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논어가 나오기까지

 

 

 

가파른 시대다. 모두 지쳐 있다. 세상이 점점 삭막해진다. 사회 현실이 힘든만큼 전망도 부재하다. 이런 때 왜 우리는 고전을 다시 주목할까. 『논어』는 오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 삶을 성찰하고 변화시켜가는 데 힘을 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으로 만화논어 작업을 위한 『논어』읽기 모임이 시작되었다.

 

공자는 춘추시대 말, 불안한 정치 상황 속에 사회변동이 극심하게 일어난 시대를 살다 갔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불안이 증폭되어가고 있던 시대. 『논어』는 바로 그런 난세의 산물이다. 그런데 2,500여년 시간차를 뛰어넘어 오늘도 『논어』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까닭은 왜일까? 아마 공자와 그 시대가 오늘 우리가 떠안은 문제들을 떠올리게 하는 호소력을 발휘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간 공자의 일생과 『논어』에 대한 만화들은 여럿 나왔다. 그러나 학습만화가 주종을 이룬다. 학습만화로서 『논어』도 논어와 공자의 생각을 전하는 데에 나름대로 기여했다. 그러나 공자의 삶과 생각,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좀 더 다른 방식은 없을까? 문사철의 만화논어 모임은 공자 사후 6년상을 지내고 외교와 경제에 탁월했던 제자 자공을 나레이터로 결정했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텍스트가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1년간, 만화작가 김경일과 동양철학자 임종수, 디자이너 최은경이 모여 『논어』를 읽어갔다.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유학을 전공한 임종수는 『논어』의 역사와 맥락, 1차적 원전의 의미를 풀었다. 김경일 작가는 만화로 구성할 수 있는 숱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냈다. 최은경 디자이너는 현대한국인의 일상과 고민을 짚어내 『논어』독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셋은 함께 토론하며 만화논어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발굴하려고 했다.

 

특히 김경일 작가는 현재 국내 웹툰 만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만화가로 중국시장에까지 진출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작가는 고전을 만화로 작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 난색을 표했던 그는 공자의 동시대인들의 대화를 읽어가며 『논어』에 푹 빠졌고, 마침내 1년이 지난 후 만화논어가 탄생되었다.

 

춘추시대 말의 현실로 깊숙이 들어가 공자와 동시대인의 고민과 모색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 만화는 아주 드물다. 『논어』나 공자의 일생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정보만으로는 그 의미가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일 작가가 그려낸 만화 논어에는 공자와 동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고민, 그 안에서 흔들리면서도 뚜벅뚜벅 사람다움과 평화(仁)의 길을 걸어가는 공자의 분투와 제자들의 모색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김경일 작가의 만화논어가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대체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 역사 속에 살아 있는 공자 스토리. 춘추시대 말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 살아 움직이는 공자를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자의 ‘말씀’만 전하는 공자의 독무대가 아니라, 그의 제자들, 여러 동시대 인물군상이 함께 변화하고 움직이며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점이 돋보인다.

 

둘째, 인물 캐릭터의 생생한 묘사. 자로, 자공, 안회와 같은 제자들만 아니라, 위영공, 남자, 안영, 제경공, 노정공, 양화, 소정묘 등 공자와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캐릭터를 부각. 춘추말 공자가 처한 정치적 현실과 선택, 동시대 인물들과의 대결과 갈등이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셋째, 춘추말 인물군상을 가슴으로 느끼기. 상황에 따라 각 인물의 심리적 변화와 내면도 섬세하게 터치해 인물을 가깝게 느끼게 구성, 만화논어의 인물들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독자가 쉽게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다.

 

넷째, 『논어』 명구의 적절한 배치. 가슴에 새길만한 『논어』의 구절들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공자가 실현하고 실천하려고 했던 이상을 구호나 교훈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 속에서 알게 한다. 그래서 자연히 우리 시대의 문제를 생각해보고 성찰해볼 수 있게 했다.

 

만화논어 독자는 주로 30대에서 40대 한창 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었다.(물론 어느 세대가 읽어도 좋을 작품이 되리라 기대한다) 삶의 최전선에서 자신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그래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중간세대에 우리가 사람으로서 마지막까지 잃지 말고 살아가야 할 가치, 잃어버린 채 산다면 후회할 삶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가슴이 없고, 차가워가는 세상, 사람과 삶의 격이 추락한 시대, 만화논어는 우리가 회복하고 추구해야 할 사람다움의 길을 보여 줄 것이다. 만화논어가 자기 발견과 믿음,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마음, 사람에 대한 공경, 지혜와 용기, 일상의 소중함을 새롭게 일깨우는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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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장님의 요청으로 책이 나오기까지 소략하나 내력을 적어본 글이다.
 

 

이미지: 텍스트

 

 

날이 여전히 무덥다.

 

어제 밤에 도서출판 문사철의 김기창 사장님의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 "책이 나왔어요." 

 

그간 미력이나 내가 감수자로 참여한

만화가 김경일 작가님의 작품이다.

 

김작가님은 {돼지가족}, {괴기목욕탕}, {68단계}

{달콤한 제국, 불편한 진실} 등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만화가.

 

오늘 3시 이후 책이 출판사 사무실로 들어왔다.

560쪽 단권. 하드커버인데도 가볍다. 종이질이 참 좋다.

 

아직 배포가 안 된 상태인데, 교보문고 등에는

주말 안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아래 페이스북에는 홍보가 나가고 있다.

 

클릭하면 이미지가 나오는데,

책이 교보문고 등으로 배포가 되면

이미지와 소개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책 제작에 힘을 모은 분들의 애씀을 기억하며

참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봄에 나온 {논어쓰기}에 관심을 주신

양철나무꾼님께 책을 드리고 싶다.

 

 

만화로 만나는 논어, 공자. | Facebook

https://www.facebook.com/만화로-만나는-논어-공자-1622350818077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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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안으로 교보로 책이 들어간다고 한다.

2016-08-23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가 잘 나오지 않아 페이스북 주소를 붙여보았다.
 

 

 

논어쓰기 고전쓰기시리즈 1

임종수 엮음 | 문사철 | 2016년 0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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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문사철 사장님의 기획과 권유로 {논어쓰기}라는 책이 나왔다. 앞으로 나올 고전필사시리즈의 첫째권이다. 디자이너 두 분, 일러스트레이터 선생님의 책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담긴 책이다. 선학들의 {논어}번역을 두루 참조해 전체 번역을 다듬어보면서 새삼 그분들의 땀과 시간을 생각하며 감사했다. 사무실에 들러 사장님께 책을 받는 순간 감동했다. 엮은 이로 참여했지만 이렇게 책이 잘 나올 줄은 몰랐다. 장정의 안팎에 들어간 선생님들의 정성에 깊이 감사드린다. 고전을 사랑하고 고전을 몸으로 익히며 살아가려는 분들과 책을 나누고 싶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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