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노트북 어댑터가 나가는 바람에
(삐직! 하고 타버린 사건 ㅜ)
몽글몽글 올라오던 새해 결심들은 그저
사그라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컴퓨터를 쓰는 수도 있었겠지만,
내 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의 컴퓨터로
그런 걸 잘 못하는 게, 또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제서야 옮겨보는 나의 새해 다짐..




얼마 전 한밀과 통화할 때였다

한밀아, 누나가 다시 피아노를 치기로 했어
오홋, 그래? 축하해요
응응 2010년에는 반주자로 찬양단에 복귀해볼까봐
하하하, 누나는 잘할 거야~
크크 고마워~
응, 그리고 누나 내가 복사해준거
응? 뭐?
하농, 그건 꼭 연습할 때마다 치는 거 잊지 말고


두둥.
나는 그만 입이 쭉 나와버렸다. 잊고 있었는데.

아, 맞다. 그런데, 한밀아, 나 그거 너무 지루한데
그래도 누나, 그건 꼭 해야돼, 그래야 조바꿈이 익숙해지거든. 그래야 실력도 많이 늘어.


사실 모르는바 아니지만.
하농을 치고있으면, 나는 (잘 치지도 못하면서)
자꾸 새콤달콤한 다른 곡들을 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아아 얼른 치고, 저거 연습해야지. 할게 태산인데..
아아, 오늘은 땡땡이치고, 그냥 저것부터 해야지


기초를, 기본을 무시한 채
자꾸만 다른 것들로 눈길이 가는 것
그래서 그것을 뛰어넘은 듯 보이지만,
실은 일정 부분의 한계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그게 내가 안고 있는 모순이자 한계이다


치료되지 않는 검은 건반 공포증을
하농을 연습함으로써 고쳐야 하는 것처럼,
나는 익숙하지 않은 기초들을 지속적으로 닦음으로써,
나 자신의 토대를 조금씩 굳건히 해나가야만
내 안에 가지고 있는 많은 공포,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하농을 열심히 치기로 했다

피아노를 연습할 때 뿐만 아니라,
연습이 없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도 말이다


그리하여, 31일, 집으로 오는 길에
일찌감치 정했던 2009년의 표어는

'하농을 치는 마음' 이다.


스페셜 땡스 투 이한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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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1-0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콤달콤까지는 아니어도 하농도 나름대로 멜로디가 있죠. 두두루두루 막 이렇게. ㅡ,.ㅜ; 하농을 치는 마음, 저도 콜!

웽스북스 2009-01-03 01:43   좋아요 0 | URL
응 있긴 있는데요.. 그게 우리 한밀이가 복사해준 악보가.. 저기..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조바꿔가면서 치는 그 음계라서... 쩝쩝 ㄷㄷ

hnine 2009-01-0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하기 전의 준비 운동이 중요하듯이~ ^^(알면서 한번도 준비 운동하고 수영한 적이 없듯이 ^^)

웽스북스 2009-01-03 01:43   좋아요 0 | URL
심지어 저는 수영도 못하고요 ^_^ ㅜ_ㅜ

2009-01-02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3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9-01-0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농은 정말 모두의 미움을 받는군요.그래도 열심히 하시는 새해되시길 바라요! 연애하시고요!

웽스북스 2009-01-03 01:45   좋아요 0 | URL
도넛공주님. 일주일에 한번씩 저한테 그렇게 세뇌시켜주실래요? ㅋ
그러지 않음 아무래도 까먹을 것 같슴다. ㅋㅋ

제가 하농을 그리 미워하는 건 아닌데요.. (어릴 땐 오히려 좋아하기도- 스타카토로 치는건 싫어하고 붓점은 좋아했어요)지금은 제가 참을성이 많이 없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ㅜㅜ

마노아 2009-01-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연주회 이후 3주 뒤에 다음 레슨이 잡혀버렸어요. 연말 연시라고 바쁘다고 연습 땡땡이 중.. 이 페이퍼 보고 반성해서 피아노 연습하려구요. 웬디님 화이팅!

웽스북스 2009-01-03 01:45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노아님이 저보다 오십배쯤 잘치실걸요? 흐흐.

프레이야 2009-01-0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농을 치는 마음, 초지일관 하시길요..
아니다, 연말쯤엔 다른 작품을 근사하게 연주하고 계실 웬디양님^^

웽스북스 2009-01-05 02:04   좋아요 0 | URL
제 연주를 들으시면 종소리같은 미소를 못지으실지도 몰라요 혜경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