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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페미니스트 선언, 그날 이후의 페미니즘
윤김지영 지음 / 일곱번째숲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에는 눈웃음청년과 페미니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내게 페미니즘에 대해 '묻는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와의 대화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다. 오늘은 '각자의 페미니즘'에 대해 얘기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과연 좋은 것인가, 옳은 것인가, 하는 얘기를 시작해서 각자의 페미니즘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북콘서트에서 누군가 그런 얘길 한것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페미니즘 책이 많지만, 실상 그들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지가 않다, 온건하다, 고. 그러자 윤김지영 쌤은, 그게 우리 출판계가 딱 그만큼까지를 허락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얘기를 하신거다. 더 극단적인, 래디컬한 페미니즘에 대한 책 소개까지는 아직 할 수 없는, 아직은 이만큼까지만 소개할 수 있는 딱 그정도. 쌤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하셨다. 이를테면, 흑인 인권운동을 위해 싸운다고 할 때, 그것이 과연 기득권이었던 백인에게도 좋을까, 기득권인 백인은 불편할 것이다, 하는 얘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것이 '옳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게 될까? 페미니즘 역시 마찬가지로 '모두를 위한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거였다. 성평등에 가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불편함은 당연히 따라올 터, 그것이 과연 '모두를 위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페미니스트 라고 자신을 정의하는 사람들도 모두 각자가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이 서로 싸우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더 옳다고 믿고 주장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페미니즘 내부에서 이렇게 서로 자기 주장을 피력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모순일까?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한 방향을 보느니만큼 다같이 어깨동무하고 사이좋게 가면 더 빨리 닿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결국 지향하는 바에 닿기 위해서는, 갈등은 필연적으로 따라올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눈웃음청년과 나는 '각자의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내가 지향하는 페미니즘과, 내 친구 a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내 친구 b 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되,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살아온 환경과 각자의 경험이 모두 다르니까. 같은 책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다른 것처럼, 우리는 같은 페미니즘 책을 읽어도 서로 다르게 소화해낼 것이며, 받아들이는 게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페미니즘이라는 걸 자기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인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갈등은 결코 '모순'으로 표현되어져서는 안되는 것 같다. 갈등은 모순과 다르니까. 



토요일에 만난 친구는 정희진 쌤의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고 했지만, 벨훅스도 읽었지만, 아, 뭔가 어딘가 다른 걸 더 듣고 싶어서,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서 윤김지영 쌤의 북콘서트에 오게 됐다고 했다. 나 역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발언을 듣고 싶었다. 내가 페미니즘을 지향하고 페미니스트가 된다고 했을 땐, 그건 이미 유명한 페미니스트 하나만을 모델로 두고 가는 게 아니다. 다양하게 읽으면서 또 다양한 강의를 들으면서, 거기에서 내가 느끼는 바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하고 내 자신을 성찰하며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어느것이 옳고 그른지, 어디를 향해 나아갈건지 물어야 한다. 페미니즘은, 내가 생각하기에,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옳게 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것. 이런 페미니즘에 있어서 내부 갈등은 필수적이지 않을까. 나 하나의 개인을 놓고 봐도 내적 갈등이 수시로 오고가는데, 하물며 페미니즘이라는 성평등을 주장하는 사상이 어떻게 아무 잡음 없이 앞으로 앞으로 쭉쭉 내달을 수 있겠는가.




윤김지영 쌤은 이 책에서 그간 헬페미니스트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어떤 액션을 취해왔는지를 잘 정리해주었다. 이미 내가 보고 듣고 알고 있던 바를 차근차근 정리해둔 그런 책이다. 게다가 틈틈이 내가 궁금해했던 것들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지금까지 내가 여기 있는 이유에 대해 다시 돌이켜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개인의 내적갈등과 집단의 내부 갈등을 어쩔 수 없이 끌고 가야 하는 것도 고개 끄덕이며 인정할 수 있었고.



페미니즘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페미니스트들이 끊임없이 행동한다는 데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어진 것들, 몰카를 몰아내고자 하고 리벤지 포르노의 용어를 바꾸는 것들을, 페미니스트들이 해왔다. 언젠가의 페미니즘 강연에서 이현재 선생님은 그간 온건파 페미니스트로 살았는데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이제 자신도 래디컬로 돌아서기로 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지극히 당연한 것들을 이만큼 바꾸는 데에는 지옥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헬페미니스트들의 행동력이 없었다면, 그들의 강한 나대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몰카에 시달리고, 여자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마치 잘못해서 복수를 당하는 것마냥 리벤지 포르노란 용어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일전에 페이퍼에서 언급한 적 있던 '혐오'라는 단어에 대해 눈웃음 청년과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다른 사상이었다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격한 단어라고 했을 때, 혐오라는 단어를 버리고 다른 단어를 선택하려 했었을텐데, 페미니즘은 끝까지 혐오라는 단어를, 다른 사람들 입맛에 맞춰 버리는 게 아니라 가져간다는 것에 대해 그는 감동한다고 했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취해야 할 자세는 바로 이런 데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건 너무 심해', '그건 아니야' 라는 숱한 말들에 물러서지 않는 것. 지금처럼 계속 나대고 시끄럽게 쿵쾅대는 것. 그래야 조금, 아주 조금 바뀌니까. 



언젠가 친구들과 할머니 페미니스트가 되자, 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친구들에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할머니 헬페미니스트 들이 되자고. 영화 매드맥스에서처럼, 후손에게 씨앗을 건네줄 수 있는 전사 할머니가 되고, 공격에 맞서 싸우는, 그런 할머니가 되자고. 헬페미니스트라니, 정말 좋다.




아래 올리는 밑줄긋기는 모두들 다 읽어보았으면 한다.







리벤지revenge포르노-헤어진 연인이나 부인의 신체, 성행위를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여성의 동의 없이 온라인에 유포하는 범죄 행위-라는 용어에 대한 헬페미니스트의 비판을 살펴봅시다. ‘리벤지‘라는 단어는 사적 영역에서 여성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남성의 사적 복수, 사적 정의 구현이라는 함의를 가지고 있으며, ‘포르노‘라는 단어는 피해자인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선의 연장이므로 헬페미니스트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 자체가 남성 중심적인 관점임을 지적합니다. (p.38)

때문에 헬페미니스트는 리벤지 포르노란 용어를 파기하고 ‘디지털 성범죄digital sexual crime‘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안해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잘못에 방점을 찍어 이것을 사회적 문제로 부각함으로써 적극적 해결책을 촉구하는 것이지요. 소라넷 폐쇄를 이끈 DSO(디지털 성범죄 아웃)팀은 영상 유출자만이 아니라 이를 유통시키고 소비하는 자들 역시 디지털 성범죄의 공범자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공범성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동영상 유포, 재생산 행위를 ‘유포 강간‘으로, 영상소비행위를 ‘시청 강간‘으로, 악성 댓글로 조롱, 협박하는 것을 ‘온라인 강간‘으로 명명합니다. 강간이라는 의미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가 어떠한 방식으로 한 사람을 사회적 죽음-사회로부터의 백안시, 배제, 열외, 비하, 협박에 의해 이민을 가거나 직장과 학교를 그만두는 것등-은 물론 생물학적 죽음-디지털 성범죄 영상유출 후 자살 등-으로 내모든 구조인지를 드러내는 것이지요.(p.40-41)

