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31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깊이 읽기

 

피터 브라운 글.그림 / 서애경 옮김

 

2014 보스턴글로브 혼 북 상 수상
2014 골튼카이트 어워드 상 수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

 

 

 

칼데콧 수상작가 피터 브라운의 신작 _세상의 모든 호랑이들에게 바치는 유쾌한 그림책

첫 장면, 뚱한 표정의 호랑이가 눈에 띕니다. 실크해트에 나비넥타이, 테일러드 코트까지.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완벽한 신사입니다. ‘호랑이’보다는 ‘호랑이 씨’가 어울리겠군요. 정장을 갖춰 입은 것은 호랑이 씨 주변의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말쑥한 차림을 하고 두 발로 걸어 다닙니다. 한껏 점잖 빼는 표정을 하고요. 아무래도 이 동물들 사이에서는 예의와 체면, 품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모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호랑이 씨는 왜 그렇게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요?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는 삶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자, 존재의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 피터 브라운은 인간이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호랑이 씨는 틀에 갇힌 도시에서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뭔가 좀 재미있게, 삐딱하게, 마음대로 살고 싶었지요. 어느 날 호랑이 씨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네 발로 걷기! 들짐승처럼 구는 것을 수치라 여기는 친구들은 손가락질하지만, 호랑이 씨는 개의치 않습니다. 아무데서나 펄쩍 펄쩍 뛰어다니고 ‘어흥!’ 포효하더니 급기야 옷까지 전부 벗어 버리고는 야생의 숲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호랑이 씨는 혼자였고, 곧 집과 친구들이 그리워집니다. 결국 친구들 곁으로 돌아오지요. 그런데 도시의 분위기가 전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정장 대신 편한 옷을 입은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네 발로 걷는 모습들도 눈에 띕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호랑이 씨가 떠나 있는 동안 무언가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그 변화의 씨앗은 바로 호랑이 씨였지요!

 

이제 호랑이 씨는 숲에서나 도시에서나, 옷을 벗고 있거나 입고 있거나 상관없이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되었지요. 만약 호랑이 씨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야생으로 떠난 호랑이 씨의 모험담에서 끝났을 것입니다.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은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호랑이 씨는 자신뿐 아니라 친구들의 삶까지 변화시키고, 비로소 자기도 ‘함께’ 자유로워집니다.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의 진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도 닿아 있지요. 그래서 호랑이 씨와 친구들이 함께 숲속을 달리는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 가슴이 트이는 해방감과 더불어 즐거운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피터 브라운은 책마다 다양한 그림 스타일을 선보이는 작가입니다. 이 책은 잉크와 수채물감, 색연필, 구아슈로 그린 뒤 컴퓨터로 마무리했습니다. 선이 단순하고 여백이 많은 그림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곳곳에 숨겨진 의미와 요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 초반, 호랑이 씨는 ‘유일하게 눈을 뜨고 있는 존재’입니다. 나머지 동물들은 다 눈을 감고 있지요. 호랑이 씨가 처음 네 발로 걷는 장면에서는 호랑이 씨를 뺀 모든 동물들, 심지어 건물까지 ‘수직’으로 서 있습니다. 한편 호랑이 씨는 땅과 ‘수평’을 유지하며 걸어갑니다. 이러한 대비는 호랑이 씨의 유별난 행동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 장면은 후반부의 달라진 도시와도 완벽한 대비를 이룹니다. 앞에 나왔던 동물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 보세요. 중반 즈음, 어른과 어린 동물들의 표정 차이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는 글 양이 많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한 장면에 한두 문장 정도로 금세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로 출간하는 이유는 주제가 지닌 무게와 깊이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호랑이 씨는 멋진 안내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이 훗날 호랑이 씨처럼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 이제 우리들 안의 호랑이 씨를 만나러 가 볼까요?

 

글.그림 / 피터 브라운
피터 브라운은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뉴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2005년 첫 그림책을 출간한 뒤, 해마다 한 권씩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피터 브라운의 그림책은 특유의 유머와 독특한 발상, 완벽한 미장센으로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출간한 책의 대부분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칠드런스초이스어워드 선정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상,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상,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주목할 만한 어린이책 상 등을 받았습니다. TV쇼를 패러디한 신선한 구성이 돋보인 『오싹오싹 당근』으로 2013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고,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로 2014 보스턴글로브 혼 북 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 밖에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호기심 정원』, 『하늘을 나는 도도』, 『넌 내 친구가 될 거야!』, 『차우더』 등이 있습니다.

