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7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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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힘이 세고 어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기도 하며 한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에서 끌어올려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또 그렇게 믿는다. 휘청거리는 약한 마음을 지탱해주는 것 역시 사랑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고서점에서 고서를 다루는 일을 하는 여자가, 책을 읽지 못하는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어쩌면 스르륵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사랑을 단단하게 붙잡는 것이, 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의 핵심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난 시리즈를 다 읽어왔다면 알겠지만, 고서점 주인인 '시오리코' 씨는 엄마인 '지에코' 씨와 사이가 안좋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어린 시절에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갔고, 그 일로 인해 시오리코는 엄마를 원망하는데, 엄마가 고서적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듯이, 어쩌면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다 내버려두고 훌쩍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그녀에게는 있다. 그래서 혹여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나, 하는 것이 그녀의 두려움인데, 시오리코의 애인인 '다이스케'는 이에 '니가 떠나고 싶다면 나 역시 같이 가면 되지 않느냐'고 이 시리즈의 5권에서 얘기한 바 있다. 이미 그 때 나는 한차례 이 사랑의 용감함에 대해서 감탄한 바 있다. 혼자 두려워하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함께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는 길이라는 것을, 그 때 배웠던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고서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셰익스피어의 전집에 관한 것인데, 아주 오래전에 발행된 책에 대해 추적하고 또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짐작하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시오리코 씨는 예의 책에 대한 지식을 뽐낸다. 아니,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렇지, 책의 발행 년도와 역사, 작가의 출생과 사망까지,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대사까지 모두 달달달 외우는 건 좀..무리한 설정이 아닌가. 아무리 고서를 좋아해도 그럴 수가 있나... 천재라면 가능한 것인가... 내가 못하니까 남도 못한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래서 사람이 남의 입장이 되어봐야 해. 자, 천재의 집장이 되어보자. 세상에 존재하는 책들의 출판년도와, 작가의 출생과 사망 시기와, 작품목록과, 각 작품속에서의 대사를 나는 외울 수 있는가? 두구두구둥- 있다! 나는 천재니까!


음..천재가 잠깐 되어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각설하고,

이번 셰익스피어의 전작품이 실린 고서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경매에 나오게 되고 이에 시오리코씨는 자신과 별로 사이가 좋지는 않은 엄마 '지에코'와 경쟁하게 생겼다. 서점을 담보로 삼아 대출을 받아서까지 이 책의 경매에 나서게 되는데, 이 굵직한 축을 놓고 틈틈이 셰익스피의 작품 속의 대사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등장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서점에 대한 이야기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소소한 기쁨이 아닐까. 

이 과정에서 지에코는 시오리코에게 고서에 대한 사연과 이야기들을 짐작하고 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고서를 감정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과 함께 고서를 찾아 전세계를 다니는 것이 어떤가를 생각하게되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착한것 같긴 하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는 다이스케 가 별로 마음에 들질 않는다. 지에코는 시오리코도 모르게 다이스케를 찾아가서는 '너란 남자는 능력있는 나의 딸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돼, 니가 아무리 내 딸을 사랑한다지만 너가 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지?'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에 다이스케 는 휘청인다. 지에코의 말이 틀린 게 없으니까. 시오리코는 고서에 대해 전문가이고 앞으로 그 능력을 더 키울 수도 있고 그렇게 쭉 뻗어가면서 살아갈 수 있을텐데, 책도 읽지 못하는 스스로가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그녀의 옆에 있는 게 그녀에게 도움이 될것인가.... 다이스케는 조만간 시오리코에게 청혼할 생각이었지만, 고민하게 된다. 


휘청휘청.

흔들흔들.



나는 그 순간 다이스케가 되었다. 사랑은 나를 가득 채워주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만, 그러다가 이렇게 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그다지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상대에게 한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럴 때 누구나 휘청거리가 되지 않나. '이런 부족한 내가 그의 옆에서 괜찮을까' 라는 마음 같은 거, 생기게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내가 가진 어떤 약점들로 인해 혹여라도 상대의 앞길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상대를 더 고생시키고 상대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 나는 다이스케가 되어서 같이 휘청였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야 하는가...그게 진정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길은 아닌가...



다이스케는 여기서 실수를 한다. 이 때, 혼자 고민하고 결론 내리기 보다는 시오리코와 상의를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5권에서 시오리코의 고민을 듣고 다이스케가 '같이 가면 되죠!'라고 말했을 때처럼, 다이스케가 고민을 시오리코에게 얘기했다면 시오리코가 어떤 대답을 들려주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다이스케는 말하지 않았고, 시오리코는 다음날 엄마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 듣게 된다. 그녀는 다이스케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걱정돼 후다닥 다이스케에게 간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




"……날 봐요."

거친 숨소리 사이로, 시오리코 씨가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그저께 카페에서 내가 했던 행동이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어머니가 뭐라고 했죠?"

그래. 오늘 그녀는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다. 우리 집에 불쑥 찾아왔던 이야기도 본인에게 직접 들었으리라.

"네. 어제……."

"잊어버려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서로의 입술이 가볍게 맞닿았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아니면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을 거예요. 다른 어떤 남자도 나에겐 아무 가치가 없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나예요."

순간 안개가 걷히듯 머릿속이 맑아졌다. (p.268-269)



그렇다. 그런 것이다. 사랑은 나 혼자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상대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상대와 고민을 나누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의외로 간단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면 내가 떠나야 할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상대는 더 단단한 사랑으로 나를 지켜주고 있다. 이 사랑을 지켜내고 있다.



1권부터 7권 완결에 이르기까지 매 권마다 고서당 이란 제목에 걸맞게 고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시오리코 씨가 고서에 얽힌 사연을 얘기하는 것은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 주었지만, 이렇듯 시오리코 씨와 다이스케 의 사랑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걸 지켜보는 건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결국 7권 완결에 이르렀을 때, 이거봐, 결국은 사랑 이야기네, 했다. 그리고 그게 무척 좋았다. 점점 더 단단해지는 연인을 본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니까. 


시리즈는 7권으로 끝나지만 고서를 탐험하는 건 아마도 끝이 없을테고, 그렇다면 시오리코는 계속 고서당에서 고서를 매입하고 또 팔면서 일상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더 많은 더 오래된 고서를 찾아 나서게 될지도 모르고. 그것이 그녀 삶의 중요한 기둥일 것이다. (노동 is very important!) 그렇지만 사랑만으로 살 수 없듯이 노동만으로도 살 수 없다. 고서를 다루는 것이 그녀의 노동이기에 앞서 그녀가 사랑하는 일이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삶속에서 다이스케와 함께한다면 그 삶은 더욱 단단해지지 않을까. 



결국은 사랑이야기이다.






"우리 집……너무 엉망이죠?"
"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지 도통 가믄할 수가 없었다.
"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건 알지만……어머니는 그 모양이고, 외할아버지라는 사람도 멀쩡하다고는……. 다이스케 구능ㄴ 이런 복잡한 집안에서 자란 내가 싫어지지는 않았을까 해서……."
"그럴 일 없어요."
의도했던 것보다 어조가 강해졌다. 시오리코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싫어질 일 없습니다. 어머니나 외할아버지 일은 시오리코 씨와 전혀 상관없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 집안도 멀쩡하지는 않고요."
내 외할머니는 불륜을 저질러 아이까지 낳았다. 사정은 다르지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일인 건 마찬가지였다. 정도야 다르겠지만, 어느 집이나 나름대로 사정은 있을 거싱다.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뿐이지.
"우리 집안 일 때문에 내가 싫어졌어요?"
시오리코 씨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어요. 모두 옛날 일이고, 현재 진행되는 일도 아니니까. 앞으로 우리가 잘하면 돼요." (p.61-62)

"다양한 요소가 뒤섞여 있지만, 일단 희극으로 분류되는 작품이에요.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에는 법칙이 있어서, 비극이나 역사극 같은 내용이 심각한 작품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썼죠. 이 「베니스의 상인」도 그 법칙을 따랐지만 다른 희극은 해당되지 않아요." (p.72)

"자네는 평범한 사람이야. 살다 보면 언젠가 그 아가씨는 자네를 떠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뭐?"
부담을 주려는 것도, 조롱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시다는 편안하게 서서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 아가씨가 선택한 건 자네야. 그걸로 충분하잖아. 내가 보기에 자네는 번듯한 청년이고, 그 아가씨는 좀 많이 이상해. 자네라는 번듯한 청년이 그 괴짜 아가씨를 선택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거야. 자신을 가져. 중요한 건 마음의 준비야. 남은 인생이 어떻게 굴러 갈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다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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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페미니즘과 민주주의] 강의는 서민 교수님께서 하셨다. 19:30 부터 시작하는 강의라 혹여 졸리진 않을까 싶었는데, 그간 강의를 많이 하셨기 때문인건지,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아주 재미나게 강의해주시는 바람에 졸릴 겨를이 없었다. 재미있게 남성이 본 남성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도 이 강의 자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개인적인 메세지도 있는 것 같았다. [까칠남녀]에 출연하며 '생계형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고 있다는데, 그 점이 몹시 서운하다 하셨다. 본인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게다가 본인은 홍대에 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인지라 페미니즘을 안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자신이 생계형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게 정말 서운하다 하셨다. 또한, 누군가는 학창시절 친구가 없을 때 여자애들이 잘해줘서 본인이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하셨다. 어릴때 자신을 외면할 때는 남녀가 없었다고, 남녀 모두 자신을 외면했다는 얘기였다.


처음 강의 시작이 외모비하, 외모평가에 대한 거여서 이 강의는 어디로 가려는가, 했는데, 결국 성형한 여자를 오히려 욕하는 사회에 대해 이어가시더라. 그러다보니 오히려 설득이 잘 되었다. 개인으로서도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직업을 갖기 위해서도 여자는 '얼굴을 고치라', '살을 빼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런 사회에서 성형을 하면 또 '성형미인'이라고 욕을 한다는 거였다. 내가 페미니즘을 알기 훨씬 전에 나 역시 성형한 사람에 대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식으로 생각해 그들을 폄하했었던 사람인지라, 교수님의 말씀이 뭔지 알겠더라.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점점 더 내 자신에 대해 반성할 일이 많아진다. 



