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세계 책의 날 기념 10가지 질문 이벤트' 라는 이 행사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왜냐하면 내가 알라딘서재 아곳에 처음 글을 쓴게 2010년 5월 10일, 지금으로부터 약 6년전, 마찬가지로 '책의 날 기념 10문10답 이벤트'(링크) 였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무궁한 발전과 아울러 나도 한뼘 성숙한 독서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나이가 들면서부터였던거 같다.

언제부턴가 그 좋아하는 책이 가끔 날 비껴간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럴때는 우두커니 앉아서 책이 다시 나를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가 '언제 어디서'고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무조건 종이책이다.

언제던가 절판된 책이 전자책으로는 있어 구입했는데, 아직까지도 앞 몇쪽에서 진도를 못나가고 있다.

책은 깨끗이 본다. 도그지어, 밑줄 긋지 않고 포스트잇을 글자너비만큼 잘라 붙인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사진에 빠졌는데, 오늘밤 내 애인은 이 책이다, ㅋ~.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특별한 방식이랄게 없고 들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쌓아둔다.

예전엔 책을 모두 끌어앉고 있었는데,

이제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을 일은 거의 없는 걸 아는지라 나눠주거나 버릴려고 애쓴다.

 

덩치로 쌓아놓은 책이 무너지거나 책으로 테트리스 꿈 따위에 가위눌려본 적이 있는지라,

이젠 버리고 줄이고 비워 홀죽하게 하려 얘쓰는데,

 

그래도 새로운 책 얘기를 들으면 맘이 동하여 일단 지르고 보는데,

가진 책의 1/10정도는 읽게 되니, 당장 안 읽더라도 책을 들이는 것아 낫다는 이 권우의 말이 위로가 된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좀 조숙했던 탓인지 초등학생때 삼국지와 세익스피어 따위 하드커버로 된 보이기위한 장서를 야금야금 아껴 읽었던 것 같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내 성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몸을 움직여서 뭔가를 한다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것을 아는지라, 저런 집짓기 관련 서적에 '뭥미?@@'할 것이다.

근데 집짓기, 특히 저런 한옥 집짓기 관련 책들을 읽다보면,

사람이 먹는 음식도 그렇지만,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온 우주를 아우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겸허해진다.

 

또 한권은 생선도 잘 안 먹는 녀석이 스시라니?하며 놀라워할, 저 책이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읽는 책이 다양한 만큼, 그때그때 읽는 책에 따라 만나고 싶은 작가도 바뀌는데,

'유령이 쓴 책'을 쓴 '데이비드 미첼'은 꾸준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작가들은 내가 관심을 가질 때쯤이면 어느 정도의 정보는 얻을 수 있는데,

데이비드 미첼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게 없다.

개안적안 시시콜콜함이 아니라,

이렇게 대단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의 정신세게랄까, 저력 같은게 궁금하다.

 

 유령이 쓴 책
 데이비드 미첼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학창시절 삼중당 문고로 읽었던 그것들,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것들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늘 읽었다고 착각하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못 읽은 것들이 더 많은 고전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책보다는 사람을 데리고 가고 싶다.

나보다 세상을 좀더 살아서 지헤와 혜안이 있는 사람 한명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책을 가져가야 한다면 주역, 중용, 옥편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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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28 09:22   URL
옥편은 어찌보면 그림책이잖아요~^^

pek0501 2016-04-24 00:56   댓글달기 | URL
머리맡에 있는 책들, 탐스럽습니다.(이런 표현이 이상하지만...)

관심 가지고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4-28 09:27   URL
이동진도 그러더군요.
장서는 많고 적고를 떠나서 어찌보면 `욕심`의 산물이라고...ㅋ~.

