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키 단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고리키의 대표작 ‘첼카쉬’와 ‘이제르길 노파’의 일부 내용을 제멋대로 삭제한 번역본. 고리키 전공자가 고리키의 소설을 성의 없이 번역해서 더욱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톨스토이, 체호프보다 인지도에서 완전히 밀리고, 엉터리 번역으로 푸대접받는 고리키가 안습입니다. 번역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하고 싶으면 문학동네 출판사의 《은둔자》와 비교해보세요. 단, 자기 주변에 화기 도구가 있는지 잘 살펴보세요. 무성의한 번역본으로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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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3-0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stella.K 2016-03-0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화기도구! 오줌!ㅋㅋㅋㅋㅋ
그런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의외로 번역본이 많지 않더군.
민음사나 문동 같은 메이저 출판사에서 한 번 나올 법도한데
아직까지도 안 나오고 있다는 거야.
그나마 동서문화사판과 잘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가 고작인데
좀 이상하더군. <부활>아니 <안나 카레니나>는 나오면서 말야.

cyrus 2016-03-02 20:03   좋아요 0 | URL
제 생각인데 석영중, 박형규, 윤우섭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어야하는데, 번역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아요. 러시아어과 전공한다고 해서 번역가의 길을 가는 사람이 드물어요. 그러니까 번역 경험이 전무한 러시아어과 전공자가 번역을 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개시끼 2016-03-0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만지 책값도 비싼데...그렇군요ㅠㅠ

cyrus 2016-03-02 20:05   좋아요 0 | URL
지만지 출판사의 발췌 번역본 가격도 조금 비싸죠. 반면에 동서문화사는 저렴한 가격으로 어설픈 번역본을 내놓습니다. 책값이 싸다고 해서 책의 수준이 좋다고 볼 수 없어요. ^^;;

레삭매냐 2016-03-0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만지 발췌본은 정말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예 살 생각도 안하는 거죠 뭐.

cyrus 2016-03-03 17:56   좋아요 0 | URL
발췌본치고는 책값이 조금 비싸죠... ^^;;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보면 주인공 아드소가 수도원 장서관 내부에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거대한 미로로 묘사된 2차원의 장서관 내부는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화가이자 건축가인 피라네시의 스케치를 재현한 듯 수많은 계단과 다리로 복잡하게 얽힌 3차원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그 기이한 구조를 기억하는 독자들은 예의 장서관이라는 대상에서 대단히 폐쇄적이며 종교적 신비감과 더불어 뭔지 모를 중압감에 휩싸인 그 시대의 지식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장서관 풍경만 본다고 해서 중세의 텁텁한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이건 소설 일부에 불과하다. 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완성하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중세의 시대적 배경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종교적 지식을 쌓았으며 의학 공부도 새롭게 시작했다고 한다. 중세 철학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시 수사도들의 의상을 묘사하기 위해 몇 달간을 도서관에 파묻혀 지냈다. 《장미의 이름》은 중세 역사에 해박한 에코가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소설이다. 중세를 생생하게 복원한 《장미의 이름》을 읽어 보지 않고, 시공사 출판사의 ‘에코의 중세 컬렉션’에 눈독을 들이는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두꺼운 양의 책을 소화해낼 자신이 없으면, 《장미의 이름》 독서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건 에코를 위한 예의다. 왜 쉬운 길을 내버려두고 높이 솟아오른 산에 올라가려고만 하는가.

 

《장미의 이름》 1권의 ‘6시과’ 이야기는 윌리엄 수도사가 프란체스코회의 우베르티노 수도사를 만나는 장면이 핵심이다. 이전 장면은 아드소의 서술로 되어 있다. 윌리엄과 동행한 아드소는 우베르티노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교회 문전과 기둥 장식을 만난다. 아드소는 교회 장식물을 관찰하듯이 구경하면서 연신 감탄한다. 속독하는 독자들은 이 장면을 그냥 훌쩍 넘겼을 것이다. 사실 나도 예전에 이 장면을 주마간산으로 보기만 했다. 하지만 에코가 중세에 낯선 독자들을 엿 먹이려고, 혹은 일부러 책의 분량을 늘리려고 채워 넣은 것이 아니다. 즉, 교회 장식에 대한 아드소의 서술은 이 소설의 불필요한 장면이 절대로 아니다. 중세 기독교 도상학을 이해해야만 아드소처럼 중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아드소는 사자 형상이 새겨진 기둥의 인각을 발견한다. 그리고 사자 인각에 대한 인상을 서술하기 시작한다.

