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마다의 사정을 그려놓는 게 좋다고 말했었는데, 아, 너무 이 사정 저 사정 풀어놓다보니 어떤 인물이 어떤 사정을 가졌는지 기억하기 너무 헷갈리고, 그리고 글이 되게 산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권 안되지만 그간 읽어온 스티븐 킹은 정리 정돈 잘 되어있다 느꼈었는데 이 소설 1권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산만하고 말이 많다'는 거였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가져가려는 것, 유머감각이야 살아있지만, 그렇지만 뭔가 산만해... 이 작품은 뭐랄까, 정리된 것보다는 의욕이 앞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머릿 속에 스토리 있어, 오오, 이거 대단해, 인물들은 이런 설정을 할거야, 자 써보자' 하면서 후다다닥 써내려 갔기 때문에, 쳐낼 걸 쳐내지 못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건 킹의 초창기 작품인 듯한데, 대체 언젯적 작품인가 보자, 하고 검색해보니, 오, 그간 내가 읽었던 킹의 작품들 중 가장 앞선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가장 젊은 시절의 킹이 쓴 것. 1986년 이라고 나와있다.






가장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던 《별도 없는 한밤에》는 언제 쓴거지? 하고 찾아보니 2010년 이었다. 이 책, 《IT》을 읽은 지인이, 젠더 감수성 실망했다고 했는데, 별도 없는 한밤에 에서 나는 전혀 다르게 느꼈으므로, 그렇다면 스티븐 킹 개인이 그 사이에 변화를 거쳤다고 봐야할 것 같다. 더 나은 쪽으로 변화한 건 분명 사실인 것 같으니, 그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의 3권에서 있을 그 부분이... 아아, 읽기 싫기도 하고........ 어쨌든. 이제 겨우 1권을 다 읽었는데,



읽다가 592페이지에서 나는 '기분이 수꿀했다'는 문장을 마주친다. 네? 수꿀했다고요? 나는 이것이 당연히 오타일 거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뭐의 오타일까, 생각해보고 맨 처음 생각한 건, '꿀꿀하다' 였다. 그런데 이게 되게 뭐랄까, 긴장되고 두려운 상황인데 '꿀꿀하다'는 안맞잖아? 어떤 단어의 오타가 대체 수꿀하다로 날 수 있지? 하고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놓고 다음 페이지를 읽으려다가, 






어? 어쩌면.... 내가 모르는 단어인 게 아닐까? 오타가 아니라, 원래 있는 단어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몰랐다고 오타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는 네이버 어학사전을 열어놓고 '수꿀'을 쳐본다. 뭐라 나오나 보자, 하고는. 그러자!!!!!








맙소사!!

있는 단어였어!!

게다가 '무서워서 몸이 으쓱하다'는 뜻의 단어였어. 그러니까, 이 상황에 되게 적절한 단어인 거야. 와우- 럴수럴수 이럴 수가!! 이런 단어가 있어? 아니, 이런 단어 어떻게 알고 이렇게 똭- 쓰지? 영어로는 호러블 정도의 단어라면, 스티븐 킹은 그냥 호러블로 썼을 수도 있을텐데, 번역하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알고 '수꿀하다'란 단어로 바꿔 쓴거지? 오오, 놀랍다! 나는 이날까지 살면서 처음 봐!! 처음 읽었어!! 내가 처음 봤다고 오타라고 당연히 생각하려고 했어. 맙소사!! 오 마이 갓!! 지저스!!!



누군가 말하는 거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써야겠다. 나는 꿈을 잘꾸고 그러다보면 악몽을 꾸는 날도 있기 마련. 그럴 때 친구들에게, '어제 무서운 꿈을 꿔서 진짜 수꿀했지 뭐야' 라고 하는 거다. 아니면 알라딘에 페이퍼를 이렇게 쓰는 거지. '어제는 수꿀한 꿈을 꾸었다' 


아아, 잊을 수 없는 단어가 될 것 같다. 수꿀...



내가 이런 단어 예전에도 찾아서 페이퍼 쓴 기억이, 지금 갑자기!! 나는데, 그것은 '는개'였던 것 같다. 안개의 오타인가??? 하고 찾아봤다가, 진짜 있는 단어라서 깜놀. 그런데 그 페이퍼에 이미 알고 있는 단어라고 댓글 다는 사람들이 많았지.... 아아, 세상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구나...



는개: [명사]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물론, '는개'라는 단어 몰라도 된다. 사는 데 별 지장 없다. 는개라는 단어 모른다면, 그냥, '굵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은 비가 내려' 라고 하면 될것이다. '수꿀하다' 라는 단어도 마찬가지. '아 엄청 무서워서 쫄려' 라고 쓰면 뜻은 통하니까, 아니, 심지어 더 잘 전달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었고!! 그러므로 책으로부터 습득한 단어를 기억해서!! 써나간다면!! 실생활에서 입밖으로 내뱉는다면!! 멋지잖아? 독서인의 가오가 있지.....움화화화핫.


