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선어와 활어를 따질 것도 없이 회는 물론이고 찜이나 조림, 구이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내가 게걸스럽게 먹는 건 날치알밥 뿐이다.

소박하게 맑은 조갯국물이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없다.

날치알밥을 갯것에 넣기는 좀 민망하지만, 뭐~--;

작은 뚝배기를 불에 올리고, 거기에 밥과 김치를 쫑쫑 썰어넣고 날치알을 올린 뒤,

계란은 1인용 뚝배기엔 좀 과하니까,

메추리알을 하나 깨뜨려넣으면 완성되는 간단한 메뉴 말이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어류의 이름도 세세히 모르는건 당연지사,

이 책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도 사진 속 물고기의 모습이 너무 리얼하다는 이유로 한쪽으로 치워놨었다가,

할일없이 아무렇게나 넘기다가 만난 글들이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었어도 좋고 안 읽고 이 책만을 읽어도 좋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것들 말이다.

나는 생선 손질을 할 때 지느러미를 잘라내지 않는다. 요리를 해놓으면 등과 꼬리 자느러미가 제 모습을 지키고 있는 게 보기에도 좋다. 그런데 할머니는 다르다. 모두 잘라낸다. 그냥 두는 나를 보고 뭐라 한다. 짤라버려라, 싫소, 그것을 뭐하러 붙여놓냐, 그냥 두는 게 좋다니까요, 이렇게 투닥거린다.

한번은 전화가 와서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그새 내 것을 모두 잘라놓고서 모른 체하고 있었다. 아니 이거 왜 잘랐어요? 아 글쎄, 먹지도 않을것을 왜 붙여놓냐고. 둘은 기가 막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합의를 본 게, 영자 것은 영자 맘대로, 순돌이 것은 순돌이 생각대로, 이다.. 그래서 냉동을 해놓아도 네 것, 내 것 구분이 쉽지만 지금도 탐탁지않게 여긴다.

지느러미를 잘라내버리면 단순한 고깃덩어리 같다. 제 모습을 유지해놓으면 생명체의 느낌이 든다. (시인들은 이때 이렇게 말한다. 한때 눈부신 생명이었던 것들이 어쩌고저쩌고). 그래야 구석구석 살조각까지 살뜰히 먹어진다. 나는 이게 예의라고 생각한다.(108~109쪽)

이런 감각적인 글들도 좋지만,

내 시선을 끈건 내가 먹는 '알밥'의 생략된 앞 두글자에 들어가는 '날치',

알들의 엄마ㆍ아빠인  '날치'였다.

책 속의 사진들을 보면 리얼한 것이 바다를 품은 듯도 하고, 하늘을 품은 듯도 하고 생각이 달라지지만,

이 그림으로만 봐선 귀엽다.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손택수 지음, 정약전 원저 /

 아이세움 / 2006년 3월

 

 

날치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가지고 있던 또 다른 책 손택수가 지은 책'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를 들춰보게 되었다.

귀여운 건 마찬가지인데, 그림체가 다른지라 그림이 한층 자세하다.

 

한창훈과 손택수, 둘다 글이 빠다를 발라놓은 듯 맨도로롬하고 고소하지만,

각자 개성 차이가 확실한지라 다르게 읽힌다.

 

날치 부분에서 손택수가 재미있었던건,

날치를 『산해경』을 인용해가며 '나는 물고기'라고 하는 부분이었다.

('날으는 원더우먼'과 관련 '날으는'이라고 하지 않고 '나는 물고기'라고 한 것도 좋았다.)

 

『장자』라는 책을 인용하며 '곤'이 날치일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장자』에도 "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붕의 등 넓이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곤은 바다를 상징하는 물고기이고, 붕은 하늘을 상징하는 새다. 이들은 한 몸으로 이어져 있다. 물고기를 잡아먹은 새가 날아다닐 때, 물고기는 새의 몸을 빌려 입은 것이 된다. 그 새가 죽어 먼지가 된다면 물고기들은 또 그 유기물을 섭취하며 헤엄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물고기는 새가 빌려 입은 몸이 아닌가. 이 신화를 통해 동양 고대의 상상력이 얼마나 유기적인지를 알 수 있다.(92쪽)

 

내가 장자에도 인용되는 '곤'일지도 모르는 '날치'의 알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뭔가 영겁의 시간을 넘나들며 일어나는 우주의 계획과 질서에 간여하는 것 같아서 숙연해지니까 말이다.

