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2월 산책을 올리지 않았어!!!!?!! 그리고 3월이 왔다. 오늘은 삼일절. 3일 연휴를 기념하면서 어제 급박하게 산 책 포함해서(생각으로는 3일 내내 침대에 누워 책만 읽을 것 같지만......과연??), 2월에 샀는데 언급하지 않고 지나간 책들 위주로 올려본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2월에 산책 정리 하지 않은 이유 : 인간들을(가족 포함) 너무 많이 만나서 정신적 여유가 없어짐->스트레스 해소로 책 지름->하도 많이 질러서 사진 찍고 정리할 의욕 상실->그냥 지나감(2월에 구매한 책 중 이 페이퍼에서도 언급 안 하고 지나가는 책 여전히 있음)....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영화의 이론 - 물리적 현실의 구원>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책을 샀다!! 3월에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산책 페이퍼를 쓰는 이유는 98%가 이 책 때문이다.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나오자마자 갖고 싶었는데 책값이 너무 비싸서 하... 손가락만 빨고 있다가 3일 연휴를 기념으로(엥?) 질렀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문화비평가, 영화이론가, 소설가인 천재 지식인이자 탁월한 에세이스트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의 대표작!!! 꺄ㅎ하하하하하하학켘 책도 넘나 아름다움. 두고두고 자손대대로(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겠습니다~!!


 


샹탈 자케,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

이것도 너무 급박하게 읽고 싶어서 어제 샀다. 미리보기로 몇 장만 읽어도 넘나 재밌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계급횡단자들’이란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이른바 ‘개천에서 용난 자’라고나 할까. 샹탈 자케는 프랑스사회에서의 계급횡단(재생산)이 가능한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양한 사례 예컨대 스탕달의 <적과 흑>이나 리처드 라이트의 <흑인 소년> 같은 문학작품을 비롯해 아니 에르노, 디디에 에리봉, 리처드 호가트의 작품과 같은 사회 전기형 자서전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프레데리크 그로, <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이다>

이것도222 너무 급박하게 읽고 싶어서 구매. 사람들은 대개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꼭 필요한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물론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을 때).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에 동의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


 


마사 누스바움, <혐오와 수치심>

그래서 이것도 샀다.........





필리프 데캉 외, <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언어는 권력이다>

오랜만에 마니에르 드 부아르 구매. <언어는 권력이다> 이 제호를 보고 사지 않을 수가 없구나. “고사 위기에 처한 언어들, 일본 언어에 숨은 ‘복종 사회’, 영어의 습격을 받는 유럽의 언어들, 엘리트 계급의 자발적 복종, 단일언어주의가 치러야 할 대가” 등등 목차만 봐도 모든 글이 흥미롭다. 이번 호는 바로 다 읽을 듯.


 


케이트 맨, <다운 걸-여성혐오의 논리>

최근에 어떤 책 읽다가 이걸 읽어야겠다 싶어서 샀는데 정작 그 어떤 책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기이한 현상... 아무튼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여성혐오란 무엇이고, 누가 여성혐오자인지, 그 기원은 어디이며 어떤 위력을 전파하며 어떻게 존속하는지 밝히는 본격 ‘여성혐오misogyny’ 분석 철학서.


 


김보라, <아비 바르부르크>

아비 바르부르크를 좀 많이 알고 싶은데 때마침 이론총서가 나왔다. 이론을 요약한 책을 읽느니 맨땅에 헤딩하기라도 애초부터 원전을 읽자 주의이긴 한데, 이 책은 아비 부르크의 이런저런 책을 접하기 전에 읽기 용도로 좋았다.


 


폴 프라이, <문학이론>

‘예일대학 최고의 명강의 오픈예일코스’라는 부제 때문에 사기 싫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런 부제나 홍보 문구 붙으면 도리어 흥미 반감되는 사람.....) 결국 궁금해서 구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어떻게 문학을 이해할 것인가? 문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해석과 읽기, 텍스트와 구조, 저자(독자)와 심리, 사회적 맥락이라는 네 가지 큰 주제로 20세기 이후 문학이론의 주요 흐름을 살펴본다. 문학 수업 받듯이 읽겠습니다.


 


김우창, <궁핍한 시대의 시인>

저 미국에 폴 프라이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우창. 현재 한국 문학 비평계 아이돌이 신형철이라면 나에겐 김우창. 영원히 김우창. 아무튼 김우창의 이 전집 시리즈는 한 권씩 읽으면서 다 모으는 게 궁극의 목표. 근데 읽지 않으면서 사기만 하면 안 됨!


 


아닐 아난타스와미,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

자아란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알츠하이머, 조현병, 이인증,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체이탈 등 8편의 이야기로 들여다보는 이상하고 놀라운 ‘자아’ 대 탐험!


 


낸시 프레이저.악셀 호네트, <분배냐 인정이냐?>

악셀 호네트 선집 2권인 이 책을 마련함으로써 일단 악셀 호네트 선집은 다 구비. 그러니까 읽어볼까? 이 책은 낸시 프레이저랑 악셀 호네트가 서로 현대 사회가 분배냐 인정이냐 이 시대의 정의는 대체 무엇이냐 베틀을 벌이는 것이라 더 재미날 듯.


 


슬라보예 지젝, 가라타니 고진. <유토피아>

지젝과 고진의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으니까 개꿀....


 


애널리 뉴위츠,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아주 오래전 꼬꼬마 때 누가 꿈을 물어보면 고고학자요! 라고 말한 적이 한동안 있었다. 뭘 안다구 ㅋㅋㅋㅋㅋㅋㅋ 넌 씻지 못해서 못 견딜걸?! 아무튼 아마도 <인디아나 존스> <구니스> 탓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생긴 호기심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이런 책 좋아한다. 한때 융성했으나 기이하게 사라져버린 도시 멸망 대 탐사!



 

르네 지라르,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들도 나의 관심을 끈다. 신화와 성서에 나오는 폭력을 비교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희생양' 메커니즘의 정체를 분석하는 책- 표지부터 매우 흥미로워 보임.


 


레슬리 제이미슨, <리커버링- 중독에서 회복까지 그 여정의 기록>

나 스스로 알코올중독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들 글을 읽을 필요가 있는데.... 읽어도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게 문제. 작가 자신의 알코올중독 경험과 회복의 과정을 전면에 내세운 자전적 회고록으로 알코올중독으로 잘 알려진 천재 작가들의 삶에 대한 낭만화, 중독은 질병인가 범죄인가 하는 사법적 판단의 역사, 알코올중독과 성적·인종적 차별의 관계와 사회정책, 중독을 주제로 수행된 과학 연구의 맹점 등 다양한 지점을 사유- 근데 이런 책 읽으면 술이 더 땡기...........던데.


 


슈테판 츠바이크,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이거 재미있다고 소문났더라고요? 츠바이크랑 (기이한 인물) 발자크가 만났으니 재미나지 않을 수가.


 


찬쉐, <격정세계>

읽고 별 다섯 주기는 했는데 시종 좀 촌스럽기는 했다(특히 대사 같은 것들). 그리고 어떤 분이 지적했듯이 독서클럽 멤버들이 기승전 사랑(섹스)로 흐르는 게 약간 허허허. 그 독서클럽은 짝짓기 클럽인가효? 막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문학을(또는 한 권의 책을) 열정적으로 읽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것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다만 거의 모든 로맨스가 이성애 귀결이라 중국(인)이라는 한계인가 찬쉐의 한계인가 싶기도(완벽하게 별 5는 아니라고 덧붙이고 싶었음).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신을 죽인 여자들>

마을 공터에서 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추리소설인 데다가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표작이라고 해서 와우! 재미나겠다!!! 당장 읽어!!! 설 연휴 시작 전에 샀는데 아직 안 읽었음;;; ㅋㅋㅋㅋㅋㅋ


 


케빈 윌슨, <신경 좀 꺼줄래>

표지가 강렬해서 인상 깊었던 책인데, 재미있을까 없을까 망설이던 참에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 구매.


 


내가 나를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ㅋㅋㅋ(<분배냐 인정이냐> 책탑에서 빠졌네...)



아 그리고 선물받았다. 곰탱이가 벌써 자기 책장 포화상태인지 나한테 책을 보냄. “나 이거 샀어!” 라고 거절했더니(책값은 비싸고 궁금은 해서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상태이긴 함) 아니 또 거짓말은 어떻게 알아가지고.... 받으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카렐 차페크, <외경 이야기들>

차페크 단편집으로 그가 편집자로 근무하던 일간지와 잡지에 1920년부터 1938년에 걸쳐 연재했던 작품들을 묶은 것이다. 곰탱이의 사랑으로 차페크를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산책 페이퍼에서도 계속되는 깨알 드라마.....


3월에는 책 더 안 사...............아니다 부질없다 이런 소리..........


 


모두 즐거운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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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01 14: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월 산책 올리지 않은 이유: 은바오 생축 이벤트 하느라.

잠자냥 2024-03-01 14:40   좋아요 4 | URL
아……🤯

독서괭 2024-03-01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니스 저도 좋아했는데 ㅋㅋㅋ 반갑 ㅋㅋㅋ
잠자냥님 책탑 옆에 제가 산 책 올려놓고 찍으면 잼나겠네요.. ㅋㅋ
은오님께는 거짓말도 안 통하네요. 다 꿰뚫어 본다!! 3월 열심히 읽으셔야겠어요. 지금도 충분히 읽고 계시지만.. 사는 속도를 못 따라감 ㅎㅎ

잠자냥 2024-03-01 17:52   좋아요 4 | URL
구니스가 뭐죠?! *웅성웅성 9N년생*
아 징짜 거짓말도 안 먹히는 그 곰탱이~!! ㅋㅋㅋ
휴 진짜 빨리 읽고 처분할 건 처분해야 합니다. 제 방에 지금 책탑 쌓이고 알라딘 상자 올 때마다 집사2가…. “너의 알라딘 또 오셨다” 운운…😹

페크pek0501 2024-03-01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 들어 저도 구매한 책이 많았는데 잠자냥께 졌습니다. 제가 졌거든요..ㅋㅋ^^

2024-03-01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4-03-01 19: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책 사는 데 저도 패배자이고 싶습니다~!! 🤣🤣🤣

얄라알라 2024-03-01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우우우~~~~3월 첫날 올리신 페이퍼, 책탑의 위용이라니!!!!

근데 꼬꼬마 때 꿈이 고고학자셨어요?^^ 잠자냥님이 학교에 계셨으면 팬덤 생겼으리라 장담.

하나같이 책이 다 묵직합니다. 요새는 동네 도서관에서 30000넘는 책은 고가라고 안 사주거든요. 그런데 30000밑의 책을 더 찾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아비 바르부르크..^^ 저도 신간 소개에서 처음 접해보는 이름이어서 신청해놨는데^^ 잠자냥님이 페이퍼는 먼저 올리실듯!

잠자냥 2024-03-01 19:43   좋아요 2 | URL
2월에 산 것도 조금 포함되긴 했습니다만…. 미쳤나 봅니다!!! ㅋㅋㅋ
중학교 1학년 즈음에는 셰계사 같은 걸 좋아해서 역사학자 고고학자가 꿈이긴 했습니다.

요즘 책값 비싸긴하죠…. ㅠㅠ 사는 사람 입장으로는 비싸고 파는 사람 입장에선 남는 게 없는 장사 🤣🤣🤣

은오 2024-03-01 23:06   좋아요 2 | URL
역알못 은바오 반하는 소리 들리시나요?????

잠자냥 2024-03-01 23:16   좋아요 2 | URL
바보 곰탱….🐼

페넬로페 2024-03-01 1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은오와 잠자냥의 사랑은 옹냥옹냥 계속되고 있군요.
보기에도 흐뭇합니다.
영화의 이론, 희망도서 신청했어요^^
츠바이크의 평전, 지금 두 권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역시나 입니다^^
야옹이는 막내인가요?

잠자냥 2024-03-01 19:44   좋아요 3 | URL
보기에 흐믓 ㅋㅋㅋㅋㅋ 이러니 은오가 페넬로페 님 좋아하죠. ㅋㅋㅋㅋ
츠바이크 평전 두 권을 동시에!!🙀

네 막내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3-01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어질어질…

은오 2024-03-01 22:56   좋아요 2 | URL
어질어질...22
차오르는 결혼욕구....

잠자냥 2024-03-01 23:17   좋아요 1 | URL
책탑 쌓는데 집사2한테 들킬까 봐 어질어질…33

달자 2024-03-01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이 책을 마침 이태리 폼페이에 관광하러 갔을 떄 가지고 갔던 책이여서 관광 전 후로 저 책의 폼페이 챕터를 읽으니 너무너무 재밌더라구요... 잠자냥님 즐거운 독서 하시길!

잠자냥 2024-03-01 23:18   좋아요 1 | URL
우앙 그 말씀 들으니 더 기대됩니다~!!

