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데서 콩이 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콩을 심었다고 해서 콩이 다 나는 건 아니다.
여러가지 조건(물,공기,햇빛,온도,영양분 등)이 있어야 콩이 날 수 있다.  

잔뜩 벼르던 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를 읽었다.
이분을 키운 8할이 사람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구나 싶게,이분의 또 다른 직업은 '남의 얘기 들어주기'란다.
왜 그랬는데,그래서,어떡하지,그렇구나,그러니까,흐흠,아이고,어쩌지......
이런 추임새를 해 가며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게 격려하고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혀를 차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황홀경에 이른단다.
 
나도 어찌보면'남의 얘기 들어주기'가  직업인지라 생각해본 건데,
내 경우는 이런 추임새라기 보다는 질문의 형태를 띤다.
겉으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는 사람의 이면을 파악하기 바쁘다.
 "왜 그랬는데,어떡하지,어쩌지"따위의 소리는 맘 약하게 보일까봐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여기저기 실렸던 글을 모아놓아서인지 어디선가 접했던 글들이 많다. 
살짝 동질감도 느끼고,마냥 부럽기도 했지만...나랑 견해나 입장이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모여있는 글들을 통해 문체의 개성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내겐 큰 수확이다.  

내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건<자장면과 삼판주>였다.
감사하게도 내겐 '자장면과 삼판주'같은 스승과 지인들이 좀 있다.
이젠 내가 또 다른 이들의 '자장면과 삼판주'가 되어야 할 차례이다.

언제부턴가 쓸만한 새싹이 없다고 툴툴거렸었다.
근데 되짚어 생각하니,내 주변의 새싹들을 쓸만하게 키우지 못한 건 내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이분이 인용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를 보면 이렇다.
"인류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사람일수록 구체적인 인간을 사랑하지 못한다.개개인의 인간을 독립된 인간으로서 사랑하기 어렵다."
이분은 이 뒤에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만,난 내 자신에 비추게 된다.
난 그 새싹들이 언젠가 나를 치고 올라와 내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때문에 새싹들은 뭉뚱그려 새싹들이었지,콩인지 팥인지 구별하려 들지 않았었다.
이건,어쩜
'나를 뺀 다른 사람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충격이었다
하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면 개인의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조물주도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준의 응답을 해줄 수 없지만,자신을 빼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대답이다.그들은 그러한 지혜를 어디서 얻었을까.(59쪽) 
나를 빼고 나면,'콩 심은데서 콩이 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조건을 기꺼이 제공할 수 있겠다.

속이 시원하다 못해 통쾌했던 부분도 있었다.
괜찮은 남자는 다 유부남이라고 은근슬쩍 남의 남자를 넘보는 경우도 있다.괜찮아 보이는 유부남도 실은 너희가 옛날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변변치 않은 남자였다,다 마누라들이 잘 챙겨서 멋있어 진것이라고 하면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150쪽)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고 하면서,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떠는 부분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힘이 되었던 그래서 누군가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건 <자기를 위한 잔칫상을 차려라>라는 글이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마이클 코넬리의 신간이 나왔다.
<콘크리트 블론드>란다.
마이클 코넬리는 그저 재밌을 따름이지만,
이 책의 역자 '이창식'님도 내겐 어떤 의미로든...콩심은데서 콩이 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근데,출간된 책이,것도 신간이 배송되는 데 일주일씩이나 걸리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콘크리트 블론드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표지는 오른쪽이 쫌 더 낫지 않나?)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11-24 11:53   좋아요 0 | URL
그러나 결코 눈을 사르르 감고 관능에 몸을 맡기거나 영혼이 떨리는 듯한 충일감에 젖어드는 사랑의 순간이 오더라도 한 쪽 눈은 분명히 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 뭔가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기분이에요. 네네, 양철나무꾼님. 한 쪽 눈은 분명히 뜨고 있을게요. 그럴게요.

저도 이 책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11-24 23:53   좋아요 0 | URL
ㅎ,ㅎ,ㅎ...이 분 후배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언론인이래요.

현재는 인터넷 공간 '김선주학교'에서 게으른 교장노릇을 하면서 매일매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고민 중.다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 온 것 같지만 역사는 뒤뚱뒤뚱 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아직도 살고 있음

책 날개의 프로필도 멋지구리하구요~^^

프레이야 2010-11-24 10:42   좋아요 0 | URL
타인의 이야기 들어주기, 추임새 넣어가며.
이거 쉽지 않지요. 저도 정말이지 이거 실천하고 싶어요.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하고 잘라서 나의 말을 하고 싶고
반박하고 싶고 비판하고 싶고, 이런 나쁜 습관 고치고 싶어요.
고개 끄덕이며 들어주기, 나도 남에게 그걸 바라면서 나는 그걸 못하다니 말에요.
감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양철님, 범상치 않은 걸요.^^(농담반 진담반)
아무래도 이 책 사야겠어요. 이곳저곳에서 좋은 평가가 많으네요.^^

양철나무꾼 2010-11-24 23:55   좋아요 0 | URL
실상에서의 저는 그래서 좀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어요.
기껏 고개 끄덕여가며 들어놓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이죠~ㅠ.ㅠ

2010-11-24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0-11-24 12:37   좋아요 0 | URL
백마 탄 왕자는 10대에도 20대에도 환상이고 서른에는 망상이다. 흑흑.. 그럼 마흔에는 퐝상 노망? ㅎㅎ 어릴땐 안믿던 백마탄 왕자님, 저는 오히려 나이들수록 가까이 느껴지는데... ♪어허 이거참, 예랄랄라아~~~

양철나무꾼 2010-11-25 00:05   좋아요 0 | URL
저는 이렇게 해석했었어요.
10대,20대--->환상
30대-------->망상
40대-------->빵상
50대-------->청상
BG는 '이것참 야단났네,예럴랄라~~~'이건가요?^^
댓글이 참 재밌어요~

다이조부 2010-11-24 12:44   좋아요 0 | URL

이 책 저도 읽고 싶은 목록중에 있는데 반갑네요 ㅋ

양철나무꾼 2010-11-25 00:06   좋아요 0 | URL
올리시는 리뷰들 보고 관심 있으실 것 같았어요~
관심 가져도 좋을 듯 해요~^^

Arch 2010-11-24 13:05   좋아요 0 | URL
나만의 잔치상을 차리라니, 전 밥은 이렇고 반찬은 이렇게 하라는 주문인줄 알았어요. (아치 멍충이) 좋은 글이에요. 나무꾼님 고마워요. 언젠가 이 책을 읽을 날이 오겠죠!

양철나무꾼 2010-11-25 00:13   좋아요 0 | URL
나'만'의 잔치상이 아니라,나를 '위한' 잔치상입죠~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전에 인터넷'김선주 학교'를 검색하시면 해갈은 하실 수 있을 듯~^^

글샘 2010-11-24 20:52   좋아요 0 | URL
콩 심으면 콩 납니다. ㅎㅎㅎ
콩은 보통 논두렁 같이 별로 쓰임새 없는 땅에다 곡괭이 자루 거꾸로 들고 쿡쿡 쑤신 다음에 두어 개씩 넣어 두고 쿡쿡 밟아 두면 여지없이 잘 자라는 식물이거든요.
하기야... 그냥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콩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온도와 습도와 조건을 맞춰 싹이 트고 열리고 하는 것이겠지요.
멋진 유부남... 맞는 말이네요. ㅎㅎ 다 아내들이 인간 만들어 놓은 사람.

인류에 대한 사랑... 이렇게 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욕 많이 듣죠. 실존의 인간에 대해서는 약한 경우가 많거든요. 제 주변에서도 큰 사람들이 욕을 많이 듣습니다. 작은 부분에 취약하니까요.
저는 작은 인간이면서 작은 부분도 잘 못챙기는 뭐, 그런 사람입니다.
멋진 이야기가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0-11-25 00:20   좋아요 0 | URL
전에 포박자 때도 그랬는데,개떡 같이 말해도 콩떡 같이 들어주시는군요.
콩심으면 콩이 나는 것과 콩심으면 콩이 나게 하는 힘,
하지만,인연론과 연기설까지 들어가면 좀 심오해지잖아요.^^

cyrus 2010-11-25 18:36   좋아요 0 | URL
제 동생이 추천하길래 한 번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좋은 글도 있었지만,,
몇 몇 글은 공감이 가지지 않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저도 남성이지만
여성과 관련된 글들을 무척 공감이 가고 여러가지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30 00:58   좋아요 0 | URL
네,저도 그랬어요.
공감이 가는 글과 공감할 수 없는 글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더군요.
암튼,<자기를 위한 잔칫상을 차려라>는 많이 좋았어요~^^
 

어린시절 할머니 품에서 자란 내가 제일 무서워했던 건 호랑이였다. 
좀 울려고만 하면 '호랑이가 물어간다.'라고 하셔서, 
호랑이의 실체를 모르고 호랑이를 무서워 하고 살았었다.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 하는 건 할머니 품에서 옛날 이야기를 좀 들어줘서 '곶감'인 건 알겠는데...
그럼 내가 무서워 하는 건 뭘까? 
솔직히 고백하자면,난 사람이 제일 무섭다.  

