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름도 낯설고 책 제목도 길어서 요즘 인기있는 젊은이들의 엣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집이다. SF 소설로 분류해 두었지만 풍자 혹은 공포 예언 소설로 읽히기도 했다.
첫 두 작품은 현실과 쉽게 겹치는 코미디라 약간 지루했는데 표제작 - 에어팟이 물고기 귀에 달린 그림이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이 나이에 에어팟프로가 생겨서 집에선 잘 쓰지만 외출 땐 줄 달린 이어폰으로 바꾸어 챙기는 내 모습이 겹쳐졌지 뭡니까, 서글프게시리. 늙는다는 게 추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미추를 누가 정하느냐 말이다. 추하지 않은 늙음은 뭘까. 또 민폐 자아 폭발 이혼 중년남의 이야기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는 어떤가. 통쾌하면서 - 기득권자층을 향한 빅엿 쯤 되니까 - 독자의 연령층을 마흔 아래로 잡았을 저자에게 그래도 분한 마음도 들었다. (어르신, 여기 인터넷 서재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계속 이러시면 유투브 오른손 동네로 보내드릴거에욧) 학교 교육에 보내는 AI 로봇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떠오르는 생각이 많았다. 며칠 전 뉴스에서 접한 인간 배양육 이야기는 바로 ‘한 터럭만이라도‘ 현실화다. 그리고 또 ...
이야기의 결말은 예상 가능하지만 소재나 강도에는 한계가 없다. 시간도 공간도 생명도 관계도 단편들 속에서 분해 재조합된다. 그리고 계속 뻗어나간다. 어디까지가 윤리이고 상상이며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가 현실을 품고 바꾸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그러는 중인지도. 코로나 시대에 그 변화의 속도가 몇곱절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다. 내가 집에 틀어박혀서 밥하고 책읽고 그러는 중에. (오늘 새벽 배송 마늘과 (쑥대신) 냉이) 그래, 노안을 비비면서 계속 이야기, 아프고 고까운 이야기, 웃기고 (날 보고 웃더라도) 쭉쭉 뻗어가는 이야기를 계속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 보람찬 하루를 벌써 다 산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난 노구엔 졸음이 몰려온다. 눈이 내리는구먼.
"소비 하나로 자존심이 무럭 무럭 자랐다. 역시 사람은 소비를 해야 날개를 단다."
--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