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사2랑 삼겸살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갑자기 집사2가 “넌 먹을 때 제일 행복해 보인다?”라기에 “응? 먹을 때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대꾸하다가 생각해보니 “아닌데! 난 누워서 책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 근데 책 읽을 땐 집중하고 있으니까 즐거워 보이지는 않지” 하고 말했다. 진짜야. 진짜라니까. 어제도 그렇게 소주 마시고 집에 들어와 넌 쿨쿨 잘 때 난 책 읽는다. 그래서 또 책도 샀지. 큰 택배 상자로 안 받으려고 야금야금 ㅋㅋㅋㅋㅋㅋ


    
조르주 페렉, <나는 태어났다>
<어렴풋한 부티크> 읽고 나서 페렉의 다른 책 혹시 뭐 나온 거 있나 검색하던 중 발견. 아니 이 책 언제 나도 모르게 나왔어?! 내가 페렉의 알림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인가?! 이럴 수가. 생각해 보니 조르주 페렉으로 신간 알림 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 페렉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로 알림 신청을 해서 놓쳤던 이 책. 이 책은 자전적 글쓰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메모, 단편, 연설, 비평, 편지, 자화상, 신문 기사, 인터뷰, 서평, 라디오 방송 등 다양한 성격의 글을 모았다.




그레이엄 그린, <코미디언스>
다부장님 최근에 이 책 생겼죠? 저도 샀습니다. 이 책은 북펀딩해서 출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펀딩은 하지 않았고, 출간 때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그레이엄 그린임에도 바로 사지 않았던 이유는....딱히 재미는 없어 보여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그 당시 아이티 대통령인 프랑수아 뒤발리에의 독재 치하와 그 체제 아래 다 쓰러져 가는 호텔을 운영하는 영국인의 이야기라고. 그래도 그레이엄 그린이니까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던 참에 집 근처 중고서점에 있어서 가져옴.




볼프강 카이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워 보여서 구매. “독일의 문학비평가 볼프강 카이저가 저술한 가장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그로테스크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고. 과거의 그로테스크를 살펴봄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그로테스크한’ 현대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는 취지.




아서 C. 단토, 데메트리오 파파로니, <예술과 탈역사>
이 책의 부제는 ‘예술의 종말에 관한 단토와의 대화’. 예술의 종말을 고해 미술계와 철학계 모두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온 철학자, 아서 C. 단토. 이탈리아의 미술 비평가인 데메트리오 파파로니가 단토와 함께 동시대 예술에 관한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아니타 브래디, 토니 쉬라토 지음, <쉽게 읽는 주디스 버틀러>
다부장님 최근에 이 책 생겼죠? 저도 샀습니다. 주디스 버틀러를 읽다 보니 더 읽고 싶어졌는데, 그러다 보니 눈에 들어온 이 책. 대중문화, 미디어, 실생활의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과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고. 그런데 책 만듦새는 좀 안 멋있네......ㅋㅋㅋㅋㅋ




주디스 버틀러, <젠더 허물기>
<젠더 트러블>도 안 읽었으면서 젠더 허물기부터 읽기?! 버틀러가 퀴어, 여성, 유대인, 철학자로 스스로를 전면화하고 개인의 역사를 드러내며 써 내려간 저작으로 1999년에서 2004년 사이에 쓴 글을 모아 엮었다고.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모두가 아는 책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예전에 나오기는 했으나 번역 지적하는 소리가 많아서 일단 보관함에만 묵혀뒀는데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기에 믿어보고 샀다.




세라 망구소, <300개의 단상>
에세이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에세이를 샀습니다. 세라 망구소 에세이는 다 읽어보려고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이 책은 미리보기 하다가 오호라, 하면서 또 반해서 샀다. 줌파 라히리가 세라 망구소를 일컬어 “오늘날 영미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가”라고 극찬했다고.

그래서 밑줄 그은 구절이 많은데 그중 하나만 소개.



당신의 반려동물은 당신이 어떤 인간 반려자를 찾는지를 드러낸다. 또한 당신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 P37


아쉬우니까 하나 더 소개?



파리에 간다면, 당신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파리가 아니다. 파리에 간 당신 자신이다. 다른 어느 곳에서든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냥 집에 있는 편이 낫다. 집에서, 당신을 둘러싼 환경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그곳에서, 당신은 온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단, 당신이 진정으로 보려고 한다면 말이다. – P102




고병권, <편집자의 세계>
책을 딱 펼치면 (미리보기에서 4페이지) 완전 크게 나오는 저자 사진에 당황했으나..........(저자 사진 보고는 읽지 말까 싶었음),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편집자들 이야기라서 읽어보기로 했다.





이제 주말이다. 누워서 책 읽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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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8-18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다부장 앞으로 보낸 편지 옅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로테스크 찜합니다. 주디스 버틀러 책에 자동으로 일국의 장관님 연상됩니다… 아이고.

잠자냥 2023-08-18 11:38   좋아요 1 | URL
버틀러랑 맞장뜬 나 자신에 도취된 그 뚜껑머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18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세라 망구소의 인용문이 어째 딱 자냥 님이 쓰신 듯 합니다?
출판계를 살리시는 독자님!!^^

잠자냥 2023-08-18 11:39   좋아요 1 | URL
반려동물 거기서 빵터짐요.ㅋㅋㅋ
파리 가봤자야, 집에 있어. 이 구절도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있나요? 하아. 개정판 사고 싶은데요?