사실 강의보다는 강의가 끝난 후에 사람들이 질문하는 게 더 좋았다. 질문이 아주 많이 쏟아졌는데, 대체적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한남이 자신의 아버지란 얘기였다. 아버지 보기가 불편하고 아버지의 행동이 다 너무 거슬린다는 것. 나 역시 그랬다. 일전에도 페미니즘 강의 들으면서 사람들이 아버지와 안좋은 사이에 대해 말하곤 했는데,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맞닥뜨린 한남이 바로 내 아빠가 아닌가 싶다. 내 아빠는 다른 아빠에 비해 애정표현을 잘 하시고 가족을 끔찍이 위하시지만, 집안일에 많이 참여하시지만, 남녀의 성역할에 대해 고정관념이 확실한 분이시다. 지금은 엄마와 내가 계속 뜯어 고치려고 엄청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변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한 남자사람의 질문이 인상깊었다. 그는 자신이 이십대 후반이며 백수이고 페미니즘을 알고싶고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동성의 남자친구들 무리에서 자신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기가 두렵다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말하지를 못하겠고, 지금 막 공부를 시작한 페미니즘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서 답답하다는 거다. 아, 저 사람은 지금 저 자리에서,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고 그 길이 혼자여서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교수님은 이에 대해 '쪽수를 늘려야 한다'고 답하셨는데, 나는 그 대답이 시원하지 않다 여겨졌다. 쪽수를 늘리는 거야 너무 당연한 답이고 쪽수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나는 그 청년에게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얼마나 힘들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자리만 하더라도 젊은 남자들이 많이 와있지 않은가, 내가 페미니즘 강연 들으러 갔을 때 남자를 거의 보지 못했었는데 여기 이 자리엔 이렇게나 많이 와있다, 지금처럼 계속 쪽수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관심을 갖고 여기에 온 사람들이니 '내 쪽수'가 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계속해서 내 쪽수가 되어줄 사람이 있는 쪽으로 향하다보면 내 쪽수가 많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대응하기가 한결 낫지 않겠는가, 이런 강의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이고, 스터디 모임을 찾아보아도 될 것이고, 인터넷서점 알라딘에만 가더라도 페미니즘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거기에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본인의 글을 써보면 이야기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그러나 연이은 질문에 밤이 점점 깊어갔고 사람들은 하나씩 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차마 말하지 못한 채로 강의를 끝내야 했다. 아, 저 말들을 꼭 해주고 싶었는데, 저 사람에게 외롭지 않게 갈 수 있다고 뭔가 격려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하고 있는데!!!


마침 강의 후 서민 교수님이 저자 싸인을 해주고 계셨고, 내 친구는 거기에 줄을 서 있었고, 그렇게 나는 싸인 받을 친구를 기다리다가 강의실에 있는 정수기 앞에서 그 남자사람을 똭- 맞닥뜨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간절하면 하늘에 닿아 전 우주가 나를 도와주고...(응?)



나는 그 남자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까 질문하신 거 잘 들었어요, 하고.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혹시 인터넷서점 알라딘 아세요?"



그는 안다고 했다. 거기 들어가서 페미니즘 책 검색해보면 그 밑으로 아주 많은 글들이 달려있는데, 거기에 페미니즘 공부하시는 분들 많아요, 여자분들도 많고 기혼자들도 있고 젊은 남자분들도 많아요, 들어가보시면 아마도 쪽수 만들기에 좀 더 쉽지 않을까요? 라고 했더니, 그는 고맙다고 내게 말하면서, 안그래도 페미니즘 책도 읽고 글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속이 다 씨원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편으로는 또 '오지랖이다 오지랖 오지라퍼...' 하고 스스로에게 수천번 얘기했지만.


그렇게 그와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가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1층 복도에 그 남자가 또! 보이는 거다. 그런데 이번에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강의는 혼자 들으러 왔던데, 어느새 여자사람 두 분이 그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들리는 대화로 추측해보자면, 공부하는 거 힘들지 우리도 공부하고 있어, 우리 함께 열심히 공부하자, 같이하자, 의 내용인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주고받는 것 같았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괜히 오지라퍼였어, 내버려둬도 저렇게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줄 것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의 오지랖은 정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오지랖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오늘 칠봉이한테 이 얘기를 하는데 내 말을 듣기도 전에 '또 오지랖 부렸구먼' 하면서 큭큭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다, 내가 그랬다!!!



















강의에서 교수님은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페미니즘의 도전》에 엄청 밑줄을 긋고 읽었다고 하셨다. 너무 좋은 책이고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받았다고,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그러면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대해서는 '학을 떼게' 만들었다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도 어렵고 상,하권 각자 500페이지가 넘어서 아주 읽기 힘들었다는 거다. 나는 이 책을 사서 며칠 전에 받고 아무데나 펼쳐봤는데 글씨가 너무 촘촘해... 뭔가 전공교재의 느낌? 아아, 내가 이걸 읽을 수 있을 것인가....하고 약간 멀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어제 서민 교수님이 이 책이 힘들다, 학을 떼게 만들었다, 하시니까, 오호라, 어쩐지 더 읽어보고 싶어지는 급욕망이 생기는 거다. 나는 이 책을 같이 읽기로 한 청년에게 강의 중에 문자를 넣었다. 이 책 당장 내일부터 읽자!! 하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집의 방향이 달라 각자 헤어져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데, 강의를 같이 들었던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아까 서민 교수님 강의중에 나온 저자 이름이 혹시 뭐였는지 기억하냐는 거였다. 서민 교수님이 얘기한 저자가 많아 리베카 솔닛? 하고 되물으니 아니, 남자였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 서민 교수님께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강준만!! 하고 답을 보냈더니, 맞다고 그 사람이라고 하더라. 친구는 아마도 강준만에게 관심이 생겨 강준만에 대한 책을 검색하고 읽어볼 생각을 할 것 같다. 나는 이게 강의 혹은 공부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다. 궁극적인 역할도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갖고 둘러보게 만드는 것. 공부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또 불러내고, 그 다른 하나가 저쪽 다른 하나를 또 불러내는 거다. 일전에 내가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언어학도 관심이 생기고 정치 경제학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는데(너무 늦게 깨달은건지도...) 공부가 그래서 이렇게나 좋은 거다!!! 



음..비블리아 고서당 7 에 대한 얘기를 하려 했는데, 다른 얘기를 너무 길게 해서 그 얘기는 다음에...패쓰.......




아, 그리고 마태우스님 새 책이 나왔더라. 이번엔 무려 '독서'에 대한 책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서민 교수님은 나와 친한데(엣헴-), 나랑 친한 분이 페미니즘과 독서에 관심이 있다는 게 나는 진짜 정말이지 너무 좋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친하게 지낼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아까 질문했던 남자사람에 대해 다시 얘기하자면,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관심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풀어내는 것이 살면서 아주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그런 과정이 필요하고 함께할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남자사람이 '같이 말할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던 게 어떤 건지 너무 잘 알겠고,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그런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 나설 필요까진 없겠지만, 내게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내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페미니즘이든 독서든 혹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뭐든, 정보를 공유하고 느낌을 얘기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건 너무 소중해서, 우리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고단한 삶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많다면,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쪽수 많은 게 반드시 답은 아니겠지만, 쪽수가 많은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알라딘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여러가지로 충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책을 읽는 것도 좋고 그 감상을 글로 써내는 것도 좋은데,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준다. 나 스스로 글을 쓰는 게 스스로의 감정 표현을 위한 수단인데, 그 수단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아직 서민 교수님의 《서민 독서》책을 읽지 않아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독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거는 진짜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아무쪼록 페미니즘 강연에서 질문했던 저 젊은 남자사람도 알라딘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자신의 쪽수를 늘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쪽수를 늘려가며 살 수 있다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텐데.




오지랖 떠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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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7-10-1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어제 거기 있었어요. 저도 그 남학생한테 뭔가 말해주고 싶었는데. ㅋㅋㅋ 용기와 시간이 없었네요. 다락방님이 그분께 말씀해주신거 완전 긍정적인 오지랖이었다고 생각해요. ㅎㅎ

다락방 2017-10-19 17:22   좋아요 0 | URL
꺅 >.<
거기 계셨어요? 앞으로도 계실 예정인가요? 저 전강의 수강 다 신청했거든요. 손아람 강의와 정희진 쌤의 마지막 강의 기대하고 있어요. 다음 강의도 들으실거라면 우리 아는척해요!! >.<

비공개 2017-10-1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는 서민 교수님 여혐책 다 읽고 (언젠가 사두었던) 서민의 글쓰기를 좀 봤는데 서문에 다락방님 이야기가 나와서 엄청 반가웠어요^^ 저도 항상 이런 강의 혼자 다니는데 쪽수 늘리는데 동참하고 싶으네요 ㅎㅎ

다락방 2017-10-19 17:23   좋아요 0 | URL
헤헤헤헤헤. 서민님 책에서 저도 저 보고 엄청 반가웠어요. ㅋㅋㅋ
어제 그 청년 보니까 뭔가 막 힘이 되어주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그런 한편 괜찮은 남자는 이런 곳에 와서 괜찮은 여자와 인맥을 만들 수 있다, 라는 생각도 했고요. 오늘 회사 여자동료에게 말했더니, 괜찮은 남자 만나려면 그런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안들을 거 같지만 ㅋㅋ)
이렇게 저렇게 이성과 동성 모두 쪽수를 늘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의 쪽수가 되어주고 그렇게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면 더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쩐지 도덕적이고 선한 결론 ㅋㅋㅋㅋㅋ 윤리 교과서 같네요 ㅋㅋㅋㅋㅋ)

비공개 2017-10-1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전강 수강이예요 ㅎㅎ 담주에 가면 다락방님을 찾는 방법을 강구해 볼게요 ㅋㅋ

다락방 2017-10-20 08:2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찾는 방법이라뇨, 그냥 만나면 되죠. 그날 아침에 서로 무슨 옷 입었는지 얘기하기로 해요. 북플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저는 님을 찾으면, ‘제이에스신님이세요?‘ 이렇게 물어야 하나요. 히힛. 씐난다! >.<

2017-10-26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6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0-1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마음이 따뜻한거예요..
오지랖이 아니구 ㅋ

다락방 2017-10-20 08:24   좋아요 0 | URL
제가 남의 일에 참견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엄청 되뇌이는데도 이렇게 참지 못하고 오지랖을 부릴 때가 있어요. ㅠㅠ 그 순간에는 그냥 뭔가 막 아아 도움을 주고싶다 이런 마음이 되어가지고...Orz

2017-10-19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0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0-20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알라딘 서점 얘기 ˝혹시 도를 아세요?˝ 같아요ㅋㅋㅋ

다락방 2017-10-20 08:25   좋아요 0 | URL
아 맞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댓글 읽고 생각하니까 정말 그래요. 저는 페미니즘 공부에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실상은 알라딘을 전도해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태우스 2017-10-2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강의를 한다면 앞으로의 계획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입니다. 알라딘 등에 페미니즘 하는 모임이 있으니 거기서 자신감을 찾으시라고요. 주위에서 찾으라는 건 너무 막연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다락방 2017-10-25 08:0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페미니즘 모임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고요, 마태우스님.
다만 이곳에 페미니즘을 더 알아가자 공부하자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으니, 아무래도 알라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면 그렇게 자기 쪽수를 만드는 것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거예요. 게다가 그들중에는 젊은 남자사람들도 있어요!! 후훗.