 

 

내 눈은 노인들의 발치에 장미꽃처럼 피어난 창들의 균형 잡힌 리듬에 따라 움직였고, 박공의 삼각면을 떠받치고 있는 중앙 기둥에 인각된 형상에 이르렀다. 무엇이었을까?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힌 듯, 한 덩어리로 어우러진 세 쌍의 사자가 전하려는 상징적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이들 사자는 뒷발을 대지에 박고 앞발로는 동료의 곱슬곱슬한 갈기를 그려쥔 채 이빨을 드러내고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는 형태로 덩굴 더미에 휩싸여 기둥의 몸체에 붙어 있었다. 이들 사자의 인각은, 악마적인 사자의 본성을 순치하여 보다 나은 존재로 변용시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2002년 구판 《장미의 이름》 1권 89쪽)

 

 

 

중세 사람들은 자연을 창조주가 만들어 낸 피조물로 여겼다. 그래서 중세 기독교도들은 동물이나 식물의 습성에 창조주가 부여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내용은 기독교적 상징으로 체계화되었고,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렇듯 아드소 역시 사자의 본성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으려고 탐색한다. 하지만 각각의 종파마다 자연 대상을 보는 시각에서 상반된 차이가 있었다. 전국 곳곳에 혼재된 기독교 상징들을 하나로 통일시켜 줄 ‘박식한 자’가 있어야 했다.

 

 

 

 

 

 

 

 

 

 

 

 

 

 

 

 

 

 

 

중세 사람들이 보고, 말했던 수많은 상징적 의미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책이 바로 《피지올로구스(Physiologus)》다. 피지올로구스는 ‘자연에 대해 박식한 자’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이 말은 원래 익명의 저자를 뜻하는 이름이었다. 판본이 수백 년 동안 보급되면서부터 책의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존한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피지올로구스는 5세기 무렵 에티오피아에 나온 판본이다.

 

기독교들은 피지올로구스를 통해서 하느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해로운 자연의 피조물을 분류하여 경계했다. 이들은 악마에 가까운 존재로 알려지게 된다. 아드소는 악마의 짐승들이 나열된 장식을 구경하게 되는데, 마치 무서운 환영을 목격한 것처럼 공포심을 느낀다.

 

 

악마의 우화집에 등장하는 모든 짐승들이 추기경 회의를 위해 모인 듯, 옥좌를 향해 영광의 노래(자신들에게는 패배를 뜻하는)를 부르며 옥좌를 보호하고 있다. 판 무리, 양성 동물들, 손가락이 여섯인 축생들, 세이네레스 무리, 켄타우로스 무리, 고르곤 세 자매, 하르피아이, 인쿠부스, 용어(龍漁) 무리, 미노타우로스, 스라소니, 표범, 키마이라, 콧구멍으로 불을 뿜는 카이노팔레스, 악어, 꼬리가 여럿이고 몸에 털이 난 도마뱀 무리, 도롱뇽, 뿔 달린 살모사, 거북이, 구렁이, 등에 이빨이 나 있는 양두수(兩頭數), 하이에나, 수달, 까마귀, 톱니 뿔이 달린 물 파리, 개구리, 그리폰, 원숭이, 루크로타, 만티코라, 독수리, 파란드로스, 족제비, 용, 후투티, 올빼미, 바실리스크, 최면충(催眠蟲), 긴귀곰, 지네, 전갈, 도마뱀, 고래, 두더지, 올빼미도마뱀, 쌍동(雙胴) 오징어, 디프사스, 녹색 도마뱀, 방어, 문어, 곰치, 바다거북. 이 모든 동물의 무리가 한 동아리가 되어 득실거리고 있었다.

 

(2002년 구판 《장미의 이름》 1권 91~92쪽)

 

 

이름이 생소한 짐승의 정체가 궁금한 분은 《장미의 이름》 1권의 주석을 참고하면 된다. 악마의 우화집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나온다. 도마뱀, 올빼미, 독수리, 표범, 고래, 족제비, 수달, 까마귀, 개구리 등이 있다. 야행성 동물인 올빼미는 흔히 악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지올로구스는 어두운 밤에 사는 올빼미의 습성을 어둠 속에서 헤매는 신자들을 인도하는 예수의 모습으로 이해했다. 표범은 잔꾀가 많은 사악한 짐승으로 알려졌지만, 피지올로구스는 표범의 용맹함을 예수의 상징으로 삼았다. 고래는 순진한 사람들을 유혹하는 향기를 내뿜는 사악한 괴물로 봤다. 개구리는 탐욕에 환장하면서 뛰어드는 타락한 인간을 상징했다. 동양에서는 원숭이를 신성한 동물로 여겼지만, 서양에서는 거의 악마로 취급받았다. 피지올로구스는 원숭이를 마귀가 하는 일을 똑같이 하는 존재로 설명했다. 이처럼 《장미의 이름》에 언급되는 동물들과 피지올로구스의 도상학을 같이 비교해보면 상징 해석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장미의 이름》뿐만 아니라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 혹은 중세 문학을 읽을 때 기본적인 도상학 지식을 알고 있으면 본문에 나오는 종교적 상징들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장미의 이름》 속에는 중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암호처럼 숨겨져 있다. 우린 소설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에코의 암호를 발견하지 못한 채 ‘다 읽은 척’ 자랑했다. 줄거리는 다 알고 있어도, 에코가 텍스트 속에 숨겨놓은 상징들을 반 정도 이해하지 못했다. 《장미의 이름》은 한 번 다 읽고 마는 소설이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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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2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도 먼저 봤습니다..실감나더군요..중세의 수도원 ㄷㄷㄷ그 침울한 기분....ㄷㄷㄷ

