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비평가 조월례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의 추천글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 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엄청난 과업이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다양한 환경의 영향 아래서 부모 형제는 물론 이웃과 친구와 함께 부대끼며 성장해 가는 아이들에게 삶은 만만치 않다.
<바다로 가는 은빛 그물>은 바닷물이 들락날락해서 물고기가 많은 소사천을 배경으로 그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다. 소사천은 예전에는 고깃배가 다녔고 어른들의 놀이터였으며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기도 했다. 작품에서 소사천은 여전히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삶의 공간이다. 아이들은 소사천에서 실뱀장어를 잡아 군것질거리를 마련하고, 색깔찾기 놀이를 하며, 조개를 캐고 모래톱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등 그들만의 풍성한 삶의 잔치를 벌인다. 소사천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자 생명의 공간이며 성장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아이들은 이곳 소사천에서 실뱀장어를 잡아 마트에 가져다주면 군것질 거리를 얻는 재미에 다투어 실뱀장어잡이에 나선다.
소사천이란 자연환경을 무대로 하여 아이들이 사이좋게 환경을 즐기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명하는 나이 많은 아버지가 귀영이네 땅에다 농사를 짓는 데다 아버지가 한사코 그물을 마련해 주지 않기 때문에 동네 형들에게는 물론 같은 반 친구 귀영이에게조차 무시당하여 자존심을 상하고 그 때문에 귀영이와 갈등한다. 그물은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상징인데 명하 아버지는 한사코 그물을 마련해 주지 않고 그 때문에 명하는 동네 형들의 무리에 끼지 못하여 마음이 상한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힘의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질서가 있고 거기에 들지 못하는 것은 형벌에 가깝다. 이미 질서에 들어간 귀영이와 들어가지 못한 명하의 갈등과 신경전들은 책을 읽어 가는 적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실뱀장어는 생명을 끊임없이 잉태하며 강을 살아 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마을은 물난리를 막아 줄 수 있다는 명분으로 방조제를 준공하고 이와 함께 소사천을 살아 있게 하는 실뱀장어는 급격하게 줄고 조개는 썩은 내를 풍긴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곳에서 생명이 사라져가는 현실은 지금 여기 우리 아이들에게도 여러 가지 의미를 던진다. 그 의미 속에는 실뱀장어가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 숱한 난관을 이겨내야 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이웃과 친구와 부모와 수많은 부대낌을 겪으며 성장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작품 속 명하가 나이 많은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을 견디고, 같은 반 귀영이와의 갈등을 견디고, 소사천 물살을 견디어 낸 것처럼, 귀영이가 늘 맞서서 갈등하던 명하가 물속에서 잃어버린 신발을 조용히 찾아다 준 것처럼 삶은 얘기치 않은 곳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마주하게 한다. 아이들은 이처럼 수많은 경험과 낯섦을 겪으며 세상이라는 바다를 향해서 한 발씩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자연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을 감싸 주는 어머니 품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저변에 깔고 있다. 실뱀장어가 성장하기 위해 강이 있고 바다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뱀장어처럼 여린 아이들이 친구와 이웃과 부대낌을 겪으며 현실이라는 바다로 나아가고 있는데 현실을 감싸 주어야 할 자연은 편리함을 앞세우는 인간들 때문에 죽어 가는 현실을 깊이 있게 그린다. 이런 인식은 현실이라는 바다에서 이제는 더 이상 실뱀장어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성장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강을 되살려 낼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 조월례(어린이책 비평가, 경민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