그런데 수꿀이 자꾸 수꼴로 나올라고 한다. ㅠㅠ

이래서 자주 쓰지 않는 단어는 잊혀지고 자주 쓰는 단어는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거야.




방금전에 문자로 사진을 하나 받았는데 짜장면을 점심으로 먹는 사진이었다. 아아, 그 사진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짜장면 너무나 먹고싶고.... 나는 오늘 페미니즘과 민주주의 강의 들으러 가는 날인데, 어제부터 너무 가기 싫어서... 친구한테 '오늘 가지말고 놀래?' 라고 물었지만, 인정사정없이 까였다. 


'그냥 공부하러 가자' 


어...............그렇지만..................가기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짜장면 먹고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머릿속에서 플랜을 여러개 돌려보고 있다.


플랜 A : 퇴근하자마자 회사 근처에서 후다닥 짜장면을 먹고 공부하러 간다.

플랜 B : 퇴근하자마자 회사 근처에서 후다닥 짜장면을 먹고 집에 가서 잔다.

플랜 C : 퇴근하자마자 그냥 집에 가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와인을 마신다.

플랜 D : 퇴근하자마자 그냥 집에 가서 오뎅탕을 끓여서 소주를 마신다.

플랜 E : 퇴근하자마자 김밥 한 줄 먹고 공부하러 간다.

플랜 F : 퇴근하자마자 회사 근처에서 후다닥 짜장면을 먹고 집에 가서 치즈를 꺼내서 와인을 마신다.

플랜 G : 친구에게 공부하러 가지 말자고 재차 꼬셔본다.




아아, 나의 최종 선택은?!



인생은 혼란의 구렁텅이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7-11-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수꿀이라는 말이 있다니 한순간 수꿀하네요. 저는 school 생각났어요......스꾸우울.

다락방 2017-11-02 13:21   좋아요 0 | URL
수꿀하다라는 단어 때문에 수꿀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면서 우리에게 수꿀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11-02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1-02 14:1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네네 적절한 타이밍에 써보도록 합시다. ㅋㅋㅋㅋㅋ

비연 2017-11-0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꿀... 인생 살면서 한번도 안 부딪히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단어군요... 허허허.
그나저나 저 위의 플랜 중... 뭘 선택할 지 왕궁금... 두둥. 제가 아는 락방님이라면... E? ㅎㅎㅎ
(근데 공부하러간다는 두 개 밖에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1-02 15:27   좋아요 0 | URL
그쵸. 사실 저 단어 쓸 일도 없을 것 같긴해요. 제가 쓴다고 해서 알아듣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지만 이제는 이 글을 읽은 알라디너들이 알겠군요! 우하하하핫.

공부하러 간다...가 플랜에 두 개밖에 없었습니까? 저도 몰랐네요. 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17-11-0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오싹하단 말을 많이 쓸텐데, 수꿀하다라니... 오오오 놀랍습니다.
수꿀..수꿀...수꿀...술꾼... ㅎㅎㅎ

저는 플랜F에 한 표 던지고 갑니다^^

다락방 2017-11-02 15:28   좋아요 0 | URL
수꿀하다는 단어를 알고 저기에 쓰다니.... 진짜 놀랍죠. ㅎㅎㅎㅎ
저 이렇게 페이퍼며 댓글로 수꿀하다고 몇 번을 써도 여전히 입에 익질 않네요. 어쩔. ㅋㅋㅋㅋㅋ

어떤 플랜을 선택할 지, 저조차도 아직 모르겠어요. 아하하하하. 지금은 일단 머릿속에 짜장면 밖에 없어서.. ㅠㅠ
 
허연-오십미터

















오십 미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너머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 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hnine님 서재에서 허 연 시인의 오십 미터 시집을 보고는, 제가 좋아하는 이 시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7-10-3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그리워하는 병...
다락방님께서도 이 시인 알고 계셨구나... ^^ (좋아서)

다락방 2017-11-01 08:31   좋아요 0 | URL
저 이 시 너무 좋아해요. 너무 좋지 않아요?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많은 것들이 밀렸다. 구몬도 밀리고 시사인도 밀렸는데, 강의때마다 나눠주는 한겨레21도 밀렸다. 지난 일요일, 밀린 시사인과 한겨레를 쌓아두고는 자, 읽어볼까, 하고는 한겨레 하나를 펼쳤다. 신문을 읽을 때도 그렇듯이, 이런 간행물을 읽을 때도 나는 뒤에서부터 읽는다. 그간 시사인을 몇 년간 정기구독 했지만 한겨레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터라, 뒤에서부터 열면 뭐가 나올지 몰랐지만, 그래도 칼럼이나 책에 관련된 얘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칼럼에서, 나는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에 관련된 글을 읽는다. 정확히는 인용문을 넣고 이야기를 펼친 거였는데, 그 인용문이 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읽어봐야지! 하고는 장바구니에 잽싸게 담았다.


