 

한창훈의 책 뒷표지를 보면, 허영만은 한창훈의 글을 통해서 '한창훈의 자유로운 삶을 통해 대리만족한다'고 되어 있는데,

나도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자유로운 삶을 대리만족하고 싶기도 한데,

막상 자유로운 삶이 주어지면 만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받았다며 어떠지 못해 하지 않을까 싶다.

 

암튼 자유로운 삶이란 자신이 헤쳐나가기 나름이지 싶다가도,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 관조하는 '도깨비'의 명 대사처럼 사람으로선 어쩌지 못하는 신의 영역이 아닐까 싶어 체념해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실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고,

땅이나 산은 가다가 협곡을 만나거나 바다를 만나면 끊기지만, 모든 바다는 하나로 통한다는 거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연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귀속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내일 모레면 3년인데, 아무것도 해결된게 없다.

북한에서는 어딘가 바다를 향하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모양이다.

 

봄이 한창이다.

어느 드라마속에선 '도깨비'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 하는데,

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슬프고 눈물겹다.

봄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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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4 16:17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0 15:4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4-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든 생선을 다 좋아해요. 그런데 유독 먹지 못하는 생선 부위가 있어요. 그게 생선의 눈알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7-04-20 15:50   좋아요 0 | URL
한창훈의 책엘 보면 말이죠.
한창훈의 아는 형님이, 생선 눈알을 좋아하는 딸내미를 위해.
생선 눈알을 모은다는 얘기가 나와요.

저와 생선을 안 먹으니까 해당사항이 없고,
생선 좋아하는 사람들 보면 완전 좋아하던데,
의외네요~^^

2017-04-17 18:0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0 15:5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동안 책을 통 읽지 못했었다.

전에 읽은 책들에 이어서 쭈욱 진도를 빼지 못 하고 맥이 끊겨버리자,

고비를 넘지 못 하고 계속 버퍼링 중이었다고나 할까?

 

그런 중에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었다.

그가 쓴 '홍합'을 20대 후반에 접했었다.

책이 너무 비릿하여서 버거웠던 기억이 있기에,

그의 다른 책들을 잘 읽어낼 수 있을까 망설였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 책의 원조 격인 '향연'이 좋다더라는 사람도 있었고,

누군가는 '꽃의 나라'를 읽기 전까지는 한창훈을 제대로 읽은게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라는 제목만 가지고 작법서쯤으로 생각, 못 읽고 넘어갈 뻔 했는데,

지금이라도 연이 닿아 읽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가 왜 이 책에 열광하고 이런 글들을 읽으며 살아야 하는지는 알겠다.

그는 글을 쓰는 것으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아픈 이야기가 단 열두 줄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담겨 있는 거였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이게 문학의 언어이구나. 이런 말로 써야 되는구나.

상황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언어. 견디는 자세가 아픔을 더 크게 보여주듯이,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는 자의 얼굴이 좌중의 웃음을 유발하듯이, 언어는 냉정하게 정돈된 거라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164쪽)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것이 진정한 문학이고, 문학의 언어라고 말들을 한다.

때로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미미하다 싶어,

말줄임표(ㆍㆍㆍㆍㆍㆍ)를 앞에 내세우고 공허한 웃음을 흩뿌리기도 하지만,

같은 단어를 두고 받아들이는 온도도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웃음의 표정을 두고도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그 무렵 텔레비전에서 배우 부부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일부분을 본 것이라서 그 후 어떻게 펼쳐졌을지는 모르겠는데,

남자가 잔소리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데,

여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식으로 묵묵히 참고 그냥 웃어버리는 것이었다.

희귀병을 앓았다니까 힘이 들때면 더 웃게 된다는 여자의 입장은 이해할 듯도 했지만,

화내지 않고 웃기만 하는 그녀에게 남편이 느꼈을 소외감과 답답함 또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하여 충분히 전해졌다.

 

그 연장선상이 되려나.

이 책에선  '안현미 시인'이 등장한다.

여러 쪽에 걸쳐서 등장하는 그 꼭지의 제목이 '오죽하면 시를'이다.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면,

훌륭한 작가들이 여러명 나오고,

한창훈의 가족이나 친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여럿 소개되고는 있지만,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거나,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말이 한번도 나오지는 않는다.

그는 삶을 담담히 읊조리듯 써내려가고 있고, 그걸 우리는 문학작품이라고 부를 뿐이다.

 

"시란 한마디로 뭐나."