이후 데스티니 차일드 게임 일러스트 중에서 송 작가의 그림이 지워집니다. 송미나 작가가 사용한 한남충이라는 용어가 메갈리아라는 징표로 받아들여져 집중공격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넥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남초 커뮤니티딜의 소비자 집단주의가 시작되면서, 소강기로 접어들었던 메갈 사냥이 재점화된 겁니다. 김치녀와 된장녀라는 용어는 남초 커뮤니티가 골고루 사이좋게 나누어 가지며 확대 재생산되고 농담처럼 용인되지만, 한남이나 한남충이란 용어는 메갈리아의 전유물로 규정되어 금기와 외설의 언어가 되어버리는 사태가 재연된 것입니다. 단지 여성이 남성을 호명하는 용어를 발명해 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 성우는 목소리를, 여성 일러스트 작가는 그림을 몰수당하게 된 것이지요. (p.76)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강간문화‘라는 단어는 형용모순은 아닌지 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어떻게 강간이라는 흉물스런 폭력과 문화라는 고상한 단어가 조합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문화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문화는 자연과 야만, 미개성의 영역을 설정해야만 존립 가능한 개념입니다. 문화는 자연에 대한 조작과 통제, 이용을 통해 형성되며, 이러한 정복 행위를 문명화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문화란 타자에 대한 폭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성들 간의 결속과 담합으로 이루어진 문화가 타자로 설정하고 있는 대상은 바로 여성입니다. (p.98)

폭로divulgation는 자족적 독백이 아니며 비림의 봉인을 풀어 공론장 안에 던져 넣고 변화를 촉구하는 주체적인 발화양식입니다. 오늘의 문명 안에서 누군가가 누리는 특권이 다른 누군가를 짓밟음으로 이루어져 온 것임을 밝힘과 동시에, 문명의 밑바닥에 설치된 가부장제의 음험하고도 비루한 하수구를 철거하려는 행위입니다. 또한 기존의 가치와 의미체계에 편입되지 않는 새로운 가치의 들끓음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것은 기성 질서가 제어할 수 있는 규칙을 벗어나는 것으로, 세련되기보다 난장판에 가깝고 통제되지 않은 소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폭로는 고백을 듣는 청자로 ‘정의로운 남성‘의 자리를 남겨두지 않음으로써 모두를 진창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성폭력을 폭로하는 행위자는 여성 포식 구조인 강간문화를 방관해 온 남성에게 비판의 활시위를 당깁니다. 여기서 무지의 권력이란 그들 역시 여성을 향한 폭력을 폭력으로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無知의 권력‘을 누리는 공범자이기 때문이빈다. 그러한 무지는 단지 둔감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알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몰라도 된다고 믿는 특정 문화의 소산입니다.(p.108)

이제 여성들은 일상의 고통과 상처의 목록을 꺼내들고 주저함 없이 그것들의 부당함을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자기검열 구조에 갇혀 ‘내 탓이오‘를 외치며 착한 죄인으로 고백의 값을 받아내려 하지 않습니다. 폭로 행위자들이 자신이 감내해온 고통의 강도가 얼마만한 것인지, 자신이 받은 상처의 깊이가 어떠한 것인지에 오롯이 집중하며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세상은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혐오사회의 긴 터널을 무너뜨리는 다이너마이트이자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폭죽입니다. 폭로는 바로 해방의 언어 그 자체인 것입니다. (p.111)

밀실에서 거리로 여성들의 공간 이탈을 가능하게 한 것은 통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통감通感이라는 정동 역학은 어떻게 개념화될 수 있을까요? 통감의 축자적 의미는 ‘마음에 사무치게 느낌‘입니다. 이에 한정하지 않고 새로운 윤리적 감각으로 이론화한다면, 통감은 고통의 감각이 나를 오롯이 관통하는 ‘가로지름‘의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p.153)

나아가 통감은 타자의 고통을 경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절절히 반응하게 합니다. 타자의 고통을 관망하지 않고 그것에 반응하며 행동하는 전신全身의 행위자가 되게 합니다. 지금까지 여성 살해에 대한 반응은 공감에 가까웠으며, 대부분 죽은 여성에 대한 안타까움에 그쳤습니다. 심지어 피해자 여성의 행실을 의심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5·17 페미사이드를 "강남역 유흥가 살인 사건"으로 보도하는 방식이 그러한데, 여기에는 ‘유흥가‘라는 적절치 못한 곳에 여성이 있었기에 죽임을 당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제시되고서야 유흥가라는 당너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즉 여성의 죽음은 살아남은 여성들에 대한 경고이자 공포정치의 효과적 표본이 되어왔기에 여성 살해는 추모의 연대와 분노의 저항으로 적극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입니다. (p.156)

통감은 어느 한 사람의 고통에 다른 이가 먹혀버리는 것, 일방적 흡수행위가 아닙니다. 어느 누구도 변이와 이행의 에너지에 온전한 자리를 담보 받을 수 없는 것, 이러한 차이의 회오리로 빨려들어가 변신의 파동에 일렁여 새로운 행위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통감입니다. 즉 감정적 전염은 감정적 매몰에만 그쳐 어떠한 행위도 구성할 수 없도록 하지만, 통감은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명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행위화로 이행해가는 인식의 차원 또한 내포합니다. 또한 통감은 감정과 사유의 섬세한 뉘앙스가 진동하는 접촉의 양식이자 생이 약동하는 계기입니다. 새로운 행위의 존재 진동을 낳는다는 점에서 감정적이자 인식적 차원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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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7-07-05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 원론적인 페미니즘 책에 조금 지쳐있었는데 좀 새로워 보이네요 :) 사러갑니다

다락방 2017-07-05 13:51   좋아요 1 | URL
네, 잘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그것보다 또다른 페미니스트의 글을 읽는 것도 기뻤고요. 헬라스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네요. 얼른 읽어주세요!
 
















나는 '율라 비스'의 이 책, 《면역에 관하여》를 아직 사지도 읽지도 않았는데,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이미 많이 보아왔다. 어제는 마침 친구가 이 책을 읽고 감상을 써놨는데, 전문분야가 아니면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써낸 이 책에 대해 많이 감동하고 있더라. 게다가 그걸 쓴 문체조차 좋다는 것. 깊이 있는 사고와 그걸 써내는 저자에게 꽤나 놀라움을 표현하는 친구의 리뷰를 보면서 이 작가에 대해 검색해봤는데, 저자는 역시 면역학에 대한 전공과는 관련이 없었고, 스스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책이 어떻길래, 옮긴이는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 라고 표현한걸까. 






나는 친구의 그 감상, 저자에 대한 깊은 감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다이애너 개벌든'이 떠올랐다. 로맨스 소설이고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아웃랜더》의 저자다.



















책속의 여자주인공 '클레어'는 현재에서 과거로 슝- 하고 이동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며 살아가는 내용이다. 과거로 간 것이니만큼 현재와 같은 백신도, 약도 개발되지 않아, 병에 걸리거나 상처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민간의학에 관해 수차례 나오는데, 그걸 멋지게 써냈을 뿐더러, 스코틀랜드의 역사까지 이야기하는 거다. 물론, 제이미와의 섹스도 이야- 뭐 말할것도 없고. 뭐든 박학다식한 사람은 섹스도 잘하는 것인가.. 책 속에서 클레어는 제이미보다 연상이고, 제이미는 아직 섹스를 해본적이 없는 남자인데, 어쨌든 그렇게 된다.


