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미국 영토위에 펼쳐진 끔찍한 디스토피아. 도망갈 곳이 없다. 찻길 하나, 골목 하나를 감시 없이 혼자 다닐 수 없다. 편견과 계급으로 구분지어진 세상, 그 안에서 안전을 찾는 사람들. 이름도 의미 없고 친분이나 가족, 혹은 선전으로 떠드는 '도덕'도 끔찍하다.

 

Then 가까운 과거, 자유로웠던 시절은 아름답고 완벽했나? 그렇지 않다. 화자나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손가락질 당할 위치였다. 여성의 몸은 이리저리 대상화 되기는 마찬가지. 은행구좌가 닫히고 Luke의 위로를 받는 화자의 뜨악한 기분이 너무나 잘 이해된다. 순간 순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화자는 자기 혼자 편안한 Commander의 특별한 관심을 즐기게된다. 그렇다고 뭔가 달라지는가.

 

살얼음판을 걷듯 매순간이 아슬아슬하다. 수수께끼 같은 Nick, 거리의 벽에 내걸리는 처형자들. 긴장하며 읽었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마지막 챕터는 어쩌면 열린 결말을, 작은 소망을, 시즌 2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역사'로 묶어버린 게 끔찍하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현재가 과거를 바꾼다고 했지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에서는 너무나 설득적인 문장이었지) 이 소설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현재에, 그리고 마지막 챕터가 벌어지는 머언 미래에 용기있는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자들, 기록하는 자들이 있을 뿐.

 

글로만 읽어도 이리 생생하고 무서운데 영상으로 펼쳐보이는 미니시리즈는 더하겠지. 담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때 더 읽고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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