책읽는나무 2024-03-01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스는 핑계고 분명히 뽀나스를 듬뿍 받은 게 틀림없을 것이다!
또 무한 잠자냥 생각, 생각!!!!🤔🤔
다락방 님 책탑 안 본지가 좀 된 듯한데 여기서 다락방스러운 책탑을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위대한 책들은 어떻게 알고 계셨던 건지? 읽지 않고 책장에 보관만 한대도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은오 님의 통찰력은 어디가 끝인 걸까? 또 생각 생각....🤔🤔🤔
신비롭네요.ㅋㅋㅋ



잠자냥 2024-03-02 00: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무한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
뽀나스 ㅠㅠ 보너스 받고 싶어요. 보너스는커녕 올해 연봉 인상 동결 ㅋㅋㅋㅋ(작년 종잇값 넘 오르고 책 판매는 제자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저를 먹여살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신간 계속 훑어보면 됩니다~!!

페넬로페 2024-03-03 17:11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출판사 알려주시면 우리가 책 살께요.
그러면 월급 올라갑니다^^

잠자냥 2024-03-03 17:48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이미 다들 제게 월급 주시고 계십니다~!! ㅋㅋㅋ 저에게 월급을 주는 제 이웃분들 🙆🏻‍♀️💕

은오 2024-03-01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헐 이제 책탑 안올라오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아쉬웠는데 올라오니 반가운 책탑! >.<
진짜 이번 책탑은 유난히 더....어질어질....어지러운만큼 차오르는 결혼욕구....
하....이런 책 읽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이런 책 읽는 사람 이세상에 잠자냥님밖에 없을듯 고로 잠자냥님이랑 결혼해야함
다 너무 어려워보여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읍니다.. 아비 바르부르크는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군요 어떤인간이길래 잠자냥님이 “좀 많이 알고 싶”다고 하시는지??????? 너무 질투납니다ㅡㅡ
그냥 1번책 잠자냥님이 너무 좋아하시는게 귀엽곸ㅋㅋㅋㅋㅋ
셀프수치심 너무 자주느껴서 수치스러울때마다 뇌를 도려내고싶은 은바오...는 수치심이 싫읍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1 23:22   좋아요 3 | URL
엥 책탑 기다렸나요? 울집에 다 있고 개봉 같이해서 다 알면서 연기는…🤣🤣🤣

수치를 아는 은바오 🙆🏻‍♀️💕

책읽는나무 2024-03-02 09:18   좋아요 2 | URL
저도 어젯밤 수치스러움에 몸을 떨며 잠들었다는....ㅋㅋㅋ
그래도 은오 님은 해볼만 합니다.
잠자냥 님과 결혼만 한다면 이 모든 책을 다 읽어볼 날들이 넘 많아.....^^
전 늙어서 좀 틀린 것 같네요.
저도 은오 님처럼 좀 젊었을 때 잠자냥 님 만날 걸 그랬어요.ㅋㅋㅋ

은오 2024-03-03 17:30   좋아요 2 | URL
20대에 잠자냥님을 만난건 행운....>.<💕

잠자냥 2024-03-03 17:49   좋아요 1 | URL
고통의…🤣

moonnight 2024-03-02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최근에 구입하고 뿌듯해하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리커버링은 놀랍게도(잠자냥님 어려운 목록에 겹치는 게 있다니 @_@;) 저도 읽은 책이에요. (저 역시 중독..)

잠자냥 2024-03-03 09:39   좋아요 1 | URL
리커버링 읽으셨군요! 생각보다 두까워서 아직 못 펼쳤어요. ㅋㅋㅋㅋ 어려운 책 목록이긴요. 다들 읽으시는 책 목록!!

coolcat329 2024-03-02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이젠 비문학 도서를 압도적으로 많이 읽으시네요. 책들이 다 고급지고 수준이 높아보여요. 😅
<문학이론>은 도서관에서 훑어봤는데 저에겐 어렵더라구요.
<신을 죽인 여자들> 재미있을 거 같아요.
발자크 평전은 정말 너무 재밌습니다. 저 책 개정판으로 멋지게 양장본으로 나오면 꼭 사고 싶어요.
김우창이란 분도 궁금하고 <혐오와 수치심>도 책이 좋아보입니다.
르네 지라르 책도 강렬하구요.
근데 책 구매로 집사2 눈치는 이제 안 보시나요?

잠자냥 2024-03-03 09:41   좋아요 0 | URL
발자크 평전 진짜 재밌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기대됩니다.
책 구매 눈치 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봅니다. 집사2 없을 시간에 배송 오게 선택해도 영… ㅋㅋㅋㅋ 거의 늘 집사2가 택배 상자 들고 오면서 “너의 알라딘 또 오셨다!“ 라고 합니다… 🤣🤣

은오 2024-03-03 17:31   좋아요 1 | URL
저랑 결혼하면 눈치보지 않으셔도 될텐데......

잠자냥 2024-03-03 17:49   좋아요 0 | URL
그냥 눈치 보며 살렵니다~!!

다락방 2024-03-03 21:25   좋아요 1 | URL
너의 알라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03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살 시간도 없었던 저는 이 페이퍼를 보며 하염없이 부러워합니다. 아 부러워하면 안되는건가? ㅋㅋㅋ 오늘 책탑 진짜 엄청나게 근사하네요. 책탑도 잠자냥 님 닮아서 지적입니다..

잠자냥 2024-03-03 17:50   좋아요 0 | URL
책 살 시간은 있던 거 같던데….?🙄🤣🤣🤣

새파랑 2024-03-03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책탑에 소설이 너무 없는것 같습니다. 이제 더이상 살 책이 없는것인 걸까요? 책탑 목록중에 저에게 땡기는게 없네요ㅡㅡ but 최근 책탑중에 가장 높은 탑인거 같습니다~!!

잠자냥 2024-03-03 17:5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제가… 소설은 사 둔 거 읽기도 바빠 보입니다~!!

자목련 2024-03-04 15: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모두 어려운 책들 같아요. 새파랑 님 말씀처럼 소설이 가득한 책탑을 만나고 싶습니다. ㅋㅋ
 

일요일인데도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어제, 문득 집사2가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냥 써! 너 저기 스터디룸 들어가서 써. 뭘 배우러 다녀. 글쓰기 같은 거 배우러 다니지 마!” 내가 너무 버럭 성질을 내니까 집사2가 깜짝 놀라 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알았다고 하면서 얼마 전 만난 예술 분야 쪽 일하는 사람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냥 쓰세요, 배우러 다니지 말고 써야 늘어요.” 집사2가 뭔가 새로운 걸 배우러 다닌다고 하거나 기타 등등 뭔가를 한다고 할 때 나는 말리는 적이 없다. 단 한 가지,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겠다는 것만 빼고. 문예창작이든, 시 창작이든, 비평이든 기타 등등 뭔가를 쓰고자 제도권 교육을 받으러 가겠다는 것은 다 말려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없는데도 글쓰기를 배우러 아카데믹한 곳에 간다는 것은 말리는 게 이상한지 집사2가 언젠가 물은 적이 있다. “아주 예전에는 나 사람들 못 만나게 하려는 건가 의심하기도 했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고 왜 그러는 거야?” “너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글 썼어??????” “.........” “쓰지 않는데 어떻게 늘고, 먹지 않는데 어떻게 싸니? 그런 데 배우러 다니느니 그냥 집에서 읽어. 읽고 써. 진짜 요즘 사람들 이상해- 다들 글 쓰겠다고 영화하겠다고 연기하겠다고 음악하겠다고 그러면서 읽지도 보지도 듣지도 않으면서 무턱대고 창작만 한대. 먹지 않는데 똥이 나오냐? 제발 좀 그냥 읽고 써.” 그런 곳에서 기교는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생각은 혼자 하는 것이다. 창작도 혼자 하는 것이다. 글쓰기도 혼자 하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글쓰기 강좌를 다니면 자신의 글이 는다고 착각할까.

이런 나조차도 딱 한 번 소설 창작 강좌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다. 30대에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읽다 보니 쓰고 싶어졌다. 한국 현대 소설을 읽으면, 아니, 이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이라고?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예: 한재호, <부코스키가 간다>) 야심차게 노트북을 열고 타타타타닥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아니 근데 부코스키가 어떤 사람인데? 하고 부코스키의 작품을 찾아 읽다가(예: <우체국>, <호밀빵 햄 샌드위치>, <여자들>) 좌절한다. 젠장,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왜케 잘 써. 통찰이 있어.... 젠장 난 안 되겠다..... 그러니까 한국 현대 소설을 읽으면 이 정도쯤이야 나도! 하면서 야심차게 불타올랐다가, 서양 고전을 읽으면 아....... 죄송합니다. 저 따위가 무슨 소설을 쓴다고 깝칠까요 겸허&겸손해지면서 소설 쓰기를 포기하던 나날이 반복되며 이어지던 중 그래도 한국의 현대 작가 중 이 사람 작품은 좀 괜찮다 싶었던 사람, 그 작가가 마침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고 해서 그 강좌를 수강 신청했던 적이 있다. 나와 나이가 같아서 자극 좀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컸다. 저 사람은 이십대에 데뷔해서 벌써 작품이 몇 개냐.....

창작 첫 시간.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교실에 모였다. 본격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그 작가는 수강생들에게 어떻게 이 강좌를 신청하게 되었는지, 왜 소설이 쓰고 싶은지, 글쓰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별 대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 있던 사람들 대다수가 이렇게 말했던 것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어서.” 나는 이 말이 무척 놀라웠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고?! 오잉?! 그런 상태가 있어? 와 다들 대단하구나....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는데, 그런 상태가 무엇일까?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상태라.... 아 역시 나는 작가는 안 되겠다! 어차피 돈 낸 거 강의나 열심히 들어보자.

그 수업은 창작을 했어야 했다. 단편 소설을 하나씩 써서 내야했고, 강의 중반 이후로는 단편을 써낸 사람들의 작품을 합평하는 위주로 수업이 흘렀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이 점차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즈음에는 절반가량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고, 단편을 끝까지 써 낸 사람도 드물었다. 시시했다. 뭐야,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면서 단편 하나 써내지도 못하고 수업 시간 하나 제때 챙겨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다들 사라져버리네. 정말 시시했다. 그때부터일까 글쓰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글쓰기 자체가 자기 삶에서 숭고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좀 우스워 보인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실눈 뜨고 보게 된다. “진짜? 정말? 그래서 오늘 몇 줄이나 쓰셨나요?”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그 수업을 단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 단편도 쓰라고 한 날짜까지 써서 냈다. 그 작가로부터도 그리고 다른 수강생들로부터도 작품에 대해 칭찬도 받았다. 쓸 동기를 더 북돋는 계기를 얻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의아하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던 그 사람들은 왜 사라졌을까? 약속한 수업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과제를 낼 정도의 성의도 없다면 그 사람의 글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틀림없다.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작업이다.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는다. 늘지 않는 구간도 분명히 있다. 테니스를 하다보면 테니스에서도 도무지 늘지 않는 구간이 있다. 그게 뭐라고, 진짜 속 터져서 라켓을 부숴버리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프로 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단지 취미인데도 더 잘 치고 싶은데 늘지 않아 속상한 것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이제는 소설 쓰기에 대한 욕구는 많이 줄었다. 그래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여전히 있는데 어느 날 늘지 않으면 한숨이 푹푹- 내 글이 쓰레기 같아 속이 터진다.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단지 취미(?)인데도 더 잘 쓰고 싶은데 늘지 않아 속상하다. 아니 잠깐 그런데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이지? 글을 쓰면 뭐가 좋다고? 지금도 이걸 끼적이고 있지? 길긴 또 오지게 길어.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사람들의 글쓰기를 향한 욕망을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1. 순전한 이기심 :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작가의 이런 특성은 과학자, 예술가, 정치인, 법조인, 군인, 성공한 사업가 등, 요컨대 최상층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특성이다. 사람들 절대 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많은 경우 자신이 한 개인이라는 자각조차 거의 버리는 게 보통이다)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2. 미학적 열정 :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에 끼치는 영향, 훌륭한 산문의 견고함, 훌륭한 이야기의 리듬에서 찾는 기쁨이기도 하다.
3. 역사적 충동 :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4. 정치적 목적 :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292~294쪽)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읽고 쓰는 것은 내 삶이었다. 동화책을 읽다 보니 직접 써보고 싶어져서 처음 썼던 게 희곡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었는데 일기장에 썼던 것인지 의무가 아닌, 내가 쓰고 싶어서 그냥 썼던 최초의 창작 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걸 담임선생님이 우연히 발견하고는 너무 재미있다면서 친구들한테 직접 읽어주지 않겠느냐고 물어오셨다. 극도로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던 나는 크게 당황해서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 선생님은 내 그런 성정을 잘 알고 이해하고 예뻐해 주셨던 분이라 나를 다독이면서 잘할 수 있다고,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앞으로 나가 내가 쓴 글을 아이들 앞에서 최초로 낭독.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만든 이야기에 빠져들어 이런저런 동물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낭독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마법이 일어났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산만하던 아이들이 어느 틈엔가 다들 몰입해 있는, 그리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 순간의 마법.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박수를 쳐주고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담쓰담- 나는 조금 자신감이 생기고 아주 많이 뿌듯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렇게 보았을 때 글쓰기는 내게 조지 오웰의 평대로라면 1번과 2번에 가깝다. ‘순전한 이기심’과 ‘미학적 열정’이 겹친 유형인데, 그 순전한 이기심 속에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조지 오웰의 그 구절을 읽을 때 빵 터지면서 크게 공감한 기억이 난다. 맞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허위다. 남에게 내 글이, 또는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가 없다면(인정욕구) 왜 글을 써서 어딘가에 공개하겠는가? 그냥 끼적이고 서랍에 처박아 놓든가, 아니면 일기장에 쓰든가 아니면 방문자 한 명도 없는 아무도 모르는 블로그에 비공개글로 쓰고 말지. 안 그런가? 그렇지만 나는 글을 써서 어딘가에 공개한다. 비공개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개글로 온라인에 올린다. 이렇게 살아온 지 거의 이십 년이 넘는다. 아니, 십대 시절에도 모듬일기장에 쓴 내 글에 아이들이 반응하는 걸 보면서 약간 변태적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으니 거의 평생 나는 그렇게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글쓰기가 왜 그토록 나를 사로잡지? 존 파울즈는 글쓰기를 일컬어 ‘자아 사랑의 과정’(존 파울즈, <나의 마지막 장편 소설> 1권, 579쪽)이라 말했고, 또 바르트는 ‘글쓰기가 욕망의 산물’이며, 그렇기에 ‘글쓰기는 쾌락, 행복, 기쁨을 주는 관능의 규범 아래 있다’고 말했다(장석주,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232쪽). 그리고 무려 미셸 우엘벡은 이 인생에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두 개로 ‘사랑’과 ‘글쓰기’를 꼽았다. 나 또한 이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글쓰기는 사랑과 더불어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해볼 만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다. 그것이 어떤 글이든 계속 쓴다면 어느 날 글을 쓰면서 뭔가 달라지는, 달라진 자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니까 좀 웃기지만...

