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윌리엄 트레버 지음, 정영목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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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고 아름다우며 서늘하다. 특별한 악인이 나오는 게 아니어도 우리는 인간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데, 이 단편집 안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중,노년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건 윌리엄 트레버여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데이미언과 결혼하기」는 특히, 싫으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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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펜시오네 체사리나에 혼자 있는 것은 연애가 끝났기 때문이다. - 「비 온 뒤」p.120


















연애가 끝나지 않았다면 해리엇은 그녀의 애인과 함께 그리스의 한 섬에 가 있었을거다. 그곳에서 애인과 함께 2주간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으니까. 그러나 연애는 끝났고, 그녀는 혼자 이탈리아에 와있다. 어릴때부터 가족들과 해마다 왔던 곳이기에 익숙했고, 그 익숙한 곳에 혼자 와 머물고 있는 것. 그녀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와인을 마신다. 남은 와인은 침실로 가져가 마시기도 한다.



그녀는 내내 헤어진 애인을 생각한다. 연애에 있어서의 자기자신을 반성하기도 하지만 애인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던 그 당시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고야 만다. 그걸 어떻게 안떠올릴수 있겠는가.



그가 둘의 연애가 제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한 건 '렘브란트 시네마' 휴게실에서였다. 그녀가 "하지만 우리 행복하지 않았어?" 하고 외친 게 그때였다. 그들은 말다툼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중에, 왜 영화관 휴게실에서 그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었을 때조차. 모르겠다, 그가 말했다. 그냥 그 순간이 적당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어떤 단편적인 분위기 때문에. 만일 휴가 여행이 그렇게 이르지 않았다면 그들은 관계를 한동안 더 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는 게 훨씬 낫다, 그는 말했다. (p.134)




해리엇은 자신들이 행복한 연애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애인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당신과 내가 만드는 관계에서 당신과 내가 진행하고 있는 관계에서 왜 나는 행복을 느끼는데 당신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느낄까. 이게 어디 해리엇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해리엇은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이별의 말을 듣고 의아하다. 우리 행복하지 않았어? 그 행복은 해리엇의 것이었으되 애인의 것은 아니었는가보다. 렘브란트 시네마 휴게실. 극장의 휴게실. 그는 왜 하필 거기에서 내게 이별을 말한걸까. 해리엇으로서는 당연히 궁금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거기에서 말했어? 그런데 왜 하필 그 때 말했어? 이건 아마도 이별통보를 받은 사람쪽에서는 그 이별을 받아들이기까지 수십번 수백번 물어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뭐가 달라질까. 렘브란트 시네마 휴게실이 아니었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렘브란트 시네마 휴게실에서 마침 그 때 얘기한 게 아니었다면, 그들의 관계는 유지될 수 있었을까. 하필이면 그 장소, 그 때가 아니라해도 언젠가는 '하필이면 그 장소, 그 때'가 오는 거잖아. 렘브란트 시네마 휴게실이 아니라 올림픽공원 이면 달라졌을까? 그 시간이 아니라 다음날 아침이면 달라졌을까?

이별하기에 적당한 장소와 적당한 시간이라는 게 있기는한가?



나는 한 번도 이별을 말했던 연인에게 '왜 하필이면 거기서 그 때'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나는 그랬어야 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해리엇처럼 나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믿었다. 우리는 완전하고 완벽하다고, 단단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렇게 믿고 깔깔 웃고 있는데 그는 이제 이 관계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우리는 몇 개월 후에 외국에서 만나기로 했고, 비행기표도 끊어두었고, 비자 발급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오전만 해도 깔깔대고 웃으며 좋았는데, 오후에도 그는 내내 다정했는데, 그런데 밤에 그는 이제 그만두자고 말했다. 하필이면 내가 거기에 있을 때, 하필이면 그 시간에. 나는 그래서 그 말을 잘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게와 정확히 그 뜻이 이해되기 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그 말인즉슨 그러니까, 내가 예약한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함을 의미하는거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몇몇 친구들이 하필이면 그 때 그 타이밍에 이별을 말한 나의 애인에 대해 의아해했다. 아니, 왜 거기 있을 때 그랬대? 왜 어떤 기미도 없이 그 때 그랬대? 나는 그가 아니기에 알 수 없었다. 심지어 나는 이별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걸. 그러나 짐작해 친구들에게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아마 내내 그러고 싶었겠지, 그리고 참고 참고 미루고 미루다가 그 때는 더이상 미룰 수 없었겠지.

