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백탑파 세번째 이야기.
앞의 두 이야기에 즐거웠던 나는 천천히 읽었다.
소설의 이야기 구조로 보면 두번째 열녀문의 비밀이 가장 좋았다.


2.
75p
박지원은 황하와 장강과 더불어 천하에 세가지 큰물에 속하는 압록강을 건넌 후 처음 요동벌판을 마주하고 '통곡하기 좋은 장소로구나! 울어 볼만 하구나!'라고 적었다.

통곡하기 좋은 장소. 울어볼만 한 곳.
웃어볼만한 곳이야 어디엔들 없으랴.
울음이 문제지. 맺히고 풀리는.
역시 매력적인 박지원이다.


3.
화자가 말이 많아 졌다.
실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두번째 백탑파 보다 못하다.
뭐랄까. 조선후기 아웃사이더 지식인들이 미친듯이 학문을 탐구하며
우정을 나누는 캐릭터의 맛이 많이 떨어진다.
김진이나 백동수 없는 이명방은 너무 심심하다.
'문체'로 인한 정조와 박지원의 승부로도 부족하고
열하일기로 알수 있는 호방한 박지원의 풍모도 찾을 수 없다. 아쉽다.
김탁환의 문체는 더많이 옛것을 닮아가는데
소설 소재의 향과 맞을지 모르나 읽는데 거슬린다. 굳이 그럴필요가 있을까.



4.
백탑파, 이 사람들에게 열하는 나에게는 공산당 선언 같은 것이구나.
그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인생이 바뀌게 하는 책.
심장이 떨리고 마치 폭포가 몸을 관통하고 번개가 머리를 날카롭게 치고 가는 느낌
그러니 정조가 탄압을 하지

그로부터 15년이 흘렀다오.
그래, 그런 시간이 지나면 늙기도 하지.
이명방도 관직에 오른 백탑의 서생들도 늙었다.
김탁환도 그러한가.
문체가 너무 번거롭게 하고 거슬린다.


5.
문체 때문에 '자송문'을 쓰라는 것은 일종의 '사상전향서'를 쓰라는 거겠지.
학문을 하는 자가 할짓이 아니다.
그것을 쓰는 것도, 쓰라고 명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인민의 사상까지 통제하고 싶어한다.
김탁환은 정조도 이해하고 싶은 모양인데, 나는 싫다.
이명방의 소설쓰기가 이제 끝났다해도
김진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소설은 여전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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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김도현 / 메이데이

1. 
고백하건데 나는 장애를 모른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금노동자로 살며 착취당해야 하는 사회 시스템이 가져오는 폭력과 야만이 싫고, 더많은 이윤을 위한 자본의 욕망이 더 많은 착취를 감당하라고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뻔뻔스러움이 싫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적어도 임노동과 자본의 모순으로 인한 인간소외와 불평등은 사라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고 투쟁하고 있다. 그 투쟁의 과정이돈을 목표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하는 과정이므로 그저 막연하게 여성, 민족, 그 외 온갖 차별받아온 소수자들이 자기권리를 찾는 과정과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먼미래 아닌 지금 현실에서 차별은 구체적이며, 폭력적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임금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삶이 끝없이 격리되어 비참하고, 갖은 것이라고는 몸뚱이 밖에 없어서 늘 온몸으로 저항하는 투쟁을 해온 역사가 눈물겹다.

 투쟁을 하다가 국가권력에 의해 구속되어 징역사는 불과 몇 달의 기간에 나는 이 사회에서 격리되는 인간들에 대한 정신적 육제척 폭력에 화가 났으며 절대 굴복하지 않고 이 질서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할 거라 생각했었다. 사회에서 격리되는 자들의 심리와 인갑답게 존중되지 못하는, 혹은 범죄자 이므로 인간답게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들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임금노동자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해서 살 수 없을 거라는 낙인이 찍힌 장애인들의 삶은 평생이 감옥과 다름아니었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 권리가 이동권이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곧 생존권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자본을 위해 이윤을 창출하거나 그에 도움을 주는가’의 여부이다. 그렇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헐값에 활용된다.... 또한 현재 최저임금법에서 명시적인 예외조항으로 남아있는 것은 장애인(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자)이 유일하다. 장애인 보호 작업 시설에 일하는 장애인들은 2004년도에 평균 15만 7천원의 ‘임금’을 받고 노동해야 했다.”

15만 7천원?
15만 7천원!!! 
겨우 15만 7천원의 임금을 합법적으로 받는 노동자들을 인정하는 사회에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했다. 매년 해온 최저임금을 높이기 위한 투쟁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경악했다.

책을 읽으며 여러대목에서 반성했으나 여전히 무겁다.

2.
김도현은 더 평등한 세상에 대한 고민을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한다. 그 자신이 장애인이동권투쟁을 한 활동가로서 격은 생생한 투쟁의 과정, 그 모든 고민의 과정이 책속에 온전히 담겨있다.

