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명절 연휴 동안 뭔가를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는 모르겠다.

살살 헐어 야금야금 까먹다보면 어느새 바닥 나 버리는 과자봉지였다.

하루 날을 잡아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호ㆍ불호가 제각각이겠지만, 내겐 지지리도 지루한 영화였다.

캐스팅도 완전 빵빵한 배우들이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한 것이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 뿐이고~--;

 

김훈의 '남한산성'이 생각나는 것이,

김훈이 참 글을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내가 생각하던 김상헌, 최명길과 영화 속의 김윤석, 이병헌은 거리감이 있었다.

나는 내 본위로 생각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는 고로,

내 속의 이미지들을 고착화시키고 싶어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들여다보는 수고도 하였다.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에 나오는 김상헌과 최명길은 이렇게 생기셨다.

 

김상헌과 최명길은 당시에는 팽팽하게 대립을 했을테지만,

감옥에 갇혀서는 시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절 연휴동안 텔레비전에서 '1%의 우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봤다.

거기에 설민석이 김종민과 짝을 이뤄 나오더라.

설정인지 모르지만, 정말 가까이 하기에 공통분모가 1도 없어 보였다.

이 둘을 이어주는 1%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한명은 유명한 역사 선생님이고,

김종민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둘이 '남한산성'에 오르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스치듯 봤을뿐인데 이 부분을 봐 버렸고,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http://tv.naver.com/v/2136800

 

삼전도비와 관련된 부분인데,

내가 의아해했던 부분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고종이 치욕스럽다고 묻은 것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다시 파헤쳐지고,

이승만 정권 당시 다시 묻었단다.

이 부분과 관련, 내가 좋아하는 N 백과사전의 한꼭지를 볼 것 같으면,

 

이 비는 조선의 모일모화사상(侮日慕華思想: 일본을 멸시하고 중국의 문물과 사상을 흠모하여 따르려는 사상) 분위기를 우려한 일본에 의해 땅 속에 파묻혔다가 고종 32년(1895) 청일전쟁이 끝나면서 복구되었다. 그후 1956년 국치의 기록이라 하여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에 의해 다시 매몰되었다가 장마로 한강이 침식되면서 몸돌이 드러나자 원래의 위치에서 송파 쪽으로 조금 옮긴 지금의 자리에 되세워졌으며 1963년에 사적 제101호로 지정되었다.

라고 적혀있다.

하나는 구술이고 하나는 글자이지만, 곧이 곧대로 해석을 했을땐 완전 뒤바뀐 내용인데,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모두가 내가 역사에 무지해서 비롯한 것이니 창피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영화 '남한산성'은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치 상황이나 국내 정치 현실, 엊그제 보았던 축구 등 어느 것을 대입시켜도 비슷하게 들어 맞지만, 논쟁을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니 생략하고,

칼보다 무서운 말의 위력을 알고,

말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지만,

너무 집착하여 안으로 감정을 키우진 말기로 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15년 개정판 세트 -

 전20권 (본책 20권 + 대형 브로마이드 + 조선왕실 가계도)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남한산성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 친구가 이런 자료를 보내주어 삼전도비 관련 궁금증은 해소되었다.

  나처럼 궁금해할 다른 이들을 위하여~^^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10-1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휴 때 ‘킹스맨 2‘를 봤어요. 영화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설 연휴 방송은 기대한만큼 재미없었어요. 예전에 했던 방송 소재를 재탕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4   좋아요 0 | URL
MBC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파업 중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재탕에 삼탕의 느낌을 받았어요.

옛날 저 어렸을땐 티비에서 해주는 주말의 명화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던 거 같은데,
요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가,
예전만큼 감동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syo 2017-10-1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최명길 약간 이병헌 닮은 것 같지 않으세요?? 나만 그런가??

양철나무꾼 2017-10-13 10:27   좋아요 0 | URL
님 말씀 듣고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영화 속에서 둘의 설전 연기는 대단했는데 말이죠.