"ㆍㆍㆍㆍㆍㆍ"

"친구도 없고 장난감도 변변찮은 시골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신의 상처를 가지고 논다. 무릎이 까지면 자꾸 만져보고 딱지가 앉으면 그 딱지를 뜯어내며 혼자 논다. 시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상처를 가지고 노는 것. 상처를 확인하고 상처에 집착하며 상처로 명상하며 상처로 의미를 획득하고 상처로 지경에 이르는 것. 내가 창작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지만 선생의 그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223쪽)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한창훈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와 다르진 않을 것이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과 주인의 품격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자아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도 그 시절이었다.(123쪽)

 

입은 다물기 위해서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무심한 품위.(143쪽)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일일 것이다.

음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텔레비전 드라마나 예능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감성의 본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 생활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에서 왜 쓰는지 한구절도 알아차릴 수 없을지라도,

삶을 진솔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내 삶 또한 부풀어오르고 윤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겨울이 깊어가자 눈이 잦았고 호수는 얼음을 뒤집어쓰고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공사 현장 일을 다녔다. 탯속 같은 눈길을 걸어 새벽 첫차를 탔고 밤 깊어 귀가할 때 다시 눈이 내렸다. 지금은 눈 내리는 호숫가에 머물고 있지만 세상 어느 곳인들 춥지 않은 곳 있겠는가. 더 살고 골똘히 궁리하다보면 살아가는 방법 한구석쯤은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나는 세상을 좀 앞당겨 살아버렸는데 어쨌거나 젊음이 끝나기도 전에 늙음을 기웃거려보는 것이 소설가의 팔자라고 생각하는 게 그 이유이다. 그런 시간대를 지나면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한다.

"아름답게 늙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런 나는 찾았을까?(165~166쪽)

 

'개그콘서트'를 보면 '고집불통'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거기 유행어가 '그건 난 모르겠고~'였다.

그 버전으루다가 한창훈이 왜 쓰는지 그건 난 모르겠고,

'왜 사냐건 웃지요.' 할 도리밖에~.

 

이 책의 표지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책 중간에 나오는 따님 이름이 단하인걸로 봐서 그 '한단하'인가보다.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 판단할 깜냥은 아니어 주시고,

그림이 따뜻한 것이 책과 잘 어울린다.

좋다.

 

이쯤에서 접어야 하는데, 구구절절 사설이 길다.

'정미조'의 '개여울'이 듣고 싶은데,

왜 그런지 '그건 난 모르겠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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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17-04-07 1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산문집, 참 좋았어요^^

양철나무꾼 2017-04-07 17:56   좋아요 1 | URL
네, 이 산문집도 참 좋았고,
님이 이 페이퍼에 댓글 달아주신 것도 참 좋아요~^^

cyrus 2017-04-07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서 아는 것을 글로 정리하니까 안 잊어버리게 되고,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만 읽는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똑똑하게 산다고 확신할 수 없어요. 그래도 저는 독서가 아름답게 늙으면서 지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7-04-11 13:44   좋아요 1 | URL
아핫~^^
그러고보면 cyrus님은 리뷰고 페이퍼고 정리력이 탁월하신 것 같아요.
정리하고, 안 잊어버리고,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바로 잡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쫌‘ 멋진 일 같아요~^^

겨울호랑이 2017-04-07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자신이 가진 감성을 온전하게 언어라는 도구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섬세한 ‘줄‘ 또는 ‘사포‘로 자신의 감성을 조각한다면, 저는 그렇게 섬세하지 못해서 망치로 부수는 느낌(?)이 드네요.ㅋ ‘시‘를 정의한 글이 참 마음에 와 닿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4-11 13:55   좋아요 2 | URL
언어가 자신의 감성을 표출하는 도구이긴 하지만,
그래서 언어로는 다 표현하지 못 하는 것 같아요.
말이나 글 말고도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 말예요.

님처럼 어려운 내용들을 쉽게 정리해 글을 쓰시는 분이 이렇게 얘기하시다니...겸손이 지나치시군요.^^

섬세한 줄과 사포로 하는 조각도 좋지만,
때로는 서툴거나 거질거나 무뎌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햇살이나 바람, 강 하류로 흘러가 굴러다니는 둥근 조약돌 따위의 자연은 서로 다투지 않으니까 말예요~^^

푸른희망 2017-04-07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백번을 누르고싶네요.
저 책도 좋았고 나무꾼님 페이퍼도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7-04-11 13:57   좋아요 1 | URL
요 위의 겨울호랑이 님이 알려주셨는데,
100번은 짝수여서 ‘좋아요‘와 ‘좋아요 취소‘의 반복에서 ‘좋아요 취소‘로 끝난대요.
그러니까 저도 홀수로다가...ㅋ~.

