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참 재밌는 일이다. 봄방학은 왜 봄방학일까. 아이들의 봄방학이 끝나는 순간 봄이 시작된다. 아니다. 꼭 그렇게 볼 수도 없다. 3월이 온다고 바로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따뜻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왜 방학을 왜 계절과 꼭 연관시키는 건지. 뭐 나의 작은 불만이 그렇거나 말거나 어쨌거나, 아이들은 봄을 맞이하기 전 짧고 아쉬운 방학을 맞고, 이 기간에 많은 교회들은 청소년부(혹은 중고등부라고 부르나?) 수련회를 가곤 한다.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2월 마지막 주에 9명의 아이들과 함께 태안으로 청소년부 수련회를 갔고, 청소년부 교사인 나는 금요일 퇴근 후 여행하는 기분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태안으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가는 시간에 기도회가 끝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기도 했다. '성령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준비된 청소년부 기도 시간이 나에게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시간표상으로는 기도회가 끝날 시간 즈음 내가 들어가게 돼 있었는데, 이게 왠일. 일정에 착오가 생겨 내가 가고도 1시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후에 기도회가 시작됐다.

꿈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꿈이 이루어지기 원한다면 더 큰 목소리로 기도하십시오. 계속 이렇게 살 건가요? 변화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성령님을 더 큰 목소리로 부르세요. 성령님, 지금 나에게 와 주세요.

결국 그 강압적이고도 간절한 분위기에 뜨겁지 못한 웬디 선생님은 10분도 안돼 지쳐버렸다. 콘택트렌즈가 빡빡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핑계삼아 잠시 자리를 빠져나와 생각했다.

꿈이 이루어지려면 더 큰 소리로 기도해야 한다고? 휴. 그러니까, 하나님은, 그러니까,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분인건가? 그런건가? 우리가 하나님께 최고로 구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인건가. 혹시 청소년들은 꿈을 볼모로 잡혀있는 존재는 아닐까. 모 목사님 말처럼, 성령님은 어디 계시다가 우리가 기도회 시간에 뜨겁게 불러야만 오시는 분이신건가.

하지만 나는 선생님이니, 오래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터.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다시 그곳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각 선생님이 아이들 그룹 안으로 들어가 손을 붙잡고 서로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라고 하신다. 나는 저 뒤쪽에 뻘쭘하고도 뻘쭘하여 도무지 이 분위기에 어찌 적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의 곁으로 웃으며 다가간다.

얘들아, 힘들지.
아,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죽겠다는 얼굴을 해놓고는.
아, 사실, 전 저렇게는 못하겠어요.

괜찮아. 사실 선생님도 저렇게 하는 기도보다는 조용히 하는 기도가 더 좋은걸. 너희가 같이 뜨겁게, 소리내어 기도하는 게 어려워도 괜찮아. 기도 소리의 크기가 신앙의 척도는 아니니까, 그런 것들로 너희들의 신앙에 회의를 품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그런 것들로 인해서 실족하여 하나님과의 관계의 중심보다 다른 것들에 더 집착하게 되고, 그런 것들로 네 신앙을 스스로 재고, 제한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거야. 지금 너는 하나님을 잘 모르겠지만 하나님을 알고 싶은 만큼, 아직은 하나님이 네 마음 속 작은 방에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존재하신다고 여기는 것만큼, 그만큼의 너의 신앙을 존중하고, 앞으로 그 품을 더 넓혀가는 것, 그런 것들이 지금 이순간 여기에서 너의 신앙의 크기라 여겨지는 것을 한 순간에 확장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거야.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10년쯤 전, 어떤 수련회 현장에서의 내가 떠올랐다. 사람들마다 모습과 성격이 다르듯, 하나님을 대하는 모습과 성격도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하던 그 때, 다른 아이들처럼 뜨겁지 못함이 한탄스러웠고, 나의 믿음은 왜 저 아이만큼 좋지, 아니 좋아보이지 않는 걸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러면서 나도 괜히 같이 목이 쉬어라, 터져라, 기도도 해봤던 것 같다. 그 때 내게 필요했던 건, 조금만 더 해봐. 그럼 너도 쟤들처럼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격려 섞인 강요를 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지금 네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뜨겁던 수련회의 한 구석에서, 매우, 괴롭고 또 외로웠다. 되지 않는 것들을 갈망하며, 되지 않음에 절망하며.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는 걸까. 나의 믿음은 그저 허상인 걸까.

그런 나였기에, 아니 아마 그렇지 않았다 해도, 아무튼 나는 아이들의 기도소리의 크기로 수련회의 은혜정도를 측정하려 하고, 몇몇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면 오늘 은혜 좀 받았구나, 라고 생각하는 그 때의 분위기에,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아이의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의 척도가 되는 외식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정답들이 몇 가지 있다. 수련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어른들 마음에 매우 흡족한 정답일테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진심은 저 너머에 둔 채 정답을 말할 때 좀 속상하다. 아동부 교사를 5년 이상 하면서 느꼈던 건, 아이들에게 정답만을 가르쳐야 한다는 (그만큼 또 아이들이 어리기도 하다는) 답답함이었고, 나는 그렇게 머리로 배웠으나 마음으로 실감하지 못한 정답들을 계속 가지고 자라날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내가 그러했듯. 그리하여 나는 아이들이 진심을 말하는 법을 좀 배우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청소년부에 지원했다. 나는 진심으로 아이들이 정답을 말하는 일보다 진심을 말하는 일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그게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때로는 좀 되바라지고 거세다는 평가를 들을지는 몰라도. 그 진심을 어른들의 정답이 아닌 나의 정답에 가까운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일. 그렇게 끊임 없이 자기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어나가는 일. 이건 아마 내가 올 한 해 내가 맡은 우리반 아이(1명이다)와 함께 해나가고 싶은 작업이다. (하지만 내공이 부족하다. 휴)

기도회 시간이지만, 기도 대신 저 뒷편에서아이들과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올해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해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한 해를 보내겠다고, 다시 한 번 작정했다. 쑥쑥 멋있게.