순오기 2017-10-1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jtbc 인터뷰에 김훈 작가님 나와서 궁금증도 해소해주고 좋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10-13 10:29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잘 지내시죠?^^
네, 저도 다시보기로 봤어요.
근황이 궁금했는데 반갑더군요.
차후엔 판타지를 쓰고 싶다시더라구요~^^

박균호 2017-10-1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동물의 왕국을 비롯한 다큐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ㅎㅎ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가 아닌 다큐로 본 걸 수도 있어요. 최명길과 김상헌이 임금 앞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가며 논쟁을 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허리를 굽혀 정중이 인사를 하고 격조있게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인조가 바닥에 이마를 댈 때 지금까지는 이마에 상처가 나도록 세게 부딪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살짝 대기만 했다는 것이 팩트라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여튼 저는 재미나게 봤어요...그리고 삼전도비에 관한 이야기는 이 포스팅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 유익한 포스팅 재미나게 잘 읽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7-10-14 09:20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은 아무리 잔인하거나 잔혹해도 읽는데,
영상적 자극에는 무방비라, (밤 꿈에 나타날까봐 무서워서리~--;)
장면 곳곳에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제가 재미없었던건 그래서 일수도~--;

영화에선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올때 김상현이 자살한 걸로 되어있지만,
실제론 김상현도, 최명길도 그후로도 오래오래 살았다죠.
김상현이 훨씬 더요.

명절 연휴는 잘 지내셨는지요.
그나저나 책 쓰시느라 바쁘시겠습니다.
제가 열렬히 응원하는걸 잊으시면 안됩니다~ㅅ!
 

가을은 독서의 계절일까, 여행의 계절일까?

여름 내내 읽던 최명희 님의 '혼불'을 9권까지 읽었고 이제 마지막 10권만을 남겨놓고 있다.

바짝 당겨 읽고 끝낸 후에 어디 단풍 놀이라도 가볼까 했었는데,

마지막 권을 앞에 두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다.

10권짜리 소설에 9권까지 읽었는데 끝이 안보이는데,

이런 상태로라면 미완결의 소설이거나 완결이 되더라도 갑작스럽게 마무리되어 어설프게 끝나버릴텐데,

그렇다면 미완결이라고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미완결이라는 걸 알고도 장장 10권을 내달려왔을까, 그건 장담하지 못하겠다.

 

두산 백과 사전에는,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쓰러지는 빛》이 당선된 직후부터 쓰기 시작해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기념 2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혼불》 제1부가 당선되었고,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월간 《신동아》에 제2∼5부를 연재한 뒤 1996년 17년 만에 전10권(5부)으로 완간된 최명희의 작품이다.

이라고 되어있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한국민족문학대백과에는,

이후 작가는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투병하던 중에도 제5부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끝내 집필하지 못하고 타계하여, 1996년에 간행된 판이 최종본이 되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에는,

1988년 9월부터 1995년 10월 사이에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었고 1996년 한길사에서 10권의 결정본이 발간된 최명희의 미완성 대하소설.

이라고 되어 있다.

 

호남지방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노래, 음식 등을 생생한 우리 언어로 복원해내 ‘우리 풍속의 보고(寶庫), 모국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9권에선 얘기의 대부분을 사천왕상에 할애한다.

그냥 사천왕상 얘기를 할때는 어려운 얘기가 지루하게 펼쳐진다 정도였는데,

선운사의 사천왕상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는데,

알고나니(시댁이 선운사 근처라서),

더 아름답고 대단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면만 놓고 봤을때는 아쉽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소설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서 얻게 되는 카타르시스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식이나 교양의 축적이나,

어떤 이데올로기 담론이 아니라,

그와 버무려진 이야기의 전개인데,

이야기의 전개는 완전 미미하고 더딘데다가 생략도 많았는데,

그 생략된 부분이 어디에선가 드러날테지 하고 기다렸는데,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랄까.

10권을 다 읽어도 '완결'을 봤다는 뿌듯함이 아니라,

해결되지 못했다는 허무함이 남을 것 같다.
오히려 내 맘대로 그 후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게 재미있겠다.

 

오늘 아침 대형포털을 둘러보니 최영미가 핫이슈이다.

어떻게 그렇게 저렴하고 발랄한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해명도 완전 궁색하다.