저 책이 좋은 건 당연지사고,
제 페이퍼도 좋다고 해주셔서...좋아요~^^

[그장소] 2017-04-0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좋다 .
내 책 읽고 정리는 하나 못해도 , 이런 글 부대낌은 참 좋네요 .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
점점점 미소가 지어져요 . ^^

양철나무꾼 2017-04-11 14:01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도 겸손이시네요~^^
님의 리뷰와 페이퍼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데...ㅋ~.

저는 너무 큰 부대낌은 사양하고요,
님이랑 처럼 가볍고 경쾌한 그런거요~.

그런데 잘 지내시는 겁니까?^^

[그장소] 2017-04-11 17:23   좋아요 1 | URL
아아아아아아~~~, 양철나무꾼님 .
가볍고 경쾌하고 그런거 저도요!^^

잘 지내냐 물으니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못하겠네요 . 괜찮다고 하면 괜찮아 지겠죠?
그러니 괜찮습니다.( 질문은 그게 아닌데..ㅎㅎ)

설해목 2017-04-08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따님인 한단하 양이 아빠의 책 표지를 만들었네요.
한창훈 작가님의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란 책에는 딸인 한단하 양이 책에 실린 일러스트도 그렸어요.
부녀 사이가 참 좋아보이더라요. ^^

양철나무꾼 2017-04-11 14:03   좋아요 1 | URL
님 댓글 보고,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찾아봤어요.
소설집인가 봐요.
아직 못 읽었는데, 언젠가 찾아보고 싶네요.
좋은 추천, 고맙습니다, 꾸벅~(__)

단발머리 2017-04-11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양철나무꾸님~~~ 이 페이퍼 참 좋아요~~~~
저도 예전에 이 책 읽었는데, 전 정말 이 아름다운 문장들을 어떻게 읽어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저는, 이런 일화 있잖아요.
한작가님 옆학교던가, 옆교실의 여학생반의 칠판에 한작가님 욕이 찰지게 적혀 있을 정도로 유명하셨다는 이야기,
그런 게 기억이 나네요.

인용해주신 단락들이 참 좋아서, 혼자 앉아 맞아! 맞아!를 외치고 있는 아침입니다.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7-04-11 14:05   좋아요 1 | URL
아아아아아아~~~~~~~, 단발머리 님.
좋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 읽고 있는데,
이것도 왕 좋은 걸요.

책도 좋고,
님이 격하게 좋아해주시는 것도 좋고,
배가 빵빵한 것도 좋은,
좋은 봄날 오후입니다~^^

2017-04-12 20:08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4 12:2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볕이 따뜻하고, 봄바람이 살랑 불고, 아지랭이가 아른거린다.
매년 같은 봄이지만 나에겐 새 봄 같아서...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개미 한마리 없길래 좀 쉬어야 겠다고 친구에게 톡을 보냈더니,

개미나 세면서 쉬라고 하더라.

하긴 요즘 하루 하루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 봄 때문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젠가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내가 '세.젤.예'인가 묻는 망언을 하였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고, 내 친구답게 '존.예.다'라는 답장을 보내줬다.

이 친구가 워낙 반듯하게 사는 유형이어서,

난 이 '존.예.'를 '세상에서 젤 이쁜'을 나타내는 '좋은 예'라고 알아듣고 희희덕 거렸는데,

알고보니 '존나 예쁘다'의 줄임말이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오늘도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는다.

어제까지는 최진석의 시선을 탁월하다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계속 용어를 정의하고 일반론을 되풀이 하는 것을,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니까 그렇게 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한걸음 떨어져서 보니,

기본이 되는 용어를 정해놓고,

용어에 살을 붙이면서 개념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그냥 나열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대립이 공존하고, 서양에 의해 동양이 완전 패배하고 이딴 것을 明이니 敗니 하는 한자어를 사용하여 재정의 하는 식이다.

모두가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만 바꾸게 되면,

최진석이 연구한 노자ㆍ장자는 무위자연을 외치던 사상가 이전에 정치가 였다.

때문에 최진석도 단순히 노자ㆍ장자를 연구한 철학자나 사상가이기 이전에,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발전시키려던 정치가, 적어도 전략가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말 그대로 동양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서양을 공부하고, 국제사회로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 모두가 나라를 구하고 국가적 위신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다산을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는데 미숙해서 피상적인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다산을 국외로는 눈을 돌리고 시야를 확장시키지 못했던 인물로 폄훼하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펼친 실학적 사유들을 유학적 도덕주의에서 비롯된 피상성 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기만 할까?