일단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렇지만 하루 24시간을 돌아보자. 진실로 ‘생각’이라는 것을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서를 할 때 생각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독서는 대부분 어떤 생각의 주입 과정이다. 이 주입된 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끝난다면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들은 곧 휘발되기 쉽다. 책을 읽고 또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글을 끼적여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의 차이는 확연하게 다르다. 알라딘 서재에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텐데 리뷰를 남긴 책과 읽고 별점 정도만 남긴 책에 대한 기억은 몇 년이 지난 후에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카프카는 죽기 전 자신의 벗에게 자기의 작품을 다 불태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마음이 100% 진심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자기 생각의 기록, 내 기록의 역사, 즉 자신의 역사를 불태워버리고 그대로 소멸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을 쓰면 기록이 남는다. 물론 그 흔적이 싫을 수도 있다. 창피하고 부끄러울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수치스러워서 다 밀어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밀어버리지(지워버리지) 말고 비공개로 돌려놓으면 된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의 소소한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내 역사 따위 남기고 싶지 않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 인간은 대개 나르시시스트 면모가 있기에 100%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자기만의 역사를 쌓아갈 때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언젠가 다락방과 잠자냥이 10년 전, 15년 전 글을 뒤적여서 꺼내오는 걸 보고 은오와 독서괭이 “저분들처럼 15년 전 글 가지고 와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저도 그거 진짜 부럽더라고요. 아니 내가 10년 전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하는 거”라고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10년 전, 15년 전 기록을 꺼내서 아니, 내가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 이런 글을 썼어?! 돌아보려면 일단 써야 한다.

그리고 글은 무엇보다 카타르시스를 준다. 서재 활동을 하는 이들이라면, 글쓰기가 위로가 되는 순간을 한두 번이라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하면 욕을 하기보다 그 감정을 글로 써보자. 그러면 그 분노나 속상함이 쓰고 나기 전 후로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고통이나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쓰다보면 치유가 된다. 어딘가에 공개하지 않아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나는 회사에서 조금 스트레스 받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주로 트위터 창을 열고 막 갈기다가... 갈기는 중에 해소가 되어서 트윗하지 않고 창을 닫을 때가 종종 있다. 진짜 열이 받아서 트윗했다가도 그러고 나면 기분이 해소되어서 바로 지우기도 한다. 쓴다는 것은 뭔가 이런 마법의 기능을 갖고 있다. 오늘은 숙취로 인해 기분이 우울했는데 역시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상쾌해.........

게다가 인간은 모두가 어느 정도 인정욕구를 지니고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심리. 알라딘에서 글을 쓰고 남기는 이들은 대게 글쓰기를 통해 그런 인정욕구를 채우는 편이 아닐까. 나는 확실히 그렇다. 독자가 많지 않아도 반응(좋아요)이 많지 않아도 몇몇 사람이 진심으로 읽어주고 응원한다는 것을 알면 쓸 동기가 생기고 쓰고 났을 때의 기쁨이 남는다. 더 나아가서는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서 혼자서 살 수는 없다. 제아무리 침대에서 24시간 누워 지내는 오블로모프에게도 하인 자하르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침대에서 24시간 지내는 왼다리 오른다리 근육량 9%의 은바오에게도 소통 창구인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은바오가 주로 소통하는 사람들은 여기 알라딘에서 은오 글 보고 반한 언니들이 아니었던가? 나 또한 은오가 만약 그런 빛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러니 은오는 “쓸데없는 인정욕구 때문에 불안할 때마다” <불안>을 꺼내지 말고 글을 쓰시오. 삼행시도 기가 막히게 잘 쓰던데...... 아차, 그런데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던데, 나는 이 말도 어느 정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오가 요즘 글을 안 쓰는구나....... 에휴.

그래도 우엘벡 마니아 은바오에게 우엘벡이 말합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어쨌든 청소년 시절 이후로 기억하는 한, 인생에 있어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은 딱 두 개였습니다. 세 개도, 네 개도 아니고, 딱 두 개 말입니다. 하나는 ‘사랑’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사랑, 여자를 사랑한다는 의미에서의 사랑을 말합니다. 또 하나는 ‘글쓰기’입니다. 언어를 다루는 작업대에서 언어를 반죽하고, 그것에 형식을 부여하고, 작은 기호들의 기둥들을 세우면서 수많은 말을 지새우고 낮을 보내고, 또 많은 밤을 지새우는 것을 말하죠.
 이 두 가지 열정이 잘 어울린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결국 같은 것이니까요. 같은 종류의 에너지, 같은 종류의 충동, 같은 종류의 강압, 억제되었다가 한꺼번에 해소되는 같은 종류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같은 종류의 관능과 고통의 결합, 갑작스러움과 참을성의 결합, 같은 종류의 암중모색과 분명함의 결합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왜 글을 씁니까? 하루 종일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왜 사랑을 합니까? 온종일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당신은 글쓰기를 그만 둘 수 있습니까? 아마도 다른 정열, 다른 열기가 소진되었다는 징후가 있을 때일 겁니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 미셸 우엘벡, <공공의 적들>, 299쪽)





문장은 머리카락과 같아서 빗을수록 빛이 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중에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쓰는 것뿐이다. -수잔 손택,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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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02-26 16: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쓰는가> 저도 빨리 읽어야겠습니다.
앞으로 페이퍼에 은오 님이 더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라인 글쓰기 강의나 줌 강의 수업을 보면 궁금하긴 한데, 그게 전부라서.
잠자냥 님의 그냥 쓰라는 말씀이 왜 이리 반갑고 고마울까요 ㅎㅎ


잠자냥 2024-02-26 16:22   좋아요 1 | URL
<나는 왜 쓰는가> 재밌어요. 좋은 에세이도 많고... 올해는 읽어보시기!
꾸준히 쓰시는 자목련 님 글쓰기 응원합니다~!!
곰탱이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 가동 중입니다~!!

등대지기 2024-02-26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앗 순살되어서 네 닥치고 쓰겠읍니다,, 모드로 읽었어요 뭔가 혼나면서 동시에 격려받은 기분!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4-02-26 16:36   좋아요 2 | URL
헐.. 읍니다체를 벌써 익히신 분...
글쓰기도 금방 늘 것으로 예상돼....

등대지기 2024-02-26 18:30   좋아요 0 | URL
앜ㅋㅋㅋㅋㅋ 저 9n년생이랍니다. 나름 읍니다체가 익숙한 세대죠💞

잠자냥 2024-02-26 20:21   좋아요 1 | URL
아 이게 9n년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체인가보죠?! 저는 은바오가 쓰는 거 보고 다들 쓰는 줄 ㅋㅋㅋㅋ(망고 님, 건수하가 쓰는 거 목격 ㅋㅋㅋㅋ)

등대지기 2024-02-26 23:4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많이들 쓰고 있더라구요🤔🤔🧐

잠자냥 2024-02-27 09:51   좋아요 1 | URL
읍니다체를 제가 가끔 댓글로 쓰게 된 이유는....

1. 언제부터인가 은오가 읍니다~!!로 끝나는 말을 쓰더라고요?
2. 편집자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 처음에는 스마트폰 입력하다 오타?? 엥 아닌데 잘못 눌러질 구조가 아닌데...? 이상하다. 한두 번 저러다 말겠지.
3. 계속 읍니다 읍니다를 쓰는 은오(특히 댓글에서 페이퍼나 리뷰에서는 안 씀)-
4. 음 이상하군, 저 사람 진짜 50대 이상 장년 남성 아니야?? 인터넷에서 20대 여성인척 하는??? (예전에 은오 손글씨 보고 아재가 아닌가 의심했던 적이 있어서 더 의심 증폭)
5. 도무지 안 되겠다 싶어서 물어봅니다. ˝너 왜 자꾸읍니다~!! 쓰니?? 그거 유행어야??˝ 아니면 진짜 넷카마 장년 아저씨인가요?˝
6. 돌아온 은바오 답변 ˝습니다~ 보다 읍니다가 더 부드럽고 재밌지 않나요?˝
7. 더 부드럽고 재밌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렇다면 그래라 근데 읍니다~읍니다~ 하니까 덜 떨어져 보여..
8. 은바오 ˝ㅋㅋㅋㅋㅋㅋㅋㅋ약혼자 평판 걱정!!! 근데 덜떨어져 보이긴 하네요.˝
9. 뭐 이렇게 되어서 일단락 되었는데 저도 가끔 그 뒤로 읍니다~!! 재미붙여서 쓰고 있고 최근에는 망고 님, 건수하 님도 읍니다~ 쓰는 거 보고 웃었다는...
10. 아니 근데 등대지기 님도 읍니다~!!를 쓰는 게 아니겠읍니까!?

참 그리고 아실지 모르겠으나 ˝~!!˝ 요거는 술파랑(새파랑)님 전매특허입니다. 묘하게 중독성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0:58   좋아요 2 | URL
제가 -읍니다를 썼다고요???????

잠자냥 2024-02-27 11:05   좋아요 1 | URL
건수하 2024-02-22 09:51
네 뭐... 그런 걸로 알고 있겠읍니다..

건수하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은바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3:10   좋아요 1 | URL
헐.. 그러고보니 일부러 그렇게 쓴 것도 같고.... - -;

맞춤법 상 틀린 건 아닌가 봅니다...?

잠자냥 2024-02-27 15:48   좋아요 1 | URL
‘표준어 규정‘ 전에는 ‘-읍니다‘와 ‘-습니다‘를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이 개정되면서 ‘-습니다‘가 채택되었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17항에 보면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하고, ‘-읍니다‘를 버리고 ‘-습니다‘를 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습니다‘는 종래 ‘-습니다, -읍니다‘ 두 가지로 적고 ‘-습니다‘ 쪽이 더 깍듯한 표현이라고 해 왔으나, 이 규정에서는 ‘-습니다‘와 ‘-읍니다‘ 사이의 그러한 의미차가 확연하지 않고 일반 구어(口語)에서 ‘-습니다‘가 훨씬 널리 쓰인다고 판단하여 ‘-습니다‘ 쪽으로 통일한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는 모음 뒤에서는 ‘-ㅂ니다‘가, 자음 뒤에서는 ‘-습니다‘만을 씁니다.(관련 규정: ‘표준어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2장, 제4절, 제17항.)

건수하 2024-02-27 16:07   좋아요 1 | URL
등대지기님 댓글에 계속 죄송한데… 그러니깐. 이제 -읍니다는 현행 맞춤법상 틀린 것 아닙니까?

(받아쓰기 힘들게 했었는데 조금 지나니 -습니다로 바뀌어 억울했던 인간)

잠자냥 2024-02-27 16: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틀렸다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표준어로 취급하지 않으니까... 이제는 쓰지 않는(?) 권장하지 않는 말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래서 90년대생들도 밈처럼 사용하는 게 아닐까요.
제가 곰탱이 보고 덜 떨어져 보인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또는 아재 아닌가 의심했던 이유도 1988년에 개정된 거니까ㅋㅋㅋㅋ (저 읍니다체 요즘 밈인가 해서 찾아봤을 때 장년 이상 아재들이 여전히 폰에서 잘 실수하는 맞춤법이다 뭐 이런 글도 봤어요 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6:37   좋아요 1 | URL
네 일단 표준어는 아닌 것으로.. (그러면 엄밀히는 틀린 거 아니냐며…) 그런데 은오님이 써서, 전 뭔가 이유가 있는가 보다 했지만 그 이유는 모르고 있었어요.

