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이 된 Y씨가 내게 서른이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어

스물 아홉이 막 됐을 때는, 내가 막 무언가를 마무리해야 하고 결산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서른이 되니, 다시 뭔가를 막 잘 시작하고, 다져놓아야 되는건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더 실감나는 건...

오늘 우리 지구가 나에게 선생님이 몇살이에요, 라고 물었거든?
우리 아이들은 내 나이를 항상 궁금해했어.
왜냐면 나는 항상 내가 백살이라고 답했었거든

그런데, 서른이 되고 나니까, 나는
내가 백살이라고도, 서른살이라고도 말하지 못하겠는거야.


여기까지 말했을 때 K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하여, 나는 뒤이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지구에게, 여러 번 머뭇 머뭇 하다가
응, 선생님은 지구를 처음 만났을 때 이십대 초반이었고 올해는 서른살이야.
라고 이야기를 했다.

서른살이야, 라고 씩씩하게 스스로를 정의하는 순간이
봉순이를 이야기하며 껄껄 웃으면서도 목에 뭔가 메이는 것 같았다는 토지의 석이처럼
꽤 모순적인 마음에 계속 어색했으며,
그 후에도 한참이나 서른살, 서른살, 계속 내 나이를 곱씹어야 했다.


사실 나는 스물 여섯살 때부터, 사실 내 나이에 적응을 잘 못했고
적응을 할때쯤 되면 한살씩 더 먹어서 다시 적응이 안되고 했었는데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내 나이에 적응을 못하는 건
꼭 서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한살을 더 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 한 살 더 먹은 나이가 서른이라는 사실은
어쩐지 내가 내 나이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꽤 민망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내 나이에 적응한 척, 쉽게 받아들이는 척...


(그리고 난 이 글의 제목을 서른, 이라고 썼다가 지워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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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5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나이에 왜 그렇게 신경 써요?
서른이나 쉰이나 정신세계는 별로 변한게 없더라고요.ㅜㅜ

웽스북스 2009-01-05 09:34   좋아요 0 | URL
전 스무살과 서른살의 정신세계에
엄청난 간극이 있어요 아, 이것도 문제

보석 2009-01-05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되었을 때는 몰랐는데 그 뒤로 기분이 묘하네요.ㅎㅎ

웽스북스 2009-01-05 09:34   좋아요 0 | URL
아, 그냥 좀 미리 진상을 떨고 있는거군요 제가. 하하. ㅜㅜ

시비돌이 2009-01-05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하게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웽스북스 2009-01-05 09:35   좋아요 0 | URL
시비돌이님, 시비돌이님도 쿨해질 수는 없는 종류의 인간 아니었던가요. 하하.

Mephistopheles 2009-01-05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은 과연 언제쯤 30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어쩌면...39에 빠져나올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땐 40에 대한 딜레마가 도래하겠죠..^^

시비돌이 2009-01-05 04:01   좋아요 0 | URL
이거 악플이죠? ㅋㅋ

Mephistopheles 2009-01-05 09:27   좋아요 0 | URL
뜨끔! (맞다 누군가의 정의에 의하면 이것도 악플이겠구나..)

마늘빵 2009-01-05 09:29   좋아요 0 | URL
이거 악플 맞아요 =333

웽스북스 2009-01-05 09:35   좋아요 0 | URL
밤에 퐁당 빠졌다가 아침에 나옵니다. 무한반복이에요. ㅋㅋ
(서른이 되니 안달리던 악플도 달리는군요 으으..ㅋㅋ)

마늘빵 2009-01-0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으로 보면 그나마 좋은거죠. 나는 왜 원래보다 더 많게 볼까.

웽스북스 2009-01-05 09:3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아프님은 꽃미남이잖아요. ㅎ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09-01-05 09:39   좋아요 0 | URL
꽃미남(X) 꽃.중.년(o) =3=3=3=3=3

웽스북스 2009-01-05 10:01   좋아요 0 | URL
꽃중년은 메피님 아니었던가요? ㅋㅋ

깐따삐야 2009-01-05 12:15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꼭'중년이에요. 케케케.

Mephistopheles 2009-01-05 14:15   좋아요 0 | URL
흥흥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댓글하나에 깐따님은 칼국수와 등갈비와 간장게장을 날리셨습니다!)

웽스북스 2009-01-05 12:54   좋아요 0 | URL
메피님 꼭 그런것만은 아니죠 ;p

ㅋㅋㅋㅋㅋㅋ

마늘빵 2009-01-05 17:55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이 이래서 좋다니깐. ^^ 메피님은 '꼭'중년.

