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담임이 바쁜 줄 정말 귀신처럼 알아차린다.

그럴 때면 꼭 사건이 터지곤 한다.

어제 오늘 다음 주에 있을 현장학습 때문에 마음이 분주하다.

그걸 알아차린 아이들은 오늘 여러 사건을 벌였다.

토하고, 식판끼리 부딪혀서 음식물을 다 쏟고, 친구끼리 싸워서 욕설이 나오고,

거기다 마지막에 내가 소라게 사육통을 쏟기까지....

한 마디로 난장판 하루였다.

 

점심 시간 정리할 때 두 명이 부딪혀서 급식판을을 쏟아서 그것 치우느라 시간이 걸렸다.

겨우 정리하고 소라게 주인한데 소라게를 넘기려고 손잡이를 드는 순간,

사육통이 툭 하고 떨어지는 바람에 톱밥이며 소라가 다 탈출하였다. 아뿔사!!!

아이들은 구경하느라 순식간에 몰려들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몰려든 아이들은 제자리에 갈 생각도 안 하고.....

다행히 명예교사 어머니 2분이 나타나시고 상황 파악을 하신 후 정리를 하시겠다며

아이들 데리고 하교지도를 하라고 하셔서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하교지도를 나왔다.

사육통 주인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사육통이 조금 깨져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다.

오히려 어머니께서 더 죄송해 하시는데 참 감사했다.

그나저나 꼬마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어야 하는데.

아까 나에게

" 선생님, 저는 소라게 잡을 수 있어요" 라고 했으니 괜찮겠지?

소라게가 순식간에 아이들이 몰려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지.

내일 물어봐야지.

 

정말 아이들은 귀신 같다.

내가 마음이 분주한 줄 어떻게 알아차리고,

하룻 동안 그 많은 사건을 저지르는 걸까!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으니 다행이다.

현장학습이 빨리 끝나야지 한시름 놓을 것 같다.

현장학습 관련 준비해야 할 것들이 느~ 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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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4-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신 하루네요.
왜 일은 한꺼번에 터지는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웃을 일만 생기시길^^

수퍼남매맘 2013-04-04 12:58   좋아요 0 | URL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데
그래도 한 친구가 또 물병을 엎지르는 바람에 또 닦았네요.
토한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아이들에게 이별 선물로 뭘 해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 좋은 걸 발견했다.

뭐냐면 일년 간 애쓰고 정성들여 쓴 일기를 제본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학급 문집은 몇 번 만들어 봤는데 일기장을 제본하는 것은 처음이다.

옆반 선생님께서 아이디어를 제공하셔서 함께 하기로 하였다.

다음에 맡은 아이들에게는

" 너희가 쓴 일기가 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니 일기를 자주자주 쓰렴"

이렇게 미리 말해 주면 일기를 더 신 나게 쓰지 않을까 싶다.

 

일기장 2권부터 7권까지 두께도 다르고

그 안에 쓰여진 내용도 다르다.

하지만 초등학교 들어와 처음 쓴 일기라는 사실은 같다.

하는 김에 딸 것도 해주려고

집에서 딸의 1학년 일기장을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어디다 분명히 따로 보관한 것 같은데...

1-2학년 일기장이 안 보인다.

이런 일이 없도록 제본을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책으로 만들어지면 나처럼 소중한 일기장을 잃어버리진 않겠지.

하는 수 없이 3학년 일기장부터 5학년 일기장을 한데 모았다.

 

일기장을 개인별로 고무줄로 묶어 차에 실었다.

세 반 치를 모아서 덕성여대 앞 제본소에 갔다 줬다.

13일에 찾으러 오란다.

어떤 모습으로 책이 되어 나올까 궁금하다.

두구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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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2-0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요거 굿 아이디어인데요.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우리 아이들 일기장도 모아두었는데 책으로 만들어 줄까봐요~~

수퍼남매맘 2013-02-08 07:31   좋아요 0 | URL
완성되어 나오면 사진 찍어서 올릴 게요. 제본해서 가지고 있으면 분실할 염려는 없을 것 같아요.
아이들 일기장을 다 가지고 계시다니... 대단하세요.

