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번역가 노경실 님께서 보내주신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브레히트의 어린이 십자군>의 추천글입니다.

 

독일의 극작가이며.연출가로서 서사극의 창시자인 '베르톨트 브레히트'. 만약 그의 생이 전쟁의 한가운데를 통과해야만 하는 삶이 아니었다면 그의 작품은 어떤 색채를 보여주었을까? '어린이 십자군'을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었다.

 

전쟁은 인간의 '총체적 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약자와 어린이는 당연한 '악'의 희생 제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숱한 역사 자료를 통해 사시이자 진실로 드러나고 있는 기록이 있다. 전쟁 속에서 유랑민처럼 떠돌다가 추위에 얼어 죽거나 굶어 죽고, 노예로 잡혀가거나, 한줌 흙먼지처럼 행방 불명된 어린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는 핏빛 기록이다. 브레히트는 세상 모든 어른들이 눈물과 통곡으로 용서를 빌어도 풀리지 않을 슬픔을 이 한 편의 시로 표현했다.

 

편안함과 풍족함, 새로운 것과 새련된 것, 잘남과 예쁨, 일등과 성공이라는 '최신식 전쟁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가슴과 미래와 영혼은 얼어가거나, 파리하게 말라가거나, 한줌 먼지처럼 어디론가 흩날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과 반성을 가슴 저리도록 하게 만드는 잠언이자, 전장터의 기록이며, 양심을 비추는 냉정한 거울이다. - 노경실(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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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미원초등학교 교사 조경아 님께서 보내주신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나랑 친구 할래?>의 추천글입니다.

 

초등학교 선생인 나는 가끔 지인으로부터 "학기 중에 전학시키면 아이가 너무 힘들어할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학부모 상담을 할 때면 "우리 아이가 친구들하고는 잘 지내나요?" 라는 질문을 제일 먼저 듣는다.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가 가장 궁금하고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어른들은 대부분 구체적으로 아이가 언제 외로운지, 어떤 친구를 사귀고 싶은지 잘 알지 못한다.

 

파리에서 시골로 이사를 한 마리는 새 집, 새 동네, 새 학교, 새 교실, 새 친구라는 낯선 환경에 놓인다. 부모는 전원생활에 한껏 부풀어서 마리는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만 믿는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마리. 슬픔에 빠진 마리는 혼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마리는 두 개의 방석과 스무 개의 질문을 만들어 가지고 친구를 찾아 나선다. "넌 케첩이 좋아, 마요네즈가 좋아?"로 시작하는 질문들을 차례로 읽다 보면 마리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 수 있다.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질문이 계속 될수록 마리가 어떤 질문을 만들었는지, 친구들은 뭐라고 대답할 지, 마리는 어떤 대답을 한 친구를 선택할 지 궁금해진다.

 

한편 친구처럼 마리를 이해해 주고, 존중해 주고, 편안하게 해 주는 오르탕스 할머니를 사귀게 되는데 할머니는 오히려 '또래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충분한 보살핌과 배려가 있어도 아이에게는 또래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종종 "친구들이 나하고 안 놀아 줘요"라고 말하곤 한다. 왕따라도 당하나 싶어 흠칫 놀라지만 대부분 오해이거나 일시적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스스로 그렇게 느껴버린다. 풀이 죽어서 혼자 있는 아이를 보면 마음 아프고 안됐고 어떻게 도와주고 싶은데, 정작 교사나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이런 아이에게 마리의 이야기를 읽어줘야 되겠다. 친구가 없는 마리. 그래서 힘든 마리를 보면서 '아, 나만 외로운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을 얻을 것이다. 어른들이 해 주는 여러 가지 어설픈 충고보다 효과적인 위로가 될 것 같다. 공감만큼 큰 위로는 없으니까.

 

또한 스스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하여 일어서는 마리, 달콤한 단짝 친구를 얻게 되는 마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언젠가는 단짝 친구가 생길 것이라는 따뜻한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 조경아(가평 미원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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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2013-03-2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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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 번역가/에이전시 창 대표 유혜자 님께서 보내주신 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체국 도둑 놈! 놈! 놈!>의 추천글입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 눈높이로

<우체국 도둑 놈!놈!놈!>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쓴 책이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며 그동안 훌륭한 책을 많이 써서 현재 독일어권에서 활동 중인 작가 가운데 가장 명성이 높은 할머니 작가다. 난 뇌스틀링거가 쓴 책이라면 일단 마음부터 놓는다. 그는 어린이책이 어른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어른의 기준으로 써서 무조건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책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작가다. 그래서 그가 쓴 글을 읽어보면 어린이책답게 어린이의 눈높이에 딱 맞춰져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유명한 안데르센 상, 린드그렌 상을 받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책을 한번 읽게 되면 또 다른 책도 읽고 싶은 생각이 나게 만들어 준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건강을 해치는 급조된 맛이 아니라 할머니가 차려 주는 친환경 밥상처럼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체국 도둑 놈! 놈! 놈!>은 도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소설이다. 사건이 일어났으니까 당연히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긴장된 장면이 있고,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작전이 전개되니까 독자가 자기도 모르게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되는 책이다.