cyrus 2016-02-26 18:19   좋아요 1 | URL
영화를 지금까지 총 세 번 봤습니다. 영화를 못봤으면 장미의 이름을 다 읽은 척 자랑하지 못했을 겁니다. ㅎㅎㅎ

책한엄마 2016-02-26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 있지만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소설이죠.다 읽고 나서도 작가가 숨겨 놓은 보물찾기로 결국 소장할 수 밖에 없는 책인가 봐요.저도 빨리 중세 시대에 빠져들고 싶어요.^^

cyrus 2016-02-26 18:20   좋아요 2 | URL
`보물찾기`, 아주 적절한 비유입니다. 이래서 에코의 소설은 아무리 어려워도 읽고 싶어지게 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

서니데이 2016-02-2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cyrus 2016-02-26 20:29   좋아요 1 | URL
주말 잘 보내세요. ^^

2016-02-2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을 읽다가 이 비기하학적인 두뇌로는 장서관의 구조가 도무지 생생하게 떠오르지 않아서 영화를 부랴부랴 찾아 봤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얼마나 답답하고 궁금하던지...

cyrus 2016-02-26 20:31   좋아요 0 | URL
저도요. 5년 전까지만 해도 <장미의 이름> 1권도 다 못 읽었어요. 그러다가 영화를 먼저 봤어요. 소설을 다 읽기 전에 영화로 결말을 다 알게 되었어요. 미로의 도서관을 영상으로 직접 보고 싶었어요. ^^

fledgling 2016-02-27 23:50   좋아요 0 | URL
저도 책보고나서 영화를 한 번봤는데 영화는 도서관 미로를 완벽히 재현한 것 같지는 않던데요. 책과 비교해봐야겠지만 영화는 좀더 단순화한 것처럼 느꼈네요. 제한된 공간에서 책과 완벽히 구현하기는 힘드니...

cyrus 2016-02-28 17:20   좋아요 0 | URL
To. fledgling님 /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소설 속 묘사와 영화 장면을 비교해본 적이 없어서 차이가 나는 줄 몰랐습니다. ^^;;

alummii 2016-02-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있었는 줄 몰랐네요~~^^많이 배우고 가요~장미의 이름 어렵다던데 저도 조심스럽게 시작해봐야겠어요 평생 다섯번 읽으면 반 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ㅎㅎ

cyrus 2016-02-26 20:32   좋아요 0 | URL
읽다가 중도 포기한 것까지 합하면 저는 <장미의 이름>을 열 번 이상 펼쳐봤어요. <푸코의 진자>와 <전날의 섬>은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

달팽이개미 2016-02-2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으니 장미의 이름을 감히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요ㅠ 무섭;;두렵;; 그러네요..하..;

cyrus 2016-02-27 17:29   좋아요 1 | URL
어떤 독자는 《장미의 이름》이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보다 내용이 쉬운 편이라고 평가했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한 번 도전해보세요. 읽을수록 에코의 해박한 지식 수준에 감탄하게 됩니다. ^^

yamoo 2016-02-2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을 읽은 것만으로도 추천!
이런 멋진 리뷰를 남겨준 거에는 추천 10개!^^

cyrus 2016-02-28 17:22   좋아요 0 | URL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글입니다. 생소한 책이 소개된 내용인데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레삭매냐 2016-03-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 번 <장미의 이름>을 읽고 싶은데
쉽사리 도전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이 영화를 한 번 보고 싶어서 오만 비디
오방을 다 뒤졌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는 책보다
훨씬 못했죠.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아마도.

cyrus 2016-03-03 17:57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속 도서관 장면만 제외하면 나머진 보통이었습니다.
 

 

 

 

 

 

 

 

 

 

 

 

 

영국의 전래 동요 모음집 《마더 구스의 노래》에는 흥미로운 내용의 동요가 많다. 나 혼자 알기가 너무 아쉬워서 잘 알려지지 않은 동요 몇 편 소개해본다. 출처는 1996년 팬더북 출판사의 《마더 구즈의 노래》다.