 

번역 / 서애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어린이책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빈터의 서커스』, 『길거리 가수 새미』, 『채마밭의 공주님』, 『크리스마스 휴전』,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 , 『내가 영웅이라고?』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8 <비밀의 강> 깊이 읽기

 

마저리 키넌 롤링스 글 /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김영욱 옮김

 

순수한 동심을 통해 드러난 대자연의 얼굴

『비밀의 강』은 2012년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에서 명예상을 받았습니다. 주목할 만한 그림책이라고 인정받은 이 그림책의 원고는 아주 오래 전에 우연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글을 쓴 마저리 키넌 롤링스는 미국의 유명 작가로 1953년에 생을 다했습니다. 『비밀의 강』은 작가가 생전에 어린이를 위해 쓴 유일한 작품으로, 책 출간을 준비하다가 편집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궁에 빠져 버린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게 묻혀 버릴 뻔한 원고는 작가 사후에 서류 뭉치 사이에서 발견되었고, 1955년에 유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인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초판본을 그린 레너드 웨이즈가드는 커피색 종이를 사용하여, 흑인 아이의 얼굴색을 종이색으로 감추는 방법을 썼습니다. 우회적으로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지요. 이 판본은 미국 어린이 문학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으며, 1956년 뉴베리 명예상을 받았습니다.


쉽게 풀어쓴 문장은 나이 어린 독자들을 충분히 아우르며,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반세기가 지나도 작품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납니다.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2011년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부부는 환상적인 그림으로 글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야기는 플로리다 숲속 마을에 사는 칼포니아라는 여자아이를 따라갑니다. 칼포니아는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천진난만한 여자아이입니다. 그런데 숲속 마을에 물고기가 더 이상 잡히지 않으면서, 마을은 곤궁하고 어려운 때를 겪게 됩니다. 칼포니아는 어려움에 처한 아빠를 돕기 위해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섭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적 배경을 접목해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공간적 배경이 된 플로리다는 일 년 내내 따뜻한 곳입니다. 숲이 울창하고 주변에서 쉽게 호수와 습지를 볼 수 있지요. 이런 곳에서라면 주인공 칼포니아처럼 미지의 강을 찾아내는 일이 있을 법합니다. 시간적 배경으로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공황 시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힘겹게 살아갈 때였습니다.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을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숲속 마을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칼포니아의 어린이다운 순수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칼포니아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알버타 아주머니에게 낚시하기 좋은 곳에 대한 조언을 구합니다. 알버타 아주머니는 비밀의 강을 찾아가 보라고 일러 주는데, 코끝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참으로 단순하다 못해 희한한 방법이지요. 그런데 칼포니아가 비밀의 강을 찾겠다고 길을 나서자 모든 것들이 우연찮게 해결이 됩니다. 갑작스레 토끼나 파란 어치가 나타나 시선을 돌리고 보면, 그게 코끝이 향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코끝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밀의 강에 도달하게 됩니다. 마침 강둑에 매여 있는 배를 타고 메기를 낚을 수 있었고, 뻣뻣한 실유카 이파리를 찾아서 잡은 메기를 낚싯대에 꿸 수도 있었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지요. 마치 칼포니아를 둘러싼 대자연이 칼포니아의 순수한 열망을 알고, 도와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처럼 우연이 더할수록 독자는 실제로 대자연이 칼포니아를,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도와주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칼포니아를 통해 신비롭게 드러나는 대자연의 비밀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력이 더해진 그림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나무들은 그때그때 여러 가지 표정을 보여 줍니다. 칼포니아가 낚시 생각을 하며 기댄 나무를 보면, 가지와 잎 사이에서 물고기 형태가 보입니다. 또한 비밀의 강에서 칼포니아가 앉은 삼나무의 주름 사이로는 인자한 얼굴이 엿보입니다. 칼포니아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비밀스러운 느낌이 한층 더 고양됩니다. 배고픈 부엉이를 그린 장면에서는 부엉이의 깃털 하나하나에서 부엉이 얼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둠이 깔린 나무들은 각기 얼굴을 가지고 있고, 나뭇가지는 사람 팔처럼 뻗어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장면에서 자연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전해 주는 장면을 접하게 됩니다. 마치,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자연에 더 많은 비밀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다운 순수함으로 대자연의 도움을 이끌어 낸 칼포니아는 또한 아낌없이 나누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칼포니아는 배고픈 짐승들을 만납니다. 부엉이, 곰, 표범까지. 그때마다 칼포니아는 가장 싱싱한 메기를 대접합니다. 자연이 아무런 조건 없이 내어준 것이기에, 칼포니아도 조건 없이 나누는 것입니다. 배고픈 짐승들과 메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어쩌면 칼포니아는 어두운 숲길을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다음 날 나눔은 칼포니아 아빠에게로 이어집니다. 아빠는 생선 값을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외상으로 내어 줍니다. 사람들은 물고기를 먹고 힘을 내고, 일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되지요. 결국 마을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고 마을은 어려운 때를 벗어나게 됩니다.