순오기 2013-02-0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선생님이 이런 선물도 해주시다니 놀랐습니다.
우리 애들 건 학년마다 펀치로 팍 뚫어서 포장끝으로 묶어두었는데...^^

수퍼남매맘 2013-02-08 18:45   좋아요 0 | URL
전 그냥 아이들 일기장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학년 부장님이 자녀 키우실 때 자녀 담임께서 이렇게 선물로 해 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그래서 이번에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어요.

울보 2013-02-0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멋진 선물을 해주셨네요,
저도 딸아이 초등학교 졸업식에 그동안 써 온 일기를학년별로 책을 만들어 줄까 생각중이었는데,,정말 멋진 선물을 주시네요, 멋진 선생님,,

수퍼남매맘 2013-02-08 18: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으로 묶어 주면 어디 안 도망가고 좋을 듯해요.
류가 일기를 많이 쓰면 학년별로 만들어주면 더 좋겠죠.

희망찬샘 2013-02-0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것도 참 좋네요. 완성되어 나오면 사진도 올려 주세요.

수퍼남매맘 2013-02-09 11:57   좋아요 0 | URL
다들 궁금해 하시니 찾아 오면 사진 올리겠습니다.

2013-02-15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15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도도 거의 다 나갔겠다 어제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하였다.

저학년이니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고학년은 아직 진도가 다 안 나가서 허덕이고 있는 모양이다.

일본 영화인데 옆반 선생님이 감동적이라고 해서 빌려 왔다.

제목은 <마리와 강아지>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마리와 강아지 이야기 포토 보기

어제 초반부를 조금 봤다.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던 아이들이 실사가 나오니 조금 실망한 눈치...

어떤 아이가 찬물 끼얹는 소리를 한다.

" 어이~ 재미 없어!"

꼭 영화를 보면 그런 아이가 한 두 명 있다.

" 얘야, 초반부터 재밌는 영화가 얼마나 있겠냐? 중간까지는 참고 봐야지 재밌는지 아닌지 알지.. 참고 한 번 봐봐!"

했다.

조금 지나 귀여운 강아지 마리가 나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헤 거리고 웃는다.

강아지가 우리 나라 진돗개와 흡사하다.

이 강아지 이름이 바로 마리이다.

할아버지, 아빠와 함께 사는 남매와 유기견 마리의 이야기였다.

 

오늘 나머지 부분을 보는데 어제보다 긴장감도 커지고, 감동도 커졌다.

배경 음악도 참 좋다.

평화롭던 마을에 지진이 일어나 여동생 아야와 할아버지가 무너진 집에 깔려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를 본 마리는  쇠사슬을 끊고 유리에 찔려 피가 철철 나는데도 불구하고

흙을 파서 생사를 확인하고, 구조대를 불러와서 할아버지와 손녀를 구한다.

하지만 마리와 마리의 새끼 세 마리는 구조 헬기를 타지 못하고 폐허가 된 마을에 남겨지게 된다.

자신을 구해 준 마리를 데려오지 못한 아야와 오빠는 마을이 수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몰래 피난소를 탈출하여 마리를 구하러 접근이 금지된 마을로 향한다.

 

유기견이었던 자신을 거둬준 아야와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리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혹시 나만 울었나 싶어

" 얘들아, 혹시 울었니?" 묻자

몇 명의 여자 아이들이 손을 든다.

음~ 나만 운 것은 아니었군!

 

내일 나머지 부분을 봐야한다.

마리를 구하러 간 남매는 어떻게 될까?

마리가 빗속에 돌아다녀서 열이 펄펄 나고 있는데.....

마리와 세 마리 강아지, 그리고 남매는 다시 지진이 나기 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니

예전에 봤던 <반딧불의 묘>가 생각났다.

그것도 보여 주면 좋을텐데..... 이건 더더더 슬픈데.

반딧불의 묘 포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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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9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일 아이들과 함께 암송한 시는 바로 나태주 님의 <풀꽃>이다.

이 시는 여러 번 듣기는 들었는데 가슴에 팍 꽂힌 것은 이번에 <학교 2013>드라마를 보면서였다.

거기서 현재 반 대표이지만 과거에 일진 짱이었던 고남순이

문학 시간에  일어서서 자신의 마음을 다 담아 암송한 시가 바로 이 시였다.