아마 그런거겠지.

그러니, 거기에서가 아니었던들, 다른 장소였다해도, 뭐가 달라졌을까. 그날 밤이 아니라 다음날 밤이라고 하면 또 뭐가 달라졌을까. 어차피 그렇게 되었겠지. 그도 아마 몇월며칠 몇시에 어디에서, 라고 계획했던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마침내 입밖으로 내야겠다고, 그 때,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래서 궁금했다. 그렇다면 뭣 때문에 더는 안되겠다, 이쯤에서 그만두자, 그로 하여금 입밖으로 내게 했을까. 무엇이 그렇게 했을까. 돌이켜보고 돌이켜봐도 좋았던 기억 밖에는 없었는데, 오늘 우리 대화를 아무리 곱씹어 봐도 우리 좋기만 했는데, 우리 많이 웃었는데, 뭔 얘기만 하면 이렇게 잘 웃는걸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그건 다 뭐였을까.



나는 우리가 단단하고 안정적이라 믿었고 우리둘이 모두 행복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로부터 이별의 말을 들었던 것이 당황스러웠고. 그러나 놀랍게도 나 역시 이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몇개월 전부터 짐작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됐다. 나중에. 내 일기장을 들춰보다가. 웃으면서 즐거워했으면서 일기장에는 불안과 불만이 가득했다. 좋지 않은 예감들이 내 일기장에는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단단하다고, 안정적이라 믿었던 것은 그저 보이는 내가 그러는 것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마음이 크게 작용했는가 보았다. 이별할 당시에도 나조차 알지 못했던 것을, 그러나 일기장에서는 몇개월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니 그 장소가 아니었어도, 그 때가 아니었어도, 그 일은 일어날 일이었다. 이별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장소 다른 시간으로 아무리 바꿔봤자 달라질 건 없었다. 일기장 속의 나는 불안했다. 단단하지 못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해리엇은 자신에게 이별을 말하는 애인에게 우리 행복하지 않았냐 물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물을 당시 해리엇은 자신은 내내 행복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러나 해리엇 안의 또다른 해리엇, 좀더 솔직하지만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 해리엇은 알고 있었을거다. 그 관계가 오래 가지 못할 거라는 걸, 이런 순간이 올 거라는 걸. 해리엇과 나의 차이가 있다면, 내 안의 또다른 나는 그걸 들여다보고 일기를 썼다는 것. 해리엇이여, 일기를 쓰자... 일기를 쓰면 이렇게 자기 안의 또다른 나를 마주칠 수 있게 된다.


여러분, 일기를 써요. 일기를 쓰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일기를 쓰자.


이것이 나의 오늘 페이퍼의 결론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이게 아니고, 쓰다 보니까 갑자기 일기를 쓰자 이렇게 되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이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될줄 나도 몰랐어? 아 다시 우중충 분위기로 어떻게 끌고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집 《비 온 뒤》에서 표제작 「비 온 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 「비 온 뒤」가 특히 더 좋거나 하진 않다. 오히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재미나 감동 면에서 덜하달까. 그러나 해리엇이 놓여있는 상황이 몇해전 나의 이별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봄에 나는 이별을 맞닥뜨렸고, 나는 행복했는데 그는 아니었던건가, 수개월 아팠고, 그리고 나 역시 해리엇처럼 그와 함께 계획했던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대신 혼자 여행을 했다. 해리엇은 혼자 여행하면서 헤어진 그에게 엽서를 쓸까, 생각하지만 쓰지 않는다. 나는 혼자 여행하면서 헤어진 그에게 엽서를 보낼까, 하다가 엽서를 보냈었다. 이게 바로 해리엇과 나의 다른 점이었다. 해리엇은 이탈리아로 갔지만 나는 베트남으로 갔다. 해리엇은 이탈리아어를 조금 할 줄 알았지만 나는 베트남어를 할 줄 몰랐다. 해리엇은 애인과 함께 그리스로 가려고 했었지만, 내가 그와 함께 머물기로 했던 곳은 다른 섬나라 였다.