그렇지만 내게는 당장 호기롭게 결제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아이폰 7플러스를 직구로 질러둔 상태고, 그 돈을 갚아내려면.... 나는 돈을 내가 쓰고싶은 대로 써서는 안돼. 그래서 장바구니에 읽고 싶은 책을 차곡차곡 담으면서, 이 책들을 살 돈은 어떻게 마련할까, 하고서는 책장 앞에 서서, 금세 한 박스, 중고로 내놓을 책을 꺼낸다. 그간 전집이란 이유로 민음사와 문학동네 전집은 읽고서도 판매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전집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하면서, 문동과 민음사 전집에서도 각각 책을 빼냈다.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던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도 팔자, 재미 없었던 '나나'도 팔자. 민음사에서는 뭐 팔았더라... 그리고 최근에 읽은 것들까지, 읽은 책들을 추려내어 14권으로 한 박스를 만들어 후다닥, 편의점에 갖다 내놓았다. 몇 만원 들어오겠지만, 그걸로 내가 사고 싶은 책을 다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장바구니에 책들은 오늘도 쌓이고 있으니까... 오늘만해도 책을 또 장바구니에 넣었지. 나는 구경만 한다. 아름다운 리스트..





11만원 어치가 넘는 책들이 담겨 있는데, 이대로라면 이렇게 중고를 두 번 이상 더 팔아야 하는데.... 아아, 조금 더 냉정하게 중고들을 골라내야 겠구나.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은 현재까지 이렇다.




















어차피 책장에 한계는 있고 어차피 새로운 책을 담으려면 읽은 책을 내보내야 하는 것. 전집이라 미련두지 말고 팔자, 팔아버리자...읽은 책들은 팔아버리자..... 사실 조카 생각해서 갖고 있으려고 했는데...그 때 새로 사주면 된다.....팔자, 팔자, 팔아버리자..... 한 두 번쯤 더 팔면, 그러면 장바구니에 넣은 책들 살 만큼의 돈이 되겠지. 그렇지만 그 때는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이 늘어나겠지, 그러면 더 팔아야겠지...인생.... 책 팔아서 부자 되기는 커녕 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인가.....



투잡이...답인 것인가........... 투잡................. 책................



사실 저 책들 안사도 집에 읽을 책 투성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책읽는 속도도 안나서 아직까지 '그것' 1권 읽으면서 뭘 또 책을 사고 싶다고 징징대는 것이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인이 아니라 책 소비자라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아침엔 엄마가 소고기를 구워주셨다. *^^*

엄마의 사랑을 아주 뜨겁게 느꼈어. *^^*

엄마, 나 완전 사랑하나봐 *^^*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는 그 위에 소금장 바른 소고기를 얹고 한 입 가득 넣으면 세상 천국... 회사 가기 싫은 그런 천국...아아, 하루 온종일 밥만 먹고 살았으면..... 그리고 떠먹은 동태찌개....... 통통한 동태의 살.......

오늘 아침 나의 밥상은

잡곡밥, 소고기, 동태찌개...

럭셔리....

엄마의 사랑......

큰 사랑........

빅 럽......

트루 럽............



구몬도 밀리고, 시사인도 밀리고, 한겨레도 밀리고, 독서도 밀리고..

밀리지 않는 건 매 끼니 뿐인가 하노라.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7-10-3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방금... 저정도의 책을 저정도의 돈으로 질렀.... ㅡㅡ;;;
이게 병일까요. 집에 책들을 판 게 석달전인가 넉달전인데 그 때만큼 또 채워졌네요... 다 읽지도 못하면서.
전 book reader가 아니라 book buyer인 것 같은...ㅜㅜㅜㅜ (철푸닥)

다락방 2017-11-01 08:30   좋아요 1 | URL
아아 비연님, 지르셨군요! 저는 너무 지르고 싶어서...주말에 책을 또 한바탕 팔려고요. 그래야.....돈이 초큼이라도 생길 것이고...그래야... 책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팔아서 책 사기!! ㅎㅎㅎㅎㅎ

저 역시 북 바이어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즘 독서는 진도가 안나가고.... 아아아아아 사실 진도가 나갔을 때 조차도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죠. 인생........Orz

비연 2017-11-01 08:45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12월 가기 전에 또 책을 팔려고 ... 해요.... 책 살 돈 마련... 같은 동기로요. ㅜ
읽어야할 책은 많고, 시간은 없고, 인생속도는 화살처럼 빠르고... 슬퍼요. 슬퍼. 11월 아침부터.