거기 뒤쪽. 아이들과 기도를 하세요. 대화를 하지 말고.

앗. 눈초리가 따갑다. 그렇지만 죄송. 지금은 저도 다른 어른 선생님들의, 목사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아이들과 좀 더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되바라진 선생님이라는 평가를 듣게 된다면, 되바라진 선생님 하죠 뭐. ^-^ 




www.naarm.net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rch 2009-03-2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되바라지지 않았어요. 내공 부족보다는 좀 다른게 원체 삐걱거리는거란 생각이 들어요.
나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 그때의 나도 웬디양님처럼 목이 쉬어라, 탈진할 정도로 나를 압박했었어요. 그래서 얻어진건 내가 이만큼 노력했다는거지, 진심으로 닿았구나라던가, 내 안이나 어느 곳에서든 현현하는 그분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그때 만약에 웬디양님같은 선생님이 있어서 '아치, 어깨에 힘 빼고 네가 원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모습대로 기도해보자'란 말을 했다면, 제 신앙이 크고 막강하진 않았겠지만 쭉 이어가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웬디양님!
가끔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자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말야. 히... (음흉한 웃음)

Arch 2009-03-28 14:26   좋아요 0 | URL
아아, 마지막 그림이요. 옥찌들 영향인지 모르겠는데(옥찌들이 제가 사진찍을 때 이마를 반 정도 자르면 항의하고 이마 살려내라고 하거든요. 얼굴 예쁘게 나오게 하려는 컨셉인데. 칫) 얼굴이 잘리니까 다른 내용보다, 얼굴이, 얼굴이,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웽스북스 2009-03-30 01:22   좋아요 0 | URL
아. 아치님도 그랬던 적이 있군요. 그 때의 그 답답함.

사진은 저거요, 사실요, 파워포인트 클립아트에서 '선물' 검색하면 나와요. 소심해서 저작권 때문에 아무거나 못쓰고 가끔 애용하는 프리웨어 무더기 클립아트. 흐흐.

2009-03-28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30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라나타 2009-03-2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름과 다름 사이'를 통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가름과 다름 사이에 이 글에 대한 댓글을 달았는데, 이 곳에서 웬디양님을 보니 더 친근하게 다가오네요. 가끔 놀러와서 글도 읽어봐야겠네요^^

웽스북스 2009-03-30 01:23   좋아요 0 | URL
하하. 마라나타님. 반갑습니다. 주신 덧글은 이미 확인해 답글 달아놓았고요. ㅎㅎ 여기는 어쩐지 좀 부끄럽습니다.
 



함성소리가 크기에 뭔가 디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회사 사람들의 반응이 과한 거였다. 일하기 싫어서 슬슬 휴게실로 가보니 볼 하나에도 환호성이 장난이 아닌 거였다. 덕분에 오늘 야구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순간이었던 9회말을 감상했다. 그런데 10회초에서 그렇게 2점을 내주고 난 후에는 다들 자리로 돌아온다. 음. 9회말의 역전은 기대하면서 아무도 10회말의 역전은 기대하지 않네. 음. 일본이 10회초에서 그렇게 점수를 냈으면 우리나라도 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라는 나의 물음에,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밌는 현상이다. 그 순간 나는 우리나라가 좀 이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러니까, 이 얘기를 쓰려던 건 아닌데. 맨날 도입부가 길다. 하하. 그러니까, 내가 어제 던졌던 어이없는 질문(어제 회의 시간에 야구에 대한 질문을 던져 모두에게 '너 야구 정말 안보는구나' 라는 소리를 들었던 질문이 있었다 -_-) 보다 오늘 누군가 나에게 더 쉬운 질문, 그러니까 나도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들어서, 어쩐지 나는 최하수가 된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그 질문은.  

 

홈런은 몇점이에요? 
라는 질문이었다. ㅋㅋ 나는 그건 아는데. (자랑이다) 그리고 4볼로 1루 나가는 걸 보며, 
 

저건 왜 나가는 거에요?

흐흐흐. 나는 그것도 아는데. 그래도 나는 중하수 정도인가보다. ㅎㅎ 이쯤되면 내가 던졌던 질문이 좀 궁금하지 않은가? (퀴즈로 내볼까? 참고로 이건 야구를 보다 던진 질문이 아니라 스코어보드를 보다 던진 질문)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9-03-2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이게 젤 웃겼어요...

'왜 안타를 치면 1루에 있는 사람이 2루로 가느냐.'
그거에 대한 질타....
'이게 윳놀이냐.. 업어가랴...'

(내가 하니깐 안 웃기다..)
(집 나간 유머 좀 찾아주삼;;; 요즘 욕만 늘어서..)

웽스북스 2009-03-26 01:18   좋아요 0 | URL
웃긴데요 ㅋㅋㅋㅋ

바로 2009-03-25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들은 야구를 보고 싶은게 아니라 함께 응원하고 싶은건데 말이지요.
이나라 정말 함께 무언가 한다는 걸 느낄 때가 스포츠밖에 없다는건 비극이죠.
오늘 우승했으면 TV에서 한달 내내 야구만 틀어줬을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겼으면 정말 멋진 경기가 되었을텐데요.

웽스북스 2009-03-26 01: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슬픈 현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맘놓고 스포츠를 좋아하기가 힘들다...며...
저의 무흥미를 열심히 핑계대주고 있는 중. ㅎㅎ

네꼬 2009-03-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우리 회사 모씨도 안타치면 업고 가는 룰을 만들자고 한 적 있는데. ㅎㅎ

웽스북스 2009-03-26 01:2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생각해보니 너무 괜찮잖아요.

Mephistopheles 2009-03-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는 왜 13회까지 있나요..했을지도.

웽스북스 2009-03-26 01:20   좋아요 0 | URL
비슷한데, 음. 야구가 9회까지인 건 알고 있었다구요.

