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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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획의 책이 있었구나.

여름 휴가 용으로 도서관에 가서 오래간만에 추리소설 중심으로 책을 잔뜩 빌려왔다.

사전지식 전혀 없이 눈에 들어 들고 왔는데

해리 보슈와 페트릭 겐지가 함께 수사를 하다니.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 제프리 디버, 리 차일드, 이언 랜킨, 더글라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

휴가를 함께 하기에 최고의 작가들이다. 검증받은 장인들.

 

2004년 10월 9일 국제스릴러 작가협회가 만들어진다.

이 협회는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지 않고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책을 만들어서 출판사에 팔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운영비를 충당 한다네.

잘나가는 작가들이 짝을 지어서 자기들의 최고 캐릭터들을 만나게 한다.

아, 재밌는 발상이야. 최고의 팬서비스이고, 아마도 엄청 많은 수익을 남겼을 거라고 생각해.

 

작품들의 수준이 돈벌려고 엉성하게 만든 수준은 아니다.

서로의 캐릭터를 애정하며 동료이자 거장인 상대작가를 존중하면서 서로 협력하며 즐기고 있다.

이 모든 캐릭터를 한번에 보는 책이라니.

뭔가 선물세트 같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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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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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슈지는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났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마음을 닫은 인간, 마치 얼굴 가득 굵은 글씨로 "날 내버려둬. 하지만 도와줘." 라고 써놓은 듯한, 그런 성가신 인간이 슈지는 푸른빛이 도는 고등어 초절임보다 더 싫었다. 

책장을 열면 한꺼번에 우루루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캐릭터가 선명해서 좋다. 

슈지와 소마, 그리고 야리미즈 

주요 캐릭터들이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라 서로 냄새를 아는 것처럼 공감한다. 


경찰관료사회의 모두가 묵인하는 관례화된 비리에 동참하지 않아 왕따인 소마 

원칙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니 가끔 답답하고 무뚝뚝하지만 유능한 경찰이다. 


슈지또한 죽마고우들 사이에서 발생한 폭력과 불행이 왜 내게 온것이냐고 

내가 왜 소년원을 가고 죄인이 되어야하냐고 분노하지 않는다. 피해를 당한 친구에게 매달 돈을 보내며 묵묵히 일한다. 

어릴때 불운을 당해 세상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융통성과 순발력이 있고 의연하다. 

유별난 냉정함과 도를 벗어난 무모함, 이라고 소마는 슈지를 판단한다. 


늘 진지한 소마와 슈지에 비해 아리미즈는 가볍다. 무거운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날라리 탐정스타일의 캐릭터

방송국출신답게 재치있고 감각이 좋다. 무엇보다 두뇌회전이 빠르다. 

이 세사람의 팀풀레이가 스토리를 잘 받쳐준다. 


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아. 

이윤을 위해 사람의 안전도 외면하고 문제가 발생하자 은폐하며 사람도 죽이는 거대기업과 

그 기업에서 커미션을 받은 거물 정치인, 스스로 부패의 주체인 경찰관료사회 

살인사건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천천히, 자연스럽게 원인과 결과를 추적해 나간다.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번갈아 서술해서 다면적인 사실확인을 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구성해 무겁고 진지하고 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다. 

산업폐기물 문제,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 사람들의 편견과 언론의 문제등 

자칫하면 오히려 산만할 수 있는데, 오타는 선수다. 말끔하게 정리하며 벽돌을 쌓는다. 

인간적인 캐릭터와 적절한 구성이 잘 어울려있다.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이런식의 정신없는 반전은 확실히 영화 스타일이야. 


소마가 창문을 열자 창문에서 활짝 열어둔 문으로 햇볕 냄새가 실린 바람이 불었다. 

빛 속에서 봄망초가 흔들렸다. 

착한 사람들의 착한 추리소설이다. 



2.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습니다. 유능한 인간과 무능한 인간이죠. 유능한 인간이 사회의 틀을 만들어 경제를 움직이고 무능한 인간이 톱니바퀴로서 단순한 노동에 종사합니다. 어느 시대든지 변함없는 진리예요."

5명의 목격자에 대한 청부살인을 결정하며 핫토리가 말한다.  

자기는 유능하니까 무능한 인간 따위는 죽여도 된다는 거지. 


모리무라는 도리어 기가 탁 막혔다. 

이런 쓸모없는 인간들이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을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다니...... 무능한 인간이 떼지어 유능한 인간의 인생을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그런 짓은 너무나 부당하고 터무니 없이 교만한 행위다. 

모리무라의 인생을 망가뜨린건 5명의 목격자가 아니라

식품회사를 운영하며 사람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위험하고 무능한 스스로의 판단이다. 참 뻔뻔해. 


정말 이럴것 같아. 

대한항공의 조씨, 아시아나항공의 박씨, 삼성의 이씨,  현대의 정씨, 조선일보의 방씨  

이 사람들은 자기네가 유능해서 무능한 노동자들에게 뭔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 

실제로 이 분들은 뭔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더라고 

대법원이 대통령과 거래하고, 별짓을 다하니 그 밑에 판사들은 대기업 범죄자들에게 돈 받고 눈감아 주고 그러는 거지. 

