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 기간은 완전 파라다이스였다. ㅎㅎㅎ

어떤 후배는 친정에 시댁까지 경상도, 전라도 지방을 두루 다녀와서 담에 걸렸다고 하는데...

난 진짜 휴가 기간 같았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로스터리 카페도 갔다 왔다.

<커피 비경>이란 책에 나온 카페인데 이름이 <커피 마시는 고래>이다.

울산이 고래가 잘 잡히는 지역이라서 그런 이름을 지었나 보다.

시댁이 울산이라 제일 눈여겨 보던 카페였다. 

울산에 태화강이라는 제법 큰 강이 있는데 그 근처에 있다고 해서

딸과 함께 찾아 나섰다.

우리 모녀는 카페 탐방을 아주 좋아해 호흡이 잘 맞는다. 


명절 연휴라 가게 문을 닫았을 지도 몰라 미리 전화를 하니 마침 영업을 한다 해서 쾌재를 불렀다.

"블루 마운틴 커피"는 사장님이 직접 내려야 해서 예약을 한단다.

그쪽 시간에 맞춰 3시 경에 예약을 했다. 

언양 쪽에 2호점을 개업 준비하느라 그 때쯤 가게에 나오신단다. 

이 카페가 유명한 것은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오리지널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커피를 마셔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 지인이 자메이카에 생산지를 갖고 있어서 거길 통해 직접 들여오는 거라고 알고 있다.

시중에 나오는 블루 마운틴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블루 마운틴이 소량 들어간 블렌딩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커피 비경 책에도 여기서 마시는 블루 마운틴은 진짜라고 하였다.

기대가 엄청 되었다. 블렌딩은 마셔봤지만 단종은 처음이라서 말이다. 

도대체 어떤 향과 무슨 맛이 날까?

 

태화동 정류장에서 내려 지도에서 본 대로 골목길을 쭈욱 따라 내려가다 막다른 골목에서 좌회전을 하니

책에서 본 그대로 <커피 마시는 고래>간판이 보였다.

그 일대가 모두 카페 거리였다. 

바로 앞에는 태화강대공원이 있어 길 따라 코스모스가 만발하였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걷고, 자전거 타고, 전동 휠을 타고 있었다. 

커피 마신 후에는 나도 코스모스에 파묻혀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전동 휠에 꽂혀 자기도 타고 싶다고 졸랐지만 모른 척했다.

우린 커피를 마시러 온 거지 전동 휠을 타러 온 게 아니니깐.


우리가 카페 안에 들어가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 아까 전화 드린 사람인데 블루 마운틴 마시러 왔는데요" 라고 말을 부치자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으셨다.

아까 전화 통화한 분이 아니가 보다.

사장님을 기다린다고 하자 아메리카노 한 잔 하시며 기다리라고 서비스로 주셨다. 

수제 쿠키까지 내주셨다. 인심이 후해서 일단 10점 플러스다.

딸은 배고프다며 혼자 다 먹었다.

아메리카노가 아주 보드랍고 달콤하였다.

지지난 겨울에 여기서 택배로 한 번 블렌딩 커피를 시켜봤는데 그때도 참 달콤했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이 로스팅 할 때 달콤한 맛이 나는 것에 포인트를 준다고 읽은 기억이 난다. 

맛은 좋지만 조금 가격이 세서 택배를 끊었더랬다. 110 그램에 9000원이니 좀 센 편이다. 

아메리카노를 다 마시면 블루 마운틴을 못 마실 듯하여 조금만 마셨다.

딸이 낼름낼름 다 마셨다. 

도대체 중 2 위는 언제 포만감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북 카페처럼 책이 여러 권 꽂혀 있어 책 1권씩을 골라와서 읽었다.


3시 30분 정도 되자 책에서 본 것과 똑같은 커트 머리 여사장님이 쿠키가 가득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카페 안으로 들어오셨다.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책에서 본 것보다 훨씬 동안이셨다.

고맙게도 블루 마운틴 내려 주시러 언양에서 오신 모양이다. 감동이다. 

딸은 카페 라떼를 시키고, 난 핸드 드립 블루 마운틴을 시켰다.

" 핸드 드립 하는 것 구경해도 돼요?" 하자 괜찮다고 하셔서 아주 가까이서 드립 하는 걸 지켜봤다.