당연한듯 해리엇은 그가 다른 사람과 함께 그리스에 갔을지 궁금해한다. 왜 아니겠는가. 아직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설사 헤어진 후 시간이 오래 지났다해도 그런것들은 궁금해지지 않나.



해리엇은 그가 결국 거기에 갔을지, 런던에 남지 않고 오늘 거기에 있을지, 심지어 함께 갈 사람은 찾았는지 궁금하다. 그가 스키로스에 있는 모습, 이야기하던 대로 아트시트사 만에서 윈드서핑을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트시트사 만에서 복잡하지 않고 행복한 동반자, 그저 뭔지 알아보려고 치유를 받아보는 동반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선하다. (p.138)




내가 그때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그 시간에 거기 있기로 했던 계획들이 다 취소되었을 때, 그래서 내가 결국은 혼자 베트남에 가 있었을 때, 그때 그는 함께 머무를 다른 사람을 찾았었을까. 그래서 그 다른 사람과 거기에서 나대신 함께 있었을까. 그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그는 행복했을까, 행복한 동반자를 찾았다고 생각했을까. 행복한 동반자와 함께했을까. 그래서 좋았을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모두 '그렇다' 아니, 모두 '그랬다'. 우리는 그 후에 다시 만났고, 그는 나와 헤어진 뒤 다른 사람을 만나 함께 지냈다. 내가 갈 수 없는 곳에서, 그러니까 가지 못했던 곳에서 그는 다른 동반자와 함께 했더랬다. 그걸 나는 나중에 그를 통해 들어 알게 되었다. 해리엇의 애인은 아마도 다른 동반자를 찾아 그토록 좋아하는 해를 온 몸으로 받아가며 윈드서핑 중일것이다. 그런일들은,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아도 일어나곤 한다. 해리엇은 그에게 정말이지 작별을 고해야 할런지도 모른다. 작별을 고하기 위해 혼자 거기에 갔을 것이고. 그러나 혼자 거기에 갔어도 뭐 그게 그리 마음 먹은대로 잘 되나. 아마 거기까지가 끝이었을거다, 해리엇과 그와의 관계는. 그 시점에서는 해리엇이 돌아서는 게 맞았을 것이다.









어제 이 노래 왜케 생각나나 했더니 해리엇 때문이었구먼....





그녀가 사랑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자,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상황을 바꾸려고 더 밝은 현재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의 불변성을 강요하자, 그는 다른 남자들처럼 물러섰다. (p.141)



이별후에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에 많은 것을 기대했나? 아니면 내가 사랑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나? 내가 너무 관심이 많았나? 아니면 내가 너무 무심했나? 내가 너무 빈틈이 많았나? 아니면 내가 너무 빈틈이 없었나? 내가 너무 잘했나? 아니면 내가 너무 못했나?


그러나 내가 어느쪽이었던들 그 시간은 왔을 거다. 그 장소가 아니었어도, 그 시간이 아니었어도 왔을 거다. 뭐가 어떻게 되었어도 달라질 건 없었을 거다. 그랬을거다.




올해도 혼자 여행을 가야겠다. 하와이를 가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타이밍의 비행기표가 뜨지를 않네. 안되면 베트남 가야지. 하노이... 내 영혼의 안식처..... 쌀국수가 맛있는 곳. 호안끼엠 호수 근처도 걷고 더운 기운도 흠뻑 받아들이고 쌀국수도 배터지게 먹고 와야지. 와인도 주문해 마시고 남은 와인은 룸으로 가져가 더 마셔야지. 재작년인가 혼자 갔을 때도 호텔 레스토랑에서 와인 시켜서 마시다가 남은 거 룸으로 가져갔었는데.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하와이 안되면 하노이 가야지. 눈누난나. 그러면서 그에게는 이제 행복한 동반자가 생겼을까, 행복한 동반자와 함께 서핑하고 있을까, 이런거 생각해야지. 뭐, 인생 그런 거니까... 가서 타투도 해야지. 쇄골에다가 큼지막한 태양 그려 넣을까.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쌀국수 만세!