오랜 세월을 유배되어 귀양살이를 한 그가,

날개를 펴기는 커녕 움씬 하기조차 힘들었을 그가,

생각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펼쳐보일 수가 있었을까?

 

말은 유니크 하다는 표현을 써서 선진국 수준을 삶을 살려면 선도력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가 묻고 나열하는 얘기는 일반론을 넘어서지 못 하니 아쉬울 뿐이다.

무엇보다 그가 나열하고 있는 선진국이란 나라와 선도력이란 것이 굴절되고 왜곡되고 있는 세태이다보니,

선진이기 이전에 도덕적으로 규격이나 함량 미달이라는 느낌이 강해져 버린다.

 

대교약졸이라고 했던가?

내 눈엔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게 아니라, 지식의 나열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니 하는 말이다.

 

 

 

 여자전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김서령의 책들을 좋아한다.

이 책의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구할 수 없었는데 다시 나왔다.

한국 현대사를 맨몸으로 헤쳐온 여자들의 이야기란다.

책 구입을 극도로 자제하고는 있지만, 들이지 않고 베길 수 있겠는가 말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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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3-17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양철나무꾼님 경우처럼 마음에 맞는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삶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3-18 10:20   좋아요 1 | URL
연의 같이 ‘세.젤.예‘ 딸이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마음 맞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예요~^^

봄볕이 따뜻하고 봄벼이 싱그러워요.
연의랑 야외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

서니데이 2017-03-1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은 존예와 세젤예 중 어느쪽이 마음에 드시나요.^^
요즘 낮은 따뜻한데 오후가 지나면 다시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양철나무꾼 2017-03-18 10:22   좋아요 0 | URL
전 존예가 좋아요.
세. 젤. 예.는 앞에 수식어가 들어 가줘야 하잖아요.
‘내눈에는‘이라는, ㅋㅋㅋ~.

그렇게혜윰 2017-03-19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뽐뿌질 당하는 중입니다 ㅠㅠ

양철나무꾼 2017-03-21 10:09   좋아요 0 | URL
김서령은 집이야기랑 家 때문에 알게 됐는데,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들죠~--;

서니데이 2017-03-2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시가 가까워지는데, 점심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3-27 16:20   좋아요 1 | URL
아핫~^^
오늘은 3월 27일이고 오후 네시가 조금 지났네요.
북플로 읽다보면 이웃분들 글에 좋아요는 누르게 되는데,
며칠된 제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는 소홀하게 되네요.

비가 오는데, 우리 맘까지 흠뻑 젖지는 말자구요~^^

서니데이 2017-03-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금요일이예요. 봄이 다가와도 아침과 저녁의 바람이 차갑네요.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3-27 16:26   좋아요 1 | URL
비 내리고 쓸쓸한 것도 같고, 쌀쌀한 것도 같고,
울적해요~ㅠ.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달래보려구요~.
우리 따뜻하게 차 한잔 해요.

생각하지 못했던 님의 댓글에 완전 기분 좋아지는걸요.
감사합니다~^^
 

오래된 식물에 물이 오르고 꽃망울이 맺히는걸 보니 봄인가 보다.

 

아니, 춘곤증에 시달리는걸 보니 정녕 봄인가 보다.

요즘 같을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잠깐 눈이라도 붙여주면 오후 시간을 한결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점심시간과 동시에 뚱뚱한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두꺼운 솜 외투를 걸치고 등에는 대형 백팩을 멨는데, 입구에 꽉 들어찼다.

접수에서 점심시간이 막 시작했으니 다녀오시라고 했으나,

엉덩이를 들이밀어 앉더니 '허어~!' 목을 풀었다.

무슨 기도를 시작하였는데 몸 전체가 울림통인양 쩌렁쩌렁 울린다.

한쪽에 누워서 눈만 감은 난 통성 기도의 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고 생각했는데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할머니라고 하기엔 좀 젊은 목소리가 말했다.

"예수님의 성령으로 천국으로 부름을 받으셨다구요?"

"네,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전 이미 천국으로 부름을 받았거든요."

"근데 아까 기도 하는 걸 내가 조금 들었는데,

 일부러 들은건 아니구요...목소리가 크시니까 자연 들리더라구요...

 세어보니 병이 열네 가지던데요.

 병원에 올거 뭐 있어요, 천국으로 그냥 가면 되지?

 부름을 받았으면 그에 응해야지,

 아자씨 말대로 그렇게 훌륭하신 예수님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것도 경우가 아닌거죠.

 하긴 공공장소에서 혼자만 부름을 받겠다고 이렇게 떠들어대는 걸 보면 원래 경우가 없는 분이신것두 같네요.

