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팬티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2
마이클 에스코피어 글, 크리스 디 지아코모 그림, 김지연 옮김 / 꿈터 / 2012년 7월
장바구니담기


와! 덥다. 벌써 폭염으로 인해 148명이나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잠시 장 보러 마트에 다녀오는데 강렬한 햇빛에 데일 것 같았다.
앞으로 2시-4시 사이에는 장 보러 가지 말아야지.

이럴 때는 집에서 시원한 수박 한 입 물고서 그림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유쾌하면서도 그 안에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한다.

아이들은 " 팬티" 라는 제목만 들어도 "푸하하" 하며 웃는다.
아이들에게 방귀와 팬티는 영원한 웃음거리인가 보다.

아침밥을 배부르게 먹은 카멜레온 레옹은 응가가 급하다.
한적한 나무 뒤에서 볼 일을 마치긴 했는데 그만 휴지가 다 떨어진 게다.
이럴 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레옹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휴지 대용으로 쓸 만한 것을 발견한다.

바로 누군가 나뭇 가지에 걸어 놓은 팬티다.
까끌까끌한 나뭇잎보다는 팬티가 똥꼬에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레옹은
팬티로 뒷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팬티를 휙 던져 버린다.

응가도 했겠다 시원해진 기분으로 룰루랄라 걸어가는 레옹에게
"잠깐, 지금 뭐하는 거지?" 라고 말을 걸어 온다.
레옹에게 말을 걸어 온 것은 바로 "양심"이다.

양심은 레옹에게 스스로 잘못한 일을 끄집어 내게 한다.
바로 조금 전 누군가의 팬티를 가져다 똥꼬를 닦고 아무 데나 버린 것 말이다.
양심은
" 누군가가 잃어버렸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누가 훔쳐서 그곳에 숨겨 놓았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빨아서 말리기 위해 팬티를 널어 놓았는지도 모르잖아" 라고 말한다.
그제서야 레옹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다.
어디 양심을 잊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게 레옹 뿐이겠는가!

가끔 아이들과 바른 생활 공부를 하다 보면
아이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질서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은 다 일러 바친다. 선생님에게. 심지어 어젯밤 부부 싸움한 것까지도 말이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에게
" 얘들아, 부모님이 바른생활을 공부하신 지 오래되셔서 잊어버리셨나 봐요. 그러니까
부모님이 규칙과 질서를 어기려고 하면 너희들이 나서서 안 돼요 라고 크게 외치세요" 라고
가르쳐 준다.

아이들 앞에서 아무데나 침 뱉기,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기, 무단횡단 하기,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하기, 욕하기 등등.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심을 버리곤 하는 부모님들. 부끄럽지 아니한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저학년 때는 천사같이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규칙을 어기곤 하는 것을 보면서 가끔은 왜 우리가 공부를 하는지 의아해질 때가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양심을 지키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도덕적인 인간이 되어야 할 텐데...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던 아기 때가 더 천사 같으니 말이다.



하여튼 레옹은 양심이 시키는 대로 똥꼬 닦은 팬티를 찾아 원래대로 깨끗이 빨아 널었다.

양심은
누가 보든 안 보든 상관 없이 지켜야 할 일들을 지킬 수 있는 내부적인 힘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당연히 가림판을 올린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림판을 올리도록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어떤 선배님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몇 년 전 선배님과 수다를 떠는 중에
그 선배님은 자신의 반에서 가림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듣게 되었다.
난 그 때 가림판 사용을 당연지사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아니 가림판 사용에 대해 한 번도 의구심을 가져 보지 않았다는 것에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선배 왈
" 가림판을 사용하지 않고도 컨링을 하지 않는 양심 바른 아이들로 키우는 게 교육 아닌가!"
그 말에 완전 동감. 그 이후 나도 가림판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책상을 띄어 놓는다.
울 반 아이들은 아마 2학년 올라가서 받아쓰기 할 때 가림판 올리라고 하면 어안이 벙벙할지도 모른다. 내가 알기에 지금도 대부분의 교실에서 시험을 치를 때 가림판을 올린다. 그런데 가림판으로 지켜질 양심이라면 그게 진정한 양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가림판을 사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시험 감독이 없어도, 가림판이 없어도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컨링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교육하고 싶다.

팬티를 깨끗이 빨아 넣어 놓고 기분 좋게 가는 카멜레온의 모습이 아스라히 보이는 반면
팬티의 주인은 크게 클로즈업 되었다.
하지만 이 그림 뒤에 바로 어마어마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장면이 나를 빵 터지게 했다.
궁금하시면 직접 확인하시길.....

푸하하 웃다 보면 더위도 한 풀 꺾일 것이다.

아울러 여름 휴가 계획들 다 있을 텐데
양심을 지키면 더 즐거운 여름 휴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만 즐거운 휴가가 아니라 남도, 자연도 즐거운 휴가가 되길 노력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