Arch 2009-03-2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 B O 이거에 대한 이니셜을 잘못 말한거 아니에요?
우리 엄만 B를 보고, 볼이잖아 그래서 가족들을 놀래키더니 바로,
볼을 치니까 B잖아. 이러셨는데.
저도 야구 잘 몰라요. 그런데 다들 야구에 푸욱 빠진건 곳곳에서 보이더라구요.
어제 지하철 타고 오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총각에게 야구 어떻게 됐냐고 물으시는거에요.
-학생, 이겼어?
-졌어요. 5:3인가로.
-응? 정말 졌어? 내가 볼때까지만해도 동점이었는데.
-졌어요. 저도 인터넷으로 잠깐씩 봐서 잘 모르는데 졌어요.
-왜 졌지?
-저도 잘 모르는데 연장전까지 가서 그랬대나봐요.
-그래? 정말 왜 진지 몰라? 이길줄 알았는데.
그리곤 한참이나 그 둘 대화가 이어졌는데, 전 두분이 귀여서 원.
그런데 저는 왜 댓글로 페이퍼를 쓰고 앉았을까요. 라주미힌님처럼 집에도 없었던 유머 좀 하사하소서, 웬디양님.
제가 정답 맞춘거죠? 선물로 뭘 달랠까.(미친^^)

웽스북스 2009-03-26 01:21   좋아요 0 | URL
도레미! 땡! ㅋㅋ
근데 볼은 왜 볼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졌다는. ㅋ

그 아주머니와 총각은 그러니까,
모르는 사이였던 거죠?

Arch 2009-03-26 19:49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야 얘기가 되는거니까.
그러니까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그냥 들어온 볼, 이게 네갠가 되면 1루로 가고 그런거 아닌가? 아, 야구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질 댓글이겠다.

Matt 2009-04-0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이건 ... 어떻게 1 person 3 role을 ?
나름, 싸이, 알라딘, 저같이 자기표현에 둔감하고
문외한인 일에 쪄든 직장인은 어찌 살란 말씀이신지... 흑
요즘엔 음악도 많이 듣고 내공도 기르려 책도 읽는 시간도 많아졌지만
아직 서울-서울 생활이 제겐 익숙하지 않네요. ㅎㅎ

PS 혹시 "9회까지 해서 나중에 점수 많이 낸 팀이 이기는거 아녜요?" 하셨는지...
 



브라이드쑥의 결혼을 앞두고 조금 이른 축하회식을 했다. 만두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만 과식을. ㅜㅜ 아. 그러니까, 변명을 하자면 그 전 24시간을 생식과 커피로 연명하는 잔인한 행각을 스스로에게 했었다는. -_- 물론 중간에 빵도 먹었고 감자도 먹었지만 ; 그래서 삼겹살을 먹고 나서는 괜히 배도 콕콕 아프고 ㅜㅜ  

삼겹살을 다 먹은 후에는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어찌어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브라이드쑥이 나에게 딸기가 몇월 과일인 지 아느냐고 묻는다. 아마 어제 팀장님과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 딸기? 3월 아니야?

라는 나의 말에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는다.

- 야, 3월은 너무한다, 대부분 1,2월 과일이라고 생각하는데
- 무슨~ 딸기는 봄과일이잖아. 나는 딸기가 나오면 봄이 왔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렇다. 나는 파리바게트에서 딸기빵을 보며 향긋한 봄내음을 느끼곤 하는데, 왠 1,2월. 나는 딸기는 3월 과일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데. 3월만 되면 딸기 생각이 나는데.

- 딸기는 5-6월 과일이야.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팀장님께 내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은,

- 헉, 정말요?  

하우스 딸기 때문에 대부분 1-2월로 착각하긴 하지만 딸기는 5-6월 과일이란다. 1-2월에 나오는 딸기가 하우스 딸기인 건 알았지. 하지만 나는 3월에 나오는 딸기는 밭에서 나는 제철과일인 줄로만 알았지. 여기서 멈추지 않는 팀장님.

- 그럼 포도는 몇월 과일인 줄 알아?
- (당당하게 웬디) 7월 아니에요?
- (당당하게 브라이드 쑥) 8월 아닌가?
- 포도는 가을 과일이야 -_-

허거덩. 여기에 굴하지 않는 브라이드 쑥

- 그럼 청포도 시는 뭐에요?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 그건 청포도고!

아하하하. 그렇구나. 잔인한 팀장님. 멈추지 않으며.

- 그럼 감자는 무슨 계절 과일이게?
- (다시 당당하게 웬디) 여름이요
- 가을이지!!!

아, 도무지 제대로 맞히는 게 없구나.

- 이상하다. 감자는 여름에 강원도 피서가서 옥수수랑 같이 쪄먹는 건데.



라는 나의 말에서 그만 모두 기절. 이런 걸 도시 촌것들이라 하는 거지.
우리 팀장님은 그만, 난 이럴 때마다 너를 어떻게 대해야될지 모르겠다며 매우 난감해하시고
브라이드 쑥은 모자라보이는 조선아 론을 다시 한 번 펼치기 시작한다.



음. 그래도, 참외랑 수박은 여름에 원두막에서 먹는 과일 맞지요? ㅜㅜ
사과랑 배는 가을에 나는 과일 맞지요?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호인 2009-03-1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팀장님께 한표 꾸우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뭔지, 원.
팀장님은 시골태생이란 것을 은근 느끼게 되네요.
그러고 보니 들녘의 꽃과 풀, 밭의 곡식과 과일 등을 친구삼아 어린 시절을 살았던 적이 있었네요. 한달 한달 새로운 자연친구들과 생면하면서 살다보면 그들의 태생이 언제고 언제쯤 풍성한 선물을 결실이라는 열매로 가져다 주는 줄을 스스로 알게 되지요, 알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은 우리들의 친구였으니까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씁쓸하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부모님 밭일 나가시면 그 옆에서 흙장난하며 자연친구들과 함께 했는 데 요즘은 그리하기 쉽지 않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을 책에 그려진 것을 보면서 가르쳐야 하니 말입니다. 요즘 친구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말로만 강조해서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겠군요.ㅠㅠ
제철에 나는 과일이 맛과 영양가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쯤은 잘 알고 계시겠죠?

