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무렵. 복도에서 타부서 임원을 마주쳤다. 임원님은 본인 부서에 뭔가 일거리를 주고 나오신 모양이었다. 나를 보고는 약간 멋적게 웃으시며 '야근 시켜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란다. 이 부서는 야근이 잦다. 지난번에도 임원님께 금요일인데 일찍 좀 보내주세요, 퇴근 좀 일찍 좀 시켜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나의 말따위..여튼 어제도 그 말을 임원분이 나에게 하기가 무섭게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야근 시키지 말고 직원들 일찍 좀 보내주세요.



그러자 임원님은 '그러고 싶은데 일이 많아서' 라고 하시더라. 흥!


여튼 그리고 그 부서에 볼 일이 있어 찾아가니, 그중 K 사원이 '차장님!' 부르더니 양손 엄지를 치켜든다. 내가 웃으며 왜그래요, 라고 하다가 방금 임원과의 대화가 생각나서 '들었어요?' 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장님이 최고에요' 한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아침. 사무실 내 책상 위에는 이런 게 놓여있었다.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직원이 놓아둔 것이라 한다. 조낸 고마웠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런 거 겁나 잘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튼 그래서 다른 직원들이 내 밑에서 일하는 직원을 부러워하는가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좀 짱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에 상사 없으면 막 내 밑에 직원 집에 보내고 출근 안시키고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렇게 고칼의 간식을 주면 내가 고맙냐 안고맙냐. 하아- 내가 다이어트 중인데 이걸 어떻게 먹어. 그렇지만..날이 더워...곰팡이 필 지도 모르는데, 그냥 썩게 내버려 둘 순 없지. 먹을 거 상하게 하면 안돼, 나는 어쩔 수 없이, 정말이지 하는 수 없이, 진짜말이지 더는 다른 도리가 없으니까, 봉투를 뜯어 가지고서는, 그래도 다이어트 중이니까, 절반을 훅- 덜어서 다른 직원에게 건넸다. 


마시썽-




이 세상 상사들이 다 나만 같으면 이 세상이 훨씬 더 살기 좋아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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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07-0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장?

과장 아니었어요?ㅎㅎ

다락방 2015-07-09 12:24   좋아요 1 | URL
진급했죠. 세월은 흐르기 마련이니까요. ㅎㅎ

아무개 2015-07-0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말 술안주로 초코별 당첨!
아...오늘 회식이니까 고기먹고 가는 길에 사먹어야겠당 크흐흐

일본에서는 공무원부터 일찍 퇴근하기 제도를 시작했다고 해요.
4시반인가 그렇던데.
우리나라는 또 한 10년쯤 지나야 가능해지겠지요.

다락방 2015-07-09 14:40   좋아요 1 | URL
초코별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인가봐요. 세븐일레븐 마크가 봉투에 있었던 것 같아요. 천 원이라고 가격은 써있고요. 초코맛이 물씬물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는 10년이 지나도 불가하지 않을까요? 뭐가 됐든 뭘 하든, 대통령을 잘 뽑아야 돼요. -_-

무해한모리군 2015-07-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상사 인정 ㅎㅎㅎㅎ

다락방 2015-07-09 14:41   좋아요 0 | URL
오 감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5-07-0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과자 정말 사랑스럽네요. 초코별이라니!!!

다락방 2015-07-09 14:4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다 먹었숑!

세실 2015-07-09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나보다 더 멋진 상사로 인정합니다!
보슬비님ㅎ 달콤한 초코별에서 온 상사라니^^ 이뻐라~~~
그나저나 다요트 3킬로 빼는건 죽을만큼 힘들지만 3킬로 찌는건 한 순간이라는거...흑!

다락방 2015-07-09 15:46   좋아요 0 | URL
세실님이야말로 멋진 삶을 살고 멋진 직업을 갖고 계신 멋진 관장님이시죠. 히힛.

네, 그나저나 3킬로 빼는 건 어마어마하게 힘들지만 찌는건 겁나 쉽죠. 심지어 달콤하기까지 해요. 엉엉 ㅠㅠ

꼬마요정 2015-07-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ㅎㅎ 저도 초코별 받고 싶지만... 흠.. 혼자 씁쓸해집니다...

다락방 2015-07-09 15:47   좋아요 0 | URL
초코별을 받을 수 없다면 그냥 사 먹으면 됩니다!!! ㅎㅎㅎㅎㅎ

감은빛 2015-07-09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차장님이시군요~~

제 상급자도 저에게 늘 야근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회의시간에는 엄청난 양의 일을 던져주고,
평소에도 문자와 이메일과 카톡으로 일을 던집니다.
모든 일에는 마감시한이 있게 마련이죠.
이래놓고 야근하지 말라는 말은 왜 하는지 궁금합니다. ㅠㅠ

다락방 2015-07-09 15:48   좋아요 0 | URL
아니, 야근하지 말라면서 일을 주는 건 무슨 심뽀죠? -_-
문자랑 이메일, 카톡으로 일을 주다니...으르렁-
그 상사분은 어디가서 얘기하겠네요.
나는 우리 직원들 야근하지 말라고 해, 야근 안시켜.... 하아-


세상에 멋진 상사는 참 드문것 같아요, 감은빛님. ㅠㅠ

sijifs 2015-07-0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상사님입니다!!! 추천!!!

