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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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계자는 대단한 힘을 가진 사람이지만 아직 NO2 이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다만 후계자일뿐 지도자는 아니라는 거지.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실력자가 후계자이다.
힘을 갖고 있으나 변덕스런 '지도자' 의 의지에 흔들리는 가파른 권력자.


2.
지도자라는 단어 자체가 싫기도 하다.
민주적인 이라는 말과 지도자라는 말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누구를 지도하고 싶지 않은만큼 누군가의 지도를 받고 싶지도 않다.

국가의 경계나 민족의 구분은 늘 지배계급의 이익에 봉사한다.
그래서 지도자를 생산한다.
그에게 권력을 밀어주는것 까지는 좋은데 아무런 책임은 없는 지도자라면
제 인민을 굶어죽이는 정도의 실력으로 국가를 유지해서 뭘한단 말인가?
수백만 국민이 반대해도 광우병 소고기를 기어코 수입해서 '닥치고 먹어라!' 는
제 인민의 건강보다 미국의 이익이 우선하는 대통령을 눈뜨고 보며 살아야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재앙이다.
겨우 5달 지났다.
그 사이 광우병과 촛불집회 전문가가 된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5년동안 뭘 더 배우고 어떤 전문가가 되어 이 미친 대통령을 견뎌야 할까.
투표한번 잘못하고 망가지는 삶의 댓가가 너무 크다.
겨우 이만큼이 우리의 민주주의다.

3.
지도자의 뒤를 잇는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이 인민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도자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의
무겁게 내려앉은 은밀한 공기라니

그 분위기를 카다레는 보여준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은
오늘 살기위해 지도자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적절하게 해석해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꿈과
뒤섞이는 삶, 그리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못하는 것처럼 무엇이
삶인지 알지 못하는 영혼들을
안개속을 배회하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촛불처럼, 덜커덩 소리를 내는 창문처럼
독재사회의 공포정치, 예리한 칼에 스윽 베인 상처에 피를 흘리는 심장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서


4.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도 그랬지만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사는 사회의 꿈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한 실험을 했던 국가들의 '당'과 '관료'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비열하고 탐욕적으로 회고되는가 말이다.
도대체 당신들 무슨짓을 한거야?

당신들이 행한 공포정치는 당과 관료를 넘어
권력을 나누어 공동체를 운영하는것, 평등한 세상에 대한 꿈까지 조롱거리로 만든다.
자본의 탐욕이 불평등할뿐 아니라 사람들을 미치게 하고 죽게해도
어쩔수 없다고, 세상이란 원래 힘있는 것이 장땡이라고
돈없고 힘없으면 그냥 죽은듯이 살고
돈과 힘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하는 천박한 세상에 포기하고 살게 만든다.


5.
사회주의 사회의 공포정치는 평등한 세상에 대한 꿈을 빼앗아 갔다.
그 빈자리에 카다레는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답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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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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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프라이데이.
예쁘고 섹시하고, 살인병기로 훈련받았으며 자의식강한 여자. 인조'인간'
태어난 출신성분에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고전적인 주제뿐 아니라
성문제, 가족문제, 결혼제도의 문제 여러가지가
우주여행을 하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잘 버무려져 있다.

권력의 문제나 국가운영의 문제도 나오는데, 그부분은 뭐랄까
미래사회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니 안보여줄수는 없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느낌 

그런데 실은 주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느낌도 있다.
다만, 프라이데이는 소속되고 싶어한다.
차별받지 않고 인정받는 그룹에서 소속되어 살고 싶어한다. 그 뿐이다.


2.
중요한것은 미래사회를 보여주는 디테일이다.
하인라인은 자신이 만든 가상의 세계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시시콜콜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 프라이데이가 온갖 상황에서 게임을 해보게 만든다.

프라이데이는 가상현실의 전추력 빵빵한 섹시하고 눈물많은 여자다.


3.
한달쯤 전에 최세진을 만났을때
SF의 상상력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면서
어슐리 르귄을 반드시 읽어보하고 해서 그러마 했는데
르귄은 왠지 무거워보여서
좀 가벼운 것을 보려고 고른것이 프라이데이다.
작가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늘 비관적인 줄 알았는데
해피엔드라 편안하다.


4.
거슬리는 것은 하인라인이 매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질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프라이데이는 가부장적 질서에 보호받고 복종하고 싶은 인조인간이다.
나는 인조인간이라면 좀더 쿨하길 기대한다.
왜 명령을 내리고 나를 보호한답시고 감시하는 사람의 부재에 펑펑 울어야 할까.
우리는 그런 보수적인 질서가 편안하다고 너무 많이 암시받는다.
정말 편하우?

한편 이런 질서의 가부장인 대장 마초들은 그래서 대게 외롭고 고독하다고 호소한다.
그다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호소이다. 알게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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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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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뚱뚱하고 재치있는 여탐정 라모츠웨
소박한 낙관
그림처럼 서술되어 보여지는 삶들이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시같다.


2.
특히 그녀의 아버지의 회고에서는
아프리카가 어떻게 수탈되었는지
나누고 배려하며 어울려사는 아프리카 선조들의 철학이 어떻게 이용되고 모멸당했는지
결코 날을 세우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며 시처럼 흐르는 물처럼 노래처럼 말해준다.
편안하고 담담하다.

라모츠웨 가계와 그녀의 삶에 대해 소박하고 예쁜 일화들
지루하지 않고 독하지 않다.
서스펜스나 반전 스릴, 이런것과 거리가 멀다.