웽스북스 2009-03-17 00:21   좋아요 0 | URL
아 아래도 써있듯 저희 팀장님은 서울 답십리 출생이시랍니다. ㅎㅎ
전호인님은 들녘을 뛰어다닌 어린 시절이 있어서 마음이 맑으신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자연도감이 나와도 자연도감이 없던 시절만은 못하겠지요

Alicia 2009-03-1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는뎅뎅ㅋ
으아 너무귀여워요 웬디언니^^

웽스북스 2009-03-17 00:21   좋아요 0 | URL
흐흐 알리샤님 우리 함께 공부라도 ㅋㅋ

바람돌이 2009-03-1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과일이 나는 계절도 외워야 하잖아요. 하도 사시사철 나니... 우리땐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되는거였는데 말이죠.
근데 강원도 감자는 대관령쪽에서는 고랭지농업 일환으로 여름에 수확하지 않나요? 아래쪽 평지동네는 가을이지만....

웽스북스 2009-03-17 00:22   좋아요 0 | URL
ㅎㅎ 아래 하지감자 얘기해주시네요. 저는 하지감자가 뭔지도 몰랐어요. 물론 그런 게 있었는지도. ㅎㅎ 고랭지농업. 아 이것도 사회시간에 배웠던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3-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제철엔 제철과일이 끝물인 아주 이상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어요.

웽스북스 2009-03-17 00: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뭐든 빨리빨리 과일도 빨리빨리

Mephistopheles 2009-03-1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에 '익어가는' 이잖아요. 7월에 '수확하는'이 아니라.=3=3=3=3=3

웽스북스 2009-03-17 00: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메피님 미워요
(노지포도는 8월에 끝물이라잖아요)

보석 2009-03-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는 저도 3월이라고 생각했습니다..봄과일이니 자연스럽게 3월이 연상되는;; 웬디님이랑 패턴이 똑같네요. 그리고 포도도 여름과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아는 게 없군요. 이런..OTL

웽스북스 2009-03-17 00:23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3월은 딸기. 음. 역시 경험에 의한 학습도 무시 못한다는 ㅋ

사과나무 2009-03-1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리고개가 있던 시절엔
하지감자라고 해서 유월이면 수확해서 먹었습니다.
보통, 감자는 유월이면 꽃이 핀다는데
먹을 게 없었던 사람들은 일찍 심어 일찍 캐 먹었던 거죠.

팀장님은 보리고개를 겪어 보셨을까 안 겪어보셨을까...

웽스북스 2009-03-17 00:24   좋아요 0 | URL
ㅋㅋㅋ 당연히 안겪어보셨겠지요
아 사과나무님 사과는 언제 열리나요?

사과나무 2009-03-17 11:10   좋아요 0 | URL
아오리, 홍옥, 후지
8, 9, 10

그팀장님 2009-03-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울 답십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웽스북스 2009-03-17 00: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사과나무 2009-03-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도는 잘 모르겠지만, 머루는 가을 과일이 맞습니다.

웽스북스 2009-03-17 00:26   좋아요 0 | URL
머루. 흣. 한번도 안먹어봤는데.

니나 2009-03-1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할, 재밌다 여기

웽스북스 2009-03-17 00:26   좋아요 0 | URL
ㅋㅋ 그치그치

메르헨 2009-03-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이 글 올려주셨네요.^^네...그건 바로 하지 감자라고 하는거에욤.ㅎㅎㅎ
아효...그외 것은 저도 잘 모르것네요.
웬디님 넘 오랫만이어요.^^일욜...현재 삼실입니다요.

웽스북스 2009-03-17 00:26   좋아요 0 | URL
옷 메르헨님도. 으흐. ㅋㅋ

아 그나저나 일요일날 삼실이라뇨. ㅜㅜ

2009-03-16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7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비돌이 2009-03-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철과일은 포항이나, 광양에서 나는 과일인가요?

웽스북스 2009-03-25 00:27   좋아요 0 | URL
아 포항이나 광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죠
(제철과 일 하는 사람들)

시비돌이 2009-03-25 08:37   좋아요 0 | URL
제철과 일. 무슨 사보 이름 같아요. ^^
 
이리스님 따라하기 : 자미두수 점괘

 

일단은 머리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사람으로 일 처리에 순서가 있으며 선견지명이 있고 기획이나 작전에 능한 사람이다. 사람은 착하고 선하지만(내가 쫌 ㅋ) 종교적으로 흐르는 면이 없잖아 있고 임기응변에 능한 편인데(임기응변 절대 안되는데 -_-) 성격이 급해 실수가 따르고 무엇이든 결론부터 내려는 성향이 있어 손해를 볼 때가 많다. 이 사람은 많이 배워야 제대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그렇지 못하면 사람은 똑똑하지만 헛똑똑이 노릇을 할 때가 많고 실속이 없으며 겉으로는 고집이 강하고 자존심이 세지만 속은 의외로 약한 사람이 많다. 상대가 부탁을 하면 생각 없이 대답해놓고 실천을 못해 쩔쩔 맬 때가 있고 무슨 일이 있으면 잠 못 이루고 밤세워가며 끝을 볼려고 하는데 일은 쉽게 해도 뒤가 거칠다.(으으으;;; 완전)

대개 중간이나 막내, 외동에서 많이 보며(첫째만 빼고 다나오다니, 나 첫째임) 말로는 무엇이든 다 할 것 같은데 실제와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으면서도 한번 말문을 트면 할말 못할 말 다 토해 놓고는 돌아서서 후회를 많이 하며 일에 있어서도 한 번 실패를 하고도 다음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습성이 있어 상대에게 약점을 잘 잡히고 판단력에 개선이 요망된다. 이 사람은 살아가면서 세 번의 성격 변화를 일으키는데 어려서는 착하지만 숫기가 없고 잘 삐치며 이 삼십대에는 성격이 까다롭지만 흑백을 분명히 하고 용기도 있으며 살아가기 위해 가리는 것이 없는 편이고 중년 이후에는 기술이나 기능 등 전문 지식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라 움직이기 싫어하고 힘든 노동은 못한다.