과거인만큼 인상적인 장면들이 몇장면 나오는데, 일전에도 이 책으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클레어가 종아리 털을 미는 장면이었다. 이에 제이미는 왜 몸에 나있는 털을 미냐고 놀라는 거다. 클레어는 현재에서 늘 밀었던만큼 미는 거고. 또 인상적인 장면은, 동네에서 마녀라고 취급당하며 사형대에 오르게 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사형 당하기 직전의 그녀에게서 클레어는 예방주사 자국을 보게된다. 현재에서 이 과거로 빨려들어 오게된 건 자기 혼자만은 아니었던 것. 


아무튼 아주 치밀한 구성과 어마어마한 지식으로 무장한 로맨스 소설인데, 너무 멋있지 않나. 자, 이 작가의 어마어마한 약력을 보자.



다이애너 개벌든: 동물학 학사 학위, 해양생물학 석사 학위, 그리고 생태학 박사 학위과정을 밟았다. 작가가 되기 전까지 월트 디즈니를 위한 연작 만화를 쓰기도 했으며 12년간 대학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Voyager>, <Drums of Autumn> 등이 있으며, 국내 출간작으로는 <호박 속의 잠자리>의 전편인 <아웃랜더>가 있다. 현재 애리조나주의 스콧데일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작가는 또 있다! 얼마전 북콘서트에서 만난 윤김지영 쌤!! 와, 이분 책날개의 작가소개보고 내가 넘나 놀란것이다.


















윤김지영: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 학사와 석사를, 팡테옹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하였다. 페미니스트 철학자로서 프랑스 현대철학 사상-데리다, 푸코, 들뢰즈-과 포스트 휴머니즘, 정신분석학 등을 넘나들며 여성철학의 계보학을 열어가고자 한다. <증오의 프리즘으로서의 일간베스트 현상 읽기>, <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 등 20편의 논문들이 있다.




이 분은 페미니즘 철학을 하시는 분인데, 누군가가 어떻게 페미니즘 철학을 공부하게 됐냐고 물었었다. 이 분은 본인의 어릴적 사적인 얘기를 하시면서, 자기는 자꾸 질문하는 아이였고, 그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는 철학이 답인 것 같았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책을 봤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프랑스에 가서 직접 공부하기로 했다, 하고는 프랑스로 슝- 날아가 철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딴 것이다. 우앙- 짱이다.. 그 생각을 스무살에 했다고 했는데, 와, 대박...



나는 요즘에야 답을 얻으려면 결국 철학에 닿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도 끊임없이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질문하고(이를테면, 비루한 육신이란 무엇인가.... 남자란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들에 답을 하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다보니, 결국, '철학을 공부하자' 이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러기까지 수십년 걸렸는데.... 스무살에 이미 거기에 대한 방법을 찾고 공부할 수 있다니.... 그래서 윤김지영 쌤은 보기에 나랑 같은 또래인 것 같던데, 저렇게 멋진 어떤 사람이 되어 있고, 나는 이렇게 ....그냥...... 여기에...................있으면서......................술마시고 ..............노래부르고........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님은 먼곳에~




흥얼흥을 ♪♬





아.. 어쨌든 이 똑똑한 여자들이 너무 근사하고 멋있어서 막 반해가지고, 나도 똑똑해지고 싶다!! 막 이렇게 되었는데, 요즘에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도 생각해봤다, 라고 했더니, 어제 술 같이 마신 친구가 대학원 가라고 엄청 뽐뿌질 하는 거다. 내가 대학원에 대해 관심이 그동안 1도 없어서 모르는데, 그거..대학교에서 공부 못했어도 가도 되나요? @.@



주변에 '나 대학원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해?' 물었더니, 가라는 사람과 가지 말라는 사람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동생은 나에게 '구몬이나 해' 라고 말했다. 그래, 구몬!


그러니까 나는 요즘 겸손을 배우고 있다. 2017년 나의 키워드는 '겸.손.'




영어공부를 나도 구몬영어로 해볼까, 싶어서 지난 주에 레벨테스트를 받았더랬다. 그래봤자 문제집 푸는게 다이지만, 어쨌든 그걸 받아들고 풀기로 하면서 '흐음, 나 만점 받아서 더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말 듣는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내가! 한 것이다. 그러고 시험지를 똭- 받아들었는데, 으응?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이러고 풀면서, '수동태로 바꾸시오' 에 맞닥뜨리자,



??????????????????????????????



이렇게 된것이었다. 읭? 이거 중학교때 배운 것 같은데...뭐지? 어떻게 하는거지? 1도 기억이 안나네? 그러면서 그래도 억지로 아무 단어나 써넣으면서, 그래도 내가 대학까지 나왔는데, 아니 그래도 응? 이거 다 못맞냐, 만점이다 만점, 아아, 공부할 필요도 없는데 구몬쌤 고생 시키는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하게됐던 것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아니, 이렇게 영어 잘하시는데 왜 공부하려 하세요?' 같은 말을 당연히 들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어제, 레벨테스트 결과 나왔다며, 구몬 쌤은 


<be동사부터 시작하시면 되겠습니다>



하는 거다. 응? 비동사? 그건...너무 기초잖아???? 내가 왜??? 하고 있는데, 하하, 채점된 나의 테스트지를 똭- 보내주셨다. 결과는 이렇게 된 거시었던 거시었다...







틀린게 있는 면만 보내준다 하셨는데, 자, 이제 대망의 마지막! 수동태!!




샤라라랑~ 룰루랄라~ 빵점 빵점~~~~~~~~~~~~~~ 이 답안지를 받아들고서는 선생님께, 네, be 동사부터 주세요, 라고 말씀드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이래놓고 대학원 생각한거야, 지금? 아아, 나는 겸손해진다. 대체 어디서 무슨 자신감으로 그토록 오만한 것이었나...


똑똑한 여자들 그렇게나 좋아했던 건, 내가 이렇게나 무식하기 때문이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이래저래 살 책이 많네? 하루키 신간도 사야하고, 박준 신간도 사야하고, 면역에 관하여도 사야하고? 살 거 투성이구먼.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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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7-07-0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히라가나 다 외웠어요!!! 일본 맥주캔도 읽을줄 알죠! 으쓱. 뜻모른다는 게 함정.

다락방 2017-07-04 09:30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넘나 멋져요.... 전 고딩때 제2외국어 일어였고 항상 ‘수‘ 받았었는데, 언어라는 게 안하면 죄다 까먹는 거더라고요. 이제 히라가나 읽을 줄도 몰라요 ㅠㅠ

syo 2017-07-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김지영 선생님은 소르본을 나오셨지만, 페이퍼 가운데 ˝흥얼흥을 8분16분˝ 이런 거 안되실걸요? 다락방님만 되는거임ㅎㅎㅎ

다락방 2017-07-04 11: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흥이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식은 미천하나 흥은 많습니다. 흥얼흥얼 콧노래~ 잇힝~

단발머리 2017-07-0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율라 비스.... 1977년생... 에서 저만 슬픈가요....
멋지고 근사한데.... 조금 슬픔.... ㅠㅠㅠ

다락방 2017-07-04 12:00   좋아요 0 | URL
앗. 저는 몇 년도에 태어난 것 까진 안봤는데, 지금 단발머리님의 댓글로 인해, 저 역시 슬퍼졌다고 합니다.