 

마침 '공지영'의 시인의 밥상'을 겹쳐읽었다.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언제부턴가 '공지영'은 잘 안 읽게 되었다.

미려한 문장이야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삶이라는 게 그렇게 아름답기만 하던가 말이다.

투박하더라도 삶으로 충만한 글들이 더 좋았다.

 

이 책은 '지리산 행복학교'의 곁가지쯤 되려나,

박남준 시인이 요리하고 공지영이 쓴 것이란다.

'지리산 행복학교' 이후로 끈질긴 방문객들에 의해 괴로움을 겪었던 지리산 시인들은 공지영과 소원해졌었단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다시 뭉친 것은 찻잔에 매화 한 잎을 띄우는 박남준 시인의 사는 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눙을 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박남준의 요리 솜씨는 먹어본 사람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만큼 좋다고 설레발을 치지만 그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장례비용 200만원( 요즘 물가를 고려하여 300만원으로 올렸단다)외엔 무소유한 삶을 사는 시인 아파서 큰 수술을 했기 때문이라는 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사연도 다 다르고 시기도 다르다. 그리고 물론 그 과정도 다 다르지만 나의 지리산 친구들의 기본 생각은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하여 삶의 대부분 시간을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노동을 하며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겠다. 긍정형으로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삶을 누리겠다'일 것이다. 이들은 도시에서 자라며 얻은 비본질적인 욕망을 버리고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가끔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투덜거리기도 하는데 그들의 말은 이렇다.

 "나는 다르게 욕망할 뿐이다."

 그렇다. 그들은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흘려보내기를, 저 산과 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욕망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여행을 많이 떠나고 누구보다 계절을 깊이 즐긴다.(124~125쪽)

 

공지영은 한 대목에서,

고독은, 배가 오가지 못하는 이 망망대해의 고독은,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만 남은 고독은ㆍㆍㆍㆍㆍㆍ.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혼자 왕따가 되고 혼자 실직하고 혼자 비정규직이 되는 고독과 어떻게 다를까. 절망에 우열을 매길 수 있을까.(268쪽)

라고 하는데, 이 구절이야말로 아무것도 내려 놓지 못하는 자의 가식으로만 읽혔다.

진정 그것이 절실하다는 것은 흠뻑 담굼질해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

말로 이러쿵 저러쿵 미사여구를 쓴다고 하여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써오면서 아무것도 바뀌는게 없다면,

글은 더 이상 울림이 없을 뿐더러,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박남준 시인의 시집과 편지글이 이렇게 저렇게 갈무리되어 나왔다.

공지영 님의 '시인의 밥상'이 박남준 님에게 어떻게 소용이 되었는 지는 모르겠고,

이렇게 두 권이 나온걸 안 이상 지체할 순 없겠다.

 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지음 / 펄북스 / 2017년 8월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박남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사람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자기가 내보이고 광고한다고 해서 가치가 드러나는게 아닐거다.

조용히 실천하는 삶을 살게 되면,

그걸 보고 저절로 느끼고 감동하는 사람도 있는게 아닐까?

 

어쨌거나 나는 오늘 시집 한권과 산문집 한권을 사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REBBP 2017-09-11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불. 저도 여름에 중고로 세트 들여놓고, 찬찬히 읽다가, 4편 쯤에서 잠시 멈춤 했는데 멈춤이 길어지네요.

양철나무꾼 2017-09-11 18:23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대충 지루하게 읽고 있습니다.
‘찬찬히‘ 읽으신다는 문구가 돌출되어 들어옵니다.
나이 들어 찬찬히 다시 읽을 날이 와 줄런지~--;

cyrus 2017-09-1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아일보 소설 공모에 당선된 《혼불》 제1부가 레어템입니다. 구하기 힘든 책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9-12 18:1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무리 레어템이어도 전 낡은 책은 책벌레 나올 것 같아 꺼려져요~--;

님의 책에 대한 무한애정에 또 한수 배웁니다, 꾸벅~(__)

munsun09 2017-09-2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에 대한 느낌이 저만 그런게 아니구나? 안도하고 갑니다^^
저는 3권쯤 읽다가 너무 힘이 빠져서 중도포기하고 책꽂이에 꽂혀있는게 불편해서 그냥 중고로 팔아버렸네요.
쫌 찜찜하고 뭔가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조금 놓여나도 되겠다 싶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9-25 17:13   좋아요 1 | URL
저도 좀 소심한 성격이어서, 그런 책이 있으면 연연해하게 되는데,
님 덕분에 제가 도리어 위안을 얻습니다.

