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미국 영토위에 펼쳐진 끔찍한 디스토피아. 도망갈 곳이 없다. 찻길 하나, 골목 하나를 감시 없이 혼자 다닐 수 없다. 편견과 계급으로 구분지어진 세상, 그 안에서 안전을 찾는 사람들. 이름도 의미 없고 친분이나 가족, 혹은 선전으로 떠드는 '도덕'도 끔찍하다.

 

Then 가까운 과거, 자유로웠던 시절은 아름답고 완벽했나? 그렇지 않다. 화자나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손가락질 당할 위치였다. 여성의 몸은 이리저리 대상화 되기는 마찬가지. 은행구좌가 닫히고 Luke의 위로를 받는 화자의 뜨악한 기분이 너무나 잘 이해된다. 순간 순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화자는 자기 혼자 편안한 Commander의 특별한 관심을 즐기게된다. 그렇다고 뭔가 달라지는가.

 

살얼음판을 걷듯 매순간이 아슬아슬하다. 수수께끼 같은 Nick, 거리의 벽에 내걸리는 처형자들. 긴장하며 읽었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마지막 챕터는 어쩌면 열린 결말을, 작은 소망을, 시즌 2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역사'로 묶어버린 게 끔찍하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현재가 과거를 바꾼다고 했지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에서는 너무나 설득적인 문장이었지) 이 소설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현재에, 그리고 마지막 챕터가 벌어지는 머언 미래에 용기있는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자들, 기록하는 자들이 있을 뿐.

 

글로만 읽어도 이리 생생하고 무서운데 영상으로 펼쳐보이는 미니시리즈는 더하겠지. 담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때 더 읽고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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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이야기!!! 작가가 1985년에 썼다는데 어쩜 이리 현실적일까. 신정국가로 돌아간 미국/길리어드, 예전의 자유 시대에도 만연했지만 극도로 치닫는 성차별과 통제. 글을 못읽게 하다니??!!! 저출산에 대응하는 국가의 태도. 개똥같은 컬러 코드와 신분 차별. 모든 책임과 비난이 쏟아지는 여성. 분노와 공포를 느낀다. 너무 생생하고 본듯해서...

이제 중반, 의외의 scrabble 장면. 문자와 문화, 인권의 관계를 생각한다. 강추. 무겁고 힘찬 디스토피아의 소설. ˝멋진 신세계˝ 따위 대신 읽어야 할 책. (이라고 적고 보니 '멋진 신세계'의 해설을 Atwood가 쓴 판본을 발견...)

그리고! 지하철의 임부 배려석은 ‘미래의 주인공들‘을 위한게 아니라고! 임부 자신, 그녀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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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7-04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부만두님이 애정하시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헤어진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이렇게 대단한 작품은 조금 숨 돌리고 읽고 싶은데...
자꾸 눈이 갑니다.
아끼지 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7-07-04 14:48   좋아요 0 | URL
아끼신다구요? 뭘요? ㅎㅎㅎㅎ 내쳐서 읽으세요. 그리고 저랑 같이 상처 받으시고, 무서워 하시고 감동도 하시고 그래주세요. 아 정말 왜이리 멋진 책들이 많은거죠?

에이미와 이저벨 좋았죠? 스트라우트 My name is Lucy Barton 이 곧 번역되 나온다고 하니 그것도 챙겨 읽으세요. 물론 Olive Kitteridge 가 짱이구요.

psyche 2017-07-0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윤이가 얻어준사인본 있다고 자랑했었지? ㅎㅎ 체구가 작은 할머니라고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고 하더라구. 나는 예전에 한글책으로 읽었는데 영어로 다시 읽어볼까. 드라마로 만들어서 그런지 요즘 다시 뜨고 있어 기분 좋네

유부만두 2017-07-04 14:50   좋아요 0 | URL
아.....그게 이 책이었구나요!!! 언니, 제가 왜 이제야 이걸 읽는지 막 억울한거 있죠? 하지만 너무 섬뜩해서 빨랑 못 읽겠어요. 작가가 정말 정말 스마트하고 이리 저리 비틀고 헤비고 쑥 들이대서 정신이 없어요. 그런데 scribble 장면은 너무 공감되는거구요. 드라마는 책 다 읽고 찾아 보려구요. 작가가 카메오로 출연도 했다더라구요. ㅎㅎ

레삭매냐 2017-07-0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영화보다 이번에 만든 드라마가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 보입니다.

