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응급실에 가셨다가 입원하시는 바람에 (네, 이 시국에) 아주 무서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지금은 퇴원하셔서 기력을 회복하신 상태. 그간 면회도 가족들 끼리 왕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 폐렴을 앓으신 적 있는 친정 어머니와는 전화만 하고 있다. 


난 원래 마음이 어두운 사람인지라 죽음, 시체 등이 언급되는 책을 잘 읽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편이다. 화장터에서 일하고, 장의학교에서 해부와 시체 방부 보존법도 배운 사람이 쓴 글이다. 대학땐 중세 역사를 전공했다고. (마녀, 죽음 등으로 논문 썼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시작으론 어린이 시절 목격한 추락사. 죽음. 이별 등. 


며칠 전 본 영화 <쥬만지>에선 게임 아바타들이 목숨 셋을 가지고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죽고 뿅 하늘에서 다시 떨어지고 빵 터졌다가 다시 나온다. 그리고 그 마지막 목숨이 다하기 전에 현실로, 게임 밖 오프라인으로 돌아와야만한다. 


나는...그러니까 내 목숨은 아홉은 커녕 셋도 아니고 하나인데. 나이는 벌써 이렇게 먹어버렸고. 강제로 끝나버린 요가와 필라테스는 다시 어깨와 팔 통증을 불러왔다. 조급하다. 이제 얼마나 더 살겠어. 매년 100권을 읽어도 (눈도 침침.... ) 2000권은 읽겠냐고. 


그래서,


이 책은 꽤 적나라하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람이 다양한 상황과 모습으로 죽고, 그 주검이 드러나고 물질적인지, 어떻게 체액 대신 방부액을 시체에 넣고 주검을 마주한 유가족들은 어떤 반응들을 사연들을 늘어놓고 화장로에 버튼을 누르고, 또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남는 것, 사람이었던 그 물질, 혹은 우주의 원소가 어디로 가서 머무르는지 써 놓았다.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하기도 조심스럽고 

이미 읽어서 알게 된 이야기들 중 머리에서 지우고 싶게 역한 부분도 있었고

여러 문화의 여러 장례 의식의 의미를 배워서 의미도 있었다만 

난 이 책을 읽고 슬펐다. 


자연스러운 죽음, 자연스러운 시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시아버지의 병원 생활을 잠시 도와드렸던 감상으론 그저 애처롭고 안타까웠지만 내 자신이 그 처지라면 빨리 생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그냥 놓아달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해 두었다. 하지만 당신은 내 뒷처리 다 잘 하고 따라오라고. 아우, 왜 눈물이 나냐. 개학이 4월 6일이래서 그런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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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17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 절절하신지요.

메르스 시절 임종도 못하고 바로
화장했다는 이야기가 정말...

30분마다 한 명씩 죽는다는
이탈리아의 현실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책을 읽
을까라는 지적도 그렇고.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개학 연기에 혼이
나가 버렸습니다.

유부만두 2020-03-18 08:26   좋아요 0 | URL
상황이 힘들어서 읽는 책이 더 절실하게 와 닿았어요.
이 책은 죽음과 그 예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라
혹자의 평대로 ‘경쾌‘하게 읽을 수도 있지만 추천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2주 반 더 집안에서 아이들과 복닥거릴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moonnight 2020-03-2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국에; 애쓰셨어요 토닥토닥ㅠㅠ 저도 요즘 부쩍 시력이 안 좋아져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 수 있을까 더럭 겁이 났어요. 쌓아놓은 책무더기들은 해결하고 가야 할텐데.(그러면서 또 책 주문-_-)

유부만두 2020-03-23 18:48   좋아요 0 | URL
일단 책은 사야 ....읽으니까요. ^^;;;
시력이 나빠지는 게 부쩍 느껴져요. 나이는 어쩔 수 없나요.
왜 진작에 조심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하고 있어요.

무서운 일은 덜컥 닥치고 가까스로 지나도 조마조마 한 나날입니다.
매일 그저 읽고 듣고 먹고 ... 춘래불사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