사진으로 보이는건 `설정용`이어서 많이 정리가 된 것이고,
실상은 탐스럽지 않고, 탐욕으로 차고 넘쳐...
매일밤 제 얼굴로 무너져 덮치는 꿈에 시달립니다~ㅠ.ㅠ

단발머리 2016-04-24 07:15   댓글달기 | URL
감회가 남다르시다는게 완전 이해돼요.
정말 특별한 인연이세요. 처음 글이 `책의 날` 이벤트셨군요. ^^
무인도에 주역, 중용, 옥편~~ 멋져요!

양철나무꾼 2016-04-28 09:31   URL
네, 그래서인지 초창기부터 여지껏 꾸준하신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무인도에 주역, 중용, 옥편이라 함은,
주역과 중용을 원전으로 가져가고 싶은데,
그냥은 읽을 깜냥이 안 될것 같으니 옥편이 필요할테고,
그리고 옥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림책 같은 것이, 온 우주가 들어있기도 한 것이,
완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초딩 2016-04-24 10:22   댓글달기 | URL
보슬비님의 보리국어사전, 저 초딩의 옥스퍼드 사전에 이어 양철나무꾼님의 옥편 :-)기본 사전이 다 모였네요~
저도 책을 나누고 싶은 날이 오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4-28 09:33   URL
초딩님, 질문 있습니다.
진짜 초딩은 아니시죠?

이곳에 출몰시간도 그렇거니와, 깊이와 방대함도 그렇고 말이죠~^^
초딩같은 초심과 순수함을 유지하고 싶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요?
반갑습니다, 귀하게 아껴뵙도록 하죠~^^

초딩 2016-04-28 14:21   URL
우앗 ~ 양철나무꾼님의 댓글에 감격합니다~
피지컬이 초딩이면 참 좋겠습니다 ㅜㅜ
정신연령에 영향을 주는 몇 부분들이 초딩 이하 또는 초딩 수준이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초딩스러움으로 회귀하고 싶어서 그리 닉네임을 정했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헤르메스 2016-04-25 00:29   댓글달기 | URL
와, 시작한 날이 겹친다면 정말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데이비드 미첼을 만나면 전 꼭 그의 유년 시절을 물어보고 싶어요. 그냥 개인적이 느낌인데 그의 유년 경험이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저는 생선회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스시의 기술`이라는 책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28 09:47   URL
프레드 바르가스도 그렇지만, 데이비드 미첼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지라...
(제 맘대로 좋아한다고 미루어 짐작하고는, ㅋ~.)
헤르메스 님이 무한 반갑습니다.

넓이와 깊이를 두루 갖추신데다가,
거기다가 완급조절을 자유자재로 하시는 님도 제게는 미스테리이긴 하지만요~^^

감은빛 2016-04-25 14:43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양철님과 제가 관심갖고 읽는 책들이 자꾸 겹쳐서 신기하다 생각했었죠.
오늘은 겹치는 책이 하나도 없는 걸요.(양철님께서 선물하신 『유령이 쓴 책』은 빼고)

집짓기 책을 저리 많이 갖고 계시다니 진짜 놀라운걸요.
혹시 나중에 시골에서 직접 집 짓고 살 생각이신가요?

양철나무꾼 2016-04-28 10:14   URL
그때나 지금이나 제 관심분야가 다양한건 여전하지만,
궁금한게 많아서 여전히 먹고싶은 것도 많지만,
님과 겹치는 쪽은 남편의 일이랑 연관되어 책이 그쪽으로 다 가 있다보니, ㅋ~.
그리고 제가 이젠 책을 많이 줄이기는 하죠~--;

집짓기 책이나 건축 책들이 말예요.
은근 재밌다니까요, 온 우주를 담고 있는 것 같이 여겨져서 말예요.
시골에 집짓고 살지는,
제가 달팽이와 동거동락 할 수 있는지, 의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겠죠?
아직은 상추에 붙은 달팽이를 보면 기겁을 합니다~--;
 

밤새 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야 싹을 돋우고 자라나는 나무나 풀도 아니면서 밤새 잠을 설쳤다.