 

어제 아이들이 하교한 후,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무슨 시를 암송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이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축복이 담긴 이 시가 적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2학년, 3학년이 되면서 숱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니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이 시를 기억하면 좋겠다.

혹시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원수처럼 여겨지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이 시를 떠올리며 상대방의 아름다운 점을 발견하고자 노력하길 바란다.

사람 뿐만 아니라 자연이나 사물을 대할 때도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길 기대해 보면 이 시를 함께 암송하였다.

 

나 또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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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0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시 두줄을 써주고
아이들이 2줄씩 이어쓰는 시쓰기를 했었는데 생각도 못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즐거웠어요.^^

수퍼남매맘 2013-02-04 15:26   좋아요 0 | URL
아이들 처음 만날 때, 마지막 헤어질 때 함께 암송해 보면 좋을 그런 시 같아요.
마지막 3행은 상대방의 이름을 넣어서 말이죠.

희망찬샘 2013-02-04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시군요. 저도 어디다 써먹고 싶어지네요.

수퍼남매맘 2013-02-04 15:26   좋아요 0 | URL
짧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참 크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였어요.
 

   요즘 국어 시간에 시가 나와서 다른 시들도 함께 공부하고, 암송하고 있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는 정두리 님의 <우리는 닮은꼴>이란 시이다. 난 동시가 나오면 외우게 하는 편이다.  우리 아이들이 시 한 편 정도는 외우는 수고를 느끼게 하고 싶기도 하고, 일단 암기하는 그 자체가 학습하는 거니깐.

 

우리는 닮은꼴

 

정두리

 

곱슬머리

아빠 닮았다.

 

검지 발가락 긴 건

엄마 닮았다.

 

늦잠꾸러기인 건

아빠 닮았다.

나는 잠꾸러기

 

책 읽기 좋아하는 건

누구 닮았나.

누굴 닮았나?

 

   시를 외우게 하면 유난히 암기력이 약한 아이들이 금방 드러난다. 어제 오늘 시켜 보니 암기가 약한 아이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공부라는 게 어차피 암기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요즘 아이들이 암기를 해보지 않아서 암기력이 약한 아이들이 많다. 어제 울 딸도 영어 단어를 못 외우길래 잔소리를 좀 했다. 창의력은 있는 반면 암기력이 약하고 암기를 해 보지 않아 암기 근육이 미발달한 듯하다.  그래서 지난 겨울 방학 부터 매일 영어 단어 5개를 외우게 하는데 그것도 잘 못 외운다.  그래서 어제는 잔소리를 좀 했다. " 이래 가지고 중학교 가서 따라 가겠냐?" 고 말이다.

 

   나 어릴 때는 모든 공부가 거의 암기하는 거였는데 요즘은 주입식 교육이 안 좋다고 하여 암기를 너무 안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너무 암기를 안 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암기 근육이 늘지 않는다. 그런데 어디 암기하지 않고 내 머릿 속에 남는 게 있던가! 100%는 아니라도 거의 대부분의 지식이 암기를 해야 학습이 되는 건데.....하다 못해 구구단도 암기해야 되는 것이고.

 