2. 저 주디스 버틀러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나름 책 몇 권 있거든요? 젠더 허물기 사고 싶네요. 왜죠? 수집벽인가 ㅠㅠ

3. 오늘의 책탑은 뭔가 심오해보이네요. 오 …

4. 저의 책탑은 다음주 월요일을 기대해주세요! 앗, 월요일에 못 쓸 수도 있으니까 오늘 쓸까? 요건 생각 좀 …

잠자냥 2023-08-18 11:59   좋아요 1 | URL
1. 있을 거 같은데... 구판은 2014년에 나왔고요, 이 개정판은 작년에 나옴요...
2. ㅇㅇ
3. 심오는 무슨... 심사입니다. ㅋㅋㅋㅋㅋㅋ
4. 오늘 쓰면 책 사진 있음? 책 사진 없으면 무효.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18 13:09   좋아요 1 | URL
사진 없으면 무효 22222

다락방 2023-08-18 19:48   좋아요 1 | URL
하던대로 월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사진 못 찍은 자 올림 ㅋㅋㅋㅋㅋ

은오 2023-08-18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사2님 너무 부러우어어오오어ㅓㅓㅜ추엉어누ㅜ누
잠자냥님이랑 소주도먹고 삼겹살도먹고 잠자냥님 행복해하는것도보고 누워서책읽는것도보고 열받네................ 알라딘은 키워드차단기능좀.............
300개의 단상 제가 땡투했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08-18 13:14   좋아요 2 | URL
대신 제 짜증도 다 받고 견뎌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300개의 단상 땡투 안 그래도 은오 너로구나! 했습니다. ㅋㅋ

독서괭 2023-08-18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세라 망구소의 말,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낫다˝ ㅋㅋ 이거 얼마전 뉴요커에 실렸다는 ˝A Case Against Travel˝이라는 글과 일맥상통하네요. 물론 이 기사 원문을 제가 읽은 건 아니고요, 유료구독중인 오터레터에서 ˝여행에 대한 소수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해줘서 번역문을 읽었습니다. 페소아, 체스터턴 등의 말을 언급하면서 여행이 사람을 변하게 하지 않는다는 얘길 하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나저나, 먹을 때 행복해보이는 잠자냥님? ㅋㅋ 간식 먹으며 책 볼 때가 제일 행복하지 않나요? ㅋㅋ 그런데, 잠자냥님은 체력이 좋으신가 봅니다. 집사2님 쿨쿨 자는데도, 술 마셨는데도, 책을 읽으시다니.. 역시 없는 건 은오님밖에 없는 잠자냥..

잠자냥 2023-08-18 13:16   좋아요 2 | URL
여행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여행지를 변하게 하기는 함 ㅋㅋㅋㅋㅋ
먹을 때라기보다는 일단 술을 마시면 행복해하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근데 간식은 잘 안 먹어요. 다락방하고 비슷함. ㅋㅋㅋㅋ 술과 고기파? ㅋㅋㅋㅋㅋㅋ 특히 책 읽을 때 간식 먹으면 방해됨. 커피도 그냥 원샷으로 마셔버리고 누워서 읽습니다. 커피 마시면서 책 읽으려면 계속 일어났다 누웠다해야 해서 ㅋㅋㅋㅋ
전 술 마시고도 꼭 책 읽다 자기는 해요. 안 그러면 그날이 좀 허무함...
(은오는 안 갖고 싶은데.....)

은오 2023-08-18 13:18   좋아요 3 | URL
드릴테니 사양하지마시죠

잠자냥 2023-08-18 13:25   좋아요 2 | URL
극구 사양하옵니다.

단발머리 2023-08-19 13:49   좋아요 3 | URL
세상에.... 독서괭님! 간식 먹으며 책 볼 때 제일 행복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저두 그래요.
그러나 우리는 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 읽으면서 간식 안 먹고 커피도 원샷으로 마시는 사람을.... 어떻게 이겨요.
잠자냥님이야말로 진정한 독서 장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은오님께 수령!

자목련 2023-08-18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금야금이 더 무섭다는 ㅋㅋ

잠자냥 2023-08-18 13: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놈의 쿠폰이 절 이렇게 만들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받는다하면서 오늘도 받음 ㅠㅠ)

레삭매냐 2023-08-18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uying books 를 walking 으로 착각했다는 -

잠자냥 2023-08-18 14:54   좋아요 1 | URL
ㅋㅋ 사실 제목에서 늘 그것을 노렸습니다요.

건수하 2023-08-18 15:04   좋아요 1 | URL
저의 카테고리 분류도 그렇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08-18 15:13   좋아요 1 | URL
우린 모두 산책자 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8-18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렉으로 유혹당하고 있습니다.
한권 두권 사고 있는데.. ㅎㅎ

잠자냥 2023-08-18 16:22   좋아요 1 | URL
한 권 두 권 사서 모으고 싶은 작가~ ㅎ

구단씨 2023-08-1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야금야금. ㅎㅎㅎ
책은 큰 박스로 받는 기쁨도 있지만, 야금야금 받는 즐거움이 커요!!!

잠자냥 2023-08-19 12:46   좋아요 0 | URL
ㅋㅋ 단 집에 아무도 없고 나만 있을 때 받아야 합니다!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18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탑을 보니... 조르주 페렉 위에 냥님들 귀라도 쫑긋 나와야 할 것 같아요 ㅋㅋㅋ
당신의 반려동물을 보면...을 보니, 저희집 냥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ㅋㅋㅋ 제가 이런 인간 반려자를 원한다구요??? 에이.. 설마...

잠자냥 2023-08-19 12: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 저는 고양이라는 존재로만 생각하고 끄덕끄덕했는데 구체적으로 우리집 냥이들 성격 대입해보니 ㅋㅋㅋㅋㅋㅋ 막내 빼고는 안 되겠는데요! ㅋㅋㅋㅋ 특히 똥테러 3호 어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1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미 읽은 책 한 권 나와서... 저는 무척 행복하고 평안합니다. 아... 덥지만 평안한 주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9 15:29   좋아요 0 | URL
젠더 허물기?! ㅎㅎㅎ 다시 엄청 더운 주말이네요. 평안한 주말 잘 보내세요~~

다락방 2023-08-21 09:00   좋아요 0 | URL
저는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찍어봅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3-08-28 09:53   좋아요 2 | URL
락방님 페이퍼 보다 이 댓글 생각남요 ㅋㅋㅋ
락방님 딩동댕 잠자냥님 땡 ㅋㅋㅋㅋㅋ
 
















“당신 말이야, 그렇게 벌써부터 술에 절어 살면 쉰도 못 채우고 주님 곁에 가게 된다고!” 불쌍하지만 불쌍하지는 않은 캐럴라인이 주디스 헌에게 말한다. 그러자 이미 소주 댓병은 깐 듯붉어진 코와 고꾸라진 혀로 주디스 헌이 대꾸한다. “이 할망구야, 그렇게 일흔이 넘도록 열심히 살아봤자 결국 당신이 가는 곳은 차디찬 무덤일 뿐이잖아! 거기가 천국이라고 생각해? 바로 지금 여기 주님 곁이 천국이야!” 그러고는 또 꿀꺽꿀꺽 술을 마시고 입술을 훔친다. 캐럴라인은 그 중년의 술주정뱅이가 못내 못마땅해 혀를 끌끌 찬다. 나의 크리스천 키네마사가 저렇게 정신적으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해주어야 하거늘!