님에게,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외쳐 봅니다.
세상은 넓고 책들은 많다~^^
 

여름 휴가를 좀 길게 다녀왔다.

계속되는 직장 생활에 소진되는 느낌이었달까?

급기야 좋아하는 책도 재미없고 시큰둥해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매해 일주일 정도의 휴가와 명절 휴가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짧게만 느껴졌고,

그럴수록 더 절실히 긴 휴가를 원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럴 형편은 되질 않으니,

'그만 두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보름 정도의 휴가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아무 것도 안 하면서,

그렇게 설렁거리고 보냈다.

 

일부러 컴퓨터를 켜지 않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는데,

그동안의 네트워킹으로 인하여 핸드폰으로 이런 저런 알람들이 도착했고,

그러면 습관처럼 트랙백해서 이런 저런 내용들을 살짝 읽곤 했다.

 

컴퓨터를 하지도,

텔레비전을 보지도,

음악을 듣지도,

책을 읽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하지않은 채로 며칠을 지내다 보니,

제일 먼저 책이 고팠다.

아, 나는 책에 중독되어 있었구나.

 

제법 신중하게 여러 권을 들였다.

 

 

 

 

 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박현주'님의 번역이라고 해서 들인 '하우스 프라우'는 그저 그랬다.

박현주 님의 번역을 코멘트할 깜냥이 아니어 주시기도 하지만,

읽었다기 보다는 훑어본 정도라,

박현주 님의 번역이어서 들였다고 하기에 무색하다.

책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주인공 이름이 '안나 카레리나'의 그것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들먹이면 안된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 책의 리뷰는 제법 되는데, '구매'단추가 없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이제와서 후회해 뭐해~--;

 

다음,

자기계발서는 좀처럼 안 읽는데,

책표지를 보고 왠지 읽고싶었다.

 

 

 불광불급: 미치려면 미쳐라
 이윤환 지음 / 라온북 /

 2017년 2월

 

책은 이 사람의 그간 과정을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성공을 한걸 보면,

책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아우라와 파장을 가졌을 것 같다.

여러가지 딴지를 걸 여지는 있지만 꾹 참고,

좋은 기운만 전해받는걸로 하자.

 

'혼불'은 4권까지 읽었고,

여행 중 전주에서 최명희 문학관에도 들렀고,

남원에 혼불 문학관이 있다는 것은 요번에 알게 된 수확이었다.

 

전주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6년만에 다시 갔는데,

그대로 인듯하면서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인생부동산'도 없어지고,

(원주민을 그대로 놔둘리가 없지~--;)

'알쓸신잡' 경주 편에서 얘기하던 젠트리피케이션이 '전주'라고 비껴가질 않았더라.

 

 

 

 한식의 품격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여러 종류의 책을 이렇게 저렇게 교차하여 읽었는데,

뜻하지 않은 수확은 '한식의 품격'이다.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재밌고,

문제 의식도 겉돌지 않는다.

 

그동안 논리적인 글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완전 재밌다.

곁에 두고 야금야금 읽으려고 했는데,

밤을 지새우며 폭식으로 끝내게 생겼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찬바람도 '살랑~' 불어주고,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기운은 좀 가라앉았으니,

이렇게 '지금, 여기'를 사는 수 밖에~!!!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8-16 18:24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8-17 12:0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숨이 턱까지 차올랐었는데,
이젠 아침 저녁으로 이불 없으면 썰렁해요.
오늘은 직장에서 오래간만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었어요~^^

박균호 2017-08-1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식의 품격 저도 사야겠어요 ㅎ

양철나무꾼 2017-08-17 12:10   좋아요 1 | URL
시작이 라면인데,
이제 냉면으로 넘어갔어요.