매우 쉽게 서술되어 있고, 나처럼 장애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목조목 차분하게 설명한다.
장애를 사회적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근대이후 개념화된 장애에 대한 설명,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장애를 규정하고 장애인을 절멸시키거나 치료해서 없애려고 노력해왔는지, 그것이 장애인을 어떻게 비장애인과 격리하는지. 그리고 현실에서 장애문제와 장애인운동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반자본 운동으로서의 진보적 장애인 운동까지.

철학부터 현실운동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까지 낮은 목소리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오랜시간 장애인투쟁을 하며 느꼈을 분노와 어려움을 호소하기위해 목소리를 높일 법도 한 대 그렇지 않다. 다만 행간에서 읽히는 분노가 차분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김도현을 칭찬해주고 싶다. 내가 당장 어쩌지 못하지만 나의 무식함을 일깨워주어 고맙고 내가 당장 어쩌지 못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우리가 덜 부끄러운 세상을 사는데 일조하는 그에게 고맙기도 하다. 물론 말로 인사만 할만큼 뻔뻔스럽지는 않으려 한다. 

내가 비정규직 투쟁을 열심히 하는 것이 장애인들의 투쟁에 즉각 연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겠다. 먼미래를 인간답게 바꾸려는 비젼을 갖으려면 현실에서 벌어지는 장애인들의 투쟁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저임금에서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투쟁해야 하는 것이고,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을 위해 노동자들이 파업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모든 연대가 그렇듯이 공동의 요구를 걸고 투쟁하는 동지로 만나야 한다.

무겁고 고민스럽다. 김도현과 그의 장애인동지들에게 너무 오랫동안 미안한 부채의식을 갖지 않아야 한다. 이미 충분히 외롭게 투쟁해온 동지들이다.

무겁고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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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용의부활  / 이인항 감독 / 유덕화, 매기큐, 홍금보

1.
유덕화가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였던가?
고등학교 때부터 봐온 유덕화를 다시 보았다.
잘생긴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로만 생각했는데
노련한 배우로서 여백과 표정으로 승부하네.
불패의 신화를 갖은 노장의 피곤함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아는

그가 연기한 조자룡은 최고다.


2.
고등학교때 삼국지를 친구들과 돌려읽으며 누가 가장 멋지냐 할때
조자룡이 가장 멋지다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지금도 그가 가장 좋다.

싸움을 잘 하면서 지략도 뛰어나고 교만하지도 않다.
용감할 뿐 아니라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아는 현명함이 있었던 거다.
거기에 혼자다. 그에게는 여자도 아들도 없다.
가진것, 마음 두는 것 없는 맹장의 외로운 의연함이 좋았다.

삼국중 촉이 가장 볼것없는 집안의 무지렁이 출신들이다.
조조는 한나라 조정의 실세인 환관의 아들로
문, 무를 겸한 최고의 교육을 받은 귀공자이다.
또한 그러한 집안배경으로서의 인맥관계가 자연히 있었다.
손권 또한 대대로 권문세가 집안의 귀공자다.
그들에게는 기본 베이스가 있었다.

유비와 관우, 장비에게는 자기들의 몸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의 배경이 되어줘야만 하는 절실함이 있었다. 
조자룡은 그래서 촉을 선택했을 것 같다.
자기랑 똑같으니까.
무지렁이로 태어나 한세상 호령하며 살기에 좋은 시대였던 거지.
세련된 교양이 아니라 의리와 깡다구로 끝까지 가본거다.

그래서 장판교 전투가 가능하다.
1만대군속으로 뛰어들어가 주군의 아들을 구해온다.
세상과의 기싸움.
그 긴장과 집중의 마무리로 유덕화가 웃는 장면은 최고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

촉의 힘은 세상을 상대로 고함치며 덤비는 그들의 의리였고,
그들의 출신성분으로 인해 잘 아는 인민의 마음이었다.


3.
세월이 흐르고 영웅들이 떠난다.
조자룡은 홀로 남는다.
문제는 뛰어난 맹장들의 자식들이 하나같이 모자라다는 것.
혼자남은 조자룡의 마음이 쓸쓸했을 거다.

평생 온몸다해 전장터에서 목숨걸고 살아온 날들이
누굴위해서 였는지, 뭘 위해 그렇게 살았는지

대사나 영화의 흐름으로는 감성전달이 충분하지 않고
다만 유덕화의 연기가 빛난다. 그의 표정과 눈빛이 서늘하다. 
실제로 조자룡은 8척(180이상) 장신에  미남이었다니
술한잔 나누어 부족함이 없을 매력적인 사람이다.


4.
조영.
뭐, 허구의 인물을 그렇게 만든것 까지는 좋고 그럴수 있다고 보는데
전쟁터에서 하는 비파연주라니... 참.
심하게 부적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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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장 1 - 서른이 된다는 것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필립 뒤피 외 지음, 황혜영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1.
왜 서른부터 그럴까?
인사를 챙겨야 하는 가족이 늘어나는 것도 싫고
자유를 여전히 즐기고 싶지만
가끔 외로운건 또 낯설어지니...
스물에는 너무너무 바쁘고 시간이 늘 부족했는데
서른에는 뭔가 비는 시간이 생기더라고, 그러나
서른일곱에는 그런 비는 시간을 즐기게 되고 기다리게 된다오.