이 사람은 꼼꼼할 때는 한이 없어 깔끔하게 정돈을 잘하지만 대충 넘어가기 시작하면 게으름을 많이 피우며 방 청소하는 것도 싫어하고 (이게 팀장님이 말했던 생활과 일의 괴리? 요즘엔 일도 엉망이지만 -_-) 사람은 좋지만 자신의 시야에 가려 소견이 좁을 때가 가끔 있다. 또한 큰일에 앞서면 당황을 잘하고 대담하게 맞서는 배짱이 부족한 편이며 말로는 무엇이든 다 할 것 같은데 금방 흐지부지하는 일면이 있어 실천력이 없는 편이고 이것저것 관심도 많아 시작도 잘 하지만 끈기가 부족하여 중간에 포기도 잘한다.(시작은 정말 잘한다) 그리고 집에서는 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밖에선 호인 소리를 듣는 사람이 많고 평소에 인색한 타입이지만 어떤 때는 주책없이 후할 때도 있으며 남과 대화를 할 때도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여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니 말을 아끼고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대답을 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 일을 할 때도 성질이 급하여 속전속결로 진행을 하며 무슨 일이든 설계도가 없이도 머리 속에 그림처럼 짜여져 그럴듯하게 완성하고 임시방편으로 처리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간적인 기치가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화가 나면 다신 안볼 것처럼 불같이 성질을 내지만 돌아서면 뒤가 없고 상대가 솔직하게 나오면 용서도 잘하며 자신이 잘못한 것도 시인을 잘하고 사과도 잘하는 성격이다. 

이런 사람은 머리가 비상하여 조금만 노력하면 천재소리도 듣는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으며 제대로 공부하여 성장한다면 바로 거기서 삶의 성패가 갈리고 또한 존경받는 훌륭한 그릇이 될 수 있으니 밥을 굶더라도 공부만큼은 절대로 해야한다. 공부 할 때도 머리만 믿고 게으름 피지 말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암기도 잘하지만 까먹기도 잘하니 장시간 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미루지 말고 잠깐씩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또한 이 사람이 가장 주의 할 것은 책을 볼 때도 그림이나 결론만 대충 보고도 다 아는 것처럼 하는 습성이 있어 기초를 놓칠 때가 많고 부모가 간섭하면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하지만 정작 부모가 일일이 간섭을 해야만 제대로 공부가 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학교도 대학은 물론이고 최소한 대학원도 나와야 되고 박사를 못 따면 자격증이라도 몇 개 있어야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으며 잘 맞는 대학은 연고대, 서강대, 경희대, 외대, 중앙대, 명지대, 인하대, 동국대, 이대 등이고 전공으론 사범대, 문학, 종교, 사무관리, 고시, 정치학, 행정, 신문방송, 의학 등과 연구기술 분야가 잘 맞는다.(우리학교는 없고, 내 전공은 있군- 우리학교는 아예 자미두수 자체에 없을듯? ㅋ)

이 사람은 투기는 패가 망신하니 자제하고 사업도 가급적 안 하는 것이 좋으며 (절대 안함 ㅋ) 평생 직장에서 정년 퇴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헉! 싫다규) 만약 사업을 한다면 자본이 안 드는 아이디어 사업이나 부동산 중개업 등 서비스업이 무난하고 직업으론 통역, 대변인, 법률가, 정치가, 교수, 문학가, 설계사, 방송인, 관광업, 연구가, 발명가, 종교가 등과 기술직이나 서비스 직종이 잘 맞는다 하겠다. 종교는 기독교에서 많이 보는데 무신론자도 많이 있으며 결혼은 서기로 짝수 년에 해야 순탄한데 중매보다는 연애 결혼이 많고 살면서 안 맞으면 이혼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궁합을 잘 보고 결혼해야 한다. 이 사람들은 인물이나 학벌 등 조건을 많이 따지며 눈이 높아 마음에 드는 짝이 별로 없는 편인데 나중에 부모와 떨어져서 효도하는 것이 좋고 상대는 중간이나 막내, 외동에서 많다. 남녀 공히 남자는 여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으로 여자의 말을 들어야 재물도 모으고 성공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맞벌이도 가능한 부부라 하겠다.

*- 辰,戌(진,술)時생은 기능, 의사가 제일이다.
*- 巳,亥(사,해)時생은 내 주장이 앞서야 직성이 풀린다. 

- 가만히 읽어보니 앞뒤가 좀 모순이다 ㅋㅋㅋ 아무래도 이 말 저 말 조합으로 나오는듯.  

 

 

 


댓글(4)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별로 맞지 않는 자미두수
    from 음... 2009-03-11 09:18 
    아침부터 웬디양님 페파에 탄력 받아서 해봤는데, 허허, 이것만 보면 아주 그냥 딱 부러지는 사람이구만요. 외쿡 관련 직업 이야기만 빼고 그닥 맞추는 건 없다는. ㅋ  이 사람은 원만하면서도 인자하고 활동력이 강한 사람으로 완벽하고 개성이 강한 성격이 많고 남에게 구애받는 것을 싫어하여 자기 주관대로 움직이는 타입이다. 대개 맏이나 막내에서 많이 보는데 중간이라도 맏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고 밖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서 말
 
 
마늘빵 2009-03-1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랑 비슷한게 많아요. 몇 사람 걸 계속 보니 비슷한 문구들이 조금씩 보여요. 근데 웬디양님건 많이 보이는데요.

