25(일)이며, 우수서평 마감일은 9/18(일)입니다.

9/18까지 서평을 남겨주신 분들 가운데, 우수서평자 한 분을 선정하여

EBS 진화시리즈 <멸종>과 <짝짓기>를 선물해드립니다. :)

(이미 소장하고 계시다면 다른 도서로 대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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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0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선정되어서 리뷰 보여주세요^^..

cyrus 2016-09-03 14:5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짝짓기>만 가지고 있어서 <멸종>과 <경계>가 필요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평단에 신청해보는데, 선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9-05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신청했어요 감사합니다^^

cyrus 2016-09-05 19:04   좋아요 0 | URL
꼭 선정되었으면 합니다. ^^
 

 

 

 

어젯밤에 북플로 글을 읽다가 시스템 오류로 보이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비로그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웃이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비로그인’이 쓴 글을 확인해보니까 비연님의 글이었습니다.

 

 

 

 

 

‘비로그인’의 글이 또 있었습니다. 이 글은 고양이라디오님이 썼어요.

 

 

 

 

 

 

 

이뿐만 아니라 ‘비로그인’이 ‘좋아요’를 누른 흔적, 댓글 작성자에도 ‘비로그인’으로 뜨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북플을 로그아웃한 뒤에 다시 로그인을 했습니다. ‘비로그인’ 상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알라딘 어플로 서재에 접속했는데, 여기서도 ‘비로그인’ 오류가 있었습니다. 글 제목만 봐도 숲노래님의 글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비로그인’ 상태의 글을 보려고 하면 알라딘 서재 메인 화면이 뜹니다. 그러니까 회원 계정으로 쓴 글이 ‘비로그인’ 상태의 '유령 글'로 처리되는 바람에 제가 글을 읽을 수 없었던 거죠.

 

 

 

 

 

 

북플 ‘친구 신청 및 초대’ 검색창에 ‘비로그인’을 입력하면 검색 결과에 ‘비로그인’이 뜹니다. 비로그인에게 ‘친구 신청’을 누르면 ‘즐겨찾는 서재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해요. 비로그인은 회원이 아닌 실체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친구 추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제 글이 ‘비로그인’ 상태로 ‘화재의 서재글’에 노출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면 존나 빡쳤을 겁니다. 저와 친구를 맺은 분만 제 글을 볼 수 있는 거고, 친구 아닌 회원은 글을 보지 못하는 거니까요. ‘전체 공개’로 설정한 상태로 쓴 글이 시스템 오류 때문에 ‘친구 공개’로 노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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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9-02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았어요. 북플 친구분이 쓴 글임에도 비로그인으로 표시되었습니다. 맞아요. 비연 님도 있었어요. 알라딘에 알려야 할 지 고민하다가 저녁약속 때문에 포기했어요. ^^;

cyrus 2016-09-02 11:28   좋아요 4 | URL
저만의 문제가 아니었군요. 목격자가 한 분이라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제가 서재지기 게시판에 알렸습니다. ^^

오거서 2016-09-02 11:32   좋아요 1 | URL
꼼꼼히 대처하시는군요. ^^

cyrus 2016-09-02 11:39   좋아요 2 | URL
시스템 오류는 빨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 시간대에 게시판에 글은 남겨야 합니다. 그래야 서재지기님이 게시판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어요. ^^

오거서 2016-09-02 12:05   좋아요 0 | URL
오류가 고쳐졌나 봅니다. 비연 님도 제대로 보이는군요. ^^

cyrus 2016-09-02 12:07   좋아요 0 | URL
네. 일시적인 오류 현상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정상적으로 비연님, 고양이라디오님의 글이 보였습니다.

yureka01 2016-09-02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헙 저도 비로그인 봤습니다..뭐지 했거든요...ㄷㄷㄷㄷ

cyrus 2016-09-02 11:29   좋아요 2 | URL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오류입니다. 저나 유레카님의 글이 `비로그인`으로 뜰 수 있으니까요. ㅎㅎㅎ

오거서 2016-09-02 11:33   좋아요 1 | URL
고생해서 쓴 글이 비로그인으로 보여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비연 2016-09-02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비로그인?!?!?!ㅠㅠ

stella.K 2016-09-02 12:32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제 서재에 비연님 댓글이 비로그인으로 되어 있어서
좀 의아했습니다. 근데 비연님도 모르고 있었군요.
근데 지금은 정상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cyrus 2016-09-02 12:44   좋아요 0 | URL
어제 비연님의 글이 오류 때문에 `친구 공개` 상태였습니다. ^^;;

syo 2016-09-02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비로그인님이 댓글을 다셨길래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느낌으로 북플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봤더니 고양이라디오님이시더라구요..... 헛걸 본 기분이었습니다.

