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즐거운 살인 - 범죄소설의 사회사
에르네스트 만델 지음, 이동연 옮김 / 이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1.
추리소설은 왜 재미있는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가?
'표준화된 단순한 노동과 일상생활이 거져오는 긴장감이라는 지옥에서 독자들을 꺼내주는 기능'
을 한다고 만델은 말한다.
동의한다. 나도 그래서 추리소설을 읽는다.
나는 추리소설을 읽으며 즐겁고 편안하다.
살인사건을 읽으며!!!
왜 끔찍한 살인이야기, 범죄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재밌을까?
2.
추리소설로 자본주의 사회를 해석하고
추리소설의 계보를 읽으며 자본주의 사회 범죄의 역사를 보여준다.
자본과 범죄가 어떻게 결탁하는지 그리고 다시 국가(관료)와 어떻게 하나가 되어
공공연한 범죄의 주체가 되는지,
이런 사회 현상이 범죄소설과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지 매우 설득력 있고 흥미롭다.
나는 추리소설을 매우 좋아하는데 한번도 이런 방식으로
추리소설을 통해 사회와 범죄를 해석할 수 도 있다는 것을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후기 자본주의에 오면 이제는 사업 자체가 범죄가 된다는 만델의 해석을 읽고 보니
정말, 삼성이나 공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비리가 거의 매일 신문에 나온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공무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현실에서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면 은폐되는게 많아서 뭐가 뭔지 결국은 모르게 되고 만다.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인들, 폭로하는 언론인들 우찌 믿냐고요.
그리하여 만델은 말한다.
추리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가 범죄사회이기 때문이다.
역시 나는 동의한다.
실제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을법한 사실일것 같은 범죄 이야기가 재밌다.
3.
만델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해도
추리소설의 계보를 시대순으로 정리하고 분석하고 평가 해 놓았다.
내가 읽은 관점과 나의 해석과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다.
적어도 만델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그가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밤을 새워
흥미진진하게 추리소설의 책장을 넘기는 장면이 보이는 것 같다. ^^*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끼리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대화가 가능하니 이것 역시 재밌다.
통속소설이라고 지금도 가끔 천대받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4.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으며 내책이면 좋겠다고
거듭거듭 생각하게 한, 드물게 탐나는 책. 아무래도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