황당하게도 현금수송차를 덮쳐 돈 자루를 훔치기로 작당한 도둑들은 호기심 많은 이본카에게 계획을 들켜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실수를 저지르는데... 뭔가 제대로 된 사건을 찾아내 확실하게 해결해 보려는 무퍼파 아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한 도전 과제가 된다.

 

할머니 작가 뇌스틀링거는 책읽기가 어린이들에게 항상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책장 사이사이에 마치 만화처럼 재미있는 삽화와 대화를 끼워 넣어 책장이 술렁술렁 넘어가게 만들어 주었다. 술술 읽혀지는 재미있는 책 <우체국 도둑 놈! 놈! 놈!>을 추천하는 마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 유혜자(독일문학 번역가, 에이전시 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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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시리즈 4. 패션 디자이너/ 작가의 말

 

취재원 복 하나는 타고났습니다!

 

<일과 사람> 시리즈를 기획 편집하고 있는 '곰곰'. 네 번째 책, <내가 만든 옷 어때?>에서는 글을 맡아 직접 썼다. 우리 기획과 책 모양새에 대해서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괜찮지만, 한 가지 걱정은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글을 쓰기에는, 패션계와 너무 먼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는 것. 이번 기회에 패션계와도 소통을 해야지, 하하하! 열심히 취재하고 독하게 공부하자고 다짐했다.

 

먼저, 어떤 패션 디자이너에 관해서 이야기 할 것인가부터. 패션 디자이너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세계에 이름을 널리 떨친 유명한 사람도 있고, 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옷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 평상복, 무대복, 운동복까지. 우리 기획에 딱 맞는 패션 디자이너를 찾아야 했다.

 

우리가 평소에 입는 옷. 너무 비싸지 않은 옷을 만드는 사람. 그래, 동대문 시장에 가게를 내서 자기가 디자인한 옷을 팔기도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직접 손님들을 만나서 반응을 살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어려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일찍 유명해졌거나, 유학을 다녀와서 큰 기업에 들어가 승승장구한 사람이 아니라, 제힘으로 조금씩 알차게 성장한 사람이어야겠고. 이렇게 우리 책에 담을 패션 디자이너에 대해 가닥을 잡았다.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주인공을 만들어야 한다. 주인공은 딸부자 집 막내가 좋겠어. 그렇다면 언니들 옷을 물려받기도 하고, 언니들 옷을 몰래 입기도 했을 테지. 그리고 딸이 많으니까 엄마가 아마 옷을 만들어 주기도 했을 거야. 엄마가 재봉틀을 드르륵 돌려가면서 옷을 만들면, 옆에서 자투리 천으로 인형 옷도 만들고 말이야. 자연스럽게 스스로 리폼도 하고, 옷을 만들기도 하면서 자란 거지. 딸은 넷 쯤? 아니야, 한 일곱은 되어야 딸부자 소리를 듣겠지? 좋아. 딸 일곱. 여덟은, 좀 많겠지? 그리고 이렇게 패션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옷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전문가로 존중할 줄도 알고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 얼개를 짜고서 취재를 시작했다. 주인공의 이야기나 성격은 어차피 딱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 테니까, 정보 취재 중심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신문 기사를 뒤졌다. 맞춤한 취재원을 찾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동대문에 있는 한 패션몰에 가게를 가지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공모에 당선이 되어 지하에 작은 가게를 낸 것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패션몰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다. 우리 책 기획을 설명하자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 주었다. 음, 성격 좋고 시원시원해!

 

그리고 첫 취재. 그 디자이너를 만났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벅차다. 우리가 잡은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취재원이 외쳤다. "저는 딸 여덟 집 막내예요. 우리 엄마가 손수 똑같은 옷 여덟 벌을 만들어 입힌 적도 있었어요!" 세상에. 조금은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우리 주인공 감이로구나! 진정 하늘이 돌보는 시리즈란 말인가! 말이 인터뷰지, 어색함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편안하게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취재원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하다면, <일과 사람> 시리즈의 네 번째 책, <내가 만든 옷 어때?>를 보시길. 우리가 만났던 그 취재원이 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잡았던 설정 그대로 딸부자 집 막내였던 취재원은, 우리가 책을 꼭 드러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아니 그보다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말해 주었다. 옷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게다가 더 큰 꿈을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는 노력까지.

