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뒷동산을 오르기 전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등산이나 걷기 운동의 효과를 백만개쯤 줄줄 외워댈 수 있는 위인이었다.
집 뒷동산을 오른지 닷새째,그동안 내가 읊어댔던 그 많은 효과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고...
내가 고개 주억거려가며 동의할 수 있는 건,쉬이 피로해지고 잠이 잘 오는 것 딱 하나이다.
(밥이 꿀맛인거야 원래 그랬던 거니 말이다.)
이건 내가 몸소 체험해서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
그동안 자연이나 인간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읽어왔다.
책에서 읽는 자연이나 인간은 내것이 아니어서 피상적이었다.
그런데,내가 며칠 뒷동산을 오르면서 보고 느낀 것은 자연이나 인간 자체였다.
지난 폭풍우에 뽑힌 나무며,
그 나무가 뽑힌 채로 방치되어 만들어낸 흙이 파헤쳐진 절벽이며,
사람들이 가져다버린 음식 찌꺼기며,
산책에 데리고 나온 동물들의 분뇨며,
산 한구퉁이를 일궈 밭을 만들어 씨앗을 뿌린 거며...
우리의 자연은 몸부림을 치고 몸살을 앓고 있었다.
우리의 자연이 더 이상 이렇게 방치되면 안 된다는 걸 느꼈고,그건 내몸도 마찬가지이다.
뒷동산의 몸살약 처방을 궁리하다가,
오지랖 넓은 이 아즘...우리의 4대강 사업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마냥 궁금해 졌다.
그동안 <강은 살아 있다><나는 반대한다><강은 흘러야 한다>등...지금까지 서너권은 읽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누구랑 점심을 먹다가,
"니가 하는 반대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었니?"
하는 일장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4대강 사업과 관련 반대만 했었을 뿐이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쪽의 입장과 한번도 비교,분석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고의 다양성,나와 다른 의견을 들어본다 쯤으로 상각하기엔 껄적찌근하지만...
지피지기여야 백전백승 할 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4대강 사업을 말한다>를 주문하였다.
(11월11일 배송 예정이다.)
이 사람은 직접 4대강 사업현장을 찾아다니며 기록하였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을 말한다
김환영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2010년 10월
공학박사이자, 한국원자력 연구원인 김환영이 4대강사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측의 잘못된 사업내용을 지적하고, 이를 반대하는 입장의 잘못된 주장도 근거를 들어 지적한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는 지금 바로잡아야 할 것에 대해 들려준다.
제목과 목차만 가지고 살펴봤을 때의 느낌은,이 사람은 4대강을 찬성하는 쪽 입장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자연재해를 막는 비용편익이니,역행치수 순행치수니,고정보는 안된다느니,
그래서 4대강 사업을 하게 되면 100년은 가게 만들어 한다는 등의 설을 풀어내고 있다.
암튼,책은 주문하였으나,내가 이 사람의 의견에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4대강도 잘못된(순리를 거스르는) 변화를 할바엔,그냥 이대로 내버려 둬 주기만 해도 메리베리 땡큐이겠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자연이나 순리의 반대말일 수 밖에 없다.
점심을 같이 먹은 지인의 충고대로,
입장차이를 살펴보고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해 주고 하기엔,너무 내 생각이 고착되어 있나 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으며,
아무것도 갖지 못한 녀석은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가 마찬가지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