엘리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있는 것들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얼마 전의 과거에, 연애하던 여름에 살면서 오직 현재 알고 있는 것으로만 미래를 예상했다. 자신을 사랑한 여름 부제, 그녀가 여전히 사랑하는 그 사제가 기적적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는 엘리가 그의 자식에게 생명을 준 일조차 몰랐다. ˝그럴 수는 없어.˝ 그는 지금은 감자밭이 되어버린 풀밭에 누워 있을 때 말했다. ˝절대 그럴 수 없어, 엘리.˝ 그녀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제는 사제였다. 그는 보상을 하듯 다짐했다. 그의 온 생에 이런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거다. -「감자 장수」-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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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1-2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쇄골 태양타투... 기대됨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1-23 12:16   좋아요 0 | URL
어딘라고 떠나면....타투를 하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단발머리 2020-01-2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에서
쌀국수로의 이 자연스러운 안착!
키햐!!!! 좋아요 102개!!!!!

다락방 2020-01-23 15:00   좋아요 0 | URL
어휴... 편지 정말 가사가 절절하지 않습니까. 점심시간에 울면서 몇 번이나 따라부르고 그러면서 쌀국수 생각을 했습니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0-01-2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결국 베트남 쌀국수를 부르는 글. 지금 당장 먹고 싶어지는 부작용...
 

1월부터 5월까지 같이 읽는 도서 목록이 정해져 공유합니다.

앞으로의 같이읽기에 참여하실분, 참고하세요.


1월, '케이시 윅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2월, '낸시 폴브레', 《보이지 않는 가슴》

















3월,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4월, '베티 프리단', 《여성성 신화》
















5월, '패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

















해당월 오기 전에 다시 알려드리니 그 때 참여하겠다는 댓글 달고 참여하시면 되고요, 참여하실 분은

1. 해당도서를 읽고,

2. 말머리에 책 제목 달고 읽으면서 한달 동안 열심히 관련 글쓰기(한 번이상) 해주셔야 참여가 완료됩니다.

리뷰든 페이퍼든 형식은 자유롭게, 원하시는 대로 써주시면 됩니다. 




예: [흑인 페미니즘 사상] 오늘의 제목






참여했다고 무슨 특혜가 있거나 한 건 아니고, 그저 본인의 교양과 경험이 쌓이는... 거죠. 예.

6개월이상 열심히 참여해주시는 분들과는 연말에 함께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강제성 X).



해당도서는 변경될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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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2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그램이 참 알차고 좋은 것 같아요. 책을 읽고 페이퍼만 쓰면 된다니 참여방법도 간단하고 쉽네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참여한다고 특혜도 없는데 왜 이렇게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까요? 🤔

다락방 2020-01-21 13:48   좋아요 0 | URL
그 질문에 굳이 답을 드리자면, 그것은 아마도.... 본능적 끌림..... 같은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끼리 이러자니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1-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을 달고 싶었다!
“다락방님 똥꼬까지 욕심이 가득하신데, 저도 욕심 한가드으으으으으윽!! 들어가는 목록이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01-22 07:51   좋아요 0 | URL
쟝쟝님 우리는 왜이렇게 똥꼬까지 욕심이 가득한걸까요? 네? 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1-22 08:39   좋아요 0 | URL
하지만 이보다 더 보람찬 욕심을 전 알지 못합니다... ㅋㅋㅋ 공부 총량의 법칙ㅋㅋㅋ

다락방 2020-01-22 08:46   좋아요 1 | URL
공부총량의 법칙 때문에 저는 최근 몇년간 미친듯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교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어우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연 2020-01-22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1월 도서 미리 구했는데 넘 어려워서 어흑 그래도 읽고 가능하면 1월에 꼬옥 완독하고 짧게나마 글 올릴게요. 열심히 관련 글쓰기 이게 좀 무섭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다락방 2020-01-22 14:14   좋아요 1 | URL
수연님, 이게 말이죠. 책을 읽고 그 책에 관련된 글을 쓰면 글을 쓰지 않을 때보다 뭐라도 확실히 조금 더 저에게 남는 것 같더라고요. 네, 쓰시라는 압박입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같은책 읽고 쓰는 다른 분들의 글도 더 유심히 읽게 되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좋더란 말이죠? 네, 역시 압박입니다. 자, 화이팅입니다. 완독을 향하여, 그리고 글쓰기를 향하여. 빠샤!!

