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장점을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단점을 보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라는 구절을 청소년기 시절에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처음에 그녀는 아름다웠어요, 그 다음엔 결점이 보였죠. 그리고 아름다움과 결점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익숙해지게 된거죠."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아는 게 없는채로,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채로, 순전히 섹스만을 위해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만난 날부터 호텔을 잡아두고는 섹스를 한다. 늘 만나던 까페에서 목요일에 만나고 호텔로 들어가고 호텔에서 나와서는 각자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두번째 만남과 섹스 후였던가, 남자는 '술이나 한잔 할까요?' 라고 헤어지기 전에 제안한다. 그들은 그날 저녁을 함께 먹는데, 그 순간 여자는 굉장히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보통 남자와 여자의 저녁 식사 자리라면 상대를 유혹해야 하고 섹스로 이끌어야 되는데, 우리는 이미 그것을 끝내고 왔으므로. 그래서 되게 편하다고. 그리고 이후의 그들의 섹스는 그전과 바뀌게 된다. 여자는 그걸 '사랑의 행위'라고 표현한다. 말에 실린 힘 때문일까, 아니면 감정을 인지했기 때문에 말한 걸까.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만남이 지속되는 내내 그들이 사이 좋고 웃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여자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혼란스러워 울며 집에 가기도 했고, 어떤 날은 남자가 주차가 힘들어 화를 내기도 했다. 물론 이런 눈물과 분노 안에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들어있다. 화가 난 채로 헤어지다가 남자는 여자가 눈 앞에서 사라지고나서야, 그녀가 만약 다음 만남에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의 연락처도 모르므로 그녀를 잃게된다는 생각에 휩싸여 두려워진다. 그래서 그녀가 가는 길로 그녀를 잡기 위해 가보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놓쳐버리고난 후다. 그래서 그 후의 만남에서 그는 초조하게 그녀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사실 나는 에로틱한 영화를 보고 싶었고, 이 영화는 그런 때에 추천 받아 이제 보게 된 영화다. [포르노그라픽 어페어]란 제목과는 다르게 또 영화의 시작에서 여자가 몇 번이나 '포르노'라고 언급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야하거나 하지 않다. 어른들이 볼만한 19금 영화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보기 좋게 뒤통수 맞는다. 둘이 같이 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은 여러차례 나오지만, 그 방까지 따라가지 않는다. 어쩌다 방에 따라갈라치면 여자는 침대 시트를 뒤집어 쓴다. 서로의 벌거벗은 육체도, 그리고 벌거벗은 육체로 끌어안고 움직이는 장면도 이 영화에서는 많이 보여지지 않는다. 거의 안보여진다. 그렇지만,



좋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남자가 '이대로 여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구 그녀를 좇아 달려갈 때, 그때 갑자기 나 역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연락처를 모른다면, 그런데 이대로 헤어진다면, 그렇다면 그 후의 나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 더 두려운 건 이것이었다. 나와 그는 사랑하고 있다. 나와 그는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뿅-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그에게 그 소식을 누가 전할 수 있을까. 남자와 여자는 호텔에 여느때처럼 들어갔다가, 갑자기 쓰러진 한 할아버지를 구해주게 된다. 응급차가 오고, 응급실에서는 할아버지의 주머니를 뒤져 신분증을 꺼내고 그의 아내에게 연락한다. 만약 내가 쓰러진다면, 혹은 그가 쓰러진다면, 그런데 우리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우리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채로 지내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어느 한 쪽은 상대의 연락을 받지도 못한 채 갑자기 단절됨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도대체 왜 그와 연락이 닿지 않을까, 하며 발을 동동 구르게 되지 않을까.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혹은 그녀)에게 다른 사람이라도 생긴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텐데, 그래서 사람들은 '그와 내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게 무슨 일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알려주세요, 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호텔 바닥에 쓰러진 노인을 보고 나는 했다.


이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보니, 일전에 읽은 '전경린'의 소설 속 문장이 떠올랐다. 



