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먹고 싶을 땐, 


기분이 좋을 때 보다는 우울하고 화가 나거나 도망치고 싶을 때였다. 맥주를 곁들이기도 했고 맵기 정도가 세고 강할수록 다음날을 애써 지우면서 더! 더!를 외쳤다. 그런 마음. 떡볶이는 어쩌면 그런 마음.


이 책의 저자는 딱 그런 내 마음을 겨냥해서 제목을 지었고 그 제목에 난 낚였고 제목의 석 자, 떡볶이만 내 마음에 들었고. 그런 느낌.


저자의 상담 내용과 책 말미 짧게 실린 의사의 후기도 그닥 새롭거나 생각할 거리를 주거나 하지 않았고. 뭐, 책이나 저자에 대해 좋게 쓸 게 없다.


그런데 떡볶이를 먹고 싶을 땐, 기분이 좋을 때도 물론 있다. 떠들썩하게 남편, 아이들과 튀김에 라면사리까지 푸짐하게 늘어놓고 (주로 금요일) 토요일 늦잠을 기대하면서 지난 일주일의 '이불킥' 모먼트들을 서로 고백하거나 놀리면서 (큰아이가 함께 할 때는 정말 드물다) 짧고 굵게 떡볶이 파티 후엔 아이들은 게임과 동영상으로 흩어지고 남편과 나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졸다가 잔다. 다음날 팽팽해진 얼굴.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도 떡볶이를 자주 먹는다. 재미있으니까. 여럿이서 여러 부재료를 넣고 맵게 끓기를 기다리고 콧물을 닦아내면서 우리 디저트로 뭐 머글까? 얘기하면서 한손으론 벌써 케익 카페를 검색하면서 핸드폰에 떡볶이 국물을 떨구기고 하고.


아, 그런데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동네 떡볶이 포장마차는 문을 닫았고요. 밍밍한 날에 떡볶이가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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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1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별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03-20 06:32   좋아요 0 | URL
정말 별로에요.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지만 떡볶이 먹는 얘기도 안나오고요. 저자의 욕심만 확인했어요. 책을 내겠다! 라는. 결국 2탄까지 냈더라고요.

moonnight 2020-03-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낚이지 않았음을 뿌듯해하는 일인입니다.ㅎㅎ^^;

유부만두 2020-03-23 18:45   좋아요 0 | URL
베스트 셀러가 설마...였습니다. ㅜㅜ

라로 2020-03-2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볶이 사진을 올리셨었나봐요! 봐도 배 안아팠을 듯,,하지만 그래도 안 보겠어욥!ㅎㅎㅎㅎ
사실 저 오늘 시험보고 친구들이랑 멀리까지 가서 맛있는 떡볶이 실컷 먹고 왔어요.
책이야 어떻든 죽고 싶을 정도는 아니라도
불안할 때 떡볶이 만한 음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요. 매콤 쌀쌀한 맛에 다 잊혀져요.ㅋ

유부만두 2020-03-23 18:46   좋아요 0 | URL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라로님 댁 모두들 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학기 시험 다 잘 마무리하시고요,
항상 멋진 롤모델이셔서 감사합니다.
 

시아버님이 응급실에 가셨다가 입원하시는 바람에 (네, 이 시국에) 아주 무서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지금은 퇴원하셔서 기력을 회복하신 상태. 그간 면회도 가족들 끼리 왕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 폐렴을 앓으신 적 있는 친정 어머니와는 전화만 하고 있다. 


난 원래 마음이 어두운 사람인지라 죽음, 시체 등이 언급되는 책을 잘 읽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편이다. 화장터에서 일하고, 장의학교에서 해부와 시체 방부 보존법도 배운 사람이 쓴 글이다. 대학땐 중세 역사를 전공했다고. (마녀, 죽음 등으로 논문 썼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시작으론 어린이 시절 목격한 추락사. 죽음. 이별 등. 


며칠 전 본 영화 <쥬만지>에선 게임 아바타들이 목숨 셋을 가지고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죽고 뿅 하늘에서 다시 떨어지고 빵 터졌다가 다시 나온다. 그리고 그 마지막 목숨이 다하기 전에 현실로, 게임 밖 오프라인으로 돌아와야만한다. 