강의 재미있게 잘 들었어요, 마태우스님.
게다가 질문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되게 활기찬 강의였던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2017-10-25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0-25 08:03   좋아요 0 | URL
네네, 정희진쌤 강연에서 봬요!! >.<

clavis 2017-10-2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랖을 떠는 저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락방님의 환영할 만한 오지랖을 사랑합니다 오지랖은 친절입니다 오지랖은 사랑입니다ㅋ

다락방 2017-10-27 09:21   좋아요 0 | URL
클래비스님도 오지랖을 잘 떠시나요? 히히히히히.
우리 오지라퍼 멤버 1,2 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해전에 그런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몇 장 읽다가 도저히 못읽겠어서 덮었다고. 물론 그런 책이 한 두권은 아니지만, 그 책을 덮은 이유가 요즘에 와서 또렷이 다시 생각난다. 그 작가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고른 거였는데, 그 다음 작품은 읽어내기가 정말 힘들더라. 형사시리즈였고 아동성범죄에 대해 다룬 거였는데, 초반에 범인이 희생자를 선택하고 탐색하는 과정이 나오는 거다. 성범죄를 저지를 대상을 찾는 그 범인의 심리가 진짜 너무 끔찍한거다. 힘들어서 더 넘기지를 못하겠어서 덮어버리고 팔아버렸는데, 요즘에야 그것이 '가해자의 시선'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버리는데 내가 도무지 그걸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 아직도 그 책을 몇 장 넘기면서 토할것처럼 역겹고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끝까지 읽으면 내가 어떤 느낌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지만, 그 당시엔 너무 힘들었고, 지금 생각해도 힘드니, 그 책은 읽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요즘 신문에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기사 타이틀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책이 생각나고, 여자 입장 잘 모르겠다는 한 영화감독의 강간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책 생각이 났다. 누군가는 도저히 보아넘길 수 없는 것들을 잘도 쓰고 만드는구나 싶었달까.



이건 이것대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불쾌한 경험인데, 이와는 아주 별개로 내 안에 도덕이, 선이 뭉개지는 걸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사형제를 반대하면서 성범죄자가 죽어버리길 바라는 것 같은 마음, 이럴 때는 절대 선은 무엇인가, 내 안에 도덕은 무엇인가, 내 안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이것은 나의 내면의 상처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선의 기준 때문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경험을 나는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에서 또 해버리고 말았다.


















아직 이 책의 초반을 읽고 있고,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살아온 배경이라든가 '그것'에 의해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상 같은 것들이 보여지고 있다. 그중에 한 동성애 커플이 나오는데, 이 동성애 커플을 단지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혐오하는 가해자가 마구 폭행하는 장면이 있는 거다. 그는 게임에서 받을 수 있는 모자를 자기는 받지 못했는데 이 커플 중에 한 명은 당당하게 쓰고 있다는 것에 심하게 열등감을 느끼다가 결국 그들을 지나는 길에 발견하고서는 모자를 빼앗아 짓이긴 후,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마구 폭행을 한다. 진짜 심하게 폭행을 하는데, 그 동성애 커플들은 가해자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사랑을 한 게 전부였다. 눈 앞에 영상으로 폭력의 장면이 그려진 게 아닌데도 나는 제발 그만 때리라고 말하고 있었고, 누구든 나타나 저 사람들을 좀 말리라고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폭력을 행하던 가해자들은 결국 물 속으로 피해자를 던져버리고 마는데, 피해자는 이에 사망하고 만다.


책에서는 여기에 결정적 사망 원인이 그들은 아니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 때 거기에 '그것'이 있었던 것. 그것이 나타나서 피해자를 잡고 물어뜯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인데, 그 목격장면은 하도 괴상해서 경찰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함께 있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똑같은 증언을 하는 바람에 경찰중 한 명은 '어쩌면 그들이 본 게 사실은 아닐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추적해야 하지 않나, 하는 거다. 이에 다른 경찰은 말한다. 그러지 말라고, 그들은 잘못 본 거라고.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그 경찰의 더 깊은 속내, 결국 드러내고야 마는 속내에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그저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무지막지하게 때린 가해자들에게 벌을 내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였다.




"자네 이 재판에서 지고 싶나, 헤럴드?"

"아닙니다. 물론 이기고……."

"그 양아치들이 다시 거리를 활보했으면 좋겠나?"

"아닙니다!"

"그럼 됐어. 기본적인 원칙엔 서로 동의한 셈이니, 내 생각을 정확히 알려 주지. 그날 밤 다리 밑에 남자가 있었을 수도 있어. 아마 광대 옷을 입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목격자들을 상대해 온 경험으로 볼 때, 어디서 광대 옷을 주워 입은 부랑아나 노숙자일 확률이 커. 그가 누구든 떨어진 동전이나 햄버거 부스러기 같은 음식 찌꺼기를 찾고 있었을 걸세. 그 나머지는 목격자들도 자신의 눈에 속은 거야, 헤럴드.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헤럴드는 그렇게 확신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지금부터 결론을 말하지. 난 그게 곱슬머리든 광대든, 엉클 샘 옷을 입고 죽마를 탄 놈이든 행복한 호모 허버트든 상관없어. 만약 그 친구가 이 사건에 등장한다면 말이야, 자네가 '아무개'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양차치들 변호사가 작업에 들어갈 걸세. 변호사는 머리도 단정하고 옷도 깨끗하게 차려입은 그 두 마리 어린양들이 멜론이라는 호모를 장난삼아 다리 옆쪽으로 밀었을 뿐이라고 말하겠지. 멜론이 다리 밑으로 떨어진 후에도 살아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거란 말이야. 언윈뿐 아니라 죽은 호모의 애인인 해거티까지 그렇게 증언할 테니까. '제 의뢰인들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천부당만부당한 소리입니다! 광대 복장을 한 정신병자의 짓입니다.' 우리가 그 말을 끄집어냈다가는 일이 완전히 꼬이고 말아, 자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 (p.66-67)



"그 사내는 호모지만 누구한테 피해를 주진 않았어. 그런데도 정비화를 신고 다니는 세 양아치를 만나 목숨을 잃은 걸세. 난 그놈들을 집어넣어야겠네, 친구. 그리고 놈들이 토머스턴 교도소에서 항문이 찢기는 꼴을 당했다는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누구든 에이즈에 걸리기 바란다는 카드를 보내 줄 걸세." (p.68)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목격한 그 광대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것을 지금 정체를 밝혀내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 거라는 것을, 나는 안다. 위에 '헤럴드'도 이걸 그냥 넘겨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라고 의심을 한다. 이것은 옳은, 정당한, 도덕을 따르는 의심일 것이다. 그러나 심정적으로는 '그놈들을 집어넣어야겠네' 라고 말하는 부틸리어에게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 응, 나도 그들을 집어 넣고 싶어. 단지 누군가의 존재 이유로, 그렇게 존재한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 끔찍하고, 그 혐오를 폭력으로 행사하는 것도 너무 끔찍해서,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벌을 받게 하고 싶다. 설사 '살인'까지 이르게 한 게 그들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죽을만큼 피해자를 때려서 물에 던진 건 사실이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만약 그 '광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어쩌면 저지른 잘못보다 더 큰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과연 더 큰 벌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론상이라면, 그리고 절대 선, 도덕적 기준이라는 게 있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봤다고 증언하는 그 존재에 대해 조사를 해야할 것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게 누구인지 따져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만 벌을 주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놈들을 집어넣어야겠네' 라고 말하는 부틸리어가 자꾸만 되는 것이다. 아, 도덕이란 무엇인가. 내 안의 윤리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또, 세 양아치는 도대체 어째서 자신안의 열등감을 그런 식으로 풀어내는가.




스티븐 킹의 《그것》을 읽고싶다고 남동생이 말해서 샀고, 그래서 남동생이 먼저 읽어본다고 가져갔는데, 1권 읽기를 시도하다 포기했다. 재미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결국 다른 책을 읽겠다고 했는데, '어이쿠 이런. 세 권이나 되는 걸 다 사놨는데 재미없으면 어쩐담' 하고 내가 읽기 시작하자, 어라? 난 재미있는 거다. 공포가 내가 생각하는 그 공포랑 조금 다른것 같아서 그런 공포쪽으로 막 뭐가 아직까진 무섭고 그렇진 않은데, 그 공포속에 희생된 사람들과 주변인들의 일상, 삶, 성장 과정 같은 것들을 실감나게 풀어내서 나는 그걸 읽는 게 너무 좋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이야기를 이렇듯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스티븐 킹은 진짜 이야기꾼이다,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소설이란 사람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면 사람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직 1권의 100쪽 가량밖에 못읽었지만, 나는 스티븐 킹이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게 무척 흥미롭다. 사람 이야기이다 보니, 내가 꼴도 보기 싫어하는, 저렇게 약자를 혐오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현실에서도 그러니까.




그런데 소설, 진짜 좋은 것 같다. 100쪽까지밖에 안읽었는데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들고, 자꾸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고,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가치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 진짜 너무 좋은 것 같아. 소설 만세다!


라고 쓰는 이유는, 내가 어제 지른 책에 대해 변명하고 싶기 때문이랄까.... 올해 말까지는 이제 책을 안사기로 결심한 다음에, 사흘도 안돼 무너진 것을 변명하기 위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책 한 박스가 내게로 올 것이야. 여러권 넣고 아아, 금액 너무 커서 안돼..하고 빼느라, 결국 《내 이름은 루시 바턴》도 못샀고 ㅠㅠ 《스탠 바이 미》도 못샀지만.... 괜찮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사면 되지 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런데 삼겹살 너무 먹고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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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0-17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아동성범죄나 무차별살인, 이유없는 폭력... 이런 내용들이 많아서 불편할 때가 간혹 있더라구요. 너무 끔찍하다고나 할까. 책 읽다가 덮고 싶을 때가 있는..