블랙겟타 2020-01-2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까지 꽉꽉 채운 일정이네요.
보는 것만 으로도 배가 부른. (˶′◡‵˶)
지금 막 제가 가는 도서관에 검색하니 전부 있네요!! 무기는 있겠다.. 제 의지만 챙겨가면.. 저도 6월이 되면 이 책들이 당연히 읽은 상태겠죠?

다락방 2020-01-22 14:16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저는 1월과 3월과 5월 도서가 무지 어렵게 느껴집니다 ㅠㅠ 제가 완독할 수 있을지.. 일단 어떻게됐든 이해를 하든 못하든 읽기는 꼭 다 읽자고 결심합니다. 우리 6월에는 이 책들을 다 읽은 상태가 되기를 바랍시다.
아, 그리고 읽고 싶은거 있으면 또 말해봐요. 콜론타이를 어떻게 할지..이건 좀 생각해봅시다. 6월부터 10월까지 안읽은 책 찾아서 리스트업하고 11월에는 제2의성 다시 갑시다. 꺅 >.<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나는 어릴적부터 미국에서 그것도 뉴욕에서 살고 싶었다. 평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인생의 얼마만큼은 뚝 떼어내어 뉴요커가 되어보고 싶었다. 물론 내가 그리는 뉴요커로서의 나는 좋은 집에 살고 돈이 많아야 했다. 가끔은 친구들을 불러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고 깔깔대고 웃는 삶, 아침이면 분주히 직장으로 이동하며 한껏 세련되게 차려입고 직장에서는 프로페셔날하게 일하는 나.. 를 꿈꾸었던 거다. 어릴적엔 당연히 그게 가능할거라 믿었고 나이들수록 그건 좀 더 먼 훗날로, 조금 더 나중에로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뉴욕에 단지 여행객으로, 방문자로만 세차례 방문했다.


작년 2019년 여름, 나는 세번째 뉴욕을 방문했을 때에야 내가 뉴욕에서 '살고싶다'고 생각한 것이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서 설사 살 수 있다 해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형태로 살아지는 삶은 아닐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 내 꿈은 이렇게 사라지는구나, 나는 이곳에서 거주할 순 없겠구나, 이곳에서 거주한다는 것은 나에게 빈곤을 안겨다 주겠구나, 나는 내가 그동안 꿈꾸던 모습으로도,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으로도 살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거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는 바깥에 적혀진 메뉴의 가격만 보고도 내가 얼마를 소비할 수 있는지가 예측 가능하다. 자, 돌솥비빔밥이 1만원이라고 써져있다면, 나는 들어가서 1만원을 내고 나올 것이다. 좋아, 내 지갑에 지금 1만5천원이 있으니, 소주도 한 병 마시자, 까지가 된다. 소주까지도 가능하겠어. 그렇게 나는 식당에 들어가 돌솥비빔밥과 소주를 시켜 맛있게 먹고는 당황하지 않고 계산을 하고 나올 수가 있다.


그러나 뉴욕에서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 돌솥비빔밥이 1만원이라고 바깥에 써져있고 내 지갑에 15,000원이 들어있다면, 나는 마음 놓고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일단 들어가서 돌솥비빔밥 하나를 시켜놓고 먹으면 나중에 계산서에 거기에 세금이 붙고 팁이 붙는다. 팁을 적힌대로 주지 않는다고 나를 잡아가지는 않겠지만, 만원 예상하고 들어갔다가 내가 얼마를 쓸 지 알 수 없다는거다. 다만 만원을 훌쩍 넘기는 돈을 쓸 거라는 것, 그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내가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그걸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만원짜리에는 세금이 얼마 붙고 팁이 얼마 붙을 거라는 것을 계산해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함없는 것은, 만원이라고 써진 메뉴를 보고 만원 있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 만원짜리 메뉴를 보고는 만원이상을 가져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 나는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여행객으로서의 나는 친구와 함께 좋은 레스토랑에 들러 스테이크를 먹었다. 친구와 나는 스테이크를 몹시 좋아해서 스테이크를 시켰고, 사이드로 시금치와 샐러드를 시켰다. 좋은 와인도 한 병 주문했다. 우리가 그날 먹은 저녁 한끼에만 30만원 이상을 썼다. 또 어떤 하루에는 친구가 평소 가보고 싶었다던 유럽식 레스토랑엘 가서 샐러드와 스파게티와 라자냐를 먹었다. 역시 훌쩍 돈이 깨졌다. 팁까지 챙겨주고 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아침으로 먹은 프렌치 토스트는 정말 맛있었고 양이 많았다. 핫케익에 메이플 시럽은 얼마나 맛있던지! 그러나 아침을 먹고서도 역시 세금이 붙고 팁을 줘야했다.