며칠전 아침 산책길에 보니 목련나무와 천변 이름모를 나무에도 잔뜩 물이 올랐던터라,

요번 주말엔 가까운 공원이나 뒷산으로라도 꽃구경을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툴툴거릴 사이도 없다~--;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옛날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는데,

가난한 선비 내외의 집에 또 가난한 나그네가 하룻밤 머물게 되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딱 지금처럼 비가 내렸다.

가난한 선비 내외는 '가라고 오는 가랑비요.'했을테고,

또 가난한 나그네는 '있으라고 오는 이슬비요.'라고  했을 거라는 얘기.

 

지금 내리는 비를 '꽃비'라고들 한다.

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꽃비'이고, 꽃을 떨구고 열매 맺게 하느라 내리는 비도 '꽃비'가 되는 셈이다.

삶의 상반되는 이면에 붙여진 같은 이름이라니, 삶은 그렇게 조금은 황홀하고 조금은 눈물겨운 것인가 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ㅋ~.

우울했었던게 맞나 싶게 이렇게 '룰루랄라~'거리는 것은,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강승원 님이 양희은의 목소리로 '4월'이란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곡도 좋은데, 가사도 좋다, 아흑~^^

 

접힌 부분 펼치기 ▼

 

양희은 - 4월(with 강승원)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
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
녹아 내리는 시절 기억들은 사랑이었구나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

 

펼친 부분 접기 ▲

 

삶에는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데,

강승원은 이 곡에서 배웅 못했던 헤어짐에 대해서 노래하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인 것은 맞지만,

이 곡과 관련하여 안해도 좋았을 말이 아닐까 싶어 아쉬웠다.

 

삶에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것이야 당연지사고,

살다보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존재하는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니까 아름다운 것이고,

강승원이니까 완전 멋있는 것이지만~,

but, 현실에서라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있을 때,

계속 연연하는건 깔끔하지 못한 일일 뿐더러,

현재에 대한,

현재의 나와 상대방에 대한, 책임회피이고 직무유기이지 싶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입장 바꿔 너라면 그렇게 깔끔하고 쿨하게 처신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다고,

알 수 없어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같은 책을 읽지 않겠냐고 하겠다.

 

 

 

 

 

 

 비밀보장
 송은이.김숙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2월

 

 

개그우먼들의 책이라서 그냥 웃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가볍게 터치하는듯 하지만,

충분히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책임감 있게 해결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난 깔끔하고 쿨하지 못하지만,

그녀들이  깔끔녀, 쿨녀라는건 이 책을 걸고 보장할 수 있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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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환희 2016-04-07 11:30   댓글달기 | URL
꽃비~~ 예쁜 말이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1   URL
독서의 환희 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독서를 통한 환희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래야 할테구 말이죠~^^

cyrus 2016-04-07 15:58   댓글달기 | URL
꽃비 때문에 벚꽃 이파리 절반이 땅으로 떨어졌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웠던 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4   URL
엊그제 목련과 벚꽃 타령을 했던것 같은데,
어느새 철쭉과 진달래로 바뀌었어요.

전 철쭉과 진달래 하면 소쩍새가 생각나고,
왠지 궁상맞아지는것 같지만,
그래도 이제부턴 온통 연두이고 초록일테니...한편 설레이기도 하답니다~^^

2016-04-0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4-12 14:11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양희은님의 노래를 듣네~ 참 좋다.
오늘은 양희은님 노래를 줄창 들어야겠다, 점심부터 먹고. ^^

꽃이 참 아릅다와서, 처연하더라.

양철나무꾼 2016-04-21 16:02   URL
난 오늘은 자우림~^^

맨날 먹는다고 하는데, 살은 다 어디로 가나?
내 살 좀 가져가라우요~ㅅ!
 

지난 밤, 오랜 친구가 전화기를 붙잡고 울어대는 통에 잠을 못잤다.

내가 누굴 만나고 무엇을 해도 무한 너그러운 우리집 남자가 만나는걸 아주 싫어하는 (무려 여자인) 친구다.