할머니에게 들은 옛날 얘기에서 뿐 아니라,
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읽은 옛날 얘기에서도...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내가 살아보니,'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게' 일생에서 제일 힘든 일 같다. 

<밀림무정>을 보면 남자 나이 스물셋에 잠깐 만나 사랑을 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고,여자가 아이를 낳은 걸 남자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나머지 칠십 평생을 그리워만 하며 산다.

그리고,<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을 봐도 그렇다.
사랑했지만,이루어 지지 않은 이들이 삶을 여러번 되풀이하여 산다.
신분이나 성별이 바뀌어 살기도 하고,어긋나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또 이승을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하는 일은 따로 있다지만,내가 보기엔 용서를 구하는 일 정도이다.
영겁을 사는 일만으로도 지루한데,어긋난 사랑을 또 만나고 용서를 구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내가 보기엔 못할 짓이지 싶었다. 

그래서,오늘 깨달게 된건...
이 세상에 살 땐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고 살겠지만,
남김없이 다 줘버려서 더 이상 줄 것이 없을 정도로 주고 살겠지만,
그걸로 그만이다.
다음 세상에서도 남편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근데,내가 이승에서 남편에게 미련이나 후회나 회한이 남으면 또 다시 어떻게든 만나지고 지지고 볶고 하나 보다.
이승에서 미련이나 후회나 회한이 남지 않도록,원없이 사랑하여야 겠다.


 

 

 

 

 

 

<밀림무정>으로 돌아가서,
나라면 한 순간을 같이 했다고 해서 그 추억만으로 70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한순간 설레이고 그리하여 그 후로 많은 시간 고독한 그런 일이라지만 말이다. 

-혼자 우는 건 가능하지만 200명이 넘는 이들이 함께 울면 불법이오.(2권227쪽)

흰호랑이가 잡혀 창경원에 갇히자,총독부의 히데오가 한 말이다.
책 속의 얘기인데,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같다.익숙하다,ㅋ~

-한칸에 하나씩.흰머리는 화물칸에 주홍은 1등칸에!호랑이든 사람이든,격리되면 처음에는 심심하고 나중에는 외롭죠.(2권 118쪽) 

-네가 이렇게 사악한 줄 몰랐다.
-악한가 선한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닙죠.아름다운가 추한가로 따지신다면 또 모를까. 
-네가 하는 이 짓이 아름답다는 거냐? 
-사람이 아름답고 추하진 않습죠.다만 그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게 따로 있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요.개마고원의 들꽃처럼,이곳 경성에서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건 돈입죠. (2권 245쪽)

눈은 바위와 나무와 흙과 바람을 만나,순간순간 다른 소리를 만들어냈다.이야기꾼이라면 도깨비짓으로 돌릴 만한,풀쩍 뚜이어 눈구름에 정수리를 부딪는 소리였고 푹 꺼져 아직도 끓고 있는 용암에 닿을 소리였다.삶과 죽음을 너마드는 소리.꽁꽁 얼어붙은 중심에서 활활 타오르는 소리.상상하는 모든 것의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웅장하고 엄중하고 날카로운 소리.듣는 이를 발가벗기는 소리.고백하게 만드는 소리였다.개마고원에 처음 오른 이들은 이 소리만 듣고도 두려움에 눈물을 쏟았다.개마고원의 포수는 어려서부터 소리를 소리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소리를 만드는 사물이나 상황을 상상하지 않고 소리를 소리로만 품었다.상상을 멈추면 소리에서 비롯되는 공포도 사라졌다.(2권 36쪽) 

나는 이런 사랑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물러터졌지만,
그래도 홀로 고고해서 외롭다고 위안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으로 넘어가서,
이 책이 힘들었다는 누군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 아주 좋다.
하지만,책이 줄거리를 따라간다기보단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감정도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사람이었다가 저승차사였다가 넘나들어서...감정 조절에 실패하면 소설의 가장 큰 힘인 개연성을 놓치게 된다.

죽은 자는 철저히 개별적이라는 오랜 믿음 때문이었다.죽어서도 관계에 휘둘려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죽음일 수 없었다.죽음은 모든 관계의 끝이어야 했다.(27쪽)

 

-하찮아도 스스로에게 맡겨둘 수밖에 없는 것이 사물이다.천한 신분이라도 스스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백성이다.뚜렷이 드러나지 않아도 스스로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事이다.거칠지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이다.인정과는 멀지만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이 의이다.인정에 가깝지만 사회적으로 넓혀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仁이다.옹색한 절제는 있어도 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예이다.세상 사람들을 따르지만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 덕이다.유일하지만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도이다.신비롭지만 실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天이다.

 

-듣는 게 힘들어.들어오는 문은 있으나 나가는 문은 없는 방에 갇힌 것 같다.차라리 귀를 내놓았어야 했어.소리가 막히면 말도 저절로 잊히는 것이 순리.그럼 좀더 편안했을지도......(76쪽)
그래도 채관은 유독 울금을 편애했다.울금,하고 발음할때마다 줄렁이며 차오르는 밀물 같은 통증이 그를 더 그렇게 했다.색을 다루면서 소리까지 거들다니.아닌 게 아니라 소리 때문에 색을,색 때문에 향을 향 때문에 맛을,그렇게 이것 때문에 저것이나 저것 때문에 그것을 취하고 버리는 것이 사람이었다.사람의 오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 것인지,그 오감 때문에 사람은 또 얼마나 더 복잡하고 미묘해지는지,채관은 때마다 절감했다.그래서 그중 하나를 잃은 수강이 가여웠다.(97쪽)
피식,연홍이 또 웃었다.천지간에 고운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고운 것이 말이고,말 중에 고운 것은 글이며,글 중에 고운 것은 시라고 들었다.한데 방이할매의 시는 그 대척점에 있었다.천지간에 모진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모진 것이 말이고,말 중에 모진 것은 글이며,글 중에 모진 것이 시였다.(110쪽)
바늘땀이 술렁술렁 움직여갔다.망자를 생각하면 끝도 없이 꼼꼼해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빡빡해선 한 되는 게 수의의 이치였다.훨훨 떠나야 할 넋이 산 자의 마음에 걸려서야 쓰겠느냐,해서였다.한 땀 한 땀,성긴 바느질을 따라가며 남은 자가 흐느꼈다.그리 살게 해서 미안했다고.그렇게만 살아야 하는 세상이어서 미안했다고.그래도 그리 살아줘서 고마웠다고.그렇게라도 함께 살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132쪽)

-하나 화율에겐 산 기억이 다가 아니었다.죽어서의 기억이 보태져 있었다.하면 무엇인가.산 것인가?죽었는데,죽은 자의 일인데 그걸 어찌 살았다 할 수 있겠는가.하면 죽은 것인가?엄연히 살아서 날뛰는 기억을 어찌 죽었다 할 수 잇겠는가.죽고 살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기억은 죽고 사는 것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러니 정녕 산 것은 무엇이고 죽은 것은 무어란 말인가.

-쯧쯧.아무리 제 목숨처럼 연애해도 상대방이 알지 못하면 헛되고헛된 법이오.
-그런 것 같소.한데,그쪽은 어찌 죽으신 게요?
-맘을 오래 앓다보니 저절로 죽어지이다.
-어인 연유로?
-그러게 말이외다.버리면 될 것을.(174쪽)

-결국 다......다 탔어.마저 읽지 못했는데.
-정념인 게야.
-정념.어떤 정념인 걸까.
모든 법의 본성과 모습을 올바르게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는 불교의 정념正念?아니면 감정을 따라 일어나선 당최 억눌러지지 않는다는 마음의 정념情念?
-케케묵을 수밖에 없지.한데 케케묵는 건 사람에게만 일어날 수 있거든.바람은,산은,물은 그리고 색은 케케묵을 수 없어.오직 사람만 낡고 뒤떨어지고 어리석을 수 있느니.
-하면 정념은 정념情念일 거야.
-뼛속까지 시가 배어든 자를 일컬어 시골이라 한다 했든가.
시골詩骨.글 안에 있을 때 수강도 되고 싶어한 적이 있었다.하나 얼마만큼 시만을 위해 살아야만 시가 골수까지 적실 수 있단 것인지 글이 쉽지 않았던 수강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안 읽었다면 더 후회가 됐을 거다. 

글에 무게가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가볍게 살랑살랑 일렁이는게 아니라,가슴 속 깊숙히 천둥 같은 울림이었으면 했다.소위 '진혼곡'이란 것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문장을 자유자재로 벼리는 재주를 가진 이 작가의 앞날을 기대한다. 