웽스북스 2009-01-05 22:53   좋아요 0 | URL
왜이러세요 아프님
메피님은 꽃중년이십니다

(날아간 칼국수 등갈비 간장게장을 아쉬워하며 샤브샤브라도 건져보려는 1인)

BRINY 2009-01-0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과 서른살의 정신세계에 엄청난 간극이 있다...저도 그랬거든요. 철모르는 대학초년생에서 20대 중반에 갑작스레 많은 일을 겪게 되면서 스무살때 생각하던 서른과는 무척이나 다른 서른살을 맞았지만, 그게 나쁘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낼모레 마흔이지만 여전히 나이에 적응못하고 살기는 마찬가지구, 이젠 그러려니~하고 있죠.자포자기가 섞인 '그러려니~'이지만, 그것도 그러려니~

웽스북스 2009-01-05 12:56   좋아요 0 | URL
으으으 맞아요 전 정말 대학교 1학년 때 어린이같았어요.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하하하, 막 웃음이 나와요
그때 시집장가가고 했던 옛날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살았을까.. ㅎㅎ

깐따삐야 2009-01-0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S옹주가 놀러왔었는데 이젠 막 아줌마삘 난다고 놀려가지구 아줌마임을 세번 부정했다는.ㅠ
웬디양님이라도 부디 의연한 대처를...!

웽스북스 2009-01-05 12:56   좋아요 0 | URL
S 옹주야, 너도 금방이다, 라고 말하면
S 옹주는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그러는동안 깐따삐야님은 안 늙냐고 ㅜㅜ

Mephistopheles 2009-01-05 14:16   좋아요 0 | URL
혹시 첫닭이 울기 전에 3번 부정하셨나요..??

웽스북스 2009-01-05 14:38   좋아요 0 | URL
깐따삐드로? ㅋㅋ

메르헨 2009-01-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말이죠...오늘 페이퍼 쓰다가 서른 셋...이라는걸 알고 놀랐어요.
그냥 한해가 가고 오는구나 했지요.나이가 한살 더 먹는거구나 하는걸 잊어버린거죠.
그러면서도 아들래미는 올해 여섯살이 된다는걸 아주 확실히 기억하고 말해주고 있었거덩요.
암턴...왜 일케 한해가 빠른걸까요? 체체쳇...ㅡㅡ^

웽스북스 2009-01-05 22:54   좋아요 0 | URL
아, 메르헨님, 정말 예쁜 나이에 결혼하셨네요
예쁜 신부였겠어요

요즘은 참 신부도 젊어야 예쁘구나, 뭐 이런것들을
결혼식 갈 때마다 생각한다는 ㅜ

무스탕 2009-01-0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정성이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만해도 애를 속여먹었거든요?
엄마 몇살이야? 물으면 서른둘~ 하고 대답을 해 줬는데 이젠 이녀석이 엄마 나이를 알아서 속이지도 못해요 -_-
조금만 더 나이들어서 애들 키워보세요. 세상에 속일 넘 하나도 없다니까요..

웽스북스 2009-01-05 22: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정성이같은 아들 있었으면 속일 생각 못했을 거에요.

마노아 2009-01-0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독 서른살에는 사람들이 민감해지더라구요. 제 주변에선 서른 살 되기 전에 우울증 걸려서 주변 사람들 지치게 한 사람도 있었어요. 금방 익숙해지더만요.^^

웽스북스 2009-01-08 01:48   좋아요 0 | URL
어이쿠,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

10대가 될땐 별생각 없고
20대가 될땐 왠지 신나니까
30대가 될때 비로소 뭔가 인식이 좀 새로워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_^
 



어제, 노트북 어댑터가 나가는 바람에
(삐직! 하고 타버린 사건 ㅜ)
몽글몽글 올라오던 새해 결심들은 그저
사그라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컴퓨터를 쓰는 수도 있었겠지만,
내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의 컴퓨터로
그런 걸 잘 못하는 게, 또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제서야 옮겨보는 나의 새해 다짐..




얼마 전 한밀과 통화할 때였다

한밀아, 누나가 다시 피아노를 치기로 했어
오홋, 그래? 축하해요
응응 2010년에는 반주자로 찬양단에 복귀해볼까봐
하하하, 누나는 잘할 거야~
크크 고마워~
응, 그리고 누나 내가 복사해준거
응? 뭐?
하농, 그건 꼭 연습할 때마다 치는 거 잊지 말고


두둥.
나는 그만 입이 쭉 나와버렸다. 잊고 있었는데.