자작나무 2017-10-3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경씨, 소고기처럼 사랑해도 될까요?

다락방 2017-11-01 08:31   좋아요 0 | URL
아뇨, 저는 남자든 여자든, 제가 사랑하든 저를 사랑하든, 페미니스트만 안고 갑니다!

비공개 2017-11-0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소고기라니.. 럭셔리하네요 ^^ 소고기 안좋아하는데 오늘은 집에갈때 소고기 조금 사다가 구워먹어야겠어요. 그럴려면 오늘은 책을 안사야겠지요... 집에 안읽은책이 너무나 많이 쌓여있고 더더구나 요즘은 책읽을 시간이 너무 없고 돈도 없고 빚만 많은데도 항상 책을 사는 저는 그냥 병이니 하렵니다.. ㅠㅠ

다락방 2017-11-02 08:05   좋아요 0 | URL
돈도 없는데 항상 책을 사는 저는...병인거군요 ㅠㅠ
저도 진짜 집에 안읽은 책 너무 많아요. 읽은 책보다 안읽은 책이 훨씬 많은데, 그런데도 또 책 사고 싶다고 장바구니에 쓸어담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ㅠㅠ

어제 저녁에 소고기는 드셨나요? 드셨다면 맛있게 드셨기를 바랍니다.
:)

비공개 2017-11-02 10:13   좋아요 0 | URL
그냥 돼지고기 먹었어요..(씁쓸) 제가 다락방님 만큼만 책을 읽을수 있다면! 엄청 자랑스러워할텐데. 넘 겸손하셔요. ㅎㅎ

다락방 2017-11-02 13:07   좋아요 0 | URL
돼지고기 너무나 좋죠! 저 돼지고기 너무 좋아해요. 특히 삼겹살!! 삼겹살 너무 좋아요. 지난 토요일에 삼겹살 먹었는데 넘나 맛있었어요. 삼겹살은 사랑입니다 ♡

오늘 공부하러 오시나요? 아아, 저는 너무 가기 싫어요. 힝 ㅜㅡ
 

일요일에 엄마랑 마트엘 갔다. 나는 와인을 세 병 샀고 엄마는 현미를 샀다. 원래 엄마한테 내 와인 값까지 내달라고 할랬는데, 내가 스파게티 소스도 샀고 오뎅도 샀고, 금액적으로 엄마보다 훨씬 크게 써버려서...엄마, 그냥 현미를 내가 살게, 했다. 엄마는 '너 돈도 없는데 엄마가 사줄게' 했고, 나는 '아니야 괜찮아 내가 낼게' 했는데, 엄마는 두 번 안 권하시고 알겠다고 하셨어. 엄마...



그리고 계산을 마치고 들고간 우리집 카트에 와인이며 현미를 넣고는 나가려는데, 저 쪽에서 막 핫바를 만들어 판다. 냄새가 너무 좋아. 마침 남동생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하다가 '핫바 사가면 먹을래?' 했더니 먹는단다. 엄마, 핫바 사가자, 해서 매대로 갔더니, 핫바가 한 개는 2천원인데 10개면 만원이란다. 네????


엄마랑 나랑 남동생이랑 하나씩 먹을 걸 사려했는데, 그러면 6천원이고...그럴 바에야 4천원 더 주고 열 개 사는 게 낫지...하고는 열 개를 사가지고 집에 갔다. 야, 따뜻할 때 먹자, 하고 한 개씩 먹었는데, 당연히 많이 남았고, 이걸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라고 했는데, 일단 냉장고에 들어가면 또 꺼내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아. 나는, 괜히 열 개 사자고 한 내 자신을 원망하며, 어떻게든 이걸 맛있게 다 먹어치울 방법을 고민해본다. 나는 문제해결에 탁월한 사람. 퍼뜩! 오뎅볶음 생각이 난다. 그래. 핫바나 오뎅이나 거기서 거긴데, 오뎅조림 하는것 처럼 핫바조림 하면 되지, 하고는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는다. 제일 처음 찾은 레시피는 뭐 재료가 들어가는 게 많아, 그 다음 찾은 레시피는 들어가는 재료도 적다. 앗싸. 