아직까지는 잼나게 읽습니다~--;

서니데이 2017-08-1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어쩐지 전업주부 같은 느낌이었는데, 맞나요.?? 이 책은 스릴러물이예요?? 어쩐지 표지는 불륜 같은 느낌이.^^;

양철나무꾼 2017-08-17 12:17   좋아요 1 | URL
스릴러물은 아니고,
뭐, 여자의 자아찾기...그런 내용인것 같은데,
제가 읽은 바에 의하면 그런 내용으로도 정당성을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대충 읽어서 빼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광고하는 것만큼 야한(?) 것 같지도 않고 말예요, ㅋ~.

거칠게 요약하면 줄거리는 안나 카레리나랑 비슷해요.^^

북다이제스터 2017-08-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보름 간 휴가에 책들과 힐링이 되셨길...^^

양철나무꾼 2017-08-17 12: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꾸벅~(__)


겨울호랑이 2017-08-1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즐거운 휴가 보내셨군요.. 어느새 시원해진 날이 되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8-17 12:20   좋아요 1 | URL
네, 엊그제까지 숨이 턱턱 차올랐는데,
큰비가 내리더니 이젠 선선해진것 같습니다~^^

님도 연의 어린이랑 즐거운 휴가 보내셨겠죠?
본가에 다녀오실 예정이랑 페이퍼를 본듯 한데요~^^

2017-08-16 21:08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8-17 12:22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는 것도 며칠 지나니까 시큰둥해지더라구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빈둥거리며 보내야겠어요~^^

AgalmA 2017-08-25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에 ˝미치려면˝, ˝미쳐라˝ 이런 문구 들어가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저 책은 아예 두 개가 다 들어가 있...ㅋㅋㅋ;;; 제가 가진 책 중에 ˝미쳐˝가 들어가 있는 건 이인성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이 유일합니다.
양철나무꾼 님도 ˝미쳐라˝ 문구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은데 신중 속에 사신 거 보면 지금 꼭 읽어야 할 필요를 느끼셨나 봅니다.

여유 발랄 한결 같으시네요. 언제 멀리 가셨었나 싶게 :)

양철나무꾼 2017-08-25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0만원인가를 빚 내어 개원을 했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집어든 책인데 역시나 였어요.
고객인 환자를 위하고 배려한다지만,
그 이전에 직원들이나 의료인력에게 걸리는 로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황,
본인은 자수성가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제게는 직원들을 착취하는 악덕병원장으로밖에 안비춰지더군요.
의료법 상 딴지를 걸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었구요.

제목을 제 식으로 함 바꿔봤어요.

미칠려면 혼자 곱게 미쳐라, ㅋㅋㅋㅋ~.
 

1,

'독서의 계절'하면 으레 '가을'이 따라 붙어야겠지만,

진정한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 아닌가 싶다.

 

그냥 여름도 아니고 요즘처럼 한여름에는,

게다가 나처럼 움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엉.뚱.족'에게는,

어디 바깥으로 휴가를 간다는 것 자체가 곤욕인지라,

열어 놓은 베란다 창문으로 한줄기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마루에 아무렇게나 배 깔고 누워 책을 읽는 것만한 일이 없다.

 

올여름에도 매번 시작만 하고 끝을 보지못했던 '혼불'이라는 대하소설을 시도하였다.

혼불 1권의 처음 시작은 하도 읽어서 외울 정도이고,

언젠가는 n*******님의 페이퍼 인용구를 보고 그 뒤를 외워 적어내려갈 정도였으니,

여러번 시도는 하였음이 분명하나 중간에 흐지부지가 되고 말았었다.

 

요번에도 1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몇번 집어던지거나 내팽개질뻔 하였다.

대하소설을 제법 읽었으니 내용이 길어서라거나 재미가 없어서는 아닌 것 같고,

나 또한 종갓집 맏며느리인지라 그 기세에 눌려서가 아닐까 싶다.

 

난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청암부인이나 효원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여인네들은 나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마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세월이나 처지를 한탄할 새도 없이 그냥 그렇게 말라죽었을 것 같다.