 

 

 


* Little Tommy Tucker (리틀 토미 터커)

 

Little Tom Tucker

  Sings for his supper.

What shall we give him?

  White bread and butter.

How shall he cut it

  Without a knife?

How will he be married

  Without a wife?

 

리틀 토미 터커

  노래를 불러야 저녁을 주지.

무엇을 먹을 건가?

  흰 빵에 버터를 발라서.

어떻게 그걸 자를 건가,

  나이프도 없는데?

어떻게 부부가 될 건가,

  아내도 없는데?

 

 


아~ 나이프도 없고, 아내도 없고,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그런데 이 동요, 잘 보면 성적 코드가 숨겨져 있다. 프로이트 식으로 해석하면 칼(knife)은 성기다. 그런데 토미 터커는 성기가 없거나 있어도 작았을 것(little)이다. 내가! 내가! 고자라니! 고자는 어떻게 부부가 될 수 있는 건데? 아내를 만날 수 없다. 아내가 있어도 그녀를 만족하게 해줄 수 없는데? 그래서 주인공은 ‘그것’이 작은 토미 터커였다.

 

 

 


* Three wise men of Gotham (고담의 세 명의 현자)


Three wise men of Gotham,

They went to sea in a bowl,

And if the bowl had been stronger,

My song had been longer.


고담의 세 명의 현자,

주발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주발이 조금만 더 단단했다면

내 노래도 계속되었을 텐데.

 


고담대구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동요다. 고담은 뉴욕 시의 별명, 만화 <배트맨>의 배경 도시로 많이 알려졌다. 원래는 바보들만 사는 영국의 마을 이름이었다. 그런데 고담은 진짜 바보들만 잔뜩 모여 있는 이상한 마을이 아니었다. 고담 마을 사람들의 바보 행세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바보인 척한 것이다.


영국의 존 왕(1166~1216)은 고담을 관통하는 큰 도로를 건설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로를 건설하려면 고담 마을 주민들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마을 주민들은 ‘도로 건설 결사반대 모임’을 만든다. 그들은 일하지 않으려고 바보처럼 행동했다. 마을 주민들의 집단행동에 왕은 백기를 들었고, 결국에는 고담 마을을 우회해 도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은 19세기 초 뉴욕 시민을 비유해 처음으로 ‘고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구 어르신들이 조금만 더 생각이 있었다면 새누리당의 쾌재가 멈추었을 텐데.

 

 

 


* Taffy was a Welshman (타피는 웨일스 사람)


Taffy was a Welshman, Taffy was a thief;

Taffy came to my house and stole a leg of beef;

I went to Taffy's house and Taffy was in bed;

So I picked up the Gerry pot and hit him on the head.

Taffy was a Welshman, Taffy was a thief;

Taffy came to my house and stole a piece of beef;

I went to Taffy's house, Taffy wasn't in;

I jumped upon his Sunday hat and poked it with a pin.

Taffy was a Welshman, Taffy was a sham;

Taffy came to my house and stole a piece of lamb;

I went to Taffy's house, Taffy was away,

I stuffed his socks with sawdust and filled his shoes with clay.

Taffy was a Welshman, Taffy was a cheat,

Taffy came to my house, and stole a piece of meat;

I went to Taffy's house, Taffy was not there,

I hung his coat and trousers to roast before a fire.


타피는 웨일스 사람, 타피는 도둑.

우리 집에 와서 쇠고기 한 덩어리를 훔쳐 갔다.

타피의 집에 갔더니 타피는 없었다.

타피가 우리 집에 와서 도가니 하나 훔쳐 갔다.

타피의 집에 갔더니 타피는 안에 없었다.

타피가 우리 집에 와서 밀방망이를 훔쳐 갔다.

타피의 집에 갔더니 타피가 자고 있었다.

나는 부삽을 집어 들어 그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17~18세기 영국의 농부는 가난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이웃의 양식을 훔치는 도둑이 되거나 여행하는 방랑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강도가 되었다. 타피는 이웃의 물건을 상습적으로 훔치다가 끝내 이웃의 부삽을 맞고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빈곤의 그늘이 만들어 낸 암울한 시대상이 반영된 동요다.

 


타피 대신에 ‘웨일스의 전설’을 대입해서 노가바를 한 번 만들어봤다.

 

 

긱스는 웨일스 사람, 긱스는 도둑.

우리 집에 와서 내 여자 친구를 훔쳐 갔다.

긱스의 집에 갔더니 긱스는 없었다.

긱스가 우리 집에 와서 내 행복을 훔쳐 갔다.

긱스의 집에 갔더니 긱스는 안에 없었다.

긱스의 집에 갔더니 긱스가 젊은 여자와 함께 자고 있었다.

나는 부삽을 들어 내 형의 머리를 후려쳤다.