어느 날,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말이에요. 당신이나 내가 세상과 작별했다면, 우리, 흘러다니는 소문으로 그 소식을 알리지 말아요. 예의를 갖춘 정식 부고를 주고받고 싶어요. 별세의 날이 다가올 즈음 비밀스러운 주소 하나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그 정도 부탁은 가족에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 말이에요. 우리가 낙엽처럼 가벼워져서 한 걸음으로 훌쩍 공기 속으로 넘어가게 될 때요. (전경린, 「백합과 공룡의 벼랑길」p.35) 


















가슴이 저릿하다.



영화속에서 남자는 자신의 성격이 '낭만적' 이라고 말한다. 나는 남자가 자신의 성격을 낭만적이라고 드러내는 게 그렇게나 보기 좋더라. 여하튼 그래서 남자는 맨처음, 여자가 낸 광고를 보았던 잡지를 비닐로 싸서 잘 보관해 놓았다. 여자는 자신이 막 이십대가 되던무렵, 털 많은 남자와 사귀는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연애를 하게 된 남자들이 다 털이 없어서 실망했노라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머리카락이 검은 이탈리아 남자를 만나게 되서 털이 많겠구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털이 없어서 싫어졌다고. 그러면서 처음 만난 남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털이 많아요?


남자는 처음에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여자가 뭐, 괜찮아요, 라고 답하자 털이 많다고 답한다. 그런데 이건 물어보지 않아도 너무 알 수 있는게, 이 남자는 무슨 목까지 털이 나있어...이걸 굳이 물어봐야 아나. 그냥 딱 봐도 보이는구먼.




여자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그남자는 여전히 멋지다'고 말하는데, 음, 역시 제 눈에 안경이군 싶었다. 영화는 여자와 남자를 각각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는데, 여자가 대답하기 힘든 질문 앞에서 갑자기 벌컥 와인을 마시던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도 너무 와인 마시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당장 집에 가서 와인 따고 싶어! 남자와 여자가 호텔에 가기전 까페에서 만났을 때에도, 남자는 가볍게 꼬냑 한 잔, 이라던가 와인 한 잔, 을 주문한다. 아, 나도 당장 뛰쳐나가서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가서 와인 한 잔, 이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제는 나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으니 '많이 주세요' 같은 거는 하지 말고 참아야지 ㅠㅠ



덕분에 남자랑 와인 마시던 거 막 추억하고 그랬다. 이랬었지, 저랬었지, 하면서. 하아- 좋은 영화는 이렇다. 사람을 멜랑콜리하게 만들어..자꾸 막 추억 되새김질시켜...ㅠㅠ



영화의 마지막까지 보고나면, 마음이 참 싸-해지는 게, 상대의 마음을 내가 짐작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든다. 상대의 마음을 내가 짐작해서, 그 짐작으로 상대를 배려하지 말자. 내 짐작은 틀릴 수 있다. 내 짐작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서 배려하려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우리는 행복에 더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닥친 슬픈 엔딩이, 우리의 실수였다면, 상대의 마음을 '잘못'짐작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그걸 대체 어떻게 수습할거야. 상대의 마음을 배려한답시고 슬픈 엔딩속으로 걸어가지말고, 내 마음을 솔직히 고백해서 해피엔딩으로 걸어가자. 



가슴 한 켠이 싸-해지는 영화다. 다른 표현을 뭐 생각할 수가 없네. 오늘은 집에 가면 와인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안주는 뭘로 할까...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8-05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8-05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았어요. 잘봤어요. 고맙습니다. 꾸벅. (--)(__)

2015-08-05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6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5-08-0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 한 잔 드셨어요? 안주는 뭘로?
저도 자기 전에 한 잔 할까 생각 중입니다.
일단 애들을 먼저 재워놓고요.

다락방 2015-08-06 09:36   좋아요 0 | URL
와인 대신 소주를 마셨습니다. 갈비찜이 안주였어요. 궁중갈비찜. 으흐흐흐흣
어떻게, 한 잔 하셨나요? 안주는 간단히 드셨나요? 뭘 드셨어요?