지난 번 제주도 <최마담네 빵다방>은 너무 쌀쌀 맞아서 말도 못 붙여서 먼 발치서 구경했더랬다. 

역시 책에서 소개한 대로 진한 파랑색에 찻잔 안이 금색인 잔을 준비하셨고

동으로 된 드리퍼를 사용하였다.

블루 마운틴은 110그램에 5만원 판매한다고 하셨다.

저렴한 것은 블렌딩 한 거라고 하셨다.

금잔에다 담겨진 블루 마운틴은 어떤 맛일까!


사장님이 자리까지 배달해 주셨다.

먼저 향을 맡아 봤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났다.

이제 맛을 볼 차례.

쓰지도 않지만 아까 아메리카노 보다는 훨씬 바디감이 느껴지고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갔다.

커피잔을 예열했는데도 약간 식은 감이 있어 그게 좀 아쉬웠다.

솔직히 그렇게 좋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어찌 되었건 블루 마운틴을 먹어봤다는 그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번 제주도 갔을 때 " 풍림 다방 " 융 드립 커피를 못 마셔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나보다 미각이 뛰어난 딸은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부드럽고 좋다고 하였다.


로스터리 카페 여러 군데 다녀본 중에 여기 사장님이 가장 친절하고 말씀도 조곤조곤 잘하셨다.

자리에 오셔서 이런저런 설명도 해 주시고, 로스터기도 이해하기 쉽게 말해 주시고,

커피 콩도 먹어보게 하시고 말이다.

그래서 커피는 좀 식었지만 100점을 주고 싶다.

게다가 핸드 드립과 비교해 보라면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덤으로 주셨다.

에스프레소를 먹기 힘들면 설탕 한 숟가락을 넣어 휘젓지 말고 먹으면 좋다고 팁을 알려주셨다.

그대로 해 보니 먹을 만하였다.

마지막에는 커피잔을 살살 돌려가면서 먹으라고 해서 따라하니 달콤한 설탕 맛과 어우러져 목구멍으로 잘 넘어갔다.


내가 만약, 은퇴하고 나서 북카페를 차리면 뚱하고 말 없는 사장님보다는

여기 사장님처럼 친절하고 말 잘하는 카페 주인장이 될 테다.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으나 집에 빨리 돌아오라는 호출이 와서  서둘렀다.

이왕 온 김에 여기서 볶은 커피를 사가지고 가야겠다 싶어

케냐  AA 와 블렌딩 커피 두 봉지를 샀다.

사장님이 멀리서 왔다면서 수제 쿠키 두 봉지를 서비스로 넣어주셨다.

인심도 후하고, 말씀도 잘하시는 사장님! 

'2호점도 잘 되시길 바랄게요' 마음으로 응원했다.

"설날에 울산 오면 꼭 들를게요. " 약속하며 카페를 나왔다.


아! 고래 카페 주인장이  <커피 비경>에 나온 다른 로스터리 카페 중에서 하나를 추천해 주셨는데

나도 예전부터 가고 싶어 노래를 부르던 곳이었다. 양평에 있다. 

회사를 은퇴하신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오래된 단독 주택을 개조하여 도자기 박물관 겸 로스터리 카페를 하는 곳이다.

이름은 잊어버렸다. (책을 찾아봐야 하는데 행방불명 상태다)

집에서도 가까우니 남편 꼬셔서 꼭 가봐야겠다.

다음 목적지가 되겠다. ㅎㅎㅎ


카페 주인장 보면서 또 생각한다.

한 번 보고 또 볼 일 없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 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게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말이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술도 그런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런 것 같다.


블렌딩 커피는 바로 이웃이면서 나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사서 선생님께 오늘 아침  선물로 드렸다.

항상 곁에서 도와주시고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분이다. 

가끔 커피도 얻어마신다. ㅋㅋㅋ

혼자 마시는 커피도 맛나지만 함께 마시는 커피는 더 그윽하고 향기롭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덕분에 커피가 더욱 그리워진다. 

지금 마시면 잠이 안 올테니 참기로 하자. 