돈이 많아 법위에서 노니 무능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비슷하것 같아. 


오타 아이는 직설화법으로 말한다. 

"그렇겠지. 하지만 네 사정은 달라져. 내 샘플은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만 '사사키 구니오'가 이어받을 거야. 그 '사사키 구니오'를 죽여도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 '사사키 구니오'가 나타날 거고, 마자키가 죽었음을 알고 우리가 '사사키 구니오'를 이어받은 것처럼 말이야. 네가 아무리 죽여도 '사사키 구니오'는 죽지 않아."

이말을 하기 위해, 사사키 구니오의 바보 같은 신념을 말하기 위해 두권으로 된 소설이 필요했다. 

정의에 대한 이런식의 솔직한 신뢰는 촌스럽고 비현실적인데, 읽다가 울컥 했네. 

오랜만에 재밌는 일본산 범죄소설을 보았네. 


오타 아이를 더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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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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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강력반 군나르 하겐 반장은 회전의자에 기대 앉아 리넨 슈트를 입은 남자를 천천히 뜯어보았다. 얼굴 깊이 팬 꿰맨 자국이 피처럼 시뻘겋고 곧 죽을 사람처럼 보이던 때로부터 3년이 흘렀다. 옛 부하인 그는 이제 건강해 보였다. 절실하던 몇 킬로그램이 몸에 붙었고 어깨도 슈트에 꼭 맞았다. 슈트. 하겐은 살인사건 수사관이던 남자가 청바지의 부츠말고 다른 차림을 한 걸 본 이억이 없었다. 

해리 홀레가 돌아왔다. 오래 기다렸다. 

이번에는 자학하듯이 몸을 망치는 것을 극단으로 밀고가지 않길 바래. 

요는 자신의 히어로를 너무 괴롭힌다. 


"구스토 한센. 19세. 경찰 정보로는 마약 밀매자이자 상습 복용자. 7얼 12일 하우스민스 가의 한 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 가슴에 총상을 입고 과다출혈로 사망."

3년만에 상관을 찾아와 대뜸 다시 형사가 되어 일하겠다고, 마치 어제 퇴근하고 오늘 출근한 사람 처럼,

이미 해결된 구스토 한센 사건을 담당하겠다고 말한다. 참으로 해리답다. 이번엔 뭐에 꽂힌거니. 

비에른 홀름, 베아테 뢴 반가워. 

저런, 올레그구나. 라켈의 아들, 그리고 해리의 아들. 

아. 해리 홀레 시리즈의 마지막은 아들, 이구나. 

사람들에게 아들은 아버지 보다 어려운 숙제 같아. 


스노우맨에서는 손가락을 잘랐고, 레오파드에서는 얼굴을 찢어 버리더니, 

이번에는 칼을 맞아 베인 목을 테이프로 감고 돌아다니며 

몸이 아프고 욱신거렸다. 박테리아로 된 염증의 짐승이 그 속에 갇혀 밖으로 뛰쳐나오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마이클 코넬리가 해리 보슈를 괴롭히더니 요 네스뵈는 더 해. 

하드보일드 작가들이 자기 히어로를 괴롭히는 것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가학취미가 있나봐. 


마지막 해리 홀레. 

아쉽기도 하고, 너무 피곤하고 지쳐보여서 이제 그만하는게 맞다 싶기도 하고. 

호불호가 엇갈리는 모양인데, 나는 좋다. 

성공한 시리즈 히어로의 작가들은 차마 시리즈를 끝내지도 못하고 자신의 히어로를 죽이지도 못하는데, 아들이라니. 

나는 이 정도가 좋으네. 


해리 홀레 전작을 쌓아놓고 순서대로 읽어보고 싶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었으면 좋겠고, 방바닥에 누워 뒹굴며 즐겨보리라. 

안녕, 해리 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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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3 - 해섬마을의 불놀이야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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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여가구가 사는 산골마을에 카페라니. 거 참, 과하게 쌩뚱맞다.

깊은 산속, 외나무 다리로 건너는 강, 고립된 산골마을이야 크리스티 이후 추리소설의 익숙한 설정이지만 거기에 카페라니

외나무다리로 피아노가 건너는 거야 그렇다치고, 뭐 먹고 살거라고, 중얼거리며 읽었다.

그러나 재밌네. 해섬마을의 불놀이야는 절묘하다.

 

"여자 혼자 독체에서 잘시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함서방은 고개를 저었다.

"모를 일이죠. 게다가 그 순당집은 대대로 저주받은 집이라는 소문이 나서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대낮에도요. 그래서 어쩌면 여자 혼자 살기 더 안전할는지요.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무섭습니까?"

웃었네. 그러게. 여자 혼자 살기에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

명자. 그녀는 왜 이런 외딴 마을에 와서 쌩뚱맞게 카페를 차리고 피아노를 두들기는 걸까.