나는 과연 여기에서 생활인으로서 살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만약 내가 여기에서 '살기'를 선택한다면 나는 지금 먹었던 것을 앞으로도 계속 먹고 살 수 있을까?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병으로 시켜두고 각자 원하는 사이드를 추가로 주문해 먹는 것이 가능할까?




내가 뉴욕에 여행객으로 잠깐 방문해 하루에 30만원 이상하는 호텔에 묵고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20년을 일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호텔을 예약하고 미술관에 가고 와인을 병째 주문해 마실 수 있는 것은, 내가 여기에서 20년을 일해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며 그 경력에 맞게(사실은 그보다 적게) 돈을 받고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내가 만약 갑자기 훌쩍 미국으로 오게된다면 내가 여기에서도 '차장'으로 대우받으며 살 순 없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게다가 언어도 통하지 않으니 아마 아주아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었다.



물론 내가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 살아도 굶어죽을 사람은 아니다. 나는 매우 성실한 사람이고 꾸준한 사람이고 한결같은 사람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간다는 것, 성실히 일해서 굶어죽지 않는다는 것이 '잘 산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휴가때면 비행기를, 호텔을 예약하는 삶을, 미국에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포기해야 할 것이었고, 게다가 좋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먹고싶은 걸 주문하는 삶 역시 불가능해질 것이었다. 나는 뉴욕의 호텔에 머무르며 이곳의 숙박비가 얼마나 비싼지 체감했다. 좋은 호텔이 아닌데도 그랬다. 아마 거주비로도 많은 돈이 나가겠지. 나는 마트에서 일할 수도 있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할 수도 있고 청소를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몸이 고단할 정도로 열심히 돈을 벌어도 오늘 하루 집값을 내고 세탁을 하고 밥을 사 먹으면 내일 또다시 돈이 없을 것이었다. 호기롭게 좋은 레스토랑에 가는 삶이 불가할 것이었다. 결국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라면, 나는 내가 살아온 곳에서 살아가야 했다. 내가 일한 시간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곳에서.



















나는 내가 만약 갑자기 미국에서 살게된다면 가난해질 거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가난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의 구체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내가 이 낯선 땅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맞이하게 될 가난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구체적으로 다가오질 않았다. 그저 여행을 못다니고 와인을 병째 주문하지 못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린다 티라도'는 《핸드 투 마우스》에서 말해준다. 빈곤은 단지 그런 게 아니라고. 원하는 걸 먹지 못하는 것,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빈곤하다는 것은 나쁜 소비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나쁜 소비라는 걸 알면서도, 그 나쁜 소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린다 티라도는 토스터기로 예를 든다.




좋은 품질의 물건은 처음 살 때 돈이 든다.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토스터기를 사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 하지만 그 좋은 토스터기라는 것이 지금 30달러고 제일 후진 토스터기가 10달러라면, 얼마나 자주 토스터기를 교체해야 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달러짜리가 답이다. 왜냐하면 난 10달러밖에 없으니까.