나는...그러니까 내 목숨은 아홉은 커녕 셋도 아니고 하나인데. 나이는 벌써 이렇게 먹어버렸고. 강제로 끝나버린 요가와 필라테스는 다시 어깨와 팔 통증을 불러왔다. 조급하다. 이제 얼마나 더 살겠어. 매년 100권을 읽어도 (눈도 침침.... ) 2000권은 읽겠냐고. 


그래서,


이 책은 꽤 적나라하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람이 다양한 상황과 모습으로 죽고, 그 주검이 드러나고 물질적인지, 어떻게 체액 대신 방부액을 시체에 넣고 주검을 마주한 유가족들은 어떤 반응들을 사연들을 늘어놓고 화장로에 버튼을 누르고, 또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남는 것, 사람이었던 그 물질, 혹은 우주의 원소가 어디로 가서 머무르는지 써 놓았다.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하기도 조심스럽고 

이미 읽어서 알게 된 이야기들 중 머리에서 지우고 싶게 역한 부분도 있었고

여러 문화의 여러 장례 의식의 의미를 배워서 의미도 있었다만 

난 이 책을 읽고 슬펐다. 


자연스러운 죽음, 자연스러운 시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시아버지의 병원 생활을 잠시 도와드렸던 감상으론 그저 애처롭고 안타까웠지만 내 자신이 그 처지라면 빨리 생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그냥 놓아달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해 두었다. 하지만 당신은 내 뒷처리 다 잘 하고 따라오라고. 아우, 왜 눈물이 나냐. 개학이 4월 6일이래서 그런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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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17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 절절하신지요.

메르스 시절 임종도 못하고 바로
화장했다는 이야기가 정말...

30분마다 한 명씩 죽는다는
이탈리아의 현실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책을 읽
을까라는 지적도 그렇고.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개학 연기에 혼이
나가 버렸습니다.

유부만두 2020-03-18 08:26   좋아요 0 | URL
상황이 힘들어서 읽는 책이 더 절실하게 와 닿았어요.
이 책은 죽음과 그 예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라
혹자의 평대로 ‘경쾌‘하게 읽을 수도 있지만 추천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2주 반 더 집안에서 아이들과 복닥거릴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moonnight 2020-03-2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국에; 애쓰셨어요 토닥토닥ㅠㅠ 저도 요즘 부쩍 시력이 안 좋아져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 수 있을까 더럭 겁이 났어요. 쌓아놓은 책무더기들은 해결하고 가야 할텐데.(그러면서 또 책 주문-_-)

유부만두 2020-03-23 18:48   좋아요 0 | URL
일단 책은 사야 ....읽으니까요. ^^;;;
시력이 나빠지는 게 부쩍 느껴져요. 나이는 어쩔 수 없나요.
왜 진작에 조심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하고 있어요.

무서운 일은 덜컥 닥치고 가까스로 지나도 조마조마 한 나날입니다.
매일 그저 읽고 듣고 먹고 ... 춘래불사춘 입니다.
 

이 책을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없다. 아마도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나 서점의 주인 만화일텐데 다른 책 블로그에서 '그 유명한 서점의 다이아나가.... ' 라는 문장을 봤던 건 확실하다. 그래서 샀고 노란 책등에 귀여운 표지라 동화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난 책 설명을 안 읽는데 이게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동화처럼 시작한다. 초등 3학년. 

표지의 어린이의 머리칼이 노란 건 일본인이지만 술집에 다니는 엄마가 노랗게 염색해줬기 때문이고 진짜 이름이 '다이아나'이다. 가다카나로 쓰는 게 아니라 한자로 큰구멍, 뜻은 대박이라는 경마용어란다. 


떠나버려 아빠 얼굴도 모르며 그리워만하는 다이아나, 이 아이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아야코라는 친구를 사귄다. 늦둥이 딸이 동네서 손가락질하는 아이를 친구로 사귀는데 그 친구와 친구의 엄마를 편견없이 대하는 부모가 아야코의 제일 큰 축복. 하지만 아야코와 다이아나는 오해로 절교. 중고등학교는 각자 다른 학교에서 다른 진로를 걷고 성인이 되어서야 (그래봤자 스물셋) 만난다는 이야기.


일본 출판사가 작가를 '클럽'에서 접대한다는 얘기가 구구절절 변명을 덧칠하며 나오는데 접대하는 여성이 열다섯 살이면 이거이거 이 책이 뭘 끌어안고 있는 건지 짜증이 난다. 그런데 계속 노래하는 건 동화작가 남자의 ...어쩌고... 뭐요? 순수성이요?  