그러나저러나 책을! ㅎㅎ 저도 며칠전 책박스를 받으며 이제 그만... 했는데 아 읽고 싶은 책은 매일 매일 나오고요 끊임없이 보관함에 담고 있구요..ㅠ 다음이 내년이 되어야 한다고 이악물고 있는데 말이죠ㅠㅠㅠ

다락방 2017-10-17 10:40   좋아요 2 | URL
그렇게 자극적으로 쓰는 이유가, 가해자의 시선으로 피해자를 찾아내는 게 꼭 필요한 일일까 싶어요. 저는 그런 소설들에는 역시나 점수를 많이 줄 수가 없겠더라고요. 덮는 게 상책입니다.

저도 다음은 내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하자마자 또 질러버렸어요. 인생..지름은 뭘까요. 하아. 책은 뭘까요. 저 요즘 김생민 영수증 들으면서 약간 자극받아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 하고 있는데, 그냥 계속 이렇게 살고 있네요. 아하하하하.

블랙겟타 2017-10-17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오랜만에 들렀어요.
다락방님이 말하신 ‘가해자의 시선‘때문에 힘들었다는 부분을 읽고 저는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중에 (만든 의도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에서도 좋게 봐준 ‘귀향‘이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중에 성폭행 장면을 (왜! 때문에!!) 포르노틱한 앵글로 보여주고 일본군 시선에서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엄청 불편했어요. 위안부를 다룬 영화라 한번 봤었는데 소재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그냥 막 만들어도 되는건 아니구나를 느꼈죠. ;;; 다른영화를 봐도 자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악용되고 있는 ‘가해자의 시선‘이 들어가있지 않아도 충분히 피해자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다락방 2017-10-17 11:39   좋아요 1 | URL
네, 블랙겟타님. 귀향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를 저도 많이 들었어요. 그 장면이 거기에 필요했느냐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전 보진 않았지만 어떤건지는 알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 장면을 그런 식으로 넣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넣는걸까요. 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넣음으로써 가해자가 못된놈인걸 드러내려고 한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 장면으로 인해 더 많은 관객을 노리는 거겠죠. 일전에 성폭행을 다룬 영화에서 남자들이 강간씬만 오려서 돌려본다는 얘길 듣고 되게 놀랐었는데, 그 아픈 고통의 장면을 대체 왜 보려는걸까요?
그런 장면은 불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으니, 아마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건그렇고 블랙겟타님, 왜 항상 오랜만에 들르시는 겁니까!!! 네?!!!

블랙겟타 2017-10-17 13:02   좋아요 1 | URL
그그건... 제가 게으른 탓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네요. 하하하..;;;

잠자냥 2017-10-17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또한 이 책을 최근에 읽으면서, 말씀하신 부분에서 불편하다가, 저런 방식의 처벌에 은근 통쾌해 하다가도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다가... 뭐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죽 읽어 나가다 보면 마지막 3권에서 굉장히.. 음엄... 스티븐 킹이 왜 이런 장면을 썼을까? 굳이 왜?? 의도가 뭘까? 이게 정말 필요한 걸까? 내가 그 의도를 잘 모르는걸까, 매우 ‘불편‘하면서도 그 의도가 꽤 헷갈리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이번에 개봉한 영화 <그것>에는 나오지 않았고요, 다음편에 나올지???(어쩌면 안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그 장면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리뷰 같은 곳에 썼다가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말도 못하고. 음... 주변에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없고.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ㅎㅎ 다락방님께서 이 책을 끝까지 읽으시고 그 장면을 꼭 ㅋㅋ 언급해주시길 고대해봅니다. 평소 페미니즘 관련 글을 많이 쓰시니 분명 ‘그 장면‘이 눈에 걸리시리라 믿습니다.

다락방 2017-10-17 13:36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 님께서 이 책을 읽고 400페이지 정도는 덜어내는 게 좋았을 거라고 쓰신 평 보았습니다. 별을 네 개 주셨던데, 아마도 말씀하신 3권의 장면이 불편해서 그러신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 장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 어쩐지 알고 싶지 않네요. 제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도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화가 나가지고... 어쩌면 스티븐 킹도 제 화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네요. 일전에 읽었던 [별도 없는 한밤에] 같은 경우, 저는 스티븐 킹이 페미닌한 감성이 있고 또 페미니스트라고 생각되어졌거든요. 그래서 좋았는데, 이 책은 아직 그렇게 되기 전에 쓰여진 걸까요... 지금까지는 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말씀하신 장면이 어떤 것일지... 제가 끝까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그 장면을 언급할 수 없어 답답하셨다니, 아이고... 주변에 아예 책을 안읽을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떠세요? 제 경우엔 분노의 포도에 대해서 엄마랑 얘기를 나눴거든요. 엄마 이러이러한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하고요. 책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 너무 중요하잖아요! 사실 우리는 그래서 이렇게 알라딘에 들어와 글을 쓰는 것이긴 하지만요. 네, 읽어보고 제가 할 말이 생긴다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0-20 0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예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다는 말을 쓰고서...혹시 지금 Insomnia랑 It을 혼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에 어디엔가 있을텐데 다음에 갈 때 찾아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17-10-20 08:25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 이것저것 짬뽕으로 손을 대는 바람에(원래 이런 일 잘 없는데) 이거 읽기를 멈췄네요. 흥미롭게 읽고 있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킹 아저씨는 진짜 이야기꾼이에요!!
 

어제는 건물을 소유하고 계신 부자 친구 ㅁㅌㅇㅅ 님과 다른 두 친구, 나까지 총 네명이 술을 마셨다. '내 친구중에 건물주가 있다니...' 놀라고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1차에서 족발과 보쌈, 해물파전을 맛있게 먹고 2차로 향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였으므로 내가 1차 장소를 선택했는데 2차를 가자는 말에 나는 와인 괜찮으세요? 하고는 가끔 찾아가 감바스를 먹던 레스토랑에 모두와 함께 갔다. 감바스와 나초 그리고 와인 한 병을 시켜두고 있노라니 잠시 후 레스토랑 직원이 와인을 따라주면서 내게 이러는 거다.


"늘 드시던 거니까 테스트는 필요 없으시죠?"


나는 테스트 안해도 돼요, 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직원의 그 말을 듣고 놀라고 또 어쩐지 뻘쭘해서, 웃으며 '네' 라고 했다. 아니 뭐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직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두 번 봤나 세 번 봤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여기에 간 횟수는 그보다 많지만 중간에 직원이 바뀌었다)근데 내가 이거 마시는 거 기억하고 있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상황이 참 거시기해서 웃고 있노라니, 내 앞에 았아있던 Y 가 "이거 그거네, 늘 마시던 걸로!"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뭔가 뻘쭘하고 웃기고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 직원은 이내 내 친구들 앞에서 덧붙였다.



"오랜만에 오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 뭔가 좀 있어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스토랑 직원이 내가 늘 마시던 와인을 기억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겁나 있어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회사 계속 다녀야겠네. 부지런히 월급 받아야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있어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친구는 건물주, 나는 늘 마시던 와인이 있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칠봉이한테 이 얘기를 했다.



-너 늘 마시던 와인이 있어?

-응!

-그 와인이 좋아서 항상 그걸 마시는 거야?

-제일 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그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내가 늘 마시는 와인, 옥스말 말벡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말벡을 즐겨 마시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가는 레스토랑에서 제일 저려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래는 더 비싸다는데 계속 할인행사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제나 할인행사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나를 기억해주는 직원이 있는 레스토랑이 있고 늘 마시던 와인을 기억해주는 직원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졸 있어보이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있어보이는 나 넘나 좋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겨레에서 주최하는 <페미니즘과 민주주의> 강의를 엊그제부터 듣기 시작했다. 2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강의인데, 매주 수요일(어떤 강의는 목요일이기도 하다) 저녁에 있다. 강사진에 정희진 쌤과 서민 쌤이 있어서(나의 부자 친구!!) 나는 전 강의를 모두 수강했는데, 엊그제 수요일 첫강의는 정희진 쌤 강의였다. 정희진 쌤 강의 들은 지 오래된 것 같아 마침 목이 말랐던 터라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는데, 듣고 있노라면 정희진 쌤이 얼마나 생각이 많으신 분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무척, 아주 좋아한다. 쌤은 강의중에 아주 여러차례 '우리가 이걸 생각해봐야 해요' 하시는 거다. 나는 새삼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자꾸 생각해보려는 사람, 자꾸 고민하는 사람. 너무 좋지 않은가! 여러차례 강연을 찾아 다니면서 나는 정희진 쌤 강연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는데, 항상 자기 흥분과 생각에 자꾸 샛길로 빠지시긴 하지만, 그조차도 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들이라 몹시 반기며 듣고 있다. 다음주에는 서민 교수님 강의인데, 현장신청도 가능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들어보시면 좋겠다. 


어쨌든, 엊그제 강의에서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 학문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만 독자적으로 떼어놓고 공부할 수가 없다. 여성학을 하다 보면 정치학 역사학 등 모든 걸 연관지어 공부하게 되고, 정치학을 공부하다 보면 역시 또 여성학등 다른 학문과 연결된다는 거다. 이에 대해서 나 역시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던 바(이런 내용의 페이퍼를 내가 이미 앞서 쓴 적이 있다), 내가 깨달은 걸 쌤이 다시 말해주시는 데서 오는 어떤 뿌듯함이 있었다. 그리고 쌤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글쓰기 공부와 인문학 공부가 저절로 따라와요' 라고 하셨다. 크- 공부 너무 좋지 않은가? 


