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부란다 - 농부 일과 사람 9
이윤엽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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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 책 중에서도 더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일과 사람 시리즈>이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오늘, 빗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읽은 9권은 바로 농부의 이야기이다. 매일 꼬박꼬박 먹는 밥, 그 밥을 가꾸는 농부의 이야기. 옛날에는 농사가 천하의 기본이라고 하였건만 이제는 농사가 아니라 돈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농부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물론 도시여서도 그렇겠지만 농촌에서도 농부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귀농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의 모습이 참 예쁘다 하면서 감상에 젖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농부님들이 이 큰 비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고, 고생이 심하실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일과 사람 시리즈>는 바로 이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하여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아는 것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 이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게 하고, 이 사회는 이런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것이며, 따라서 일에 귀천이 없음을 깨닫게 해 주는 게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쓰고 그리신 작가님은 목판화로 작업을 하셨단다. 그래서 다른 책들과 달리 힘이 느껴진다. 마치 새싹이 자신보다 몇 천 배, 몇 만 배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듯이 말이다. 이제까지 책 중에서 그림만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농사란 정직한 것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난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심을 수는 없지. 작가는 그림 중간중간에 웃긴 장면을 심어 났다. 개를 심는다고 해서 개가 나오는 건 아니지~항상 일을 하실 때 선글라스를 끼고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 또한 코믹하다. 매 그림에 선글라스와 꽃 무늬 몸빼 바지를 입고 나오시는데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난다.

며칠 전까지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아 농부님들 걱정이 태산이었을 터인데 이제는 폭우가 쏟아져 또 시름이 크실 것 같다. 사계절 내내 준비하고, 가꾸고, 거두는 일을 때 맞춰 해야 하는 농사일. 물론 다른 일들도 다 때가 있겠지만 농사는 더 그런 것 같다.

가끔 교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지 않고 잊어버리면 다음 날 여지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있는 시들어 가고 있다. 농부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게으름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까?

다음 세 장면은 농부가 가꾸는 땅의 모습을 각기 다른 계절로 보여 주고 있다. 자세히 보면 때를 알려 주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고라니가 보이고, 뻐꾸기가 보고, 겨울잠 자는 반달곰과 뱀이 보인다. 이 책에는 이런 재미도 솔솔하다.

수채화처럼 밝고 경쾌한 그림도 좋지만 가끔은 이 그림책처럼 묵직하면서도 선이 거칠고 강렬한 그림도 좋다. 목판화의 매력을 한껏 잘 드러낸 장면이라고 생각하여 찍어 봤다. 김을 매고, 곁순을 따며, 나쁜 벌레를 제때에 잡아 줘야 농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란단다. 논과 밭에 씨를 심었다고 알아서 잘 자라준다면 농부가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지난 번 며칠 휴가 갔다오니 제일 걱정 되는 게 화분이더라. 그 동안 말라 죽었을까 봐. 농부는 잠시도 쉴 때가 없다. 항상 안테나를 논과 밭에서 자라는 식물에다 맞춰 놔야 한다. 목판화의 거칠면서도, 힘차고, 그러면서도 왠지 따뜻한 느낌이 참 좋다.

부록에는 이렇게 농부가 일 년 동안 하는 일을 일목요연하게 그림과 내용으로 정리해 주고 있다. 농기구의 이름에서부터 농사 짓는 순서까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안성에 내려가 직접 2년 동안 자신이 살 집을 지으면서, 농부들과 친해지고, 그들로부터 농사 짓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농부들에게 배운 노하우로 자신의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며 지내신다는 작가는 주변의 이웃 농부들로부터 농사의 일련 과정을 귀동냥, 눈동냥 하셨단다. 마지막 작가말에 당신을 도와주신 세 분의 농부님들의 이름을 거론하시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아마 선글라스 끼신 할머니도 그 분들 중의 한 분이실 것 같다.당신들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이렇게 멋진 그림책으로 나와서 아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걸 아시면 얼마나 기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가 많이 온다. 이 비로 인해 농부님들의 땀과 정성이 가득 담긴 작물과 땅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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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은 판화 그림인[요.
궁금 궁금~~~~~ ^^

수퍼남매맘 2012-08-16 19:25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일과 사람 시리즈>의 그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랍니다. 전 이런 거친 느낌도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