우리집 남자가 만나지 말란다고 내가 그 말을 꼭 들을 위인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만나지는 못 하고 가끔 전화로 안부만 묻고 지냈었다.

 

내 친구는 20대 초반에 남편이랑 이혼을 한 뒤,

대외적으론 클래식바라고 부르지만, 내가 보기엔 음침한 냄새가 나는 룸쌀롱 사장으로 살며, 악착같이 돈만 벌었었다.

2~3년 전이던가 어디 항공사 부기장이라는 남자를 만난다고 하더니,

얼마전 그 남자가 룸쌀롱을 정리하고 같이 살자고 하더라면서 좋아했었는데,

지난 밤에 전화해서는,

'알고보니 제비였네, 그놈이 해외로 튀었네' 해가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거다.

친구가 하는 얘길 추려보니,

같이 살자고 해서 다 정리를 하고 집을 얻는데 보태라고 돈을 맡겼는데, 

알고보니 같이 살자던 곳이 해외라는 것이었다.

남자가 안 데려가겠다고 했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그럼 그 사람은 틀린 말 한게 없는데, 같이 나가서 살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했더니,

자기는 체질적으로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싫고,

무엇보다 말 한마디 안 통하는 곳에서 '외로워서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하소연도 들어줄만큼 들어줬겠다, 그쯤에서 좀 자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됐을것을,

빈말 못 하고 할 말 못할 말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그동안 니네 가게로 불러들여 벗겨먹은 그 남자들 중에 뉘집 남편들도 있었을텐데,

그 남편들 기다리느라 집에서 외로웠을 아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보시했다 치고 덮으라고 했다.

 

내 보기엔 그 남자가 제비도 아니었지만,

그 남자가 제비라고 치고,

제비를 따라 해외로 가든, 제비를 보내고 이곳에 혼자 머물든 간에,

그런 정신 상태로라면 외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이 의사표현 할 수 있는 언어로 말을 하고, 그런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롭다는 사람들이 쌔고 쌘걸 보면,

외로움은 공감이나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감성이 아니라,

한번 외로움을 알아버리면 떨쳐버릴 수 없는 일종의 버릇이고 습관인가 보다.

 

전에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인간 관계를 앞에 두느라 참았었다.

참으니까 관계는 나아지고 남들로부터 착하다는 소리는 듣는데, 실상 내 속은 지옥이었다.

지금은 착하다는 소릴 못 들어도 그만이고, 인간 관계에 실패하더라도 내 마음이 천국인게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할말은 하고 살자'고 하고 싶은 대로 일단 내지르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노유진'의 '생각해봤어?'를 잼나게 읽었던지라, '할말은 합시다' 또한 완전 기대된다.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4월

 

 

하려던 얘긴 이게 아니고 시집 얘기인가 보다.

 

 

 

 

 시의 정거장
 장석남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예전엔 여러 시인의 시들을 묶은 옴니버스 형태의 시 모음집 내지는 시 해설서 따위가 자주 나왔었는데, 언제부턴가 뜸해졌었다.

그건 예전에 비해 시를 묶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시를 해설해내는 품이 형편없어서, 가 아니라,

시를 재인용할 경우 시 한편 당(시인과 그 시인의 시를 관리하는 출판사에게 각각 6만원과 3만원) 도합 9만원의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열악한 시 시장에 수지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시 해설서에 해설하고자 하는 원래의 시가 빠지다니,

궁색해도 너무 궁색한 변명이다.

게다가 이 책을 묶고 엮은 장석남 또한 시인이라는걸 고려한다면, 좀 비겁한 처사라는 느낌마저 든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그동안 내가 읽은 시 모음집이나 시 해설서 형태의 것 중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시를 재인용할때 생기는 저작권료에 대한 규칙이 이전인지 이후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안도현의 시작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인데,

시를 쓰기 위한 작법서로 뿐만 아니라,

시에 한발 다가가고 가까워져서, 시를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는 매개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수행해 내고 있다.

