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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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을사람들 모두 그렇게 집착하는 귀신, 악령은 가가님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있다.
거부할 수 없는 힘에의해 가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
실수가 용서되지 않는 임무, 실수가 없어야 하는 임무가 어깨에 내리는 순간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하는 모든 억압이, 저항할수 없는 고통의 무게가
비상식적인 악령으로 실현된다.

악령은 시스템이다.
공개하고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권력관계다.

못하는 말들, 눈감아야 하는 진실, 왜곡된 거짓말이 뭉게뭉게 부풀어
벼락처럼 돌아와 날카롭게 심장을 친다. 귀신이다.



2.
미미여사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면 흔히 천황, 막부의 실력자, 무사
최고가문을 중심으로 잘나고 똑똑한 것들의 음모와 배신 그것을 헤치고 우뚝서는 영웅을 쓴다.
잘난사람들의 범상치않은 영광과 권력아래
미천한 자들, 소박한 사람들이 어찌살았는지는 안쓴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므로 관심이 없으니, 늘 굽신거리는 인형처럼 표현되지.

미미여사의 밝은 눈은 그러나 낮은곳을 향해 따듯해서
말단관리, 하녀, 어부, 죄인에 대해 썼다.

자주 질투와 시기에 눈이멀고, 실수와 허점이 많으며 소문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흉보지 않는다.
잘난척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수줍은 마음, 아껴주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
분노를 이기지 못해 복수하고 싶은 눈빛......그안에 누군들 없을까. 내가 있다.



3.
에도시대 작은 해안마을을 직접 살아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막힘이 없다.
마을 하나를 통으로 창조해서 등장인물이 많다.
호, 우사, 가가.... 누구하나 모자람 없이 모두를 감싸안으며 미미여사는 애정표현한다.

어쩌자고 이렇게 예쁘고 슬픈얘기를 만들어 낸걸까.
시작부터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어둡지 않다.

호와 우사 이 예쁘고 씩씩한 여성들의 외로움, 그 착한 마음씨가 
이야기 전체에서 화사한 배경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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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불륜의 사회학 :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살림지식총서 167
황혜진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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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흥미로운 소재와 주제이다.
섹스, 욕망, 결혼에 대해 황혜진은 엄숙하게 말하지 않는다.
까놓고 사실을 말한다.

'가정은 다만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외형만 유지한채 표류하고 있다' 과연
'그 또는 그녀들이 자유로운 성 또는 그와 관련된 행위를 통해 찾는 인생의 의미란 무엇일까?'

불륜을 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그 흥미로운 주제를 놓치지 않은 그녀를 일단 격려하고 싶다.

읽다보니 심지어 그녀는 재치있게 글을 잘쓴다.
우회하거나 이쁘게 포장하지 않고 직설화법으로 쿨하게 진실을 까발리는 발랄함이 있다.
적당한 접시에 영화를 한편씩 올려놓고 반짝 빛나는 칼과 포크를 능숙하게 움직여
쑤시고 찌르고 자르고 토막내어 맛있게 먹는 것을 즐기는...... 그런 느낌.
나도 좀 나눠줘요. 같이 먹게. 나도 칼질 잘할수 있을 것같어. ^^*



2.
불륜의 사회학이란 실은 결혼제도와 그곳에 갇힌 성, 역할에 의해
그동안 여성은 어떻게 피해자가 되고 처벌되었는가 그 역사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가 똑같이 불륜의 행위를 해도 남성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성에게는 언제든 보복하고 벌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개인의 욕망과 윤리가 충돌할때 늘 윤리가 승리한다면 그 '늘'은 남성을 말한다.
욕망에 어둠과 더러움이 있다면 그것은 여성인것처럼.
남성이 곧 윤리이고 그래서 욕망, 여성은 스크린의 관객에게 맞추어 관음증을 충족시킨후 처벌된다.


대략 이정도의 질서인데 1990년부터는 그 질서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거지.
영화를 통해 그 균열의 정도와 성격을 구분해보고

결국 '타자를 식민화하지 않고 진정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3.
"욕망은 어디에 있고, 계약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오히려 이렇게 번역한다.
누구에게 봉사하는 욕망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인가?


타자를 식민화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 상식적인 사랑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위태로운 연애와 평온한 계약 사이에서 갈등해야 할까.
혹은 이제 영리하고 익숙하게 그 중간에서 타협하는 방법들을 잘 배우고 있는 걸까? 

황혜연을 만나 기쁘다. 그녀의 다음 책을 기대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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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지운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다.
조용한 가족의 엽기호러 코메디는 그당시 내 느낌으로 참 한국스럽지 않았다.
김치냄새, 마늘냄새 물씬 나는 아줌마, 아저씨 배우들의 쿨한 연기라니.
나는 그때부터 나이많은 어르신들의 연기내공을 유심히 본것 같다.