최근에는 무식한 사람들이 얼마나 용감한 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모르면서' 하는 말들에 얼마나 당당한가. 모를 때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알면 알수록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확신에 가득 차서 페미니즘을 욕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므로 그토록이나 당당하게 소리치면서 '페미니즘 싫어, 짜증나, 옳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그간 페미니즘 강의를 다닐 때는 대체적으로 수강생들이 여자였고 어쩌다 남자들이 보였는데, 이번 강의에는 남자들이 꽤 많더라. 그것도 젊은 남자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려는 젊은 남자들이 많아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아마도 주최가 한겨레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남자들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거 너무 좋고, 어쩌면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알라딘만 하더라도 페미니즘 책 열심히 읽고 글 쓰고 공부하는 남자사람들이 종종 보이지 않나. 후훗. 여러분, 응원합니다! 우리, 함께 해요 페미니즘!





















































최근에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닉 혼비'의 《어바웃 어 보이》의 소년은 엄마와 둘이 살았는데, 우울증을 앓고 있던 엄마가 자살을 시도하자 이에 '서로에게 단 한 명이면 부족하다, 여분의 사람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명이 나의 전부라면 그 한 명이 사라졌을 때 나는 무너질테니까. 이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이견이 없었던 바, 최근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이어짐에 있어서도 지탱해주는 것들이 여러개여야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너와 나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서로 '술을 마시며 즐거운' 사이, 그것 뿐이라면 한 쪽이 술을 끊기로 했을 때 계속 이어지기가 힘든 거다. 우리가 섹스에만 의존하는 관계였다면, 섹스가 반복될수록 지루하고 지겨워지다가 이내 다른 사람을 찾게 될 것이고. 그러나 너와 나와의 관계에 애정, 대화, 함께 마시는 술, 함께 먹는 밥, 섹스, 운동, 취미, 여행 등등 여러가지 것들이 놓여져 있다면, 그 중 어느 하나를 잃어도 관계는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사람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또 그래서 다르기 때문에 관계를 터나가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하나 혹은 두 개의 연결수단을 갖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그런데 우리를 연결하는 수단이 여러개라면 그 관계는 단단하게 이어지지 않겠는가. 




내가 지금 현재 좋아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정희진 쌤 강연을 듣다가, '선생님은 정말 생각이 많으시구나' 생각하고 그걸 좋다고 느끼면서 가만 떠올려보니, 내가 지금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모두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게 무척 좋았다. 더 나아가 다정하고 배려할 줄 알고 예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나랑 연결되어 나를 단단하게 서게 해주고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 받는 격한 노동 속에서도 웃으며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요즘엔 자연인 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지만....이 꼴 저 꼴 안보고 산 속 깊이 들어가고 싶다...........칠봉이한테 '나랑 같이 산 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지 않을래?' 라고 물었다가 '싫어!' 라는 거절의 말을 들었다. 이 자식, 나 되게 거절해? 어제는 집에 밤 늦게 들어가 엄마옆에 누워 '엄마, 나랑 산 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지 않을래?' 했더니, '너나 들어가' 라고 했더랬다. 아아, 나 너무 까이고 다니고 있어.... 그렇지만...... 산 속에 들어가 자연인 되고 싶다는 나의 말에 나의 남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같이 들어가자."




아, 사랑해 마이 브라덜 ♡

역시 내 쉴 곳은 너 뿐인가 하노라......





그리고 영국 남자..

그러니까, 런던 여행중에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가려는데, 친구와 내가 지하철을 잘못탄거다. 몇 정거장 간 후에야 우리가 잘못 탔다는 걸 알고는 바로 내려서 갈아타기로 했다. 그런데 지하철이 한 라인에 여러대가 순차적으로 오는 거다. 쉽게 말하면 5호선 상일동 마천행 같은 식. 노선을 보면서 따져보다가 모르겠길래, 벤치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에게 노선을 보여주며, '우리가 여길 가고 싶은데 어떤 열차를 타야하니?' 물었다. 그는 뭐라뭐라 대답하더니 자기가 같은 열차를 탄다면서 오면 같이 타면 된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고맙다고 하고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서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선 보니까 아마도 다음 열차일 것 같아, 같은 이야기들. 그 다음 열차가 들어왔고, 나는 이 열차가 맞냐고 옆자리 청년에게 다시 물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 그 청년은 내 팔을 살짝 톡톡 치더니 지금 이 열차라고 타라는 거다. 그 말을 활짝 웃으면서 하는데, 말을 마치고는 윙크를 하는 게 아닌가!




!!!!!!!!!!!!!!!!!!!!!!!!!!!!!!!!!!!!!!!!!!!!!!!!!!!!!!!!!!!!!!!!!!!!!!!!!!!!!!!!!!!!!!!!!!!!!!!!!!!!!!!!!!



심쿵!!!!!!!!!!!!!!!!!!!!!!!!!! 아 나 심쿵!!!!!!!!!!!!!!!!!!!!!!!!!!!!!!!!!!!!!!!!!!!!!!!!!!!!!!!!!!!!!!!!!!완전 심쿵!!!!!!!!!!!!!!!!!!!!!!!!!!!!!!!!!!!!!!!!!나의 심장은 벌렁거렸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그를 따랐다. 그의 옆에 앉기 위해 가는데, 나의 동행 나의 친구가 그와는 멀리 떨어진 저 쪽 자리에 앉는 게 아닌가. 나는 잠깐 멈춰서 고민했다. 이 청년의 옆에 앉을 것인가, 나의 친구 옆에 앉을 것인가.....결국 눈물을 감추며 나의 친구 옆자리를 선택했는데, 정말 써운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리 마음이 잘 맞는 친구라도, 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게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야. 내가 혼자였다면...이럴 때 이 남자의 옆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국제 연애를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윙크라니, 윙크라뇨!!! 윙크했는데 멋지다뇨!!!!! 영국 뭐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쿵쾅거리는 심장은 한동안 그 속도를 유지했다.




영국 사람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짧게 머무르는 여행객인 우리에게 매우 다정하고 친절했는데, 도착한 첫날 지하철역에서 우리는 그러니까, 계단을 앞에 두고 당황한 거다. 런던 지하철은 죄다 계단이야,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어쨌든 우리는 올라가긴 해야하니까,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고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키가 큰 한 청년이 나타나서는 자기가 들어주겠다며 한 손에 내 친구의 캐리어를 들었고, 이어서 내 캐리어까지 가져가 드는 거다. 우리 캐리어 무게가 21키로가 조금 넘었는데, 아니 그걸 한 손에 하나씩!! 나는 그를 향해 



It's too heavy!!



하고는 내 캐리어는 내가 들기 위해 말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낑낑대고 계단을 오르더니 우리의 캐리어를 놓고 자기 갈 길을 갔다. 나는 그에게 큰 목소리로 땡큐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는 우리가 내려야 할 곳에 내려서 또!! 계단을 만난 거다. 친구와 나는 일단 사람들 다 올라간 다음에 올라가자, 하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이내 캐리어를 다시 들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또 남자가 다가와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들어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번쩍 들고 올라가줬어. 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캐리어들고 여행하는 거 한 두번이 아닌데 이런 건 진짜 처음이야..... ♡.♡


친구와 나는 진짜 완전 영국 남자들한테 뿅갔는데, 그렇지만 이거 너무 민폐다, 우리 돌아갈 때는 지하철을 타지 말자, 라고 얘기했다. 이런 상태로 또 지하철을 타면 또 누군가 와서 들어줄텐데, 그거 너무 민폐야. 우리 공항 갈 때는 택시타자. 라고 얘기했다. 결국은 지하철도 택시도 안타고 끌고 계속 걸어서 패딩턴역에 도착했다. 




나는 친구에게 '너 혼자 한국 가, 나는 여기서 살래' 라고 몇차례나 얘기했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랬다. 레스토랑에서 서빙해주는 남자 직원은 와이셔츠를 입은 어깨가 어찌나 떡 벌어졌던지. 아 너무 근사해... 우리가 아침에 브렉퍼스트 먹으면서 와인에다가 맥주에다가 술까지 마시고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서, 


'우리가 너무 오래 있지? 미안해' 했더니 (라지만 사실 영어로는 long stay 라고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직원은 완전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고 얼마든지 있으라고 했다.



런던에서 스쳐간 남자들 얘길 쓰노라니, 이 소설 생각이 나네. 헤프지바가 나오는 소설...




















자, 이제 그만 쓰고 일하러 가자.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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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0-1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햐~~~ 너무 고민되네요. 오늘의 베스트는 말이죠

1. 산 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자 할 때 ˝같이 들어가자˝ 하는 다락방님 브라덜
2. 팔을 살짝 톡톡치며 윙크해주는 영국 남자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말이죠. 어머나~~ 이거 국제전 나겠는데요. 두 분 다 겁나 멋져요~~~

한겨레 강좌는 저도 신문에서 봤는데, 저녁에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아... 나도 정희진썜 보고싶네요.
페미니즘 공부하시는 분들, 특히 알라딘 남자사람님들 격하게 응원합니다.
새로운 세상은 곧 올테고, 우리 모두 더 행복해질거예요.

다락방님, 맛난 점심 먹어요. 난 지금 간식타임이예요.^^

다락방 2017-10-14 10:50   좋아요 1 | URL
산 속에 같이 들어가자고 하는 거 너무 좋지만 아아 이 자식도 사회생활 힘든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서 산 속에 들어가고 싶긴 하지만 막상 산 속에 들어가면 제가 또 거기서 힘들어 하겠죠. 일단 산짐승과 벌레도 그렇고 깊은 밤은 너무 어두울거예요... ㅠㅠ
노동은 베리 임포르턴트라고 김생민이 그랬는데, 노동 때문에 제가 살 수 있는건데, 그런데 노동은 너무 고되네요. 흑흑.

한겨레 강좌 다음주는 서민 교수님이세요. 그리고 11월 마지막 강의가 정희진 쌤이예요. 강좌 하나씩만도 신청 가능하니 단발머리님 11월 마지막 강의라도 어떻게...안될까요?

우리 모두 더 행복해집시다, 단발머리님!

심술 2017-10-1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보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전 영국에 가 본 일은 없지만 유럽여행 다녀온 제 이종사촌누나가
영국사람들 정말 불친절해서 영국은 다신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갈 생각도 없었는데 다락방님 이 글 읽으니 저희 사촌누나가 억세게
운이 나빴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다락방님이 아주 운좋았던 것일 수도 있고요.
영국의 맨얼굴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집니다.

다락방 2017-10-14 10:56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사람이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는데 인종차별로 고생을 엄청 했어요. 공부하는 중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몇 번이나 괴로워했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영국에 대한 안좋은 말을 많이 들어서 가기 전에 되게 긴장됐었는데요, 제가 짧게 지내는 동안에는 운좋게도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래봤자 제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던 건 길이나 지하철타는 걸 물어본 게 전부이지만, 사람들이 길을 알려줘도 같이 가주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환승하기 위해 갔던 베이징 공항에서 오히려 불친절함을 엄청 겪었는데요, 이게 짧게 잠깐 만난 걸로 그 나라가 어떻다 라고 말을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게다가 여행은 각자의 경험치가 달라서, 저는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아주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지만, 일본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사람도 알고 있어요. 사촌누나분 처럼 불친절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만 저처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런던에 다시 가보고 싶답니다. 후훗.