이야기 끝에서 칼포니아는 비밀의 강을 다시 찾아 나섭니다. 독자 또한 비밀의 강의 존재가 궁금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밀의 강은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습니다. 작가가 알버타 아주머니의 입을 통해서 말한 대로 '비밀의 강'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지요. 풍요로운 '비밀의 강'은 실재하는 강이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 이뤄 낸 자연의 선물일 테니까요. 자연은 아무 때나 우리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필요할 때, 정말로 순수하게 바랄 때,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아낌없이 나눌 때, '비밀의 강'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덮고 우리도 칼포니아처럼 눈을 감아 보면 어떨까요? 자연의 신비를 조용히 느껴보고,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 / 마저리 키넌 롤링스(1896~1953)

플로리다에 정착해서 일생의 대부분을 살았으며, 오렌지 과수원을 가꾼 자신의 경험과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1939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아기 사슴 플랙(The Yearling)』이 있다.

 

그림 /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일러스트레이터 부부이다. 대표작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가 있다.

 

번역 / 김영욱

어린이책 칼럼니스트, 작가, 번역가,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마녀의 그림책 작가 앨범'이라는 코너를 썼다. 쓴 책으로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 『그림책, 영화를 만나다』, 『책벌레 대소동』, 『신기한 베개』 등이 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노첸티가 그려낸 우리 시대의 빨간 모자

-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세히 말해 줘야 할까? 뉴스를 통해 끔찍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는 것조차 무섭다. 하지만 아이를 언제까지나 품 안의 자식으로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자세히 말을 해주면 공연히 불안만 자극해서 아이를 위축시킬까 염려된다. 잘 자라는 아이를 공연히 힘들게만 할 것 같다.

 

옛이야기인 '빨간 모자'를 이야기책으로 정리한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도 이미 수백 년 전 같은 고민을 했다. 페로의 이야기에서는 늑대가 빨간 모자의 소녀를 잡아먹는 것으로 끝이 난다. 페로는 이 끔찍한 결말로도 부족했는지 뒤에 따로 경고를 단다. '비록 상대가 친절하더라도, 아니 친절할수록 모르는 사람을 믿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림 형제는 페로의 이야기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나 보다. 앞부분은 페로의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늑대가 빨간 모자의 소녀를 잡아먹은 다음에 다시 사냥꾼을 등장시킨다. 사냥꾼은 늑대의 뱃속에서 빨간 모자의 소녀와 할머니를 꺼내 주고 소녀는 늑대의 배에 돌멩이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복수를 한다. 그림 형제가 보기에 아이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세상을 믿지 못하게 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조심하라는 메시지만 주면 그만이다. 아이들의 불안을 키우기보다 자신들에게도 작지만 힘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는 것이 그림 형제의 방식이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페로와 그림 형제의 방식 중 하나를 취하며 아이들을 교육한다. 함부로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면 큰일 난다고 경고를 하다가, 그렇게 나쁜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안심을 시키기도 한다. 부모라면 아이를 세상의 악으로부터뿐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도 떼어 놓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들에게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매혹적인 그림책은 분명 더 충격적이다.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사냥꾼은 그림 형제의 이야기에서와는 달리 소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사냥꾼이 곧 늑대이다. 소녀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소녀를 해치는 사람이다. 동네 불량배들로부터 나를 구해 주고, 할머니 집까지 태워 준 그 선의의 사냥꾼이 바로 가면을 쓴 늑대이다.