왜 술마시는 다른 사람들의 안주가 궁금할까요? ㅋㅋㅋ

감은빛 2015-08-06 23:45   좋아요 0 | URL
휴가 때 고향 집에서 어머니께서 담근 포도주를 한 병 얻어왔어요.
어제 애들을 재우고 나니 시간이 새벽 1시가 다 되었길래,
간단히 포도주에 얼음을 띄우고,
계란 프라이 안주로 한잔 마시고 잤어요.

궁중갈비찜이라니! 그냥 갈비찜과는 뭔가 다른건가요?
맛있었겠어요! ^^

LAYLA 2015-08-06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러 갑니다..술을 부르는 페이퍼!

다락방 2015-08-06 09:38   좋아요 0 | URL
꺅 >.<
안주는요? 안주는 뭐 드셨어요 라일라님? 술은 어떤 거 드셨습니까!!!!!!!!!!!!! 건배를 외쳐요, 우리!!

moonnight 2015-08-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보고 싶어요. 와인을 부르는 영화@_@;

2015-08-07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8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8-10 08:53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였어요? 전 몰랐어요. ㅎㅎ
전 이번 주 수요일부터 휴가에요! >.<

2015-10-09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 지음 / 기적의책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가 늙어간다는 것 역시 그러하다. 나는 십년전보다 일년전보다 그리고 다섯시간 전보다 조금 더 '늙어'버렸지만, 그것이 내가 쇠락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과거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어있고 과거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어있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좀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있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또 그렇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는 당신을 만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서로에게 갖는 신뢰란 것은, 그렇게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오래전이 아니라, 오년전이 아니라, 지금이라 다행이다. 


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 해만큼 그렇게 될거야. (p.76-77)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고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이 남자와 여자 때문에, 아, 이 소설은 대체 무어란 말이야, 했다가,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마지막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당신에게 닿기 위해 당신에게 갈 수 있지만 당신에게 닿기 위해 기다릴 수도 있다.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를 기다리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리는 이 소설은, 그러나 읽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쫙 편 손바닥 하나 만큼의 크기를 가진 이 작은 소설이, 그러나 엄청난 무게의 달콤함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랑 결혼한다는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좋아서 깨. 애처럼 바둥거리다 베개를 끌어안고 콧노래를 부르며 자곤 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당신이 옆에 누워 있는 상상을 하면 좋아 죽을 것 같아. (p.13)



시간이 많이 흘렀고 여기까지 오는데 아주 오래 걸렸다. 그렇게 내가 당신을 기다렸는데, 이토록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




언젠가 방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오고 몇 달 살았던 적도 있다고 했었지?

이제 알 것 같아. 그건 혼자 산 것이 아니었어. 난 한 번도 혼자 살았던 적이 없어. 누군가는 내가 내놓은 쓰레기를 치워 갔고 정화조를 비워 주었어. 발전소를 돌리고 전기선을 연결하고, 가스를 점검하고 물통을 갈고 하수관을 청소했어. 어느 집에선가 면을 삶고 그릇에 담아 배달하고 다시 그릇을 가져가 닦았어. 나는 한 번도 혼자 살았던 적이 없어. 내가 무슨 수로 혼자 살 수 있단 말야?

그저 살아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혼자가 아니었던 거야. (p.47-48)



당신은 한 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 인류가 멸종하고 당신만 혼자 남은 게 아닌 이상, 세상이 세상으로 존재하는 이상, 당신은 당신이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며 살았다. 당신은 한 순간도 그러므로, 혼자인 적이 없다. 그러나 세상이 더이상 세상이지 않고 지구상에 인간이라고는 당신 밖에 남아있지 않아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된 나도, 지구상에 함께 남아 있을테니까. 모두가 사라져도 내가 남아 있을테니까. 어딘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달콤한 말인 것 같아.

기다릴테니까 와줘,

결국은 와락 끌어안게 되는 말인 것 같아.