90년대생들이 나이든 사람을 약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쓴다는 걸 오늘 나무위키에서 보긴 했습니다 ㅎ

잠자냥 2024-02-27 16:42   좋아요 1 | URL
엄밀히면 틀린 거죠. ㅎㅎ 책 같은 곳에서도 쓰지 않으니까요.
비하의 의미로도 쓰는군요? (틀딱같은??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읍니다 왜 쓰냐고 물어봤을 때 은오는 90년대생들이 쓰는 줄도 몰랐던 거 같더라고요. 아무튼 읍니다~!!는 덜 떨어져 보이는 것으로 결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27 16:45   좋아요 2 | URL
저도 오늘에야 알았읍니다...

잠자냥 2024-02-27 17:06   좋아요 1 | URL
🤣🤣🤣

등대지기 2024-02-27 22:31   좋아요 1 | URL
헉 읍니다에 비하의 의미도 있었군요..!! 방금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는데 그런 용도로 쓴다는 글밖에 안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제가 느끼기로는 진지함을 귀엽게? 발랄하게? 표현할 때 많이들 쓰는 거 같아요 특히 카톡할 때!! (‘습니다‘를 ‘슴미다‘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안좋은 의미도 있다고 하니 신중하게 쓰는 것으루 ,,,

페넬로페 2024-02-26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니까요~~
은오에게 글 쓰라고,
집사 2에게 그냥 쓰라고 하지 말고,
잠자냥 님 글 써요.
그리고 책 내자고요^^

결혼하고 나서 일 쉴 때 백화점 문화 센터에 소설 창작 배우러 다녔던 때가 생각납니다^^

잠자냥 2024-02-26 16:39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글 꾸준히 쓰는 분들은 다들 어느 정도 글 욕심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페넬로페 님도 글쓰기 화이팅~!!

망고 2024-02-26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볼빨간 초딩 잠자냥😊상상해버렸어요 넘 귀요워요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6 17:25   좋아요 1 | URL
😡 화난 거 아님. 볼 빨갱이임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2-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쓸수록 어려운데 그렇다고 안쓰면 더 퇴화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알라딘 서재 이제 3년차라서 2년 전, 1년 전 글이 뜨면 반갑더라고요. 점점 그 횟수가 늘겠죠^^ 앞으로는 더 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잠자냥 2024-02-26 18:08   좋아요 1 | URL
화가 님은 어쩜 그런 어려운 책 읽고 쓱쓱 남기시는지!!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4-02-26 16: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엉?? 은오님, 큰일 났어요. 어서 글을 열심히 써서 ‘행복할 때도 글을 쓴다‘는 걸 입증하지 않으면 잠자냥님이 은오님 글을 보기 위해 괴롭힐지도 몰라요..
잠자냥, 해장 위해 글 써. 충격고백
‘인정욕구‘ 공감합니다. 글 씀으로써 해소된다는 것도요. 혼자 쓰는 것도 좋지만, 누가 읽어주고 댓글 달아주고 공감해주면 더 좋은 것!^^
잠자냥님이 다락방님 좋아하는 이유 하나 더 알겠네요. 일단 쓰고, 성실하게 쓰는 사람! 역시. 호되게 혼난 집사2님도 글 많이 쓰시면 좋겠습니다. 은오님과 경쟁 붙으시오 ㅎㅎ

잠자냥 2024-02-26 17:2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해장 글 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웃김 백점입니다~!!

은오 2024-02-26 17:2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동의합니다~!!
근데 전 잠자냥님이 일부러 안괴롭혀도 이미 매일 잠자냥님 때문에 고통받고 있읍니다..

은오 2024-02-26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쓰는 분들은 글을 씀으로써 얻는 기쁨이 쓰는 데 들이는 기운보다 크니까 계속 쓰시는 거겠죠? ㅠㅠ
저도 다 쓰고 나서 제가 봤을 때 글이 마음에 들고(보통은 안 듦....) 사람들이 반응해주면 좋긴 하지만....
쓰는 과정이 힘들어요...😮‍💨 힘든 이유는 완벽주의 자의식과잉 자기검열이 쓰리콤보로 원래 좀 있는 편인데 이게 글 쓸 때도 어김없이 발동되니까 결국 힘듦>기쁨이 되어버려서 의욕이 안 생기는 것으로 귀결....
기억에 오래 남고 씀으로써 생각하게 된다는 건 저도 실제로 경험했지만 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으앙ㅠ 뭐든 할 때마다 해소는커녕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이 유해한 성격을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쳐버립니다 진짜....

잠자냥 2024-02-26 17:24   좋아요 1 | URL
자하르야 그냥 자라~

잠자냥 2024-02-26 17:27   좋아요 1 | URL
아니 근데 그 글은 자기검열 안 했나봐요?! 외면이 멋진 은오설?!🤣🤣🤣🤣

잠자냥 2024-02-26 17:35   좋아요 3 | URL
곰탱이는 (모든 일에서) 완벽하게 끝낸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70% 정도만 한다는 생각으로 일단 움직이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아뢰오~ 언젠가 논문 쓸 텐데… 완벽주의 초반부터 발동하면 기한 내에 못 쓰고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은오 2024-02-26 17: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건 검열 대상이 아닙니다~!! 보통은 남한테 말하기 꺼려지는 것들이 검열 대상 ㅋㅋㅋㅋ
근데 앞에 “내면에 비해”를 꼭 넣어주시고요. 상대적인 겁니다. 아 수치스러워서 지워야겠땈ㅋㅋㅋㅋㅋㅋ

100%는 불가능하다고, 내려놓음의 필요성을 자주 느끼면서도 어렵네요ㅠ 그치만 곰탱이 잠자냥님 말은 들어야 함. 노력해보겠읍니다~!!
그래도 잠자냥님을 70%만 사랑하는건 불가능...

잠자냥 2024-02-26 17:5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지우지말고 비공개로 돌려!! ㅋㅋㅋㅋ

근데 그것부터 연습해봅시다. 70%만 사링하기~!!

은오 2024-02-26 18:04   좋아요 0 | URL
엥? 지금도 200에서 100으로 반이나 줄인겁니다~!!

잠자냥 2024-02-26 18:08   좋아요 1 | URL
ㅇ ㅏ…….🤯

건수하 2024-02-2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도 제가 원했던 추천도서가 될 수 있겠네요.
저에겐 인정욕구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님 귀차니즘이 심한가...

잠자냥 2024-02-26 20:19   좋아요 1 | URL
귀차니즘파 ; 건수하/ 은바오. 근데 귀찮고 쓸 동기가 없으면 안 쓰고 살아도 됩니다~!! ㅋㅋㅋㅋㅋㅋ

허무한 답변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6 18:24   좋아요 2 | URL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추천해요…. 작가되는 방법도 방법이지만 글쓰기가 삶에서 왜 중요한지 알려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락방 2024-02-27 0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추천 백 개 드립니다. 저도 이거 읽고 페이퍼로 쓸까 하다가 댓글로 쓸게요.

음, 저 역시도 글쓰기 수업을 배우러 다닐까 생각했었어요. 정확히는 문창과 에 다시 들어갈까 싶었죠. 문창과에 들어가면 글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글 잘 쓰는 요령 같은게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제 글은 막글이라서 뭐랄까, 음, 우아함이나 그 어떤 그 뭣이냐 전문성이 떨어지는? 그런 식의 부족함을 제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창과에 간다면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을까, 그러면 좀 더 나은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제가 문창과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국문학과 졸업한 친구가 뜯어 말리더라고요. 아니, 그러지 말라고, 문창과에 왜 가냐, 거기 안가도 계속 쓰면 된다고요. 그러고보면 저는 관심 있어 글쓰기 관련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그것들로 인해 제 글 실력이 늘지는 않더라고요. 이것들이 도움이 되겠지, 하다가도 흐음, 그런데 내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잖아?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스스로 ‘오 나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라고 느꼈을 때는, 그게 글쓰기 책의 도움이 아니라 그간 축적된 읽고 쓰기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자냥 님도 글에서 언급하셨지만, 저는 읽지는 않으면서 자신이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심지어 저보다 덜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활자중독자라 칭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기요, 여보세요?... 사람이 스스로 객관화 할 수 있는 건 참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 ‘나는 글을 잘 쓴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못쓰는 걸 모르는 것 같고요, 그러나 항상 글에 대해 겸손한 사람들이 글을 더 잘 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제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 바로 엊그제도 누군가에게 댓글로도 말했던 것이 잠자냥 님의 이 페이퍼에 단어도 똑같이 들어가 있네요. 그건 자기치유 였어요. 저는 글을 쓰고 싶어서 썼는데, 그런데 글을 쓰니까 생각도 정리되고 제 복잡한 감정이나 시끄러운 마음도 좀 다스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순전히 저를 위해 쓴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글을 나를 위해서 쓴다, 라고요. 독서괭 님과 은오 님 댓글처럼, 먼 훗날 돌이켜보면 그건 또 그것대로 의미있고요. 알라딘 전에도 그랬지만 알라딘에도 순전히 저를 위해 쓴건데, 저 좋자고 쓴 글인데, 어느 날 그걸 읽은 사람들이 하나씩 네 글 재미있다. 네 글 덕에 웃었다, 네 글 덕에 위로가 됐다 라는 댓글들을 달아주더라고요? 그 때 기분이 너무 좋았는데, 그런 한편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결국 나를 위하는 일이 타인을 위한 일이 되기도 하는구나, 하는 것을요.

잠자냥 님의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작도 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친구를 만나서 글 쓰라고 했던 말이 이 페이퍼에 다 들어가있네요. 친구들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면 항상 계속 읽고 쓰라고 말하는데, 여기 다 있어요. ㅎㅎ 그러고보면 잠자냥 님과 저는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면서 동시에 어떤 지점에서는 굉장한 공통점을 갖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안 쓰면 죽을 것 같아서‘ 뭐 이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그런 답변이 좀.. 그래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4-02-27 08:37   좋아요 1 | URL
얘들아 여기 다 선생님 글쓰기 강좌 들어라~!! ㅋㅋㅋㅋ 집사2가 10뎌 년 전 문예창작 다시 간다고 해서 뜯어말린 국문학 전공자 잠자냥 ㅋㅋㅋㅋ 다락방 님 제도권 교육받았으면 자기 고유의 개성조차 잃어버렸을 거예요… 지금의 그 유쾌함이 묻어 나오는 솔직한 글!!

계속 써야 합니다.. 계속 읽고 쓰는 삶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02-27 09:33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멋진 페이퍼에 다락방님 멋진 요약 댓글까지! 환상의 케미~
두 분 선생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읽고 써보겠습니다!

- 이상 열심히는 읽는데 쓰기는 어렵고 힘들고 귀찮은 1인

헬가 2024-02-28 0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글 최고중의 최고예요 !!!×1000~~~
글쓰기보다는 단순한 일상기록선호자이지만
이글 읽으면서 많이 멈췄고 내안이 헤드라이트로 들처지는 줄
갑자기 그렇게 쓰고있는 여러님들에 대한
애정의 물결이 일렁임 ㅅ ㅅ

잠자냥 2024-02-28 09:17   좋아요 0 | URL
단순한 일상기록도 쌓이고 쌓이면 엄청난 글이 되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헬가 님에게 비친 헤드라이트 꺼지지 않길 기원합니다. 아, 그리고 감사합니다! (썼다 지웠다 하신 모든 댓글 포함해서 ㅎㅎ)

단발머리 2024-02-2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여전히 있는데 어느 날 늘지 않으면 한숨이 푹푹- 내 글이 쓰레기 같아 속이 터진다.

내 글이 쓰레기 같아 속이 터진다......... 이 문장이 제게는 콕 박히네요. 쓰기의 이유에 더해 쓰기의 윤리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해보았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잠자냥님! ^^

잠자냥 2024-02-28 17:18   좋아요 1 | URL
어딜 가요, 가지 마~!! 🤣🤣

단발머리 2024-02-28 17:22   좋아요 1 | URL
그니깐요 ㅋㅋㅋ 갔다 옴 🤪🤪
 

은오의 추천으로 요즘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나는 일본 영화는 종종 찾아보면서도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언젠가 다락방 님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호들갑스러움(갑자기 에에? 혼또? 하는....)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여성캐릭터들이 대개 지나치게 귀엽고 여성스러운 면만 강조해서 보고 있으면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일본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데(하긴 생각해보니 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한드, 일드, 미드, 영드 다 잘 보지 않는 편이구나), 이 드라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괴물>의 각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이라고 해서 보게 되었다. 드라마 제목은 <그래도 살아간다 それでもきてゆく>이다. 2011년 작품이니 꽤 오래전 드라마이다.

 

11화 중 5회까지 봤는데 아직까지는 내가 일본 드라마에서 느끼는 거북스러운 면모들이 없어서 잘 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드라마의 주제가 굉장히 무겁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서 초등학생 소녀가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알고 보니 중학생 소년.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죄책감, 죄의식, 윤리 등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가 더 가볍지 않은 까닭은 가해자, 피해자 당사자의 삶을 그리기보다는 그 주변인들, 즉 가해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의 쉽지 않은 삶 그 면면을 섬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뭉뚱그려서만 말할 수도 없는 것이 가해자 집안의 아버지, 어머니, 가해자의 두 여동생마다 입장이 다르고 피해자 집안 또한 아버지, 어머니, 피해자의 두 오빠들의 입장이 각각 다르다.