돈을 아끼기 위해서 사실은 돈이 더 드는 것이다. (p.183-184)




고백하자면 나는 저 나쁜 소비에 대해 알고 있었고 또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항상 속으로 답답해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싸구려를 계속해서 많이 소비해 결국 비싸고 좋은 걸 소비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쓴 금액에서 차이가 안나는 거다. 그런 소비는 롱패딩에서도 나타났고, 신발에서도 나타났다. 가전제품으로도 마찬가지. 싼 게 비지떡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러 싼 걸 사고 결국 금세 낡고 고장나고 따뜻하지도 않아서 다시 하나를 또 사야 하는 것.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결국 좋은 거 하나 사는 돈을 훌쩍 넘는 돈을 쓰게 되는 거다. 왜그러지? 롱패딩 같은 거는 그냥 하나 좋은 거 사면 되잖아? 린다 티라도가 예로든것처럼 토스터기도 그렇다. 그냥 좋은 토스터기 하나 사서 잘 사용하면 되잖아? 왜 10달러 짜리 사서 나중에 또 사고 나중에 또사고 사용하다가 스트레스 받고 빡치고... 왜 돈을 써놓고도 스트레스를 받아야하지?

물론 나 역시도 그런 소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린다 티라도가 저렇게 토스터기에 대해 얘기해줄때야 비로소 내가 빈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라서가 아니었다. 몰라서 당장 눈앞의 10달러짜리 토스터기를 사는 게 아니었어. 30달러짜리가 스트레스도 없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알았지만, 지금 30달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설사 30달러를 가지고 있다 해도 토스터기 하나에서 고민하는 삶이라면 다른 생활용품에 대해서라면 어떻겠는가. 아마 토스터기에 쓸 돈을 피자 한 판 주문하는데 보태 쓸것이다, 빈곤한 삶이라면.



10달러짜리보다 30달러짜리를 사는게 더 효율적이고 정신건강에도 좋을 거라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10달러짜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삶, 그게 빈곤이었다.


나는 내가 만약 지금 거주지를 뉴욕으로 옮긴다면, 바로 이런 빈곤속으로 빠져들겠구나, 생각했다. 단순히 먹고 싶은 걸 못먹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명하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런 빈곤속으로 빠져들게 될거야.



린다 티라도가 이렇게 빈곤한 것이 그녀가 성실하지 않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그녀는 일자리를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투잡을 하는데도 병원도 가지 못하고 하나의 일자리를 혹여라도 잃을까 전전긍긍 해야한다. 최저임금만 받아서는 생활이 불가했다. 당장 방값내고 밥한끼 먹는 것으로 가진 돈을 전부 써야 했다.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복지도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었다. 복지를 적용해주는 보건소는 멀리 있었고 그나마도 찾아가면 심각한 증세에 있어서는 '전문의'를 찾아가라 한다. 푸드스탬프는 이중발급이라며 벌급을 물라하고(그건 린다 티라도의 잘못이 아니었다) 은행에서는 일정 잔고를 유지하지 못하면 수수료만 나갔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가는 것도, 완벽하게 나쁜 치아를 관리하러 가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빈곤하기 때문에 그녀는 견인된 차를 찾을 수가 없어 일자리에 걸어가야 했고, 일자리에 걸어가느라 체력이 딸리고 기진맥진해서 결국 일자리를 놓치기도 하고, 일자리를 놓치면 집에서 쫓겨나야 하고... 그러니까 빈곤이란 단순히 나쁜 소비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 좋은 직업을 구하고 싶어도 면접을 준비할 시간과 돈이 없었다. 빈곤은 그저 빈곤에 머무르게 했다. 나쁜 근로조건이, 최저임금이, 나쁜 소비가 계속 빈곤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최근에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10억을 정기예금 들어둔 사람이 2프로의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도 1년이면 2천만원의 이자가 생기는 거였다. 그 사람이 10억만 정기해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고. 2천만원이 아무리 세전금액이라 해도, 사회초년생의 연봉에 맞먹는 돈이었다. 누군가는 아침일찍 일어나 만원지하철에 시달려 출근을 하고 퇴근때까지 직장에 묶여있다가 퇴근후엔 기진맥진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가며 벌 수 있는 돈이, 누군가에겐 그저 있는 돈을 묶어 두는 것만으로도 생겨나는 것이었다.




어제는 잠들기 전에 잠깐, 1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를 펼쳐 들었다. '케이시 윅스는 이 책에서 '다른 계급'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노동윤리는 헌신적인 생산과 절제된 부의 획들을 주문함으로써, 불충분한 보상을 받고도 열심히 일하는 한 계급과 저축으로 부를 축적하는 다른 한 계급을 낳았고, 이것이 초기 자본주의 발달의 기초가 되었다. (p.85)



모든 빈곤계층은 불충분한 보상을 받고도 열심히 일하는 계급에 다름 아니다. 부를 축적하는 계급과는 다른 계급.



