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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 ㅣ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평점 :
1.
어마어마한 이영도를 왜 이제야 알았을까?
2004년 발행된 책의 2016년 16쇄 버전으로 읽었다.
재밌다. 400페이지 넘는 묵직한 책을 휘리릭 읽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대한민국, 남성, 판타지 라는 카테고리에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국문학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작가들의 과잉된 자의식이 심해서 징징대는 느낌이고, 현실의 객관화가 부족해서 몰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추리 소설이 수준 떨어져도 대략 참으며 나름의 재미를 찾는 것이 가능한데. 내 나라 한국 소설은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
놀랍게도 이영도를 이제야 읽게된 이유다.
조만간 그의 드래곤과 새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뭐랄까. 진수성찬의 상 앞에서 침이 꼴깍 넘어가는 느낌이다. 헤헤
2.
"제 삶의 이유가 되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진부하다 못해 황폐함까지 느껴지는 말들이었지만 그 말들은 이미 상관없었다. 이 말을 하는 션의 눈빛, 저녁별 빛을 가득 담은 그 눈빛이 내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젊은 날의 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무서울 정도로 뜨겁고 소름끼치도록 황홀하던 여름 저녁.
누군들 그런 여름 저녁이 한번쯤 없었을까... 라고 쓰지만 나에게 그런 저녁이 있었던가 싶네.
진부한 말조차 황홀하게 만드는, 무서울 정도로 뜨겁고 소름끼치는 것이 사랑일까, 젊음일까?
이영도는 낭만적이다.
어쩌면 SF 세계관을 잘 구현하는 사람은 낭만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기도 하다.
이영도는 이야기를 맛나게 한다.
박자에 맞춰. 흥을 동우기도 하고, 숨을 죽이기도 하면서.
이파리 보안관과 티르가 뜨개질하며 주거니 받거니 추임새를 넣어가며 이야기 하는 장면은 그의 세계관이다.
이영도는 그렇게 뜨개질을 하며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이야기가 좋은거다. 오래된 농담처럼, 툭툭 이야기를 뜨고, 이야기를 요리한다.
마라톤 처럼 긴호흡의 드래곤라쟈를 써 낸 후, 산책을 하듯이 느긋한 느낌이랄까.
3.
어느 실험실의 풍경에 등장하는 헐스루인 공주 대박이다.
이영도의 캐릭터들이 재밌는것은 고정관념과 상식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의 사랑에서 빵 터졌고,
"너 계집애야."
키메라는 굉음을 내며 무너져내렷다.
요 대목에서 완전 빵 터졌다. ㅎㅎㅎㅎㅎ
세상에 남자들 하고는...
이영도의 소설이 재밌는것은 그 모든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972년생이면 나랑 동갑인데. 2004년 서른두살에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이 재밌다.
젊은 남자 사람이라기 보다 할머니가 쓴 것 같은 수다스런 이야기들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