다락방 2015-07-09 15:4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가 멋진상사임을 인정합니다. 인정!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07-0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나 인기만점 다락방님^^

다락방 2015-07-09 16:10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5-07-0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하신 차장님..

다락방 2015-07-10 09:02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훌륭함에 가까이 닿은 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원한다면, 네가 원하는 때에















분쿄 구 센고쿠에 사는 평범한 주부인 내 처제(서른다섯 살)가 갑자기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닌다는 건, 솔직히 말해 그럴 필요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길거리에서 외국 사람이 뭘 물어보면 어떡해요"라는 게 그녀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유인데, 그런 경우를 과연 '필요'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정말 분간하기 어렵다. 일본도 세계화되고 있으니 그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도 옳은 말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다 외국 사람이 길을 물으면 그냥 "I'm sorry. I can't speak English"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싶다.

그리고 외국 사람이 길을 묻는 일은 삼 년에 한 번꼴도 없지 않나요?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지난 십 년 동안 외국 사람이 내게 길은 물은 적은 고작 한 번이다.)그 때문에 일부러 영어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시간을 심히 비경제적으로 쓰는 말이 아닐까?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인생에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자기 마음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또 지금 유행하는 유아 영어 교실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더군요. 우리 조카도 그런 데 다니고 "Thank you very much" "You are welcome" 하는 말을 조잘거리는데, 이게 필요한 것일까요? 어렸을 때의 어학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지만,평범한 여섯 살 아이가 왜 2개 국어를 해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모국어도 잘 못하는 어린아이가 표층적으로 2개 국어를 좀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재능이 있거나 혹은 필요가 생기면, 굳이 어린이 영어 교실에 다니지 않더라도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영어 회화쯤이야 반드시 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먼저 나라는 인간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모국어를 통한 진정한 회화가 거기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 회화 역시 거기서 시작 된다. (pp.150-151)



남동생 회사가 나의 회사 근처에 있어서 출퇴근 시에 남동생 차를 타고 함께 움직일 때가 있다. 보통은 퇴근때 라디오를 들으면서 같이 가곤 하는데, 최근에는 출근길에도 남동생 차를 타곤 한다. 남동생 차를 타면 책을 읽을 수 없고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는등의 활동을 일절 할 수 없지만, 십오분 쯤 더 침대에 누워 있어도 되고, 겁나 편안하다. 가장 큰 단점이 '내리기 싫다'는 정도. 내가 내려야 할 곳에 이르면 아, 내리기 싫다, 하고 절로 말하게 된다. 크- 그러다보니 항상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와도 회사에 도착하면 배고프곤 했는데, 그게 없어졌다. 이젠 사무실에 도착해도 배가 안고파...뭐, 이러다 잠시 후에 또 고프겠지만.. -0-


출근길에 남동생은 퇴근길과는 달리, EBS 의 영어교육방송을 틀어놓는다. 그러면 함께 그 방송을 듣게 되는데, 영어 공부야 뭐 평생의 숙제이니 내가 마다할 리가 없지만, 나는 오늘, 내가 영어로 듣는 것을 꽤 싫어한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나는 영어를 잘 듣는 사람도 잘 말하는 사람도 잘 읽는 사람도 아니다. 못하는 축에 가까울텐데, 그러다보니 영어로 구성된 문장을 들을라치면, 내 안의 집중력을 백프로 풀가동 시켜야 한다. 백프로 풀가동 시키면 백프로 이해가 되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그 중에서 내가 이해하는 건 한 30프로 정도 될까. 그나마도 가장 기본적인 단어들을 내가 알고 있기에 때려맞추는 식일텐데, 이 집중력 백프로 풀가동은 꽤 피곤한 일이다. 그러니까 나의 모국어로 누군가 말을 한다면, 나는 그 말에 백프로 풀가동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들리며 이해가 된다. 물론 다른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면 모국어라 할지언정 들리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다는 거다. 집중력 30-40프로만 가동하면 내가 때꾸할 수 있을만큼 내 안에 상대의 말이 닿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문장과 글자 자체'를 텍스트로 인식은 가능한 것. 잠깐 시간이 지난뒤에, 아 그거, 하면서 대꾸할 수 있다는 거다. 그렇지만 영어의 경우는 다르다. 영어는 집중력 백프로 풀가동을 해야 고작 30프로 정도가 무슨 뜻인지 이해될 뿐이고, 혹여라도 집중력을 70프로 정도로 맞춘다면 단어 몇 개만 들리는 정도이며 30-40프로로 낮춘다면 단어 하나 조차도 들리지 않는 채 그저 외계어만 된다.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한 단어의 나열.... 듣고 이해하고자 할 때마다 집중력을 풀가동 시켜야 한다는 건 진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이다. 뇌가 쪼개지는 것 같아... 그래서 옆에 앉아 같이 듣는 남동생에게, 야, 뭔 말인지 조금이라도 이해할라면 집중력 풀가동 시켜야 돼, 겁나 피곤하지 않냐, 하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던 오늘.