엄마, 핫바 내가 반찬으로 만들게, 들어가 누워있어!~ 하고는 부엌에서 나는 도마와 칼을 꺼내들고! 요리할 준비를 한다. 아, 일단 양념장을 만들어야지. 간장과 .....또 뭘 넣었는지, 바로 어제의 일인데도 생각이 안나네? 아, 다진 마늘.... 어쨌든 내가 찾아본 레시피의 글쓴이는 아이 먹일 거라고 간장만 쓴 것 같은데, 나는 어른! 어른의 맛을 만들겠다! 해서, 레시피에 없던 고춧가루를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양파를 썰다가 잘못해서 식칼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다행스럽게도 발 옆에 떨어졌지만, 하아 ㅠㅠ 큰일날 뻔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옆에 누가 있기라도 했으면 어떡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새삼 요리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지면서, 아아, 역시 나는 요리 잘하는 남자 데려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요리를 해서는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칼을 떨어뜨리다니 ㅠㅠㅠㅠㅠㅠㅠ 미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글쓴이가 시키는대로 프라이팬에 양파를 볶기 시작했다.




앗?! 양파를 볶다가 나는 내가 어른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나는 어른이니까, 어른의 맛!! 하고는 급하게 매운고추를 썰어 넣고 같이 볶는다.




그리고는 핫바를 썰어넣고, 소스를 넣어 볶는다. 냄새가 근사하다.



음..뭔가...허전한 것 같아, 중간에 간장과 고춧가루를 조금씩 더 넣는다. 요리 못하는 사람은 레시피의 말을 잘 안듣지...나처럼......나는 대체 왜 레시피를 찾아보는가...어차피 지맘대로 할거면서....................



그리고 완성!!




냄새도 근사하고 비쥬얼도 좋고... 기대감을 가득 안고 맛을 보는데, 음... 핫바는 오뎅과는 다르게, 핫바 고유의 맛이 너무 강하다...이렇게 맛깔스럽게 양념을 해도 그냥 핫바야.... 엄마는 냄새 좋다고 하셨지만....... 드시지는 않고, 아빠 도시락 밥반찬으로 싸가라고 하면 된다고 하셨다..........그러면서 너 충동적으로 먹을 거 사지 말라고 내게 말씀하셨지......


남동생도 '맛있네' 이러고 몇 개 먹고는............술안주나 할까? 하고는..............결국 술마실 때는 다른 안주 먹었어................... 인생...........



그러니까 이 요리의 총평은 '핫바는 먹을만큼만 사자'가 되시겠다. 많이 사면 싸다고 많이 살 필요가 진짜 1도 없어......




이거 하고 고되다고 내 방에 들어갔다가, 나는 한 시간 후, '가츠나베'를 만들러 다시 부엌으로 기어나온다...이건 다음에...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oonnight 2017-10-3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 플러스 원의 유혹에 매번 지고 후회하지요ㅠㅠ 보기도 좋고 맛있겠는걸요. 핫바 드시고 바로 드셔서 그렇겠죠. 담날엔 인기만점 반찬일 듯^^

다락방 2017-10-30 13:53   좋아요 0 | URL
너무 핫바 맛이 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버지가 도시락 싸가실 때 반찬으로 가져가시면 되니, 나름 마음은 놓이지만,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7-10-30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냉동해놨다가 맥주안주로 먹었어도 괜찮았을텐데!!!! 3개 6천, 10개 만원이면 저도 10개 샀을 거 같아요! (스뜌삣?)

다락방 2017-10-30 13:54   좋아요 0 | URL
아니, 3개 6천원인데 10개 만원이면 좀 너무하잖아요? 네?
이게 한 번 냉장고에 들어가고나면 다시 꺼내 먹는 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반찬으로 만들어봤는데, 이 역시 현명하지 못한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7-10-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0개 샀을거에요! 그건 현명한 소비!! 그레윗이라고 우겨봄 ㅋㅋㅋㅋ

다락방 2017-10-30 13:55   좋아요 0 | URL
내가 괜히 반찬으로 만들어서 망친 기분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님네로 갔다면 이거슨 그뤠잇이 되었겠지만 나에게로 와서 스튜핏이 된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17-10-3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의견은 반대. 요리 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레시피 따위 구경만 하지 그대로 안하던걸요.
음~~ 사진에서 매콤한 맛있는 냄새가 뚫고 여기까지 나오는 듯 해요. 맛있겠는데요.

그리고 모름지기 요리는 식구들이 배고플 시간에 내놓아야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도 배가 안고플때 만들어주면 점수 후하게 안나와요. 아침 제대로 안먹은 날 점심이라든가, 점심을 이르게 먹은 날 저녁으로 7시 넘어서...그래보세요. 뭘 만들어줘도 맛있다고 한다니까요~ ㅋㅋ
가츠나베...기대됩니다!

다락방 2017-10-31 10:37   좋아요 0 | URL
가츠나베도 성공하진 못했지만, 시간 나는대로 요리 페이퍼에 올리겠습니다. ㅋㅋ
제가 어디에서 봤는데 요리 못하는 사람의 특징은 레시피를 따라하지 않는 거라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제가 따라하지않으면서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라, 그거 보고 무릎을 탁! 쳤어요. 나네!! ㅎㅎㅎㅎㅎ
저거 별로 맛이 없어서..오뎅으로 했으면 맛있었을 것 같은데, 저렇게는 영... 하핫. 그렇지만 이번 실패를 경험삼아 다음부턴 핫바를 많이 안사면 되니까요. 실패에서는 언제나 배우는 게 있죠.