당신에게 어울리는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오나 2015-08-0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다는 말,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 아....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이런 책이 있었네요. 당장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5-08-05 10:28   좋아요 0 | URL
이게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는 SF 소설이라서 처음엔 뭔말이지..했거든요. 그런데 한 시간도 안걸려 짧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 결국 저렇게 달달함에 무너지게 되더라고요. 나쁘지 않았어요, 피오나님. 저도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무척 좋았어요.
:)

moonnight 2015-08-09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설도 있었군요.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너무 달콤하고 애틋할 것만 같아서 조금 읽기가 두려워요. 현실과의 괴리감-_-;;;

다락방 2015-08-10 08:55   좋아요 0 | URL
전 SF 라서 괴리감이 왔었어요. 이게 뭔말이야...하고. 과학적인 뇌가 1도 없는 저인 것입니다. ㅎㅎㅎ
마지막에 달달한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헷 :)

2015-08-0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0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은 혈투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이 웃었는데
왜 따로 울게 될까?

이토록 뜨거웠는데
왜 서늘해지는걸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madology 2015-08-0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토록 선명했던 감정들은, 대체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요?

다락방 2015-08-04 17:34   좋아요 0 | URL
어디로도 못가도록 잡고 싶어요.
 
매듭과 십자가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많은 시리즈라고 해서 어이쿠야, 또 시리즈 모으면 골치아픈데, 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고민없이 이 시리즈는 모으지 않기로 했다. 별 점 반 개도 줄 수 있게 해줘, 별 3.5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윗듀 2015-08-0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흥 별점 반 개 너무너무 원해요! 3.5짜리가 진짜 많은데 말이죵 ㅋㅋㅋ

다락방 2015-08-04 10:24   좋아요 0 | URL
네. 네 개 주자니 후하고 세 개 주자니 박하고 그래요. ㅎㅎ
 

그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예외 없이 증명된 욕실 바닥을 훔쳐냈다. 리버스는 젖과 꿀처럼 넘쳐난 목욕물에 익사할 뻔했다. 그럼에도 기분은 좋았다.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그가 속삭였다. 옷을 챙겨 입은 질이 근엄하고 유능해 보이는 모습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20분짜리 공식 방문을 막 끝낸 사람 같았다.

"다음 데이트 약속을 잡아볼까요?" 그가 제안했다.

"그래요." 그녀가 가방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리버스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난 여자들이 항상 그러는 이유가 궁금했다. 특히 영화나 스릴르 소설 속에서. 섹스 파트너가 자신들의 가방을 몰래 뒤졌다고 의심하는 건가?

"하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질이 말했다. "사건이 흘러가는 걸 보면. 그냥 나중에 기회 봐서 연락하기로 해요. 괜찮죠?"

"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실망스러움을 그녀가 똑똑히 알아챘기를 바랐다. 간절한 요청을 거절당한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은 얼얼해진 서로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헤어졌다. 그는 아파트에 감도는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담배 냄새가 배지 않은 셔츠와 바지를 찾아보았고, 그것들을 걸치고 나서는 젖은 발로 욕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찬송가를 흥얼거렸다.

가끔 살아 있는 것만으로 기쁠 때가 있다. 아주 가끔. (p.84-85)

















리버스는 아내와 이혼하고 십대의 딸과도 떨어진 채 혼자 지낸다. 자신의 집은 우중충하고 빛을 잃었고, 딸이 쓰던 방은 자물쇠로 잠가놓고 있다. 그는 기억나지 않는 아픈 과거가 있고 좀처럼 웃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 그가 동료 형사인 '질'을 만나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나서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 기쁠 때가 있다고 한다. 하!


그 기쁨은 단순히 이혼한 후에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데서 오는 건 아닐테다. 외롭고 공허하고 우중충한 자신의 삶에 누군가 끼어들었다는 것, 그 사람 때문에 자신의 공간도 마찬가지로 활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 이 지하처럼 잿빛의 공간이 숨을 쉬게 됐다는 것. 무엇보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뜻밖의 반가움. 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 살아 있는 걸 기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오래전에 짧게 데이트 했던 상대에게 이별통보를 받고는 굉장히 절망한 적이 있었다. 사실 짧게 데이트한만큼 그에게 어떤 애정이라든가 하는 게 생기진 않았던 터라 그 이별 자체가 '그를 볼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슬픔이나 절망으로 채워진 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내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서 나로 하여금 '아, 나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그런 그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사람하고 헤어지고나서도 누군가 나를 좋아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이제 이사람하고 헤어지면, 누가 나를 또 좋아해주지? 나를 좋아해줄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그래서 그가 원망스러웠다. 좋다고 했으면 질릴때까지 좋아하다 관둘것이지 이렇게 나는 시작도 못했는데 이럴 게 뭐람, 하면서. 그래서 그 뒤의 연애들은 나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과 그냥 시작했던 것 같다. 딱히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것 같은데,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은 그당시 내게 꽤 크게 다가왔다. 