'옛날옛적에'로 이야기를 시작한 나는,이 같은 구절을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람이 무섭다는 건지,호랑이가 무섭다는 건지 모르겠다,췟!

하나사람에게 가는 마음을 무슨 수로 잡아둘 수 있겠는가.마음은 야생이었다.마음을 길들이겠다는 건 오만이었다.길들여진 마음에는 생동이 없었다.연홍도 마음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113쪽)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0-11-22 19:07   좋아요 0 | URL
전 사람도 호랑이도 다 무서워요. ㅎㅎ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왠지 끌려요.

양철나무꾼 2010-11-23 07:56   좋아요 0 | URL
전 고슴도치도 무서워요.ㅎ.ㅎ.ㅎ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호오가 엇갈려요.
깊이있는 내용을 깊숙히 파고들지는 못했어요.^^

카스피 2010-11-22 20:09   좋아요 0 | URL
음 누군가 그러더군요.어두운 밤길에 유령은 안 무섭지만 사람은 무섭다고요(사람이 사람을 해친다는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0-11-23 08:00   좋아요 0 | URL
그 분 아주 건강한 분인가 보군요.
전 고3때,놀이터의 나무가 유령이나 귀신처럼 보였었는데 말이죠.

유령이나 귀신,사람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죠.
바꿔 말하면 유령이나 귀신이 아니라,거기에 홀린 사람 자신이지만요~^^

순오기 2010-11-22 20:25   좋아요 0 | URL
흠~ 글쟁이들의 문장력은 감탄스럽지만, 때론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마음을 길들이는 건 오만이었다~~~~~ 에 동감!!

양철나무꾼 2010-11-23 08:09   좋아요 0 | URL
말을 글처럼 하면 환자 취급 받을것 같아요.^^
전 언제나 힘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러니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 따위도 오만이 되는 거겠죠~ㅠ.ㅠ

hnine 2010-11-23 00:05   좋아요 0 | URL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요...

양철나무꾼 2010-11-23 08:12   좋아요 0 | URL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나요.
차라리 제가 하룻강아지여서 범이고 사람이고 무서운 줄 몰랐으면 좋겠어요.^^

2010-11-23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0-11-23 11:07   좋아요 0 | URL
저승사자 화율의 마지막 선택. 와아, 그림 맘에 드는데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0-11-23 20:16   좋아요 0 | URL
옷감을 염색하는 채공의 얘기도 나오고요.
색을 만들어 내는 자세,글을 쓰는 자세,그림을 그리는 자세,삶을 사는 자세...한번쯤 생각해보게 돼요~^^

stella.K 2010-11-23 12:18   좋아요 0 | URL
저승치사의 작가가 좀 그렇긴 해요.
달을 먹단가? 저도 그 책 읽으면서 서사는 좋은 것 같은데
읽기가 버겁더라구요.
그래도 꾸준히 쓰다보면 인정 받겠죠?
김탁환은 다작에 비해 문학성을 아직 인정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저 책은 왠지 나랑은 인연이 없는 것 같아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ㅠ

양철나무꾼 2010-11-23 20:22   좋아요 0 | URL
그래도 김진규님,문장을 벼리는 재주는 탁월한 것 같아요.
내공도 보통이 아니고...
인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사건에 개연성을 엮어내는 품이 평면적이어서 그렇지만여~

김탁환은 저는 왕사랑하는 작가예요.
김탁환을 처음 시작하신다면,열하광인 시리즈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별로 보고싶지 않으실지라도,언젠간 어떻게든 만나게 되실거라고 생각해요~^^

stella.K 2010-11-24 11:44   좋아요 0 | URL
오, 고마워요. 참고하겠슴다.^^

양철나무꾼 2010-11-25 00:20   좋아요 0 | URL
뭘여,헤헤~~~^^

2010-11-23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절로 2010-11-24 13:34   좋아요 0 | URL
빙고!

양철나무꾼 2010-11-25 00:22   좋아요 0 | URL
유레카~!!!

2010-11-24 00:10   좋아요 0 | URL
그동안 작가 김탁환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소문만 들었죠. 저는 {김탁환의 독서열전: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민음사)을 읽고서야 그의 첫 책을 접했었답니다. 그러나 소량의 글로 100권 책에 대한 소회를 담은 이 책으로 그의 문체(의 매력/힘)를 느낄 수 있었고, 소설을 잘 쓰는 작가이겠구나 하는 짐작을 해보았습니다. {독서열전}은 제가 읽은 책들과 많은 책들이 겹쳐선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24 09:55   좋아요 0 | URL
소설 한편에 따라붙는 참고자료가 아주 방대해요.
이분을 보면서 글은 읽는것도 쓰는 것도 엉덩이의 무게와 비례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해요.
시간이 되시면,소설들도 읽어보세요.^^

꿈꾸는섬 2010-11-24 01:04   좋아요 0 | URL
저도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사람은 칼을 들지 않아도 큰 상처를 내지요.ㅜㅜ
나무꾼님의 책 읽기, 생각하기 모두 참 좋아요.^^

천지간에 고운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고운 것이 말이고,말 중에 고운 것은 글이며,글 중에 고운 것은 시라고 들었다.한데 방이할매의 시는 그 대척점에 있었다.천지간에 모진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모진 것이 말이고,말 중에 모진 것은 글이며,글 중에 모진 것이 시였다

전 방이할매 같은 사람인가봐요.

양철나무꾼 2010-11-24 09:58   좋아요 0 | URL
곱기만 하다거나 모질기만 하다면...견줄 대상이 없으니 매력도 못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전 님이 적당히 곱기도 하고 적당히 모질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11-24 10:55   좋아요 0 | URL
ㅎㅎ적당히 곱고 적당히 모질기란 어떤걸까요? ㅎㅎ
어려운 과제에요.ㅠㅠ

양철나무꾼 2010-11-25 00:23   좋아요 0 | URL
언젠간 숙제 검사 할거예요~^^

감은빛 2010-11-25 01:1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신문에서 <밀림무정> 소개글을 읽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역시 꼭 읽어야 할 책이군요.
문제는 소설에 손을 댈 여유가 전혀 없다는 현실.

올 여름에 <천년습작>도 손 댔다가 아직 다 못읽었어요.
에휴 읽을 책은 자꾸만 쌓여만 가네요.

양철나무꾼 2010-11-30 00:56   좋아요 0 | URL
답글이 많이 늦었네요.
<천년습작>을 여기서 만나니 반가운 걸요.
점쳐 보건데,김탁환은 언제고 어디서고 만나게 되지 않으실까요~^^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페이퍼를 장황하게 몇부작으로 나눠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풀어 놓았고,나는 그걸 제법 잘 주워 읽었다. 

난 김탁환을 참 좋아한다.
그가 황진이를 쓰면 황진이를 읽고,그가 이순신을 쓰면 이순신을 읽었다.
그가 박지원과 북학파의 얘기할 때면 정조의 마음 정도는 되었던 것 같고,
미안스럽게도 <혜초>는 꾸역꾸역 읽었지만 아직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노서아 가비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이었다. 
<혜초>의 작가의 말에서,'쓰고 싶은 작품과 쓸 수 있는 작품은 다르다' 고 얘기한다.
암튼,나는 <혜초>를 기준으로 어떤 경계를 넘은 것 같다.

처음  이렇게 '작가의 말'로 시작한다. 

적의 크기로 나의 부족함을 고스란히 가늠하는 이야기!가장 거대한 적,내 전부를 거는 대결이 아니라면 무엇이 나를 고양시킬까.이 대결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다면 얻서 어둠을 닮은 빛을 쐴까.단어를 갈고 문장을 벼리고 문단을 박았다.냉혹한 바람에 몸서리쳤다.봄은 없었다.백에 아흔아홉이 가족이라는 핑계,나이라는 변명,세상살이 별거 없다는 위안 따위의 자포자기로 행복을 쌓을 때,한계 밖으로 홀로 질주한 단독자의 표정.그 내밀함을 소설이라는 밀림으로 감싸고자 했다. 

이 책 '밀림무정'은 어찌보면 무협지 같고,어찌보면 로맨스물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내공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내공이라는 것이 타고난 재능 같아서 살짝 샘이 나려고 하는데...
이 모든 걸 타고난 재능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그의 방대한 자료조사와 고증을 바탕으로 철저히 얽어낸 씨실과 날줄의 결과물이 너무 탄탄하다.
이런 노력의 성과물이라면 존경을 보낼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귀결이 된다.

1권 책 표지에 나오는 것 처럼,선굵은 사내의 이야기이다.
(뭋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는데,이 길어져만 가는 겨울밤 김탁환에 빠져들면 호랑이가 업어가도 모른다=헤어나기 힘들다.)