 

시를 이렇게 쓰라는 얘기는 독자들이 이런 시를 읽는다는 것에 다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먼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쓰라며, 이정록을 인용한다.

 

간혹 쓸 것이 없어서 못 쓰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그에게 간곡하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전화를 하는 곳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는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걸 쓰라고 한다. 곁에 있는 것부터 마음속에 데리고 살라고 한다. 단언컨데, 좋은 시는 자신의 울타리 안 문지방 너머에 있지 않다. 문지방에 켜켜이 쌓인 식구들의 손때에 가려진 나이테며 옹이를 읽지 못한다면 어찌 문 밖 사람 사람들의 애환과 세상의 한숨을 그려낼 수 있겠는가.

                                            '안도현의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중 54쪽, 이정록의 '문지방 삼천리'

 

언젠가 이정록 시인이 보내준 사진 한장이다.

이 사진을 보면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곁에 있는 것부터 마음속에 데리고 사는 것이,

시에 (그리고 시의 자리에 사람을 대입시켰을 때도 묘하게 통용된다~^^)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비법임을 알 수 있다.

 

쓸데없이 주절거리던 얘기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앉아있었던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어 께름칙해서 였다.

이 페이퍼 전체에 걸쳐서 내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할'말은 하고 살자는 것이었지만, 한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뚫린 입이라고 '아무'말이나 헤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해도 되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의 경계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그러고보면 요즘 세상에 해도 되는 말 따윈 없는 듯 싶기도 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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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8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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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2 15: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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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8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2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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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9 0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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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2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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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3-20 23:52   댓글달기 | URL
전 반대로 `부기장 같은 제비놈`을 어디.내다 버리지도 못할 친구로 둔 처지라.
그 하소연..망할 넋두리에 치가 떨립니다. ㅎ 이 종류의 사람들은
아무나 붙잡고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죄사함`받는 걸로 생각해서.

양철나무꾼 2016-03-22 16:12   URL
부기장 같은 제비놈`을 친구로 두셔서 좋은 점도 있네요.
고해성사를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덕분에 `고해성사`도 하시고 `죄사함`도 하시고...
겉으로 봐선 영낙없는 `신부님`과 `신도`이지 말입니다.
덕분에 `신부님`같은 분도 되어보고 말이죠~^^
 

요즘 책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봄이라고,

봄이니까 싱숭생숭한건 당연지사라고,

아지랑이가 발바닥을 간지르고, 꽃바람이 맘을 흔들어 놓는 통에, 

당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노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내가 사는 이 곳은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을 뿐이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 온국민의 정신이 쏠려 있는 동안, 조훈현이 새누리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

취미가 바둑이고 IT가 전공 분야라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가 뭔가 눈에 띄는 행보를 해주길 기대했건만,

그렇게 조용히 묻혀 넘어가더라~--; 

 

어제 애인과 작은 식당에서 느즈막히 저녁을 먹는데,

건너편 탁자에 어르신 세분이 언쟁 탓인지 곁들인 반주 탓인지 불콰하시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치 얘기는 가볍게 농담으로 시작해도 고조되다보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기 때문에 한편으론 불안했지만, 근래 처음 듣는 정치 얘기라서 반갑기도 했나 보다.

그 분들의 목소리는 적당한 크기였고 적당히 경쾌해서 말없는 애인과의 저녁 식사에 배경음악 삼아 듣고 있었는데,

애인이 '빨리빨리'하는 입모양을 한다.

"넌 투표 안해? 처음 투표하는건데...들어두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잖아."

"배울게 있어야 들어두지.

 의견이라는게 대립되는 가운데 발전이라는게 있는건데...저 할아버지들 얘기하는거 가만 들어보라구~!

 A도 안되고, B도 안되고, C도 안 되고, D도 안되고...다 안된다고들 하시는데,

 전부다 예스라고 해도 문제지만, 전부다 안된다는데 누굴 뽑으라는거야?

 엄마가 보기엔 저분들이 지금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처럼 보여?

 내 보기엔 딱 할일 없어서 시간 죽이시는 분들이구만.