너가말해줘야지 2017-10-13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너무 재밌는 페이퍼에요. 읽으면서 웃음을 함빡ㅋㅋㅋ 헉헉 정희진샘의 페미니즘 강의라니 ㅠㅜ 저도 당장 신청할래요.!.!.!!!!

다락방 2017-10-14 10:58   좋아요 0 | URL
제가 링크한 거 들어가보시면 강사진 나와있을 거예요. 손아람 소설가도 강사중에 한 분 이시더라고요. 강의별로도 신청 가능하니 원하시는 강의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정희진 쌤은 11월 마지막에 또 강의 하시더라고요. 놓치지 마시고 꼭 들으시기 바랍니다. 그 전에 들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희진 쌤 강의 들으면 진짜 너무 좋은게 사고가 확장되는 게 절로 느껴지거든요. 앗!!!!! 이렇게 될 때가 정말 많아요. 생각을 많이 하고 공부를 놓지 않는 사람의 강의는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강의실을 나올 때면 뭔가 잔뜩 얻어가는 기분이예요. 혹시 가시게 된다면 그 때 저희는 같은 공간에 있겠네요!! >.<

너가말해줘야지 2017-10-14 23:50   좋아요 0 | URL
헐.. 저사람 뭐죠,,,

Forgettable. 2017-10-1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스페인에서 큰 짐 들고 다닐 때 오히려 여자애들이 도와주겠다고 했었는데 ㅋㅋㅋ 윙크는 잘생긴 애가 해야지 못생긴 애가 하니 정말 꼴불견이더군요. ㅋㅋㅋㅋ 윙크 하지마 제발ㅠㅠ 꿈에 나올 것 같아 ㅠㅠ 으 저도 혼자 다녀야 그런 경험을 좀 할텐데 꽥 암튼 좋으셨다니 넘 다행이에요 ㅎㅎㅎ

다락방 2017-10-14 11:02   좋아요 0 | URL
윙크에 대해서 동의합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저 남자가 아니었다면....다른 상황이었다면..........이라고 생각해보면 딱히 좋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여행지의 들뜸 같은 것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저는 살면서 저한테 그렇게 윙크하는 남자 칠봉이 말고는 처음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무슨 남자가 윙크야 ㅋㅋㅋㅋㅋㅋㅋㅋ저 비행기 안에서 영화 [빌로우 허] 봤거든요. 거기에서 에리카 린더가 윙크하는 거 보고 완전 심쿵 했는데(겁나 멋있어!!) 그걸 현실에서 본 것 같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는 역시 제가 돕는 것 같아요. 아이 둘을 데리고 움직이는 분이라든가, 유모차 들고 계단 오르는 분이라거나, 아이도 있고 짐도 많이 있는 분을 보면 제가 가서 도왔어요.

아 저 이제 2주만에 요가 가렵니다. 으으 몸이 다 굳었겠지....ㅜㅜ

jeje 2017-10-1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 한달하고 보름전부터 어바웃어보이를 읽기 시작했는데 안읽은건 한달하고 열흘정도 된거같아요. 박차를 가하여 내일부터 다시 읽어야겠어요. 최근(??) 읽고 있는 책들을 누군가의 서재에서 만나면 이렇게 반갑습니다 하하.

다락방 2017-10-14 11: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읽고 있는 책을 누군가의 서재에서 만나면 너무나 반갑지요! 후훗.
저 어바웃어보이 좋아요. 남자 주인공(영화에서는 휴그랜트)이 인간은 모두 하나의 섬이라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맺기를 거부하다가 소년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게 참 좋더라고요. 저는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모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동과 친절로 살고 있고 또 가깝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애정으로 버텨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바웃 어 보이는 그런 얘기가 담겨 있는 소설이라 제가 좋아합니다. 다시 읽으시고, 재미있게 읽으세요 제제님!!!!! :)

Nina 2017-10-1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은 생각을 하고 나서 해야 되는 건데 희진쌤은 말을 하면서 생각을 하다가 결국 말을 하고 나서 생각을 하고,
이 분은 (하도 여기저기 많이 써놓고 다니셔서 정말 원치 않게 가끔 몇 편 읽게 됐는데) 써대기 바쁘셔서 책읽기는 억쎄써리가 되어버리고 글은 점점 더 가벼워지다 못해 구름 속을 날아다니시는지 이젠 불쾌감마저 드네요.
노출증이신가..

쓰기보다, 또는 최소한 쓰기만큼, 읽기와 내내 곱씹으며 삭이고 삭히기도 중요하고, ’쓰기’와 ’발표하기PUBLIC-ation’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도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Nina 2017-10-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리고 이런 것까지는 말하고 싶지도 않아서 갔다가 다시 왔는데요... 위의 심술님 글도 마찬가지지만 원래 영국남성들의 오만과 비아냥SARCASM은 한 비아냥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미국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명이 높은데, 아시아 여자들 쉽다길래 자신감 갖고 장난 삼아 윙크 한 번 해줬더니 님이 친구까지 버리고 바로 뒤쫓아 와 먼저 대담하게 옆자리에 앉아서 갑자기 친한 척하면 경계심 많고 ’개인의 벽’이 두껍기로도 유명한 영국 남성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지 그런 건 생각 한번 안해보셨나요?? 이게 도대체 그 순간 그렇게 심각하게 갈등하고 고민할 상황입니까????
’쉬운 아시아 여자들’을 테마로 한 외국남자들의 개인방송, 동영상 체험기, 취재기들 쪼끔만 찾아보시면 차고 넘칩니다.

당신이 ’페미니스트’라고요???????
페미니즘이고 나발이고 이건 차라리 여자의 동물적인 본성에 더 가까운 영역 아니던가요?
최소한 18세기에 태어난 비/미페미니스트 Jane Austen도 매우 수치스러워하면서 그 ˝영국남성˝에 대해서 이미 그렇게는 행동 안했었으니까요!!!!!!
당신 같은 분들 그 나라에선 ’desperate woman’이라고 부르면서 아주 경멸하거든요.

추카드려요. 드디어 만나 보셨네여. 백마 탄 왕자님! 역시 왕자님은 백인이져!!
˝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어차피 그저 있어 보이려는 위장 구호일 뿐 아니었나요??



별 것도 아닌 이써빌러티에 대한 열광과 희열감 폭발부터.....정말 도저히 혐오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군요.


(동남아 여성들이 한류 TV 드라마, 가요 프로그램들만 보고 한심한 한남충들을 왕자님으로 환상하듯이 식민지 아시아 여성들, 특히 한국, 일본 여성들이 너무 쉽게 빠져버리는 백인 남성에 대한 환상과 fantasy는 차치하고라도 도대체 이 쪽 분들은 양남에 대해서 왜 이렇게나 무지한거야??? 무슨 원시림 속에서 살다들 나오셨나...)



예술적으로 기획되고 계산된 사생활 고백도, 가볍고 경쾌한 STYLE도 모두 다 나름 훌륭할 수 있으나 아쉽게도 그런 글들과 달리 님의 이런 글을 읽게 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그 안에 성찰과 고민,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Forgettable. 2017-10-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운 아시아 여자들, desperate woman 이라니 ㅎㅎㅎ 이분 최소 남자 아니면 열등감 폭발이네요. 남의 서재에서 왜 자기 열등감 보이고 난리. 글도 비문이라 뭔말인지 난잡하게 적어놓고. 덧글 보러 왔다가 웬 ㅋㅋㅋ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날 지경이네요. 웬 잔소리야 우리 아빠도 요즘은 잔소리 안하는구만.

다락방 2017-10-14 14:19   좋아요 1 | URL
저도 어이상실했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로그 활동 오래 하다보니 이제 무시할 건 무시하게 되더라고요. 후훗

Nina 2017-10-14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형적인 논점일탈 변죽치기 헛소린 각설하시고, 트위터 단문 중독증으로 복잡한 구조의 장문, 복문은 독해력 딸려 도저히 이해 안돼 비문이라 오해하신 게 있으시면 단 한 문장만이라도 명시를 하시죠. 생성문법 수준까지 철저하게 분석해 드릴 테니.

사회적 맥락들은 다 탈각시키고 열등감 폭발 정도로 밖에는 도저히 못 느껴지시면 조목조목 반박해 드릴테니 심리 기제 분석 근거를 제시하시든가.


개인적으로는 다락방님보다도 더 한심해 보이니 아예 빠져 주시기를 바라고요. 당신 같은 분들이 할 줄 아는 거라곤 이런 저열한 잔기술 몇 개 써 보다 결국 금방 인신공격ad hominem으로 도피하며 끝내기 밖에 없다는 거 너무 잘 아니까요.
당신 같은 인간하고 말 섞는 것 자체가 아까운 인생 낭비죠.


그리고 서점 처음 온 분처럼 무슨 뚱딴지 같은 말씀이신지...당신들 blog 따위엔 전혀 관심 없고요, 다락방님이 하도 이 책 저 책들에 글들 달아 놔 그렇지 찾아 온 것도 아닌 거 설마 모르시나요?? 님은 정말 서점 초보??
그래서 제가 ’쓰기’와 ’발표하기PUBLIC-ation’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씀 드린 건데 정말 전혀 독해력이 안되시나 보네요. 이런 공적인 커멘트들 받기가 싫으시다면 PUBLIC-ation을 하지 말고, 달아 놓으신 책들하고는 전혀 직접관련도 없는 이런 사생활들은 제발 정상인들처럼 일기장에 쓰세요. 아님 최소한 친구공개로만 하시든가 아예 외부의 다른 개인 blog라도 파 나가 주시면 그나마 감사하고요.


(그리고 이해력 딸리시는 분 위해 그 사회적 맥락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면 현재 운동의 발전을 위해 쓸 데 없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한남충(-갓양남찬양)론 분쇄 프로젝트 가동 중인데 다락방님이 바로 그 한남충론서에 이 글을 달아 놓으신 데다 마침 아주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양남 찬양례까지 시전해 주고 계셔서 논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뿐입니다. 트윗 바닥 같은 데서 할 말 없을 때마다 우려 먹을대로 우려 먹으신 걸로 아는데 그 ’비문’, ’열등감’ 레퍼토리나 좀 바꿔 들고 끼어드시든가요.
이제는 뭐가 뭔지 뭐 좀 이해가 되시나요?????)

단발머리 2017-10-1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분, 부지런하시네요.
서점 처음 온 사람도 아니고, 전혀 관심도 없는데, 들어와서 이렇게 길게 댓글을 단다 이거죠?
달아놓은 책들하고 전혀 직접관련도 없는 이런 사생활들은 일기장에 쓰라고요?
직접관련이 없다는 판단은 누가 하는거죠?
관심없다는 남의 서재에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얼마나 이상한지는 모르는가봐요.