<불쌍한 캐럴라인>은 읽는 내내 외로운 열정을 지닌 주디스 헌을 떠올리게 된다. 주디스 헌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만약 갱생(?)이라도 한다면 그래서 오래 살게 된다면 이렇게 늙지 않을까 싶은 인물이 바로 캐럴라인이다. 그런데 그렇게 늙어도 그 앞에는 여전히 ‘불쌍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캐럴라인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그녀를 언급할 때 ‘불쌍한 캐럴라인!’ 하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들은 캐럴라인을 불쌍하다고, 아니 가엾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캐럴라인은 연민이 든다기보다는 뭐랄까 불쌍하기는 한데 그 불쌍함 끝에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차게 하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 예컨대, 주디스 헌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아. 그 여자 참 안됐지만 내가 딱히 엮이고는 싶지 않아....하는 그런 마음이랄까.

캐럴라인은 일흔두 살에 생을 마친다. <불쌍한 캐럴라인>은 캐럴라인의 장례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노파의 장례식에 다녀온 친척들은 장례 현장을 묘사하면서 한 번 더 혀를 끌끌 찬다. “불쌍한 캐럴라인!” 그런데, 상속 이야기는 뭐야? 이 가난한 노친네가 어디서 그렇게 유산이 많이 생겼어? 궁금증이 인다. 주디스 헌과 달리 이 노파는 부자이긴 한가 싶은데 웬걸, 이윽고 독자는 알게 된다. 있지도 않은 돈으로 누구에게는 몇 천 파운드를, 또 누구에는 몇 천 파운드를 주겠다는 대단한 유언장을 남긴 것이다. 그 유언장 이야기를 듣고 한 조카는 코웃음을 친다. “대단한 기생충, 엄청난 멍청이, 기막히게 지루한 분, 크나큰 고통거리”였던 그 할망구가 그렇게 엄청난 재산을 남겼을 리가 없다고. 하지만 혹시 그게 진짜는 아닐까? 친척들은 모르지만, 이 노파가 크리스천 키네마사라는 회사를 차리고 그 영화사에 투자를 받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분주하게 뛰어다녔는데, 실은 엄청난 부자가 아니었을까? 독자는 서서히 이 노파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간다.

크리스천 키네마사- 이름은 그럴듯하다. 명분도 있어 보이고 영화 산업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발명가도 이 회사 소속(?)이다. 이제 투자만 받으면 된다. 투자자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오호, 이 노파 수완이 좋구만! 싶은데 뭔가 좀 뜯어 먹을 게 있어 보이는 노인에게는 잔머리를 굴리는 사기꾼들이 들러붙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사기꾼들도 그 면면을 보면 불쌍한 캐럴라인 못지않게 불쌍하다. 일단 사기를 치려는 상대를 좀 잘못 고른 느낌이 든다. 애초부터 부자인 사람, 기꺼이 봉이 되어줄만한 사람을 잡았어야지 캐럴라인처럼 혼자 하숙집에 사는데 집세는 밀리고, 친척이 준 낡은 옷을 입고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일들을 하겠다고 여기저기 종종거리고 다니고, 아무도 실어주지 않는 글을 쓰고, 저녁밥으로 마가린 바른 빵을 먹는 노파를 선택하다니, 참으로 불쌍하지 아니한가.

그렇다. 캐럴라인도 주디스 헌도 둘 다 가난한 비혼 여성이다. 한 사람은 노파, 한 사람은 중년에 접어든 나이. 그리고 가난하기 때문에 멸시당한다. 만일 그들에게 돈이 있었다면 그 주변 사람들이 그녀들을 그토록 철저히 무시했을까? 둘 다 외모도 매력적이지 않다. 성격도....그다지 호감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두 사람 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도 외로움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해소하려고 한다. 여기서 이들의 더 큰 문제와 고독이 발생한다. 주디스 헌은 자신의 결혼 상대자로 잘못된 사람을 선택하고 오, 캐럴라인! 일흔이 넘은 그녀조차도 여전히 로맨스에 불타오른다. 사실 난 이 두 사람이 그 나이에도 여전히 로맨스를 통해 삶을 바꿔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꽤 답답했다. 열정을 불태우기 전에 돈을 벌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두 주인공이 살던 시절은 지금과 다르고 배움이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고 재산을 유지하고 지키면서 위엄 있게 살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과 상반된 인물이 <불쌍한 캐럴라인>에 등장하기는 한다. 캐럴라인의 먼 친척뻘인 젊은 여성 엘리너가 그렇다. 엘리너는 부모를 일찍 여의긴 했으나 상당한 유산을 받았다. 게다가 배움도 있고 자기 생각도 또렷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 의식도 있다. 작가인 위니프리드 홀트비의 분신이 바로 이 엘리너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자신이 지닌 특권을 알고 있고, 그 특권을 자기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 부모를 잘 만나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걸 괴롭게(부끄럽게) 여길 줄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고민 때문에 가난한 친척인 캐럴라인을 만났을 때 크리스천 키네마사가 가망이 없어 보임에도 선뜻 거금을 투자해준 것이다. 그리고 캐럴라인은 엘리너의 이런 상황과 심리를 알고 그녀를 십분 활용한다. 투자금도 받아, 돈이 없을 때마다 빌리는 것이라면서 돈도 달라고 해.... 심지어.............