그 방송의 이름은 모르겠는데, 여튼 원어민 한명과 본토발음을 쓰는 (아마도)한국인 한 명이 또 영어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물론 한국어도 섞어서 한다. 왼쪽 모서리는 어떻게 말하면 될까요? 하면서. 나는 숫제 집중력을 0에 맞춰둔 채로 내 생각하기에 바쁘다. 저기에 있는 호프집은 수제맥주를 만드는구나, 칠봉이랑 가봐야겠다, 수제맥주가 요새 맛있지, 안주는 피자로 해야 되는데 씬피자가 낫겠어, 둘이 먹으면 두꺼운 건 너무 크잖아, 씬이면 페퍼로니지, 접어서 먹으면 손가락 뜨거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방송에서 갑자기 팝송이 들린다. 이 방송은 다음 코너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팝송을 틀어주는데 꼭 한 곡 완전히 틀어주질 않고 중간에 끄더라. 여튼 귀에 익은 팝송이 들리자 신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 이 노래나 계속 끝까지 틀어줬으면 좋겠다. 영어로 그만 씨부렁거리고.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이 노래 뭔데? 몰라. 그래서 나는 아이폰의 시리를 돌려 노래를 알아냈고, 이어 남동생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누나 이 영어들이 씨부렁거린다고 생각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 말 듣고 나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동안 이 영어 방송이 씨부렁거린다고 생각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란 인간 Orz



그나저나 시리가 찾아준 노래가 뭔지 링크할랬는데... 기억이 안난다. 시리가 찾아줬던 음악이란 걸 어떻게 다시 확인할 수 있지? 제기랄...



암튼 앞으로도 남동생 차를 타고 올것이냐 지하철을 탈것이냐는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지하철의 좋은점: 많이 걷는다, 소화가 잘된다, 책을 읽을 수 있다

남동생차의 좋은점: 편하다. 겁나 편하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인생 매 순간은 선택을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편한 걸 맛본 이상 편하지 않은 걸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데, 갑자기 미카 생각이 난다. 미카가 앨범이 잘 팔리고 성공한 가수가 되어 호텔에 머무르자, 그의 엄마가 '예술을 하는 사람이 편한 걸 알게되면 더이상 예술을 하기 힘들지 않겠냐' 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데(이렇게 저렴하게 말하진 않았고 정확한 워딩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머니의 그 말을 듣고 미카는 자신이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갔다 했다. 물론 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전혀, 전혀, 네버 없지만,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는 게 나에게 더 좋은 것 같고, 내 육체가 편히 쉬기 위해서는 남동생 차를 타는 게 나을 것 같으니. 아아- 나도 모르겠다. 내일 일은 또 내일 일어나봐서 생각하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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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7-0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옆부서 검열 나왔는데 한국여자가 영어 엄청 잘하네요.
아 나는 언제쯤 저렇게 영어로 씨부렁 거릴수 있을까요 흑흑흑흑

2.비가 오늘 날만 남동생차 타기는 어떻습니까?


다락방 2015-07-08 13:50   좋아요 0 | URL
오늘 영어방송 들으면서 들리는 발음대로 따라해보려 했지만 절대 안되더라고요. 야, 이 발음 왜 안되냐, 했더니 남동생이 안돼 안돼 라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영어는 영원한 숙제 ㅠㅠ

안그래도 내릴 때쯤 비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헐 우산도 없는데..했는데 남동생 차에 우산이 두 개나!! 그래서 한 개 들고 내렸어요. 편했어요. ㅠㅠ 게을러지기 딱 좋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apsyong 2015-07-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분과 사이가 참 좋으신듯 해요. 제 주위 남매들과는 아아주 많이 다르네요 ^^ 저라면 더운날 추운날 눈오는날 비오는날 동생차 탈 거 같아요 ㅋㅋ

다락방 2015-07-09 12:15   좋아요 0 | URL
아 네. 저는 남동생과 여동생과 엄청 친해요. 세상에서 제일 친해요. 삼남매가 막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그랬어요. ㅎㅎ 여동생은 술을 잘 안마시지만 남동생은 술을 저처럼 좋아해서, 각자 친구들 만날 때 막 같이 끼어서 놀기도 하고 그래요 ㅋㅋㅋㅋㅋ

오늘은 남동생이 회식 있어 차를 안가져간다고 해서 저는 대중교통을 차고 여느때처럼 출근했습니다. 힛.

blanca 2015-07-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남동생이랑 근처 회사라니 너무 행복하겠다, 부러워요.