 

 

※ 라이언 긱스는 웨일스 출신의 축구선수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 생활을 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현재 친정 팀의 수석 코치로 활동 중이다. 선수 시절의 경력과 업적은 화려하나 선수 말미에 일어난 불륜 스캔들 때문에 완벽했던 명성에 한순간 금이 가고 말았다. 동생의 아내와의 불륜이 발각되어 막장 선수로 조롱을 받았다. 긱스의 막장 불륜에 군침을 흘리던 황색언론들은 긱스가 장모(!)까지 탐했다는 찌라시를 퍼뜨리기까지 했다. 재미로 만든 것뿐이니 긱스를 좋아하는 축구 팬들이 노가바 때문에 화를 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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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5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5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2-15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더구스에상상을초월할내용들이 많습니다. 영어환경에 노출시킨다고 그냥 틀어놓을 노래들은 아닌것이 많구요. 명작동화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면서 왜 이런 노래에는 무방비일까요. . . .

cyrus 2016-02-15 23:1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나중에 그점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영감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천진난만한 탕녀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조민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 L’ingenue libertine (1909년 작)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는 네 편의 소설로 이루어진 <클로딘 시리즈>를 발표하여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재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독자들도 있었다. 콜레트가 남편의 필명으로 <클로딘 시리즈>를 발표한 것이 문제였다. 여성의 글쓰기를 인정할 수 없었던 보수적인 독자들은 콜레트의 실력을 믿지 않았다. 콜레트가 작가인 남편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썼을 거라는 추측성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콜레트는 파리 사회의 차가운 냉대를 견뎌 냈다. 이런 와중에 남편은 그녀의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편은 콜레트에게 <클로딘 시리즈>에 견줄만한 작품을 써내라고 강요에 가까운 제안을 했다. 콜레트는 자신이 재주를 부리고, 남편에게만 명성이 쏠리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콜레트는 1906년에 남편과 이혼한다. 싱글이 된 콜레트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천진난만한 탕녀(L’ingenue libertine)》(줄여서 ‘탕녀’)를 발표한다. 1904년 발표작 <민느(Minne)>와 이듬해에 나온 <민느의 방황(Les égarements de Minne)>을 합쳐서 새롭게 수정한 것이다. 콜레트는 《탕녀》가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콜레트는 그동안 억눌렸던 표현의 열망을 펜의 잉크 속에 응축시켜 《탕녀》에 마음껏 쏟아 부었다.

 

주인공 민느는 열다섯 살의 사춘기 소녀다. 몽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도발적인 발언과 행동을 하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다. 민느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란 소녀지만, 풋풋한 목가적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강렬한 쾌락이 느껴지는 위험한 사랑을 꿈꾼다. 소녀의 이상형은 살인 전과가 있는 불량배 패거리의 두목. 소녀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증을 몽상으로 해소한다. 민느보다 세 살 많은 사촌 앙투안은 민느와의 성격과 정반대다. 앙투안은 민느를 짝사랑하여 조심스럽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한다. 그러나 민느는 늦은 밤에 몰래 약혼자를 만나고 다닌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퇴짜를 놓는다. 민느는 짜릿한 쾌락을 주는 사랑을 원할수록 몽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에 빠진다. 여기까지가 책의 1부로 구성된 <민느>의 줄거리다.

 

책의 2부 <민느의 방황>은 정식으로 부부가 된 민느와 앙투안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민느는 사랑의 쾌락을 누리고 싶어 한다. 앙투안과의 결혼 생활 2년 사이에 세 명의 정부를 만나고 다녔다. 정숙한 아내를 원하는 앙투안은 민느의 바람기를 어느 정도인지 잘 알면서도 불만을 꾹 참고 있다. 한편으로 민느가 사춘기 시절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민느는 남편 몰래 자크 쿠데르크 남작이라는 정부를 만난다. 남작은 민느보다 어린 스물 두 살의 젊은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질투심이 많고, 애정 욕구가 강한 편이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이 민느에게 구애를 해보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민느는 ‘어른아이’ 같은 남작을 좋아할 단순한 여자가 아니다. 남작은 민느의 쾌락을 채워주는 성적 노리개에 불과하다. 민느는 나체 상태로 젊은 정부를 유혹하여 노리개로 전락한 육체를 마음껏 유린한다.