맛있는 커피와 후한 인심, 더불어 친절한 카페 주인장 덕분에 <커피 마시는 고래>는 

나에게 당분간 최고의 로스터리 카페로 남을 듯하다.

서비스로 주신 아메리카노와 수제 쿠키


로스팅 기계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커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5-10-0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울산이 시댁이셨어요?
반갑네요
울산옆 동네에요^^
태화강 주변이면 어딘가요?
친구가 울산에 사는데 보고 싶음 한 번씩 울산으로 넘어가봅니다
지난달부터 국화꽃 축제할때 넘어오라고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울산으로 넘어갈 시간이 없어 아쉬워하는중이어요
나중 <커피 마시는 고래>집에 찾아가보고 싶어요 특히 언양쪽에 2호점이 생긴다굽쇼?^^
저희 친정에서 30분거리에욧!
오호~~수퍼남매남님이 왜이리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지는걸까요?^^

수퍼남매맘 2015-10-02 07:19   좋아요 0 | URL
양산에 사신다고 하셨죠?
울산에 자주 가신다면 한 번 들러보세요.
태화강 대공원 주변 카페 거리에 있습니다.
언양 2호점은 정확히 주소를 몰라요. 아직 오픈 준비중이라서...
나무 님도 커피 좋아하시나 봅니다.
저도 갑자기 친구 같은 느낌이 드네요.

신야 2015-10-16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커피마시는 고래 포스팅중이라 검색하다가 우연히 봤어요.
책에도 나왔네요. 사장님 자랑도 안하시던데 ㅎㅎ
여긴 오픈때부터 단골인데 사장님 참 좋아요. 커피도 맛있구요.
언양점은 전 다녀왔는데 지금 영업중이에요.
저도 언양점 주소 검색하다가 ㅋㅋ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1586-12 라네요.
10시부터 22시까지 한답니다. 다음에 또 울산오신다면 커마고 더치도 한번 드셔보세요. 더치도 맛있습니다^^

수퍼남매맘 2015-10-16 22:00   좋아요 0 | URL
와! 커피 마시는 고래 단골을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울산에 사시나 봅니다.
언양점 오픈했군요.
다음에 울산 가면 언양점에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사장님이 참 친절하시고 좋았어요.
커피 맛도 물론 일품이고요.
 

인조잔디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진짜 아름답다.

애들이 교실에 있으면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 소리를 다 삼켜버렸을텐데...

지금 영어실 가서 나 혼자 교실에 있으니 이 아름다운 소리가 다 들린다.

좋다. 좋아!

빗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책 읽으면 낙원이 따로 없을 듯하다.

 

39분, 지금은 비가 좀 잦아들었다.

그동안 여름 같은 가을이었는데 이 비 그친 후에는 제대로 된 가을을 느낄 법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0-01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10-0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 1일 비가 내리는 참 좋았어요. 정말 가을로 접어드는 느낌이었거든요.
따뜻한 차와 향초 켜두고 빗소리 들으며 책 읽으니 그렇게 좋을수가 없네요. ㅎㅎ
 

오후 1시 59분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린다.

우르르 쾅쾅 천둥 소리가 들린다.

우산 없어 홀딱 비맞는 아이의 "꺄악까약" 비명 소리도 들린다.

아침에 수퍼남매 우산 챙겨주길 잘했다 싶다.

우산 안 챙겨 준 부모 마음은 조마조마

냉큼 우산 들고 뛰어나온 학부모가 서넛 보인다.

굵은 빗줄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진다.

교실에서 듣는 빗소리는 참 좋다.

어떤 음악과 비교해도 뒤쳐지질 않을 만큼 아름답다.

 

3분 정도 지나자 맹렬한 기세가 조금 잦아들었다.

교실에서 듣는 빗소리는 이렇게 낭만적인데

직접 맞는 비는  아플 것 같다.

 

류재수 작가의 이 그림책이 생각난다.

 

 

 

 

 

 

 

 

 

 

지금 시각 2시 10분 , 가랑비로 바뀌었다.

10분 동안 비구경 한번 실컷 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일해야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5-09-03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에서 나온 신혜은의 「비가 오면」이 생각나네요. 비오는 날 엄마가 마중 올 수 없는 아이와 교실에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퍼남매맘 2015-09-03 12: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책도 읽어본 적 있는데 이 책이 더 먼저 떠올랐네요.
공부할 때 비가 어제처럼 많이 내리면 <비가 오면>을 읽어줘야겠어요.
우산 갖다 주는 엄마가 안 계셔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질 듯해요.