엘리너는 캐럴라인이나 주디스 헌에 비해 젊다. 이제 이십대이다. 그러나 캐럴라인, 주디스 헌처럼 곁에는 이제 그녀를 보호해주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다. 부모는 죽었고 하나뿐인 오빠는 미국 땅으로 건너가 그녀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돈이 없다면, 배움이 없다면 엘리너의 삶도 주디스 헌이나 캐럴라인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게다가 이 작품에서 묘사하기에 엘리너 또한 그다지 매력적인 외모는 아니다. 옷차림도 행색도 소년에 가깝다. 그런데도 그녀 주변의 남자들은 캐럴라인이나 주디스 헌과 달리 엘리너에게는 매력을 느낀다. 왜일까?  젊어서? 돈? 물론 젊음과 돈은 중요하다. 엘리너의 매력을 만드는 데 돈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엘리너는 돈만 가진 젊은 여성이 아니다. 엘리너는 자신에게 주어진 돈으로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배움은 그녀를 똑똑하게 만들었고, 엘리너에게 반하는 남성들은 특이하게도(특이한 건 특이한 것이다. 아마도 작가가 여성이라 여성의 똑똑함에 반하는 남성 캐릭터를 창조했는지도...-_-) 그녀의 지성미에 반한다. 대화가 통한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엘리너는 이 배움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고, 앞으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들의 구애를 뿌리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감 넘치게 자기들을 거절하니까 남자들은 더 안달이 난다.

캐럴라인이나, 주디스 헌이나 비혼으로 나이 들어가는 여성에게는 무엇이 꼭 필요한지 일깨워준다. 자기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이 꼭 필요하다. 돈이 그리 많지 않다면 무언가 다른 일을 계획할 수 있고 꿈꿀 수도 있는 배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력과 배움, 이 두 개를 다 갖췄었다면 주디스 헌도 캐럴라인의 삶도 덜 외로웠을 테고, 덜 비참했을 것이다. 캐럴라인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하고자 했고 신념을 지켰다고는 하는데 글쎄... 주변에 손을 벌리고 신세를 지면서 지켜나가는 신념이란 내게는 빛이 좀 바래 보인다. 돈도, 배움도 있었던 엘리너가 주디스 헌이나 캐럴라인과는 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녀 또한 결국 로맨스에 안착하고 마는 것 같아 약간, 아니 아주 좀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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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7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8-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주디스헌과 비견될 만한 사람이 여기에!! 장례식에서 시작되다니.. 것도 혀를 끌끌.. 짠하네요.. 주디스헌은 부디 그보단 나은 노년을 살기를 빌게 됩니다ㅠ

잠자냥 2023-08-17 22:02   좋아요 2 | URL
술을 끊어야….

건수하 2023-08-17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디스 헌을 아직 안 읽어봤지만, 캐럴라인도 좀 안타깝지만…

있지도 않은 돈으로 유산을 나눠준다는 유언을 남기다니 (장난이 아니고 영화사가 잘 되었다는 가정이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은 장난이네요 (….)

독서괭 2023-08-17 21:2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수하님 장난꾸러기!!

건수하 2023-08-17 21:27   좋아요 2 | URL
죽어서 욕 좀 먹으면 어떠냐며 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7 22:0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것이 캐 할머니의 큰그림이었던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8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의 지성미에 반한 남자와 연애한 적이 있답니다? 그런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긴 합니다. 물론 저는 지성미 와 육체미에 그가 이끌린 거라고 생각하지만 … (먼 산)

저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어떤 결핍을-그것은 외로움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죠- 로맨스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답답했어요. 타인으로부터 결핍을 채운다면 그건 온전히 채워질 수 없고, 그러다보니 아 이놈도 아니구나 돌아서도 다음에 또 다른 놈을 찾고 … 왜 주변에도 남자 없이 못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거야말로 온전히 채워주는 남자는 없다, 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결핍을 로맨스로 채우려하지 말고-못채움- 자신 안의 외로움과 고독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먹고 살만한 돈을 벌고-반드시 많이 벌어야 하는건 아니고요- 그리고 배워야죠, 뭐가 됐든.

그나저나 제가 지금 남걱정 할 때가 아닙니다. 제가 비혼으로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요즘에 걱정이 많아요. 자식이 있다고 돌보아주는 건 아니지만, 저는 혼자인데 지금보다 더 몸이 약해지고 병들면 어떡하나, 시설 좋은 요양원은 돈이 들겠지 … 이런 생각하면서, 어제는 비혼으로 늙어가는 다른 친구와 ‘우리 좀 더 나이들면 이웃해서 살자‘고 했어요. 가끔 들여다보면서 얘가 혼자 넘어져있지는 않은지, 그런데 연락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서로 확인해주자고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절대 같이 살진 말자.˝

친구도 그건 절대 안된다고 하더군요. (너 나랑 살기 싫어? ㅋㅋ)
지난주에도 그리고 어제도 응급실에 실려가고 점점 몸을 가눌 수 없는 할머니를 보니 저게 언젠가의 내 모습일텐데, 나는 아무도 없는데 이걸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걱정이 많습니다. 휴 …

잠자냥 2023-08-18 09:5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게 다락방 님은 똑똑한데 몸매도 받쳐줬기 때문에 ㅋㅋㅋㅋㅋ그 남자가 반한 거라니까요. 그냥 단지 똑똑함에만 반하는 남자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네가 똑똑해서 좋아” 그 뒤에는 (그런데 넌 예쁘지, 돈이 많지, 능력이 있어서 날 먹여살릴 거 같지, 섹스를 잘하지 등등) 기타 등등이 따라붙어 있거나 때로는 그게 더 큰 이유이지만 똑똑학고 착해서 좋아한다로 포장되기 쉽다고 생각해요(남혐스런 발언이지만 경험상 그러함 …) 무튼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서 엘레나를 좋아하게 되는 남자들은 좀 특이했어요. 일단 돈 많다는 사실도 몰랐고. 외모를 보고는 처음엔 다들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비혼으로 늙어간다는 거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고민이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다락방님 같은 딸이 없는 한 뭐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8 09:07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도 더 나이들면 이웃해서 사십시다. 가끔 잘 있나 문 두드려보고 그러고 살면 좀 괜찮지 않겠습니까. 어디서 이웃해 살까요? 룩셈부르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8 09:14   좋아요 1 | URL
그건 좀 더 늙으면 생각해봅시다. ㅋㅋㅋ

은오 2023-08-18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도 필요하고.. 다락방님 말씀대로 서로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심심할때 같이 놀 친구도 필요하겠고.. 결혼여부는 중요하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에효 벌써부터 걱정하면 골아프니까 그냥 잠자냥님이나 좋아하자 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8 13:30   좋아요 1 | URL
이보게 옥동자, 자네는 아직도 멀었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ㅋㅋㅋㅋㅋ

Falstaff 2023-10-05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럴라인 읽으면서, 어디서 본 캐릭터인데 누굴까... 누굴까... 하다가 번쩍 떠오른 인물이 주디스 헌이었습니다. 지금 독후감 쓰려고 창 열어봤더니 주디스 헌은 이미 잠자냥 님이 써먹으셨네요. ㅎㅎㅎ

잠자냥 2023-10-05 16:29   좋아요 1 | URL
또 써먹으세요. 어떻습니까!
 