슬픔의 새드니스....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7-07-04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야 나는 세월을 다 어디다 썼나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프로필들이지만, 나만 하루를 48시간 줘도 저런 프로필 못가질거 같아요, 남은 시간 술먹거나 놀겠지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저분들이 글을 써서 저같이 어리석은 백성에게도 앎에 한켠을 쥐어주려고 하는군요 감동.

다락방 2017-07-04 13:3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휘모리님.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제가 저런 타이틀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저렇게 공부를 열심히 할 사람도 아니지만, 한다해도 저만큼까지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타고난 것도 어느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말씀하신대로, 똑똑한 분들이 글을 써주셔서 저희도 읽고 생각할 수가 있네요. 좋은 일입니다 흑흑 ㅜㅜ

2017-07-04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5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7-04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면역에 관하여> 굉장히 좋았아요ㅎ 기대이상이예요ㅎ 문체가 정말 좋아요^^
은유를 잘 활용하는 멋진 작가입니다ㅎ

다락방 2017-07-04 15:03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도 이리 말씀하시니(고양이라디오님 서재에서 본 것 같아요!!), 아아, 이번에 장바구니 털 때 반드시 넣어야 겠군요. ㅋㅋㅋㅋㅋ
 

토요일에는 아직 출간전인 책, 《헬페미니스트 선언》의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윤김지영 쌤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책에 대한 궁금한것부터 시작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까지 다 해도 좋은, 그런 자리였다. 





책에 대한 요약을 듣고난 후 나는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간 내내 머릿속에서 의문을 가졌던 '여성혐오'라는 단어에 대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혐오'라는 단어가 너무 세서 남자들이 더 난리를 치는 것이며, '나는 안그러는데?' 가 된다는 거였다. 혐오 대신 다른 단어였으면 달랐을 거라는 말을 무수히 많이 들었는데, 나는 '정말 그런가'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 않은 거다. 어떤 단어를 거기에 넣었어도 내 생각에 남자들은 '내가 언제?'라고 할 것 같은 거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하면서, 쌤은 '미소지니'가 '여성혐오'로 번역된 것에서, 이 혐오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물었다.


이 책에도 이미 혐오에 대한 이야기는 실려 있었다. 내가 쌤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혐오는 제대로 된 표현' 이었다는 거다. 왜 그런지는 책에서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여성혐오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여성을 채켜세워 숭배(성녀와 개념녀, 미녀 등) 하거나,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여 낙인(창녀와 보슬아치, 김치녀, 추녀 등)을 찍는 행위-을 통해 여성들 사이에 위계질서를 도입하는 권력기제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혐오는 숭배의 자리를 환상으로 남겨놓고 여성을 자기 착취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할 통치 방식으로 가부장제는 지금껏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미소지니를 여성비하나 멸시로만 번역하는 것은 여성혐오 개념의 다층적 층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습니다. 여성멸시와 여성비하는 여성혐오의 하위범주일 뿐입니다. (p.144)




혐오는 단순히 어떤 대상을 싫어하는 개인적 기호가 아닙니다. 이 사회에서 무엇을 보이지 않게 하고, 무엇을 들리지 않게 하는가를 결정하는 보수적 권력기제입니다. 혐오는 비대칭적 권력 구조 속에서 약자이자 소수자에게 사회의 모순과 불안정의 원인을 돌리는 데 그 기능이 있습니다. 이는 기존 질서를 공고히 지속시키는 효과를 낳습니다. 보이스 피싱의 책임을 조선족에게 돌리는 것, 범죄율의 증가를 외국인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것, 이혼율의 상승이나 삼포세대-연애와 결혼, 출산 포기-의 원인을 이기적 여성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이와 더불어 혐오는 적대의 대상을 개념적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이를 붙이기를 통해 도덕적인 규범을 적용하는 행위가 항시 수반되지요. 즉 혐오는 약자, 소수자를 분류하고 낙인찍어 이들을 부도덕한 것이자 비천한 것, 천박한 것, 열등한 것으로 규정합니다. 비대칭적 권력관계 안에서 소수자를 낙인직어 사회문화적으로 고립시키고 배제하는 소외의 메커니즘인 것이지요. (p.159)




아직 페미니즘 공부가 얕아서 잘 모르겠다며 질문한 다른 수강생은, 무슨, 질문이 아주 깊고 넓더라. 강의 끝나고 갈비를 먹으면서 친구와 나는, '왜 여자들은 자신의 공부가 깊어도 얕다고 생각하고 똑똑해도 똑똑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겸손이 몸에 익은걸까'에 대해 얘기했다. 남자들은 하나만 알아도 '내가 이렇게나 똑똑하다' 하고 얘기하는데, 하면서. 여러 질문과 답이 오가는 가운데, 나는 또다시 얘기했다. 



근데 나는 이제 좀 지친다, 아무리 말하고 얘기해봤자 남자들이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 조금씩 변하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잘 모르겠다, 사람들 만나서 설득하려고 하는 것도 피곤하고, 내가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무식한 댓글들 달릴 때마다 상대하는 것도 너무 짜증난다, 너무 모르고 무식하면서 공부할 생각도 않고 댓글다는 거 보면 아예 가망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심지어 페미니즘을 공부한다는 남자들도 페미니즘 꼬투리 잡기에만 급급하다, 강남역 사건이 있은 후로 솔직히 나는, 남자들이 다 죽어야 세상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공부할 사람만 공부하고, 정작 해야되는 남자들은 안한다, 그러면서 가르치려고만 든다, 지친다,



라고 말을 했다. 내 발언 사이, 다른 학생도 그랬다. '이번 생에서는 안될것 같죠..' 라고. 그러자 쌤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단 한명이 전사가 되어 남자들을 바꿀 수는 없다고 하셨다. 그건 되지 않는다고,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러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다만 우리는 빗방울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누군가 아닌 발언을 했을 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한 명이 말하고, 옆에서 또 다른 한명이 '나도 그건 아닌 것 같아' 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빗방울처럼 옷을 적셔서 조금씩 변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자 다른 수강생이 덧붙였다. 본인은 중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한다 하셨는데, 세상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는 거였다. 예전에 비해 페미니즘 책을 보려는 학생들이 많고, 많이 궁금해하고, 그래서 많이 질문해서 자기는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자 다른 수강생이, '그렇게 변화한다고 하지만, 중학교 남학생들이 선생님 앞에서 '딸치는' 거 보면, 아니지 않냐' 고 되물었고, 그러자 그 수강생과 쌤은, 이미 그것이 뉴스에 기사화 되어서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거라는 거였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없었던 게 아닌데, 예전에는 그런 일이 뉴스로 나오지도 않았다고. 이것만 봐도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나는 지쳐있었고, 다 꼴보기 싫었고,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렇게 공부를 '하나도' 안하면서 맨스플레인을 지껄이기만 하는지(얼마전에는 '페미니즘 인정 받고 싶으면 여자도 군대가야 된다고 발언해라' 라는 댓글도 받았다.),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게 더 나을거라는 생각도 했는데, 사람들이 그런 나에게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얘기해주니 다시 조금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 멈추지 말고 계속하자, 라고 다시 의욕을 다지게 되는 거다. 쌤을 비롯한 학생들이 여러 질문들을 해주고 또 기운내라고 해주니 뭔가 좋아가지고 ㅠㅠ 나는 중간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좋은 시간이네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모든 시간이 끝나고 책을 들고 작가님께 싸인을 받으려는데, 아니, 윤김지영 쌤, 어떻게 문구 생각하시려고, 매 사람마다 다른 사인을 해주신다. 아아, 이 정성 어쩔....그거 어떻게 번번이 생각하시려고.... 그리고 내가 받은 사인은 이거였다.