I can't explain it.That's why.
凡人인 나로서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기는 하다.
호랑이 한마리를 잡기 위해서 7년동안 벼르는 그 과정이 아이러니 컬 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 세월을 거치면서 같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또 소소한 재미이다.
뭐랄까,호적수 라는 말처럼 싸우면서 정이 들게 되는 경우라고나 할까.
나의 적수가 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어느 단계에 이르면 귀에 쏙쏙 박히도록 잔소리도 해줄 수 있고,대적도 해줄 수 있을까? 

소설 한편으로 달관을 얘기하면, 그를 끝에 두고 우러르면 더 이상의 것이 없을 것 같아 망설여지지만,이런 문장은 부족함이 없다.

*최대한 관대하라.가족 중 누군가가 사냥 도중 목숨을 빼앗기더라도 복수 운운하며 그 맹수를 쫒지 마라.승부가 공정했다면 살고 죽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다.허나 제 집을 침범한 짐승과는 목숨을 걸고 맞서라!세상 끝까지 추격하여 급습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라.(128쪽) 

*호랑이를 사냥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견딤이다.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고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고 시간을 견딘다.오랫동안 견디며 단 한 순간만을 생각한다.(158쪽)  

*명령을 바꾸기 어렵다면,목숨을 걸고 그 명령을 지키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179쪽) 

*호랑이 추격의 비결.호랑이의 순발력은 들짐승 중에서 으뜸이지만 지구력은 늑대나 풍산개보다도 못하다.호랑이가 걸을 때 산은 뛰고 호랑이가 쉴 때 산은 걷는다.더 적게 자고 더 적게 먹고 더 자주 발을 놀린다.(194쪽) 

*큰 고통을 견딜 때는 미리 상황을 각오하고 집중하게 된다.어찌할 수 없는 아픔인 경우에는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다.작은 고통은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만든다.조금만 바꾸면 이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고통은 크든 작든 쉬사라지지 않는다.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이 터지는 둑처럼,산은 시린 어금니로 침을 모았다.이가 아프기 시작한 뒤부터 같은 다짐을 반복했다.모신나강은 섬세한 무기다.조준도 정확해야 하지만,몸과 총이 하나로 움직여야 원하는 지점에 탄환을 꽂을 수 있다.어깨 먼쿰이나 총의 반동을 떠안는 어금니가 튼튼하지 않고는 토끼 한마리 맞히지 못한다.(330쪽) 

김탁환의 묘미하면 뭐니뭐니 해도 수려한 문장이다.
옛날엔 수사가 화려하다 못해 현란하다 싶었는데,이제는 흐드러지거나 넘치지는 않는 것 같다.

*바람이 점점 심해졌다.절기와 방향에 따라 저마다의 이름이 붙었지만 개마고원의 겨울바람은 한두 이름으로 가두기엔 너무 크고 빠르고 시시각각 달랐다.새된 피리 소리인 듯,둔중한 북소리인 듯,먹잇감을 발견한 호랑이의 콧김 소리인 듯,달아나기 시작한 아기 노루의 굽 소리인 듯,대포 소리인 듯,기관총 소리인 듯,님 잃고 흘리는 눈물이 이별 편지에 떨어지는 소리인 듯,재회를 기뻐하며 달려오는 여인의 창 넓은 모자가 떨어져 구르는 소리인 듯,기억을 토막토막 쪼개고 감각을 갈기갈기 찢었다.(166~167쪽) 

이런 문장은 참 좋다.
이쯤 되어버리면,무협이라기 보단 로맨스물이라고 볼 수 밖에 없질 않을까.

마른 국화꽃잎 한줌을 가지고도 은은함을 머금을 수 있게 해주고 행복을 선사하고 그리하여 세상 그 누구보다도 따뜻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힘,그가 단지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서 다행이다.

*잔을 건네받은 그미는,산이 일러준 대로 조심조심 입김으로 꽃잎을 잔 가장자리로 보낸 뒤,은은한 꽃향기를 코로 들이마시고는, 잔을 기울여 차를 한 모금 입안에 머금었다.차 한 잔이 얼마나 큰 행복을 선사하는 지,그미는 그 순간 처음 알았다.(218쪽)   

*그런데 지금 산은 그미와 발맞추어 걷는 중이다.바람이 불 때,나뭇가지가 흔들릴 때,멀리서 번개가 내리쳐 산과 계곡의 윤곽이 드러날 때,그미는 꼭 쥔 손에 힘을 주며 어깨까지 떨었다.산은 그미의 손을 감싸며 다독였다.말이 필요없었다.산의 엄지가 그미의 손바닥을 쓸자,그미가 살짝 얼굴을 들었다.산이 웃자 그미도 서너 박자 늦긴 했지만 따라 웃었다.(364쪽)

이런 섬세한 눈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아프면 아프다고 바로 말하오.괜히 참고 걷다가 덧나지 말고. 
......
-왼쪽으로 계속 기울며 걷기에......오른쪽에 전혀 무게를 싣지 못하기에 알았소.(220쪽)


내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었던 건,나이 스물 셋으로 나오는 주인공 '산'이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을 알까 하는 거였다.나이 사십을 넘긴 작가는 알 수도 있을 마음이지만,스물을 갓 넘긴 사내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까?하긴 흰호랑이의 마음도 헤아리니까?(또는 이것도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해야할까?)

*개마고원 포수들은 무거운 죽음일수록 가볍게 날렸다.그렇지 않고는 쉼없이 닥치는 불행을 견디기 어렵다.산도 곧 망나니춤에 합류했다. 
......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으로 가득 찬 춤이었다.미안하구나,이 싱싱한 새벽 공기를 나만 맡아서.미안하구나,언 몸 녹여주지 못해서.미안하구나,낯선 골짜기에서 썩어가게 해서.미안하구나,머리끝까지 차오른 두려움 풀어주지 못해서.미안하구나,벼락 같은 최후를 미리 알려주지 못해서.미안하구나,담배 한 개비의 여유도,문장 하나의 그리움도,미소 하나의 즐거움도 더 이상 허락할 수 없어서 .오늘도 미안하고 내일도 미안하고,영영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271쪽)

작가는 '미안하구나''아팠겠구나'같은 단어를 반복해서...그 마음을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읽는 것만으로도 미안함을 알겠고 아팠겠구나 한마디에 상처가 치유되는 힘을 얻는다.
때문에 '미안하고 아플 때'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남자란 마음의 흉터에는 둔감하지만 손등의 흉터엔 민감한 족속이라고 햇던가.산의 손도 흉터투성이였다.산은 그미의 흉터 하나하나에 제 손등의 흉터를 덧붙여 비교했다.
......그 아래엔 겹겹의 고통이 숨어 있었다.아팠겠구나.정말 아팠겠어.엄지 아래쪽 이 상처.이 죽은 피들!(295쪽) 


사실,내가 이 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대처법을 알려주어서이다.

주홍은 흐린 날의 저물 무렵을 아꼈다.구름의 등이 붉게 빛나는 동안,대학 실험실에서,시호테알린의 밀림에서 그미는 가장 먼 곳에서부터 다가오는 어둠을 향해 후우후우 소리 내오 입김을 불어대곤 했었다.밤이 오면 혼자 남을 것이고 혼자 밥을 먹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쓸 것이다.그리고 홀로 남아서,혼자가 아니었던 순간들을 어루만질 것이다.그미는 구름의 등이 더 오래 빛나기를 바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가사는 이미 잊고 멜로디만 겨우 혀끝에 걸려 고드름을 타고 내리는 물방울처럼 똑똑 떨어졌다.붉은 빛은 신기하게도 검은 빛으로 바로 탈바꿈하지 않고 푸른 냄새,푸른 맛,푸른 빛을 잠시 뿜었다.낮의 마지막 핏줄인지도 몰랐다. (303쪽)

 이가을,또는 이 겨울 마른 국화꽃 한줌 전해주는 것 같아서, 
<국화 옆에서>를 밀어내고 내가 요즘 읽는 시 한편~

*국화차는 예로부터 불로장수의 차로 전해오고 있다.특히 간장을 보하고 눈을 밝게하며 머리를 좋게 한다.신경통,두통,기침에 유효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들국화/김 용 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음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0-11-18 10:48   좋아요 0 | URL
아프면 아프다고 바로 말하오..
아픈거 숨기고 병 키우는 거, 그야말로 민폐예요.
몸 아픈 것도 그렇지만 마음 아픈 것도 마찬가지,
아프면 아프다고 바로 말하오!

양철나무꾼 2010-11-18 14:06   좋아요 0 | URL
ㅎ,ㅎ,ㅎ...맞아요.
적어도 몸이,마음이 아프다고 시위하는 소리를 제대로 귀기울이기만 해도 크나큰 민폐는 면할 수 있는데 말이죠~^^

2010-11-18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란도란 2010-11-18 18:2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양철나무꾼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리플 남기고가네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다이조부 2010-11-18 20:44   좋아요 0 | URL


왜 난 이런 공지를 못받을까요 ㅋ

글재주가 없어서겠죠 하하 ㅎㅎ

양철나무꾼 2010-11-19 01:01   좋아요 0 | URL
매버릭꾸랑님,
이거 랜덤 발송 아녜요?
많이 노출을 좀 시키시지...^^

도란도란님,
트랙백 해서 블로그 다녀왔는데요.