리버스가 또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를 기대하며 살아왔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우중충한 자신의 집과 자기 자신을 그냥 그런대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신에게 찾아온, 아니 자신이 다가갔던 여자는 그 모든 것들에 색을 입힌다. 어쩌면, 어쩌면 모든 것들이 다시 시작되고 다시 생명을 얻게 될지도 몰라.



나는 이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건 기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비록 짧더라도, 그걸 깨닫는 그 순간.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깨달았다면, 그 순간을 아주 오래 기억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혹여 다시 절망이 찾아오고 다시 삶이 잿빛이라 느낄 때, 아 그 때는, 모든 것들이 색을 입고 내게 다가왔지, 하고 추억했으면 한다. 나로 말하자면, 스스로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 여긴다. 내게 일어난 일들을, 사건들을, 기억들을, 하나씩 곱씹고 또 곱씹으며 돌이켜보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때로는 생각하다 아파하기도 하지만, 기쁨을 느꼈던 순간만큼은 잊지 않은 채로 자신 안에 켜켜이 쌓아두었으면 좋겠다. 물론, 리버스의 삶이 앞으로는 색을 입힌 채로 진행되길 원하지만, 혹여라도 다시 잿빛이 되는 순간, 모든 것들이 화려한 빛을 띠고 자신에게 있었음을 기억하기를. 


이 얼마나 사소한 것들로 채워진 순간인가.


물이 넘쳐버린 욕실 바닥, 아파트에 감도는 그녀의 향기, 귓가에 맴도는 그녀의 목소리, 그렇게 시작되는 하루, 서운함을 느끼는 내 마음. 




위스키가 들어가자 속이 한층 편안해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빠졌다. 그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곳 악취가 속을 더 뒤집어놓았다. 그는 세면대 위로 몸을 숙이고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정작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술과 담배를 끊어야 했다. 지금껏 자신을 살게 해준 것들이 이제는 그를 죽이려 들고 있었다. (p.91)



신문기자 '스티븐스'는 리버스를 내내 주시하고 있다. 그에게는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스티븐스는 허구헌날 술을 달고 산다. 어제도 술을 정신을 잃을 정도로 퍼마셔놓고는, 오늘 또 그 속을 술로 달랜다. 헛구역질을 할만큼 술을 마신다. 이러고나서 다음날 안마시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계속 마신다. '자신을 살게 해준 것들이 이제는 그를 죽이려 들고 있'다고 하니, 아, 이 얼마나 리얼한 비유인가. 나를 살게한 달고 짠것들이 비만으로 나를 죽게할 수도 있듯이, 나를 살게한 술이 내 속을 다 병들게 하고 죽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와중에 안나를 살게 한 브론스키와 그로 인해 또 죽음을 결심한 안나가 생각나는 건..뭐징........슬퍼....나를 살게 했으면,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하진 마. 그냥 계속 살게 하란 말이야, 이것들아!!