원작의 재구성이란 이 정도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전범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직 책은 못 읽었네요.

유부만두 2017-07-04 14:51   좋아요 0 | URL
책은 책대로 드라마는 드라마 대로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중반인데 무서워서 더 빨리 못읽겠어요. 레삭매냐님 포스팅으로 오리엔테이션 했는데 강렬한 이미지가 책읽는 데 상상력을 부채질 하구요. 멋진 책이에요!

akardo 2017-07-04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신세계는 시녀이야기보다 반세기 전에 쓴 거니까요. 아무래도 요즘의 문제의식과 더 가까운 건 시녀이야기일 수밖에 없지요. ㅎㅎ 전 둘 다 좋아합니다. 이 장르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게 더 재미있더군요.

유부만두 2017-07-04 14: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멋진 신세계 읽으면서 아, 하나도 안 멋져서 막 속상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자 캐릭터가 너무 멍청하고, 끝까지 다른 이들도 폭력적이라 도망갈 틈이 없는 거에요.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죠. 디스토피아가 재밌으려면 현실이 어느정도 달라야 할텐데 전 자꾸 유사점만 보고 있어요. 이 소설 정말 대단하네요! 끝까지 정신줄 바짝 붙잡고 읽어보겠습니다.

akardo 2017-07-04 15:09   좋아요 1 | URL
30년대 남자 작가의 한계인 거죠. 여주가 그 사회의 룰에 단단히 세뇌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남자 작가가 그리는 여성캐릭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반대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일 듯.

유부만두 2017-07-04 15:17   좋아요 0 | URL
동감이에요! 그러니 여성작가에겐 조금 더, 뭔가를 기대하게 되는가 봅니다. 1930년대...정말 까마득한 옛날이네요.

꼬마요정 2017-07-04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현실감 있어서 읽으면서도 소름 끼치는 책이었어요. 이 책은 두번은 읽고 싶지 않지만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유부만두 2017-07-04 14:54   좋아요 0 | URL
정말 무서운 책인데요? 다시 안 읽고 싶어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니!
걸작이란 거죠? 그러니 독자를 잡아 먹고 있죠. ㅎㅎㅎ
 

이미 스트라우트의 소설로 아픈 마음. 더 어둡게 괴롭게 가 볼까. 컨셉은 자학. 3000원에 중고로 건진 Handmaid‘s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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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7-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인데... 3000원인데...
책 상태가 참 좋네요^^
오른쪽 음료랑 깔맞춤입니다^^

유부만두 2017-07-03 10:50   좋아요 0 | URL
네~ 음료랑 깔맞춤 맞아요. ^^
영국판 펭귄인데 거의 새책이었어요. 득템이죠.
그런데 외서는 아무리 비싼걸 사도 알라딘에 팔 땐 거의 1000원 (페이퍼백 기준)이에요....저도 많이 눈물 참고 팔았었죠.
 

벌써! 7월 이라구?!

난 겨울 이불을 이번주 내내 빨아 말리고 장롱에 넣고 그랬는데?  지난주말에야 에어컨 설치한 건 안자랑. 더워도 선풍기 돌리면서 창문 다 열어놓고 '먼지가 많으네' 라면서 걸레질을 했는데. 아, 맞다, 수박이랑 자두도 많이 먹었지. 여름이 맞구나. 나만 몰랐네.