책이랑 이벤트는 관심가고 참여도 했는데 말이죠.
이곳 알라딘에 블로그를 만드시거나 하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좋은 책,광고 홍보 하는 거...그렇게 적극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또 하나,다른 포털 블로그여서 낯선대다가 글씨가 흐릿하고 고르지 않아 눈이 많이 아팠어요.

cyrus 2010-11-18 21:19   좋아요 0 | URL
제가 예전에 고등학생 때 <불멸의 이순신>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김탁환 작가의 신작이 끌리네요. 야생 호랑이와의 결투라,,,
읽어보고 싶네요. 글 말미에 유용한 국화차 정보가 있네요.

허허,, 그런데 방금 제 옆에 있는 어머니에게 나무꾼님이 알려주신
국화차의 효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어머니께서 국화차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달라고 하시네요^^;;

다이조부 2010-11-18 21:23   좋아요 0 | URL


하하하~ 재미있는 댓글이네요 유쾌 상쾌 ㅋㅋㅋ

한동안 김탁환 블로그 를 구경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아마도 이렇게 팬이니까 김탁환 블로그 아시죠?

혹시 모른다면 한 번 가보세요~ 볼거리가 제법 많더군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0-11-19 01:09   좋아요 0 | URL
고등학생 때 불멸을 읽으셨다구요?
그 8권짜리 지루한 소설을요?^^
cyrus님이 '쪼콤' 멋져 보입니다.
(제가 개연성만 확보된다면 '대하소설'을 좀 애정해서요~^^)

국화는 종류가 두 가지예요.
줄기가 풀처럼 되어 있는 거랑 나무처럼 되어 있는게 있는데...
풀처럼 되어 있는 걸 차로 써요.

법제는 저도 잘 몰라요~
저도 사서 선물해 보기만 해서 말이죠.
한가지,생국이랑 건국이랑 효능이 틀려요.

혹,이너넷에...국화차 만드는 법 나오지 않을까요?^^

양철나무꾼 2010-11-19 01:11   좋아요 0 | URL
제가 들락거릴 때는 김탁환 블로그 별 거 없었는데...
요즘은 활발한가 보죠?^^

다시 한번 찾아가 봐야겠네여=3=3=3

cyrus 2010-11-20 14:01   좋아요 0 | URL
사실 시리즈 다 완독 못했습니다. ^^;;
그 때 고2때라 한창 공부해야할 시기라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시 살면서 셜록 홈즈나 괴도 뤼팽
시리즈 이외에는 왠만한 유명 시리즈는 완독 못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던 삼국지도 읽다가 포기했었습니다.

hina 2010-11-18 22:50   좋아요 0 | URL
[아프면 아프다고 바로 말하오.괜히 참고 걷다가 덧나지 말고]
-> 정말로 이렇게만 하면 아픈사람도,
아픈사람을 봐야하는 사람도 서로서로 편할텐데 말이에요.
왠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는 게 사람의 심리일까요?
내가 알려주기전에 먼저 알아차려줬으면,
그만한 관심으로 꾸준히 날 지켜봐주었으면...하는...

암튼,아프시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길...감기!조심하세요^^

양철나무꾼 2010-11-19 01:16   좋아요 0 | URL
물론 이상이죠.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음 하는 마음.
하지만 말 그대로 이상이라는 거 요즘은 알 것 같아요.
요즘은 알려줘서 라도 제대로 알아줬음 좋겠어요.
제대로 알려서 제대로 챙김받자,,,저 모토 바꿨어요.
잘 지내시죠?
제 마음을 '깃들'여서 안부 전해요~^^

세실 2010-11-19 09:01   좋아요 0 | URL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참 예쁜 말이네요.
국화차 한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야 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21 16:57   좋아요 0 | URL
잠깐 만난 인연으로 70년동안을 그리워하며 못 만나고 살아요~
전 이렇게 그리워만 하고는 못 살것 같아요.
이쯤 되면 '레드 썬~'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국화차랑 세실님 잘 어울리는걸요~

비로그인 2010-11-19 11:44   좋아요 0 | URL
김탁환의 책은 한번도 안읽어봤지만 이 책은 정말 차가운 겨울밤 숨죽이고 읽기 딱 좋겠군요.

상쾌한 금요일 아침이지요?

양철나무꾼 2010-11-21 17:03   좋아요 0 | URL
'차가운 겨울밤 숨 죽이고 읽기 딱'이라는 표현 읽다가...저,숨 딱 멎는줄 알았어요.
넘 멋진 표현이예요~^^

김탁환 열하광인 시리즈는 6권이어서 그렇지 '밀림무정'보다 더 황홀해요~!!!

비로그인 2010-11-21 22:13   좋아요 0 | URL
아.. 호랑이가 물어가도 모를 그런 소설이군요..
전 호랑이한테 물려가긴 싫으니,, 국화차를 어떻게 좀 구해볼까를 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언젠가 국화잎이 들어 있는 차 한 통 사다가 먹은 듯 싶은데 요즘 게을러져서인지 커피만 주구장창 들이키고 있네요. 국화차의 효능을 보니 더욱 더 관심이 가네용 ^^

양철나무꾼 2010-11-22 17:47   좋아요 0 | URL
옛날에 포박자라는 책을 읽었는데,신선이 되는 법 참 재밌었어요.
근데 신선이 되는법에 나온 약재의 주성분이 이슬이랑 수은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국화차의 성분에도 혹,,,이슬이랑 수은이 들어있는 건 아니겠죠???^^
 

밥값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설해목/정호승

천년 바람 사이로  
고요히
폭설이 내릴 때
내가 폭설을 너무 힘껏 껴안아
내 팔이 뚝뚝 부러졌을 뿐
부러져도 그대로 아름다울 뿐
아직
단 한번도 폭설에게
상처받은 적 없다 


별들은 울지 않는다/정호승 

자살하지 마라
별들은 울지 않는다
비록 지옥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할지라도
자살하지 마라
천사도 가끔 자살하는 이의 손을
놓쳐버릴 때가 있다
별들도 가끔 너를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 


왼쪽에 대한 편견/정호승
 
한쪽 날개가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채
겨울 하늘을 나는 청둥오리가 더 아름답다
한쪽 어깨가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채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더 아름답다
나는 젊은 마음의 육체를 지녔을 때부터 왼쪽 길로만 걸어가
지금 외로운 마음의 육체마저도 왼쪽으로 더 기울어졌다
기울어진다는 것은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기울어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멀리 사람을 바라볼 때
꼭 왼쪽에서 바라본다
왼쪽에서 바라본 사람의 옆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벽돌 /정호승

위로 쌓아올려지기보다 밑에 내려깔리기를 원한다
지상보다 먼 하늘을 향해 계속 쌓아올려져야 한다면
언제나 너는 발밑에 내려깔려
누구든 단단히 받쳐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어느날 너와 함께 하늘 높이 쌓아올려졌다 하더라도
지상을 가르는 장벽이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산성이나 산성의 망루가 되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 동네 공중목욕탕굴뚝이나 되길 바란다
때로는 성당의 종탑이 되어 푸른 종소리를 들으며
단단해지기보다 부드러워지길 바란다
쌓아올린 것은 언젠가는 무너지는 것이므로
돌이 되기보다 흙이 되길 바란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을 인사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말하는 밥은 사심이 담긴 접대를 얘기하기 때문에,이들이랑 같이 밥먹는 자리가 편할 수만은 없다.
오래전부터 밥을 같이 먹자는 이를 크게 인심쓰는 양 따라 나섰다.
"이 밥은 우리 회사가 사는 게 아니라,내가 사는 거예요.
내가 평상시 먹는 것처럼,따뜻한 국밥 한그릇 먹자구요."
고급 레스토랑이나 고깃집 대신 시장에서 순대국 한그릇을 얻어먹었고,
100원 주고 자판기 커피를 한잔 뽑아 입가심으로 한모금씩 나눠 먹었다.

더 비싼 밥을 얻어먹고도 입을 잘 닦던 내가 
밥값을 하려고 '밥값'시집과 애기들 보라고 동화책 몇 권을 구입하였다.


나는 너무 모진 사람도 싫지만,너무 착한 사람도 싫다.
정호승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착해지는 것 같다.
뭐랄까,두루두루 모두에게 착한 만병통치약 같다.
난 때로 때때로 나만을 위한 맞춤처방,맞춤 시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

'벽돌'이라는 시를 읽다가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중 '바빌론의 탑'이라는 짧은 소설을 인용하면 이렇다. 