 

 

이쯤 되면 부모들은 궁금하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떤 사람도 믿지 말라고, 세상은 너무나 위험하다고, 상상과 이야기는 잠시 위안을 줄지 몰라도 현실은 그보다 더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그림책을 펼치는 중산층 부모들은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읽어 줘도 될 것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고, 이 시대의 많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고 들려줘야 할 이야기다. 아이들의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처음 만나는 늑대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가 전체의 절반이다. 그들 중 80%는 가족이나 친척이고 나머지는 이웃이나 교육기관에서 아이를 만나는 사람이다. 사냥꾼이 늑대인 것은 예외라기보다는 보편이다. 그렇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면 문제를 드러내고 아이와 함께 방법을 찾는 편이 현명하다. (중략)

 

글 : 서천석 - 서울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으로 아이들 마음에 대해 연구하면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치유해 주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아이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강석우입니다]의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 코너에서 아이들의 심리 문제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에도 관심이 많아 <한겨레>신문에 ‘서천석이 사랑한 그림책’이라는 서평을 쓰고 있으며,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트위터:@suhcs

 

*본 글은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의 권별부록인 그림책 깊이읽기 '빨간모자와 성폭력'에서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9 <크리스마스 휴전> 깊이 읽기

 

존 패트릭 루이스 글 / 게리 켈리 그림 / 서애경 옮김

 

1914년, 격전지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휴전
맨 첫 장을 펼치면 주인공 오웬 데이비스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스무 살이 채 안 된 이 청년은 마치 자신을 부르고 있는 듯한 포스터를 보고 있습니다. 바로 1914년 영국 전쟁부의 장관이었던 키치너 경이 그려진 포스터입니다. 이 포스터는 직접적인 문구로 젊은이들을 선동했습니다. '영국인들이여, 키치너 경이 당신을 원하고 있다. Britons! wants you.' 이 포스터는 선풍적인 인기를 몰았고,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여러 나라들은 비슷한 포스터를 만들어서 전쟁터에 보낼 젊은이들을 모았습니다.


신병 모집 포스터의 인기를 통해, 당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전쟁을 반대했던 아인슈타인은 '대중은 선전에 중독되지 않는 한 결코 전쟁을 열망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처럼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주 작았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국가를 위하고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젊은이들을 부추겼습니다. 수많은 오웬 데이비스들은 거짓 애국심에 눈이 멀고, 참전하지 않는다면 겁쟁이로 몰릴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또한 1차 세계 대전이 막 시작할 무렵엔 사람들은 전쟁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오웬 데이비스는 군복을 입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쟁터로 떠나는 오웬 데이비스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었을 것입니다.


전쟁터의 현실은 후방에서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서부전선, 긴 참호의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서부전선은 북해부터 알프스까지 이어지는 전선으로, 벨기에를 통과하여 프랑스 북동부를 잇는 전선입니다. 이 지역은 '플랑드르'라고 불리는데 '물에 잠긴 땅'이라는 뜻입니다. 지명 그대로, 삽으로 땅을 몇 번만 파도 축축하게 물기가 스며드는 땅입니다. 더욱이 독일군의 진군을 막기 위해서 바닷물을 막고 있던 댐까지 폭파해서 땅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놓은 뒤였습니다. 그런 곳에 참호를 파니,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르는 물은 아무리 퍼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진창과 추위, 밤낮으로 물어뜯는 들쥐를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보고, 그것이 자신들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견뎌야 했습니다.