2015-09-04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4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학기 중에는 거의 집에서 커피를 안 마시기 때문에 핸드 드립할 필요가 없었다.

방학이 되자 집에서 마셔야 하는데 1인분을 내리기에는 아깝고 번거롭기도 해서

노랑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을 꼬드겨 2인분을 내리곤 하였다. 

한데 드립이 잘 안 되었다.

바야흐로 슬럼프였다.

아! 슬프다. 

제주도 최마담은 완전 드립 잘하더구만!


첫 물을 부어 뜸을 들일 때,  일명 커피 빵이 생겨야 하는데 도대체 안 생겼다.

가스도 거의 나오지 않고 말이다.

왜 그러지?

원두를 갈아서 보관해 그런가?

아님 드립퍼가 안 좋아서 그런가? (내가 가진 것은 4-6인용이다.  2인분 하기에는 너무 크다.)

물 온도가 적당하지 않았나?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핸드 드립 동영상을 다시 보고....

나름대로 문제 요인을 간추려봤다. 


첫째 핸드 밀로 가는 게 힘들어 분쇄 형태로 보관한 게 문제였던 듯하다.

둘째 드립퍼가 너무 크다. 하여 칼리타 1-2인용으로 갈아탔다. 


이 두 가지 문제 해결을 해도 커피 빵이 안 생기면 어쩌지?

그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고...

때마침 원두가 떨어져서 폭풍 검색을 시작하였다.


커피 좋아하는 블로거가 올린 글을 보고,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원두 판매처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 사던 곳은 강배전으로 볶아 나랑은 좀 안 맞았다.

동네에서 여러 번 사먹었는데 왔다갔다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착했다.

보통 100그램 단위로 판매하는데 이 곳은 235그램을 판매해서 끌렸다.

100그램이면 10잔이 나오는 셈이니 금방 원두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500그램을 사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235그램이면 정말 적당한 듯하다.

내 스타일 아니면 또 동네 카페에서 사먹어야지 하며 진짜 시험 삼아 주문해봤다.

마침 칼리타 드립 세트도 판매하길래 함께 구매했다.

새벽에 주문했더니 다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도착했다. 주문하자마자 로스팅한다고 한다.

("미친 커피"라고 검색창에 치면 된다.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할 이름이다.)


개봉을 하고 핸드 드립 준비를 하였다. 

핸드밀로 원두를 분쇄하고, 칼리타 1-2인용 드립퍼에 커피가루를 넣고, 적당하게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뜸들이기 위해 물을 수직으로 떨어뜨렸다. 

핸드 드립에서 이 단계가 제일 중요하단다.

구수한 케냐AA 커피향이 올라오면서 가스가 배출되며 맛있는 커피빵이 올라왔다.

이 순간이 정말 신기하다.

커피가 숨 쉬는 것처럼 들숨, 날숨을 내뱉는 게 정말 재미있고, 신비롭다. 

앗싸! 대성공이다.

자랑하려고 아들한테 와서 커피빵 보라고 하였더니 데면데면

이게 얼마만에 보는 커피빵이던가!


핸드 드립은 머그잔에 담는 게 아니라고 하여

아끼는 잔에 커피를 담았다. 물론 커피잔을 미리 데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 이제 우아하게 마셔볼까?

음~~ 스멜!!! 행복하다.

실력이 녹슨 게 아니었어. 물론 최마담처럼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서도.

듣자하니 제대로 핸드 드립을 하려면 최소한 1킬로그램?  아님 3킬로그램 ?(헷갈림)을 혼자서 내려봐야 된다고 한다.

그만큼 훈련이 필요하다는 거겠지.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늘 노력해야쥐~~

언제나 처음처럼, 정성 들여서 말이다.


핸드 드립은 커피 갈 때, 물 부을 때마다 고소한 커피향이 올라와 정말 좋다.

솔직히 마실 때보다 커피를 내릴 때가 더 행복하다.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한테는 케냐AA 가 딱이다.