 

<민느의 방황>은 <민느>보다 대담한 표현과 묘사가 많다. <민느>가 시골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소설이라면 <민느의 방황>은 도시적 관능에 익숙해진 세속적인 작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두 작품에 나타나는 민느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그것은 성숙한 에로스(Eros)다. 여기서 말하는 에로스는 성적 욕망이 형성된 육체적 사랑이 아니다. 사랑받으려는 대상의 영혼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아름답게 해주는 진실한 감정을 의미한다. 성숙한 에로스가 결여된 성적 대상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오로지 쾌락만 좇을 뿐이다. 성숙한 에로스의 손길을 받지 못한 민느는 이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다. 그리고 에로스의 부재를 견디지 못해 평범한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낀다. 이를 참지 못해 자신의 이상형에 환상만 가득 부여한다. 이러한 민느의 태도는 플로베르가 만들어 낸 마담 보바리(Madame Bovary)와 유사하다. 그러나 두 여자의 결말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마담 보바리는 진실성 없는 사랑에 집착하는 바람에 불행한 파멸에 이른다. 민느는 쾌락으로만 수렴되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제기한 끝에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에로스가 어디 있는지 깨닫는다.

 

민느가 성숙한 에로스를 만나기까지 방황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나라 정서상 맞지 않을 수 있다. 민느는 탕녀가 맞다. 그렇지만 변덕스럽고 자유분방한 여주인공의 성격과 ‘탕녀’라는 단어만 보고 벌써부터 눈살을 찌푸리는 반응은 곤란하다. 노골적인 묘사만 가지고 《탕녀》의 작품성을 인정하지 않는 독자가 있다면, 《마담 보바리》가 처음 나왔던 1857년 프랑스로 가보길 권한다. 그러면 《마담 보바리》를 부도덕한 소설로 여기는 비평가들이 당신을 작품 보는 안목이 있는 독자라고 치켜세울 것이다. 《마담 보바리》와 마찬가지로 《탕녀》도 여성의 쾌락에만 중점을 둔 소설이 아니다. 여성이 진정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탐색하는 소설이다. 자주 읽어서 너무나도 뻔한 마담 보바리의 상실감이 지겹다면, 이제부터《탕녀》를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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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2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1-28 12: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프랑스 출신 여성 작가의 이름을 아는 대로 대본다. 조르주 상드, 시몬 드 보부아르, 프랑수아즈 사강. 이 작가들은 작품뿐만 아니라 사생활도 유명했다. 상드는 음악가 쇼팽과 시인 뮈셰를 치명적인 사랑의 열병에 앓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남장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다니는 여성해방론자였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 생활을 했다. 사강은 말년에 마약 복용 혐의를 받게 되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탈세 혐의로 벌금형과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그녀들의 파격적인 행보를 기억한다. 소수만이 그녀들의 거침없는 성격을 손가락질하고 있지만, 지금은 시대를 앞서간 진취적인 행동으로 기억한다. 덤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애독하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왜 이 작가를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까? 만약 이 작가의 이름을 대고, 아느냐고 물어보면 태반이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 작가도 상드, 보부아르, 사강만큼이나 대중 앞에서 튀는 인생을 살다 갔다. 그녀는 자신의 별스러운 성격과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성격 탓에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성사회의 풍습을 거부하는 날 것 그대로의 여자였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그녀는 파리를 활보하는 여자 목신(牧神)이었다.

 

콜레트는 1873년 해군 장교인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을 지닌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한 작가는 발자크였다. 풍부한 독서 덕분에 콜레트는 글쓰기에 관심을 끌게 된다. 그녀는 스무 살에 작가 겸 문학비평가인 앙리 고티에 빌라르와 결혼한다. 이때부터 그녀는 파리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콜레트의 글쓰기 실력을 눈여겨봤다. 그러나 그 당시 보수적인 파리 문단은 여성의 글쓰기를 관대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1900년 콜레트는 남편의 필명 윌리(Willy)’를 빌려서 자신의 첫 작품 <클로딘의 학교생활(Claudine à l’école)>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콜레트 자신의 소녀 시절을 모티프로 한 자서전적인 소설이었다. 첫 작품이 발표되자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편은 콜레트에게 클로딘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더 써내라고 강요한다. 1901<파리의 클로딘(Claudine à Paris)>, 1902<클로딘의 결혼생활(Claudine enménage)>, 1903<떠나는 클로딘(Claudine s’en va)>을 연달아 발표한다. 이 네 작품은 클로딘 시리즈로 붙여져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콜레트는 자신의 작업에 실망한다. 자신이 쓴 작품들이 남편의 필명 단독으로 알려지는 상황이 못마땅한 것이다. 콜레트에게 남편은 자신의 삶을 어둡게 하는 그늘 같은 존재였다. 클로딘 시리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던 무렵에 몇 몇 비평가들이 클로딘 시리즈의 저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은 남성인 윌리가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문체를 완벽하게 쓸 수 없다고 봤다. 클로딘 시리즈의 진짜 저자가 유명 문학비평가의 아내인 콜레트라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악소문은 콜레트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콜레트의 글쓰기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편의 도움을 받으면서 글을 썼을 거라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아야 했다.