 

2,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에서 '박찬주 대장 부인의 공관병 갑질'이라는 기사를 보고는 깜.놀.하고 말았는데,

'혼불'에 나오는 웬만한 시집살이보다 더하더라.

옛날의 시집살이야 시대적 상활과 형편이 그러하니 그렇다치더라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행동을 하는걸까.

옛날 시집살이는 시키는 사람이 먼저 알아야 부릴 수 있다고,

모범을 보였었는데,

대장 부인의 그것은 '갑질'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민망한 병적인것 같다.

아들도 있다는데,

대장 부인의 사람을 부리는 방식을 봐서는.

며느리감이 왔다가도 다 도망 갈 것 같은데,

아들은 장가가기도 힘들테니 몽달귀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음화화화~ㅅ!

 

3,

'혼불'을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게 나와 있다.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혼불이라고 했을땐 낯설었는데 도깨비불이라고 하니 익숙하다.

얼마전 봤던 텔레비전 드라마 '도깨비'의 푸르딩딩한 화면도 생각나는 것이, ㅋ~.

 

그날밤,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를 보았다. 안채 쪽에서 솟아오른 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그러나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른 빛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청암부인의 혼불이었다.(3권, 107쪽)

 

1권이 지나고 2,3권이 되어도 답답하거나 꿀꿀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제와 읽으니 1,2권때는 안 보이던 새로운 덕목들이 보인다.

 

만17년동안 쓰인 대작인데 완성을 하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하셨다는데,

그 안에 녹아나는 삶은 아프고 눈물겹지만 아름답다.

결혼과 죽음을 하나의 의식으로 표현해내는 게 그러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들과 사투리를 적재적소에 두루 사용하고,

거기에 운율을 살려 판소리의 가락처럼 여겨지는 것이 그러하다.

 

3권 말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내외간의 정이란 것이 열 살 줄에는 몰라서 살고, 스물 줄에는 좋아서 살고 서른 줄에는 정신없이 살고, 마흔 줄에는 못 버려 살고, 쉬흔 줄에는 서로 가여워 살고, 예순 줄에는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해 산다."고 하더라.(3권, 295쪽)

 

이 구절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같이 늙어간다' 정도가 아닐까.

 

직접 경험하한게 아니고,

책을 읽고 간접경험을 통해서인데도 이렇게 사무치는걸 보면,

이 작품이 대단하긴 한 것 같다.

 

책을 읽는것만으로도 까닭 모를 분노를 느끼고,

화를 주체할 수 없어하는 걸 보면,

이 책은 여름에 읽기엔 다소 무리이려나?

어디 계절에 관한 문제일까, 마음을 다스리기 나름이겠지~--;

 

'혼불' 다음엔 무엇이 좋을까.

이제 3권을 읽었을 뿐인데, 다음편이 기대되는게 아니라,

다음엔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까 싶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8-0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 완독하시면 다음 작품으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떻습니까? ^^

양철나무꾼 2017-08-04 09:42   좋아요 0 | URL
케케켁~^^
그렇지 않아도 책표지가 이뻐서리~, ㅋ~.
제겐 아직 7권의 ‘혼불‘이 놓여있습니다.

단발머리 2017-08-02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대학다닐 때 학교 도서관에서 한 권씩 대출해가며 읽었던 기억이 어제일처럼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시집살이-몽달귀신 이야기 많이 재미있었어요~~ 웃을 일 아닌데... ㅠㅠ

양철나무꾼 2017-08-04 09:48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 도서관과는 안 친한거 같아요.
가더라도 공부하는 곳으로만 생각했거나.

이젠 어디 가까운 도서관으로 천가방 들고 마실 다니고 싶어요~^^

전 말 그대로 신혼때,
시골만 내려가면 어머니가 찬밥에 물 말아 먹자시거나 누룽지만 먹자고 하셔서,
하루는 큰맘 먹고 다된 밥에 찬밥을 과감하게 섞어버렸어요.
˝어머니, 똑같이 나눠 먹어요~˝하고.
그때 황망해하시던 어머니 모습을 아직도 기억해요.

전 아마 책 속 시대에 들어가 살라고 하면 못 살고 콱 죽어버릴 것 같아요, ㅋ~.


