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지막 날에는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안경>을 중앙시네마에서 봤었다. 그러고보니 난 정말이지, 꼭 안경에 나오는 민박집 같은 카페 '불라'를 만나 한 해를 조금은 세상과 동떨어진듯한 기분으로 슬로우 슬로우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하여튼, 마지막날 볼 영화 하나는 기절하게 잘 고르는 것 같아.

올해는 렛미인이었다. 여전히 중앙시네마. 강남역 15분 거리 이내,라는 카피를 써붙여도 좋을 것 같은 (명동 한복판에서 도대체 왜? ㅋㅋ) 중앙 시네마에서 올해 좋은 영화를 참 많이 만났던 것 같아 좋다. 하하. 그러면, 내년에는 뱀파이어를 만나게 되는건가? 하하하.


렛미인

초대받지 않은 마음으로의 진입은 우리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한다. 이엘리처럼 눈으로, 얼굴로, 온몸으로 피를 흘리지 않았다 해도, 우리가 살아왔던, 무수한 시행착오의 역사들은 어쩌면, 닦아낼 수 없기에 이엘리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보다 더욱 깊은 상처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잠시만 내가 되어봐. 나는 살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거야. 필연적으로 타인을 희생시킴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선악의 눈이 아닌 공감과 슬픔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내가 당신이 될 수 있다면 또한 당신이 내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수많은 피흘림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진정한 소통이, 그리고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 태생부터 슬플 수 밖에 없는 그 무엇. 아마 열두살즈음 이엘리를 만나 아버지로 보이는 나이가 될 때까지 그녀를 사랑했던, 그래서 평생을 희생하며 살고, 결국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목을 물린 채 죽을 수 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모습은 오스칼의 전신이겠지. 그리고, 그 전에도 여러 번 그런 모습의 사랑이 존재해왔겠지. 하염없이 눈이 내리던 길을 달리던 기차 속, 둘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다시 그 춥고 외로운 길로의 첫발을 내딛던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2008년
그리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자주 극장에 가지 못했던 만큼
한편 한편을 신중히 골라서인지,
대부분의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42편의 영화
28번의 극장 방문
22명의 사람들
8편의 별다섯 영화


special thanks to 중앙극장 & 곰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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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국만 골라 보셨군요..^^

웽스북스 2009-01-02 12:37   좋아요 0 | URL
어흐흐 설렁탕 같은 한해였나? ㅋㅋ

마노아 2009-01-0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바시르와 왈츠를 예매하고 오는 길이에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9-01-02 12:37   좋아요 0 | URL
언제보세요? 흐흐 재밌게 보세요 ^_^

마늘빵 2009-01-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경향신문에 보니, 신춘문예에서 <렛미인>으로 대중문화비평 상을 받았더라고요. 어떤 분이. 그래서 내용을 보려고 했는데, 아마도 금요일에 실리는 듯 해요. 오늘은 소설하고 시였나 두 개 실렸고. 영화도 꼭 봐야겠어요. 곰티비, 클럽박스는... ㅋㅋ

웽스북스 2009-01-02 12:38   좋아요 0 | URL
네네, 확인해보니 내일 실리더라고요. ㅎㅎ
곰티비 클럽박스, 얼마나 유용한데요, 특히 곰티비 무료영화는 좀 짱!

라로 2009-01-0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마의 단백질커피--재목도 들어보지 못하고 넘어간 영화네요~.
어떤 영화일까 궁금궁금,,,그러면서 검색하지 않는 이 아줌마,,,넘 게을르죵!ㅋ
새해에요, 복 많이 받으세요.

웽스북스 2009-01-02 12:39   좋아요 0 | URL
아, 영화는 아니고요, 애니메이션이에요.
여러 작품들이 들어있는 건데, 은근 재밌었어요.

나비님,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사과나무 2009-01-0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인생이? 으음..

버스, 정류장은 영어 제목이 무려 "L'Abri"

웽스북스 2009-01-02 12:41   좋아요 0 | URL
어헛, 이 L'Abri가 무려 그 L'Abri인건가요? 으흠. 그랬군요.

사실 달콤한 인생은, 사실 별점 예전에 줬던거 옮기면서
오홋, 내가 이렇게 많이 줬었군, 했어요. 그때의 마음이었달까. ^_^

2009-01-01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2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1-0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경> 참 좋았어요. <카라멜>도요. ^^

웽스북스 2009-01-05 02:04   좋아요 0 | URL
아, 혜경님도 두 영화 보셨군요 ^^
공교롭게도 둘다 여성감독?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