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투쟁의지 삶창시선 38
조성웅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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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세대는 현대중공업 해고자 조돈희 동지처럼 

대중파업의 정점에 서보지도 못하고 

'하층민', 비정규직노동자의 외롭고 고립된 절규로 한 시기를 다 채워야 했다.  

 

그의 외롭고 고립된 절규의 한 때에 내 절규가 함께 있었고 

나의 외롭고 고립된 절규의 한 시절에 그의 응원이 함께 있었다. 

그러게, 나도 가끔 조돈희동지가 서 보았던 대중파업의 정점이 어찌나 부럽던지. 


나에게 조성웅은 시인이라기보다 동지이니 

시와 혁명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꿈꾸는 그에게 시인과 동지가 분리되지 않음으로 답한다.

아직은 동지의 시보다 동지의 어눌한 목소리가 더 익숙하지만 ^^;

그래도 참 조성웅처럼 바보같고 우직한 시이니, 시가 그를 닮았네. 

지금도, 시와 혁명이 분리되비 않는 삶을 꿈꾸다니. 

우리는 참 바보같어. 약아빠진 배신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말이야.  


어느새 사십대가 된 지금, 난 더 절박하게 싸우고 싶고 더 잘 싸우고 싶다 

그와 더불어 사십대가 된 나는 더 절박하게 싸우고 싶지도 않고 더 잘 싸우고 싶지도 않다. 

그냥 더 혁명처럼 싸우고 싶다. 더 붉고, 더 빛나고, 더 따뜻하게, 더 넉넉하고, 더 평등하게 

나는 이제 절박이라거나, 벼랑끝이라거나, 견결이라거나 이런 말들이 싫다.

우리가 옳기 때문에 마땅히 더 너르고 넉넉한 땅에서 싸워야 한다. 그리하여 

좀더 인간적이고 보다 민주적이고 더욱 문화적인 것이 혁명적이다. 

조성웅의 시, 서사를 읽는다.   


자정 지나 관리자들도 어느정도 빠져나가고 

술기운도 붉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졸고 있는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하청노동자들

몇마디나 했을까

힘없이 내 멱살을 잡고 서럽게 운다

"하청들 다 죽어가는데 위원장이라는 놈이 뭐하고 있냐"고 엉엉 운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에게 단결은 너무 멀고 

피업은 꿈만 같은데 

우는것도 용기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내 멱살을 잡고 운다 


그렇게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우는것이 

죽음에 대한 예의였던 

현장 추모 집회였던 

작업중지권 쟁취를 위한 하청노동자 현장파업이었던 

울산대학병원 영안실에서 보낸 120일!


울산대학병원 영안실에서 보낸 120일 中 일부


가슴에 묻은 죽음이 너무 많으면 가슴이 묘지가 된다. 

지난 10년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의 세월이 눈물이었다고, 고통이었다고 그래, 그랬지. 



2. 

조성웅동지가 서명해서 주었으나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쓴 시를 보는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시집의 페이지를 넘기며 

남루한 일상을 넘어 연대하고 투쟁하는 삶이 아름답다해도 우리는 너무 아프다는 생각을, 억울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다만 이제는 나도 시를 한번 써볼까, 싶었네.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에


조성웅동지와 내가 대공장 사내하청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비슷비슷 10년을 보낸 후 이맘때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난 화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더욱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이지만 

조금은 더 즐겁게 웃으면서 투쟁하고 싶다

자본주의의 수탈과 폭력 앞에서도 

춤과 노래와 시와 함께 웃고 율동 한다는 것

이것은 충분히 혁명의 내부라고 이야기해도 좋다 


혁명의 내부 中


2003년 조성웅이 이해남 열사에게 한 약속은 

집에 돌아와 자기 전에는 투쟁조끼를 벗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그래 그때 나는 다시는 동지를 외롭게 하지 않겠다, 했었어. 

그리고 10년이 흘러 다시 박정식열사에게 이제는 행복하게 투쟁하겠다 약속을 했네 


한시대를 비정규직 노동조합운동을 하며, 그 운동이 혁명의 주체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며 달려온 

그와 내가 마흔넘어 웃으면서 행복하게 투쟁하고 싶다고 우리의 불혹을 성찰한다. 

함께 싸웠고, 함께 웃으며 늙어가도 좋을 동지의 시집 

아직도 혁명의 내부를 탐색하고 있는, 그래 우리는 10년 넘게 너무 많이 울었다. 

아직 포기하지 못하는 빛나는 혁명, 햇살처럼 따뜻한 그 온기에 대하여 


사십 무렵,

스스로를 가꿔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 다행스럽고

조금은 더 부드러워진 내 모습에 만족한다

아름다워지지 않고서는 혁명적인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자기 전이 아니라도 투쟁조끼를 벗는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까지 

스스로를 괴롭히며 비난하지 않고 용서하기 까지 

그리고 이제 더 아름다워져 혁명적인, 사십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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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0-1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확.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