인도네시아 만델링도 산미가 별로 없어 좋아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세계 3대 커피라 불리는 블루 마운틴, 하와이 코나, 예맨 모카 마타리 커피도 마셔보고 싶다. 

(동네 카페 사장님 말씀이 시중에 싸게 유통되는 3대 커피는 함유율이 아주 적어 믿을 게 못 된다고 하셨다. )

그리고 또 뭐더라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나온 "루왁 커피"도 살다보면 마셔 볼 기회가 오지 않을까!

꿈 꾸는 것은 자유니까.


커피 좋아하는 지인들한테 여기 알려줘야겠다. 


(글자를 지우고 싶은데 도저히 안 된다. 맥북은 나에게 너무 어렵다.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15-08-1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뜩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같이 앉아 마시고 싶다!
나도 커피빵 보고 싶다!!
^^♡

수퍼남매맘 2015-08-20 18:38   좋아요 0 | URL
가까이 살면 한 잔 대접하고 싶네요.
커피빵 볼 때마다 신기해요.

세실 2015-08-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산미가 덜한 케냐AA 좋아해요^^ 묵직하면서 개운한 맛이 좋더라구요^^
커피빵 성공하셨군요~~~~~
전 집에서는 귀찮아서 더치커피 마셔요.

수퍼남매맘 2015-08-20 18:40   좋아요 0 | URL
더치 커피는 특유의 냄새- 쇠 냄새 같은-가 어떨 때는 좋은데 어떨 때는 별로더라고요.
핸드 드립은 확실히 내리는 재미가 있어요
마치 과학 실험 하는 기분이랄까!
 

폭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거미잡이

김수영


폴리호 태풍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밤에

아내가 마루에서 거미를 잡고 있는

꼴이 우습다


하나 죽이고

둘 죽이고

넷 죽이고

...........



야 고만 죽여라 고만 죽여

나는 오늘 아침에 서약한 게 있다니까

남편은 어제의 남편이 아니라니까

정말 어제의 네 남편이 아니라니까


1960. 7. 28


수요일 저녁 7시, 딸과 함께 도봉구청에서 하는 인문학 강연 " 강신주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 을 듣고 왔다.

강신주 박가는 인기가 많아 자리가 없을지 몰라 조금 일찍 출발하였다.

대강당을 벌써 많은 사람이 메우고 있었다.

시간 맞춰 왔더라면 바닥에 앉을 뻔했다.

자리를 맡아 놓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어

구청 직원이 애를 먹었다.  

앎과 실천은 다른 것임을 또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 5분 지나도 안 오시면 다른 분께 양보하셔야 합니다" 

자리 맡는 행동은 우리나라에만 있을 듯.


지난 번, 고은 시인보다 3-4배 이상 많은 사람이 왔다.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처럼 자녀 손 잡고 온 사람도 여럿 보였다.

딸한테 "수학 공부보다 이런 강의 한 번 듣는 게 더 낫다"고 꼬드겨서 데려오길 잘했다 싶다.

딸이 집중하여 잘 듣고 강의가 정말 재밌었단다.

강신주 씨의 입담이 대단하고, 추임새처럼 나오는 거친 말이 남자애들한테 자주 듣던 거라 친숙하단다. 


대략 500여 명 정도 온 듯하다.

직장 다니는 사람도 듣게 해 달라고 하여 저녁 시간으로 정했다고 구청장이 설명해줬다.

강신주 박사의 인기는 연예인급인 듯하다.

작년 겨울, 정독도서관에서 " 감정 수업 " 출간 기념으로 했던 강연회에 이어 두번째이다.


앞에 쓴 시는 강연 도중 강신주 교수가 읽어준 김수영 시인의 시이다.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도 썼었지. 한번 읽어봐야겠다.

김수영 시인을 많이 좋아하는 느낌이 들었다. 김민기 씨도 그렇고.

(편집을 못해 시가 글 아래에 가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놔둔다. 맥북 사용이 아직도 서툴러서....)


아주 편안한 차림- 헐렁한 티셔츠에 츄리닝 같은 반바지 패션-의 강신주 씨는 언제나 자유로와 보였다.

강연 주제가 "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 인 관계로

" 지성인 "이 무엇인가 부터 짚어줬다.