참호와 참호 사이에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땅이 있었습니다. 무인지대. 이곳은 사람이 없는 땅, 죽음만이 있는 땅이었습니다. 습격을 감행한 아군과 적군의 시체들이 산을 이뤘지만, 그 누구도 죽은 병사들의 장례를 치러 줄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죽어 가는 동료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방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병사들에게 위문 물품을 보내왔습니다. 영국에서는 메리 공주의 선물 상자가 배달되고, 독일군은 독일 황제의 초상화가 그려진 담배 파이프를 받습니다. 가족들이 보내온 선물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선물들은 크게 위안이 되지 않았습니다. 참호 속 병사들은 이미 너무 많은 죽음을 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크리스마스의 기적 따위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독일군에서 희망의 작은 촛불이 타올랐습니다. 참호 위로 촛불을 켠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려놓고, 크리스마스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에 영국군도 크리스마스 노래로 대답을 해 줍니다. 하나의 목소리는 곧 합창이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은 191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벨기에 이프르를 중심으로 서부전선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프랑스군과 독일군, 벨기에군과 독일군 사이에도 휴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국군이나 독일군과 다르게, 프랑스군과 벨기에군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의 고향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적군에게 점령당한 상태였기에, 프랑스군과 벨기에군은 휴전에 대해서는 몹시 강경한 입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휴전은 독일군과 영국군 사이에서 일어났습니다. 십만여 명의 독일군과 영국군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경험했습니다. 무인지대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품을 나눴습니다. 가족사진을 돌려보기도 하고, 서로 머리를 깎아 주기도 했습니다. 늘 마음의 짐이었던, 무인지대 도처에 널린 죽은 병사들의 장례도 치렀습니다. 죽은 병사들 가운데 먼 나라에서 온 인도인도 보였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에서 벨기에까지 와서 죽음을 맞이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장례를 마치고 축구 경기도 했습니다. 3:2로 독일군이 이겼지만, 독일군의 마지막 골은 분명 오프사이드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전쟁의 비통함에 가슴이 콱 멥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병사들은 이것으로 전쟁이 끝나기를 바랐지만, 장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곧 전쟁은 다시 시작됩니다. 꽁꽁 언 참호에서, 황량한 적진을 바라보며 오웬 데이비스는 고향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날아온 총알이 오웬 데이비스를 죽음으로 이끕니다.


책을 덮고 오웬 데이비스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목청 높여 캐럴을 부르던 앳된 청년의 얼굴. 그런 수많은 오웬 데이비스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실제로 크리스마스 휴전에 관한 이야기는 병사들의 편지를 통해 가족들에게 알려지고 신문에 실리고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현재 병사들의 일기, 편지 등은 런던에 있는 전쟁박물관 문서고 등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마음 깊이 바라는 평화의 노래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전쟁 같은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작은 평화를 만들어 내는 힘은 늘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은 그 힘에 대해 되새기게 하며,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마음속 깊이 일깨워 줍니다.

 

 

글 / 존 패트릭 루이스

경제학 교수로 여러 해를 보내다 문학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작가가 되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손꼽히는 어린이문학 작가이며, 70여 권이 넘는 그림책에 글을 썼다. 글을 쓴 그림책으로는 『그 집 이야기』, 『마지막 휴양지』, 『갈릴레오의 우주』 등이 있다.

 

그림 / 게리 켈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린 책으로 『검은 고양이 뼈(Black Cat Bone)』, 『어두운 바이올린 연주자 (Dark Fiddler)』 등이 있다.

 

옮김 / 서애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어린이책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빈터의 서커스』, 『길거리 가수 새미』, 『채마밭의 공주님』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계절출판사 독서 코칭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27 <블룸카의 일기> 깊이 읽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 이지원 옮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민주적인 학교 이야기

폴란드 바르샤바 크로흐말나 거리 92번지에 작은 고아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부모를 잃었거나 거리를 떠돌던 아이들이 고아원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한뎃잠을 자지 않고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아원은 일반적인 곳과 사뭇 달랐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아무런 규칙이나 제한 없이 선생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인격체로 당당하게 인정받으며 생활했고, 문제가 있으면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는 '어린이 법정'에 나서 잘잘못을 가렸습니다. 오랫동안 사랑과 존중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어린이가 실수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어른과 똑같이 신뢰하고 존중하는' 이곳에서 차차 마음을 열고 자기를 찾아갔습니다.

 

이곳의 훌륭한 틀을 지은 사람이 야누시 코르착입니다. 국제적으로 어린이인권선언이 제정되기도 훨씬 더 전, 어린이의 인권을 알고 실천하려 애쓴 교육자입니다.


그림책은 이 학교와 코르착에 대한 이야기를, 한 아이가 쓴 일기의 형식을 빌어 전합니다. 블룸카의 일기장에 등장하는 코르착 선생님은 야누시 코르착이며, 열두 명의 아이들은 실제로 이 고아원에 몸담았던 200여명의 아이들을 대표합니다. 작가는 남아 있는 여러 자료와 코르착의 일기를 바탕으로 하여 이야기를 구성해냈습니다. 여기 나오는 열두 명 가운데는 실재했던 인물도 있고 작가가 지어낸 인물도 있습니다만, 코르착에 관한 건 모두 실재함을 밝혀 둡니다.