 

 

 

 

콜레트는 남편의 그늘에 벗어나 독립적인 작가가 되고 싶었다. 1906년에 앙리와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를 더 이상 남편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콜레트는 생계를 위해 뮤직홀의 배우가 된다. 몸은 무대 위에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작가의 꿈만 바라보고 있었다. 클로딘 시리즈를 완결하는 <쓸쓸한 은거(La Retraite Sentimentale)>, <민느(Minne)><민느의 방황(Les égarements de Minne)>을 합쳐서 수정한 천진난만한 탕녀(L'ingenue libertine)를 출간한다. 이 작품들 모두 콜레트의 이름으로 나왔다.

 

1912년에 잡지 편집장 앙리 주브넬과 결혼한다. 콜레트는 남편이 운영하는 잡지의 문학지면 집필을 담당했다. 콜레트는 무대 생활을 접고 마음껏 글을 쓸 수 있었다. 마흔 살의 콜레트는 자신보다 스물네 살이나 어린 연하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하필이면 콜레트가 좋아하는 연하남은 앙리 주브넬과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콜레트는 5년 동안 자신의 의붓아들과 연애했다. 결국 두 번째 결혼 생활도 오래 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콜레트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비난했다

 

 

 

 

 

목신으로 분장한 콜레트

(머리 위에 있는 뿔은 합성이 아니다)

 

 

 

앙리 주브넬을 만나기 전에도 이미 콜레트는 기성사회의 윤리 규범을 거부하는 행동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콜레트는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을 만난다. 미시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여자는 콜레트의 레즈비언 파트너였다. 미시도 조르주 상드처럼 남장으로 외출했고, 시가를 피웠다. 콜레트는 그녀에게 반했고, 미시의 도움으로 무대 배우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콜레트는 무언극 무대에 올라 목신을 연기했다. 야성적 본능이 넘치는 콜레트의 성격에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콜레트가 출연한 무언극은 관객의 반응을 얻는 데 성공한다.

 

 

 

 

 

가슴 노출의 무대 공연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자,

콜레트는 한쪽 가슴만 드러낸 채 무대 위에 오른다.

(대단한 집념의 여자)

 

 

승승장구한 콜레트는 미시를 설득하여 자신과 함께 무언극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된다. 콜레트와 미시가 함께 무대에 오른 무언극 작품 제목은 <이집트의 꿈>이었다. 콜레트는 미라로, 미시는 미라를 부활시키는 남성 고고학자로 분장했다. 공연이 상당히 에로틱한 장면으로 진행되었다. 콜레트는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무대 위에 올랐는데, 고고학자 역의 미시가 콜레트의 몸을 감싼 붕대를 천천히 푼다. 콜레트는 거의 반나체 상태가 된다. 보수적인 관객들은 두 사람의 공연 행위에 불만을 품고 야유를 보냈다. 가까스로 공연을 끝내고, 콜레트가 감사의 의미로 미시에게 키스했다. 이들의 사소한 행동은 음란한 공연에 성이 잔뜩 난 관객들의 마음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관객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언론들은 레즈비언 스캔들을 비난했다. 그 당시에 동성애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식되고 있었다. 콜레트는 좋든 싫든 간에 자신에게 시선을 향한 대중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녀는 대범한 행동을 한다. 이번에 가슴을 노출하는 무대 의상을 입고 공연을 진행했다. 콜레트는 스트립 댄스에 가까운 벨리 댄스를 선보였다.

 

 

 

 

 

모리스 구드케와 함께 있는 콜레트

 

    

 

두 번의 이혼, 근친상간, 레즈비언, 파격적인 무대 매너 등 숱한 염문을 뿌리고 다닌 콜레트는 1935년 연하남 모리스 구드케와 결혼한다. 모리스는 그녀의 성격을 이해해주었고, 그녀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도록 저택을 마련해주었다. 안락한 저택에서 그녀는 암고양이와 암컷 불테리어와 함께 지냈다. 콜레트는 파리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악명 높은 여성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끝까지 남편으로부터 보호받는 관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도 말년에 이르게 되면서 콜레트는 파리의 문제아가 아닌 작가로 당당히 인정받게 된다. 그녀는 1945년 공쿠르 아카데미 회원, 1949년에는 아카데미 회장이 되었다. 바람기 많은 발자크도 하지 못했던 아카데미 회장직을 콜레트가 한 것이다. 겹경사로 레지옹도뇌르 훈장까지 받는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다가 1954년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 윌리와 함께한 콜레트의 초기 소설들은 작가의 자서전적 성격이 짙다. 윌리와 결별한 이후부터 여성의 관능적 본성 및 세밀한 심리적 변화 묘사가 많은 성숙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녀의 소설 속에는 콜레트 자신이 몸담은 파리 화류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윤리라는 허위 속에 가려진 파리 사람들의 야성적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등장인물들의 감성을 날카롭게 포착한 문체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라면 콜레트의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다.