다락방 2015-07-09 12:15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근처 밥집 공유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7-0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지하철은 좀 힘들어요.ㅎㅎ 땀도 많이 나고.. 언어는 걍 그 나라에 이민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듯..ㅎ

다락방 2015-07-09 12:15   좋아요 0 | URL
여름 지하철은 땀도 많이 나고 땀냄새도 많이 나고 ㅠㅠ
외국어가 이민가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면, 이민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가 없는 건가요. ㅠㅠㅠ

transient-guest 2015-07-10 05:35   좋아요 0 | URL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마시고, 조금씩 적셔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여기 온지도 오래되어서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5-07-0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승진하려면 영어점수를 내야하는데 저는 올해!!!! 내야해요 어쩌죠 ㅠ.ㅠ

저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갑자기 영어가 잘되요. 1. 술에 취했는데 눈앞에 멋진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 2. 굉장히 다급한 상황에 꼭 영어로 의사표현이 필요하다(화장실이 급하다거나) 이럴땐 왠지 모르겠는데 문법까지 완벽한 영어가 나와요.... 평소엔 정류장 어딨니?뭐 이런 질문에도 막 망설여 지는게 대답을 못한다는 --;;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왤까요????

다락방 2015-07-09 12:17   좋아요 0 | URL
저는 승진하기 위해 영어테스트를 보는 직장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지금 막 휘모리님 댓글 보고 듭니다. ㅠㅠ 만약 그랬으면 저는 계속 사원이었겠죠. 이나이가 되어도.. ㅠㅠ

저는 특정한 상황에서도 영어는 잘 안되고요, 외국 나가면 그냥 단어로만 얘기해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사실 먹을 거 먹고 탈 거 타고 마실 거 마실 수 있으니까 굳이 영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이만큼만 해도 살아지긴 한다...며. ( ˝)
 
[eBook] 섹스 매뉴얼 : 내 인생에 매뉴얼이 필요하다면 그건 섹스일지도 - 내 인생에 매뉴얼이 필요하다면 그건 섹스일지도
펠리시아 조폴 지음, 공민희 옮김, 폴 키플, 스카티 레이프스나이더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다 안읽고 쓰는 리뷰라 미안한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그냥 쓴다. 아마 다 안읽을 것 같아.)


일단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가장 필요한 매뉴얼이 섹스 매뉴얼이라는 생각 자체에는 동의한다. 포르노를 보고 실제 섹스도 그럴거라고 착각하는 것 보다야 기본적으로 신체 구조의 명칭부터 알아나가는 것은 더 건강한 섹스에 이르게 할테니까. 그러나 역시 책으로 보고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이 책의 초반에 나오는 키스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부드럽게 파트너의 입속에 혀를 넣으세요. 상대의 입과 혀를 향해 당신의 혀를 소용돌이치게 하세요. (전자책,p.57)



소용돌이를 치게 하라는 건...뭔말인가. 매뉴얼이라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게 아닌가. 소용돌이치게 하라는 건 너무 추상적인거 아냐? 이건 이미 해본 사람이 '혀가 소용돌이 치더라고' 할 때나 쓸 수 있는 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배워보고자 읽었다면 소용돌이치는게 뭔지..알 수 있을까? 상대방의 입에 혀를 넣으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소용돌이치자 소용돌이치자' 뭐 이렇게 해봤자 뭐가 소용돌이인지 어떻게 안담? 



여튼 여기저기 훑어보고 있는데(미안하다, 정독하지 못했다), 음,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역시 제대로 된 섹스에 대한 매뉴얼을 보고 싶다면 영상이 답인것 같은데,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영상으로, 무슨 영상으로 학습할 수 있단 말인가. 답은 없는가... 삶에는 고민이 끊이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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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5-07-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쓸 수 있고, 가지않은 곳에 대해 여행기를 쓸 수 있고, 벌지 않은 돈에 대해서 재테크법을 쓸 수 있고,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면서 성공하는 법을 쓸 수 있듯이..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요? :)

저도 뜸했던지라 다락방님이 뜸하셨던줄을 몰라뵈었네요.

다락방 2015-07-07 13:56   좋아요 0 | URL
매뉴얼이면 매뉴얼답게,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독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상태가 되어야 되는데, 이 책이 딱히 흡족한 역할을 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주 쓸모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원하는 게, 얻고자 했던 게 없어요... 하아-

나와같다면 2015-07-0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스할때의 그 공명과 파장.. 떨림을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ㅋ

다락방 2015-07-07 13:55   좋아요 0 | URL
저는 그건 표현 가능할 것 같은데 키스를 한 번도 안해본 사람에게 키스하는 방법을 쓰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요.
Orz

하늘초록 2015-07-0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웃음이 나오네요.. 감각의 박물학을 읽으심이 나을듯.. 사랑의 영역은 경험이 최고의 선생님이겠죠?