 

가해자 집안이야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 때문에 부모의 고통이야 말할 수 없이 크리라 짐작이 되는데 피해자 집안은 왜 저마다 죄책감을 끌어안고 사는 것일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히로키’(에이타)는 죽은 소녀 아키의 큰오빠이다. 드라마 초반 히로키는 그 사건이 일어난 지 15년이 흘러 이제 어엿한 성인인데도 후미진 낚시터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세상과 단절한 듯한 삶을 대충대충 이어가고 있다. 제멋대로 자란 머리와 수염(그래도 감춰지지 않는 미모), 아무렇게나 입은 옷. 무엇보다 히로키의 삶이 어딘가 망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은 그가 아버지와 밥을 먹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아버지는 그래도 볶음밥에 소스를 뿌려 먹는데 히로키는 아버지가 소스를 뿌려주려고 하자 아무 맛도 없을 것 같은 밥을 우걱우걱 퍼먹는다. 스스로 미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장면을 처음 보면 히로키는 소스를 싫어하나보다 생각할 수 있는데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그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잘생긴 외모에도 사귀는 사람 하나 없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도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으려는 욕구도 스스로 거세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해자도 아닌 피해자의 오빠인데 대체 왜? 싶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히로키는 여동생 아키가 죽던 날 아키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었다. 부모는 저마다 일터로 나갔고 장남 히로키가 어린 동생을 잘 돌봤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19금 에로비디오를 친구와 보려는 계획에만 정신이 팔려 연 날리러 가자는 아키의 부탁을 들은 체 만 체했고 그날 홀로 연을 날리러 나간 동생이 비명횡사한 것이다. 그날 이후 히로키는 동생을 죽인 것은 자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리는 사람은 또 있다. 바로 아키와 히로키의 엄마이다. 엄마는 하필이면 그날 평소 딸에게 잘 입히지도 않던 치마를 입혔다. 그 치마 때문에 어린 딸이 범행의 표적이 되어 잔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라 믿고 있다. 자신이 우려하던 일(성폭행)이 딸에게 실제로 일어났을까 봐 너무나도 무서워서 사건이 일어난 그때부터 1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의 진실 여부는 차마 어디에도 묻지 못하고 정상적인 삶을 거의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물론 엄마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망가진 사람은 이 엄마가 아닐까).

 

이 드라마는 피해자의 오빠인 히로키와 가해자의 여동생인 후타바가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히로키는 혼자 낚시터를 찾아온 후타바가 자살하려고 온 사람인 줄 알고 그녀가 죽지 않게 신경 쓰다 보니 자꾸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 처음 본 사람임에도 여동생의 비참한 죽음을 털어놓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임에도 서로 닮은꼴-그러니까 이십대 중반을 넘도록 뭐랄까 인생에서 축제다운 축제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즐겨본 적이 없는 듯한 그 묘한 분위기 때문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둘은 점점 가까워져간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히로키와 후타바 사이에 호감이 있고 서로 상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 사랑이 싹틀 수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그 엄연한 사실이 둘 사이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드라마 중반인 5회까지는 히로키와 후타바 사이에 손을 잡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마음이 그려진다. 이 마음은 더 커지면 커지지 줄어들지는 않을 텐데 드라마가 끝날 무렵에 이 두 사람은 연인이 될까? 이 작품 분위기상 부부가 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현실에서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제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 글쎄... 나는 좀 회의적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다 하더라도 결국 서로의 마음 안에 도사리고 있는 그 심연을 극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완벽하게 거둬들일 수 있을까.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크게 자리 잡은 죄의식, 죄책감, 한 사건에 대한 저마다 다른 윤리적 판단과 입장은 쉽게 무너뜨리기 어려울 것이다. 서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또 다른 한편으로 <그래도 살아간다>라는 제목은 이 작품 1회에서 잠깐 등장하고 죽임당하는 어린 소녀 아키의 짧은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다. <플랜더스의 개>를 인상 깊게 읽은 아키는 어느 날 오빠 히로키에게 묻는다. 네로는 그렇게 어린 시절 내내 온갖 고생을 하며 구박 속에 살다 끝끝내 죽고 마는데 그런 네로의 인생도 태어나길 잘한 것이냐고 묻는다. 아이의 질문이지만 이 질문은 어린 히로키에게도 그리고 성인이 된 히로키에게도 여전히 무겁게 다가온다. 태어나 죽기까지 아주 짧은 생애동안 삶이 온통 비극적인 일들의 점철이라면, 간혹 소소한 기쁜 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탄생은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네로는 마지막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루벤스의 그림을 본다. 그러나 곧 얼어 죽는다. 이 삶을 과연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도 쉽게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키의 삶도 그렇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런 죽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짧은 생애 동안 가족들로부터 사랑받았으므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드라마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 까닭은 어젯밤 늦게 읽기 시작한 나쓰메 소세키의 <> 때문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작품인데 연휴 막바지에 문득 쓸쓸해져서인지 우울해져서인지 늦은 밤에 읽고 싶어 책을 펼쳤다. 책을 덮고 <그래도 살아간다>의 몇몇 인물들과 <>의 부부 소스케오요네의 삶이 겹쳐져서 생각이 꼬리를 무느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물론 <>의 소스케와 오요네의 삶에 저토록 큰 비극-누군가가 살해당하고 살인을 저지르는-은 없다. 그러나 이 두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한데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어떤 일로 인해 세상과 유리된 채 둘만의 삶을 조용히 이어 나간다. 결혼한 지 꽤 되었는데도 둘 사이에는 아이도 없이, 찾아오는 이들도 사회적인 친분이나 교류도 없이 절벽 아래의 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셋집에서 하루하루가 흐른다. 그런 두 사람의 생은 이 작품의 표현에 따르자면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추위에 서로 껴안아 몸을 녹이는 식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부부도 아니고, 나이도 아직 젊은데 다 늙어버린 노인처럼 삶에 어떤 강렬한 욕망이나 의지를 잃어버린 듯, 아내와 남편만을 의지하면서 이토록 음울하게 살아가는 이 두 부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의 소스케와 오요네는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그 죄의식- 둘의 사랑 때문에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었다는 그 윤리적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하는 부부답게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부는 스스로 세상과 단절된 채 세상의 온갖 냉대와 멸시도 견딘다. 그런데 과연 이 삶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그들이 삶에도 봄이, 햇볕이 잠깐은 들지만 겨울은 또 오고 말 것이라는 체념이 소스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어 이 두 사람은 세상을 향한 문을 힘차게 두드려 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문을 닫아걸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살아간다. 이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태어나길 잘한 생인 것일까. 이들의 이 비탈진 집에 완벽하게 볕이 드는 날이 과연 있을까?

 

<>보다 조금 먼저 읽은 책 <철학의 위안>에서 알랭 드 보통은 쇼펜하우어를 끌어와 사랑이 인간의 생을 지배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쇼펜하우어는 맹목적인 생에 대한 의지가 인간 종()의 존속을 위해서 작용하고 그 때문에 사랑이 인간의 생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랑도,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도 번식욕으로만 풀이한 쇼펜하우어의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기는 한다. 얼마나 강렬한 생에 대한 욕망인지 때로는 <>의 소스케와 오요네처럼 자기들만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해 타인 삶을 짓밟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형벌처럼 가혹한 생이다. 사랑으로 선택한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고 세상의 모든 추위를 내내 견딜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두 사람에게 사랑은 네로에게 있어 루벤스 그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태어났으므로 루벤스 그림을 볼 수 있었고 그러니까 태어나길 잘했다고, 그래도 세상의 냉대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으니까 태어나길 잘했다고, 가혹한 운명이지만 죄책감을 덜어주고 거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존재를 만날 수 있으니까, 만났으니까 그래서 사랑할 수 있으니까 태어나길 잘했다고, 그러니까 그래도 살아간다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잠 못 드는 밤 이들의 마음속을 하염없이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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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2-1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의 소스케와 오요네에 대해 생각하자니 <토지>의 별당아씨와 구천이가 생각나네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해야 할 지...
그냥 그럴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더 납득이 쉬운 것 같아요.

잠자냥 2024-02-13 16:00   좋아요 1 | URL
헐.... <토지>를 안 읽어서 별당아씨랑 구천이 사연을 알지 못하는 잠자냥...ㅋㅋㅋㅋ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간다가 대부분의 인생 아닌가 싶습니다.

건수하 2024-02-13 16:48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토지> 안 읽으셨어요? 당연히 읽으셨을줄 알고... ^^;;;;
참 <특성 없는 남자> 4권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잠자냥 2024-02-13 16:57   좋아요 1 | URL
한국 대하 장편에 취약한 잠자냥...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왜 <특성 없는 남자> 4권은 알려주시는 거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2-13 20:45   좋아요 1 | URL
읽는다고 하신 것 같아서…. 아 그러고보니 그거 말고 읽는다고 하신 책이 하나 더 있군요 😁

잠자냥 2024-02-14 06: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2-14 13:37   좋아요 0 | URL
크.. 별당아씨와 구천이, 딱이네요.
잠자냥님 국문학과 나오셨는데 토지를 안 읽으셨다니!! ㅋㅋㅋ 완독자로서 우쭐거린다.

잠자냥 2024-02-14 15:20   좋아요 2 | URL
필독서는 아니었어서;; 과제로도 안 시켰어서;;; 걍 패스...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 이런 거 다 패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불>만 읽었습니다. 이건 과제하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4-02-1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덕분에 철학의 위안,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4~5권은 읽은 팬인데 이 책은 구매하지 않았어요.
책 제목이 바뀌었군요. 이 책 제목이 나은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4-02-13 16:02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철학의 위안>이 구판으로 나왔던 책이라는 것은 사고 나서 알았어요.
그런데 제목 변경하고 나온 게 페크 님 말씀처럼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페크 님도 즐겁게 읽으실 듯합니다!

새파랑 2024-02-13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휴에 문득 쓸쓸해져서 소세키의 <그 후>를 꺼내 읽었는데 ㅋ 역시 쓸쓸할땐 소세키군요~!!!

은오님께 영향을 받는 잠자냥님이라니... 그린라이트 인가요? ㅋㅋ

은오 2024-02-14 03:03   좋아요 2 | URL
결혼각이 보입니다~!!

잠자냥 2024-02-14 06:13   좋아요 2 | URL
그린 라이트 ㅋㅋㅋㅋㅋ 은오 생각이 궁금해서 읽은 책은 좀 있습니다. 은오가 영화는 잘 보지 않는 거 같아서 영화 영향은 없었는데… 드라마는 처음 찾아보긴 했네요~!!

새파랑 2024-02-14 09:22   좋아요 1 | URL
상대의 생각이 궁금할 때에는...

결혼해야 합니다~!!

은오 2024-02-14 10: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습니다~!!
결혼해서 직접 물어보면 더 빠르고 편하고 정확합니다~!!

잠자냥 2024-02-14 10:27   좋아요 0 | URL
네에?????! 술파랑, 은바오 결혼 안 한 티 납니다~!!!
결혼한 부부들 서로 생각 더 모르고 사는 거 같던데....*먼산*

은오 2024-02-14 10:29   좋아요 0 | URL
그건 결혼때문이아니라 사랑이 부족해서입니다~!!
전 사랑이 넘쳐서 괜찮습니다ㅋ

희선 2024-02-1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 안 될 것 같아요 아주 없지 않겠지만... 태어났으니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좀 나을 것 같고, 살아 있기에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을 때 태어나서 다행이다 하더군요 그런 순간이 있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피해자 가해자 식구도 살아가기 힘들겠습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많겠습니다 그래도 살아가야죠 그런 생각이 듭니다


희선

잠자냥 2024-02-14 06:14   좋아요 0 | URL
태어났으니 살아간다, 그 정도가 맞는 거 같습니다. ㅎㅎㄹ

2024-02-14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4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2-14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명품 페이퍼.. 연휴를 보내고나면 명품 페이퍼가 나오는겁니까? 나쓰메 소세키의 문 궁금해지네요. 그렇다면 장바구니로!
흐음. 보통도 살까요? 저는 그간 보통을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에잇 그냥 사야겠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14 08:54   좋아요 0 | URL
ㅋㅋ아 어떻게든 살 핑계!! ㅋㅋㅋ <문> 다시 읽으니 전보다 재미있네요.

다락방 2024-02-14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문]에서는 어떤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면 소세키의 [마음]도 비슷했던것 같아욜. 사랑 때문에 죄의식 느끼는 거요.

여하튼 책 사겠습니다.