다락방님 글이 싫으면 안 읽으면 그만인 것을.
당신 싫다,는 말을 뭐.... 이렇게 길게.......

다락방 2017-10-15 21:2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살아갑시다. 저는 아주 많이 단단해져서 어떤 걸 취하고 어떤 걸 버려야 하는지 알아요. 저는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공부를 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요. 단발머리님 우리는 좋아하는 것 하면서 지금처럼 지내요!! 그리고 뭐, 저 싫어하는 사람 제 글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저 분 뿐이겠습니까. 많아요 ㅋㅋㅋ 제 남동생이 저한테 그랬어요. 안티 많을 타입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아 임 오케이! 단발머리님이 제 친구니까요!! >.<

비로그인 2017-10-15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의 글이 좋아요!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다락방 2017-10-15 21:28   좋아요 1 | URL
아니 이렇게 짧게 힘이 되는 댓글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다호피쉬님의 댓글이 오늘의 베스트 댓글입니다!!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불끈!!

2017-10-15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0-16 08:08   좋아요 0 | URL
당연히 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말아요!
그리고 자주 좀 들어와요!

Nina 2017-10-1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Communication과 Media에 대한 완벽한 무지로 모든 Media들과 PUBLIC-cation을 오로지 밴드나 단톡방 정도로만 착각하는 SNS 중독자 ’좋아요’ 거지들의 ˝남의 서재˝ 운운 말고는 진지한 응답이 요구될 정도의 별 의미있는 반응들은 없는 걸로 파악되어 이 정도에서 이만 정리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 드리지만 별 관련도 없는 그 수많은 책들 마다 글 좀 보아달라고 달아 두실 때에는 이 정도의 비판적 평가들은 기꺼이! 충분히! 감수하고도 감행한다는, 아니 오히려 자기의 주관들을 객관화/객체화하여 검증받기 위해 전혀 다른 (타자의)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환영한다는 공론화이자 PUBLIC-ation 행위임을, 그 엄중한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통감해 주시기 바라며, 결정적이고 커다란 지적 성장과 발전은 ’좋아요’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뼈 아픈 비판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진실에 대해서도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런 발전의 기회들을 기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되셨다면, 또는 그런 글들은 말씀드린 대로 최소한 ’친구공개’ 형태로라도 운용해 주시면 그토록 간절히들 원하시는 단톡방 좋아요 효과를 충분히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님이 아니라 님의 이 글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실망한 것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전에도 많이 받으셨다는 부정적 커멘트들은 추측컨대 아마도 페미니스트적’이어서’ 받으셨던 것들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제 글은 너무도 충분히 페미니스트적이 ’아닐!!!’ 뿐 아니라, (추정되는) 그간의 그 모든 페미니스트적 발언들을 한낱 가식에 불과했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떤 모먼트/모멘텀에 대해 드리는 고언이었음을 잘 숙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찬란한 영혼의 성숙과 지적 성장들을 기원하며 더욱더 진실되고 굳건한 한 명의 페미니스트로 발전해/되어 나아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레와 2017-10-1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안녕~!

오랜만에 서재 들어왔어요.
난 다락방 페이퍼가 제일 유익하고 재미있더라!

나는 요즘 종교란, 신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답니다.
너무 깊이 멍때리다 보면 얼굴이 험악해져서 못 생겨지지만,
내 인생에 이런 깊은 고민을 언제 했던가, 그 고민은 또 무엇이였던가 뭐 이런 생각도 들고요. ^^
단단해지고 있는 과정이면 좋겠어요.


퀄리티 높은 페이퍼일수록 찌질하고 한심한 댓글이 많이 달린다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0-16 13:34   좋아요 1 | URL
안녕, 레와님!
종교란, 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나눠 봐야 겠어요. 안그래도 연휴에 레와님 분위기가 깊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 곧 만나서 밀린 얘기 많이 합시다. 그리고 종교랑 신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건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 계속 고민하다보면 어느정도 답도 보이는 것 같아요. 김생민이 영수증에서 어떤 실수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러더라고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이라고요. 나이 먹는다고 그냥 어른으로 딱 완성되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수하고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레와님 기대대로 단단해지고 있는 과정이면 좋겠어요! 단단해질 거예요. 난 벌써 몇 해전보다 더 단단해졌는걸. 우리 같이 단단해지자구요!!

2017-10-16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6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7-10-1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 무슨 또 해괴한 시추에이션 ;;
다락방님, 사방천지에 다락방님 사랑하는 사람들 막 그득그득한 거 아시죠? ㅎㅎ 다락방님 눈길이 미처 미치지 못 하는 구석에서도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좋아하고 응원하는 저같은 사람 있다는 거 잊으시면 안 돼요. 본질은 외면하고 헛껍데기만 뒤집어쓰고 사는 사람들하고는 눈도 마주칠 필요 없어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시간은 너무너무 부족하니까...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만 보고 살아요. ^^

다락방 2017-10-17 08:35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제 눈길은 늘 건조기후님께 머무릅니다.... 샤라라랑~ 애정뿜뿜.
저는 저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또 그 사람들 덕에 단단해지고 있음을 잘 느끼고 있어요. 제가 무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제가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요. 저는 확실히 몇 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고, 또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예정이에요. 우리 함께 앞으로 계속 걸어갑시다. 불끈!!
 

프라하의 예쁜 골목들을 걸으면서, 그리고 런던의 분주한 거리를 걸으면서, 수시로 여행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이란 뭘까. 그간 다녀본 여행에서 얻게된 명백한 사실은, '예정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였다. 프라하에서는 친구와 프라하성에 마지막 날 들렀다가 런던으로 넘어가자, 라고 했지만 우리는 프라하성에 가는 대신 한국식당을 가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한국 식당은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찾아갔는데,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때가 때이니만큼 번화가에는 관광객들(특히 한국인들..)이 가득했는데, 우리가 찾아가려는 곳은 좀 외지고 조용한 곳에 있었던 지라, 걷는 길이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리스본의 마지막 날에도 관광객이 찾지 않는 뒷골목을 걸으며 우리는 신나했었는데, 이번에도 관광객이 없는 조용한 골목을 걸으며 우리는 프라하성대신 여기를 오기를 잘했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여기 너무 좋아, 여기 살고 싶네, 하면서. 조용하고 아름다운 거리였고, 우리는 그렇게 지도에서 나타난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서 아주 작은 한국 식당에 도착했다. 친구와 나는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며칠만에 먹게된 김치찌개는 너무 좋아서, 둘다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먹었다. 날씨는 추웠고, 나는 그 추운 날씨에 대비한 옷을 가져가지 않아 옷가게에서 비싼 자켓도 사입었는데, 식당안에서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는 자켓을 벗고 땀을 흘린 거다. 오호라!


여행을 시작하면서 먹게된 음식들이 별로 좋지 않았던 내 몸 컨디션과 만나, 딱히 좋은 효과를 주질 못했다. 나는 밥이 너무 간절했고, 친구에게 여러차례 '아, 죽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야' 말하다가 김치찌개를 만난터였다. 그렇게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런던으로 넘어갔고, 런던에서 우리가 머물 호텔의 레스토랑에 내려가 그 날 밤에는 피시앤칩스를 먹었다. 함께 시킨 맥주도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호텔의 외관의 으리으리함과 달리 방은 매우 오래되고 낡아서 히터에서는 먼지 냄새가 났다. 창문은 열리지 않아 환기가 되지 않았고, 방 안은 건조하고 지저분한 것 같아서 피부가 낡아지는 것 같았다. 친구와 나는 아이패드를 켜두고 한 시간동안 이것저것 따져가며 이 호텔로 정한거였는데, 룸 상태는 딱히 좋지 않았던 거다. 게다가 화장실 변기의 수압은 나를 좀 불안하게 했어...


친구는 호텔 침대에 누워서 호텔 후기를 검색해보았는데, 영국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블로거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 대해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가격대비 제일 괜찮은 곳이 그래도 이 곳' 이라고 해두었더라. 아아, 물가 비싼 영국이여...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았고 우리는 레스토랑에 가 조식을 먹으려는데, 아아, 맙소사, 신이 나를 사랑해, 아니 무슨 세상에, 런던에서 호텔 조식을 먹는데, 메뉴 중에 죽이 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죽을 먹고 싶다고 노래노래 불렀는데, 런던에 오니 마법처럼 죽이 똭- 신이시여, 제 기도에 언제나 응답하시는 겁니까?





나는 런던에 머무는 내내 아침 조식으로 죽을 두그릇씩 먹었다. 세상에, 그렇게나 속이 편할 수가 없더라. 죽을 한 사발 퍼서 그 위에 파랑 짠지를 올려서는 먹는데, 세상 맛있어. 아 진짜 너무 좋았어. 이 호텔 룸이 메롱인데 조식에 죽이 나와서 진짜 만세다!! 했다.



호텔은 조금 더 큰 방과 조식을 먹기 위해 클럽룸으로 예약했는데, 클럽룸을 예약한 사람들은 클럽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커피나 음료는 하루종일 가능하고 18:30부터 20:00 까지는 맥주와 와인을 비롯해 간단한 안주까지 이용이 가능했다. 우린 항상 외출해서 라운지 이용을 못하다가, 피곤했던 마지막 밤에는 일찍 들어와 라운지에서 좀 쉬자, 하고는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한 쪽에 카나페와 저걸 뭐라 부르나..여튼 고로케 같은 간식들이 안주겸으로 준비되어 있었고, 커피와 와인과 맥주를 비롯한 음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친구와 나는 우선 카푸치노와 간식을 가져다 먹었다.




간식들도 맛있어서 이 접시를 후딱 비우고 커피도 다 마시고는, 이내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클럽라운지에서 일하는 아주 나이 많은 할아버지 직원은 너네 혹시 부족한 건 없니, 더 마셔라 더 먹어라, 하면서 테이블마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덟시가 다 되어갈 때는 간식이 든 커다란 그릇을 새로 가져나오시면서는 라운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거 지금 막 나와서 따뜻하다, 더들 먹어라, 맛있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Saturday night generous night!"



사람들은 모두들 작게 웃었고, 그 분은 다시 저 쪽에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했다.



"Saturday night generous night!"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룸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혼자 되뇌이고 있었다. 새러데이 나잇, 제너러스 나잇.