케이시 윅스는 6시간 노동을 주장할 거라고 했다.






기본소득 요구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나면, 4장에서 노동시간 단축 요구를 분석하기 위한 길잡이를 얻게 된다. 4장에서는 임금 감축 없는 하루 6시간 근무 요구를 살펴볼 것이다. (서문, p.60)









바로 전에 읽은 《핸드 투 마우스》생각이 났다. 임금 감축 없이 그게 가능할까. 그게 가능해진다면 린다 티라도와 그의 수많은 동료들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까?


이제,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를 읽어야겠다.







바닥에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빈곤 상태와 빈곤을 아주 살짝 벗어난 상태를 주기적으로 오간다. 때때로는 괜찮지만 때때로는 물 밑에 잠기는 것이다. 연도에 따라, 직장에 따라, 또는 건강에 따라 변한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계층 하락은 모래 늪과 같아서 한 번 빠지면 완전히 휩쓸릴 때까지 당신의 선택권을 계속 제한한다는 것이다.- P27

솔직히 말하면, 나는 힘센 특권층들이 솔직해지면 일을 하며 겪는 굴욕이나 비하는 마다치 않을 것 같다. 노동환경이 끔직하다는 것을 그들이 그저 인정해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들은 그러기는커녕 우리가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며 일자리와 먹을 것과 머리 위에 얹힌 지붕에 감사하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참으로 비참한 일이지만 우린 진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그 모든 일과 비참한 노동환경에 대한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할 권리는 인정받지 못한다. 성취감이나 윗선에서의 존중 또는 고용안정 같은 것 말이다.- P61

일반적으로 건강과 가난은 양립할 수 없다. 신체적인 문제점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부자는 그러한 문제점이 걷잡을 수 없게 되기 전에 손을 쓸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은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다. 예방진료를 받을 수 있고 비타민과 헬스장 회원권을 살 수 있는 부자들이 가난한 우리를 그들 아래로 보는 것, 마치 우리가 자기 몸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 양 생각하는 것은 우리 가난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분노가 치미는 일이다. 우리는 안다. 다 알고 있다. 그저 돈이 없을 뿐이다. - P70

과한 관련한 주제에 대해선 내가 신뢰하는 잡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연구 논문에 의하면, 가난할 때 사람의 뇌는 그 능력이 실질적으로 저하된다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뇌의 너무나 큰 부분이 빈곤과 관련된 문제에 신경을 쓰느라 다른 일, 예를 들면 인생 같은 것에 쓸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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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21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임금 축소 없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확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충분한 근거를 찾지는 못 했지만요. 우리 돈, 우리 세금은 쓸데없는 곳에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고 믿거든요.
책표지는 무척이나 감각적인데 내용은 생각할 거리를 전해주는 책이네요.
<우리는...> 이 책과도 잘 어울리고요.
읽기 진도가 지지부진한테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나니 전투력 만랩!!!!
잘 읽고 또 배우고 갑니다^^

다락방 2020-01-21 11:16   좋아요 2 | URL
저도 1월 도서가 안읽히던 참에 [핸드 투 마우스] 읽으니까 뭔가 자연스레 연결이 되면서 읽을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딱히 그거 읽으려고 고른 책은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핸드 투 마우스는 평이 좋은만큼 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는데요(전 막 좋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빈곤에 대해 무지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과 환경을 잘 모르면서 답답해하기는 쉬운것 같아요. 반성반성.
아울러 케이시 윅스의 책도(제목이 너무 길어 자꾸 다른식으로 부르게 되네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의욕 뿜뿜합니다. 자, 갑시다. 고고씽!!
 

레이니즘... 떠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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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2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를 좋아했던 시절이 막 떠오르네요. 나도 미안....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1-21 07:44   좋아요 0 | URL
세상에 누가 자기 이름에 스스로 이즘을 붙입니까........ 제가 그거 보면서 ‘자뻑이 도가 지나친데?‘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의 망상 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이 작가도 레이니즘.. 생각하면서 쓴거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