사랑과 존중을 실천한 교육자, 코르착

1879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1942년 독일의 강제수용소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기까지 야누시 코르착의 온 삶의 중심은 '어린이'였습니다. 젊은 시절 의사로 일하면서 거리의 아이들이나 가난한 집의 아이들을 돌보아 온 코르착은, 그러나 의술만으로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함을 깨닫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집니다. 1912년 코르착은 고아원조협회의 도움을 얻어 스테파니아 선생(그림책의 스테파 선생님)과 함께 고아원을 엽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주인으로서의 의무는 강요하지만, 오늘의 주인으로서 누릴 권리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야누시 코르착

 

코르착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아이들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었습니다. 거리를 떠돌던 아이들에게 가장 뿌리 깊이 박혀 있 건 어른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었으며, 코르착은 아이들과 생활하는 내내 이러한 불신을 걷어내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스스로 편견을 갖거나 차별을 하지 않으려 하였으며,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지요. 아이들은 미래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삶을 살고 있으므로 그 순간순간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코르착이 지은 고아원에는 아이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어린이 법정'이 세워졌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판사가 되고 교사는 법정 서기를 맡았습니다. 누구라도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괴롭힌 사람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선생이든 아이든 법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했지요. 코르착도 여러 번 법정에 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주어진 상황을 깨닫고, 체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1926년에는 <작은 평론>이라는 어린이 신문을 펴내기도 하였습니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각 1명씩 신문의 편집자를 맡았습니다. 코르착은 가끔 편집회의에 참여할 뿐 관여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전국에 우편함이 설치되었고, 아이들은 이 우편함에 자기의 질문이나 고민을 쓴 편지를 넣어 신문에 보냈습니다. 세상에 신문이 생긴 이래로 처음 시도된 일이었으며, 이 신문은 전쟁이 나기 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바보는 아이보다 어른 중에 훨씬 더 많습니다.' - 야누시 코르착

 

국제연합은 1979년에 코르착의 사상이 깃든 글을 토대로 하여 어린이 인권 협정의 기초를 만들고, 이 해를 '어린이의 해'이자 '야누시 코르착의 해'로 명명합니다. 1989년에는 이 어린이 인권 협정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그전까지 법적 강제성을 띠지 않고 선언에 그쳤던 어린이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가 죽고나서 몇십 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한 일이었지요.


1942년 유대인이었던 코르착과 아이들, 선생들은 독일의 강제 수용소로 떠나는 기차를 타러 기차역까지 무언의 행진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미 여러 저술과 교육 활동으로 세상에 알려진 그였기에, 여러 사람이 그만큼은 빼내려고 애썼지만, 그 모든 도움의 손길을 제지하고 코르착은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동안 아이들로부터 얻은 존중과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그림책에서 작가는 이 아이들 하나하나에 얼굴을 부여합니다. 단단한 화강암에 눌러 새기듯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시금 되새기고, 하나의 존재로 거듭난 이 아이들을 통해서 이들이 어떻게,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세심한 일상의 언어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깊은 여운을 남기면서도 명랑하고 즐겁고 행복한 아이들의 한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사랑과 존중이 가득한 이들의 학교를 보면서 독자들은 나에 대해서, 혹은 내 아이에 대해서, 내 교육과 우리의 학교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블룸카의 일기> 출간 기념 저자 인터뷰 보러 가기 ▶

 

글.그림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aka)
1960년에 태어나 폴란드의 중세 도시 토룬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 공부를 하였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글과 그림을 통해, 일상의 작은 몸짓에 숨겨진 의미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즐겨 합니다. 이번 그림책에서도 현실과 상상이 섞인 틀에서, 교육자 코르착과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던 아이들의 일상을 차분히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으로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으며,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파란 막대․파란 상자』, 『두 사람』, 『생각』, 『시간의 네 방향』, 『안녕, 유럽』, 『여자아이의 왕국』, 『학교 가는 길』 등이 있습니다.

 

번역 / 이지원
1974년에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에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외국어대학에서 폴란드어와 문화를, 서울시립대학 산업디자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가르치며 어린이책 연구와 기획,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파란 막대․파란 상자』, 『두 사람』, 『생각』,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안녕, 유럽』, 『시간의 네 방향』, 『장미와 반지』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