"이것저것 관심도 많아 시작도 잘 하지만 끈기가 부족하여 중간에 포기도 잘한다.(시작은 정말 잘한다) 그리고 집에서는 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밖에선 호인 소리를 듣는 사람이 많고", "장시간 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미루지 말고 잠깐씩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인물이나 학벌 등 조건을 많이 따지며 눈이 높아 마음에 드는 짝이 별로 없는 편인데 나중에 부모와 떨어져서 효도하는 것이 좋고 상대는 중간이나 막내, 외동에서 많다"

웽스북스 2009-03-12 01: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런데 이게 양력 생일이었단 말인거죠? ㅋㅋㅋㅋ

치니 2009-03-1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노력하면 천재 소리 듣는대잖아요 ~ 나머지는 잊어요 ~ ㅋㅋ

웽스북스 2009-03-12 01:18   좋아요 0 | URL
어후. 천재소리 못들어본 저는 조금도 노력하지 않았던 걸까요?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회수권이라는 걸 가지고 다녀본 적도 없고 차비라는 걸 받아본 적도 없는 나는 (이렇게 말하니 무슨 기사 딸린 차타고 다녀서 '버스가 너무 타고 싶어요' 하는 부자집 외동딸 모드스럽지만 그건 절대 아니고) 두 발로 뚜벅 뚜벅 걸어 집에서 90도 방향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집에서 60도 방향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중학교, 집에서 30도 방향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란히 졸업했다. 게다가 대학생 때는 기숙사에서 살게 되는 바람에, '통학'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 때 나는 통학이라는 건 매우 낭만적이고 신나는 게 아닐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어리석었다. 통학대신 통근이라는 것을 하게 된 나는 아침마다 지하철의 놀라운 인파에 몸을 맡기며, 왜 도무지 우리는 이런 짓들을 계속해서 해야만 하는 걸까. 나는 언제까지 이런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 되는 걸까. 꽉꽉 들어찬 인파 속에 쓰러질 것 같은 졸음이 가득한 아침, 피곤이 가득한 밤을 우리나라 최대의 곤란한 코스라는 '사당-강남 코스'와 함께해야 하는 내게 최근 가장 슬픈 뉴스는, 너무 답답해 사람들 내리는 길 비켜줄 겸 잠시 내려 공기 좀 마셔보겠다고 숨을 고르던 방배역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였다. 아. 슬픈 지하철 인생이여. 이런 처절한 출퇴근 길을 늘 다니다 보니 나는 저절로 '출퇴근길 빈자리'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이 비어 있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수년 전에 있었던 ㅂ모 음료 광고의 영향이 컸으리라. 어떤 사람들은 텅 비어 있는 노약자석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사실 이런 분위기에서 이 말을 한다는 것은 커밍아웃 수준으로 굉장히 어렵지만,

나, 가끔은 노약자석에 앉았던 적이 있다.

물론 몇가지 원칙이 있다. 그 원칙에 의해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할 수 있는 날. (그러니까, 뭐 아픈 날 정도가 되겠다) 그럼에도 세 자리이상의 노약자석이 비어 있어 다른 노약자분이 (특히 노약자임이 티가 나지 않는) 나로 인해 힘들게 서서 갈 일이 없을 상황에서 가끔 노약자석에 앉는다. 물론 이런 상황이 자주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언제였던가. 쓰러질 정도로 피곤했던 날,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문가 기둥에 기대어 허우적대는 나에게 노약자석에 계신 할머니가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신 적도 있었다. 쓰러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아픈 건 아니었고, 노약자석이 비어 있지 않았으므로 그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다. 가장 최근 노약자석에 앉았던 적은 얼마 전 식중독으로 며칠간 고생하던 때였다. 너무 힘들어 텅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앉으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자리에 앉아 '나 지금 아파요'의 포스를 폴폴 풍겨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나 지금 아파요'의 포스를 풍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아, 저런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노약자석에 앉아 가다니. 라는 눈으로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젊은이들이여.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노약자석에 앉자, 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당연히 아니다. 다만, 나와 그대가 노약자석에 앉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나 가끔은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당당히 얘기해놓고는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고 번지르르한 변명을 늘어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좀 본질적으로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1. 진정한 노약자를 위한 배려인지
2. 자신의 고결한 도덕성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인지
3. 혹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인지.