가츠나베, 기대..하시면 안될 것 같지만,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7-10-3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나 같아도 핫바를 10개 샀을 거구요.
그 자리에서 2개 먹을 수 있는데.... ㅎㅎㅎㅎㅎㅎ
다락방님이 만드신 요리 비주얼 좋아요. 맛나보여요~~~

hnine님 의견 강추네요. 배고플 때 내놓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0-31 10:38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핫바 열 개 살거죠? ㅋㅋㅋㅋㅋ
저는 핫바 안좋아해요. 그래서 사실 잘 안먹는데..왜 저날 따라 따뜻한 핫바를 먹겠다고 저렇게 돈을 퍼부은건지..인생.... ㅠㅠ

실제로 먹어보면 별 맛이 없어서...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저도 안먹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7-10-3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미 잘 쏘셨구요♡♡♡

제 여성학은요???요린 나중에!!!ㄲ ㅑ

핫바 볶음이라니 저라면 그런 생각 못했을거에요 그리고 저는 당근 썰다가 아침에 바쁘게..(중간 생략)..그래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는 걸요..칼 따위 떨어트렸어도 괜찮아요!다치지만 마시구..그런데 제 여성학은요?ㅋ이제 안할께용 :p

다락방 2017-10-31 10:39   좋아요 1 | URL
여성학! 제가 계속 공부해야 할 여성학!! 화이팅!! 스스로에게 외쳐봅니다. 빠샤!

아아 응급실이라뇨, 클래비스님. 우리 조심 또 조심합시다. ㅠㅠ 칼 떨어뜨렸는데 진짜 어찌나 놀랐던지 ㅠㅠ 미쳤구나..했어요 ㅠㅠㅠ
저는 문제 해결에 탁월한 재능이 있습니다!! (응?) 그래서 핫바 볶음을 해놓을 수 있었어요!! (맛은 나중문제고... )

clavis 2017-10-3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락방님♥여성학의 불모지인 이 곳에..여성학을 가르쳐주신 여성신학자 스승님들이 떠오르네요♡♡이미 락방님도 제게는 그 분들중 한분이랍니다!!아자아자 빠샤빠샤!!!
 















지난 주말까지 이 책의 <제2편> 까지 읽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 친구들의 만남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만남시간 두 시간 전쯤에 나가서 까페에 가 커피 한 잔 과 함께 이 책을 읽는다, 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토요일 오전에 운동을 하고 집에 오니 온 몸이 너무 곳통.... 나는 쓰러져 자버리고야 말았고, 아하하하하, 일어나서 부랴부랴 나가려고 하니 한 30분 정도의 시간을 혼자 있을 수 있겠더라. 그렇지만,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도 있으니, 그래, 읽자! 하고는 책을 챙겨 가지고 나갔다. 그러나, 아, 언제나 그렇듯이, 미련한 생각이었어....


그러니까, 이 책은 무겁다 ㅠㅠ

무거워 ㅠㅠ

무겁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무거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내가 요즘 들고 다니는 가방도 무거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방 따로 들어도 가볍지 않고 책 따로 들어도 무거운데, 나는 그 가방에 이 책을 넣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하철 타자마자 앉을 수 있었다는 것. 만약 서서 한 팔에 가방 껴고 책 펼쳐 읽었으면 팔이 진짜... 후달렸을 거야. 앉을 수 있었던 건 축!복! 


그렇게 읽었는데, 진짜 몇 장 읽지도 않았고, 채워야 할 분량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종로3가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어디가서 책 읽을까, 하면서 약속장소까지 걸으면서 두리번 거리는데, 버거킹에서 너겟을 싸게 판다고 해서 잠시 동공지진 일어났다가, 아아, 너겟 먹으면서 책 읽기 거시기하고, 약속이 삼겹살인데 너겟 먹고 친구들 만나는 거 어쩐지 비겁해..하면서는 힘들게 그 앞을 패쓰하고,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는 것처럼, 알라딘 중고서점 나오니까, 나는 끌리듯이 들어갔는데, 으으으응, 어떤 책이 있나, 뭘 살까, 하고 돌아다니다가, 내가 들고 있는 가방이 진짜 핵무거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구경을 못하겠다, 하고는 서점 안의 계단형 의자에 철푸덕 앉아버렸다. 아아, 그래, 내친 김에 여기서 책을 읽자, 하고는 가져온 제2의 성을 꺼냈는데..아 피곤하다..피곤해....몹시 피곤해......나는 왜 무거운 책을 들고 나왔는가, 몇 장이나 읽는다고..... 이 책을 가져가기로 결정한 몇 시간 전의 나여, 너 미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정말 몇 장 안읽은 채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갔는데, 그래도 아직 내게 일요일이 남아 있으니 괜찮다 생각했다. 일요일에 읽으면 돼...괜찮아.... 그렇지만.............일요일엔 요리하느라 고되어서...(응?) 