아이들이 각자 겪는 성인식이 예상 외로 거칠고 폭력적이고 강해서 .....어어어..... 이거 동화책 아닌데요? 를 진즉부터 했는데 ...아아아...이거 성격이 이런 책이었나....하다가 마무리에는 아빠의 모습이 푸쉬쉬, 거품 빠진 채 드러난다. 


책 내내 아빠를 그리워하고 술집 다니는 엄마를 무시하는 다이아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엄마가 알고보니?!) 차라리 아야코의 성장통과 일탈 그리고 결단력이 더 나아보였다.그런데 프랑소와 사강을 읽고 불문과 진학을 결정하는 얘도 뭐...


다이아나는 '빨간 머리 앤'의 그 다이아나다. 앤의 모습도 겹치지만 줄거리에서 과하게 쓰는 빨간 머리 앤의 소재는 없다. 책 좋아라하고 책으로 도망치고 위안을 얻는 캐릭터는 내 어린 시절 모습 같아서 (아, 지금도 그렇군. 집순이 밥순이가 오딧세우스를 왜 읽겠냐고. 숙제도 아닌데) 고른 책인데 이미 초반부부터 아 이 사람들은 너무 작위적이다 싶고 여자 인물들이 "귀여우려" 애쓰는 게 짜증나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가 있어서 후루루룩 읽었고 책 후반부의 강렬한 사건들과 마무리가 이 페이퍼를 쓰게 만들었다. (어쩐지 중학교 때 <빙점> 읽었던 기억이, 그 때 그 느낌이 떠올랐다.)


다이아나.... 난 영국의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먼저 생각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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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들의 '지난한' 인생과 작품 배경 이야기를 들려준다. 격주로 신문에 실렸던 칼럼을 묶은 책이라 글이 쉽고 재미있다. 25인의 인생에는 25의 몇 곱절의 고난과 결심, 무엇보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사랑과 함께 생에 대한 신념이 담겨 있다. 페미니즘은 은은하게 배경으로 깔려있다.


얼마전 읽은 Women at Work에서 만난 작가들이 많았지만 자세한 내용과 저작들의 정보가 사진들과 함께 있어서 다른 책과 영화들을 장바구니에 담기 좋았다. 우리나라 작가 박경리와 동양 작가 몇을 소개해서도 마음에 들었고. (토지를 읽어야 하는가,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다만... 저자의 애정이랄까 열정이 과하게 문장에 넘치고 각 챕터가 소제목처럼 매번 '글쓰는 여자는 00한다'로 끝나는 건 뭐랄까.... 오그라들었다.


민음사에서 만들어서인지 25인의 인물들의 번역서 표지들은 온리 민음사 것들만 소개해 놓았다. 여성 작가들의 생전 사진, 영화화 된 작품의 스틸컷들도 풍성하게 실렸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본문에서 자세히 언급, 설명 되어도 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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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작가 미카미 엔과 구라타 히데유키의 대담집. 각자의 집 책장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좋아하는 책, 작가, 어린 시절 읽었던 시리즈물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 싫은 점들 좋은 점들 그리고 더 좋아 죽겠는 점들에 대해서. 


스티븐 킹을 비롯한 호러물들에 대한 감상과 책을 사는 습관 ('있는데 왜 안사? 그냥 사는 거임')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담 중간부분의 일본 시리즈물들, 만화 이야기들은 모르는 것들이라 그냥 그랬다. 작가와 작품이 많이 알려진 것들도 본문 아래 큰 박스에 설명되 있어서 지면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블리아 고서당을 라이트 노벨 시리즈라고 하던데 이 책에는 그 보다도 더 라이트한 책들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뭐, 독서가 꼭 무거워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독서광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 그들의, 그리고 나의 모험은 끝이 없고, 독서도 책도 계속 된다! 나는 오늘도 눈 건강을 위해서 루테인을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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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3-17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나도 루테인 꼭 챙겨먹는다는

유부만두 2020-03-17 15:34   좋아요 0 | URL
저도 챙겨먹는데 눈이 침침하고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ㅜ ㅜ

언니네 동네는 괜찮나요? M 군이랑 두 딸들 학교는요?
전 12월 막둥이 방학때 부터 아주아주 힘들어요. 챙겨 먹이고 게임 못하게 (덜하게) 씨름하고요. 엉엉엉

2020-03-18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8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