나는 이 수업시간과 쌤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이 쌤의 강의를 찾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에 페미니즘 공부를 좀 더 깊이있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스터디에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대학원은 너무 빡셀 것 같고, 스터디가 적당할 것 같아서. 그런데 인터넷이나 트윗에서 검색해보니 확 끌리는 게 없는 거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볼까, 사람을 좀 모아서 만들어볼까, 생각했는데, 내가 모으면 어차피 나 정도의 공부를 가지고 모일텐데, 누군가 한 명은 많이 알아서 이끌어줘야 발전이 있는게 아닐까 싶어지니, 그도 아닌 것 같은 거다. 나는 스터디를 이끌만큼의 실력이 안되니까..그러면 우리는 계속 이대로 멈춰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래서 다시 강의를 찾아 다니기로 했는데, 마침 윤김지영 쌤의 북콘서트 소식을 알게 된거였고, 들어니 진짜 너무 좋았던 거다. 찾아다녀야겠다. 움화화핫.



강의가 끝난 후 친구랑 소주를 마시다가,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 '나 이성애자 여자로 살아가는 거 너무 힘들다'고. 친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페미니즘 알기 전으로 돌아가는 게 연애하기 더 쉬웠던 것 같아' 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나는 그냥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서 혼자 술이나 홀짝이면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것 같아' 라고 하자 친구도 내 말에 동의해주었다. 요즘에는 가끔 어쩌면 내가 이성애자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의심도 해본다. 내가 그간 이성애만 해와서 이성애자인줄 알았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나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렇지만 이도저도 다 떠나서 그냥 혼자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서 술이나 마시는 게 세상 행복하다. 


일요일인 어제는, 그래서 나의 행복과 즐거움에 대해 계속 생각해봤다. 나는 즐겁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 하고. 윤김지영 쌤의 다른 강의에 대한 걸 검색하다가, 문득, 아, 나는 이런 걸로 즐거워하네, 싶었다. 나는 다른 게 필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 가는 게 재미있어, 하고. 나에겐 지금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회사든 친구든 지금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면 충분할 것 같다. 여름휴가엔 혼자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여행을 가서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걷고 혼자 침대에 눕고 또 멍때리는 이 모든 과정들이 즐거울 것 같다. 누군가 더 있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대로도 충분한 것 같다. 더 큰 행복을 원한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는데, 딱 이만큼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내 조카가 헬페미가 되는 것..... 조카야, 이모랑 헬페미가 되자!



금요일 밤에는 조카네가 왔다. 조카를 오랜만에 보는데, 조카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내게 달려들었다. 옆에는 우리 아빠도 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아버지 보지도 않고 나한테 달려들어 안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한참을 안고 있으면서 조카의 귀에 속삭여 주었다.



"타미야, 보고싶었어."


그러자 나의 조카는 내게 말했다.


"나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사랑하는 나의 조카야, 이모랑 헬페미가 되자꾸나! 그리고는 늦은 밤, 제부랑 엄마랑 여동생이랑 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 제부가 구워준 버섯을 안주로 먹는데, 모기가 나 물었던 얘기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조카가 안방으로 뛰어가서는 버물리를 가져온다. 



이모, 물린 데 어디야? 버물리 발라줄게.



그래서 내가 바지를 들어올리며 물린 자국을 보여주자, 조카는 스윽스윽 버물리를 발라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이런 애가 다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조카는 오자마자 내 방에 들어와서 내 가방을 다 뒤지고 (이모 이건 뭐야?), 내 서랍을 다 뒤지고, 기어코 지가 가져갈만한 걸 골라서는 '이모 이거 나 줘' 하고는 몇 개를 챙겼는데, 그걸 보고는 여동생이 그랬다.



"아우 타미야, 니가 그렇게 자꾸 이모꺼 가져가니까 엄마가 미안해서 이모껄 못가져가겠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것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뭘 그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는 그런 제엄마에게 "난 이모방이 너무 좋아" 했다. 그러자 옆에서 제부는 제엄마랑 다르니까 신기한가 보다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알라딘에서 받은 부채 줬더니 안가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싫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내 몽블랑 만년필 가져가려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돼!! 부채나 가져가란 말이닷!!!!!





일요일 아침에는 라면에 매운 고추를 넣고 고춧가루도 넣어서 끓여 먹었는데, 먹으면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아이슬란드 편을 보았다. 마침 나는 리베카 솔닛으로 인해 아이슬란드에 관심이 갔던 터라, 흥미롭게 보았는데, 저기, 저렇게 이곳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 내가 갈 수 있을까, 한번쯤 가서 머무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한번쯤 가보고 싶어지는 거다. 오십년간 생선을 잡았다는 어부도 잠깐 등장했는데, 오십년동안 하나의 일을 한다는 것, 그래서 그 일에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걸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오십년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데, 나는 이제 무슨 다른 일을 시작해도 오십년을 할 수도 없을텐데,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작년에 역삼동에서 사주를 봤을 때, 쌤은 내게 '자꾸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려는 사람이다' 라고 하셨고, '그리고 실제로 많은 답을 얻어낸다' 라고 하셨다. 그 말이 불쑥불쑥 생각나, 자꾸자꾸 질문을 던지는 나를 격려한다.





방금 전에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오만년만에 연락이 왔다. 오늘 아침에 문득 아주 오래전, 내가 우리동네 맛집이라며 줄서서 치킨을 사왔던 게 떠올랐다고. 이십대 중반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 문자를 받고 나도 피식 웃었다. 간장치킨이었지, 라고 답을 보내면서, 나도 그 날이 떠오른 까닭이다. 친구는 응, 정말 맛있었지, 라고 답했다. 그래서 내가 자꾸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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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7-0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채나 가져가란 말이닷! 에서 빵 터졌습니다ㅎㅎㅜㅜ; 저도 주말을 조카들과 보냈네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에요♡

다락방 2017-07-03 10:38   좋아요 0 | URL
아주 예뻐요, 문나잇님. 저는 이 아이들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는가 봐요. 그렇지만...비싼 몽블랑 만년필을 달라 했을 때는 필사적으로 말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07-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전 믿고요.... (그래야 내 맘이 편해요 ㅠㅠ)

중 2 교실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학기 초에 아이들이 망아지처럼 (왜 아니겠어요... 중 2인데 ㅋㅋㅋ) 소리지르며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는데, 보완관님 (갈색 옷을 입으시고 학교 안전을 책임져 주시는 5-60대 정도의 아저씨분)이 들어오셔서는....
이 반은 왜 이렇게 시끄럽냐? 반장이 누구냐? 쟤요. 그래, 니네 반은 여자가 반장이라 시끄럽구나.
하시고는 조용히 해! 하고 사라지셨는데... 중요한 건 그 다음....