 저 할아버지들 말대로라면 투표장 들어가도 투표할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나와야 하는구만.

 그럴바엔 아예 투표 할 생각조차 안하는게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 안하고 나은거 아냐?

 선거자금으로 들어가는 돈이 얼마고, 선거하러 가느라 들이는 수고로움이 얼만데,

 그냥 선거 안하는게 현명한 거라구~!"

느즈막히 시작한 애인과의 데이트는 그리하여 싸움으로 끝났을 뿐이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대신할 것처럼 얘기되어 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과 대별되는 인간의 그것으로 감성과 정서를 꼽는다.

증권사를 예로 들게 되면,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수익률 분석을 정확하게 하더라도,

인간의 감성과 정서가 그 분석에 개입해 오히려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는데,

인공지능이 분석한 예측이나 전망에 인간의 감성과 정서 외엔 다른 변수가 없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분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증권시장이란 다양한 인간들의, 다양한 삶이 반영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의 감성과 정서라는 것은 항상 부정적인 변수로만 작용하는걸까?

설혹 수익률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인간의 삶을 어느방향으로든 움직인다면,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소통하게 한다면 그만큼의 온기와 가치를 인정하고 평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따지면 인간의 감성과 정서라는 것은 인공지능은 가질 수 없는 장점이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감성과 정서를 놓고 비교를 하는 것이지만,

현실의 나를 대입시켜보자면,

난 고도의 두뇌와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에는 명함을 못내미는,

몸만을 혹사시키는 육체 노동자이면서 감정 노동자라는 생각을 한다. 

매일 저녁 퇴근하면서 감사하는건

나의 두뇌나 지식도 아니고 필 충만한 감성과 정서도 아니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나를 지탱해주는 사지와 몸뚱이인것을 보면,

인간의 친구이자 경쟁자이며 적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본일지도 모르겠다~ㅠ.ㅠ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송경동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ㆍㆍㆍㆍㆍㆍ

철조망을 끊고 굴뚝 아래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고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물질이

뺀찌라고 너스레를 떤다 올라와서도

자신을 살게 해준 건 구체적인 물질과 현상들

비닐 휘장을 찢어놓거나

굴뚝 재를 흩뿌리거나 먼지를 몰아와

언제 '노동'을 선사해준

바람에게 특히 고맙다고 한다

 

가장 가파른 곳에 서본 사람들은 안다

관념보다 귀한 게 물질임을

노동이 사람을 얼마나 사람답게 하는 것인지를

 

                                                        - '뻰치예찬' 부분 -

직접 몸을 움직여 본 사람들은 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꼴난 두뇌나 지식도 아니고 필 충만한 감성과 정서도 아니며,

하늘을 향해 뻗고 땅을 내리누르는 사지와 몸뚱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몸으로 무슨 운동이냐고

언제부터 운동이 머리로 하는 게 됐느냐고

나도 '열심히' 몸이나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철창 속 푸른 생각

                                                      - '몸철학' 부분 -

요즘은 두뇌계발운동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는 걸로 미루어,

인공지능이 하는 그것에도 운동이라는 말을 붙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그런 생각은 아주 잠시 였을뿐이고,

몸으로 하는 건 운동이고, 머리로 하는건 철학이라는 생각 또한 인간중심의 사고가 만들어낸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창만이 우리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편견도 얼마든지 우리를 얽어맬 수 있다.

가두거나 얽애매거나 고착시키지 말자.

 

       사적유물론

 

한 선생이 말했다

당신은 공적인 삶에 과도하게 치우쳐

사적인 삶이 너무 없다고

그러면 죽는다고

 

자주 만나는 선배도 말했다

운동 이야기를 줄이고 사적 대화 비율을

최소한 칠십 퍼센트로 늘리라고

그러지 않으면 모든 관계가 말라 죽는다고

 

조근조근 사주를 봐주던 이는

당신은 나무로 태어났는데

사주에 물이 너무 없어

늘 목마른 생을 살아야 할 거라고 했다

 

사적 삶이라니, 관계론이나

역사적 정치적 생명을 들어

대들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은

어느 쓸쓸한 저녁

 

이기고 지는 것만이

무엇을 이루고 못 이루고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는 삶의 시간들

 

롤랑 바르트를 들먹이지 않아도 나는 송경동이 아프다.

