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해도 처음부터 미미여사!

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장세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0월

나는 주택 정보지를 보면서, 이렇게나 많은 물건이 나오고 게다가 어느 물건이나 사려는 사람이 나선다는 사실에 소박하게 놀랐다. 열심히 보고 있자면 세페이지 정도만 봐도 눈이 피곤해지는 자잘한 일람표 행간에서 "집이 필요해 집이 필요해 집이 필요해......" 하는 무수한 중얼거림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도 든다. 어설픈 괴담보다 훨씬 무섭다.

어떤 장인에게도 서투르던 새내기 시절은 있는 법이다.

최고 고수인 미미여사의 첫번째 단편집도, 어쩌면, 아마도 풋풋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첫번째 단편이지만 주택정보지의 자잘한 일람표 행간에서 집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중얼거림을 듣는 미미여사다.

그 중얼거림, 그 절박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미 알고 있는

미미여사는 처음부터 미미여사 였구나, 싶었네.

서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낙관하는 미미여사의 감수성을 군침삼키며 맛본다.

미미여사는 특히 아이와 여성을 주연이나 조연의 캐릭터로 잘 만든다. 이번 단편집에서도 그래.

특히 아키코가 맘에 들어.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의문의 살인사건을 만나 하나하나 생각하고 주변을 조사해서 추리해 내는지, 설득력 있다.

마무리도 적절하고. 흐뭇하다.  

모든 작품이 특별히 튀는 것 없이 수작이고,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미미여사 스럽게 환하다.

젊은 미미여사를 읽는 것도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