친구와 나는 이제 우리의 룸으로 올라갔다. 둘다 씻고서는 짐을 좀 싸두고, 내일 떠나는 날이니까 우리 술을 한 잔 할까, 하고서는 프라하의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과 맥주를 꺼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밤이 깊어가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여행도 우리 예정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리고 너무 고되었지, 그렇지만 좋았어, 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서로 고생했다고 다독이고, 또 덕분에 고마웠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했던 과거의 여행과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건, 자주 만나서 밥이나 차를 마시는 것과는 또 다른 거라, 자주 만났던 친구 또 좋아하는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여행이 좋으리란 법은 없다. 좋았던 친구 혹은 친한 친구와 함께 했었지만 여행 자체를 함께 즐길 수 없었던 서로의 경험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우리가 서로에게 맞춰져 가고 있음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친구와 나는 예정대로 되지 않음에 불쾌해하거나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그러면서 생기는 다른 일들에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점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은, 하루종일 붙어 있는 걸 의미하고, 그건 '친하'거나 '애정하는' 마음 만으로는 다 커버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두가지가 함께 있어야 했고 또 하고자 하는 바, 취향이란 것도 너무 달라서는 안되었다. 친구와 나는 유명하다는 관광지에 가는 것에 둘다 취미가 없었고, 그냥 머무는 동네의 골목을 구석구석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예정대로 되지 않았을 때 빡치기 보다는 즐거워 했다. 몸이 고되었을 때는 돌아다니지 말고 쉬자고 생각하는 것도 같았다. 우리는 서로 두려워하는 게 달랐지만, 서로가 뭘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게 달랐지만, 그 점에 대해서 서로를 보완해줬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페딩턴 역에서 고속열차를 타야했는데, 우리는 페딩턴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으면 30분 이상 걸린다고 했지만, 우리는 무거운 가방을 끌고 또 낯선 길을 걸을테니, 분명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친구는 하이드파크를 가로질러 가자고 했다. 우리가 런던에 머무는 동안 숙소에서 가까운 하이드파크도 아직 가보지 못했던 터라, 나 역시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가방을 끌고 걸으면서 아아, 이래서 언제 페딩턴역까지 가나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진짜 무거웠거든. 그런데 하이드파크에 들어서 걸으며, 멈춰서서 정말 좋다고 입밖으로 몇 번이나 말하면서, 친구에게 여기로 가자고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 오기를 잘했다고 계속 얘기했다. 나는 고맙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친구는 '니가 좋아해줘서 좋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이드파크의 낮게 뜬 구름을 보며 한참을 감탄하고 서있었다.






아, 그리고 폴딩백! 폴딩백은 뭐지? 폴딩백은 뭘까?

나는 폴딩백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없으면 안쓰게 되지만 있으면 쓰게 되는 것.

그러니까 나는 이번 여행에 캐리어를 끌고 가면서 구석에 폴딩백을 넣어뒀더랬다. 그래도 그걸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보통 가져간 캐리어 그대로를 가져오지 짐을 더 많이 늘리는 쪽은 아니니까. 짐 늘려서 가지고 다니는 거 너무 싫어하니까. 그런데 마트나 샵을 가서는 막 사고싶은게 보이면 참는 대신, 흐음..캐리어가 모자라면....폴딩백에 넣으면 되니까....라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게 되는 거다. 나는 그렇게 탐폰을 샀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슈퍼사이즈, 레귤러 사이즈를 두 개씩 샀지, 그것만 해도 공간이 상당해. 게다가 나는 프라하에서 옷을 샀지.... 폴딩백이며, 땡큐! 니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만 니가 없었다면 나는 사지 않았을지도 몰라. 다 너때문이야. 너 덕분인데 너 때문이기도 해!

그렇게 친구와 나는 알라딘에서 받은 굿즈, 폴딩백을 아주 요긴하게 쓴 것이다.

하이드파크에서의 기념 촬영!! 오른 쪽이 내 캐리어, 내 폴딩백!






그렇게 아름다운 하이드 파크를 지나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또 지도를 봐가면서 패딩턴 역에 도착했다. 우리가 런던에서 머물면서 가장 날이 좋았고, 그래서 패딩턴역 입구는 아름다웠다.






사진 찍고 나서는, 흐음, 프라하랑 런던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번에도 엽서셋트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지난번 포르투갈 엽서 엄청 많이 팔았지만, 결국 몇 만원 이익 남긴 걸로 끝이었던 걸 생각해서... 안 파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장사를 생각해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왕복 30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나는 가져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고, 다운 받은 영화중에는 하나만 보았으며, 구몬은 다섯 장 푼게 고작이었다. 인생...............구몬 언제 다하지.................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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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골목, 런던 하이드 파크 다 넘 좋죠^^; 아주 자박자박 걷는 듯이 재밌게 따라 읽었네요.
근데 뭔가 더 찐한 술얘기가 빠진듯한 이 허전함은 뭐죠? ㅎ
전 뭘 기대한걸까요?ㅎㅎ

다락방 2017-10-12 14: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와이너리에서 완전 취해가지고 그 다음날 부터는 술을 많이 못마셨어요. 많이는 못마셨지만 끼니때마다 마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여행 너무 좋아요. 끼니때마다 술마실 수 있어서 진짜 완전 좋아요!! >.<

syo 2017-10-1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냐, 이런 온건하고 따뜻한 여행기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막 불온하고!! 막막 뜨겁고!! ㅎㅎ

다락방 2017-10-12 14:02   좋아요 0 | URL
네? 온건하고 따뜻한 게 바로 접니다. 저야말로 온건하고 따뜻함의 상징이죠! 불온하고 뜨겁다니, 에이,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써요..... =3=3=3=3=3

치니 2017-10-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정적인 글 마지막에 구몬이 ㅋㅋㅋ 역시 다락방님이다 생각하게 되네요.
급 궁금해져서 질문! 저는 프라하에 안 가봤는데, 런던과 프라하 두 도시 가운데 다락방 님은 다음에 또 가라면 어딜 가고 싶으셔요? 어디가 조금이라도 더 좋으셨을지, 이유는 뭔지, 이런저런 궁금증이 이네요.

다락방 2017-10-12 14:06   좋아요 0 | URL
구몬 때문에 스트레스 받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건 왜 한다고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낭비 하며서 스트레스인지...이게 영어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여행 내내 영어 때문에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움이 안된 구몬..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구몬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프라하는 골목이 예뻐서 다시 가고 싶고 런던은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친절해서 다시 가고 싶은데요, 만약 지금 둘 중에 단 한곳만 더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런던을 선택할 거예요. 못하고 온 게 많아서 아쉽거든요. 갔다가 허탕친 레스토랑에 다시 들르고 싶어요. 더 많이 맥주랑 와인을 즐기고 싶어요. 공원도 못간 데가 너무 많아요. 하이드파크도 우리가 간 데 말고 반대편에도 가보고 싶고...

영국에서 공부한 남동생 친구가 재학시절 인종차별에 시달려서 되게 힘들어 했었거든요. 그런데 며칠동안만 짧게 머물렀던 여행객인 제게는 참 친절한 곳이었어요. 남자도 여자도 모두 친절했는데, 특히 남자들 너무 멋있어서.... 진짜 돌아오기 싫었어요. 세상 젠틀하고 스윗하고..... 저는 아직도 지하철 역에서 윙크했던 남자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하아-


지금 단 한 곳만 다시 갈수 있다면 저는 런던을 택하겠지만, 두 곳 다 안가본 누군가가 한 군데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는 프라하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 그나저나 런던은 다시 가야겠어요. 음...

비연 2017-10-1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여행지 런던과 스코틀랜드로 정해볼래요!

다락방 2017-10-12 16:54   좋아요 1 | URL
제가 먹지 못했던 것과 제가 가지 못했던 곳을 충분히 즐기고 오세요, 비연님. 영국 사람들 진짜 엄청 친절해요!! 남자들 어찌나 스윗한지 한국 돌아오기 싫었어요. ♡

비연 2017-10-12 17:23   좋아요 0 | URL
갈때 락방님께 물어볼게요^^ 언제 가게 될 지... 내년 봄?

다락방 2017-10-12 17:40   좋아요 0 | URL
런던 아쉬운 게 많아서 저도 다시 가고 싶은데 으윽- 만약 제가 다시 가는 시기와 비연님이 방문하는 시기가 맞는다면, 하루저녁쯤은 만나서 와인을 마셔도 좋을텐데요! 언젠가는 그럴 때가 있겠지요. 네네, 가시기 전에 얘기해주세요, 비연님! >.<

단발머리 2017-10-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다락방님~~ 웰컴투 코리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프라하 골목이랑 호텔 조식 죽이랑 새러데이 나잇, 제너러스 나잇이랑 폴딩백이랑 모두 멋져요.
하지만 최고로 근사한 건....
지하철역에서 한국미녀 다락방님 알아보고 윙크한 남자랑
맘이 잘 맞는 좋은 여행친구네요.
참~~~~다락방님은 다 가졌네요. 우후훗, 욕심쟁이^^

다락방 2017-10-12 17:52   좋아요 0 | URL
게다가 저는 단발머리님이라는 좋은 친구도 가졌지요. 내 사랑 단발머리님 ♡
영국 남자들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오기 너무 싫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행기를 놓치고 영국에 눌러사는 건 어떨까, 여러번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오늘도 또 여기에.....(시무룩)

새러데이 나잇 제너러스 나잇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밤의 느낌이랄까요. 후훗.

책은 전혀 안읽는 요즘이지만, 곧 읽을 겁니다. 곧 구몬도 할거구요. 불끈!!

psyche 2017-10-1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락방님 부러워요~~~ 맘 맞는 여행친구와 함께 다니는 여행이라니!! 그것도 프라하와 런던을

다락방 2017-10-13 08:34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고되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저는 익숙한 사람 익숙한 장소가 좋은데 이상하게도 여행 다니면서 낯선 곳 다니는 건 참 좋더라고요. 게다가 마음 맞는 친구가 있어 의지할 수 있으니 더 좋고요. 프라하 너무 예뻤고 런던 사람들은 여행객에게 친절했어요. 즐거운 연휴였답니다. 이제 다음 연휴의 계획을 짜야겠지요. 후훗.

뵈뵈 2017-10-1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0월 초에 며칠간 프라하에 있었는데요 ᆢㅎㅎㅎ 반갑네요~~ ^^

다락방 2017-10-13 10:55   좋아요 1 | URL
오오 어쩌면 우리는 우연히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