이제는 왜 야웨가 탑을 무너뜨리지 않고,정해진 경계 너머로 손을 뻗치고 싶어하는 인간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았는지를 뚜렷이 알 수 있었다.왜냐하면 인간은 아무리 오랫동안 여행을 해도 결국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몇십 세기에 걸친 인간의 노력도 천지 창조에 관해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이상의 것을 밝혀 주지는 않았다.그러나 인간은 그런 노력을 통해 상상을 초월한 야웨의 에술성을 흘끗 보고,이 세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를 깨달을 수가 있다.이 세계를 통해 야웨의 창조는 밝혖고,그와 동시에 숨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인간은 우주에서의 자기 위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댓글(4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11-12 20:14   좋아요 0 | URL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시인의 마음이 전 너무 좋아요.^^ 너무나 인간적이지 않나요? ㅎㅎ
괜찮아는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이네요. 지하 100층짜리집도 있군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11-13 00:57   좋아요 0 | URL
친구라면 이렇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시집이예요.
"넌 왜 바보 같이 착하기만 한 건데...?"

김제동 모친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가식도 10년이면 예절로 봐준다.

동화책을 골라본지 넘 오래라...잘 골랐는지 모르겠어요.

반딧불이 2010-11-12 23:42   좋아요 0 | URL
저는 '설해목'이 좋네요. 이 시도 정호승의 시인가요? 아님 양철나무꾼님의 시인가요?

양철나무꾼 2010-11-13 00:59   좋아요 0 | URL
아웅~ㅠ.ㅠ
당근 정호승 님이죠,전 시 못 써요.
(시 제목 마다 정호승 님 이름 또박또박 적어 넣었어요.)

생각해보니,시 한편 쓰고 싶은 밤이긴 합니다여~^^

반딧불이 2010-11-13 01:21   좋아요 0 | URL
하하..아깐 없었자나요.머. 시는 좋은데 동아일보에 실렸던 천안함사건 발언 이후 실망이 좀 있었죠.

이참에 한편 올려주시죠~

양철나무꾼 2010-11-13 12:38   좋아요 0 | URL
뭐해?
독서.
청소나 좀 하시지.
독서나 청소나 같은 라임이니까 아무거라도 하면 되지!

뭐해?
으응,시 한편 쓰려고.
엄마 피곤하면 먼저 주무세요,시는 내일 쓰고.
피곤하긴 누가 피곤하다고 그래,잠시 명상 했다니까.
엄마 우리 국어샘이 그러시는데 시를 쓰려면 주변이 깨끗해야 한대.

시가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청소 먼저 해야겠습니다.

2010-11-13 00:29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정호승시인의 시집 {밥값}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이렇게 올려놓으신 시편들을 읽으니 사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지난 해 말에 시에 목말라 며칠간 십여권의 시집을 사서 읽고는, 비평가 정효구 선생의 시론집들도 구해 목마름을 푼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무렵 며칠 동안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아, 다시 시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 시작하는군요!

양철나무꾼 2010-11-13 01:04   좋아요 0 | URL
진짜 다독이시군요~

저도 연말이면 유독 시집을 찾는 것 같아요.
시에 목마르다는 건,영혼이나 마음이 목마르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정효구 시론집은 몰라요.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글샘 2010-11-13 10:50   좋아요 0 | URL
기울어짐은 아름다운 것이란 말은 정말 맘에 들지만...
정호승이 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건... 글쎄요입니다. ㅎㅎ
착한 것은 오른쪽에 가깝잖아요. right, 옳은 쪽...

양철나무꾼 2010-11-13 12:42   좋아요 0 | URL
정호승이 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건 정호승의 생각이겠죠.
그 사람 주변엔 착한,오른쪽 성향의 사람들이 많을테니...
혹 줄세우면 그 사람이 가장 왼쪽에 서게 될지,ㅋ~.

마그 2010-11-13 21:08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죠? ^^ 인사차..들렸습니다. 요새는 일도 바쁜데다 마음도 바빠서 통 여유가 없습니다. 시를 보니...제가 좋아하는 시들이 몇개 생각나네요.. 성산포에서..가 제가 외울수있는 유일한 시에 가까운거 같네요. ㅎㅎ
하신말씀에 동의해요 너무 착한사람도 부담스럽고 너무 나쁜사람도 싫어요.
그냥 다들 적당히 이기적인채 사는 서울살이에... 익숙해 졌나봐요.
나이가 참... 사람을 무디게 만드는 군요. 왠지 말해놓고 나니 서글퍼요 흙흙

가을이 다익어서 이제 겨울이 되었네요. 감기조심하시구요~ 또 놀러올게요 ^^

양철나무꾼 2010-11-14 00:49   좋아요 0 | URL
어머머~~~~~넘 반갑네요.
전 정호승의 <문득>이라는 시를 외울 수 있습죠~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전,나이가 사람을 적당히 무디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님도 감기조심 하시구요~^^

느린산책 2010-11-13 23:07   좋아요 0 | URL
너무 모진 사람도 싫지만 너무 착한 사람도 싫다.
완전 x100 공감이어용 :)

양철나무꾼 2010-11-14 00:42   좋아요 0 | URL
그쵸~?
근데 생각해보니 적당히 둥글어도 가슴에 비수 하나쯤 간직하고 살게 되더라구요.
마음을 갈고 닦을 게 아니라...가슴 속 날선 비수를 둥글게 갈고 닦아야 겠어요~^^

L.SHIN 2010-11-13 23:17   좋아요 0 | URL
"내 팔이 뚝뚝 부러졌을 뿐
부러져도 그대로 아름다울 뿐
아직
단 한번도 폭설에게
상처받은 적 없다"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모든 가지를 다 잘라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양철나무꾼 2010-11-14 00:44   좋아요 0 | URL
땅에 뿌리만 제대로 내리고 있으면,가지는 또 다시 누군가를 향하여 뻗어나가게 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L.SHIN 2010-11-15 21:13   좋아요 0 | URL
멋지군요!
당신..멋져요.
이제부터는 '나의' 나무꾼님이에요.(웃음)

양철나무꾼 2010-11-16 16:27   좋아요 0 | URL
저 그 노래 잘 부를 수 있어요.
"오~나으~여신이여~"^^

cyrus 2010-11-14 00:36   좋아요 0 | URL
위에 소개하신 정호승 시인의 시들도 멋집니다만,,,
뭐니뭐니해도 이보다 더 인상 깊었던 시는 댓글에 남긴 나무꾼님의 시였네요.
수많은 댓글들에 시가 가려 있는줄 아시겠지만,,
저는 다른 분들이 댓글까지 보는 편이라,, 나무꾼님의 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 내용이 재미있었습니다. 댓글을 추천할 수 없는 시스템이 없어서 아쉽네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11-14 00:46   좋아요 0 | URL
cyrus님,시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까지 읽는 꼼꼼함이시라뇨~^^

2010-11-14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6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7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7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4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6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1-15 15:53   좋아요 0 | URL
나두 술 한잔 하자.. 를 인사처럼 하는데.
도무지 지키지를 못 하니, 이 페이퍼를 보고 쿵할 밖에요. ^^

읽으며 스친 생각이 있는데, 감기와 섞인 두통에 홀랑 잊어버리고,
테드 창의 인용 글에 있는 말들이, 내가 좋았던 부분과 똑같네 라고 붙이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6 16:03   좋아요 0 | URL
내가 과민 반응하는 인사말이 두개 있어요.
'밥 한번 먹자'랑 '안녕하세요'랑...

감기 다 나았어요?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야 할텐데...ㅋ~.

마녀고양이 2010-11-16 17:12   좋아요 0 | URL
ㅇㅇ, 분식이나 부침개로 먹어주겠어요.
웨스턴 돔 근처에 지난번 얘기한 전집,, 맛나더라.
특히 김치부침개가. 동그랑 땡두. ^^

양철나무꾼 2010-11-17 12:38   좋아요 0 | URL
어느 겨울비 오는 저녁에 내가 쳐들어 갈지도~~~~~^^

감은빛 2010-11-16 00:11   좋아요 0 | URL
'언제 밥 한번 먹자' 해놓고 정작 연락 못한 수많은 사람들 얼굴이 눈 앞을 스쳐갑니다.

솔직히 정호승 시인, 너무 유명해진건 아닌지,
그래서 너무 목에 힘이 들어간건 아닌지,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뭐 그냥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6 16:05   좋아요 0 | URL
전,안치환 과 같이 작업했던 그 앨범 중 풍경달다 라는 곡이 넘 좋았어요.
시도 좋았고,이에 얽힌 얘기도 좋았고,안치환의 노래도 좋았고...
그래서 그 기억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 같아요.