여자애들보다 남자애들이 더 흥분해 가지고는.... 이게 그거랑 무슨 상관이냐~~ 이게 무슨 성차별 발언이냐~~~~
그 다음부터 아이들이 모두 그 분을 싫어한다는 소문이 있대요.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모두 그건 아니다!!! 라고 화를 냈대요.
전....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이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을....ㅠㅠ

다락방 2017-07-03 12:09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지치고 나니까 다 때려치고 싶더라고요. 그래 썩은세상, 다 죽어 없어져버려랏! 막 이런 마음이 되어가지고 바닥까지 내려갔었는데, 이번에 강의 갔더니 사람들이 으쌰으쌰 해준 것 같아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치지 말고 기운내야죠, 단발머리님. 들려주신 일화도 힘이 나네요. 조금씩 변하고 있는 거예요, 그쵸? 분명 뉴스에 나오는 중학생들도 있지만, 이렇게 뉴스에 나오지 않는 곳에서 ‘이게 그거랑 무슨 상관이냐‘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ㅠㅠ 좋으네요, 단발머리님. 이런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님은 천사인가봐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데, 인간 남자 만나 사랑에 빠져서 결혼해서 인간들과 같이 이 땅에서 살고 있는건가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7-07-03 12:2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이 간지럽지 않은 걸로 보아 저는 천사는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다락방님 팬입니다.

Actually I‘m your huge fan.^^

다락방 2017-07-03 13:41   좋아요 1 | URL
천사가 틀림없는데, 팬이라고 해주시니..... 아아... 역시 진정한 천사이신거야.... 앤젤....... ♡

블랙겟타 2017-07-03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핸드폰 북플로 이 책 제목을 보다가 응? 역시 3g라서 (제 핸드폰은 3g 스마트폰입니다.^^;;) 이미지 로딩이 느려터져서 이젠 이렇게 글자도 겹쳐서 보이는 구나..라고 느끼고 있는데 아. 여기 wifi존인데? 원래 표지가 이렇게 생겼던거 였네요..ㅎㅎ
( ´◔ ‸◔`)?

음...상황이 나아지고 있느냐? 간단히 말하면 저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저또한 남자라는 것때문에 모든것을 느끼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전제하에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나아진다는 것도 진짜 벼룩의 간(?) 만큼이나 작은 것이기 때문에 이걸 나아지고 있다라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고 나아지고 있기때문에 미래를 보고 참으세요. 라고 말도 못하겠네요. 그럼에도 제가 믿고 있는것은 군대 관련한 말중에 ˝거꾸로 매달아 놔도 국방부시계는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렇듯이 미친놈이 있든 못 알아 쳐먹(?)는 놈이 있든 거꾸로 매달아 놔도 지금 이순간도 성평등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이 시계 속에서 순간 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 이겨내느냐..그건 어려운 질문이지만요.. ㅜㅜ

다락방 2017-07-03 13:45   좋아요 2 | URL
아 블랙겟타님, 댓글 좋으네요. 블랙겟타님은 그러고보면 늘 좋은 댓글만 달아주셨어요. 그게 뭐 반드시 칭찬이나 긍정이나 이런 식의 댓글이었다는 뜻은 아니고요, 읽고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댓글이에요. 댓글 감사합니다. (어쩐지 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블랙겟타님을 비롯하여, 젊은 남자 알라디너들이 페미니즘 열심히 공부하고 따라가려고 하는 것 보면서 아, 그래도 분명 다른 남자사람들이 있어! 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해요. 블랙겟타님은 글을 자주 안써주시지만 ㅠㅠ 흙흙 ㅠㅠ 이렇게 종종 모습을 보여주셔야 해요. 그래야 제가 힘을 내서 또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죠.

지금 이시간에도 성평등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는 그 말을, 저도 붙들고 견뎌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버티고 이겨나갑시다, 블랙겟타님. 제가 또 지치려고 하거든 힘을 주세요!!

블랙겟타 2017-07-03 14:05   좋아요 1 | URL
읔.ㅜㅜ ‘자주 안써주시지만..‘에 괜히 찔리는게 있네요. 다락방님께서 저에게 글도 써주세요 라고 들은 적이 한번이 아닌데 매번 요청에 응답을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ㅜ 결국 다락방님 만큼의 성실성을 못따라 갈만큼 게으름이 큰 원인이라는 변명아닌 변명을 ㅜㅜ 해봅니다 ㅎㅎㅎ..;; 저도 곧 다락방님의 부름에 응답을 하도록 글로 보여드릴께요.

그래도 제 댓글에 기분이 좋으셨다니 감사합니다. ٩(๑˃́ꇴ˂̀๑)و
네!! 제가 앞장서서 누구를 이끌 힘은 없지만... 넘어져 있는 사람, 지쳐있는 사람 바지가랑이 붙잡고 억지로(?) 끌고 나갈수 있게는 할 수 있어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7-07-03 14:26   좋아요 2 | URL
흑흑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지친 저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도 알라딘에는 이렇게 좋은 분들 있어서 넘나 좋아요. 흑흑. 내가 어쩌다가 살면서 알라딘을 알게 되고 알라딘을 하게 되고 이렇게 좋은 분들과 댓글을 주고 받게 되었나... 흑흑흑

네, 글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잔뜩 써줘야해욧!! 히히히

바이런 2017-07-05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오늘 출근 일찍해서 페이퍼 정독하다가 진짜진짜 오랜만에 댓글 남겨요! 늘 트위터에서 보지만 역시 페이퍼는 또 페이퍼만의 맛이 있네요. 조카 얘기 해주실때마다 넘 감동적이에요. 저도 11월에 조카가 생기는데 락방님의 글을 보고있으면 조카를 더욱 기다리게 된답니다 ㅋㅋㅋ

나중에 조카얘기로만 책을 내셔도 좋을거같아요ㅋㅋㅋ


다락방 2017-07-05 08:33   좋아요 2 | URL
아 조카 얘기로만 책을 낸다면, 그 책은 사랑이 차고 넘치는 책이겠네요. 후훗.

바이런님도 이제 조카를 사랑하는 이모의 세계로 들어오시게 되는군요. 웰컴, 이모월드! 매일매일 사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에 되게 신기하게 여기실 거에요. 어? 어제보다 더 사랑할 수가 있네? 하고 말이지요.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사랑에 대해 절절히 느끼게 되실겁니다. 그 길에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조르주 바타유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미 너무 유명한 이름이라서 언젠가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클릭해보면 , 비채 모던 & 클래식 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또한 책의 뒷편에는 본문과 비슷한 양의 '수전 손택'의 글이 실려있다.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바타유의 이 책과 그의 포르노그래피는 혹은 에로티즘은 당연히 문학이며, 문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에로틱한 것에 대해 관심이 많고 즐겨 보고 싶어한다. 성인들의 미묘한 성적 긴장감과 성적 욕망의 실현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응?) 보고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작년이었나, 알라딘에서 내가 책을 사는 것에 대한 키워드를 분석해 주었을 때, 아주 당당하게 <19금>이라는 타이틀도 있었던 거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은 힘들더라.