그는 김수영처럼 '시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고,

그래서 그의 그것은 어떤 서정성이나 기교보다 힘이 세다.

 

시집의 표지에 송경동인듯한 사람이 등돌리고 앉아 있다.

등은 침묵한 채로 많은 걸 말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감성과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은 등이 아닐까 싶다.

들고남(入出)은 이미 정체가 아니라 흐름이고 소통이다.

 

그게 아픔이 되었든 기쁨이 되었든 간에,

통증 또는 따사로움이 되었든 간에,

인간의 삶을 어느방향으로든 움직이고 변화시키고 싶다면 사람의 가슴보다는 등을 공략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러한 안생의 간난신고를 누구보다도 많이 겪었을 그가 변혁의 비빔밥을 하나 만들어 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그부터 조금은 더 허기지고 간절해져야겠다고 하고 있다.

이 착하고 순한 사람을 어쩔 것인가 말이다~ㅠ.ㅠ 

 

요즘 책이 안 읽혔던 건 그러고보면, 책이 우리네 삶을, 즉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전문영역인 감성과 정서는, 오직 인간만이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고 즐거움이어도 그렇고, 미움이고 화남이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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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7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8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3-17 14:37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 시집 읽고 있어요. 송경동 시인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죠. 김수영의 시처럼 살고 있는 송경동 시인에게 미안하고 고맙죠.... TT

양철나무꾼 2016-03-18 14:02   URL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부끄럽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지 하는데, 쉽지 않아서 더더욱 그렇구요.
 

*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는데,

어느 지역의 예비후보가 나와서 청년 문제와 관련하여 얘기를 하더라.

청년 고용 문제, 일자리 창출 문제, 복지부분 예산 따위의 단어들이 무게감 없이 스치듯 지나가는데,

사회자가 '지금 누리과정 예산도 부족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하고 붙잡는다.

그러자 이 후보 은근슬쩍 노선을 바꾸네, 복지 개념이 아니라 사회가 투자를 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흐억~--;

 

그 지역의 특성 상 '청년 문제'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겠지만, 공약으로 내세울 '문제'라는 것이 청년 계층에만 국한된 것일까?

중ㆍ장년층도 그렇고, 노령층도 그렇고, 대책이 없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은 다 마찬가지 아닐까?

어려운 단어나 외래어를 쓰는 것도 아닌데, 안개 속을 헤매는듯 모호하고 답답한 것이 만성체증이 되어 나를 내리 누른다.

 

**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사람이 아주 좋고,

이 사람의 '노후대책'에 전적으로 동조할 의사가 있다.

좋다고 설레발을 친게 벌써 한두번이 아니라서,

그에 대한 예찬론은 이쯤에서 줄이기로 하고(=>링크)

유행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연예계에서 트렌드는 아니지만,

나이 어린 친구들이 아이돌이구 어쩌구 하는 것과 비교하면,

올드하다 못해 파파할아버지에 가깝겠지만,

책으로 치자면 베스트셀러는 아니어도 스테디셀러쯤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고전을 읽는 것도 어쩜 이런 차원인지도 모르겠다.

 

오래 살아 남는 것들은 오래 살아남는 것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시대를 아우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 즉 '보편성'이 되겠는데,

그렇다고 보편적이기만 해선 다른 것과의 차별성이 없으니, 오래 기억되긴 힘들다.

 

요즘은 사회문제만 하더라도 어떤 특정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계층 전반을 아우르는 만큼,

어렵고 복잡해선 개인 차에 부응,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주제가 명확한 것을 단순화 해서 한가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게 낫겠다.