cyrus 2016-09-02 14:40   좋아요 1 | URL
어제 유령 회원이 많이 보였습니다.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9-02 15:4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제가 비로그인으로 댓글 많이 달았습니다. 다시 로그인해도 계속 비로그인으로 뜨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6-09-02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또... 오류인 줄 모르고... 최근 인기글에 있는 어떤 분의 글을 클릭했더니 그 님의 서재로 가지 않고 도로 최근 인기글로 가기에 그 님이 최근 인기글에 공개되는 게 싫어서 그렇게 설정한 줄 알았어요. ㅋ

cyrus 2016-09-02 14:41   좋아요 1 | URL
저도요. 그거 보면서 황당했습니다. ㅎㅎㅎ

블랙겟타 2016-09-0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비로그인이 좋아요를 눌렀길래. 요즘엔 비로그인 상태도 ˝비로그인˝이라는 형태로 나오나? 라고 생각했다가 그저껜 ˝비로그인˝님(?)이 쓴글도 발견되고.. 비로그인이란 닉네임이 있었나..? 라고 저도 궁금했어요.

cyrus 2016-09-03 14:05   좋아요 0 | URL
북플에도 한 번씩은 버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 현실에서

 

 

 

평범한 알라딘 서재 글도 뮤즈가 될 수 있다. 특히 생각 거리를 심어주는 글은 또 다른 글을 위한 영감을 제공한다. 오늘 사월의책출판사 대표 안희곤 님이 페이스북 계정으로 쓴 글을 오거서(五車書)님의 소개로 읽었다. 필자의 단단한 사유와 정성이 묻어나 있는 글에 좋아요만 누르고, ‘잘 썼다라고 칭찬하면서 지나치기가 아깝다.

 

 

 

 

 

 

 

 

 

 

 

 

 

 

 

 

 

    

 

안희곤 대표의 글은 책 안 읽는 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여줬다. 그의 말대로 오늘날의 책은 책 좋아하는 덕후들만 위한 골수취미 상품이 되었다. 애서가들은 책 안 읽는 사람보다 유난히 책을 소중히 여긴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제작자나 소유자에게나 귀중한 물건이었다. 중세 사회에서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기독교 대중을 지배하던 두 계층, 즉 성직자와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속했다. 따라서 책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었다. 18세기에 들어 읽을거리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독자와 책의 관계는 훨씬 자유로워졌다. 이때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종이책의 전성기였다. 20세기 중반 이후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정보를 소유하는 사람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독자는 사용자라는 개념으로 변화한다. 사용자는 독자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독자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사용자는 꼭 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사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책만 읽는 사람이다. 진짜 독자는 종이책을 향한 애정이 강하다. 일단 책을 사서 보려고 한다. 반면 사용자는 읽는 것이 힘들어서 책을 사지 않는다. 원하는 지식 및 정보는 구글 같은 검색 도구에 찾으면 된다. 결국, 소수의 독자만이 종이책을 사서 모으는 덕후가 된다. 책은 책 덕후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이쯤 되면 책 안 읽는 사회가 정말 심각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데 안 대표가 너무나도 뻔한 문제를 강조하려고 길게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 안 읽는 현상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책을 무기로 삼은 가짜 식자들이 넘치는 현실이다. 책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책을 향한 애서가들의 뜨거운 열정만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열정을 파괴하는 차가운 광기도 흐른 적이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책은 귀족 같은 특권층의 전유물이라고 했다. 그들은 책(지식)뿐만 아니라 권력도 가졌다. , 책을 소유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권력자들은 책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자신들만 가지고 있던 지식의 무기가 피지배층의 손에 쥐어지면,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권력자는 진실을 가리거나, 더 편하고 쉬운 통치를 위해서 책을 없애기 시작했다. 권력자들은 종교, 국가, 미풍양속 등을 거스른다고 '위험한' 책들을 금서로 만들었다.

