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없다. 아마도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나 서점의 주인 만화일텐데 다른 책 블로그에서 '그 유명한 서점의 다이아나가.... ' 라는 문장을 봤던 건 확실하다. 그래서 샀고 노란 책등에 귀여운 표지라 동화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난 책 설명을 안 읽는데 이게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동화처럼 시작한다. 초등 3학년. 

표지의 어린이의 머리칼이 노란 건 일본인이지만 술집에 다니는 엄마가 노랗게 염색해줬기 때문이고 진짜 이름이 '다이아나'이다. 가다카나로 쓰는 게 아니라 한자로 큰구멍, 뜻은 대박이라는 경마용어란다. 


떠나버려 아빠 얼굴도 모르며 그리워만하는 다이아나, 이 아이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아야코라는 친구를 사귄다. 늦둥이 딸이 동네서 손가락질하는 아이를 친구로 사귀는데 그 친구와 친구의 엄마를 편견없이 대하는 부모가 아야코의 제일 큰 축복. 하지만 아야코와 다이아나는 오해로 절교. 중고등학교는 각자 다른 학교에서 다른 진로를 걷고 성인이 되어서야 (그래봤자 스물셋) 만난다는 이야기.


일본 출판사가 작가를 '클럽'에서 접대한다는 얘기가 구구절절 변명을 덧칠하며 나오는데 접대하는 여성이 열다섯 살이면 이거이거 이 책이 뭘 끌어안고 있는 건지 짜증이 난다. 그런데 계속 노래하는 건 동화작가 남자의 ...어쩌고... 뭐요? 순수성이요?  


아이들이 각자 겪는 성인식이 예상 외로 거칠고 폭력적이고 강해서 .....어어어..... 이거 동화책 아닌데요? 를 진즉부터 했는데 ...아아아...이거 성격이 이런 책이었나....하다가 마무리에는 아빠의 모습이 푸쉬쉬, 거품 빠진 채 드러난다. 


책 내내 아빠를 그리워하고 술집 다니는 엄마를 무시하는 다이아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엄마가 알고보니?!) 차라리 아야코의 성장통과 일탈 그리고 결단력이 더 나아보였다.그런데 프랑소와 사강을 읽고 불문과 진학을 결정하는 얘도 뭐...


다이아나는 '빨간 머리 앤'의 그 다이아나다. 앤의 모습도 겹치지만 줄거리에서 과하게 쓰는 빨간 머리 앤의 소재는 없다. 책 좋아라하고 책으로 도망치고 위안을 얻는 캐릭터는 내 어린 시절 모습 같아서 (아, 지금도 그렇군. 집순이 밥순이가 오딧세우스를 왜 읽겠냐고. 숙제도 아닌데) 고른 책인데 이미 초반부부터 아 이 사람들은 너무 작위적이다 싶고 여자 인물들이 "귀여우려" 애쓰는 게 짜증나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가 있어서 후루루룩 읽었고 책 후반부의 강렬한 사건들과 마무리가 이 페이퍼를 쓰게 만들었다. (어쩐지 중학교 때 <빙점> 읽었던 기억이, 그 때 그 느낌이 떠올랐다.)


다이아나.... 난 영국의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먼저 생각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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