아주 오래전에 내가 '베라 파미가' 얘기를 하면서 베라 파미가가 주연한 영화에서 그녀는 늘 섹스를 하고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글을 쓴 적 있었는데, 누군가가 '섹스와 죽음'은 연관되어 있다는 뉘앙스의 댓글을 달았던 걸로 기억한다. 섹스는 종교와 철학과도 연관이 깊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조르주 바타유의 저자소개를 보면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897년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소도시 비용에서 태어나, 매독 환자에 맹인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한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성직자의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파리 국립고문서학교에 진학하여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1962년 오를레앙 도서관장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사서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사드의 적자'라 불릴 만큼 매음굴을 전전하며 에로티슴 소설을 썼고, 니체의 무신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헤겔의 종교철학에 심취하여 <도퀴망> <크리티크>등 당대 사상계를 주도한 잡지를 주재하기도 했다.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 정치, 문학,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쳤다. -책날개의 작가소개 中




사실 섹스와 연관이 없는 분야가 과연 어디있겠느냐마는, 성직자의 삶을 꿈꾸었던 사람이 에로티즘 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주 미묘하게, 한끗차이로 양갈래로 나뉘었다는 생각도 들고, 정신분석학, 종교철학, 에로티즘 이 모두는 결국 한통속인가 싶기도 하고... 아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소설은 내게 매우 힘들고 어려운데, '금기와 위반의 문학'이라고 책 뒷면에 쓰여져 있기도 하지만, '금기와 위반'의 느낌보다는, 내 스스로가 허락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이른 ... 그런 단계의 글이라고 해야할까. 16쪽 까지인가 읽다가 덮으면서 아아, 이거 끝까지 읽으면 내가 이 책에서 무언가를 가질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가, 수전 손택도 글을 썼다는데 싶어서 다시 도전했는데, 아아 결국 37페이지까지인가 읽다가, 포기해버렸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변태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연인 혹은 섹스파트너와 섹스를 나누게 되었을 때 서로의 변태끼를 얘기하며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상대와 내가 '여기까진 괜찮다'고 합의한 지점까지는 다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쪽은 '어? 나 그건 못해, 안해!' 라고 해버리면, 내 안의 변태끼를 행위로 옮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란 게 있고, 사실 섹스를 하게 됐을 때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는 경우도 많아서,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좀 넓어지게 되는 경향도 있다. 사랑이란 게, 생각보다 힘이 세서, 평소에 '나는 그것만큼은 할 수 없어' 했던 것에 대해서도, '어....그...그...그럼 해볼까?'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한침대에 들었을 때, 그 침대에 '그 사람'과 함께 들기 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앞으로 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할 수도 있게 된다는 얘기다.



- 나와 함께 뒷구르기를 하자.

- 안돼. 나는 앞구르기까지만 할 수 있어.

- 나는 뒷구르기 너랑 하고 싶은데.

- ...........................................그럼, 한 번만 해볼까?




뭐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바타유의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서로 오줌을 싸는 광경을 보여주고 서로의 몸에도 싸버리는 (-_-) 장면이 숱하게 나온다. 나는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식의 행위를 즐기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오줌이든 똥이든 자기들이 좋다고 상대한테 싸는 모습을 보이거나 서로의 몸에 치덕치덕 바른다고 하면, 거기에 대고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그들의 성적 욕망과 판타지를 실현시켜주고, 서로에게 만족을 준다면, 거기엔 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아, 나는 너무 여러가지로 이입이 되어서 괴로웠는데, 일단, 오줌 냄새를 맡기도 싫다. 이 책 속에서는 오줌 냄새를 싫지 않게 묘사했는데, 그것이 자기들을 자극한다고 말해놨는데, 이게 서로 둘이서 오줌 싸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30쪽 이상까지 읽다보면 여러명이서 같이 싸고 막 이런다. 



...............................................




오줌과 정액을 서로의 몸에 쳐발쳐발하는데, 하아, 나는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 안의 변태끼는 ...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해 돌이켜 보면서, 만약 나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사랑이란 건 힘이 세서, 내가 허락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그 상대에 대해서라면, 그 상대에 한정해서 허락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생길 수가 있다. 그런데, 오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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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라 사랑하는데..뜨겁게 사랑하는데.........그런데 내 몸에 오줌을 바르고 싶다고 하면?????????????????????



오줌 바르고 싶지 않은 내 바람을 당신이 들어주기를 나는 원하네.....




그리고 책 속에서 저 여러명의 섹스인들중에 한 명은 장롱안에 들어가서 오줌을 싸는 장면도 나오는데, 아아, 나는 딥빡이 온 것이.... 오늘 아침에 우동을 함께 먹은 회사 동료에게도 말했는데, 아니, 그거 다 누가 세탁하냐!!! 책에서는 주인공들 집에 일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나오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한테 니네 오줌 빨래 시키는거야? ㅜㅜㅜㅜㅜㅜ 나는 노동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ㅠㅠ 방 안 환기에도 신경 안쓸텐데, 그거 다 노동자인 내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내 소망은 소박하다. 나한테 오줌싸지 않고 오줌 빨래 만들지 않는 사람을 원해.... 나는 그런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어...오줌은 변기에다....흙흙 ㅜㅜ

그런데 내 경험이 미천하여 그렇지, 이거 한 번 하고 나면 중독될만큼 뭔가 마력적인가??

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니가 몰라서 그렇지~' 하고 있는...걸까? 




얼마전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외롭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외로움이란 건 갑자기 예고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어서, 얼마전에는 새벽에 추워서 깼는데, 그 순간에 잠깐동안 '아, 이래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구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얘기를 다음날 책친구에게 했는데,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그 순간에 너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길 원한 이유가 무엇이냐, 안아주길 원해서냐 이불을 덮어주길 원해서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다 해야지. 일어나서 창문 닫고 이불 덮어주고 안아주고 다 해줘야지. 나는 꼼짝 안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이런 얘길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이 얘길 왜 했냐면, 이 책을 30페이지 넘게 읽으면서, 진짜 전애인 생각이 너무 나는 거다.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애인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일상의 자잘한 것들부터 굵직하고 아프고 기쁜 일들까지 넘치고 넘치지만, 오줌 얘기도 해보고 싶은 거다. 들어봐, 남자와 여자가 서로 되게 성적으로 욕망하고 에로틱하게 여겨져서 불끈불끈 거리면서 서로의 몸에 오줌을 싸고 막 그러거든? 당신은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하고. 당신은 싫다고 하는데 내가 굳이 싸겠다고 하면? 막 이런거 물어보고 싶은 거다. 그러면 또 얼마나 할 얘기가 많을까? 당신은 앞으로 나랑 오줌 싸고 싶을 것 같아? 이런 것도 물어보고. 아 이런 얘기 할 수 없는 거 좀 외롭네? 외로움... 뭐지?



외로움 뭘까?




아무튼지간에 나는 오줌 이야기 책은 그만 읽기로 결정하였다.

출근할 때 이 책을 들고 왔는데, 이를 어쩐담, 싶다가, 그래도 회사에 책이 많으니까 이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읽어야겠다.



오늘 아침엔 회사 동료를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는 모닝 우동을 한그릇 했다. 동료와 나는 김밥도 한 줄 시켰는데, 김밥 안에는 크래미 같은게 많이 들어 있어서 내 타입이 아니었다. 나는 맛살과 크래미를 안좋아한다. 어쨌든 우동은 맛있게 먹었는데, 먹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았다. 역시 사람은 배불러야 기분이 좋구나... 그러고보면 나는 배고플 때 기분이 매우 나빠지는데, 좀 짜증을 낸다고 할까... 여튼 그래서 사람은 뭘 먹여놔야 해... 그래서 먹임은 사랑인지도...