아, 맞다. 그런데, 한밀아, 나 그거 너무 지루한데
그래도 누나, 그건 꼭 해야돼, 그래야 조바꿈이 익숙해지거든. 그래야 실력도 많이 늘어.


사실 모르는바 아니지만.
하농을 치고있으면, 나는 (잘 치지도 못하면서)
자꾸 새콤달콤한 다른 곡들을 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아아 얼른 치고, 저거 연습해야지. 할게 태산인데..
아아, 오늘은 땡땡이치고, 그냥 저것부터 해야지


기초를, 기본을 무시한 채
자꾸만 다른 것들로 눈길이 가는 것
그래서 그것을 뛰어넘은 듯 보이지만,
실은 일정 부분의 한계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그게 내가 안고 있는 모순이자 한계이다


치료되지 않는 검은 건반 공포증을
하농을 연습함으로써 고쳐야 하는 것처럼,
나는 익숙하지 않은 기초들을 지속적으로 닦음으로써,
나 자신의 토대를 조금씩 굳건히 해나가야만
내 안에 가지고 있는 많은 공포,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하농을 열심히 치기로 했다

피아노를 연습할 때 뿐만 아니라,
연습이 없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도 말이다


그리하여, 31일, 집으로 오는 길에
일찌감치 정했던 2009년의 표어는

'하농을 치는 마음' 이다.


스페셜 땡스 투 이한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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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1-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콤달콤까지는 아니어도 하농도 나름대로 멜로디가 있죠. 두두루두루 막 이렇게. ㅡ,.ㅜ; 하농을 치는 마음, 저도 콜!

웽스북스 2009-01-03 01:43   좋아요 0 | URL
응 있긴 있는데요.. 그게 우리 한밀이가 복사해준 악보가.. 저기..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조바꿔가면서 치는 그 음계라서... 쩝쩝 ㄷㄷ

hnine 2009-01-0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하기 전의 준비 운동이 중요하듯이~ ^^(알면서 한번도 준비 운동하고 수영한 적이 없듯이 ^^)

웽스북스 2009-01-03 01:43   좋아요 0 | URL
심지어 저는 수영도 못하고요 ^_^ ㅜ_ㅜ

2009-01-02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9-01-0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농은 정말 모두의 미움을 받는군요.그래도 열심히 하시는 새해되시길 바라요! 연애하시고요!

웽스북스 2009-01-03 01:45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 일주일에 한번씩 저한테 그렇게 세뇌시켜주실래요? ㅋ
그러지 않음 아무래도 까먹을 것 같슴다. ㅋㅋ

제가 하농을 그리 미워하는 건 아닌데요.. (어릴 땐 오히려 좋아하기도- 스타카토로 치는건 싫어하고 붓점은 좋아했어요)지금은 제가 참을성이 많이 없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ㅜㅜ

마노아 2009-01-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연주회 이후 3주 뒤에 다음 레슨이 잡혀버렸어요. 연말 연시라고 바쁘다고 연습 땡땡이 중.. 이 페이퍼 보고 반성해서 피아노 연습하려구요. 웬디님 화이팅!

웽스북스 2009-01-03 01: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노아님이 저보다 오십배쯤 잘치실걸요? 흐흐.

프레이야 2009-01-0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농을 치는 마음, 초지일관 하시길요..
아니다, 연말쯤엔 다른 작품을 근사하게 연주하고 계실 웬디양님^^

웽스북스 2009-01-05 02:04   좋아요 0 | URL
제 연주를 들으시면 종소리같은 미소를 못지으실지도 몰라요 혜경님 ㅋ
 



작년 마지막 날에는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안경>을 중앙시네마에서 봤었다. 그러고보니 난 정말이지, 꼭 안경에 나오는 민박집 같은 카페 '불라'를 만나 한 해를 조금은 세상과 동떨어진듯한 기분으로 슬로우 슬로우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하여튼, 마지막날 볼 영화 하나는 기절하게 잘 고르는 것 같아.

올해는 렛미인이었다. 여전히 중앙시네마. 강남역 15분 거리 이내,라는 카피를 써붙여도 좋을 것 같은 (명동 한복판에서 도대체 왜? ㅋㅋ) 중앙 시네마에서 올해 좋은 영화를 참 많이 만났던 것 같아 좋다. 하하. 그러면, 내년에는 뱀파이어를 만나게 되는건가? 하하하.