다락방 2015-07-07 13:55   좋아요 0 | URL
감각의 박물학을 가지고는 있는데 책장에 꽂혀있기만 한지 한참 됐네요. 다른 많은 책들처럼...
감각의 박물학..을 앞으로 읽을 예정이긴 하지만, 저는 `사랑`이 아닌 `섹스`에 대한 매뉴얼이 궁금했던 터라 이 책, [그건 섹스일지도] 가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흙 ㅜㅜ
 
사랑은 사치일까? - 여유 없는 일상에서 자꾸만 감정이 생기는 당신에게
벨 훅스 지음, 양지하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절반정도 밖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별점을 높게 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오히려 그녀의 전작 『올 어바웃 러브』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더라. 다시 사야겠다. ㅎㅎ 

리뷰쓰기는 뭣해 밑줄긋기만 올리고 싶은데, 알라딘아, 왜 이제는 밑줄긋기 따로 안되냐. 밑줄긋기만 되게 해줘!





페미니즘은 여성들이 성장기부터 접하게 되는 여성에 대한 평가절하를 비판해왔지만 현실은 아직 그대로다. 이제 소녀들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세상에서 자라나지만, 아직도 이들의 성장기에 페미니즘적 사고나 관습을 설 자리가 없다. 여전히 소녀들은 페미니즘 운동이 태동하기 전과 마찬가지의 성역할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페미니즘 운동의 가닥들이 그런 노력을 지지해주지만, 소녀들은 가부장제의 견고한 틀에 갇혀 살던 때와 비슷하게, 아주 작은 자유만이 허용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덫에 걸린 듯한 상황에서는 인종과 계급에 상관없이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소녀들 사이에 널리 퍼진다. (p.14)

오늘날 많은 여성이 스스로는 절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페미니즘에 영향받았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위협을 당하거나 비참한 상황에 놓이거나 혹은 단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면 그 관계를 그만둘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들이 삶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반면 `영원히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의 선배 세대는 대개 사랑에 회의적이다. (p.30)

우리 대부분은 가슴 아픈 경험을 해보았다. 고통에서 우리는 가르침을 얻었고, 약속된 사랑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은 분명 약속을 지킬 것이다. 우리 중 몇몇은 여전히 기다리는 중이지만 분명히 다시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은 지속될 것이다. 수많은 시련과 착오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을 향한 탐색은 거듭해서 우리를 처음의 출발점으로 돌려보내, 여성인 자기 자신을 사랑으로 돌아보게 하고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 앞으로 불러온다. (p.37)

나는 사랑을 다룬 위대한 문학의 고전과 싸구려 로맨스를 번갈아가며 읽었다. 나중에 할리퀸 로맨스 장르로 자리 잡은 초창기 밀스앤분 출판사의 책 중 대부분은 노동 계급 여주인공이 고난을 거쳐 부유하고 막강한 상대와의 애정 관계로 보상받는 이야기였다. 대개 남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상대 여성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것이 줄거리의 핵심이었다. 가난한 노동 계급의 여성이 사랑을 찾는 작품 속 세계에 가정폭력이나 학대는 없었다. (p.48)

성적 규범을 거부하고 반체제적인 여성으로 존재하기 위한 지지를 찾으려는 이런 투쟁은 오늘날의 젊은 여성들에게서 발견된다. 성적 비하와 폭압에 대항해 그들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은 자랑스럽게 `쌍년bitch`이라는 페르소나를 채택했다. 30대 언저리의 여자들과 함께, 사나운 엘리자베스 워첼은 "자유, 버려진 자유의 환각인 쌍년 페르소나는 우리에게 매력적이다"라고 선언한다. 내 세대의 반체제적 여성들은 모두 이제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이 되었고 더는 쌍년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는 완전한 자아실현, 자기인식, 완전한 인간됨을 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가 그것을 원하는 우리를 반대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의 성별에 관계없이 이 탐색을 긍정할 상대를 찾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었다. (p.53)

자신의 여정을 그릴 지도가 없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분명히 표현할 수 없었던 우리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실비아 플라스의 글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 우리가 겪던 모순들, 견디거나 맞서 싸워야만 했던 갈등을 전부 겪었던 플라스는 우리 세대의 아이콘이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남자와 동등하길 원했고, 동시에 자기 자신이길 원했으며, 그 두 갈래 길이 우리를 같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확실할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양성이 평등한 세계가 되었다지만, 엘리자베스 워첼이 『비치』에서 이야기 한 것은 적확했다. "플라스의 목소리는 욕망하기를 허락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변했다. 그녀는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욕망을 원했다. (…) 자신의 욕망에서 행복하고 희망찬 것들의 맛좋은 영양분을 거부당한 그녀는 정서적 난파를 겪으며 고갈되었다. 그런 불충족은 플라스의 명석한 현존보다도 더 압도적인 무게로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은 부재였다. 결국 그녀를 죽인 건 정신적 기근이었다." (p.54-55)

