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경실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뭘 써요, 뭘 쓰라고요?>의 추천글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지혜, 글쓰기
어린이를 위한 수많은 책들이 집안에도, 교실에도, 도서관에도, 심지어는 고물상 한 구석에도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빌린 책 한 권이 빗물에 젖는 바람에 마음과 두 눈도 슬픔과 걱정에 젖었다는 링컨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마치 '책의 전설'처럼 되어버린 세상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소통되는 현실 앞에서 아이어른 모두 '언어의 축약(줄여서 간략하게 함)'의 신기전을 방불케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래방에서 기계의 명령에 따라 정확히 박자와 노랫말을 맞추느라 애는 쓰지만, 우리말과 글에 대한 노력이나 최소한의 예의는 거침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렇지만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아이들에게 소망을 걸고 힘찬 메시지를 담은 책을 펴냈다. 제목은 지금 우리 아이들의 글에 대한 정서와 상태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김용택 시인은 말한다. '글쓰기는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볼까 하고 고민하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글쓰기에 앞서 세상에 대한 고민과 사랑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눈앞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에 취해서 세상은 물론 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기에 게으르다.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글을 쓰게 되면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알게 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알게 되면 고민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지겠지요. 그 생각을 정리하다가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을 더 잘 알게 될 뿐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게 될 것입니다.'
옳은 말이다. 잠시라도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멀리하고, 스마트폰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이며, 오늘 나는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더 나아가 내일은 그리고 미래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럴 때에 생각은 정확하게 그려지고, 그것은 마음에서 정리되며, 마침내 질서있는 문장으로 드러난다. 생각이 어수선하거나 지저분한 사람은 글쓰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런 글은 그 마음처럼 질서가 없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이 책은 김용택 시인이 38년 동안 시골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했던 글쓰기에 대한 기록이다. 단순한 글쓰기 강좌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오랜 세월 동안의 기억과 추억을 담았다. 아이들의 목소리, 숨소리, 땀냄새, 울음소리, 웃음소리를 아무 치장 없이 실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글쓰기 방법이나 기교가 아닌 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끌어내 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글을 쓰자. 또는 '시를 쓰자.' 하면 아이들은 늘 "도대체 뭘 써요, 뭘 쓰라고요?"라고 한다. 시인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고, "글을 잘 쓰려면 나무를 보세요. 엄마를 보세요. 곁에 있는 그 무엇을 따뜻한 시선으로 계속 보세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모두 시인입니다." 라고 김용택 시인은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 마음을 글로 써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에 마음 아파하여 시작한 작업이다. 또, 아이들을 기계처럼 만들어내는 글쓰기 '기술'을 철저하게 거부하며, 밥을 먹고, 길을 걸어가듯 일상의 기록이다. 사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라는 말은 연필을 손에 잡아본 지 너무도 오랜 된 부모님들의 마음속 하소연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와 함께 펼쳐보며 서로의 마음과 글을 나누게 하는 귀한 책이다. - 노경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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