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그들과 섞이기보다는 혼자 있거나 최소한의 사람만 만나면서 사는 것을 선호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는데 나이 들수록 이런 성향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사람의 어떤 특성을 좀 못 견뎌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무리를 짓고 그 무리의 힘을 믿어서 혼자 있을 때는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는 것. 이기심, 탐욕, 그게 무엇이든 권력을 지닌 자에게 아부하고 굴종하는 태도 등등.... 인간의 이런 단점들을 일일이 나열하다가는 이 글을 다 쓰지도 못하고 지칠 것 같으니 그만 두자. 물론 드물게 아름다운 인간들도 있다. 그러나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90명은 추하기 짝이 없고, 처음엔 가면을 쓰고 아름다운 척 잘 포장했던 사람도 결국에는 결정적일 때 추한 면모를 드러내고 말기 때문에 나는 인간과 섞이지 않는 편을 택하고 만다.

어릴 때도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유독 그런 추한 꼴이 눈에 잘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친구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조용히 구석에서 늘 책만 읽고 있으니 어른들은 애가 너무 내성적이라 큰일이라고, 몹시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나도 먹고살아야 하므로 가면을 쓰는 법을 찾았고, 사회적 가면을 쓰고는 지금까지 잘도 버티면서 이 한국이라는(이기심과 탐욕이 넘쳐나는 인간이 유독 많은)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넌 고매하느냐? 누군가 묻는다면 나 또한 이기적이고 탐욕...(적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예 없지도 않다)도 있는 평범하고 비루한 인간일 뿐이다. 특히 대개의 인간이 그렇듯이 연애할 때 나는 세상 찌질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지금은 덜 하다고 생각).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그 비루한 면모를 서로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아니 굳이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고로 나는 그 어린 시절 자아가 조금씩 갖춰지기 시작하던 10대 때부터 주변의 아이들이 어떤 사람에게 꽂혀서 열광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또래의 친구를 좋아한다거나, 이성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저 멀리 있는 사람들, 연예인이라거나 선생님 같은 존재에 열광하는 것, 그 감정을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린 시절에 돌아다니던 앙케트 항목- 거기엔 늘 그런 질문이 있었다. 좋아하는 연예인,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누구누구는? 특히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애로 주변에 알려졌던 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절부터 책을 추천해달라면서 어떤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잘 묻고는 했다. 그럴 때 나는 한참 생각한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한다고?! 사람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건 아닌데..... 단지 그 사람이 쓴 작품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것일 뿐인데.....

내 친구 중에는 사람 자체에 빠지는 녀석이 있다. 이 친구는 그러니까 김연아와 손열음과 김혜리 기자와 대미언 라이스를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이들의 콘서트나 GV나 강연 등의 자리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이 친구 때문에 김혜리 기자의 무슨... 뭐더라(기억이 안 난다)를 같이 가 본 적이 있는데 아, 이렇게도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것이구나 약간 객관적인 감상자가 되어 친구를 관찰하고 온 적이 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친구의 그 열정과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사람 자체를 좋아할 수가 있지? 싶어진다. 김연아가 아이스링크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할 때, 손열음이 강렬하게 타건을 하면서 훌륭한 연주를 들려줄 때, 대미언 라이스의 몇몇 음악에 감동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이 만들어낸 ‘예술’을 사랑할 뿐이지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물며 작가란... 작가의 글이란. 작가를 좋아한다는 것이란. 내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알면 알수록 싫어지는 인간이 많은 집단이 ‘작가’라고 생각해서 더 그런 것 같다. 한국 작가의 글을 잘 읽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같은 땅에 살다보니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그들의 치부까지도)을 너무 잘 알게 되고, 그런 유쾌하지 않은 인간이 쓴 글을(글은 또 얼마나 포장하기 쉬운가) 굳이 읽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작가’들은 젊을 때와 달리 늙을수록 추한 면모를 잘 드러낸다(애초에 인간이란 존재가 그런지도). 나이 들면서 망가지는 작가들을 여럿 보게 되는데 최근엔 강준만이 나의 그 리스트에 올랐다(그는 왜 살아있는 권력에는 입을 꾹 다물고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가? 마봉춘을 비판하려면 조선일보부터 비판하라. 아직도 민주당만 까고 있는가? 국힘부터 까라.) 그도 이제 그만 읽을 때로구나!

나 스스로 문화사대주의자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고는 하지만 멀리 떨어진 나라의, 그래서 그의 사생활이나 망가지는 순간에 대해 세세히 잘 알지 못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편이 차라리 속편하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전기나 사생활을 파헤친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몇 해 전 나쓰메 소세키의 아내 나쓰메 교코가 쓴 <나쓰메 소세키, 추억>이 출간되었을 때도 아 또, 뭘 이런 책까지 내고 있나 싶어졌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나쓰메 소세키가 지인이나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들, 또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그가 좋은 남편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친구인 마사오카 시키나 아내에게 쓴 편지를 보면 여성혐오적인 발언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100년 전의, 동양의 작은 나라의 그저 그런 조그만 남자일 뿐이다. 그렇다고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싫어하게 되지는 않는다. 소세키라는 인간 자체를 크게 좋아한 적이 없으므로 실망하게 되지도 않는다. 그저 동료나 제자들에게는 좋은 벗이자 스승이었지만 그도 한 인간으로서는 이런 한계가 있었구나 생각할 뿐.