2017-08-02 23:15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4 09:5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헤르메스 2017-08-03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저도 1권 읽다가 중간에 나가 떨어졌었죠. 그리고 지금까지 내내 그 상태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8-04 09:56   좋아요 0 | URL
헤르메스 님이야 말로 그것보다 더한 장편소설도 척척 읽어내시면서...믿기지가 않습니다~^^
님의 여러 리뷰들을 보면서, 독서목록을 정했던 저인데 말이죠~.
예를 들면 데이워치, 더스크워치, 나이트워치 시리즈나,
밀레니엄이나,
그밖에도 수많은 주옥같은 리뷰들이 있습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__)

책읽는나무 2017-08-03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6권인가?7권인가?에서 읽다가 멈춰버려 늘 다시 1권부터 읽어야겠다!!라고 생각만 해요^^
대하소설 읽으면서 중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다른 책들에게 한 눈 팔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ㅜㅜ
실은 태백산맥도 6권인가?거기서 멈췄더랬죠~삼국지는 3권??ㅋㅋ
그래도 그 중 다시 시도하고픈 책은 혼불이네요^^
암튼, 응원합니다.완독하시길!!^^

양철나무꾼 2017-08-04 09:59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저도 태백산맥, 아리랑 따윈 읽었는지, 포기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네요~--;
삼국지는 중고딩때, 뭐가 그리 재밌다고 여름이면 빠져지냈던 기억이...

이젠 읽어봐야지 마음은 먹는데,
호흡이 점점 짧아지네요.

더운 여름 어떻게 잘 지내십니까?^^

잠자냥 2017-08-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시면 완전 뿌듯할겁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7-08-04 09:59   좋아요 0 | URL
완전 뿌듯함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쇼코 2017-08-12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폭염이니까 에어콘님 영접하면 책 읽어야 하고, 가끔 선선해지면 시원하니 책 읽기 좋으니 여름이 짱이네요. ㅎㅎ

그나저나 혼불, 대단하셔요. 대학때는 패기 남치게 대하소설 곧잘 읽었는데 요즘에 사는 게 쪼들려서 이래저래 핑계만 쌓아뒀어요. 그래도 최근에는 토지를 다시 정주행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양철나무꾼님 글 보니 용기가 납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8-16 18:02   좋아요 0 | URL
쇼코 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여름 휴가를 다녀오느라 댓글에 덧글이 늦었습니다.
토지, 정주행이라 좋은 걸요.
우리 같이 치어 업~해 보는 겁니다.
반갑습니다~^^
 

신준환 님의 '다시, 나무를 보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어 좋다고 설레발을 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전이다. (==>링크)

요 며칠 그 책을 다시 읽었다.

 

 

 

 다시, 나무를 보다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은 그때 그대로이다.

고은 시인이 추천사에서,

ㆍㆍㆍㆍㆍㆍ이 책은 깨달음의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뒤늦게나마 철이 들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치 나무 이야기가 나무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우주와 인생 그리고 자연의 철리에 오모하게 맞닿아 있다. 과연 나무의 세계가 진리의 세계였다.

 하나 더 지적할 바는, 이 책의 저자는 실로 높은 단계의 문장력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것이 틀림없다. 경의를 표한다.(5쪽)

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격하게 공감하겠다.

 

내게 고은 시인은,

'시가 당신의 내부에서도 오지만, 우주의 저끝에서 달려오기도 한다'고 했던 분으로 기억되는데,

우주와 내왕하고 소통하는 그런 분이,

나무와 내왕하고 소통하는 그런 분의 추천사를 쓴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고은 시인이 추천사에서 언급한 문장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느낌적인 느낌'이 다가왔는데, (ㅋ~.)

뭐랄까 너무 빽빽하여 여백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몇 년전에 읽을 때는 나무와 비교해서 그려내는 삶의 통찰이 좋게 느껴져서,

문장에서 느껴지는 멋스러움이 좋아서 그밖의 것들은 보이지 않았었나 보다.

 

나무에 관한 지식이나,

나무 외적인 삶의 지혜나 깨달음은 훌륭하고 큰 울림을 주는데,

삶을 철학자들이나 철학이론들과 연결시키는 과정이 좀 억지스럽다.