 

비극이었다. 할아버지는 죽어도 장가를 안 간다는 손자가 숨은 거두었지만 그럼에도 영혼 결혼식을 치르라는 유언을 남겼다. 구보는 인간의 원념이 무척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을 둘러싸고 도는 어둡고 음습한 묘한 분위기는 한치도 양보 못하는 한 노인의 고집과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원망속에 죽어간 열일곱 종손의 대치 속에서 극대화되고 있었다.

 

씨받이 들어온 여인과 혼례복입고 찍은 남자의 오래된 사진, 속 여인과 눈이 마주치면 죽는다는 소문이 있단다.

분위기를 정말 그럴싸하게 잘 만든다. 술술 물 흐르듯이 이야기가 흐르네.

오래간만에 책을 읽다가 잠을 놓쳐 날이 새 버렸다.

 

 

2.

"자네 지인이 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는지 대단하네. 내 평생 한 번 쯤은 이토록 고적한 산속에서 먹을 것 걱정 안하고 삼시세끼 대접받으면서 글만 쓰고 싶었다네."

이상이 골치아픈 사건 하나를 해결해준 지인이 후쿠오카 온천 여관으로 초대해서 여행을 떠난다.

구보는 반복해서 경비와 숙박을 해결해준 재력가 지인을 둔 이상 덕에 호사를 누린다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웃었다. 저런 재력가 지인이 있어 후쿠오카 온천에서 삼시세끼 대접받으며 글만쓰라하면 나도 행복하겠다.  

 

사월이 캐릭터 재밌다. 영리한 초등학생 여자아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온 해외 온천 여행 여관에서 사람이 죽는데 재빨리 눈치를 보더니

이상과 구보에게 자기를 탐정으로 팀에 끼워달라고 말한다. 당돌하고 재밌는 꼬마다. 또 나오면 좋겠어.

 

경성탐정 이상이 앞선 두권보다 진화했다. 보다 현실감 있게.

앞의 두권에서 탐정 이상의 경성은 식민지 조선의 경성이 아니라 은하계 별나라의 경성 같았거든.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느껴졌었어.

굳이 탐정소설에 반제국주의 반식민지 정서를 넣으라는 말이 아니라

이번처럼 배경에 아무렇 않게 제국 일본의 징집을 피해온 청년도 있고, 철도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도 있고

뭐랄까. 현실의 경성으로 상이 내려온 느낌. 그래서 더 좋았다.

 

다음 편의 이상은 지금쯤 경성의 어느 골목을 탐색하고 있으려나.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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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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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은 더 높은 곳으로 집을 올렸다. 없는 자들은 바다가 내어준 땅에 집을 지었다. 법은 금했지만 돈이 없었고 살곳이 없었다. 몇년만에 질척거리는 작은 구역이 만들어졌다. 편의상, 아랫동네라 불렀다. 부유한 자들이 사는 구역은 윗동네가 되었다. 이도시에 '부산'아닌 새로운 이름이 붙여지진 않았다. 10년후, 또한번의 쓰나미가 아랫동네를 삼켰다. 많은 사람이 죽고 산 사람은 모든걸 잃었다. 


쓰내미가 지나간 후로 매번 조류독감이 끊이지 않았다. 구제역이 잇달았다. 사람들은 살기위해 가축을 죽였다. 죽여도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모든 가축을 죽여 멸종시켰다. 그리고 새로이 먹을 동물을 만들어냈다.....쥐의 얼굴에 돼지같은 피부, 소를 닮은 거라곤 노린내 밖에 없었다. 


아랫동네 사는 이우환은 목숨건 시간 여행을 해서 2019년으로 온다. 

곰탕 끓이는 법을 배워 아롱사태를 사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목표다. 

이름도 참 우환이 뭐니.슬픈일 안좋은일을 우환이라고 하잖아. 

여기에도 역시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이 많다. 

양창근, 이순희, 이종인 캐릭터들이 좋다. 튀지않고, 순한 인물들 


처음 곰탕을 먹은 우환 

맛있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붙드는 맛이었다.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진  않은데, 풍부했다. 한가지 맛으로 깊었다. 

곰탕을 소재로, 곰탕을 변주하여 추리소설을 쓰다니 

먹방이 풍미하는 요즘, 시류에 딱 맛을 뿐 아니라 스피디한 스토리, 군더더기 없이 짧게 끊어지는 문장 

인물들이 모두 남성인데 과묵하고 우울하고 사람들과 관계에 서툴러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들이다. 


곰탕만드는 법을 배워 2063년으로 돌아가 큰돈을 벌어 윗동네로 이사가서 살아야 할텐데 

진국 곰탕맛을 본 부산에는 레이저 총들고 사람을 죽이는 놈이 나타나고 심상치 않다. 

재밌다. 휘리릭 한호흡에 끝까지 읽힌다. 

우리 장르문학은 영화의 스크린을 먼저 탐색하고 이제 여기까지 왔구나. 

흠잡을 데 없이, 이만하면 딱 좋다. 

김영탁이 다른 작품이 있는지 검색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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