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가 먹고 싶을 땐,
기분이 좋을 때 보다는 우울하고 화가 나거나 도망치고 싶을 때였다. 맥주를 곁들이기도 했고 맵기 정도가 세고 강할수록 다음날을 애써 지우면서 더! 더!를 외쳤다. 그런 마음. 떡볶이는 어쩌면 그런 마음.
이 책의 저자는 딱 그런 내 마음을 겨냥해서 제목을 지었고 그 제목에 난 낚였고 제목의 석 자, 떡볶이만 내 마음에 들었고. 그런 느낌.
저자의 상담 내용과 책 말미 짧게 실린 의사의 후기도 그닥 새롭거나 생각할 거리를 주거나 하지 않았고. 뭐, 책이나 저자에 대해 좋게 쓸 게 없다.
그런데 떡볶이를 먹고 싶을 땐, 기분이 좋을 때도 물론 있다. 떠들썩하게 남편, 아이들과 튀김에 라면사리까지 푸짐하게 늘어놓고 (주로 금요일) 토요일 늦잠을 기대하면서 지난 일주일의 '이불킥' 모먼트들을 서로 고백하거나 놀리면서 (큰아이가 함께 할 때는 정말 드물다) 짧고 굵게 떡볶이 파티 후엔 아이들은 게임과 동영상으로 흩어지고 남편과 나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졸다가 잔다. 다음날 팽팽해진 얼굴.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도 떡볶이를 자주 먹는다. 재미있으니까. 여럿이서 여러 부재료를 넣고 맵게 끓기를 기다리고 콧물을 닦아내면서 우리 디저트로 뭐 머글까? 얘기하면서 한손으론 벌써 케익 카페를 검색하면서 핸드폰에 떡볶이 국물을 떨구기고 하고.
아, 그런데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동네 떡볶이 포장마차는 문을 닫았고요. 밍밍한 날에 떡볶이가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