좀 서글플 때도 있었는데,그건 덮기로 하죠~^^

다이조부 2010-11-16 16:52   좋아요 0 | URL

정호승 시 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너무 목에 힘이 들어간지는 잘 모르겠네요 ^^

양철나무꾼 2010-11-17 12:26   좋아요 0 | URL
전 모든 건 상대적이라고 생각해요.
시를 읽으면서 목에 힘이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겠지만...
그가 한 행동 하나 한 마디 말이 단초가 되어...시를 읽으면 자꾸만 그의 삶이 연상되고 그런 시인들이 몇 있습니다~^^
정호승 님이 언젠가 동아일보에 '특별'기고한 글을 옮겨봅니다.
---------------------------------------------------------------
천안함 46명의 수병들을 보내며

봄비가 내린다. 연사흘 줄곧 내리는 이 비는 통곡의 봄비다. 적과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채 서해에 수장된 천안함 장병 46명이 흘리는 통한의 눈물이다. 어찌 이 봄비가 새봄을 알리는 생명의 봄비일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 내걸린 조문 구절이 허사(虛辭)처럼 느껴진다. 결코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말이라기보다 이번만은 꼭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말처럼 들린다.

마음속으로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원수를 반드시 갚아드리겠습니다’라고 고쳐 읽어본다. 답답했던 속이 좀 풀린다. 그러나 한순간일 뿐이다. 추모 행렬 속에 줄을 서 있다가 국화 한 송이를 장병들의 영전에 정성껏 바쳐도, 이 꽃 한 송이가 그들의 영혼을 위로할 수 없다. 희생 장병에게 1계급 특진과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지만 죽음을 대가로 한 것이기에 삶보다 더 큰 영광이 될 수는 없다.

묵념을 한 뒤 침묵의 영정을 바라본다. 입대 4개월 만에 희생된, 시신조차 찾지 못한 천안함의 막내 정태준 일병 영정은 차마 바라볼 수 없다. 전직 대통령 한 분께서는 “군에 가서 썩는다”고 했지만 이들은 군에 가서 아예 죽어서 돌아왔다. 아니, 시신으로도 귀환하지 못한 산화자가 6명이나 된다. 옷가지나 머리카락, 손발톱만으로 장례를 치르는 이 국가적 비극 앞에 누구의 무슨 말이 진정 위로가 될까. 신조차 어떤 이의 운명 앞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있다는데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시신 없는 영결식에 절망하기보다 분노해야 한다. 눈물을 흘리기보다 분연히 결의해야 한다. 주검으로 돌아온 천안함 장병은 국민과 대통령의 눈물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호한 응징을 원한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천장이 바닥이 되는 순간, 바닷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했을 장병들의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면 그렇다. 그들은 군인이었으므로 그 죽음의 순간에 “아, 북에게 당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20여 일이나 주검으로 놓여 있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게 과연 자랑스러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 모른다. 적이 기습해 함정이 두 동강 나고 46명의 장병이 수장되었는데도 한 달이 다 되도록 적이 누구인지 말 못하는 나라. 그것도 누구의 소행인지 뻔히 알면서도 말할 수 없는 나라. 그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돌다리를 두들기고 또 두들긴다 한들 ‘그 돌다리가 바로 그 돌다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답답하다. 언제까지 북한의 눈치를 보며 오늘을 살아야 하는가. 북한을 향한 분노의 경고 한마디가 그렇게 두려운가. 이는 마치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남한이 칼날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칼자루를 쥔 자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칼날을 쥔 자는 계속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가안보 비상사태의 원인을 예단해야 할 고유한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 발발 초두에 섣부른 예단과 막연한 예측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때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북한이 기습 공격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북한의 소행일지도 모른다고 짐작만 하기에는 오늘 조국을 위해 전사한 천안함 장병의 슬픔은 너무 크다.

부처는 어디선가 독 묻은 화살이 날아와 허벅지에 박혔을 때 먼저 그 화살부터 빼라고 하셨다. 허벅지에 독 묻은 화살이 꽂혀 있는데도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왜 쏘았는지, 활을 만든 나무가 뽕나무인지 물푸레나무인지 먼저 알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몸에 독이 퍼져 죽고 말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 꼭 우리가 그런 상황이다. 한마디 격노의 일성도 없이 물증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내고, 북한 소행이다 아니다 서로 갑론을박하는 동안 독은 점점 대한민국이라는 온몸에 퍼져 결국 우리를 죽게 만들 것이다.

적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도 물증을 찾아야만 항의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나는 우울하다. 햇볕정책의 결과가 바로 이것인가. 그동안 남한이 북한에 보낸 ‘화해의 햇빛’은 지금 ‘기습공격의 그늘’이 되어 우리 아들들을 수장시키고 말았다.

어떤 이는 그럴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화해무드로 애써 조성해 놓았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 무드를 해치는 바람에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고. 그래서 원인 제공은 이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에 있다고. 설령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북한은 우리 장병을 저렇게 떼죽음 당하게 해야 하는가. 그들은 왜 북한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잘못부터 먼저 생각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천안함 사건만이라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잊기 잘하는 국민이다. 지금 천안함 장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쩌면 곧 잊어버릴지 모른다. 살아서 영웅이 되지 못하고 죽어서 영웅이 된 천안함 장병들이여! 부디 눈 감지 마소서. 두 눈 부릅뜨고 행여 우리가 당신을 잊지는 않는지 면면히 살피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잊으면 벼락처럼 야단치소서. 당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적을 응징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잊고 말 때에 천둥처럼 소리치소서. 그러나 오늘 이 영결의 순간만은 편히 쉬소서.

정호승 시인

gimssim 2010-11-16 21:26   좋아요 0 | URL
연말이 되니 정말 그동안 '밥값'을 하고 살았는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저는 마음맞는 사람과 밥 먹기를 좋아 하는 편이에요.
우리도 언젠가는 '밥 한 번 먹을 때'가 있기를!

양철나무꾼 2010-11-17 12:28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맘 맞는 사람이랑 밥 먹고 차 마시는 거 좋아해요.
맘 맞는 사람이랑 술 한잔 하는 것도 좋구요~

언제가 될지...즐거운 상상 인걸요~^^

쟈니 2010-11-17 10:40   좋아요 0 | URL
글을 보니, 함민복님의 "긍정적인 밥"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이되는 '노동'을 생각해봅니다. ^^

일부를 옮겨봅니다. ^^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양철나무꾼 2010-11-17 12:33   좋아요 0 | URL
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참 좋아요~^^

아침 뉴스를 들으며 밥을 먹다가
맘이 뭐랄까 좀 쌀쌀했었거든요.
이런 시 한편이,그래도 살아갈 지표가 되는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0-11-17 17:34   좋아요 0 | URL
정호승 시인님의 시 정말 따뜻하네요. 저도 이참에 한권~~~
구입할때는 꼭 양철나무꾼님께 Thanks to를~~

저는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 제일 싫어해요.
저는 그럼 그러지요? 몇 월 몇 일 몇 시에? (이렇게 띄어 쓰는게 맞나?!?)
제가 얘기할 때는 "몇 월 몇 일 몇 시에 밥먹자"라고 하지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11-18 04:26   좋아요 0 | URL
올려주시는 리뷰 만큼이나 똑 부러지시는군요~^^

어렸을 때 그런 놀이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몇 시 몇 분 몇 초'까지 들먹이는 놀이요~

요즘은
'내가 너랑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 백가지를 대 봐~'
이러고 논다는 군여~^^

머큐리 2010-11-18 09:26   좋아요 0 | URL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정호승 시인의 동아일보 기고글에 저는 정호승 시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글은 정말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0-11-18 14:08   좋아요 0 | URL
그런 분 앞에 왼쪽에 대한 편견을 떡 하니 가져다 놨으니,얼마나 생뚱맞았을까요,아웅~ㅠ.ㅠ

잘잘라 2010-11-18 10:51   좋아요 0 | URL
시를 외운다..
노래방 덕에 노래 한 곡도 다 외우지 못하는 시대에,
시를 외우는 양철나무꾼님, 뭔가 있어보여요.

양철나무꾼 2010-11-18 14:10   좋아요 0 | URL
허수아비라면 지푸라기가 있다고 얘기할텐데...
양철나무꾼이어서,뭐...벨거 없어요.(아웅,땀나라~--;)
 

집 뒷동산을 오르기 전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등산이나 걷기 운동의 효과를 백만개쯤 줄줄 외워댈 수 있는 위인이었다.
집 뒷동산을 오른지 닷새째,그동안 내가 읊어댔던 그 많은 효과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고...
내가 고개 주억거려가며 동의할 수 있는 건,쉬이 피로해지고 잠이 잘 오는 것 딱 하나이다.
(밥이 꿀맛인거야 원래 그랬던 거니 말이다.)
이건 내가 몸소 체험해서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 

그동안 자연이나 인간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읽어왔다.
책에서 읽는 자연이나 인간은 내것이 아니어서 피상적이었다.
그런데,내가 며칠 뒷동산을 오르면서 보고 느낀 것은 자연이나 인간 자체였다.
지난 폭풍우에 뽑힌 나무며,
그 나무가 뽑힌 채로 방치되어 만들어낸 흙이 파헤쳐진 절벽이며,
사람들이 가져다버린 음식 찌꺼기며, 
산책에 데리고 나온 동물들의 분뇨며,
산 한구퉁이를 일궈 밭을 만들어 씨앗을 뿌린 거며...
우리의 자연은 몸부림을 치고 몸살을 앓고 있었다.
우리의 자연이 더 이상 이렇게 방치되면 안 된다는 걸 느꼈고,그건 내몸도 마찬가지이다. 