큰 아들 녀석이 방학인듯 아닌듯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재수강! 반성해라! 돈쓰는 넘!) 지내고 막내는 매일 얼음물 두 통씩 가방에 넣어다니는데, 땀에 절은 야구모자는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는 아, 맞다 여름이구나 싶다. 김애란 작가님 땡큐, 밖은 여름이었어요.

어제밤 마지막 챕터를 다 읽은 Elizabeth Strout 의 책은 아프고 무겁다. 이야기가 다 끝났지만 내 마음에는 끝나지 않고 묵직한 느낌이 (아, 이건 Abel의 마지막 챕터와 겹치는지도) 계속 된다. 좋은 이야기는 이렇다. 책을 덮고도 (이북을 끄고도. 난 이북으로 읽었는데 알라딘엔 이북 데이타가 읍씀) 계속 남는 등장인물들의 걱정, 사연, 그리고 마음들. 리뷰평은 Olive Kitteridge 보다 박하지만 더 아픈 사연들과 약간 억지스러운 인물 관계들 탓인듯 하다. 이제 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묻지말아요) 지나온 세월, 어린 시절의 아프고 억울한 기억들을 자꾸 꺼내 옆에 두고 겹쳐보게 된다. 이 책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전작 My Name is Lucy Barton의 주인공 Lucy의 주변 인물들이다. 그녀의 어린시절 동네 사람들. 그녀를 측은하게 혹은 더럽게, 아니면 부러워하며 쳐다본 사람들. 각각이 아픈 사연들, 때론 범죄를 끼고 살아가는데 (어디나 있지요, 몰카!)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고 벌이는 기싸움 혹은 공감의 장면이 인상 깊다. 작가 Strout 가 계속 글을 써주길 바란다. 작가는 상처를 그냥 덮지 않고 꺼내고 헤비고 바람을 쐬게 한다. 억지로 약을 바르진 않으니 계속 아플테지. 천천히 마르고 아물면서. 딱지 아래엔 흉터가 징그럽게 생기고. 이 짜릿하고 묵직한 마음으로 7월을 시작하니 나쁘지 않아. 흐리지만 계속 빨래를 하고 널겠어. Strout 작가 이름 덕분에 Stout 맥주가 생각나고 그르네. 아침부터.

 

상반기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이건 Strout 리뷰인듯 아닌듯 막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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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고...는 아니고 챕터가 끝날 때 마다, 아 작가님 선수시네, 라고 생각하며 곧바로 다음 챕터를 읽었다. 짧은 소설이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고 (그럴리가, 이언 매큐언 소설인데) 넘치는 발랄함은 신랄함으로 다크한 유머의 리듬을 탄다.

 

알려진대로 햄릿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소설이라 처음부터 자꾸 햄릿 틀에 이 소설을 우겨넣고싶어진다. 하지만 그 연관성을 보이면 보이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즐기면서 읽어도 된다. 태아의 서술이라니, 이런 개뻥이 있나, 라고 화내면 곤란합니다. 소설이니까요. 이매지네이션. 작가의 크리에이션. 하지만 그 속에서는 꽤나 설득력있고요. 태교의 소중함 다시 깨닫습니다. 사실 세익스피어의 햄릿도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과 푸념 독백이 넘치고 정작 이 아들 (서른이나 넘게 나이드신 분)이 하는 게 뭐 있냐, 싶은데 우리의 태아님은 꽤나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죠. 근데 아무래도 엄마 Trudy 뱃속에는 능구렁이 들어앉아있는 거.

 

스릴 넘치고 재기 넘치고 발랄함과 끔찍함이 충만하며 음청 야한 소설. 그의 친구 루슈디가 좋아했을 것 같아요. 유유상종이라고. 역시 똑똑한 사람이 쓴 사악한 소설입니다.

 

스무디나 마시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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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5-2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네요!

유부만두 2017-05-26 11:49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었어요.!

유부만두 2017-05-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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