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주시오."
공책도깨비가 아가씨에게 다른 쪽지를 내밀었어요.
"인불통고금이면 마우이금거니라?" 이건 책 제목 같지는 않은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가씨가 컴퓨터를 타타타 두드렸어요.
"손님, 이런 책은 없는데 혹시 제목을 모르세요?"
"제목? 그런 거 모르는데."
"책 제목을 알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고리짝도깨비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탁탁 쳤어요.
"(중략) 뭐가 이리 복잡하고 어려우냐."
"그러니까 진작에 책을 읽었으면 이런 일이 없지요."
공책도깨비가 킥킥거리며 말했어요.
"그럼 읽으면 되잖아."
"글도 모르잖아요."
"배우면 되잖아."
고리짝도꺠비가 얼굴을 실룩거리며 큰 소리로 외쳤어요.
"좋아. 오늘부터 책을 읽자."
"책을 읽자."
두 아우 도깨비가 따라 소리쳤어요.
책방에 있던 사람들도 무엇에 홀린 듯이 따라 소리쳤어요.
"책을 읽자!"
큰 책방이 떠나갈 듯했어요. - <책 읽는 도깨비> 본문 중에서
동화 <책 읽는 도깨비>에는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재미있고 엉뚱하고 유쾌한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고리짝 도깨비는 돈궤로 쓰는 고리짝이 영물이 되어 도깨비가 되었습니다. 돈 냄새가 좋아 돈을 모아 돈더미 위에서 먹고 자고, 땅을 많이 사서 부자가 되었구요. 그러자 빗자루도깨비와 공책도깨비가 찾아와 함께 지내게 되지요.
하지만 어느 날 세 도깨비는 돈 자루를 메고 고향을 떠나게 됩니다. 세상에서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도깨비들이 돈보다 귀한 것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말썽쟁이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서가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동화책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요!" "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
학기 초 어느 날, 난데없이 이제부터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올 수 없다는 '자전거 금지령'이 내립니다. 이유는 학생들이 자전거를 학교 앞 상가에 아무렇게나 세워둬서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다는 것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술렁대지요.
<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는 2006년 서울 당산초등학교 5학년 2반 아이들이 서울시장님께 건의해 학교 앞 통학로에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기까지 실제로 있었던 일화를 동화로 엮었습니다.
'자신들이 사는 곳의 문제를 찾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 해나간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집에서, 학급에서, 마을에서 꼭 필요한 건 무얼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탈 때 잊지 말아야 할 안전 상식, 환경 보호와 관련해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합니다.
<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에 등장하는 책 속의 책, <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 역시 1950 베네수엘라의 달동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씌어진 책입니다. 놀이터가 없는 산비탈에 사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천덕꾸러기처럼 놀곳을 찾아 이러저리 쫓겨 다니다, 시장님을 만나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이 두 권의 책은 모두 '아이들도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당당한 일원'임을 보여줍니다.
"어린이를 위한 클레지오"
2008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가 쓴 가장 아름다운 소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사막>. 이 작품의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를 고르고, 거기에 그림을 입혀 펴냈습니다. 네,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책이에요. 책 날개에서는 '물질문명을 비판하고 사막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웅숭깊게 그린 소설'이라고 <사막>을 소개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대로, 클레지오의 언어는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숨을 죽이고 읽어야 할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본문의 한 대목을 읽어 보시면, 제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공기는 맑고 잔잔합니다. 지평선이 끝없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습니다. 랄라는 마치 자기가 갈매기로 변하여 바다 위 높은 곳에서 곧장 앞으로 날고 있는 것처럼 먼 곳을 바라봅니다. (중략) 이따금 바다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파도 소리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그러나 그건 단지 바람 부는 소리일 뿐이었습니다. 바람이 모래언덕 사이의 우묵한 데로 들어가 똬리를 틀 때면 그 바람에 모래 기둥이 치솟으면서 연기에 뒤섞이곤 합니다. - <발라아빌루> 본문 중에서
멋진 그림책들이 항상 그랬듯이 어른들이 먼저 반하고,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게 될 책 같아요.
초등학생이 접할 수 있는 클레지오의 또 다른 작품으로, <나무 나라 여행>이 있습니다. '나무들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 소년의 이야기라고 하네요. 역시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책입니다.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화풍에, 자연의 순수함에 대한 메시지... 어라... 앞서 말씀드린 <발라아빌루>와 꽤 많은 공통점이 있네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발라아빌루>를 먼저 읽고, 그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나무 나라 여행>도 보시는 거예요. 물론 반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발라아빌루>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볼 생각이거든요.
나무들의 나라에서 나무를 길들이면, 나무가 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나무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길들이고 나면 나무처럼 수다스러운 것도 없다. 나무들은 곳곳에, 잎사귀 하나하나에 눈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나무들이 수줍어 눈을 감기 때문이다. - <나무 나라 여행>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