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장동초등학교 교사 김민중 님께서 보내주신 6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리 반 스파이>의 추천글입니다.
억울한 진실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교실에서 가장 장난이 심하고, 공부를 못하며, 말썽을 부리는 학생은 나쁜 아이인가? 정답은 '아니요'라고 믿고 싶지만 실제 교실 현장에서는 정답이 아닌 것이 정답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난이 심하다거나 공부를 못하는 것은 손가락이 길거나 고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사람의 한 특성일 뿐인데, 그것이 왜 나쁘고 부족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오늘도 수많은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파김치가 되어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나 역시도 분명히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뉘우침이 있다. 이러한 후회와 반성에 채찍질을 가하는 책이 바로 '우리 반 스파이'이다.
교사로서 나에게 이 책은 우선 매우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아마도 작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교단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교사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사실을 나도 그렇지만 많은 교사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잊으며 살아가고 있다. 안타깝지만 오직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교사도 엄연히 아이들에게 배우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히려 배울 것은 반듯한 모범생이나 얌전한 아이들이 아니라 책 속의 은수 같은 이른바 '골칫덩어리 녀석'에게 더 많기도 하다. 은수는 그 자체로 교사에게 훌륭한 선생님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출간이 참 고마운 이유는 교사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은수의 담임이라면 이렇게 스파이를 이용해서 은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자기 존중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 반에도 은수 같은 아이들이 꽤 있는데 나는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저 골칫덩어리라고 날마다 속을 썩이고 원망하며, 기껏해야 혼을 내고 주의를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과연 아이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서 있을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런 물음을 나에게 던지며 진정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큰 자극을 주었다.
누구에게나 진실은 있다. 공부 잘하고 모범생의 진실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말썽꾸러기 아이의 진실도 소중하다. 그리고 하나의 잘못을 핑계로 다른 잘못이 있다고 억울한 덤터기를 씌우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교실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대부분은 은수의 진실은 묻히거나 별로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게 한 명이라도 억울한 진실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소중한 진실은 반드시 진실의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진실을 증명하는 은수의 노력과 그것을 지켜주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하여 진실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이 책은 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유머러스한 표현은 때로 웃음을 머금게도 하고 때로는 배꼽을 잡고 쓰러지게 만든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으로 된 만화도 아닌 순수한 글만으로 이렇게 즐겁고 웃긴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웃음 뒤에는 반드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감이 있다. 늘 그렇지만 정말 건강한 웃음은 공감이 가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은수의 건강한 장난들과 거기에서 빚어지는 사소한 갈등으로 인한 상황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얌전한 아이나 말썽꾸러기나 간에 자기들의 눈높이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이 정말 일품이다. 거기에다 의미 있는 타인으로서의 배우 아저씨, 엄마, 선생님 등이 어른과 아이들의 세계를 비교하며 사건을 긴장감 있게 이어나간다. 그러면서 스파이는 누구인지 독자들의 궁금증은 커져 가고 은수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가게 되는데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 독자도 미소를 머금으며 은수를 따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산뜻한 책표지와 아이들이 좋아할 듯한 과장된 그림도 이 책의 큰 매력 중의 하나다. 그리고 궁금증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제목은 당장 책을 집어 들게 만든다. 주의할 점 한 가지, 책 제목만 언뜻 보고 추리소설로 오해하지 말 것! 표지의 삽화를 보면 그게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 김민중(대구장동초등학교 교사, 동시 작가, 대구아동문학회 회원, 2007/2009 개정 국어교과서 집필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