렛미인

초대받지 않은 마음으로의 진입은 우리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한다. 이엘리처럼 눈으로, 얼굴로, 온몸으로 피를 흘리지 않았다 해도, 우리가 살아왔던, 무수한 시행착오의 역사들은 어쩌면, 닦아낼 수 없기에 이엘리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보다 더욱 깊은 상처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잠시만 내가 되어봐. 나는 살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거야. 필연적으로 타인을 희생시킴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선악의 눈이 아닌 공감과 슬픔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내가 당신이 될 수 있다면 또한 당신이 내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수많은 피흘림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진정한 소통이, 그리고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 태생부터 슬플 수 밖에 없는 그 무엇. 아마 열두살즈음 이엘리를 만나 아버지로 보이는 나이가 될 때까지 그녀를 사랑했던, 그래서 평생을 희생하며 살고, 결국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목을 물린 채 죽을 수 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모습은 오스칼의 전신이겠지. 그리고, 그 전에도 여러 번 그런 모습의 사랑이 존재해왔겠지. 하염없이 눈이 내리던 길을 달리던 기차 속, 둘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다시 그 춥고 외로운 길로의 첫발을 내딛던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2008년
그리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자주 극장에 가지 못했던 만큼
한편 한편을 신중히 골라서인지,
대부분의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42편의 영화
28번의 극장 방문
22명의 사람들
8편의 별다섯 영화


special thanks to 중앙극장 & 곰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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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국만 골라 보셨군요..^^

웽스북스 2009-01-02 12:37   좋아요 0 | URL
어흐흐 설렁탕 같은 한해였나? ㅋㅋ

마노아 2009-01-0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바시르와 왈츠를 예매하고 오는 길이에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9-01-02 12:37   좋아요 0 | URL
언제보세요? 흐흐 재밌게 보세요 ^_^

마늘빵 2009-01-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경향신문에 보니, 신춘문예에서 <렛미인>으로 대중문화비평 상을 받았더라고요. 어떤 분이. 그래서 내용을 보려고 했는데, 아마도 금요일에 실리는 듯 해요. 오늘은 소설하고 시였나 두 개 실렸고. 영화도 꼭 봐야겠어요. 곰티비, 클럽박스는... ㅋㅋ

웽스북스 2009-01-02 12:38   좋아요 0 | URL
네네, 확인해보니 내일 실리더라고요. ㅎㅎ
곰티비 클럽박스, 얼마나 유용한데요, 특히 곰티비 무료영화는 좀 짱!

라로 2009-01-0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마의 단백질커피--재목도 들어보지 못하고 넘어간 영화네요~.
어떤 영화일까 궁금궁금,,,그러면서 검색하지 않는 이 아줌마,,,넘 게을르죵!ㅋ
새해에요, 복 많이 받으세요.

웽스북스 2009-01-02 12:39   좋아요 0 | URL
아, 영화는 아니고요, 애니메이션이에요.
여러 작품들이 들어있는 건데, 은근 재밌었어요.

나비님,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사과나무 2009-01-0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인생이? 으음..

버스, 정류장은 영어 제목이 무려 "L'Abri"

웽스북스 2009-01-02 12:41   좋아요 0 | URL
어헛, 이 L'Abri가 무려 그 L'Abri인건가요? 으흠. 그랬군요.

사실 달콤한 인생은, 사실 별점 예전에 줬던거 옮기면서
오홋, 내가 이렇게 많이 줬었군, 했어요. 그때의 마음이었달까. ^_^

2009-01-01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2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1-0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경> 참 좋았어요. <카라멜>도요. ^^

웽스북스 2009-01-05 02:04   좋아요 0 | URL
아, 혜경님도 두 영화 보셨군요 ^^
공교롭게도 둘다 여성감독? ㅎㅎ
 



12월 들어 두 번 극장에 갔고,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참 좋았다.
추천 숑숑 날리며