잠자냥 2024-02-14 08:55   좋아요 0 | URL
네, 소세키 작품은 대개 마음속 죄의식, 윤리 이런 거 고민하더라고요. <행인>도 비슷….

coolcat329 2024-02-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드라마 보기 고통스러울 거 같은데요. 제가 걸으면서 볼 드라마가 필요하긴한데 이 드라마는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저는 소세키 소설 <그 후> 딱 하나 읽었는데 이 소설 하면 그 정신을 잃을 것 같던 백합향이 떠오릅니다. 두 남녀가 세상과 고립된 채로 백합향에 갇혀 있던 장면이요.
저도 이참에 소세키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잠자냥 2024-02-14 10:27   좋아요 0 | URL
걸으면서요?? 안 됩니다. 이 드라마 걸으면서 보시면 걷다 오열합니다. ㅋㅋㅋ
3회에서 제가 좀 오열한 부분이 있어서;; ㅋㅋㅋㅋㅋ

은오 2024-02-14 10:30   좋아요 0 | URL
3화 어떤장면이요?!

잠자냥 2024-02-14 10:33   좋아요 1 | URL
계속 건드리는 부분이 있기는 해서 1~5회까지 보는 부분마다 조금씩 울기는 했는데 ㅋㅋㅋㅋ (현실 인간한테 공감은 잘 못해도 이런 거 보면서는 잘 우는 편).... 3회에서 히로키가 엄마한테 아키 검시한 서류 갖다 주고 같이 우는 장면....

은오 2024-02-14 10:47   좋아요 1 | URL
그게 완전히 따로따로이진 않을 것 같읍니다. 분명 잠자냥님은 저보다 훨씬 현실 인간한테도 공감 잘하실듯... 내꺼ㅜ 아 그장면이었군요. ㅋㅋㅋㅋ 저는 5화 마지막이었나요?! 마지막에 아키 엄마 독백씬 있잖아요 가족들앞에서 한 10분동안 혼자 주절거리는 장면. 거기서 와연기미쳣다 하면서 좀 안타까워했습니다. 화면밖으로 전해지는 고통이었따...

잠자냥 2024-02-14 10:53   좋아요 1 | URL
5화 마지막 맞아요. 그분 진짜 무슨 연기신?! ㅋㅋㅋㅋ 저도 거기 보고 심정적으로 힘들어서 일단 다음 회 못 넘어가고 있음;;; 오늘 집사2 늦는다는데 봐야겠다.........

독서괭 2024-02-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나 때문에 동생이..‘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까요. 저는 혹시 내가 눈을 뗀 사이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과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사라진 것들>에서 ‘숨을 쉬어‘에도 매우 공감. 아 이거 리뷰 써야 하는데..
소세키 언젠가는 읽겠습니다..ㅎ

잠자냥 2024-02-14 15:23   좋아요 1 | URL
우웅 그런 생각 금지.....
전 사실 ㅋㅋㅋㅋ 부모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슬프다... 이러다가... 우리 막내냥이한테 저런 일이?! 생각하니까 갑자기 오열;; ㅋㅋㅋ 막내냥이 치마 입혀보고 싶어요... 근데 못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입혀보고 싶다!!!

자목련 2024-02-14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은오 님의 영향으로 드라마까지!
결혼이 몇 년은 당겨질 것 같습니다. ㅋㅋ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 사랑.
하나의 사랑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 다양한 갈래의 사랑이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것 같고요.

잠자냥 2024-02-14 17:2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이 댓글을 은바오가 좋아합니다...ㅋㅋㅋㅋㅋㅋ
사랑이 사람을 살아가게도 하지만 죽게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것참;;;ㅎㅎ
 

사람은 함부로 장담하면 안 된다. 책탑 사진 올리지 않겠다고 했으나 19일 만에 새해 첫 산책 사진을 올리고 있는 나. 안 올리니 편하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책을 사지 않았는가? 그건 아니다. 오히려 더 사고 앉았다. 책탑 사진을 올리지 않으니까 고삐 풀린 고양이마냥 계속 사고 내 방에 쌓아두고 서재에 쌓아두고.... 며칠 전엔 새벽에 알라딘 택배 2개나 문 앞에 와 있는 거 보고 출근하던 집사2가 헛웃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얘가 먼저 출근하니까 이게 안 좋아... 알라딘 택배여 7시에서 8시 사이에 배송해주면 안 되나요? 그럼 완전범죄 가능한데...

아무튼, 책탑 사진을 다시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거 안 하니까 진짜 마니아 지수가 팍팍 안 오르더라? 다른 거에는 집착하지 않으면서(진짜?) 마니아 개수 늘어나는 거에는 좀 집착한다. 한때 수집벽이 있던 인간이라 약간 이런 수집욕 자극하는 거에 집착하는 편....죽기 전에 알라딘 마니아 개수 만 개 돌파가 목표....(는 뻥 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 앤드루 포터 마니아 7번째라고 알림 왔는데 1등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리스 슈라이비, <단순한 과거>
1월에 출간된 책 중 내 기준엔 가장 신간다운 신간, 기대되는 신간이랄까. 여기서 말하는 신간다운 신간이란 국내에 첫 소개되는 작가인데, 게다가 읽을 만한 가치도 있어 보일 때 이거야 바로! 싶어진다. 이 책이 그렇다. 이슬람 세계에 극단적인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작가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 이슬람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와 위선적인 프랑스 식민 통치에 대한 폭로를 담고 있으며 오늘날 카뮈의 <이방인>에 비견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앤드루 포터, <사라진 것들>
급박하게 사서 급박하게 읽고 급박하게 리뷰도 남겼다. 완전 좋아. 일단 나의 상반기 베스트에는 오른다고 본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사냥이 끝나고>
이것도 이미 읽고 리뷰 남김. 체호프여서 잔뜩 기대하고 읽었으나 기대가 너무 커서 조금 실망했을 뿐 그렇다고 읽지 마! 그런 작품은 아니다. 추리/범죄소설이라는 기대를 접고 읽으면 오히려 재미있다. 그런데 이 책 사실 읽고 되팔려고 주말에 알라딘 갖고 갔는데........(비 오던 날) 그새 어디서 물방울이 떨어졌는지 물 흔적 있다고 안 받아주더라??? 아니 자기들은 책 표지 구겨진 것도 많이 보내면서!! 그런 책 되팔 때도 까다롭게 굴고. 좀 불공평하다.... 그래서 이 책은 동생한테 넘기기로.....(책이 별로여서는 아닙니다. 넘치는 책장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친 듯이 솎아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항의 멜랑콜리>
책이 아름다워서 하나씩 모으고 있는 라슬로. 이 책은 이번 리뷰대회에서 적립금 탄 기념으로 그간 장바구니에만 있던 걸 샀다(되팔지 않을 책이라는 의미). 그러나 라슬로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책 내용은 아름답지는 않고 오히려 그 미쳐버릴 것 같은 만연체 때문에 문장 따라가다 보면 정줄 좋기 십상이니 장정만 보고 책 사는 건 비추합니다.





이것 좀 봐여... 아름답잖아요?  아 이렇게 보니 아름다움이 감소되는군.....



만듦새는 정말 마음에 든다.... >_< 읽은 거 2권 아직 안 읽은 거 1권 읽다만 거...1권... -_-




오에 겐자부로, <만년양식집>
이 책을 번역한 이 때문에 말이 많던데, 그렇다고 오에의 책인데 외면하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싶어서 결국 구매.




아돌프 로스, <장식과 범죄>
책값이 그나마 싸서.... 가끔 그 맛에 지르는 쏜살 문고. 이 책은 제목부터 재미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습니까? 실제로 미리보기로 몇 장 읽으면 사게 될걸? 장식=범죄라는 관점에서 쓰인 글 모음인데 과한 장식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관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로스는 “장식과 범죄”는 일체의 디자인과 심미적 욕망을 거두라는 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 나머지는 내가 읽어보기로.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3>
그리고 이것도 한 권씩 사다 보니 결국 3권까지 다 샀네요. 사고 나면 읽은 것으로 착각이 드는 그런 작품 중 하나인데 과연 언제 읽을지??





엥? <특성 없는 남자> 1,2,3 순서가 안 맞아!!!!! 집에 가고 싶네........ ㅠㅠ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 <문명화과정1>
근대 유럽문명의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기원을 밝히는 책. 서구 상류층 사람들의 일상 의례를 역사적으로 비교 분석. 엘리아스는 12∼19세기의 식사예법, 방뇨행위, 코 풀고 침 뱉는 행위, 잠자는 습관, 남녀 관계 등 일상의 변화를 살핀 뒤 문명화 과정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시작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거 진짜 재미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목차를 봐봐요. 1권 다 읽으면 2권도 사야지.

2. 인간 행동의 특수한 변화로서 '문명'에 관하여
1) '시빌리테' 개념의 역사
2) 중세의 일상 의례
3) 르세상스 시대의 행동변화 문제
4) 식사 중의 행동
5) 생리적 욕구에 대한 태도의 변화
6) 코를 푸는 행위에 관하여
7) 침을 뱉는 행위에 관하여
8) 침실에서의 행동에 관하여
9) 이성관계에 대한 사고의 변화
10) 공격욕의 변화
11) 기사의 생활풍경















미셀 푸코, <권력과 공간>,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8~79년>
<헤테로토피아> 읽고 나서 더 폭넓게 읽어보고자 이 두 권을 샀다.


다음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비판서들을 갑자기 왕창 읽어보고 싶어져서 지른 책들. 사실 몇몇 책은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을 읽다가 거기서 인용된 구절이나 참고문헌 목록을 보니 궁금해져서 산 책들이다.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원전 완역본)>   
하르트무트 로자, <소외와 가속- 후기 근대 시간성 비판>
리차드 세넷 지음,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파울 페르하에허,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바실리 칸딘스키,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제목부터 저자부터 책표지까지 완벽하게 예술적이다. >_< 칸딘스키의 예술에 관한 관찰과 감정체험이 담긴 책으로 추상회화 이념을 음악과 연결해 서술하면서 하나의 색이 우리 심성에 주는 고유한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칸딘스키의 깊은 예술적 발상과 풍부한 문학적 표현을 만끽할 수 있는 고전”


흰색은 가능성으로 차 있는 침묵이다.
그것은 젊음을 가진 무(無)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기 전부터 무요.
태어나기 전부터 무인 것이다. —칸딘스키


대박이지 않습니까?




에드먼드 모리스,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바라본 베토벤의 삶과 음악” 베토벤의 일생을 연도순에 따라 시기별로 살펴보면서 작품 창작의 맥락을 자세히 살펴본다. 에드먼드 모리스는 널리 알려진 전기작가로 일반 독자를 위한 간결한 전기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사실, 책탑은 이것보다 높을 수 있었는데... 그새 읽고 팔아버린 책들도 있어서 그건 그냥 잘가... 그 책은 무엇일까요? (모든 걸 퀴즈화하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긴 페이퍼를 읽은 당신을 위해 알립니다.

잠자일보 제2회 퀴즈대회가 다음주 월요일, 그러니까 1월 22일 월요일 점심 먹고 1시부터 시작합니다! 얘들아 상금은 내가 다 마련해뒀어. 알지? 자, 문제 풀 준비!!!

*<잠자일보> 제2회 퀴즈대회는 1월 22일 월요일 오후 1시부터 1월 28일 일요일밤 자정까지.

정답 공개 및 수상자 발표는 1월 29일 월요일!



마무리는 우리 막내! "언니, 오빠들 퀴즈 풀고 담아요, 담아..." (막내는 올해 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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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19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많이도 사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씩 읽으시니깐 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밤에 정희진쌤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운동은 책을 사는 겁니다. 하루에 한 권!˝
사회운동 & 출판문화 진흥에 애쓰시는 잠자냥님. 책탑 충분히 자랑해도 괜찮겠습니다. 다만 집사2님은 좀 피하는걸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0:57   좋아요 3 | URL
저 사회운동 겁나게 열심히 잘 하는 사람이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9 10:58   좋아요 1 | URL
다락방하고 제가 윤리 의식을 갖추고 사회운동까지 하는 사람들입니다!!!

잠자냥 2024-01-19 10:5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집사2도 요즘 뭔가 많이 질러서 서로 모른척......해주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4-01-19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전집 제 책장 사진 보여드리면 잠자냥 님 우리집 오고 싶으시려나요? ㅋㅋㅋㅋ 순서 따위 나랑 아무 상관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나저나 잠자냥 님 책탑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마니아 다른 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쓰는 부분이고요, 여성학 마니아 1위만큼은 가져가려고 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만세!! (뭘?)

<단순한 과거> 검색해보러 갑니다. 슝 =3=3=3

잠자냥 2024-01-19 11:03   좋아요 2 | URL
아니, 은바오 보낼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혼자 책탑 고군분투하는 거 안쓰러워서 나도 재동참....은 뻥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 아니고 그런 마음도 조금 있었다. 항상 다락방 생각하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학 마니아1위는 쭉 가져가셔야 합니다. 응원합니다.

난 러시아소설1위, 프랑스소설1위 할 거야... ㅋㅋㅋㅋㅋ휴 러시아소설 좀 힘들어 보이긴 함 ㅋㅋㅋㅋㅋ
(나도 맨날 ˝강의공지다˝ 하고 책만 올리면 금방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1:05   좋아요 3 | URL
은오 님은 우리집 와서 내 책장 보고나면 북플 친구 삭제할 것 같아요...

잠자냥 2024-01-19 11:06   좋아요 2 | URL
쓰러져서 인공호흡 필요할지도...