뒷동산의 몸살약 처방을 궁리하다가,
오지랖 넓은 이 아즘...우리의 4대강 사업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마냥 궁금해 졌다.
그동안 <강은 살아 있다><나는 반대한다><강은 흘러야 한다>등...지금까지 서너권은 읽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누구랑 점심을 먹다가,
"니가 하는 반대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었니?"
하는 일장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4대강 사업과 관련 반대만 했었을 뿐이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쪽의 입장과 한번도 비교,분석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고의 다양성,나와 다른 의견을 들어본다 쯤으로 상각하기엔 껄적찌근하지만...
지피지기여야 백전백승 할 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4대강 사업을 말한다>를 주문하였다.
(11월11일 배송 예정이다.)
이 사람은 직접 4대강 사업현장을 찾아다니며 기록하였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을 말한다
김환영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2010년 10월


공학박사이자, 한국원자력 연구원인 김환영이 4대강사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측의 잘못된 사업내용을 지적하고, 이를 반대하는 입장의 잘못된 주장도 근거를 들어 지적한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는 지금 바로잡아야 할 것에 대해 들려준다.




제목과 목차만 가지고 살펴봤을 때의 느낌은,이 사람은 4대강을 찬성하는 쪽 입장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자연재해를 막는 비용편익이니,역행치수 순행치수니,고정보는 안된다느니,
그래서 4대강 사업을 하게 되면 100년은 가게 만들어 한다는 등의 설을 풀어내고 있다.

암튼,책은 주문하였으나,내가 이 사람의 의견에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4대강도 잘못된(순리를 거스르는) 변화를 할바엔,그냥 이대로 내버려 둬 주기만 해도 메리베리 땡큐이겠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자연이나 순리의 반대말일 수 밖에 없다. 

점심을 같이 먹은 지인의 충고대로,
입장차이를 살펴보고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해 주고 하기엔,너무 내 생각이 고착되어 있나 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으며,
아무것도 갖지 못한 녀석은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가 마찬가지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에서 -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0-11-09 00:45   좋아요 0 | URL
백자라는 친구의<걸음의 이유>라는 곡도 좋은데,알라딘 검색이 안된다.
'백자'의 '조금씩'이란 곡~

cyrus 2010-11-09 01:00   좋아요 0 | URL
등산 잘 하셨는지요? 나무꾼님
오늘,, 이 아니라 어제,,, 위쪽 지역에는 비 왔다던데,,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이럴 때 감기 조심하셔야 됩니다.
어떻게 보면 나무꾼님이 주문하신 책이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나무꾼님께서 직접 읽어보셔야
제 생각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언젠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조사할 때 나무꾼님이 소개하신 책들을
참고해도 될거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정보 얻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09 02:38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 살짝 신기루처럼 눈발도 날려주셨죠~^^

이 책도 치우친 책 맞아요.
왼쪽이냐 오른쪽이냐가 달라서 그렇지,치우친 책이긴 합니다.
(전 '4대강'관련해선 '중도'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실은~'속닥')

순오기 2010-11-09 03:07   좋아요 0 | URL
나도 수년간 집 가까운 산행도 안하고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을 도는 일도 안하고...
그래도 지난 주말에 북한산 둘레길을 제법 걸었어요.

우리 산과 강이 파헤쳐져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우리가 너무 안이한 대처를 하는 거 같아요.ㅜㅜ

양철나무꾼 2010-11-10 14:47   좋아요 0 | URL
저도 북한산 둘레길을 찾압핬는데요,
님께서 그때 걸으신 우이령길은 사전예약이 필요하더군요~^^
이렇게 이렇게 낙엽도 다 떨어져버리고 가을도 지나가려나 봐요~

마녀고양이 2010-11-09 08:32   좋아요 0 | URL
닷새동안 뒷동산 오르기 운동을 했단 말이죠?
아...... 이쁘고 감탄스러운 모습입니다.
나두 본 받아서 운동 꾸준히 해야겠어요.

감기나 질질 걸려있지 말구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0-11-10 14:48   좋아요 0 | URL
요번 감기가 질기다던데...조심 하지 않구선요.

오늘 아침은 넘 추워 패쓰했습니다~^^

세실 2010-11-09 09:05   좋아요 0 | URL
걷기 참 좋죠. 걷기의 효용 백만가지? ㅎㅎ
새만금 가보니 입이 벌어집니다.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구요.
난개발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11-10 14:51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옆지기 분이랑 자주 등산도 다니시고 하시잖아요.
저는 그동안 말로만 백만가지였다니까요~^^
('만'은 생략해도 좋을 것 같아요~'아웅')

저도 새만금 가보고 입이 벌어졌어요~ㅠ.ㅠ

다이조부 2010-11-09 09:21   좋아요 0 | URL

주인장은 과장법을 은근히 잘 사용하는것 같아요 ㅋ

블로그 스킨이 제가 알라딘 하면서 가장 오래 사용한 것이랑 겹치는데 반갑네요

양철나무꾼 2010-11-10 14:56   좋아요 0 | URL
과장법을 비롯 온갖 수사에 능했으면 좋겠는데,
삶이 무미건조하다보니...과장법만을 은근히 잘 사용하는 거 있죠~^^

블로그 스킨이 바꾸고 싶어도 6개월에 접어들다 보니,정이 들어서 이러고 있어요.^^

다락방 2010-11-09 09:43   좋아요 0 | URL
제 주변의 친구들은 삼성불매운동을 하고 있고, 저는 뚜렷하게 삼성불매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친구들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쪽이구요. 그건 제가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다른사람들보다 그런쪽으로 무지한편이라, 내가 불매를 하려면 뭔가를 제대로 알고 해야 하는게 아닌가, 불매를 위한 불매를 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싶어서 저도 [삼성을 생각한다]를 준비해뒀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어요. (끙;;)

그래서 이 글 속의 양철나무꾼님의 생각에 깊이 동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상대의 입장에 대해서도 좀 알자, 싶은 그런거요. 우리가 뭔가를 '하기' 위해서 혹은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몰라서도' 안되고 남들을 '따라해서도' 안되고 '반대쪽의 입장'도 알아야 하는게 맞잖아요.

저 책을 읽고 난 후의 양철나무꾼님이 어떤 글을 쓰게 되실지 궁금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뒷산운동도 꾸준히 하시구요!

양철나무꾼 2010-11-10 15:06   좋아요 0 | URL
음~
제가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건...어쩜,저와 반대되는 사람들의 의견이 아닌지도 몰라요.
저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그것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예요.

대표되는 큰 뜻이 같다고 하여,그 밑의 세세한 것들을 그냥 간과해도 좋은가 하는 점 말예요.

그러기 위해선,몸으로 움직이는 것 말고 꾸준히 공부도 해야 되겠죠.
이게 저의 딜레마예요~ㅠ.ㅠ

감은빛 2010-11-09 17:53   좋아요 0 | URL
와! 매일 등산을 하시는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등산 좋아하는데요.
워낙 게을러서 거의 가질 못합니다.
요즘은 둘째가 좀 자랄때까지 참는다는 생각으로,
게으름에 대한 합리화를 시도중입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이 또 나왔군요.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느티나무 2010-11-10 12:42   좋아요 0 | URL
여기서 이렇게 인사드려요... 감은빛님. 최근에 학생들과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를 읽고 있으려는데, 감은빛님의 리뷰를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0 15:07   좋아요 0 | URL
6일 했을 뿐이고,
오늘 아침 넘 추워 건너 뛰었을 뿐이고,
책 왔어요.
빨리 읽고 리뷰를 올려보죠~^^

감은빛 2010-11-10 23:04   좋아요 0 | URL
느티나무님,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비로그인 2010-11-10 12:31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양철님 오늘은 늦게까지 안주무시고 뭐 하시려나?

대체 궁금해서.. 제가 잠이 안올 지경입니다!! ㅋ
너무 무리해서 등산하지는 않으셨음 하고, 건강한 산행길 되시길요 :D

양철나무꾼 2010-11-10 15:09   좋아요 0 | URL
오늘은 <4대강사업을 말한다>,저책을 읽으려구요.
두껍지 않아 천만다행이예요~^^

느티나무 2010-11-10 12:4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님 서재에서 알게 된, 대지의 기둥... 어제 저녁에 드디어 끝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책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0 15:10   좋아요 0 | URL
ㅎ,ㅎ...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할만 하죠?
대지의 기둥도,4대강 사업을 말한다도...

빨리 읽고 리뷰를 올려보도록 노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