장화홍련과 반칙왕, 달콤한 인생까지 마치 작정하고 장르를 섭렵하는 듯한
그의 영화들은 장르를 넘어 김지운 스어룬 데가 있다.
스타일, 혹은 그림과 색을 다룰줄 아는 감독.

이번엔 웨스턴이다. 영화를 보는 두시간 내내 즐거웠다.



2.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이 세남자의 조합만으로도 즐겁다.

송강호는 연기를 신나게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고
정우성의 몸매는 다른 말이 필요없다.
특히 말을 달리며 총을 겨누는 그 몸의 선은 예술이다.


3. 이병헌

이 영화에서 그는 섹시하다.

공동경비구역에서 배우로 그를 처음 봤었다.
어! 이사란이 연기를 잘하네, 했다. 그때도 송강호가 옆에 있었구나.

딱 하루밤이라도 이병헌 같은 남자와 보내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사실 딱히 맘에 드는 출연작은 없던차에...

이영화에서 박창이는 독한 인물이다. 그는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음--- 마치
캐리비안 해적의 조니뎁 처럼 연기한다.
비틀비틀 고민도 없고 미련도 없이 즐긴다기 보다는 취해서 산다.
어깨와 눈의 힘을 더 뺐으면 좋을걸 그랬다.
허무하고 외롭고 가난한 눈빛이 더 아무렇지 않게 비추어도 좋았을걸
화면이 너무 크게 잡힌것도 있다. 좀더 멀리 잡아도 되는데. 혹은 더 흐리게

박창이는 정말 나쁜 놈인데, 안아주고 등을 쓰다듬어 위로해주고 싶게 연기했으니
그만하면 됐다. 만점은 아니지만 이정도도 좋다.

맞다. 나는 이병헌을 편애한다. ^^*


4. 이게 전부다.
이영화에서 다른 것을 평하는 것은 좀 웃기다.
그림과 색을 아는 감독이 그림좋은 세남자를 버무려서 좋은 볼거리를 만들었다.
세남자는 부족함없이 자기역할을 잘했다.
그럼 됐다. 두시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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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종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2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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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10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사람이 쓴 중국 추리소설.

명판관 디 공과 그의 부하들, 이야기의 스토리가 중국일 뿐 아니라
각 장의 제목이 그 장의 내용을 요약하는 댓구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도
오래된 중국 대중소설들의 문법이다.
쉽고 재미있는 대중적인 소설의 친절함인데,
이런 형식을 처음본것이 다이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을 때였다.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때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친절함인가 했었다. ^^
거기에 그림도, 이런 삽화는 오래간만이다. 삼국지나 수호지를 본사람은 익숙한.
단순화되고 과장되어 있지만 익살스럽고 소박한 그림이다.

온통 정통 중국식인 소설을 네덜란드 사람이 썼다는 것이 대견하다.


2.
반월로 강간치사사건과 보자사 중들의 사기사건, 대상인의 소금밀매 사건이 한꺼번에
디공의 촉수에 걸리고 이러저리 교차하며 하나하나 풀린다.
그러게, 현실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서 끝나면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이러지 않는다.
사람의 삶에서 이런저런 관계와 사건이 모두 그물처럼 얽혀있지.
여러사건이 한꺼번에 다루어지는 이런 방식도 흥미롭다. 더 현실적이고.

재미있다. 사람을 긴장시키거나 심장뛰게 하지 않는다.
편안하고 재미있게 옛중국 스러운 책장을 넘기면
척척박사 명판관 디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
사실 디공의 추리는 좀 억지다.
어깨에 힘주고 잘난척하는 디공과 그의 부하들은 캐릭터가 오히려 귀엽다.

한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해줄 편안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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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2 - 목숨을 걸 만한 여자
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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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편보다 그림이 차분하다는 느낌.
마치 똑같은 씬시티를 똑같이 대책없이 오기로 똘똘뭉쳐 마음껏 살아도
마브와 드와이트의 차이같은.


1편 하드굿바이와 2편 목숨을 걸만한 여자는 공간의 씬시티뿐 아니라 시간적 배경도 동일하다.
등장인물들은 적절한 시점에 한번은 마브를 매경으로 한번은 드와이트를 배경으로 등장한다.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다른 주연배우로 보여주는데 매우 자연 스럽다.

그래 사실 이 세상도 그렇다. 자기 입장에서는 모두 주연이고, 타인의 입장에서는 모두 조연인데
이사람과 저사람과 다른 사람의 조연을 서로서로 해주며 전체 세상의 그림을 구성한다.



2.
레이먼드 챈들러보다 거칠고 미키 스필레인보다 슬프다.
언젠가 미국 어두운 뒷골목의 계보를 한번 써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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