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두 번 극장에 갔고,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참 좋았다.
추천 숑숑 날리며
바시르와 왈츠를
이 영화는 레바논에서 있었던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의 현장에 있었던 감독이, 본인은 스스로 그 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걸 일깨워준 친구는 전쟁 당시 개를 죽였던 기억들 때문에 밤마다 괴로워하던 친구였는데, 이를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마치 개였기에 대놓고 '사랑해'라는 가사를 쓸 수 있었던 루시드폴처럼 그 역시 자기가 죽인 존재가 개였기 때문에 맘놓고 괴로워할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암튼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 때 있었던 사람들을 하나 하나 찾아다니면서 퍼즐 맞추듯, 자신의 조각난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가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영화였다면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독특한 섬세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특히 쇼팽의 왈츠곡에 맞춰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을 역설적으로 묘사한 장면은, 미학적으로 꽤 훌륭하기까지 하다. 아마 그 장면은 두고 두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영화의 진행이 이어져왔기에, 마지막 실사가 주는 임팩트 역시 최대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가, 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런데 그런 이기적 기억력 조작조차 없다면 나는 나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결국 인간은 스스로를 견딜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존재는 아닐까. 그게 꼭 사실일 수는 없더라도. 그저 좀 살기 위해서, 스스로를 속인다는 자각조차 없이 속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일까 그렇지 않을까.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아픔을 마주볼 수 있는 편이 좀 더 낫지 않을까. 도대체 '좀 살아보려고'의 노력은 언제까지 지속돼야만 살아볼 수 있게 되는걸까.
* 이 영화 메피님이 추천 여기저기 날리시는 걸 봤다. 메피님 말 들어 망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하하하.
벼랑위의 포뇨
포뇨 소스케 좋아~
아, 너무 귀엽잖아. 사실 미야자키하야오의 전작들에 비해 가볍다는 평이 많아 보러 가면서도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이렇게 사랑스럽다면야, 깃털처럼 푱푱 날아다녀도 용서할 수 있겠다. 하하.
보고 나오는 사람의 마음을 무한정 업! 되게 만들어주는 만화다. 게다가 나오는 길에는 눈까지 내리고, 길가에 나무는 반짝거려주니 나는 그만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기쁜 상태로 전화기를 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환호성을 내지르며(미안ㅋㅋ) 강변역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좀 미친 것 같긴 했지만. 하하.
하야오식 인어공주 이야기, 자연과 문명의 화해,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지만, 사실 나는 그보다는 소통에 집중하게 된다.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바닷가에 있는 소스케의 아버지와 소스케가 모스부호로 대화하던 장면. 깜빡. 깜빡 깜빡.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깜빡 깜빡. 깜빡. 사랑해요. 조심하세요. 그 장면에서는 정말 뭉클해질 수 밖에 없다. 아, 거기에 비하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편리한 커뮤니케이션들은 얼마나 매력이 없는지.
'사람이 될거야'라는 포뇨의 외침, 그 어리석은 존재가 왜 되고 싶은지 묻는 포뇨아빠의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한 포뇨의 항변은, 어리석게 그리워하고, 어리석게 사랑하고, 어리석게 어려운 길을 걷는, 바로 거기에 사람이라는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녹아 있음을 대변하는 건 아닐까. 하야오가 하고 싶었던 얘긴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나는 또 혼자 이렇게 결론 내린다. 역시 사람이 물고기보다 아름다워. 아무리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말이야. 하하. 그래도 포뇨는 너무 좋아! (이런 7세버전 리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