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시리즈 4. 패션 디자이너/ 작가의 말

 

취재원 복 하나는 타고났습니다!

 

<일과 사람> 시리즈를 기획 편집하고 있는 '곰곰'. 네 번째 책, <내가 만든 옷 어때?>에서는 글을 맡아 직접 썼다. 우리 기획과 책 모양새에 대해서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괜찮지만, 한 가지 걱정은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글을 쓰기에는, 패션계와 너무 먼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는 것. 이번 기회에 패션계와도 소통을 해야지, 하하하! 열심히 취재하고 독하게 공부하자고 다짐했다.

 

먼저, 어떤 패션 디자이너에 관해서 이야기 할 것인가부터. 패션 디자이너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세계에 이름을 널리 떨친 유명한 사람도 있고, 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옷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 평상복, 무대복, 운동복까지. 우리 기획에 딱 맞는 패션 디자이너를 찾아야 했다.

 

우리가 평소에 입는 옷. 너무 비싸지 않은 옷을 만드는 사람. 그래, 동대문 시장에 가게를 내서 자기가 디자인한 옷을 팔기도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직접 손님들을 만나서 반응을 살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어려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일찍 유명해졌거나, 유학을 다녀와서 큰 기업에 들어가 승승장구한 사람이 아니라, 제힘으로 조금씩 알차게 성장한 사람이어야겠고. 이렇게 우리 책에 담을 패션 디자이너에 대해 가닥을 잡았다.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주인공을 만들어야 한다. 주인공은 딸부자 집 막내가 좋겠어. 그렇다면 언니들 옷을 물려받기도 하고, 언니들 옷을 몰래 입기도 했을 테지. 그리고 딸이 많으니까 엄마가 아마 옷을 만들어 주기도 했을 거야. 엄마가 재봉틀을 드르륵 돌려가면서 옷을 만들면, 옆에서 자투리 천으로 인형 옷도 만들고 말이야. 자연스럽게 스스로 리폼도 하고, 옷을 만들기도 하면서 자란 거지. 딸은 넷 쯤? 아니야, 한 일곱은 되어야 딸부자 소리를 듣겠지? 좋아. 딸 일곱. 여덟은, 좀 많겠지? 그리고 이렇게 패션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옷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전문가로 존중할 줄도 알고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 얼개를 짜고서 취재를 시작했다. 주인공의 이야기나 성격은 어차피 딱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 테니까, 정보 취재 중심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신문 기사를 뒤졌다. 맞춤한 취재원을 찾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동대문에 있는 한 패션몰에 가게를 가지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공모에 당선이 되어 지하에 작은 가게를 낸 것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패션몰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다. 우리 책 기획을 설명하자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 주었다. 음, 성격 좋고 시원시원해!

 

그리고 첫 취재. 그 디자이너를 만났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벅차다. 우리가 잡은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취재원이 외쳤다. "저는 딸 여덟 집 막내예요. 우리 엄마가 손수 똑같은 옷 여덟 벌을 만들어 입힌 적도 있었어요!" 세상에. 조금은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우리 주인공 감이로구나! 진정 하늘이 돌보는 시리즈란 말인가! 말이 인터뷰지, 어색함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편안하게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취재원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하다면, <일과 사람> 시리즈의 네 번째 책, <내가 만든 옷 어때?>를 보시길. 우리가 만났던 그 취재원이 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잡았던 설정 그대로 딸부자 집 막내였던 취재원은, 우리가 책을 꼭 드러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아니 그보다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말해 주었다. 옷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게다가 더 큰 꿈을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는 노력까지.

 

우리 취재원이 했던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을 소개해야겠다. "어떤 디자이너들은 자기가 혼자 옷을 만드는 줄 알아요. 옷 만드는 공장에 가서도 따지기만 하고요, 거기서 일하는 분들을 부리려고 해요. 그런데요, 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패턴사, 재단사, 재봉사, 그분들 모두 이십 년, 삼십 년 넘게 그 일 하신 전문가예요. 제 머릿속에 있던 옷을 진짜 옷으로 만들어 내는 분들이에요. 저는 늘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옷 하나가 되려면요, 정말 많은 사람들 손이 필요해요. 생각해 보면 일이라는 건, 내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취재원은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깨달아 알고 있었다. 일을 통해 서로 돕고 있다는 것을. 이런 취재원을 만나다니, 우리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 <일과 사람>시리즈가 정말 취재원 복 하나는 타고났구나. 이 복을 고스란히 어린이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글을 만지고 다듬고 갈고 닦았다. 우리 곁에 사는 귀한 이웃 한 분을 세상에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모쪼록 즐거운 만남이 되시기를! - <내가 만든 옷 어때?> 글쓴이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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