 

시대가 변하고, 권력 변동이 수차례 이루어지면서 이제 지식인들이 지식 권력자가 되었다. 국가 권력자들은 과거처럼 책을 가지지 않아도,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들을 대변하는 지식 권력자들이 있으니까. 지식 권력자들은 국가권력을 동원해서 자기 사상을 강요한다. 심지어 자신들의 이념과 다른 책을 금서로 지정한다. 진시황이나 히틀러의 시대에 있을 법한 일이 우리나라에도 일어났다. 이제는 교과서마저 마음대로 바꾸려고 시도한다.

 

지식을 왜곡하고, 자기 입맛대로 통제하는 이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바로 책이다. 안 대표는 독서로 키운 분별심이 대항적 지식이라고 말한다. 분별력은 올바른 시민 정신과 도덕적 행동을 위해 선약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옳고 그른 지식을 분별하는 능력이 없으면, 문제점을 날카롭게 포착한 비판이 비난으로 보이고,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국가 권력 및 지식 권력의 결점을 보지 못한다. 페미니스트가 쓴 책을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페미니즘을 남성을 위협하는 사상으로, 자본론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마르크시즘을 북한이 좋아하는 사상으로 여긴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책을 멀리하여 분별력이 없는 사람들이 편견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안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공감불능의 괴물로 변한다.

 

나는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올 거라는 낙관적 희망에 반대한다. 앞으로는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계속 나온다.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사회 전체가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책을 읽고 지식을 얻는 것은, 남을 업신여기기 위한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했던 말이다. 이 말에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책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책 읽은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 독서로 단련한 분별력은 보여주기식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제로 실천해야 한다. 안 대표의 글이 대충 읽으면 안 되고, 끝까지 정독해야 한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후반에 나와 있다. 반성 의식과 비판 의식을 키우지 않는 독서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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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01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분별할 수 없으니 음주 경찰청장도 나오는 시대가 된 거예요......
새로운 문맹자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ㄷㄷㄷㄷ

cyrus 2016-09-01 21:02   좋아요 1 | URL
요즘 시대가 이미지 텍스트가 대세라고 해도 문자 텍스트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간결하고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텍스트 읽기에 익숙해지면 문자 텍스트를 이해하는 반응 속도가 느려질 겁니다. 그렇다 보니 긴 글을 끝까지 못 읽고 말아요.

초딩 2016-09-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치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즐겁게 문맹의 길을 걷고 있어서 ㅜㅜ

cyrus 2016-09-02 10:37   좋아요 1 | URL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도서정가제 도입을 찬성했던 걸까요? ^^;;

transient-guest 2016-09-02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수는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cyrus 2016-09-02 10:38   좋아요 1 | URL
다수의 바보 때문에 이성을 가진 소수가 바보 소리 듣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ㅠㅠ


stella.K 2016-09-0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은 글이다.
책도 알고보면 가치중립적인 것 아니겠어?
칼을 누가 쥐느냐와 같은 거겠지.
이 책들 읽어보면 좋겠네.
이달의 페이퍼다!

cyrus 2016-09-02 14:42   좋아요 0 | URL
예스24로 책을 주문했는데 아직 안 왔어요. 2~3일 이내에 배송된다는데 늦으면 다음 주에 받을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6-09-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동화에서 보니 아버지가 아이에게 책을 읽지 말라며 컴퓨터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책을 읽는 건 시간 낭비라고 하더라고요. 긴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짧은 지식과 정보가 무슨 소용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건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힘이다, 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cyrus 2016-09-02 14:47   좋아요 0 | URL
실제로 아버지가 저런 얘기했으면 자녀 교육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겁니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부모와 같이 소리 내서 읽는 것이 아이 두뇌 발달에도 좋고, 친화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집에 아이 혼자서 책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자폐 증상이 보일 수도 있어요.

나뭇잎처럼 2016-09-07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로 단련한 분별력은 보여주기식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제로 실천해야 한다.˝ 밑줄 쫙 옆에 별표 치고 싶은 말입니다. 요즘 나오는 독서관련 책들을 보면 ˝많이 읽어서 성공하기˝인 책들이 많더군요. 안 읽는 것도, 군림하기 위해 많이 읽는 것도 모두 위험하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cyrus 2016-09-08 08:32   좋아요 0 | URL
독서를 `삶에 실천`하는 의미가 굉장히 어려워보여도 쉽게 생각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관점에만 치우치지 않기. 서로 상반된 양쪽 입장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의견을 드러내는 것. 살면서 겪는 이런 복잡한 상황들에 대처하려면 책을 잘 읽어야해요. 물론 책 많이 읽어도 편견에 사로잡히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