지성인이란 공부를 많이 해서 SKY를 간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 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아무리 잘 나고 똑똑하더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을 어떻게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못 배웠어도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사람이야 말로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단다.

아이에게 그런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게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여러 번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두서 없이-  본인이 자신의 강연을 그렇게 표현하였다- 처음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김민기 노래 중 하나인 " 백구 " 에 얽힌 사연이었다.


김민기와 양희은은 친구였는데

어느 날, 양희은 집에 놀러간 김민기가 꼬마였던 양희경의 일기를 보게 되었단다.

그 일기를 보고 만든 노래가 바로 "백구"란다.

동영상을 보니 이미 알고 있던 노래였다.

음질이 안 좋아 가사가 잘 안 들렸는데- 유투브에 가면 아이 버전이 있는데 난 이게 훨씬 듣기 좋다-

내용인즉 이렇다.


여자 아이가 키우던 백구가

어느 가을날 새끼를 낳다 병에 걸린다.

동물 병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는데 그만 병원에서 뛰쳐 나가게 된다.

백구를 찾아 나선 아이는 동네 사람에게 백구의 행방을 물어보고,

결국 어떤 아주머니가 혼자 하는 말을 듣게 된다.

" 어떤 하얀 개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숨져 있다"는 거였다.

백구는 그렇게 비명횡사 하고,

아이는 백구의 장례를 치러준다.

그 날 밤 꿈을 꾸게 되는데

백구처럼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꿈이었다.


강신주 박사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이 노래가 다 말해주는 듯하다.

감수성이란 "반응하는 능력"이란다.

아이가 백구의 아픔과 죽음에 반응하여 함께 슬프고, 아팠던 것처럼 우리도 타인에 대해 그런 감수성을 가져야 따뜻한 세상이 되는 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감수성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1년 안에 죽는(?) 동물을 키워 생로병사를 경험하게 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아끼는 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가 어떻게 친구를 아프게 하고, 왕따를 시키겠느냐고?

그렇게 첫죽음을 경험하고, 다음에 또 동물을 키우겠다고 하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로서 말리지 말라고 하였다.

나도 둘째가 장수풍뎅이가 죽었을때 그렇게 서럽게 울고, 너무 슬퍼해서

다시는 풍뎅이를 안 키울 줄 알았다.

그런데 또 장수풍뎅이를 키운다고 해서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이 두 번째가 정말 중요하단다. 처음은 예상하지 못하고, 갑자기 당한 것이지만

두번째는 이미 아픔과 슬픔이 예고된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키운다는 것이기에 

거기서부터가 진짜라는 것이다.

공감되는 부분이다.

15년 전, 얼떨결에 응급수술을 하여 딸을 낳았다.

둘째를 낳을 때는, 이미 그 고통을 알고 있기에 두번째  수술실 들어갈 때 더 무섭고, 두려웠다.


죽음을 느끼는 세 가지가 있는데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들의 죽음이 있다고 한다.


나의 죽음은 내가 죽는 것이니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너의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니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그들의 죽음은 말 그대로 나와 상관 없는 그들의 죽음이니 고통을 느끼지 못한단다.

우리가 말하는 "성인"이라 함은 그들의 죽음이 없고 오로지 너의 죽음만 존재하기에 

모든 사람의 고통에 반응하는 사람이란다. 

반대로

모든 죽음이 그들의 죽음인 사람도 존재한다. 

좋은 사회라 함은 "너의 죽음"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은 상태이고,

반대로 그들의 죽음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나쁜 사회가 되는 거란다. 

그게 바로 좋은 사회와 나쁜 사회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란다.

세월호 참사가 "너의 죽음"으로 받아들여진 사람은 지금도 함께 아파하는 것이고, 

처음부터 그들의 죽음이었거나 지금은 그들의 죽음이 되어버린

사람은 이제 아파하지 않는 거란다.


내일이 광복 70주년이란다. 

임시휴업일까지 정해 연휴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일제시대 고통 받았던 분은 진짜 광복을 맞은 게 맞을까!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귀향"이란 영화가 배급사를 구하지 못해 상영을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을  "너의 고통" 으로 느끼는 따뜻한 사회였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테다.


박사 말이 보통 사람은 항상 너의 죽음과 그들의 죽음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맞는 것 같다.