뭐 어느 하나가 단일한 이유로 작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실 나를 두고 생각해보자면, 1번의 이유보다는 2번 혹은 3번의 이유가 더 컸던 것 같다. 노약자가 탈 리가 없을 것 같은 매우 늦은 시간에도 텅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앉지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 탈지 모르는 노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라기보다는 노약자석에 앉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노약자석에 앉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걸 무심결에 느꼈던 건 아마도 버스를 탔을 때였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버스에서 노약자석을 비워둔 채 서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버스보다 지하철을 타는 빈도가 더 높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맞닥뜨릴 일이 적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버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 나도 버스에서 노약자석에 앉을 때는 상대적으로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하다. 그럼에도 노약자석을 피해서 앉는 이유는 노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자리를 양보하는 일의 부담으로부터 조금 멀찍이 있고 싶기 때문이었으리라. 만약 그 ㅂ 음료수의 광고가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배경으로 미디어에 등장했다면, 우리는 같은 현상을 지하철과 버스를 뒤바꾸어 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졸업한 학교는 'Honor code'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 일환으로 양심시험제도라는 것이 존재했었다. 우리는 그 문화를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라고 자랑하고 다녔지만,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그것은 양심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겠지만, 서로가 서로에 대한 철저한 감시자로 존재했기에 가능한 제도였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이를 바라볼 때의 우리의 시선은 또 얼마나 험악한가. 현재 임신 중인 직장 동료 w대리님은 임신 3개월 정도 됐을 때, 출근길에 너무 힘들어서 배를 쓰다듬으며 ‘아가야, 여기 앉자, 조금만 참아’ 라고 이야기를 하며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한다. 사실 산모가 유산의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는 3개월 전후라고 한다. 그 때가 아기의 조직이 막 형성되는 시기라 가장 힘들다는데, 배가 나오지 않아 그냥 노약자석에 앉게 될 경우 굉장한 눈치를 견디면서 가야 한다고 한다. 그 마음이 편치 않아 차라리 서서 가는 게 더 나을 정도라고 한다. (그 정신적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에게 한 노인이 호통을 치자, 그 여성이 항변하듯, 저 임산부에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그래서 몇 년 전엔가, 희망제작소라는 곳에서 임산부 뱃지를 달고 다니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었다. 이런 뱃지를 만들고 달고 다니게 한 것은, 자리를 양보해 주세요, 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이의 사정을 헤아리기보다는 먼저 험악한 눈초리를 보내고 보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눈초리에는 어떤 도덕적 우월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노약자석에 앉지 않으니까, 노약자석에 앉는 너보다는 도덕적으로 나은 사람이야, 라는 우월감. 그리고 여기서 비어져나오는 비난 본능. (사실 비난은 타인에 대한 우월감을 확인하려는 본능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실 일반적 상황에서 노약자석에 앉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작은 경우 하나를 가지고 본인을 짐짓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며, 이런 것들을 타인의 인성 전체를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하려는 우를 우리는 꽤 자주 범한다. 이 역시 꼭 노약자석만의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작은 원칙들을 성실히 지켜나감으로써 스스로의 선함을 규정하면서도 정작 구조 속에서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폭력에 대해서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우리 안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여기서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종종 우리가 구석의 노약자석을 노약자들에게 양보하면서, 남은 수많은 자리들은 너무나 당연히 우리의 자리인 양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경우에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얼마쯤의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는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노약자석에서 할아버지 몇 분이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요는 누가 더 나이가 많은가,였다. 70쯤 된 할아버지가 60대 할아버지께 새파란 것이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고 호통을 치셨고, 60대 할아버지께서는 억울해하시며, 저도 매우 힘들고, 노인이고, 환갑도 지났습니다, 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던 우리는 달랑 그 몇 자리 노인에게 내주고는 나머지 자리는 젊고 센 우리들의 것으로 당연히 여기고 있는 사람은 아닌지. 물론 그렇지 않은 순간도 많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그런 순간도 있었다. 사실 내가 약자가 아닐 때에는 모든 자리를 노약자석이라 여기는 마음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가. 지하철 양쪽 구석에 조그맣게 마련된 그 자리를 두고 노인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그러면서 그래도 나는 노약자석은 비워두니까 좀 괜찮은 사람이라며 자위하다니, 이건 어째 좀 뭔가 아닌 것이지. 노약자석과 비노약자석을 가르고, 그만큼의 자리 정도는 양보해 놓은 뒤에 우리는 할 바를 다했다며 거기에 머무르는 자신의 도덕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가끔은 꽤 따뜻한 광경을 만날 때가 있다. 얼마 전 출근길 4호선은 평소보다 사람이 조금 더 많았는데, 그 지하철에 키 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타셨다. 이미 지하철은 만원이고, 노약자석도 꽉 찬 상황. 그런데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셨는지, 할아버지가 매우 안절부절하며 할머니의 자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꽉 찬 지하철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볼 수도 없었고, 할아버지가 그 사람들의 앞으로 가기도 어려웠거니와, 출근길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안절부절한 마음이 들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두리번 두리번 안절부절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 안절부절한 사람들은 모두가 서 있는 사람들, 즉 양보할 자기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 때 아저씨 한 분이 앞에 앉은 아가씨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아가씨가 기꺼이 일어나 할머니는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순간 지하철에는 안도의 기운이 흘렀다. 나는 분명히 느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그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한 마음이었던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괜히 좀 든든해하다가 ‘응? 이런 마음 익숙한데?’ 하며 생각하다 보니 이 상황은 얼마 전 다시 봤던 미국의 촉망 받는 젊은 감독 미란다줄라이의 <미앤유앤에브리원>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과 닮아 있었다. 어떤 남자가 딸과 함께 금붕어 한 마리를 사들고 차에 오르는데 차 문을 열며 잠시 금붕어를 차 지붕에 올려둔 것을 깜빡한 채 그 상태로 출발해 버렸다. 이를 다른 운전자가 발견하고는 저 금붕어가 살 수 있는 길은 영원히 그 속도로 달리는 것 뿐이라면서 안타까워한다. 그러던 중 차 위의 금붕어가 기적적으로 다른 운전자의 차 위로 떨어지게 되고, 원래 금붕어 주인이 이 광경을 보게 된다. 그러자 처음에 그것을 발견했던 운전자가 원래의 금붕어 주인과 함께 뒤쪽에 금붕어가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달리는 그 차 앞뒤로 붙어 그 차가 계속 그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밖에 없게끔 돕는다. 그러면서 ‘적어도 이 순간 우리는 하나인 거야’ 라는 말을 하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약한 존재를 지켜내기 위한 진정성이 느껴져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며, 노약자석을 둘러싼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내 안에, 우리 안에, 약한 것들을 향한 마음들이 얼마나 순수한가, 때로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때로는 나 자신의 도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짐짓 타인을 배려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면서 어쩌면 약자일지도 모를 그 누군가에게는 우월성이 가득한 잔혹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물론 가끔은 이렇게 한 마음이 되어 함께 안절부절하고,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말이다. 




http://www.naarm.net/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9-03-0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노약자석이라는 말도 참 웃기죠? 내가 왠만만하면 어느 자리든 노약자가 탈때 양보하며 일어서는게 진짜 배려일것 같은데... 근데 사람들이 사는게 다들 참 힘든가봐요. 갈수록 그게 잘 안되고 결국 노약자석이라는 것까지 따로 만들어야 하니...

웽스북스 2009-03-07 01:04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가끔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고. 으흑. 으흑.

전호인 2009-03-0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하면 될 것 같아요.
저는 노약자석이 비어 있으면 앉습니다. 그러다가 자리를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면 일어나서 자리를 비워드리곤 합니다. 앉는 사람이 없는 것을 굳이 비워둘 이유는 없다고 보거든요. 앉았다가 대상되는 분이 나타나면 양보(?)하면 되는 거죠. ㅎㅎ

웽스북스 2009-03-07 01:06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전호인님. ^-^ 사실 가끔은 비어 있는 노약자석을 볼 때 시민 에너지총량 뭐 이런 게 있다면 지금 낭비되고 있는거야,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가서 앉지는 못하고 ㅋ

바이런 2009-03-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는 보통 지하철에 자리가 없으면 노약자석 주변에 서곤하는데 가끔씩 어르신들이 '자리 비니까 앉아가라. 사람들 오면 일어서면 되지' 라고 종종권하곤하세요. 어르신말씀이 맞다는걸 알면서도, 그놈의 시선이 뭔지, '괜찮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스스로 몸을 혹사시키곤 하죠 ㅠㅠ 정말 망할놈의 ㅂㅋㅅ선전이 뭔지 ㅋㅋㅋ 정말 노약자석이라도 자리가 비면 앉고, 노약자석이 아니더래도 양보할 필요가 있으면 기꺼이 자리를 내어드리는 분위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웽스북스 2009-03-07 01:06   좋아요 0 | URL
처음 뵙겠습니다. 고꼬스님. 공감해주셨다니 감사드려요. ㅂㅋㅅ광고의 힘이 정말 대단하죠. 거기에 영향 받는 우리들도 그렇고요.