궁극적으로 나는 사랑을 찾는 데 무턱대고 기대기보다 나 자신의 마음을 믿게 되었다. 나는 사랑을 구했지만 자유를 찾았다. 그리고 내가 찾은 자유는 여성의 삶에서 사랑이 있어야 할 적절한 장소를 재발견하게 해주었다. 사랑은 애정 관계라는 원천에서 샘솟는 것이라기보다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것이 나의 운명을 결정짓는 필수적인 일이며, 나를 건설하고 삶을 창조해나가는 단단한 토대에 사랑이 깃들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사랑에 대한 추구와 자유에 대한 탐색이 합쳐지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었다. 사랑을 찾는 여정에서 나는 자유를 향한 길을 발견했다.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곧 사랑을 배우는 첫 단계였던 것이다. (p.57-58)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들이 단순히 자유의지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속하게 된 제도속의 개체로서 행동하는 것이었다. 다만 우리는 가부장제가 남성을 다루는 폭력적인 방식보다 사회적 평등을 쟁취하고자 하는 여성의 자율성에 훨씬 강렬하게 동조했을 뿐이다. (p.62-63)

성적 관계 혹은 낭만적 관계를 이성애로 시작한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대 남자를 바꾸는데 지쳐 자연스럽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훨씬 쉽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시기 우리는 여성이 가부장적 남성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쟁취하는 게 가능한가에 대해 열띠게 토론하곤 했다. 아주 소수의 남성들만이 페미니즘으로 기꺼이 개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남자와의 관계도 유지하면서 동시에 페미니즘을 포용하고자 한 여성들은 단순히 남자로부터 등을 돌린다면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권력 투쟁에 끝없이 휘말려야 했다. (p.64-65)

모든 면에서 우리의 목표는 개인의 성장이었다. 온전한 자아실현을 위해 우리는 날개를 펴 모든 곳을 날아다녀야 했다. `좋은 여자는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라는 선언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꼭 급진적 페미니스트만을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p.66)

경제력의 변화와 맞물린 전투적인 페미니즘은 노동의 성격을 바꾸었다. 페미니즘에 찬성하는 쪽이건 아니건 점점 가정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지지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음이 여러 조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여성이 새로이 경제력과 자유를 가지게 되면서 운동을 힘을 잃어갔다. 집 밖에서 페미니즘의 성공은 쉽게 인정됐지만 집 안에서의 일들은 천천히 그리고 계속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되돌아왔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곧 모든 페미니스트를 실망과 좌절로 몰아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2교대the second shift"라고 이름 붙였듯 여성들은 점점 바깥일을 하면서 여전히 집 안에서도 아이 양육과 요리, 청소 등의 가사를 거의 모두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바깥에서의 혁명보다 집 안에서의 혁명이 더 어려웠던 것이다. 각 가정 내부에서 여성이 남편과 자식에게 뿌리 깊은 버릇을 바꾸라고 설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p.78)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은 남성이 여성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으로 중재되어야 했다. 선천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다고 믿는 여성 혐오자들이 계속해서 감성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담론을 맹렬히 만들어낼 줄은 아마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서적으로 여성에게 의존하며 얻는 기쁨과 별개로 남성들은 정서적 영역을 평가절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론 사랑의 가치절하를 의미했다. (p.113)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자와는 다른 여성의 인지 방식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이용한다. 남녀 사이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에서 저자는 내내 페미니즘 학계의 남녀 모두가 공히 틀렸음을 입증하기 위해 애썼던 성적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복하며 지나치게 과대평가한다.
길리언과 마찬가지로 그레이는 남자보다 선천적으로 관계지향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환기시킨다. 길리언과 달리 그레이는 이 이론을 남자들이 더 관계지향적으로 바뀌게 하기 위해 주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는 남자들의 정서적 무심함을 정당화했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마치 가부장제나 현실에서 남성의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남녀관계의 문제에 접근한다. 그가 환기하는 관계의 세계에서 이성애자 사이의 갈등이나 불행은 대체로 단순히 소통 불능인 경우가 많다. 『화성~ 금성~의 자녀교육』에서 그레이는 "태어나는 날부터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로,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로 태어난다"고 독자들에게 환기시킨다. 남녀 역할이 선천적으로 다르게 주어진다는 성차별적 사고는 이를 통해 강화된다.(p116-117