그런데 내 기준에는 글로 자신의 본질을 잘 포장하는 작가들이 있다. 머리가 너무 영리해서 자기의 본 모습을 잘 숨기기도 하고 포장도 잘한다고나 할까. 그런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아서 잘 읽지 않게 된다. 장강명과 유시민이 나에겐 그런 작가이다. 영리해서 영리한 글을 쓰지만 머리로 쓴 글들이라 딱히 와 닿지 않는 그런 글- 특히 장강명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잘 알고, 그걸 작품으로 만드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그는 그런 의식을 지닌 작가로 보일 수 있지만(독자들이 착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종종 그의 글에서 숨기지 못한 본질을 보게 된다. 이른바 스카이를 나오고 주류 언론사에서 오랜 세월 기자로 지내면서 갖춰진 프레임이 자기도 모르게 작동할 때가 있다. 유시민도 마찬가지이다. 불의에 맞서 싸우던 젊은 그에게도 한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그 아름다움은 포장된 아름다움이어서 본질이 자기도 모르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이 있다.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말. 이 말이 나는 그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그가 쓴 글은 포장을 잘한 가짜로 보인다.

세상에는 해일이 밀려와도 조개를 줍는 사람들이 있다. 드물지만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작가라면 해일이 밀려와도 조개를 주울 줄 알아야 하는, 조개를 주워야만 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아야만 한다고, 아니 그 조개를 주울 수밖에 없는 심정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 글이 곧 삶인 사람, 말과 글, 삶이 일치하는 작가가 아니라면 쉽사리 인간으로서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작가는 드물다. 그렇지 않은가? 인간은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에, 나약하기 때문에 글과 달리 삶은 비루해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하워드 진은 글과 말과 삶이 일치한 드문 사람이었다. 진은 태생부터가 가진 자 편에 서기 어려웠다. 그의 부모는 유럽에서 이주한 유대인 노동자였고, 진 그 자신도 어릴 때부터 노동을 해야만 했다. 어렵사리 구한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에 빠져들었고, 자신의 경험들-평화집회에서 맞은 곤봉 세례, 전쟁에 징집당해 목격한 참혹함, 노동자조합을 설립해 일하면서 몸소 겪은 자본주의의 폐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끊임없이 노동하면서 대학에 진학하고 그러고도 늘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만 하는 삶. 여러 대학을 전전하면서 강의하다가 흑인 여자 대학인 스펠만대학의 전임교수가 된 일, 흑인 차별 중심지였던 애틀랜타에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수업을 하고, 시위와 집회에 참여하면서 결국 스펠만대학에서 해직당하는 삶.... 그 이후로도 그는 죽는 날까지 미국 정부 및 지배계급에 거침없는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말과 글로만 내뱉는 게 아니라 실제 삶에서 늘 가난한 사람, 흑인(유색인), 노동자, 노숙자, 여성, 억압받는 자 등 약자 편에서 행동했다. 그런 인생을 살아간 이가 쓴 글을 읽노라면 절로 마음이 뜨거워진다.


“물론 여러분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압니다.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을 해서 자식도 낳아야겠지요. 부자가 되어 우리 사회가 성공이라 규정하는 ‘성공’을 거두기도 할 겁니다. 재산을 모으고 사회적 지위와 권위도 쌓아갈 겁니다. 하지만 ‘좋은 삶(Good Life)’은 그런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슨 일은 하던, 교사가 되던, 사회 운동가가 되던, 사업가, 변호사, 시인, 과학자 등 무엇이 되던, 여러분의 자식, 아니 모든 아이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여러분의 삶을 조금이라도 투자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세대는 전쟁 종식을 강력히 요구하고, 여러분의 세대는 역사에서 아직 이뤄내지 못한 일을 해내고,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구분 짓는 국경을 지워버리길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이 사회에서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그 성공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당한 규칙에까지 순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안에 감춰진 용기를 마음껏 끌어내서 행동하길 바랍니다. 흑백을 넘어서 우리가 귀감으로 삼을 사람은 많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콜린 파월, 클라렌스 토마스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귀감으로 삼지는 마십시오. 그들은 권력자와 부자의 하수인이 됐을 뿐입니다. W.E.B 듀보이스, 마틴 루서 킹, 맬컴 엑스, 매리언 라이트 에델먼, 제임스 볼드윈, 조세핀 베이커 그리고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배집단에 도전한 훌륭한 백인을 귀감으로 삼으십시오.” (‘실망을 이겨내고’라는 하워드 진의 스펠먼대학 졸업 축사- 2005년 진은 스펠먼대학으로 돌아가 명예학위를 받았고 졸업식 축사를 했다)



삶과 글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글 쓰는 사람 중엔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 많다. 그런 자의식으로 무장하고서 글에서는 꼬장꼬장하게 옳지 못한 현실을 비판하면서 실제 삶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 나는 그런 사람과 그런 사람이 쓴 글을, 좋아할 수가 없다. 아무리 글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쓴 소리를 늘어놓아도 실제 자기 삶이 그렇지 못하다면 그 글은 ‘죽은 글’이나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읽을 글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죽은 글을 읽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가! 쓰레기 언론에서 주는 상으로 등단하고 그래서 그들과 계속 엮이면서, 그들만의 문학권력을 만들고 서로 뒤를 봐주는 문인들의 글도 읽고 싶지 않다. 그런 작가들이 소설에서 아무리 현실이 어떻고 말한다 한들 그게 진심으로 다가올 리가 없다.