 

 

 

 

 

 

 

 

 

 

 

 

 

 

 

국내에 번역된 콜레트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클로딘은 <쓸쓸한 은거>를 마지막으로 애증이 많은 클로딘 시리즈를 끝낸다. 1922년에 <클로딘의 집(La Maison de Claudine)>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클로딘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다.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추천작품으로 선정되었다.

 

    

 

 

 

 

 

 

 

 

 

 

 

 

 

 

 

  

* Minne (1904)

민느

 

* Les égarements de Minne (1905)

민느의 방황

 

1909년에 이 두 작품을 합친 천진난만한 탕녀(L'ingenue libertine) 출간

조민정 역 / 문학동네 (2000)

 

 

 

 

 

* La Retraite Sentimentale (1907)

쓸쓸한 은거 (지지 외수록) 고혜영 역 / 학원사 (1983, 절판)

 

 

 

 

 

 

 

 

 

 

 

 

 

 

 

  

* La Vagabonde (1910)

바가봉드허경은 역 / 예전사 (1993, 절판)

방랑하는 여인 이지순 역 / 지만지 (2013)

    

 

* Chéri (1920)

셰리 (지지 외수록) 윤동진 역 / 학원사 (1983, 절판)

2010년 영화화

 

 

 

 

 

 

 

 

 

 

 

 

 

 

    

 

* Le Blé en herbe (1923)

사랑에 눈뜰 때민희식 역 / 문학출판사 (1973, 절판)

청맥김용숙 역 / 정음사 (1976, 절판)

청맥 (청맥 / 벨라 비스타수록) 조규철 역 / 을유문화사 (1995)

사랑에 눈뜰 때 민희식 역 / 큰글 (2012)

    

 

 

 

 

 

 

 

 

 

 

 

 

 

 

 

 

* La Naissance du Jour (1928)

여명 (지지 외수록) 윤동진 역 / 학원사 (1983, 절판)

여명 송기정 역 / 문학동네 (2010)

 

 

 

 

 

 

 

 

 

 

 

 

 

 

 

 

 

* La Chatte (1933)

암고양이 임미경 역 / 창비 (2013)

    

 

* Bella Vista (1937)

벨라 비스타 (청맥 / 벨라 비스타수록) 조규철 역 / 을유문화사 (1995)

    

 

* Gigi (1944)

지지 (지지 외수록) 고혜영 역 / 학원사 (1983, 절판)

1988년 우리나라에 연극으로 공연된 적이 있음

 

    

 

 

* 원제목이 불분명한 번역본

거울 속의 연인예가출판사 (1990, 절판)

참사랑의 수채화예가출판사 (1990, 절판)

 

 

 

 

 

 

 

* 작가의 일대기를 그린 1991년 작 영화 <꼴레뜨>가 있다. 1992년 국내에 개봉되었다. 이 시기에 영화를 소설화한 책이 영화 동명 제목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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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1-2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이러스 님 글의 장점은 새로운 정보를 새롭게 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호..

cyrus 2016-01-27 10:10   좋아요 0 | URL
이미 로쟈님이 이 작가를 소개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로쟈님의 글에 없는 내용을 새로 추가했을 뿐입니다.

stella.K 2016-01-26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 이건 정말 영화감이야. 안 그래도 영화로 만들어졌군.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사강이 했던 말이었구나.
김영하가 했다고 박박 우기면 어쩔 뻔했어?ㅎㅎㅎ

cyrus 2016-01-27 10:14   좋아요 0 | URL
2004년에 사강이 세상을 떠났어요. 저는 그때서야 말의 출처를 처음 알았어요. 소설 제목이 유명해서 사강이 했던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yamoo 2016-01-2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탕녀>와 <여명>을 사야 것습니다..ㅎㅎ

저도 곰발 님 생각에 한표~!

cyrus 2016-01-27 10:23   좋아요 0 | URL
《천진난만한 탕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민느라는 여주인공이 사춘기 시절에 본능에 눈을 뜨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성격이 `야성녀`에 가깝습니다.  민느는 유부녀가 되어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는 사랑을 찾으려고 남편 몰래 정부를 만나 외도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마담 보바리와 조금 비슷한 인물입니다. 남편은 민느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에 불만을 품습니다. 남편과 민느 사이에 이루어지는 미묘한 심리적 갈등 묘사가 일품입니다. 이 작품이 2000년에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여명》보다 덜 알려졌습니다. 절판되지 않은 게 신기합니다. ^^;;

책벌레 2016-01-26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콜레트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cyrus 2016-01-27 10:26   좋아요 0 | URL
콜레트를 소개하는 책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알기로는 콜레트의 삶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으로는 《일곱 명의 여자》가 유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