Alicia 2009-03-0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안에, 우리 안에, 약한 것들을 향한 마음들이 얼마나 순수한가, 때로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때로는 나 자신의 도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짐짓 타인을 배려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면서 어쩌면 약자일지도 모를 그 누군가에게는 우월성이 가득한 잔혹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에도 밑줄을 그어봐요- :)

타인의 시선의 감옥,하니깐 갑자기 박정자의 시선은 감옥이라는 책이 생각났어요^^

웽스북스 2009-03-07 01:07   좋아요 0 | URL
시선은 감옥,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체크체크.

라주미힌 2009-03-0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긴 글 안읽는데 잘 읽었슴당
시선이란 원래 껍데기에 걸려있기 마련이죠...

부평역 아침에 가면 웃겨요..
플랫폼에 4줄씩 서라고 바닥에 적혔있는데.. 그 좁은데에 빡빡하게 들어서 있는 사람들은
2줄로 기라디고 있습니다 -_-;;
3번째 사람의 포지션이 1줄이 되느냐 2줄이 되느냐에 크다란 영향을 끼치잖아요 보통은 2줄이 되어서리 사람은 미어터지는 그곳의 한 가운데는 휑해요... 줄을 선다라는게 1줄이 아니면 웬지 반칙같나봐요;;;

웽스북스 2009-03-07 01:08   좋아요 0 | URL
제 글은 원래 유일하게 가독성이 힘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좀 애매하긴 해요. 시선도 시선이지만 좀 반칙같기도 하고. 누가 자동으로 정해주면 어떨까, 막 이런 생각도 했었다는. ㅋ 사당역도 마찬가지에요. ㅎㅎㅎ

차좋아 2009-03-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보편적이고 결정적인 이유 같아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하철 좌석 배치의 특수성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지하철이 버스나 기차와 같이 횡으로 배치 되었다면 나의 부도덕?이 (많은)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았을테니까요.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비교해 볼 때 지하철 좌석이 개인공간으로서의 안락함이 제일 떨어지죠^^;;
기차를 타보면 좌석표를 갖지 못한 노인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잖아요. (그런 사람이 없다는게 아니라) 있다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그 행의가 노출 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구요.

저는 철저히 3번의 이유로 안가요.. 아! 애들을 안고 당당히 가기는 합니다.ㅎㅎ

웽스북스 2009-03-07 01:09   좋아요 0 | URL
크. 향편님다운 덧글. ㅋㅋ 그러고보니 기차에서는 정말 그렇죠. 내가 돈을 더 냈으니 당당한. 그리고 좌석버스에서도 양보하기 쉽지 않아요. 저도 흑.

안젊은이 2009-03-06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긴 글 잘 안 읽는데(2)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게 아주 잘 읽히는 글이, 더불어 내용도 구성도 훌륭합니다.
(추천을 하고 싶지만 외부인이라 자격이 없겠지요..)

웽스북스 2009-03-07 01:10   좋아요 0 | URL
어이쿠. 감사드려요. 추천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왔어요. ^-^
제가 원래 글을 어렵게 쓰는 재주가 없어서 말이죠. 너무 힘이 되는 덧글입니다 ^-^

토깽이민정 2009-03-07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있지 원래 2번의 이유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하철생활을 오래하면서 노약자석에 앉는 노인들의 다른면을 보고나니까
2번도 3번도 아닌 '더럽고 치사해서 쳐다도 안본다' 쪽으로 되어버렸어.
웬디가 봤던것 처럼, 노약자석을 놓고 막말이나 고성을 하면서 서로 싸우는 60대 노인과 70대 노인도 있었고, 한번은 노약자석도 아니고 일반석에 앉아있는 고등학생을 훈계하듯이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고는 그 자리에 앉아버리는 할아버지도 봤네.
1호선에 타면 어떤 시간대에는 노약자석이 너무 좁은듯이 느껴지는 시간대가 있잖아. 어떤 공익광고처럼. 딱 그런때였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할아버지는 오히려 기운이 쌩쌩하고 고등학생은 피곤에 쩌들어서 진짜 지쳐보였는데도 말이지 그 양옆의 할아버지들이 맞장구를 치면서 고등학생을 기어이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더라고. 그거 보니까 정말 질려버렸지. 우리나라 노인분들이 가지고 계신 심리중에 이 나라를 이만큼이라도 먹고 살게 한데는 내가 고생한게 컸지.. 하는 보상심리도 있고, 그동안 너무 고생했던 사람의 그악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 물론 그런것들을 폄하하려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을 하지만.. 정도가 지나친데가 있으니.
미국에서는 나이와는 저언혀 상관없이 그저 처음온 순서대로 앉으니까 공평한것 같긴 하지만 가끔씩은 노약자석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때가 있어. 너무 민망하리만큼 또 양보라는게 없다보니... 어디서든 너무 극단적이지않고 적당한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지.

웽스북스 2009-03-12 01: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모두가 우리의 생각만큼 이상적이지는 않으니까. 물론 나도 그렇지만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처음 온 순서대로 앉는게 가능해요? 우와. 그것도 신기해요.

순오기 2009-03-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좋은데요, 의미도 웬디양 글도~ 추천!

웽스북스 2009-03-12 01:20   좋아요 0 | URL
와. 순오기님. 나름 애독자가 되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