일전에 연애할 때 다이어트 한답시고 저녁에 사과를 하나만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칠봉이가 내게 그랬다. '내가 너를 알고 지내면서 오늘처럼 짜증난 말투로 말한 적은 없었다' 고.... 이게 다 못먹어서 그래.

그러다보니 어제 읽었던 '리베카 솔닛'의 책 중에서 배고픔에 관해 언급됐던 부분이 생각난다.






배고픔이 정신을 왜곡하고, 약하게 만들고, 강박적으로 음식 생각만 하게 하고, 사람의 몸을 마치 악마에 홀린 것처럼 만들어, 결국 굶주린 이를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들. 공허함에 사로잡힌 아타구타룩은 동사한 가족의 시체 옆에서 굶주렸다고 파트로크와 타구르나크에게 얘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가 뜨고 공기 중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을 때, 그녀는 살아야겠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그건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빴어요. 그게 죽은 이들을 해치는 일은 아니라는 걸, 그녀도 알았겠죠. 죽은 이의 영혼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이의 땅으로 갔을 테니까." 이 이야기에서 그녀는 혼자였고, 홀로 있다는 것은 고통의 일부이기도 했다. (p.309-310)







사과 하나만 먹고 짜증을 냈던 그 때, 칠봉아, 나는 '평소와 다른 무언가' 였던 거야..... (  ")

(앗. 내가 또 칠봉이한테 말하고 있었어...이제 이러면 안되는건데..............)



어쨌든 아침부터 우동을 풍족하게 먹고 기분이가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오줌은...별로예요......







아 방금전에 책친구랑 예술과 독자, 관객, 리뷰, 상처 등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자신은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라서 자기가 걱정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면에서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알라딘에서 악플도 받아 봤고, 책에 대한 나쁜 평가도 읽어봤고, 나 까는 글도 여러차례 봤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수도 안티가 있는데 하물며 다락방이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남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나 안티 많을 스타일이야."



제기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수없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안티가 많을지도 모르는 나는 아침일찍부터 우동을 먹고 기분이가 좋고, 점심은 뭘 먹을지 생각해야 겠다. 나는 계속 행복하고 싶으니까 잘 먹어야 돼.....




(덧붙이기: '오줌을 싼다'는 것은 책 표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소변을 본다'고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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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르노그래피] 남자들은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한다.
    from 마지막 키스 2019-12-29 23:51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에 도전한다] 를 읽고서도 생각한 거지만, 왜 같은 영상을 보고 여성과 남성이 느끼는 게 다른걸까. 아니 그보다는, 손발을 묶고 재갈을 물리고 구타의 흔적이 보이고, 성기를 입안 가득 쑤셔넣는 영상이, 이토록 언급하기에도 괴로운 영상이, 왜 나와 다른 성별에게는 발기의 자극제가 되는걸까. 포르노에 있어서라며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옹호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다. 캐서린 맥키넌이 그랬고 안드레아 드워킨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transient-guest 2017-06-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은 자기 맘이지만 분명히 사람마다 한계는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성행위‘를 넘어선 각종 행위 특히 더러운 건 싫습니다만...

다락방 2017-06-29 10:03   좋아요 0 | URL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니까 이 책을 더 읽기가 힘들더라고요. ㅠㅠ

비연 2017-06-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 취향이겠지만... 좀 뜨악한 것은...;;;;

다락방 2017-06-29 11:22   좋아요 0 | URL
읽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Orz

압정 2017-06-2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지점이 바로 사랑이 과연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사랑을 격하게 현실에서 체험하게 되는 과정 아닐까요? 그렇다고 제가 오줌을 긍정한다는건 아니지만요. 저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책을 읽는 것 자체로 외롭다고 느낍니다. 전애인이 굳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으면 얘기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져요. 근데 할 사람이, 나를 드러낼 자신이 없어요.
앞구르기 뒤구르기에 빵 터져서 글 남겨봅니다

다락방 2017-06-30 07:5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압정님. 내가 이론으로 알고 있는 사랑, 관념과 개념으로 알고 있는 사랑, 그리고 그것이 진짜 현실에서 ‘내 것‘이 되었을 때의 사랑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이란 게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를 번번이 깨닫게 되는 과정이고요. 제 경우에도 지금 오줌을 긍정하지 못하지만, 제가 앞으로 오줌을 긍정하는 사람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는거겠죠.

‘전애인‘이라고 한정되어 얘기한 건 이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인데요, 압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대화‘ 와 ‘대화할 상대‘인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사람,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나눌 사람. 사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외로움은 한결 줄어들 것 같아요. 아마도 그래서 저는 여기에 이토록이나 오래 수다를 떨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꼬마요정 2017-06-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줌은... 은밀한 취향은 인정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네요^^;; 저도 꼼짝 안하고 다 해주면 참 좋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7-06-30 07:58   좋아요 1 | URL
그러나 인간은 결과적으로 혼자인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제 방 창문은 제가 닫고, 제 이불은 제가 덮고, 제 몸은 그러니까...제가 끌어안아야......하는거겠죠.


인생.. Orz

책읽는나무 2017-06-2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재미나게 리뷰를 적어 놓으니 더러운데도 책이 궁금해서 읽고 싶단 생각이 절로~~ㅋㅋ
도대체 책을 덮어버리게 만든 강도는 어느정도이길래?생각했네요.
리뷰만 읽었을땐 재미없거나,더럽단 생각보다 그런 행위도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을 것같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취향이 아니다!!란 책도 어쩜 이리 재미나게 쓰시는지??ㅋㅋ

다락방 2017-06-30 08:03   좋아요 0 | URL
어휴 책나무님, 기회 되신다면 동네 도서관에 가서 슬쩍 몇 장만 보심을 권합니다. 그 후에 더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약간은 깨끗하지 못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히히히히히.

clavis 2017-07-02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임은 사랑이다..락방님♥많은 것을 배웁니다^^!! 도 통하신 것 같아요♡늘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 글도 카타르시스 느끼며 웃음폭발했어요♡

다락방 2017-07-02 17:08   좋아요 1 | URL
늘 즐거이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제가 월요일인 내일에도 좋은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오늘 써도 되기는 하는데, 집에는 맥북이고, 맥북에서는 제가 글 쓰는 걸 어려워해서... ㅋㅋㅋㅋㅋㅋ 쓸 수가 없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뭔가 바보인증인듯 ㅋㅋㅋㅋㅋ 그래서 회사가서 쓸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 댓글이다 이건 ㅋㅋㅋㅋㅋ

clavis 2017-07-0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이상한 댓글 같은거,바보같은거 정말 좋아요 저도 살면서 ˝못하겠어요˝같은건 못해봐서요 그런거 이제는 정말 좋아요
 
눈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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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피가 .. 내겐 힘들구나. 37쪽까지 읽다가 포기하고 덮어버렸다. 이 책을 좋아할 사람이 떠올랐지만, 아 나는 진짜 못읽겠고...
별 하나는 이 책 안읽고 준 것이다.
이 책을 호기심에 접할 사람들을 위해 언급하자면, 초반부터 오줌 얘기 엄청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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