어제 친구랑의 대화도 그렇고 며칠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우리는 무엇을 끊기가 더 힘든가에 대해 얘기했었다.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는 끊을 수 있겠는데 밀가루는 끊기 힘들다' 라고 말했다. 한 친구는 술을 앞으로 안마시고 살아도 아쉬울 게 없는데 커피는 끊기 힘들다고 했다. 크- 나로 말하자면 면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밀가루 끊는 게 그다지 스트레스 받진 않는다. 그보다는 고기쪽이 훨씬 더 큰 스트레스가 온다. 빵이나 면류를 안먹는 건 큰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는데, 고기는...아...안돼. 고기를 끊으라고 하면 일단 삼겹살 갈비 스테이크..부터 시작해서 돈까스, 햄, 제육볶음 이런것까지 안먹는 거잖아? 그러면..세상에 대체 먹을 게 뭐가 남지? 안돼 ㅠㅠ 난 밀가루보다는 고기가 더 좋아!! 커피도 물론 좋지만, 나는 둘 중에 꼭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망설임 없이 술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마시는 액체라고 하면 술과 커피와 물이 전부인데, 이중에 커피를 들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술을 남겨둔다면 살면서 기쁨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크- 나는 진짜 술을 쌓아놓고 살고 싶어. 냉장고를 열면 술이 가득가득하고 찬장이든 책장이든 어디든 술이 가득가득 했으면 좋겠다. 술이 없으면 초조해...


오늘 아침에 엄마가 콩나물과 고구마줄기 반찬을 해놓으셨길래 아침부터 비벼먹자고 세숫대야를 꺼내가지고서는 나물과 밥을 넣고는 고추장을 꺼내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자 지난 주말에 남동생이 사두었지만 채 다 마시지 못한 캔맥주와 소주가 잔뜩 보였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졸 행복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건 보기만 해도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한다. 계속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이지않게 술을 채워둬야 해. 게다가 내 책장에는 내가 사둔 와인이 한 병 있고, 지난주말에 친구로부터 이른 생일선물로 받은 와인이 또 있다! 꺅 >< 세상은 진짜 살만한 게 아닌가!!!!!!!!!!!!!!!!!!!!!!!!!!!!!!!!!!!!!!!!!! 진짜 세상엔 뭐 그렇게 큰 게 필요없다. 늘 마실 수 있는 술과 안주만 있으면 돼...같이 마실 남자 있으면 또 행복하고. 같이 마실 여자들이 있어도 행복하다. 음탕한 얘기를 섞어가며 술 마시면 천국이로다.




어젯밤에 조카들이 자려고 누웠고 그래서 나도 내 방으로 갔는데, 세 살 조카가 애타게 '이모이모'를 불러댄다. 그래서 가보니 자기 옆에서 자라면서 손으로 자기 옆자리를 탁탁 치는 게 아닌가. 아이구 이뻐라. 나는 또 행복해져서는 여섯살 조카의 뺨에 뽀뽀를 해준 뒤에 세살 조카의 옆에 누웠다. 누워서 가만히 잠들려는 세 살 조카를 보는데 너무 예쁜거다. 그래서 아이의 드러난 팔에 쪽- 하고 입을 맞춰줬는데, 아아, 이 녀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나를 보더니 "가" 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이모 가라고?" 하고 되물으니 손가락으로 방 바깥을 가리키며, "가!" 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놈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니가 오랬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이제와 가라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이제 너한테 뽀뽀 안한다? ㅠㅠㅠㅠㅠ



여섯 살 조카는 어릴 적부터 브로콜리 삶은 것을 그렇게나 잘 먹었다. 아삭이 고추도 잘 먹었고. 세상에 못 먹는 게 없는 아이었는데, 아이가 야채 먹는 걸 보면 다른 아이엄마들이 그렇게나 부러워했다. 그런데 이 세 살 조카도 자기 누나에게 지지 않는다. 엊그제 엄마가 저녁에 취나물을 볶아주셨는데, 이제 막 젓가락질을 습득해서 곧잘 하는 세 살 조카가 맙소사, 취나물을 그렇게나 먹어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엔 너무 먹어서 안되겠다고 여동생이 치웠을 정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나물을 잘 먹는 아이를 본 적 있냐며 여동생과 나는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 살 조카는 여섯 살 제 누나보다 밥도 더 많이 먹는다. 참외도 혼자서 하나를 뚝딱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보는데 어지나 이쁜지! 그렇지만 너한테 이제 뽀뽀 안할거야. 흥!!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5-08-0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니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흥~!! ♡

다락방 2015-08-06 16:52   좋아요 1 | URL
요즘에 아주 이뻐 미치겠어요. 저녀석이 막 이모이모이모이모 하고 애타게 나를 부른다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