바시르와 왈츠를

이 영화는 레바논에서 있었던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의 현장에 있었던 감독이, 본인은 스스로 그 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걸 일깨워준 친구는 전쟁 당시 개를 죽였던 기억들 때문에 밤마다 괴로워하던 친구였는데, 이를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마치 개였기에 대놓고 '사랑해'라는 가사를 쓸 수 있었던 루시드폴처럼 그 역시 자기가 죽인 존재가 개였기 때문에 맘놓고 괴로워할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암튼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 때 있었던 사람들을 하나 하나 찾아다니면서 퍼즐 맞추듯, 자신의 조각난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가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영화였다면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독특한 섬세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특히 쇼팽의 왈츠곡에 맞춰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을 역설적으로 묘사한 장면은, 미학적으로 꽤 훌륭하기까지 하다. 아마 그 장면은 두고 두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영화의 진행이 이어져왔기에, 마지막 실사가 주는 임팩트 역시 최대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가, 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런데 그런 이기적 기억력 조작조차 없다면 나는 나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결국 인간은 스스로를 견딜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존재는 아닐까. 그게 꼭 사실일 수는 없더라도. 그저 좀 살기 위해서, 스스로를 속인다는 자각조차 없이 속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일까 그렇지 않을까.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아픔을 마주볼 수 있는 편이 좀 더 낫지 않을까. 도대체 '좀 살아보려고'의 노력은 언제까지 지속돼야만 살아볼 수 있게 되는걸까.

* 이 영화 메피님이 추천 여기저기 날리시는 걸 봤다. 메피님 말 들어 망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하하하.

벼랑위의 포뇨

포뇨 소스케 좋아~

아, 너무 귀엽잖아. 사실 미야자키하야오의 전작들에 비해 가볍다는 평이 많아 보러 가면서도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이렇게 사랑스럽다면야, 깃털처럼 푱푱 날아다녀도 용서할 수 있겠다. 하하.

보고 나오는 사람의 마음을 무한정 업! 되게 만들어주는 만화다. 게다가 나오는 길에는 눈까지 내리고, 길가에 나무는 반짝거려주니 나는 그만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기쁜 상태로 전화기를 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환호성을 내지르며(미안ㅋㅋ) 강변역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좀 미친 것 같긴 했지만. 하하.

하야오식 인어공주 이야기, 자연과 문명의 화해,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지만, 사실 나는 그보다는 소통에 집중하게 된다.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바닷가에 있는 소스케의 아버지와 소스케가 모스부호로 대화하던 장면. 깜빡. 깜빡 깜빡.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깜빡 깜빡. 깜빡. 사랑해요. 조심하세요. 그 장면에서는 정말 뭉클해질 수 밖에 없다. 아, 거기에 비하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편리한 커뮤니케이션들은 얼마나 매력이 없는지.

'사람이 될거야'라는 포뇨의 외침, 그 어리석은 존재가 왜 되고 싶은지 묻는 포뇨아빠의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한 포뇨의 항변은, 어리석게 그리워하고, 어리석게 사랑하고, 어리석게 어려운 길을 걷는, 바로 거기에 사람이라는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녹아 있음을 대변하는 건 아닐까. 하야오가 하고 싶었던 얘긴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나는 또 혼자 이렇게 결론 내린다. 역시 사람이 물고기보다 아름다워. 아무리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말이야. 하하. 그래도 포뇨는 너무 좋아! (이런 7세버전 리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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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2-3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뇨는 그저 맘 비우고 그냥 그 순간 즐거우면 장땡이고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고 봤어요.
성공이었죠. 참 좋은 영화였어요.
전 모스기호로 통신하던 부자도 좋았고 난폭한 운전하는 엄마도 좋았어요 ^^

웽스북스 2008-12-30 17:22   좋아요 0 | URL
엄마의 난폭운전. ㅋㅋ
여성 캐릭터들이 참 강한 것 같더라고요. 포뇨가 소스케의 뽀뽀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마지막에 통~ 튀어서 쪽! 하는 장면도 좋았어요~

리지 2008-12-3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포뇨 ~ 스키~ 해무~ 스키~ 소스케 스키~ 으흥 으흥
난 파도의 목소리를 고대로 성대모사 할 수 있단다~ 으흥 으흥~

쓰나미를 타고 소스케만 바라보며 질주하던 포뇨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

웽스북스 2008-12-30 17:2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그죠그죠, 역시 보길 잘한 것 같아요
으흥~으흥~ 파도소리 오늘 흉내내주시기로하셨잖아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12-3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맹폭을 하여 수만은 민간인을 학살했다죠..에휴.. (이참에 주식분석가로 확 전업을..?? ㅋㅋ)

웽스북스 2008-12-30 17: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메피님 주식은 밥 아닌가요?