  언젠가 6학년 담임을 할 때 한자 시험이 있어서 아이들과 한자 암기를 연습하는데 유독 한자 외우는 게 안 되는 아이가 있었다. 수학은 90점 이상 받으면서 한자 쪽지 시험을 보면 매번 20점 대였다. 이 아이는 암기하는 그 자체를 귀찮아 하고, 그래서 암기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거였다. 그 아이를 보면서 우리 뇌의 발달 정도가 참 다르구나 실감하였었다. 자신의 게으름과 암기력 부족으로 인하여 그 아이는 수학은 상위권이었지만 암기 과목의 성적은 하위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학년 맡으면 남자 아이들이 사회 교과를 무지 싫어한다. 죄다 암기해야 하는 과목이니까 말이다. 남자 아이들은 이 귀차니즘 때문에 도통 암기를 하려고 하질 않는다. 오늘 우리 반 아이 한 명이 짧은 시를 하루 종일 못 외우는 것을 보고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귀차니즘은 아닌데 기본적으로 암기력이 약한 아이였다. 아이의 재능이나 학습력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도 담임과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인 것 같다. 이런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면 그 아이는 성취감을 못 느낄 테니까 말이다. 그 아이를 보면서 각자 달란트가 다르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각자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암기력, 이해력, 사고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공부만을 잘하라고 강요하는 그 자체가 모순이란 생각이 든다.  시는 암송하지 못하지만 그 아이가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에 나온 동시 말고 어제는 시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윤동주 님의 <서시>를 함께 암송했다. 교과서에 윤동주님의 다른 동시가 나와 있긴 한데 <우리는 닮은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진 고전적인 시를 한 번 맛보게 해 주고 싶어 서시를 선택했다. 윗시는 쉽고, 재미있어 금방 외우던 아이들인데 서시는 시어가 낯설고 고전이라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실상 시 길이는 별로 차이가 없는 편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함께 여러 번 반복하고 격력를 해 주니 점점 암송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아이들의 표정 또한 점점 밝아졌다. " 내가 해냈다"는 자랑스러운 성취감을 아이들의 표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런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거야말로 가장 중요한 학습 동기가 된다. 잡에 가서 부모님께 멋지게 낭송해 드리라고 숙제를 내 주었다.  " 애들아. 우리 나라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중에서 윤동주 님의 <서시>를 암송하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되겠니? 너희들은 그런 대단한 존재가 된 거야." 라고 마구마구 칭찬을 해 주었다. 쉬는 시간에 자기들끼리 모여 <서시>를 암송하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하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리고 오늘, 어제는 고전시를 암송했으니  약간 다른 맛이 나는 현대시를 한 편 골라 암송해 봤다. 안도현 님의 <냠냠>이란 동시집에 있는 <김치 악당>이란 아주 재미있는 시이다. 이 동시집에는 온통 먹을 거리를 주제로 쓴 시들이 그득하여 아이들이 참 재밌어 하고 좋아하는 동시집이다. 어제 <서시>는 암기하기 힘들어하더니 오늘은 금방 암기를 한다. 그래도 한 명은 결국 못 외우고 갔다.

 

김치 악당

 

안도현

 

밥 먹을 때마다

밥상에 쳐들어와요.

빨간 혀를 날름거려요.

퀴퀴한 냄새를 풍겨요.

김치 악당이에요.

- 매운 맛 좀 볼래?

나를 놀려요.

- 매운 맛 좀 봐라!

내가 물리쳐야겠어요.

우걱우걱 씹어요.

   아이들은 아주 재미 있어 하면서 이 시를 암기하였다. 시에 어울리는 그림까지 그려 멋진 시화도 꾸며 보았다. 오늘도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이 동시를 낭송해 드리는 숙제를 내 주었다. 어제 오늘 암송한 시를 장기 기억에 저장한 아이가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나의 시 공부 전략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시를 접할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 교과서에 동시가 나올 때만이라도 다른 동시도 소개해 주고, 명작시도 함께 읽어 보고, 암송하여 본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도서실에서 가서 시집 찾아오기 미션을 주면 아이들이 일 년에 한 두 번이라도 시를 접할 기회가 마련된다. 울 반 아그들은 어제 오늘 동시집을 대출해 가서 읽고 있는 중이다.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무슨 시를 골라서 함께 암송해 볼까?  학교에 시 낭송 대회 같은 게 있음 좋으련만.....한 번 건의드려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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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1-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광주에는 시암송대회가 있어서
반대표로 뽑히면 학년대표 대회를 거쳐 교육청에서 학년별로 대회도 열었어요.
광주에서도 지금은 시암송대회는 없어진 거 같아요.ㅠ

수퍼남매맘 2013-02-01 12:48   좋아요 0 | URL
제가 발령받고나서 지금까지 시 암송대회를 하는 건 못 본 듯해요.
시가 조금 천대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반면 영어 대회는 여러 가지로 많이들 하고 있죠.

세실 2013-02-01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기력도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겠죠. 무조건 외우기보다는 흐름을 이해하고.... 울 아들에게도 시를 암송하게 해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3-02-01 12:50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시 암송하는 것 인성 교육에도 좋은 듯해요.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메마른 감성을 오늘 내리는 비처럼 촉촉하게 적셔줄 것 같아요.
오늘은 <2013학교>에서 고남순 학생이 암송하던 나태주 님의 <풀꽃>시를 울 반 아그들과 암송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