그레이의 책(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감정적인 교감에 관심이 적은 남성들은 언제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다뤄진다. 남자들의 그런 정서적 성향을 당연히 여김으로써 그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를 지지한다. 남자들이 정서적 무심함을 심리학적 테러리즘의 무기로 삼는다는 사실은 논의되지 않았다. 무심한 남자를 다루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건 여자의 잘못이었다. 그레이는 그런 기술을 알려줌으로써 여자를 구해주고자 한다. 예컨대 동굴로 숨어버리는 남자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계속 이야기하자고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그의 책은 성차별주의자 남성과 잡음 없이 살기 위한 전략을 여성에게 제공한다는 관점에서라면 어느 정도 유용했다. (p.117)

존 브래드쇼와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뉴에이지 시대에 쓰인 관계에 관한 책은 대부분 좀처럼 가부장제의 힘을 언급하거나 이데올로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내재한다는 주장은 가부장적 사고의 핵심이었다. 가부장제에 충성하지 않는다면 자유로운 여성과 남성이 그런 사고를 받아들인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p.119)

반反가부장적 사고는 생물학적 성 차이가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문화적 상황이 신체적 차이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 그리고 생물학적 차이가 운명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대부분의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양육자로 사회화되기 쉬운 경향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런 사회화는 자궁 속 아이는 어머니의 몸에 의해 양분을 공급받고 키워진다는 생물학적 사실에 따른 것일 터이다. 그러나 임신했을 때 아이를 소극적으로 키운, 즉 태교를 별로 하지 않은 엄마는 출산 후에도 아이에게 무관심하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있다. 처음으로 출산한 여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다. (p.119)

실제로 다른 이가 더 잘 지내도록 돕는 양육 능력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성이든 여성이든 배우는 것이다. 가부장적 문화는 남성이 타인을 양육하고 돌봐주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상황을 강화시켰다. 오늘날에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페미니즘의 가장 유용한 통찰 중 하나는 건강한 방식으로 양육된 성인 남자는 자신이 양육되는 과정에서 양육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생 이후 유아기까지 양육을 담당한 남자들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유대감을 느낀다. (p.120)

제인 저비스는 페미니즘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참치 샐러드를 좋아하는지를,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요리해서 먹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원한다면 그 방식대로 가장의 요리법을 정해도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른네살에 대학원에 입학했고, 이혼했으며("남편은 내 새로운 열정에 기뻐하지 않았어요"), 마흔 살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자신을 찾았고, 정서적으로 준비가 되었기에 상호적인 사랑을 찾았다.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면서 상호적인 사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우리 자신, 우리가 가장 잘 알고 변화시킬 수 있는 스스로의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이다. (p.140)

결코 나를 떠나거나 배신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여성인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서 사랑의 탐색은 시작되어야 한다. 이 여정은 친밀감과 진정한 사라으이 본질에 대한 기존의 사고와 믿음을 재검토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성이 천성적으로 사랑에 적합한 존재라는 편견 대신 사랑을 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이다.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주체성과 개인적 성장, 정서적으로 열린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p.140)

자녀는 단순히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 배우지 않는다. 자녀는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딸에게 `있는 그대로의`모습을 긍정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나 다른 여성이 지닌 가치를 폄하한다면 건강한 자기애의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건강이라고 말하면서 딸들이 날씬해지기를 바라며 집착하는 아빠, 심지어 다른 여자와 비교하며 아내에게도 살을 빼라고 종용하는 아빠는 실질적으로 여성이 스스로를 싫어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체중이 자신의 가치를 매길 것이며, 결정적으로 사랑받을지의 여부를 결정지을 거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p.144)

엄마가 딸을 위해 여성의 몸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되며 존중되는 가정을 형성하려 노력한다면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신체 조건을 싫어하게 만드는 미디어의 폭력적 메시지에 적절한 대응을 해줄 수 있으리라. 대체로 여성의 신체를 평가절하하는 문화는 사랑받는 집에서 자란 경우까지 포함해 모든 소녀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신체적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몸을 싫어하도록 길러졌더라도 마음을 바꾸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이에 상관없이 먼저 건강한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을 미와 매력의 토대로 삼아 스스로를 사랑하는 작업을 시작해보자. 이것은 단지 `싫다`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는 문화적 혁명 중 하나도. 싫다고 거부해야 할 대상은 우리가 물리적인 신체를 통해 규정되며 여성의 몸이 뭔가 부족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세상이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모든 종류의 비하나 평가절하에 대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다. (p.145-146)

최근 페미니즘의 가장 활발한 활동은 여성으로 하여금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게 하는 미의 기준에 반발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렇듯 여성 신체에 대한 자기혐오가 가져온 섭식장애가 주목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많은 여성, 특히 페미니즘 정책의 옹호자였던 이들은 계속해서 전통적인 여성 혐오적 미의 기준들(주로 과하게 체중을 줄이거나 날씬함을 강조하는 것)을 버리지 않았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페미니즘 이론과 관습을 접한 여성들은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의 외모를 향한 찬사에 격렬히 반대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페미니즘이 여성을 향해 요구한 것은 건강하고 긍정적이며 지나치게 시간을 소비하지만 않는다면 외모 꾸밈과 미적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p.146-147)