 

우리 취재원이 했던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을 소개해야겠다. "어떤 디자이너들은 자기가 혼자 옷을 만드는 줄 알아요. 옷 만드는 공장에 가서도 따지기만 하고요, 거기서 일하는 분들을 부리려고 해요. 그런데요, 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패턴사, 재단사, 재봉사, 그분들 모두 이십 년, 삼십 년 넘게 그 일 하신 전문가예요. 제 머릿속에 있던 옷을 진짜 옷으로 만들어 내는 분들이에요. 저는 늘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옷 하나가 되려면요, 정말 많은 사람들 손이 필요해요. 생각해 보면 일이라는 건, 내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취재원은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깨달아 알고 있었다. 일을 통해 서로 돕고 있다는 것을. 이런 취재원을 만나다니, 우리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 <일과 사람>시리즈가 정말 취재원 복 하나는 타고났구나. 이 복을 고스란히 어린이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글을 만지고 다듬고 갈고 닦았다. 우리 곁에 사는 귀한 이웃 한 분을 세상에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모쪼록 즐거운 만남이 되시기를! - <내가 만든 옷 어때?> 글쓴이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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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번역가 김영욱 님께서 보내주신 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내가 만든 옷 어때?>의 추천글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이 하는 일도 다양해진다. 어떤 직업은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이름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른으로서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한 때 직장을 갖고 사회생활을 해 본 필자도 이럴 진데, 하물며 우리 아이들이야. 건강하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일은 꼭 필요하다. 생계의 수단에서건, 자기실현을 위해서건.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의 직업을 물으면, 막연한 대답뿐이다. 세상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고,  직업 별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뿐 더러, 그 일을 수행하는데 어울리는 적성과 재능을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들도 드물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은 장차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자신들의 재능을 개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필자가 발견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일과 사람> 시리즈의 한 권, <내가 만든 옷 어때?>는 패션 디자이너를 동경하는 어린이들에게 맞춤한 그림책이다.

 

엄마가 재봉질로 손수 만들어준 옷을 입고 자란 여덟 딸 부잣집의 막내인 나(화자)는 어엿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호기심 가득한 독자들에게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와 일상이 어떤 것인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나는 늘 새로운 옷을 만들어야 하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스케치를 해둬야 하고, 시장을 내 집 드나들 듯 다녀야 하고, 공장에 가서 작업지기서 대로 샘플 옷이 만들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이라,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차고 재미있다. 정말 멋진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화가들의 그림도 많이 봐야 하고, 옛날 영화도 즐겨 봐야 하고, 꽃이나 풀벌레, 심지어 동물들까지 유심히 관찰하며 예쁘고 신기한 것은 스크랩을 해둬야 한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의 옷차림을 눈여겨보고, 작은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다가 얼른 그려 두기도 해야 한다.

 

이처럼 많이 보고 느끼고 연구해야 좋은 옷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고 화자인 나는 독자들에게 충고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학생 때부터 자주 가던 동대문의 원단 가게며 단추 가게를 소개하고, 분주한 작업실까지 열어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멋진 옷이 탄생하기까지의 공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다. 재치 넘치는 그림과 사근사근한 설명 덕분으로 어느덧 독자들은 아름다운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된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담아 그린 '패션 일러스트'가 뭔지, 옷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달라는 내용을 적어 공장에 보내는 '작업 지시서'도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또한 옷본대로 천을 자르는 마름질을 하는 재봉사 아저씨, 재봉틀로 실을 곱게 박는 바느질과 단추나 지퍼 등을 다는 마무리 작업을 해주는 아줌마, 구겨진 옷 모양을 잡아주는 다림질하는 언니들이 일하는 공장 견학을 통해서는, 바야흐로 옷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단 걸 깨우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만든 옷 어때?>는 단순히 진로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만은 아닌 것이다. 물론 중간 중간 옷감의 재료와 빛깔에 얽힌 옷감 속 비밀을 알려주는 내용이 있고, 때와 장소에 맞는 옷 입기 정보도 제공해주고 있으므로, 패션에 대한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다.

 

책장을 열자마자 펼쳐진 고리 달린 알록달록한 종이옷들은 필자가 어릴 적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샀던 종이인형옷 만들기 놀잇감을 떠올리게 해준다. 마지막 면에 실린 '디자인이란 무얼까?'를 보면서는 필자도 미처 몰랐던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EBS 방송에서는 우리 아이들의 꿈이 무엇인지, 학교와 가정에서는 진로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웃 언니는 매일 아침 예쁘게 차려 입고 어느 회사에 가는지 궁금하지만, 어른들의 일터를 직접 체험하기란 쉽지가 않다. 엄마 옆에서 자투리 천으로 인형 옷을 만들던 화자인 나가 어엿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듯이, 우리 어린이들도 자신들의 소중한 꿈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할 권리를 인정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살이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내가 만든 옷 어때?>는 '내게 맞는 일은 뭘까', 구체적 탐색을 가능하게 해준 귀한 책이다. - 김영욱(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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