물론 모든 작가가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내가 그나마 인간적으로 덜 싫어하는 작가들은 대개 이렇게 살아보려고 애는 써보지만 종종 실패하기도 하는 또는 크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런 관점을 갖고 살아가려고 늘 애쓰는 작가들이다(최근에는 최윤필과 김승섭의 글을 꾸준히 읽는 편이다. 이들이 늙어도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계속 읽을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하인리히 뵐이나 카렐 차페크도 좋아하는 편이다. 수잔 손택도 여기에 좀 가까운 유형이기는 한데, 그이의 삶은 모순이 참 많은 것 같고(일기를 괜히 읽었나 -_-? 멀리서 그냥 볼걸), 지성이나 날카로운 감각,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점, 미친 듯이 무언가 읽고 보고 쓰고 하는 에너지 등등은 본받고 싶지만 말이 많고(일기에서 본인도 인정. 얼마나 말이 많았는지 매년 일기마다 ‘말을 적게 하자’는 결심을 적었을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단추 달기(입에 단추 채우기)’. 게다가 씻는 것도 무척이나 싫어했다. 씻기를 결심하는 부분도 일기에 자주 그려진다. 이를 테면 이렇다. ‘매일 목욕하고 열흘에 한 번씩 머리 감기’ 헐 열흘에 한 번씩이라니!!!!) 나르시시스트적인 면모, 끊임없는 애정 갈구 등의 점에서 친구나 연애 상대로서는 피곤할 스타일 같아서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언니. 또 이런 기준에서 나쓰메 소세키보다는 오에 겐자부로를 한 인간으로서 더 좋아하지만 작품으로는 아직 나쓰메 소세키의 것이 더 좋다. 이것도 참 모순이네... -_-

그러나 모든 작가가 이렇게 삶과 글이 일치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높은 기준만으로 작가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상처투성이 글을 남겼는데 그 상처가 자기 내부 깊숙이에서 우러나와 진실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작가의 글들, 그런 작가도 덜 싫어하는 편이다(좋아한다고 굳이 말하지 않는 고집). 예컨대 트루먼 카포티, 테네시 윌리엄스, 유진 오닐 같은 이들- 이 세 사람은 가족 내에서의 결핍이나 상처, 성정체성 문제(유진 오닐 제외)로 평생 고통받았고 그걸 결국 글로 승화한 인물들이다. 그렇게 피로 쓴 글들이라 그런지 울림이 크다. 그 글이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지 아닌지를 의심하지 않게 된다. 세 작가 모두 마초적이지 않다(마초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마초마초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이들을 보면 아마 질질 짠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헤밍웨이가 총을 들고 나타나 카포티에게 징징거리지 말라고 협박하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런데 나는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는 헤밍웨이보다는 총에 맞아 죽어가는 짐승을 보며 울어버릴 것 같은 카포티의 그 나약한 점이 좋다.

그런데 뭘 이렇게 길게 쓰고 앉았지? 삶과 글이 일치한 훌륭한 인간이었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진실에 가까운 훌륭한 예술 작품을 남긴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미국 민중사>를 쓸 무렵의 하워드 진



어떤 것을 아는 방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피상적인 앎과 마음 깊이 진정으로 느끼는 본질적인 앎이 그것입니다. 설령 자신이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본질적인 앎에 이를 수가 있습니다. 만약 인종차별의 희생자라면 본질적인 앎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백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해도, 유색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할지라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바로 문학이 그 같은 일을 합니다. 사람들은 리처드 라이트가 쓴 <깜둥이 소년>이나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을 읽고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 p.47~48)


질문하라. 이 사람이 뭔가 내게서 좋은 점을 끌어내는가? 아니면, 이 사람은 아름답고 선하고, 귀한가? (수잔 손택,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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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11 21:52   좋아요 2 | URL
네, 책나무님!
장강명 작가의 작품 읽어볼께요.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고민하는 모습이면 저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 유시민도 좋아하고
작가 유시민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미미 2023-08-11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읽으면서 그의 실천하는 삶에 가슴 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워드 진의 책을 여러 권
사두었어요. 수전 손택 일기에 그런 것까지 있을 줄이야... 어제 유시민이 KBS에 대해 쓴 칼럼 읽고 좋았는데 ㅋㅋㅋㅋ
잠자냥님 말씀처럼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잠자냥 2023-08-11 22:48   좋아요 2 | URL
<달리는 기차> 진짜 가슴 뜨거워지는 책이죠.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손택의 일기는 진짜 일기입니다. 아들인 데이비드 리프거 편집하기는 했는데 아들이 읽으면서도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솔직. ㅎㅎ

다다 2023-08-11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격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을까, 전 좀 회의적입니다. 사람은 처지와 위치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도 하고, 글과 삶이 일치하기란 어려우며, 개인 인격과 사회적 인격이 다르기도 한 동물이라고 봅니다. 그 차이가 아주 큰 경우나 무슨 범죄가 아니라면 그 모순과 어긋남이야말로 삶 그 자체라고 보는 편입니다. 난 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지?를 너무 깊이 골똘하게 파고들면 분열증이 찾아오며 ‘아빌리파이‘를 먹어야 될 수도 있습니다. 무슨 하자있는 삶이라기보다 그냥 자연스런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지요.

20대 초반 영향을 많이 받은 ‘강준만 키드‘로 마흔 중반인 현재까지 계속 강준만 책 읽기를 해 온 입장에서 보면, 강준만 선생님이 저랑은 정치적 입장도 다르고 가끔 너무 한 글도 쓴다고 생각하지만 합리적 계몽주의자이자 독립적 언론 연구자로서의 위치와 직업적 윤리를 위해 거의 수도자적 생활을 자처하며 생산해 내는 괴랄같은 다작과 (심지어!)고른 품질(?)에 대해선 여전히 경외감을 느낍니다. 훗날 강준만의 책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사료가 되지 않을까 여깁니다. 문재인 정부를 경유하면서 발간된 강준만 선생님 저작과 mbc 관련 책에 대해선 잠자냥님과 판단이 조금 다릅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죄가 없으니, 듣는 사람이 경계로 삼으면 된다는 자세로 선생님 책을 계속 볼까 합니다.

유시민 선생님 또한 출판하신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제 입장에선 무엇보다 잘 읽히고 재밌었어요. 지식소매상 혹은 큐레이터로서 여러가지 장점과 필력이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일테구요. 그런데, 정치인 유시민을 말하자면....할 말이 많지만 오랜 속담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유시민을 좋아하지 않는데 필요한 건 ‘기억력‘ 뿐이다˝. 그런데 누구도 미워하진 않습니다. 삶을 노여워하는 대신 맛있는 떡이나 먹자는 주의라서요.