 천국 가셔서 아버지 만나시거든 제가 가정 교육을 그렇게 시키신게 맞냐고 여쭤봤다고 말씀 드려 주시구요."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다보면 중국에서 만난 도사 얘기가 나온다.

 

사실 제 전공이 도교인지라 가끔 도사들을 만날 일이 있습니다. 도사라고 하면 구름 타고 다니는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도교라는 종교의 교회를 도관이라 하고, 도관에서 활동하는 성직자를 도사라고 합니다.ㆍㆍㆍㆍㆍㆍ제가 만난 도사는 시골에서 수양만 하던 촌 도사였는데, 그 촌 도사가 저한테 전공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제 전공이 철학이라고 했더니 그 도사가 대뜸 이랗게 말합니다.

 

철학이 국가 발전의 기초다. (71~72쪽)

 

위의 뚱뚱한 남자와 좀 젊은 할머니의 대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또 이런 구절도 나온다.

 

그런데 탁월한 시선으로서의 철학적 사유라는 것이 그리 쉽게 되는 일은 아닙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익숙하게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인이 하는 것처럼 언어 자체를 들여다보거나 또 시적인 높이에서 언어를 지배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차원이 달라지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시를 이해하는 사람과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세계를 보는 통찰의 깊이와 높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를 지배하는 시인과 언어를 단지 사용할 뿐인 보통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높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를 지배하는 시인과 언어를 단지 사용할 뿐인 보통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높이, 그 차이는 매우 클 수밖에 없죠. 사실상 철학은 아주 높은 차원에서 탁월하게 이루어지는 고도의 지적 활동입니다. 그래서 타고나지 않는 한, 훈련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97쪽)

 

 

 

 시인일기
 박용하 지음 / 체온365 /

 2015년 9월

 

내가 아마도 박용하의 '시인일기'를 읽지 못 했다면 저 부분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작인 '오빈리 일기'와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영혼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했던 터라 감흥이 더했다.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스스로 제외된 개인'이라 답하겠다. 다시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말에 걸린 자, 말에 질린 자, 말에 올라 탄 자'라 답하겠다. 또다시 시인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어둠이 되는 자, 빛에 긁힌 자'라 답하겠다. 이 황사 쳐들어오는 난감한 봄날,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용지물, 무용지물, 무용지물, 천하의 무용지물'이라 답하겠다. 다시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순간을 감별하는 자, 순간을 범하는 자, 순간을 데우는 자'라 답하겠다. 또 시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언어가 생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 답하겠다. 봄비 추적거리는 거리에서 시인이란 무엇인가 재차 묻는다면 '고통하는 사람, 슬픔 받는 인간'이라 답하겠다.ㆍㆍㆍㆍㆍㆍ('시인일기', '서문'인용)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으면 무엇이었을 것이며, 무엇에 열중하고 살았을까 라고 반문한다.

책을 읽고 리뷰나 페이퍼로 느낌을 옮기는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에도 열중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걸 최진석버전으로 옮겨보면 이렇다.

레고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덴마크의 한 컨설팅 회사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구하게 됩니다. 그 회사는 고객이 가져온 문제를 우선 철학적인 문제로 바꾸어서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레고는 원래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붙들고 있었는데, 그 컨설팅 회사의 조언에 따라 기존 질문을 다음과 같은 철학적 질문으로 바꿉니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인가?'(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95쪽)

 

황사가 쳐들어오지만, 봄비가 추적거리지는 않이서 다행이다.

낮잠을 제대로 못 자서 툴툴거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 페이퍼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춘곤증을 이겨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다가 외부의 방해로 실패했다...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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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1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오늘 낮에 어찌나 졸리던지요. 쿠키 아작아작 먹으면서 잠을 쫓았어요. 왜이리 잠이 쏟아지던지...
세상엔 별별 사람 참 많아요^^

양철나무꾼 2017-03-17 09:20   좋아요 0 | URL
요즘 낮에는 졸립고, 아침에는 배고프고 그래요.
저녁 때는 당근 춥고요~^^
세가지가 한꺼번에 오면 거지라는데, 따로따로 와서 거지는 면했어요.

저는 커피 한가득 타서 님처럼 쿠키 먹으려고요~^^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카슨 매컬러스 지음, 서숙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그 소도시에는 벙어리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늘 같이 있었고 아침이면 일찍 집을 나와 팔짱을 끼고 일터로 걸어갔다.(후략)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처음 두 문장을 읽는데 가슴 속 저 밑에서부터 슬픔이 조금씩 차올랐다.