순오기 2008-12-3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포뇨~ 주제가도 재미있었죠.^^

웽스북스 2008-12-30 17:33   좋아요 0 | URL
포~뇨포뇨포뇨~ 너무 좋아요 ^_^

마노아 2008-12-3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시르와 왈츠를-은 뜻밖의 선물이군요. 저도 꼭 챙겨봐야겠습니다. 익숙한 제목이 아닌데 여러 곳에서 상영하진 않나봐요. 그럴수록 더 챙겨야지요. 금방 내려가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웽스북스 2008-12-30 18:35   좋아요 0 | URL
네 몇군데 안돼요.
전 본지가 꽤 되서.. ㅎ 그래도 아직 하는 데가 있을 거에요 ^_^
꼭 보세요 마노아님~

Mephistopheles 2008-12-31 17:05   좋아요 0 | URL
중앙 시네마(을지로 입구)에서 1월 4일까지 합니다.
하루에 3회만 상영하더군요.^^

2008-12-30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2-3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웬디양님 새해맞이로 서재 이름 바꾼거예요?
지극히 개인적인 걸 벗어나겠다는 건가요?ㅎㅎㅎ

웽스북스 2009-01-02 12:42   좋아요 0 | URL
내가 된다니까,
더 개인적인? 흐흐흐.

순오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Jade 2008-12-3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우리 2009년에도 웃으면서, 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요 ^^

웽스북스 2009-01-02 12:42   좋아요 0 | URL
제이드님. 올해는 예쁜 얼굴 더 보여주세요 ^_^
 



우리 H씨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나를 부른다

대리니이이임!
네?
'내일 모레' 서른



오늘 12월 30일

내일 모레 서른

예기치 못한 공격에 머리를 감싸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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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8-12-3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너무 슬퍼마세요. "옛날 옛적에" 서른인 사람들도 알라딘에 많습니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가사가 와닿다가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살에는'가사가 조금씩 한소절씩 들리기 시작하는 때가 생각보다는 금방 온답니다.

그냥 기쁘게 맞이하세요. ^^

다락방 2008-12-30 11:55   좋아요 0 | URL
제 얘기 하시는거예욧? -.-

웽스북스 2008-12-31 00:55   좋아요 0 | URL
아, 내 나이 마흔살에는. 음.

그래도 야클님이야 뭐, 알콩달콩 살고 계시잖아요
흐흐흐 ^_^

Mephistopheles 2008-12-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티내면 어째요..그래서.? 라고 재역습을 가해야죠..ㅋㅋ

웽스북스 2008-12-31 00:55   좋아요 0 | URL
그게, 제가... 연기가 안돼요 ㅜㅜ

2008-12-3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8-12-3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웬디양님은 서른에 가까워지는거잖아요. 서른에서 멀어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전에 퀴즈에도 냈던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에 나왔던 비슷비슷한 얘기랍니다. 메피님 말처럼 재역습을 했어야죠!

웽스북스 2008-12-31 00:56   좋아요 0 | URL
아 아치님, 맞아요 (아치 어색해요 버럭 버럭)
왜 그 생각은 못했을까. 그렇지만 뭐 내일부터는 서른에서 멀어진다는거? ㅋ

니나 2008-12-3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씨, 나랑 커휘한잔 해야겠는데 ㅋㅋ (혼내줄테닷!)

웽스북스 2008-12-31 00:5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얼른 와서 혼내주세요~

무스탕 2008-12-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뭐에요? +_+

웽스북스 2008-12-31 00:56   좋아요 0 | URL
설움이 아닐까요 ㅜㅜ

레와 2008-12-3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몇년전 이야기군요.

우리 회사에 어떤분은 직접 손수 계란한판을 사다가 삶아왔더랬어요.
선물이라면서..;;

그러니 괜찮아요! 웬디님! ^^;

웽스북스 2008-12-31 00:57   좋아요 0 | URL
이야.. 대단해요 ^_^
안그래도 점심에 빠른 81 친구가
내일은 계란 한판 먹어야겠네 라고 해서
매우 슬퍼했었더랬는데 말이죵 ㅜㅜ

깐따삐야 2008-12-31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도 낼모레면 서른이야~ 언젠가부터 들리던 말인데 진짜 낼 모레네요. ㅠ

웽스북스 2008-12-31 01:40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이제 서른이에요. 으흑. ㅜㅜ

L.SHIN 2008-12-3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해 두었다가 꼬옥~ 갚아주시면 됩니다. ㅋㅋ

웽스북스 2009-01-02 12:42   좋아요 0 | URL
우헤헤 아직 5년 남았는데 ㅜ
내가 놀리는게 유효할까요? 그때 나는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