3.
다만 수탈당한 자들의 소박함과 순수함을 강조하는 것을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본다.
심지어 그들의 순수함과 영혼의 맑음은
교활한 백인 이방인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도 않는다.
약탈하는 자들은 자기들이 짓밟은 자들이 이랬으면 좋겠지.
너무너무 착해서 감히 반발하려 하지 않는
바보처럼 보이지만 실은 삶의 지혜를 터득한 거라고.
그런데, 어떤 삶의지혜?
포기하고 꿈꾸며 사는 지혜? 현실에서는 계속 수탈당하고? 아니면 현실은 보지 말고?
누구좋으라고?

아닌것처럼 제국주의 시선, 오리엔트적 시선이 있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의도가 나쁘다고 느낀다.

라모츠웨의 사건이 심심하고 쉽게 풀리는 것도 그렇다.
이 정도라는 거지.
아프리카는 그저 목가적인 풍경에 심심한 사건이 있는 착한 사람들의 세상이라고
정말?


4.
거기다 아이의 손톱 사건은 해결하지도 않으면서 구렁이 담넘듯이 속편히도 넘어간다. 뭐이런.
이 대목에서는 정말 불편하다.


아프리카는 순수하고 순종적이며 자연친화적이고 영혼에 더 가깝다는 인식들 또한
이데올로기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래서 라모츠웨는 땅위가 아니라 구름위에 허구속에서 속편히 산다.
작가의 의도가 의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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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살인 - 범죄소설의 사회사
에르네스트 만델 지음, 이동연 옮김 / 이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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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추리소설은 왜 재미있는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가?

'표준화된 단순한 노동과 일상생활이 거져오는 긴장감이라는 지옥에서 독자들을 꺼내주는 기능'
을 한다고 만델은 말한다.

동의한다. 나도 그래서 추리소설을 읽는다.
나는 추리소설을 읽으며 즐겁고 편안하다.
살인사건을 읽으며!!!
왜 끔찍한 살인이야기, 범죄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재밌을까?

2.
추리소설로 자본주의 사회를 해석하고
추리소설의 계보를 읽으며 자본주의 사회 범죄의 역사를 보여준다.
자본과 범죄가 어떻게 결탁하는지 그리고 다시 국가(관료)와 어떻게 하나가 되어
공공연한 범죄의 주체가 되는지,
이런 사회 현상이 범죄소설과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지 매우 설득력 있고 흥미롭다.

나는 추리소설을 매우 좋아하는데 한번도 이런 방식으로
추리소설을 통해 사회와 범죄를 해석할 수 도 있다는 것을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후기 자본주의에 오면 이제는 사업 자체가 범죄가 된다는 만델의 해석을 읽고 보니
정말, 삼성이나 공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비리가 거의 매일 신문에 나온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공무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현실에서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면 은폐되는게 많아서 뭐가 뭔지 결국은 모르게 되고 만다.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인들, 폭로하는 언론인들 우찌 믿냐고요.

그리하여 만델은 말한다.
추리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가 범죄사회이기 때문이다.
역시 나는 동의한다.
실제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을법한 사실일것 같은 범죄 이야기가 재밌다.



3.
만델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해도
추리소설의 계보를 시대순으로 정리하고 분석하고 평가 해 놓았다.
내가 읽은 관점과 나의 해석과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다.

적어도 만델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그가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밤을 새워
흥미진진하게 추리소설의 책장을 넘기는 장면이 보이는 것 같다. ^^*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끼리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대화가 가능하니 이것 역시 재밌다.
통속소설이라고 지금도 가끔 천대받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4.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으며 내책이면 좋겠다고
거듭거듭 생각하게 한, 드물게 탐나는 책. 아무래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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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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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미미여사. 초기작픔.
본격 사회파 소설로 분류되는 것들에 비하면 소품이지만
만만치 않다.

2.
구성이 치밀하고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가로와 세로로 서로 엮어내는 재주가 뛰어나다.
전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페이지를 넘길수록
하나의 교차로에서 서로 조각을 맞추는 퍼즐처럼 들어맞아 큰 그림을 보여준다.

3.
범죄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추적하는 것에 미미여사는 집요하다.
갑작스러운 반전과 노인의 등장은 낯설지만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죄와 벌, 범죄와 심리에 대한 탐색이 깊기 때문이다.
스나크사냥과 키워드는 다르지만 비슷한 주제이고

4.
그녀의 무대에서 모든 등장인물은 희생자라는것이 문제다.
자본주의 이 시스템 안에서 죄를 지은 사람조차
불쌍하고 힘없는,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도망치는 사람이다.
그러니 결국 누가 누구를 단죄한단 말인가 이 시스템 속에서 

현실사회의 부조리와 그속에서 다치는 사람들의 마음
그럼에도 결국 희망은 따듯하고 착하게 배려해주는 주변인물들과 나누는 일상이다.

5.
마모루가 그 지옥같은 복수, 단죄의 굴레에서 벗어난 후 문병온 회사 동료가 말한다.
"빨리 건강해져라. 다들 기다리고 있어. 사토가 사막 얘기를 하고 싶어해. 그 쪽에는 바람이 살아있다더라."
이런 문장이 좋다.
사실 바람은 늘 살아있다. 그런데 사막의 살아있는 바람이라는 표현은
마모루의 사막같이 건조한 마음에 주변의 착한 사람들이
살아있는 싱싱하고 따듯한 바람을 넣어주고 있는 것을 잘 느껴지게 한다.

이런 문장이 좋다. 미미여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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