어쨌든 제2편까지 다 못읽었다는 슬픈 소식...슬픔의 새드니스...




몽테뉴는 여자에게 주어진 독단적이고 부당한 운명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여자들이 이 세상에 도입된 규칙을 거부한다고 해도 전혀 잘못이 없다. 그런 규칙은 여자들과 상의하지 않고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땅히 그들 사이에는 알력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여자들의 투사 노릇까지 하지는 않았다. (p.26)



버나드 쇼(영국 극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 1856~1950)의 경구는 잘 알려저 있다. 그는 말했다. "미국의 백인은 흑인을 구두닦이로 고정시키면서, 흑인은 구두닦이 말고 다른 직업엔 적합하지 못하다고 결론짓는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이런 악순환을 찾아볼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열등한 지위에 고정되어 있을 대 그 개인 또는 집단이 '열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하다'는 마르이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 말은 헤겔(독일 철학자. 변증법과 이성주의를 주창했다. 1770~183.1)의 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다(etre)'는 말은 '됐다'는 뜻으로, 즉 현재와 같이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오늘날 여자들은 대체로 남자보다 열등하다. 여자들은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남성들에 비해 가능성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영속적이어야 하는지를 아는 일이다. 

많은 남자들은 이런 사태가 영속적이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부르주아 계층은 여전히 여성해방에서 자기의 도덕과 이익을 위협하는 위험을 발견한다. 어떤 남성들은 여성을 경쟁자로서 두려워하고 있다. 전에 한 남학생이 <에브도 라탱>에 이렇게 썼다. '의과나 법과를 지망하는 여학생은 우리의 일자리를 훔치는 것이다.; 그도 이 사회에서 자기가 가지는 특권을 의심하지 않는다. 경제적 이해관곕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억압이 억압자에게 보증하는 이익 가운데 하나는 억압자들 중 가장 하찮은 자조차도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 남부의 한 '가난한 백인'이 자기는 '더러운 흑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부유한 백인들은 그 자존심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가장 평범한 남자들도 여자들 앞에서는 자신을 반신(半神)처럼 생각한다. 몽테를랑의 경우도, 그가 남자들 사이에서 남자로서 자기의 역할을 해야 할 때보다도, 여자(이것도 의도적으로 선택한 여자들이지만)와 마주할 때 자신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웠다. (p.27-28)




위의 부분 읽다가 진짜 또 빡쳤던게,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공간, 한정적인 자리를 줘놓고는 '너네는 그것밖에 안돼' 이딴 개소리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우리는 어떤 것이 쓸모 없는 일인지에 대해 얘기했다. 왜 '진정한'페미니즘 운운하고, 페미니즘이 잘못됐다고 빽빽거리는가, 그 시간에 몰카찍지 말라고, 강간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게 아닌가, 그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닌가, 라고 우리는 얘기했다. 이상하지 않아? 왜 페미니스트에겐 모든 점에서 다 옳고 잘해야 한다고 하는거야? 우리도 인간인데?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는건데, 왜 거기에 다른 많은 것들이 나를 흠없는 인간으로 만들어야 해? 한 사람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면, 그것이 종교이든 채식이든 페미니즘이든, 자기가 옳다는 방향을 향해, 신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숱한 오류와 잘못에 부딪히기도 하는 거잖아? 그런데 왜 자기들은 '몰카 안된다', '여자를 죽이지 말라'고, '데이트 폭력 하면 안된다'고 하는 일엔 입을 다물고 페미니즘이 그러면 안된다, 이러면 안된다, 저려면 안된다고 하는거야? 너무 쓸데없지 않아?