슬픔이 차오르는데 반대로 나는 침잠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속수무책이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저 둘 중 하나는 안토나풀로스이고 다른 한쪽은 싱어인데,

안토나풀로스가 정신병원에 보내지면서 둘은 헤어진다.

그 다음 방문이 마지막 면회였다. 싱어의 2주일 휴가가 끝나기 때문이었다. 안토나풀로스는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렸다. 그들은 늘 하던 대로 병실 구석에 함께 안았다. 빠르게 순간들이 지나갔다. 싱어의 두 손은 절박하게 움직였고 갸름한 얼굴은 창백했다. 드디어 떠날 시간이었다. 일하러 가기 전 헤어질 때 그들이 매일 그랬던 것처럼 싱어는 친구의 팔을 붙들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안토나풀로스는 졸린 듯 그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싱어는 두 손을 주머니에 푹 찌루며 병실을 나왔다.(120쪽)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어버린 안토나플로스를 탓할건 없다.

사람은 잊어버리니까 사람이다.

새로 기억하는 것만큼 잊어버리니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두통에 시달리느라 얼굴을 찌그러뜨린 채로 살든지,

아마 미쳐버렸을 지도 모른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을 좋아하던 그가 이렇게 쑤욱 밀고 들어올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이 입에 주먹을 쑤셔 넣으며 울던 장면을 흉내내며 눈물을 참았다.

 

믹은 갑자기 얼어붙었고 음악의 도입무만 심장 안에서 뜨거웠다. 그다음에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몰랐지만 계속 기다리며 얼어붙은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잠시 후 음악은 다시 더 힘차고 크게 시작되었다. 하느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것은 자기 자신, 낮에는 걷고 밤에는 혼자 있는 믹 켈리였다. 갖가지 감정과 계획을 가지고 뜨거운 태양 속을, 그리고 어둠 속을 걷는 아이. 이 음악은 믹이었다. 확실히 믹 자신이었다.

  믹은 귀 기울여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음악이 안에서 들끓었다. 어떻게 들을까? 나중에 잊지 않기 위해 한 부분에 집중할까? 아니면 생각도 말고 기억하지도 말고 연주에 자신을 맡긴 채 각부분마다 귀를 기울일까? 와! 온 세상이 이 음악이었고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다 듣지 못할 것 같았다. 도입부가 다시 울렸고 꽉 쥔 주먹으로 가슴을 치듯 여러 가지 다른 악기들이 각각의 음을 동시에 연주했다. 그리고 1악장이 끝났다.(149쪽)

 

믹 켈리가 인생의 음악을 만나는 장면이다.

교향곡으로 쳐도 긴 편에 속하는 베토벤 3번을,

5분일수도 있고 밤의 절반일수도 있다고 표현한다.

 

분위기를 바꾸어,

내 인생의 음악은 뭘까.

그동안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Jackson Brown 의 'The road Out & stay'가 아닐까 싶다.

절정에 이르렀다 싶을때 The road Out 이 끝나고, stay로 넘어가는 그 부분에서,

같이 호흡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된다.

 

아아아~,

이렇게 센치해지는게,

이 책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때문인지,

아님 베토벤 때문인지,

베토벤 때문에 생각난 옛추억 때문인지,

그도 저도 아닌지 모르겠지만,

난 Jackson Brown 의 'The road Out & stay'나 돌려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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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9:45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2-17 13:32   좋아요 2 | URL
역쉬 님은 족집게이신듯~^^
엊저녁 내리는듯 아닌듯 비가 내려주셨고,
저는 뼈다귀해장국의 뼈를 쪽쪽 빨아가며 먹었는데,
뜨뜻한걸 먹으니까 한결 나아지더라구요~^^

헤르메스 2017-02-16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잭슨 브라운의 저 노래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라이브 마지막에 참 어울리는 노래죠. ‘stay‘ 부분에 이제 떠나려는 가수와 그것을 붙잡으려는 팬이 대화하는 것 같은 가사도 재밌고^^ 저 노래가 실려있는 음반 ‘running on empty‘도 무척 좋아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양철나무꾼 2017-02-17 13:40   좋아요 2 | URL
저는 90년대에 저 노래, 저 앨범을 빽판으로 들었는데, ㅋ~.
잭슨 브라운의 아내가 자살을 한 이후로 만든 곡이란걸 알게 된 후,
(제맘대로) 그런 식으로 감정 이입해서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 즐겨듣던 또 한곡이 스모키 ‘왓캔 아이 두‘네요.
추억 돋네요~^^

‘왓캔 아이 두‘를 우리말로 적은 이유는,
(그렇게 귀로 들어 우리말로 옮겨적듯 고래고래 따라 불러서라는~, ㅋ~.)