독서괭 2024-01-19 19:53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은 참 극과 극으로 다른 분인데 공통점이 여기 있군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시후) 오 사야겠다. 표지도 아름다워요. 땡투는 그대에게.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4-01-19 11:12   좋아요 1 | URL
정희진쌤 한 달에 백만원이라고 하셨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4-01-19 11:14   좋아요 1 | URL
책은 알라딘에서 사신다고...... 아! 저도 알라딘에서만 사거든요. (공통점 발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분 분발하세요!!

잠자냥 2024-01-19 11:16   좋아요 1 | URL
전 지난 3개월 평균이 그래서........자제하고 있읍니다...........-_-;;;;
저도 요즘엔 알라딘에서만 사요. 100자평 남길 때 구매자로 남기고 싶거든요; (이것도 이상하게 집착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1:21   좋아요 1 | URL
선생님 책장도 정리 안되어있을 것 같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달에 백만원이라니. 정리 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9 11:26   좋아요 3 | URL
오디오매거진에서도 종종 정리가 엉망이라 자료 못 찾는다는 말씀하셨고,
저 글쓰기 강좌 들었을 때도... 자료 주신다고 한 거 있었는데
그다음 시간에.... 오늘 찾다찾다 도저히 못 찾아서 그냥 왔다고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4-01-1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슬로의 책, 볼 때마다 예뻐서 소장 욕구가 생깁니다 사진 보니 침이....ㅋㅋㅋㅋㅋ
어제 잠자냥님 덕분에 정희진 쌤 특강을 온라인으로나마 들었어요. 거기서 편집자들의 안목이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하셨는데 잠자냥님은 잘 실천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4-01-19 14:20   좋아요 1 | URL
소장하고 안 읽어도 괜찮습니다....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 안목이 나라 살린다 쌤의 이런 말씀 여러번 들었는데요;;;(희진쌤이 요즘 강연때마다 하시는 듯)
그때마다 부끄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책을 찾아야하는데... 휘유.

초란공 2024-01-19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나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집안 어딘가에 몰카가 있나봐요. 항상 들킵니다. ㅋㅋ 내 귀에 도청장치? 이런거 심어져 있나 싶기도하고요 ㅜㅜ 한 달도 전에 참여한 알라딘 펀딩 도서가 하필! 다른 책 주문한 박스와 같이 쌓여 있는 걸, 들킬때...

잠자냥 2024-01-19 14:21   좋아요 1 | URL
초란공님 폰에 도청장치 설치되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펀딩책하고 박스가 같이 ㅋㅋㅋ아오 제가 다 초초하네요. 이걸 어떻게 숨기나! ㅋㅋㅋ

coolcat329 2024-01-1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많이 사셨네요. 😲
라슬로 책은 저도 디자인이 예뻐서 두 권 사뒀는데 읽을 엄두가 안납니다.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오 이 책 그냥 끌립니다.

앗 근데 저 지난 번 퀴즈! 잊고 있었어요. 찾으러 갑니당~

잠자냥 2024-01-20 09: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쵸 ㅠㅠ 더 산 거 같기도 ㅠㅠ
라슬로…. 제가 웬만한 책은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데….. 라슬로는………. ㅋㅋㅋㅋㅋㅋㅋ

퀴즈 꼭 참여하세요!!!!

거리의화가 2024-01-19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화려하며 멋진 책탑입니다! 리스트마저 멋져버리는! 그 와중에 몇 권은 이미 읽고 리뷰까지 남기신 것도 최고에요.
<단순한 과거>하고 <문명화 과정> 끌리네요. 원래 참으면 분노를 넘어 병(?)이 된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드릉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1월에는 3번에 걸쳐 책을 샀는데 나머지 기간에는 자제해보려구요. 아직 그 책 중 몇 개 읽지도 못했습니다ㅠㅠ 퀴즈대회는 눈팅으로 만족하게 될 것 같지만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ㅎㅎㅎ

잠자냥 2024-01-20 09:19   좋아요 0 | URL
역시 화가 님은 그중에서도 역사적 사건이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오시는군요!
분노를 넝어 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그럴 거 같아요. 책 못 사면 병….걸릴 거 같은데 남은 10여 일 참으실 수 있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19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꺄아아아아 소리질러~~~

독서괭 2024-01-19 19:54   좋아요 2 | URL
다음주 바쁠 것 같은데 큰일남…

잠자냥 2024-01-20 09:14   좋아요 0 | URL
혼자 난리남….. 🤣

은오 2024-01-2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잠자냥님 책탑 중지 선언 아무도 진지하게 안받아들였을걸요? 함부로 장담하셔도 뭐...ㅋㅋㅋㅋㅋ
헐 알라딘 심하다 -_- 전 깨끗한 책만 받고 팔 때도 당연히 최상등급만 받았어서 잘 몰랐는데 까다롭게 구는군요?! 보낼땐 까다롭게 안보내면서..........
순서 안맞는다고 집에 가고싶어하시는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요ㅜ 넘기여우십니다..

잠자냥 2024-01-20 19:22   좋아요 1 | URL
양장본 책표지 구겨졌다고 중! 이라고 해서 배송왔을 때부터 그랬다고 따졌더니 슈퍼바이백이니까 최상으로 해주겠다 동문서답 ㅋㅋㅋㅋ 은바오도 저럴 때 집에 가고 싶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1-20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탑 덕후 잠자냥님~!! 전 아직 이사(?)가 마무리가 안되가지고 독서 구매 0권, 읽은 책 3권 입니다....

24년도에도 잠자냥님 책탑 잘 참고하겠습니다~!!

잠자냥 2024-01-20 19:23   좋아요 1 | URL
이사 가고 나서 구매 대폭발 책탑이 천장 뚫고 나가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
 

‘윤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윤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바보 같고 어리석은 시대 같다. 이 땅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윤리적으로 살아갈 것을, 즉 인간답게 살아갈 것을 고민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현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잘 사는 것은 곧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 생각한다. 돈이 많은 것이 결국 성공의 지표이다. 그런데 잠깐만 생각해 보자. 인간으로 태어나 한평생 돈벌이에만 집착하고, 재물을 많이 쌓았지만 결국에는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 생이 과연 행복한 삶, 아니 괜찮은 삶일까? 탐욕적인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정치인이 피습을 당했다, 그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충격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아무리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싫은 사람이라지만 죽이려고 계획을 짜고 그것을 실제로 행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덕 기준이 망가진 것이다. 한편으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범죄를 저지른 사람, 허구한 날 유튜브만 본 게 아닐까? 나는 유튜브를 싫어한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싫지만 대게는 2차 가공한 정보를 말하면서 그것이 진리/진실인 양 주장하는 게 싫다. 무엇보다 그 모든 떠듦과 주장이 돈으로 환산되어 방송 운영자에게 꽂히는 구조가 혐오스럽다. 구독자수, 조회수, 좋아요, 후원 등등 사람들의 주의를 끌수록 돈이 몰린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탐욕적인 인간들이 몇 푼이라도 더 벌려고 자극적인 말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일단 질러보는 것이다. 그 탐욕의 절정, 결정체가 먹방이다. ‘Mukbang’이라는 영단어가 한국어 그대로 옮겨 썼다는 점도 참 의미심장하다.

나와 달리 집사2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그래야 현실의 고통을 잊는다나). 공포영화나 공포방송을 즐겨 보고/듣다가 요즘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폐인이 되어서는 이 프로그램을 정주행하고 있다. 나는 이 방송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인간의 온갖 추한 모습만 나열되어서 보고 있으면 괴롭다) 그래도 가끔 집사2 때문에 옆에서 볼 때가 있다(그렇지만 얼마전 내가 “김상중하고 셋이 같이 사는 거 같아.........”라고 말했더니 그 이후로 내 앞에서는 안 보려고 자제). ‘그알’에서 다루는 사건의 대다수도 결국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살인/강간/사기이다. 돈과 치정이 주된 살인 동기인데, 치정도 결국 인간이 다른 인간을 소유하고 제 마음대로 하려는 의지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면 일종의 탐욕에서 비롯된 악행이다. 사기를 치는 인간은 물론이고, 대체 왜 저렇게 당하는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들여다보게 되는 사람들도 결국은 탐욕에 눈이 멀어 사기를 당한다(작은 돈을 투자해서 큰돈을 벌려는 욕심/ 신에게 작은 돈을 헌사하고 현세 또는 내세에 잘 살아보려는 욕심 등등). 방송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욕심이 많아서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질 정도이다. 허영, 허세, 욕심 많은 인간이 싫다. 재미나게도 이 3종은 떼려야 뗄 수 없이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는 너는 욕심이 없냐고. 물론 나도 있다. 책을 많이 더 사고 싶고, 요즘에는 그 많은 책들을 짊어지고 이사 다니는 게 피곤해서(고양이들도 포함 ㅋㅋㅋ)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한다. 그렇지만 꼭 그 집이 내 소유일 필요는 없다. 책과 술에 월급을 탕진하는 나보다는 집사2가 가능성이 많아 보여서 니가 빨리 집을 장만하고 나는 이사 안 다니면 개꿀! 이런 정도의 마음가짐이다. 어차피 우리는 물려줄 자식도 없을 터라 집을 소유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장남한테 집과 땅을 물려준다고 하니 분노한 막내가 부모를 살해한 사건도 있더라. 이것도 탐욕이 아닌가. 그 재산은 부모가 평생 노력해서 마련한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장남도 막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부모가 전 재산 기부하고 죽어도 불평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른바 좋은 동네에서 좋은 차를 끌고 다니고 값비싼 음식을 먹으면서 인스타에 자랑하면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보다는 인생에 더 가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피터 싱어의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에는 이렇게 탐욕에 절어 살면서도 그것이 성공이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유명인사와 갑부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월스트리트나 IT 업계의 부자들만이 그칠 줄 모르는 탐욕에 시달렸던 것은 아니다. ‘정신의 지도자’라 명성을 얻었던 ‘오쇼 라즈니쉬’는 장난감을 수집하듯이 롤스로이스를 무려 90대 넘게 수집했다. 취미라고? 기행이라고? 탐욕이다. 그렇게 부를 쌓은 삶이 그래서 행복한가? 이 책에서는 이토록 탐욕스럽게 부를 쌓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체 자신이 왜 살고 있는지 방향을 잃은 사람들의 사례도 등장한다. 싱어는 루소의 말을 빌려온다. 루소는 일찍이 “우리가 이 같은 자연 상태에서 쫓겨난 것은 사유재산 제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둘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가진 것을 남이 가진 것과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이기려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루소는 “욕망의 확대가 불평등뿐 아니라 증오와 사회 갈등, 노예제, 범죄, 전쟁, 사기를 비롯하여 현대 생활의 온갖 폐단을 낳았다”(71쪽)고 말했고 싱어는 이 말을 빌려와서 흥청망청의 끝은 결국 비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대다수 현대인은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고 이를 탐하느라 인생을 소진한다. 그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소비사회의 사고방식에 하루에도 수천 번씩 세뇌당하여, 쾌락이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목표라고 믿고 계속해서 철학자들이 ‘쾌락주의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인 고대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싱어는 이처럼 윤리와 개인의 이익이 맞설 때 대부분의 인간이 개인의 이익을 선택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질문한다. 개인 이득과 윤리는 항상 상충할 수밖에 없는 문제일까? 이때 많은 이들이 윤리적 삶의 실천이 세상 전체에는 이롭지만 자신의 삶에는 해롭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싱어는 말한다. 그러나 그는 관점을 좀 달리해보자고 제안한다. 자기 이익을 폭넓게 바라보면 지구 환경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변화를 환영할 것이라고 예컨대 꽉 막힌 도로에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자가용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쪽이 자원을 덜 소비하지만, 자원을 덜 쓴다고 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의 전반적 만족도가 줄어들까? 자기 이익에 대한 통념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남보다 부자가 되는 것, 전보다 부자가 되는 것 말고 어떤 삶의 목표가 있을까? 물질적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공을 거둔 뒤 자신이 무얼 위해 그토록 땀을 흘렸나 하고 허탈감을 느낀다고 싱어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이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삶에 대한 통념을 바꿔야 할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돈돈돈 하는 세상에서 윤리를 말하는 사람은 지나친 이상주의자 취급을 받거나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긴다고, 바보라고, 멍청이라고 주위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기도 한다. 싱어는 이런 것들이 두려워서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함을 알면서도 결국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게 되는 인간의 속성도 언급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윤리적 선택을 일종의 기만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어떤 이익이나 보상 없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하는 진화생물학자들도 있다. 이 명제에 싱어는 반박한다. 차 한잔, 비스킷 한 조각 말고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생판 낯선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나눠주는 헌혈자들이야말로 인간 본성을 냉소적 비판자들의 경멸에서 구해낸다고. 게다가 싱어는 무형의 보상이 있다고 해서 개인의 이타주의적 동기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그가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 한 개인의 기부 행위가 순수하지 못한 의도(기부 행위 자체를 전시하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한, 또는 개인적 만족감에서 행하는 기부 등)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기부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한국 사회에서는 윤리적으로 행동하거나 타인을 위해 기부하는 행위를 폄하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도 많다. 위선이다, 이미지 세탁(홍보)이다, 기부(또는 선행)할 거면 조용히 하지 왜 이름을 알리고 하느냐 등등.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기부(선행)부터 하고 투덜대야 하지 않을까. 싱어는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지 않는 것부터 아이 학교에 가서 봉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의 윤리적 삶은 공동체에 대한 작은, 그러나 무수한 희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 보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상을 함께 추구하는 동지애일 수도 있고 단지 사회에서 비난을 사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타적 행동을 장려하는 보상이 무엇이든 이는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달리 보자면 ‘윤리망moralnet’이기도 하다. 윤리망이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그들의 행동에 윤리적 배경 역할을 하는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 관계를 일컫는 것으로 윤리망은 사람들이 윤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뉴욕주립대학의 라울 나롤은 이 윤리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튼튼한 윤리망을 구축하려면 사회적 유대, 공동체 구성원의 정서적 온기, 힘든 시기에 낙오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이나 ‘보험’, 사회를 하나로 묶는 공통의 상징, 의식, 전통, 신화, 이념이 필요하다. 고립된 개인들이 이기적 소유욕으로 뭉친 집단은 튼튼한 윤리망을 구축할 수 없다. 나롤은 윤리망이 취약하면 범죄, 약물 및 알코올 남용, 자살, 가정 폭력, 정신 질환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피터 싱어는 사회 전체의 윤리망이 윤리적 삶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해진 첫 사례로 미국을 꼽았는데 현재의 한국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싱어는 물질적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윤리적 입장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급진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된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윤리를 첫째에 놓고 정치를 둘째 자리에 놓으면 누구에게 투표하는가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는가를 잣대로 사람들을 판단할 수 있다. 그는 묻는다.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자원 불균형에 반대한다면(그리고 당신이 부자나라 국민이라면)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또 개발도상국의 극빈층을 돕는 단체들에 소득의 몇 퍼센트를 기부하고 있느냐고, 만일 인구 증가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느냐고, 종이를 만들려고 나무가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 쓴 종이를 재활용하고 있느냐고. 걷지도, 다리를 뻗지도 못하게 가축을 가두어두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렇게 생산된 베이컨과 달걀을 사며 공장식 축산에 일조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이렇듯 “윤리적 삶을 산다는 것은 올바른 태도를 취하고 올바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 이상을 요구”(332~333쪽)한다.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싱어는 더 뜨겁게 말한다. “소말리아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처지에 비하면, 프랑스의 일류 포도원에서 생산한 포도주를 맛보겠다는 욕망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고, 또 “토끼를 옴짝달싹 못하게 결박하고 눈에 샴푸 방울을 떨어뜨릴 때 토끼가 당하는 고통에 견주면, 샴푸의 품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무가치한 목표”라고. “오래된 숲을 보전하려는 욕망은 일회용 키친타월을 쓰려는 욕망보다 중요”하다고. 물론 생명을 윤리적으로 대하라는 말이 인생을 즐기거나 음식과 포도주를 음미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것이다. 그는 더 높은 차원의 윤리 의식이 널리 전파되면 이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희망도 놓지 않는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의식적으로 윤리적 입장에 서서 행동한다면 이로 인한 변화는 정부의 어떠한 변화보다 의의가 클 것이라는 싱어의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101가지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들은 탐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개와는 좀 많이 다른 지점). 물론 녀석들도 동물이기에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딱 자기 양만큼만 먹고 더 먹지 않는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길에 있는 녀석들은 굶주렸기에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다 먹어치우고도 남을 텐데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99퍼센트의 고양이가 자기 먹을 양만큼만 먹고 유유히 제 갈 길을 간다. 고양이도 이럴진대 인간으로 태어나 나만 배불리(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만 더 부자가 되는 것을 꿈꾼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이런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좀 더 나은 생을 사는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싱어의 이 주장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윤리적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사회라면, 이런 인간들이 많다는 사실-‘선(善)의 희미한 가능성’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살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이 로렌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도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끝없이 상기시켜준 어떤 가능성 때문이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수용소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 로렌초는 인간이었다. 그의 인간성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이 무화無化의 세상 밖에 있었다. 로렌초 덕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236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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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08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상중ㅋㅋㅋㅋㅋ 저는 유튜브를 잘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고양이 덕배를 아시나요?ㅋㅋ)
말씀하신 부분에는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그 사람 종이신문도 구독한대요. 보수신문들...
저는 그 테러행위도 적지않게 충격이었지만 거기 대응하는 보수 지지자들과 언론,정치계의 반응에
어질어질 하더라고요.