아니 이 부분은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으니 차치하고,

도통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자면,

우주적인 물질과 오랜 진화의 결과로 이루어진 내 몸을 지탱하는 심장도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결단적으로 뛴다. 더구나 심장의 박동은 규칙적인 것도 아니고 나의 생명의 순간순간을 반영하며 미묘한 파동의 차이를 울려댄다.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가을의 발자취를 재촉하면서 오란한 벌레 소리를 금방 이어낸다.(132쪽)

같은 부분을 보면,

문단 속에서의 어우러짐과 문장의 강조를 위해서 였겠지만,

심장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결단적으로 뛴다는 말은 아이러니 컬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한구절로 구렁이 담을 타고 넘는데 왜 필요한지 모르겠고,

하이데거나 헤겔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버거워 '헥헥~' 거리다보면 이번엔 들뢰즈이다.

 

자연을 잘 관찰하다 보면 영혼이 보인다. 나무의 상처는 폭풍과 번개의 영혼이라 많은 생명을 키운다.ㆍㆍㆍㆍㆍㆍ이것은 나무와 벌이 관계를 맺은 영혼이다. 나무는 태양과 대지가 관계를 맺은 영혼이지만, 오랫동안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었고, 몇 번씩 찾아온 가뭄도 이겨내었기 때문에 나무에 달린 영혼은 많다.(142쪽)

이런 식이다.

 

그런가 하면 의도는 알겠지만 책 전체를 놓고 봤을때 일관성이 없지 싶었던 부분도 있다.

나무는 철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철을 앞서 삶을 엮어낸다.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 봄에 잎을 피우고 가을에 입을 떨어뜨리지만, 나무는 속으로 더 잘 안다. 봄이 오기 전에 이미 새순을 내밀고, 한여름이면 서둘러 나이테에 겨울 준비를 한다.(175쪽)

라고 해놓고는,

이렇게 딴지를 걸고 있는데,

이렇게 과격한 비교가 아니어도,

신준환 님 정도의 글솜씨면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느끼는 것은,

미사여구를 쓰지 않아도,

문장이 빽빽하게 들어차지 않더라도,

글은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고,

충분한 삶 뿐만 아니라 헐겁고 성긴 삶이어도 나름 의미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호흡으로 쭈욱 이어 내달리는 긴 글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때론 짧은 글, 여백이 있는 문장들로도 생각을 얼마든지 확장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이라는 책 속의 삶이 완전 부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
츠바타 히데코.츠바타 슈이치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WILLSTYLE) / 2017년 7월

 

때로 때때로,

시시때때로,

귀촌을 꿈꾼다.

뭐, 거창하진 않다.

내가 꿈꿔왔던 삶이 단지 심플 라이프가 아니라 슬로 라이프라는 걸 깨달은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도를 구한다고 해서 누구나 도사가 될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26 21:58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7 14:23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7-07-27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하신 두 책을 읽지 못했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지는 알 것 같아요.
글을 읽고 보니 저도 늘 구도자의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도인은 언제 될 수 있나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7-27 14:25   좋아요 0 | URL
이힛, 감은빛님이다~^^
잘 지내셨어요?

님은 늘 현장에서 깨어있으시니,
길(道) 위에 있으시니,
이미 도인 아닌가요?^^

2017-07-27 22:44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7-29 09:14   좋아요 1 | URL
저희는 고장난 것은 아니고,
이참에 업그레이드 하려던 것인데,
어젯밤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더라구요.
이렇게 이렇게 여름이 지나가려나 봅니다~^^

2017-07-28 09:5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7-29 09:26   좋아요 0 | URL
저 책은 그랬어요.
한 꼭지씩 아무렇게나 읽으면 완전 좋은데,
쭈욱 내달려 읽으면 여백이 없어 답답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호흡이 가빠졌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저도 예전 같지는 못한데,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건,
한번씩 뵙게 되는 님 같은 분의 고마운 안부 때문인것 같아요.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2017-08-02 16:53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8:1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8:2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8:23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2 18:2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