페미니즘 강의를 듣는 남자들은 성역할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부장적 모델을 따르지 않고 남성으로서 자아실현을 할 방법을 찾고 싶어 했다. 페미니즘 해방을 찾는 남성들을 가르치고 이끌 자료들은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성차별에 반대하는 남성들은 그들 주변을 온통 둘러싼 성차별적 관념에 순응하라는 압력 때문에 숨고 싶어 한다. 해방된 남성성이 어떤 모습이며 어떤 느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여성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좋은 남자`들이다. 그들과 함께라면 여성들은 성폭력의 위협이나 지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여성을 공격함으로써 증명해야 하는 남성성이 없다. 좋은 남자에 대한 유용한 정의를 제안하며 실버스타인과 래시봄은 다음과 같은 통찰을 보여준다. "좋은 남자는 좋은 여자와 마찬가지로 공감할 줄 알고 강인하며 독립적이면서 연결되어 있고 자신과 가족, 친구, 사회에 책임감을 느끼며 그런 책임감이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p.237)

`사랑을 행하는 남성`은 아직 `사랑을 열망하는 남성`만큼 많지 않다. 그래도 남성들이 사랑을 열망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남자를 사랑하고 그들이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하는 이야기에 기꺼이 가슴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우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가 아니라 바로 이 지구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남자들이 쓴 책을 읽고 싶다. 이들이 우리에게 치유의 지혜를 줄 수 있다. 이들의 가슴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면 사랑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고, 그때 진정한 이성애적 교감은 가능해질 것이다. (p.239)

우리 자신에게서 기쁨을 찾아내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누구도 행복이나 지속적인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자기인식은 우리 각자의 삶 속에 비밀스러운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파트너십에서, 커뮤니티 속에서 가장 큰 기쁨을 발견할 수도 있다.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교감을 나누는 건 우리 삶에서, 지구상의 생명체로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내면의 기쁨은 자기 자신의 충만한 영혼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최근에서야 여성이 스스로의 영적 자아를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적으로 인정되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페미니즘의 맹목적인 부분만을 부각시켜 많은 여성이 자신의 영혼을 돌보게 한 의식적 촉매제 역하을 한 데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했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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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5-07-0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사치일까요? (하하)

다락방 2015-07-06 16:27   좋아요 0 | URL
다시 읽으면 좀 더 이해가 될까 싶어서 다시 읽어보려고 했지만 쌓여있는 다른 책들을 보니 차마 엄두가 안나요. 하아-

blanca 2015-07-0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이리 뜸하셨단 말입니까?

다락방 2015-07-06 17:38   좋아요 0 | URL
네.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느라 그랬습니다. (응?)
히히, 반가워요, 블랑카님!
:)

단발머리 2015-07-0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지금 [올 어바웃 러브]를 읽고 있으며, 곧 이 책을 읽을 예정이었던 저는,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를 읽고서는, 아...
나는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밑줄긋기를 시간날 때마다 꼭 추가해 주시기를....
남동생분께, 다락방님의 회의 중단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꼭 전해주시기를... ^^

다락방 2015-07-07 13:53   좋아요 0 | URL
네네 요즘 모든거에 의욕상실이라 책도 읽기 싫고 밑줄긋기도 하기 싫고 막 그러네요. ㅎㅎㅎ
더위 먹었나 ㅠㅠ

반가워요, 단발머리님! >.<

2015-07-07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8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어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이렇게 개고생을 해야하나 싶다. 목숨까지 왔다갔다하면서 이렇게까지 해야해? 힘들어 힘들어, 하고 고개를 젓다가, 

그렇지만 그렇게해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건 대체 어떤걸까, 싶기도 하다.


진정한 사랑과 함께하기 위한 한 남자의 개고생 여정.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 희망이에요. 죽는 게 차라리 낫죠. 죽으면 고통도 끝나니까요. 하지만 희망은 사람을 끊임없이 높은 곳으로 데려가죠. 오직 딱딱한 바닥에 떨어뜨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희망은 그 손으로 사람의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 들었다가 주먹을 쥐면서 으스러뜨리죠. 끊임없이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멈출 줄을 모른답니다. 이게 바로 희망이 하는 일이에요."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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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5-07-0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지 궁금합니다. (아 별은 세개 주셨군요. 그건 재밌다는 걸까요? 어중간하다는 걸까요? 버릴만큼은 아니라는 걸까요? 별점이란건 참 어려워요)

다락방 2015-07-06 16:28   좋아요 0 | URL
책은 빨리 읽히는데 남주가 너무 고생을 해서 읽다가 제가 피곤하더라고요. 어휴... 얻어 터지고 도망 다니고...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