[그장소] 2017-02-16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잊어버리니까 ㅡ 사람이다...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데도 그런데도 잘 잊고마는걸 .. 나이 탓으로 돌리며 편하게 하룰 또 보내네요. 조금씩 어디선가 제 세상 일부들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져요 ...
당신의 감상에 턱하니 순한 개 앞 발처럼 얹고 .. 끄덕끄덕~

양철나무꾼 2017-02-17 13:48   좋아요 2 | URL
늘상 느끼는거지만 님의 댓글은 뭐랄까, 감각적이예요.
통통거려서 좋아요~^^

잊지않으려고 애쓴다고 하시니 한니발 렉터가 떠올랐어요.
님도 아실텐데 한니발 시리즈 중 ‘한니발 라이징‘에 한니발의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오는데,
거기서 어린 한니발의 가정교사가 한니발에게 ‘기억의 창고‘란 방법을 통하여 기억하는 법을 가르쳐줘요.

예전엔 뭐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요즘은 잊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니와,
나이 핑계를 대며 잘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그래요~^^

[그장소] 2017-02-17 20:00   좋아요 1 | URL
세월의 무게는 기억의 창고를 아무리 잘 간수해도 때가되면 물러나지고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걸 피할수 없는듯 해요 . 그걸 그저 노화라고 하면 어쩐지 다 당위를 얻는 것도 같고..
감각적으로 받아들여주는 분이니 그리 보이죠! ^^
한니발 기억법 , 저는 스티븐 킹 에서 드림케쳐 ㅡ를 더 제게 맞는 기억창고 방식으로 받아들였는데, 이것도 재미있네요!^^
그건 읽었을텐데 ㅡ 한니발이 제겐 그닥 매력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나봐요... 어느새 밀쳐진걸 보면..!!^^

yureka01 2017-02-16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젝슨 브라운의 광팬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2-17 13:51   좋아요 2 | URL
잭슨 브라운은 이글스 호텔캘리포니아와 쌍벽을 이뤄줘야 제맛이죠~^^

희선 2017-02-17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흘러 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것 때문에 잊는다면 좀 슬플 거예요 사람이 잊는다고 하는데 뇌 속에는 그게 다 있다고도 하더군요 그래서 어떤 일 때문에 잊었던 일이 불쑥 떠오를 때도 있는 거겠죠 책이 베토벤이 옛날 일을 생각나게 했나 보네요


희선

양철나무꾼 2017-02-17 13:58   좋아요 3 | URL
시간은 순차적으로 흘러가지만, 기억은 순차적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군요, 얄궂은 뇌의 장난이군요.
그래서 없어진 손가락이나 발가락 따위가 아프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거군요.

책이, 음악이, 그리고 날씨가 센치해지게 했는데...영화로도 나왔네요.
한번 훑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잠자냥 2017-02-17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리뷰로 다시 보니 좋네요.

양철나무꾼 2017-02-17 14:01   좋아요 2 | URL
님이 그 리뷰 쓰셨을때 봤었습니다.
완전 좋았었습니다.

저야 아직 리뷰도 아니고, 페이퍼일 뿐인걸요.
조만간 리뷰를 쓰겠습니다, 불끈~!

2017-02-17 14:08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7 14:19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2-1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코스키가 <고양이에 대하여>에서 베토벤에 대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베토벤 애쓴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양이처럼 내 집 거실에서 뒷다리를 들고 거시기를 핥고 있는 걸 용인할 정도까지는 아니다ㅋㅋ 고양이가 베토벤 이김ㅎㅎ 아, 진짜 이 책 읽으며 짠하면서 폭소 터트리게 하는 부분 많아 유쾌했습니다. 안 읽어 보셨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세요. 부코스키가 괴발개발 그린 고양이 그림이 다른 책 삽화로 실리지 않은 것도 이해됨. 너무 개처럼 그려서ㅋㅋ

양철나무꾼님 본문에 누가 되는 댓글이 아니길-,-;; 조인성 주먹 울상에서 저는 코믹 코드로 넘어가 버렸다는;

양철나무꾼 2017-02-20 11:00   좋아요 0 | URL
찰스 부코스키는 익살스런 표지 때문에 기억하고 있어요.
몇권 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해서...그 매력은 아직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조인성 주먹 코믹 모드 맞는데, 아무도 언급 안하셔서...
역시나 내가 너무 진지 모드였나 했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