잠자냥 2024-01-08 16: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집에만 가면 김상중 목소리가 흘러나와가지고 ㅋㅋㅋㅋ
˝그런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덕배는 몰라요.. ㅠㅠ 가끔 길고양이 돌보는 유튜브는 집사2가 볼 때 본 적 있지만;;; ㅎㅎ
으음... 지방병원에서 서울로 헬기로 이동한 거 갖고 문제 삼는 사람들도 문제 있다고 봅니다....(지방병원 차별/헬기특혜 운운)
휴... 그 사람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한국에서 미움받으면서 정치하고 싶나 싶어질 정도. ㅎㅎ

다락방 2024-01-08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사야겠습니다,
라고 쓰면 이 페이퍼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겠죠...

잠자냥 2024-01-08 17:05   좋아요 1 | URL
읽고 재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ㅋㅋㅋ

꼬마요정 2024-01-09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열심히 읽다가 마지막 고양이 이야기에서 생각나는 일화가 있네요.
와, 20년 전이네요 벌써. 그 때 저희 집에 노란 꿀냥이가 한 마리 자리를 잡더니 새끼를 두 마리 낳았거든요. 한 마리는 노랗고 한 마리는 까맣고. 그런데 노란 새끼 고양이가 확실히 사람을 덜 무서워해서 밥을 주니 잔뜩 먹은 뒤에 형제인 까만 냥이에게 토해주더라구요. 보고 감동했어요. 결국 세 마리는 저희 집 마당에 자리 잡고 살았죠. 복죽, 갈쑹, 겁겁이라는 이름을 달구요. 보고 싶네요 ㅎㅎㅎ 고양이 최고!!!

잠자냥 2024-01-09 09: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고양이들은 남의 밥그릇 탐내지도 않고 양보도 잘해요… 오구 착한 것들! 고양이 만세!!😺

은오 2024-01-09 0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은 물론 없는 것보단 많은 게 좋지만 저도 이미 넘치는데도 악착같이 계속 모으는 사람들이 좀 신기했거든요?! 근데 <불안>에서 이 부분 읽고 이해가 좀 되더라고요. ㅋㅋㅋㅋ 아 이것도 일종의 인정/관심/사랑 중독이구나.

마찬가지로 높은 지위가 주는 유익은 물질적 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부자들 가운데는 다섯 세대가 써도 남을 만큼 돈을 축적해도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모으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은 놀랄 일은 아니다. 부의 창조를 경제적인 이유만 가지고 설명하려 할 때에만 그들의 노력이 이상해 보일 뿐이다. 그들은 돈만큼이나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존경을 추구한다. 탐미주의자나 쾌락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존엄은 거의 모두가 갈망한다. 만일 미래 사회가 조그만 플라스틱 원반을 모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으로 인해 열렬한 갈망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에 떨기도 할 것이다. (p. 17)

잠자냥 2024-01-09 07:14   좋아요 2 | URL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죠. 할 게 많아지니까. 책도 더 살 수 있고. 은바오 대나무도 왕창 사주고 특식으로 당근도 트럭으로 넣어주고…. 그것도 제주 구좌 당근으로… ㅋㅋㅋㅋㅋ

오잉 <불안>은 귀차니즘 극복하고 옮겨 적어놨군!!! 적절한 사용!

은오 2024-01-09 19:43   좋아요 2 | URL
근데 전 다 필요없고 잠자냥님만 있으면 되는데....
구좌당근이 몰까 하고 검색. 구좌읍? 거기 당근이 유명한가요?? 첨 알았따 ㅋㅋㅋㅋㅋ

너무 많이 꽂아놔서 옮기는 데 좀 힘들었습니다... 적절한 사용! 😆 헤헤

잠자냥 2024-01-09 20:36   좋아요 2 | URL
구좌읍 당근 진짜 유명하고 얼마나 자부심이 강한지 그 동네 가면 당근 동상 있어요….🤣

은오 2024-01-10 14:08   좋아요 2 | URL
저는 집에 잠자냥님 동상을 놔야겠읍니다.

은오 2024-01-09 0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튜브랑 그알 싫어하시는 이유 읽고.... 저번에 투비에서 마스크걸 얘기 하실 때도 느꼈지만 잠자냥님 너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님이 편안하게 살아가시기엔 세상이 너무 저급하고 드럽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런 잠자냥님이 인간혐오하시는 거 너무나 이해됨. ㅋㅋㅋㅋㅋ
저 같은 사람한테는 별 신경 안 쓰이는 것들도 잠자냥님한테는 다 불쾌한 자극이 될 것 같음......ㅠ

오늘도 잠자냥님 덕에 죠금 성장한 은바오. 이 책 저도 읽겠읍니다.

잠자냥 2024-01-09 07:07   좋아요 2 | URL
엥? 나도 드럽고 저급해 ㅋㅋㅋㅋㅋ 아 그건 아니지만 암튼 저도 비루합니다…. 단지 스트레스에 좀 더 취약할뿐…

어제 대나무 많이 먹더니 드뎌 100키로 넘었구나!!!

2024-01-09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9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4-01-09 0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ㅜ잠자냥님 너무멋있어서 또결혼욕구ㅜ차오르는중

잠자냥 2024-01-09 07:08   좋아요 2 | URL
밤을 새니 정신이 집을 나가지….😮‍💨

은오 2024-01-09 19:50   좋아요 2 | URL
안새도 맨날......
차오르기만하고 내려가지는 않는 결혼욕구

새파랑 2024-01-09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봐도 왠지 찔립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잠자냥님 독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군요~!!!

잠자냥 2024-01-09 07: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술만 좀 줄입시다 ㅋㅋㅋㅋㅋ 저 장르 가립니다…. 자기계발//과학/수학 못 읽음 ㅋㅋㅋㅋ

coolcat329 2024-01-0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중에서 뿜었지만 글 읽으면서 내내 저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나라가 마약에 조금씩 망가져가는 것도 윤리망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증거네요.
저는 유툽 잘 안봤는데 요즘 남몰래 먹방을 자주봤네요. 뭔가 자극적인 게 필요했나봐요. 에휴

잠자냥 2024-01-10 10:51   좋아요 0 | URL
ㅋㅋ 뿜음 포인트를 잘 아셨네요! ㅋㅋㅋ
마약은 자기만 파괴하면 그만인데.... 얼마전에 애들한테 마약 들어간 음료를 집중력 향상하는 음료라고 속여서 먹인 사건은 진짜 윤리가 와장창 무너진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해요. 돈 벌려고 무슨 짓이라도 다 하는... 경복궁에 10대 시켜서 낙서하게 한 일당들도 그렇고요. 에휴.....
ㅋㅋㅋ 먹방 보신다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전 제가 안 볼 뿐이지 집사2가 보는 것도 걍 둡니다. 나한테 보라고만 안 하면 됩니다. ㅋㅋㅋ 물론 피터 싱어는 먹방을 찍기 위해 산더미처럼 쌓는 그 과한 음식들을 살 돈과 먹방을 보면서 응원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부디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라고 하겠지만요.....

독서괭 2024-01-10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끄아악 토끼 눈에 샴푸를 떨어뜨린다고요?? ㅠㅠㅠㅠ 흐잉 ㅠㅠㅠㅠ 샴푸 살 때 동물실험 하는 곳인지 아닌지 확인해야겠네요..
집사2님이 그알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저희 남편도 종종 보는 것 같던데, 저도 그런 프로그램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영상 자체를 점점 더 안 보게 되고요.
저도 위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선에 대한 감각과 선함을 추구하고픈(보여주기식일지라도) 욕망은 있는 거니까요. 정치인들이 보호시설 같은 데 가서 장애인 목욕시켜 주고 사진 찍고 이런 건 대놓고 목적이 ‘선‘이 아니라 ‘당선‘이기 땜에 싫지만요. 상대를 수단화하는 것도 그렇고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장애, 질 병, 빈곤 등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신의 목적을 실 현할 수단으로 삼아 철저히 익명화(기호화)하는 방식으로 연출하는 공연은 결국 이들을 실격당한 존재로 만든다.˝는 내용이 떠올랐어요)
저도 욕망이 적은 편인데,, 특히 물건에 대한 욕망은요. 거의 유일하게 책에 대한 욕망이 자제가 어려웠는데 최근 성공적 자제중 ㅎㅎ 먹는 게 젤 어려운 듯 합니다.
좋은 리뷰 잘 읽고 가요~!

잠자냥 2024-01-10 18:13   좋아요 1 | URL
우아 좋은 댓글이다. <실격> 그 책은 저 아직 안 읽었는데 올해는 읽어야겠어요!! 위선에 대한 괭 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괭 님은 어쩜 책 욕망도 잘 눌러요?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