그리고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계속 얘기했다. 사실 우리는 이만큼 살아왔고, 세상이 더이상 바뀌지 않아도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는 지점에 와있다고. 이미 우리는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고, 어려운 지점을 다 견뎌왔고, 남자 따위한테 지지도 않고 속박 당하지도 않을 위치에 있고, 맞서 싸울 수 있고, 같이 지랄해줄 수 있고, 그래서 지금 당장 세상이 안바뀌어도 굳세게 또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그렇지만 지금 더 젊고 어린 여자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꿔야 되기 때문에 페미니즘 계속 공부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야 한다고, 헬페미로 살아야 한다고. 초등학생들 사이에 여성혐오 컨텐츠가 많이 소비된다는데, 우리 아이들 어떡하냐고, 세상 진짜 바꿔야 된다고, 거칠게 얘기했다. 그리고 내 친구들, 비혼이며 앞으로 출산과 육아랑 크게 상관없을 것 같은 친구들이 술잔을 높이 들며, '우리에게 아이가 조카가 없고 또 아마 앞으로도 있지 않겠지만, 다락방의 조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계속하자'고 얘기했다. 나 역시 내 조카를 생각하고 있었던 바, 친구들의 그 말에 갑자기 울컥,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차올랐다. 2차로 자리를 옮겨, 나는 친구들에게 '아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웠어' 라고 말했고, 친구들은 다시 한번 '다락방의 조카를 위한 세상을 만들자'고 해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헬페미 만세 ㅠㅠ 고마워 페미친구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또 쓰다가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은 시간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페미 만세!!




버릴 건 버리고가자고 많이 얘기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물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의미한다. 나는 함께 살아갈 세상, 더불어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생각했지만, 굳이 끌고 가는 일이 무슨 소용있을까 싶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지 안그러면 지친다. 숱한 여성혐오 컨텐츠에 둘러 쌓여있는 어린 조카 얘기를 하며, 개콘이나 드라마를 봐도 그냥 여성 비하, 여성 혐오가 우수수 쏟아지는데,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만나서 '조카야, 그건 잘못된거야' 라고 내가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있을까, 그렇다고 아이가 달라질까, 나 역시도 차별발언과 비하발언을 했다가 뒤늦게 뉘우쳤듯이, 아이도 저절로 뉘우치게 되진 않을까, 고민하는 내게, 친구들은 '그 말을 중간중간 들어왔던 아이는 듣지 않았던 아이보다 확실히 더 나을거다' 라고 해줬다. '네가 아이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속방지턱의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해라'고 해서, 또 그 말들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삼겹살이 진짜 맛있어서... 계속 생각나....명이나물도 리필해주는 좋은 고깃집 ♡ 삼겹살 오랜만에 먹었는데 넘나 맛있고, 나는 삼겹살 진짜 너무 좋아하고, 삼겹살 또 먹고 싶은데, 다가오는 토요일에 친구랑 약속 잡고 있는데, 홍대에서 영화보자고 했었는데, 아앙, 삼겹살도 먹을까...... 삼겹살....... 삼겹살 진짜 너무 맛있어. 고기 만세야. 내일은 또 다른 친구 만나서 더덕구이 먹을거야 ♡ 칠봉아 더덕구이 먹고싶지? 누나가 대신 먹어줄게. 꼭꼭 씹어 먹어줄게 ♡ 더덕구이 시키면 불고기도 나왔었던 것 같은데...헤죽헤죽..... ^____________^




그나저나 스티븐 킹의 《it》 3권의 내용을 들어버렸는데 개충격이고....킹 아저씨 왜그랬을까 지금 너무 어처구니 없고.......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7-10-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스티븐 킹의 <it>... 락방님 읽고난 감상 보고 사던가 해야겠어요. 왠지 망설여지네요...ㅜ

다락방 2017-10-30 10:47   좋아요 0 | URL
분노의 포도보다 더 충격적 장면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 제가 읽어보고 얘기하겠습니다. 좀 오래 걸리겠지만요... Orz

잠자냥 2017-10-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it> 3권의 내용을 스포일 당하셨습니까?????!!! 개충격 느끼신 그 부분이 제가 말한 그 부분 같은데.. 음암엄.... (그 개충격 당하신 부분이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에서도 그려질지.... 음.. 궁금하긴 합니다... 영화는 영리하게 뺄 건 빼고 그랬던데... 음...)

다락방 2017-10-30 11:19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말씀하신 부분이 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너무 충격이라 ㅠㅠㅠ 아직 제가 읽은 건 아니니까, 제가 읽어볼게요. 끝까지.... ㅠㅠ 킹아쩌시가 왜 도대체 어째서 ㅠㅠㅠ

clavis 2017-10-3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세!아멘!ㄲ ㅑ악..입니다 이렇게 락방님은 오늘도 열정을 다하셨군요♡♡♡저도 제 조카를 위한 오늘을 힘껏 살고 있어요!

다락방 2017-10-31 10:40   좋아요 1 | URL
우리 힘껏 살면서 앞으로 나아갑시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제 조카도 또 클래비스님 조카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제 조카 진짜 너무 사랑하고,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 살아갈 생각하면 너무 한숨나요. 클래비스님, 우리 용기있게 전진합시다!

아무개 2017-10-3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미야 이모야들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살께.
너의 과속방지턱이 되어줄께!

다락방 2017-10-31 10:4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아무개 이모님. 우리 모든 이모들이 다같이 열심히 공부하며 산다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거겠죠? 희망을 갖고 걸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