 

***

요즘 '신영복' 님의 '처음처럼'을 아껴가며 읽다가,

얼마전 '강신주'를 읽으면서 당혹스러웠던 '공자'와 '논어'의 독법에 대해,

신영복' 님이 '강의'에서 밝혀놓으신게 떠올랐다.

 

 처음처럼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6년 2월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그러나 우리가 이 지점에서 합의해야 하는 것은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라는 사실입니다. 공자의 사상이 서주시대 지배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오늘의 시점에서 규정하여 비민주적인 것으로 폄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담론을 현대의 가치 의식으로 재단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지요. 공자의 인간 이해를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의 인권 사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예관을 이유로 들어 그를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사상가로 매도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전 독법은 그 시제를 혼동하지 않음으로써 人에 대한 담론이든 民에 대한 담론이든 그것을 보편적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이 고전의 담론을 오늘의 현장으로 생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강의' 141쪽에서)

 

 

여기서 얘기되는 '시제'라는 것은 시대를 아우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정도로 바꾸면 되겠는데,

이쯤에서 공자가 말한 恕의 원리를 짚고 넘어가야 겠다.

(강신주의 '관중과 공자' 251쪽에서 자세히 언급되고 있으니,)

난 거칠게 요약하자면,

타인을 배려하는 윤리로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마음에 부합하는 타인만을 사랑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배제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공자의 恕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에게 행하는 것이 된다.

 

나는 신영복 님 또한 아주 많이 좋아하지만,

너무 가볍고 경박한 설레발로 비춰질까봐 떠벌리지는 않았었는데,

내가 이런 얘길 하면, 혹 신영복 님의 안티로들 생각할까봐 분명히 밝혀둔다.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라는 신영복 님의 견해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시대를 아우르는 것 말고 또 하나 중요한게 있는데 그걸 간과하지 않으셨나 싶다.

시제를 정하기 위해선 '기준'을 정하고 그리하여 비롯함과 말미암음을 애기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한데,

그걸 바꿔 말하면, 보편성과 차별성 정도가 되지 않을까?

 

기준과 관점에 따라 같은 대상도,

때로는 배경이 되기도 하고, 여백이 되기도 하고, 잉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풍요 또는 결핍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강승원과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강승원도 노후대책을 한다는데, 난 어떤 노후대책을 해야할까?

아니다, 지금 이순간을 즐겁게 신나게 살면 되는 거다.

크게 누리지는 못하지만,

소소하게 행복해 하면서,

큰 일에는 앞장 서 내달리지 못하면서,

작은 일에만 분개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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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15 17:49   댓글달기 | URL
고전이나 역사를 읽을 때 최대한 많은 관점을 동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중에 올바르지 않은 관점은 제외해야죠. ^^

양철나무꾼 2016-03-16 23:50   URL
그러니까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 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선 오늘도 열시미 읽는 것 뿐이겠죠?^^

L.SHIN 2016-03-15 22:26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 올 때 마다 나는 무심코 저 계단을 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요.
도대체 저 계단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랫만이에요, 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6-03-16 23:53   URL
어머머~, 이게 누구래요?
와락~(__)
덥썩~(__)
잘 지냈어요?

전 저 계단 제일 밑에 걸터앉아서 책을 읽던지, 아님 운동장에서 농구하는 아이들 쳐다봤음 좋겠어요.
눈이 호사를 누리는거죠~^^

귀하게 아껴 뵙는것도 좋지만, 종종 자주 뵙는것도 좋죠?^^

L.SHIN 2016-03-21 16:14   URL
그거 좋네요. 계단 밑에 앉아 책을 읽는 거요.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데요? (웃음)

나무꾼님의 마지막 말이 묘하게.. 자주 와야겠군요..ㅋㅋ

양철나무꾼 2016-03-23 09:34   URL
이 댓글은 지금 봤네요~^^
저도 엄청 게을러서, 님을 부추길순 없고...--;
저랑 관계없이,
님은 언제 어디서나 인기만발이신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