너의 고통, 너의 죽음의 경계가 넓은 사람일수록 인류애가 커지는 거겠지.

그렇게 사는 삶은 분명 힘들고, 어렵다고 한다. 일일이 반응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김수영 시인의 <먼 곳에서부터>처럼 매일 아프다.

반면 모든 것이 그들의 고통, 그들의 죽음으로 인식되는 삶은 편하고, 쉽다. 관심 끄면 되니까.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여행"을 추천하였다.

그리고 시를 제대로 읽는 것. 시야말로 무뎌진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매체임이 분명하니까. 

이와 같은 맥락에서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며 살았던 김수영 시인의 시를 네 편 읽어줬다.

특히 난 " 거미잡이"가 제일 와닿았다.

거미를 죽이는 아내를 바라보며

"고만 죽여라" 라 말하는 시인의 마음처럼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능력이 어제보다 오늘 좀더 생겨나도록 노력해야겠다.

먼 곳에서부터


김수영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

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

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



1961. 9. 30


김민기 씨도 이 사회의 마지막 보루가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하여 지금은 어린이 창작 뮤지컬에 열심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 깊은 아이로 자라게 해야 

성인이 되어 무감각하게 살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여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김민기 씨와 강신주 교수 생각에 동의한다.

교육이 가장 먼저 이뤄지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자녀를 가르쳐 본 사람은 다음 시가 가슴에 팍 와닿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들려준 이 시의 의미가 참 크다.

내 아이를 아이로 대한 것인지 아이들로 대한 것인지 반성하게 한다.

우리들의 웃음


김수영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가 종교국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을 갖는다

절망은 나의 목뼈는 못 자른다 겨우 손마디뼈를

새벽이면 하프처럼 분질러놓고 간다

나의 아들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머리가 나쁜 것은 선생, 어머니, IQ 다

그저께 나는 파스칼이  < 머리가 나쁜 것은 나>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가 종교국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을 갖는다

마당에 서리가 내린 것은 나에게 상상을 그치라는 신호다

그 대신 새벽의 꿈은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꿈은 상상이 아니지만 꿈을 그리는 것은 상상이다

술이 상상이 아니지만 술에 취하는 것은 상상인 것처럼

오늘부터는 상상이 나를 상상한다


이제는 선생이 무섭지 않다

모두가 거꾸로다

선생과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과 비종교, 시와 비시의 차이가 아이들과 아이의 차이이다

그러니까 종교도 종교 이전에 있다 우리나라가

종교국인 것처럼

새의 울음소리가 그 이전의 정적이 없이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모두가 거꾸로다

------태연할 수밖에 없다 웃지 않을 수밖에 없다

조용히 우리들의 웃음을 웃지 않을 수 없다


1963. 10. 11


2시간 넘게 강연이 이뤄졌고, 뒤이어 질문과 응답 시간까지 합해 30여분이 지났다. 

질문과 응답 시간도 아주 유익했다.

질문자의 의도와 속내를 꿰뚫어보는 박사의 내공에 깜짝 놀랐다.

강연은 다시 <백구>를 함께 감상하는 것으로 끝났다.


집에 와서 아들에게 <백구>를 들려주니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온이도 언젠가는 죽을 거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먹먹해졌나 보다.

감수성 있는 아이로 잘 자라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놓인다. 

온이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 기르기 실천 방법은 

첫째 동물 길러보기

둘째 여행하기

셋째 시 읽기

로 요약할 수 있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5-08-1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강연 후기 고마워요~~ 강신주 박사 우리 구에도 9월에 와요!♥♥

수퍼남매맘 2015-08-16 11:14   좋아요 0 | URL
박사님 말이 지방을 더 선호한다고.
서울 4대문 안은 잘 안 다니신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동네는 거의 지방 수준이라 오셨다고 하더군요. ㅎㅎㅎ

2015-08-16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6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16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 기르기!
여행과 시 읽기로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도서관에도 9.22에 오세요.

수퍼남매맘 2015-08-17 14:34   좋아요 0 | URL
님 계신 곳에도 가시는군요.
강신주 박사는 강연이 곧 여행이니 감수성이 늘 깨어 있을 듯해요.

2015-08-17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7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