서른이라는 나이는 많은 사람에게 이렇게 다가오나봐
이제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이 문득, 어느날, 처음 느껴질때의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라니.

그러나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이 일상이 되고
심지어 편안하다고 느낄때 한동안 씁쓸하더라.

남들은 어덯게 그렇게 사랑도 잘만나고 잘 헤어지기도 하고
잘 결혼도 하고, 잘 이혼도 하고, 다시 잘 결혼도 잘하는지
난 정말 알수가 없어. 알수가.


2.
내 이래서 프랑스 만화 싫더라.
생경한 문화가 딱 내 스타일이라. 넘 부러워져.
섹스도, 결혼도, 아이도 딱 프랑스만큼만 쿨하면 좋겠다.

프랑스 사람중엔 이렇게 사소한 일상을 서정적인 그림으로 잘 만드는 사람들이 있네.
장 자크 상뻬, 였던가. 그 사람 그림이 좋았었고

쌍브르의 강렬함은 차마 리뷰를 쓸 수 없게 만들더니

프랑스 소설중에 만족스러운것이 없더니
프랑스 만화는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1, 2, 3권이 모두 2006년 8월에 출간되었다.
이게 문제다. 기다려야 하는것.
앞 편의 에피소드가 까무룩히 다 잊혀질 때쯤 슬그머니 나온다는거~~.

3.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
가끔씩 홀랑깨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
착한 사람들의 무난한 얘기가 마음편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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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1.
핀란드인 미카 왈타리가 쓴 고대 이집트 이야기
1908년 태어난 미카 왈타리가 두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후
2차 대전이 끝나는 1945년 발표한 책이다.
그의 책중 우리나라에 번역된 다른 것은 없다.

어떻게 3500년전 세상을 마치 내가 어릴적 살았던 동네를 회상하듯이 그림처럼 써낼까.
이점이 이 책의 첫번재 장점이다.
1945년 해방정국에서 우리는 이집트의 문명에 관심없었다.
나는 가끔 유럽인들의 지적유산 그자체보다
국경을 넘어선 지식의 탐구가 자유롭고 보편적인 그들의 문화가 더 부럽다.
그럴때면 반도 땅이 답답하지만
한글 이외의 다른 문자로 지식을 탐구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으니

이렇게 영어권 이외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길 바랄 밖에.^^


2.
전형적인 매력적인 인물들이 순서대로 배치된다.
이것이 이책의 두번재 장점이다.

시누헤 - 진지한 모범생 스타일의 의사. 네페르에게 바치는 헛된 열정으로 거지가 될 줄도 알고
             옛이야기에서 흔히 그렇듯이 이러저러한 위험과 고난을 그때그때 적절히 나타나는
            행운으로 잘도 타고 넘는다.
투트모스 - 영혼이 자유로운 화가. 생쥐가 고양이를 공격하는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매력적인.
호렘헵 - 선동을 잘하는 전사들의 대장. 싸움이 뭔지 아는 용맹스런 전사.
카프타 - 외눈박이 노예. 그는 노예라기보다 친구처럼, 보호자처럼 물정모르는 시누헤를
            보살핀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아는 듯하지만 교활하지 않고, 약한 사람인듯하지만
            비열하지 않다. 입바른 소리 척척 잘하는 익살꾼.


3.
이 모든것이 단 1권에만 해당한다는 것이 이책의 단점이다.
1권의 재미있는 모험에 비해 2권은 지루한데 결정적인 것은
파라오 아케나톤의 멍청한 유일신때문이다.
태양신 앞에 남자와 여자, 흑인과 백인, 귀족과 천민이 평등하다고 하면서
테베를 버리고 천국의 도시를 건설한다. 명령해서!!!
도대체 이런짓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진정 평등하면 지가 파라오를 그만두면 될 일이다.
시누헤가 아케나톤에게 동의하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 메리트와 비극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도
시누헤가 '홀로인 자' 이기 때문이다.
시누헤 표현에 의하면 이미 그가 태어나기 전에 별들에 새겨진 거겠지.

아케나톤이 당시 혁명적인 평등한 사상을 가진 왕이었다면
그는 훨씬 씩씩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을 거다.
그는 비참하게 사는 노예들을 모아 놓고 선동했을 거다.
나는 파라오의 힘이 있으니, 나의 힘으로 너를 놓아주겠다.
나를 더이상 파라오로 대하지 말고 너의 친구로 대해주라.
우리 함께 귀족도 노예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그러면 어떤 노예들은 심장이 뛰고 아케나톤을 위해 목숨을 걸겠노라 결의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이렇게 멍청하고 나약하고 신경질 적이고 무능하고 철이없어
사람 마음을 속터지게 하는 것이
단지 신내림을 받아서 평등한 세상을 받아들여
도시 건설의 모험을 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4.
구구절절히 징징대는 시누헤는 뒤로 갈수록 지루하다.
미카 왈타리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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