잠자냥 2023-08-11 22:56   좋아요 3 | URL
네 저도 그들의 인격을 판단한 것은 아니고요, 작가라면 최소한 너무 변질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준만에 대해서는 저 또한 20대 때부터 무수히 많은 책을 읽어왔고요, 그런 만큼 그의 요즘 행보가 좀 실망스럽기는 합니다. 유시민에 대해선 강준만 만큼의 기대도 애정도 없었기에 더 신랄한 감정이 드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저의 개인적 느낌, 감상일 뿐이니 다다 님은 계속 그대로 본인의 관점과 생각대로 판단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다만 저는 말을 하는 사람이 죄가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 말에 권위가 실리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요?

다다 2023-08-11 23:13   좋아요 1 | URL
네, 그렇구 말구요. 말에 권위가 실리는 사람이면 더 조심해야지요. ^^ 변명을 하자면, 전 비판적으로 계속 읽고 싶다는 ‘태도‘를 표현한 말이었는데...에구구...

잠자냥 2023-08-11 23:29   좋아요 2 | URL
강준만에 대한 이 비난은 섭섭함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진보를 자처하는 학자들은 진보에게만(민주당이 진보라고 저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국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 더 비판적이고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가. 윤석열 정부나 작금의 국힘당, 지금까지의 조선일보에 대해 더 할말이 많을 텐데 말입니다…..

바람돌이 2023-08-11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하워드 진 선생님의 글을 만나니 또 가슴이 먹먹.
오늘 잠자냥님 이 글 너무 좋네요. 작가에 대한 평가야 어차피 개개인의 영역이고 우리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사실은 거의 일치합니다만.... ㅎㅎ) 그럼에도 인간의 훌륭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돼요.
하워드 진 같은 분은 드물죠. 역사는 그런 분을 위인이라고 부릅니다. ㅎㅎ

잠자냥 2023-08-11 23:00   좋아요 2 | URL
저도 이 글 쓰면서 인용한 하워드 진의 말을 다시 읽으니 울컥하면서 ㅎㅎ 제 요즘 삶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인간의 훌륭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은오 2023-08-11 2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진짜 인간혐오자라는게 이런 글 읽을때마다 와닿음.... 저는 첨엔 잠자냥님이 인간 싫어! 하실때 그냥 좀 싫어하시는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볼수록 찐이닼ㅋㅋㅋㅋㅋㅋ 어릴때 또래 아이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되게 성숙하셨군요.. 적어도 중고딩때까지 전 아무생각 없었던 것 같은데.. 친구분 보고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걸 신기하게 여기셨던것도 좀 신기하고.. 아무튼 전 이런 잠자냥님도 좋고 ㅋㅋㅋㅋㅋㅋ 이제 인간좋아 잠자냥님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인간싫어 잠자냥님이라서 제가 더 좋아하는걸지도 모르겠네요 결론은 좋아합니다 ㅋㅋㅋ
목표: 인간 싫어하는 잠자냥님이 좋아하는 인간 되기

잠자냥 2023-08-11 23:40   좋아요 2 | URL
제가 욕심 많은 인간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더라고요… 남 괴롭히는 것도 좀 싫어하고 무리 지으면 그 힘 믿고 까부는 것도 싫어하는데 아이들의 세계란 많이 그렇습니다…. 미성숙하니 여과 장치도 없어서 더 적나라했던 것 같고… 내 친구는 지금도 신기해요. 웨스 앤더슨에 꽂혀서 이젠 거의 모든 굿즈를 쓸어담고 있음(요즘 주는 웨스 앤더슨 문진도 이미 한 달 전에 예약 주문) ㅋㅋㅋㅋㅋ

호시우행 2023-08-1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삶이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신 적은 있나요? 그래야 진정한 이땅 이 나라와 다른 나라가 비교될 수 잇답니다.

2023-08-12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8-15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쓰기와 삶이 꼭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서 잠자냥님의 생각이 바뀌어 글을 더 쓰시면 좋겠네요) 아무래도 글과 삶, 혹은 글과 글에서 다른 성향이 느껴진다면 그 작가는 좀 멀리하게 되더군요. 유시민도 그 발언 이후 좀 멀리하게 되었고 (그런데 유시민은 자기 삶만이 아니라 그냥 모든 걸 다 잘 포장하는, 말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장강명은 소설에서는 고발하는데 주요 일간지 칼럼을 보면 같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일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리고 김훈은 글은 좋은데 영 보수 꼴통스럽고... 강준만도 그런 느낌. 그 시대엔 그 말들이 괜찮았지만 이제 아니라는 느낌.

그러다보니 요즘은 여성 작가들의 책만 주로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 느낄 때까지 이 편향을 즐기려고요.

잠자냥 2023-08-15 06:18   좋아요 1 | URL
꼭 글쓰기와 삶을 일치시킬 자신이 없어서는 아니고…. 제가 자기검열이 좀 심해서 아 난 소설은 안 되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장강명은 소설과 칼럼에서 느낀 지점이 수하 님하고 똑같은 것 같아요..

암튼 오늘 아침에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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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 책이 안 읽혀도(?) 책은 꾸준히 산다. 휴가를 다녀온 후에 모바일 알라딘에 접속해서 늘 하던 대로 기대 별점 이벤트로 주는 쿠폰 받고 있는데 어라 이상하다? 왜 적립금이 늘어나 있지? 이것은 무슨 조화? 휴가 간 사이에 알라딘이 휴가지원금을 주었는가? 순간 망상. 하지만 진짜 이상하다 5만원 넘게 적립금이 불어나 있는 게 아닌가. 뭐지? 하고 찾아보니 아아, <맡겨진 소녀> 리뷰대회 2등 당첨 적립금이란다. 엥? 나 이거 응모 안했는데? 그렇다. 이 리뷰 대회는 7월 6일부터 23일까지 진행. 나는 그전에 이미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었다(2023년 6월 1일 작성). 이 출판사에서는 이벤트 전에 리뷰를 올린 사람도 다시 응모 가능하다고 하기는 했었는데.... 나는 은오에게 이 리뷰 대회에 참가하라고 독려하고(아니 잔소리하고) 그렇게 잔소리 한 이상 내 리뷰를 재업로드 하기는 뭐해서(올리면 당첨될 테니까? 푸하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은오에게 적립금 양보 차원에서 재업로드를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마감일인 7월 23일 밤 12시에 확인해봤더니 눕서대 은오는 결국 책상에 앉아 리뷰를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에이, 이거 응모했으면 적립금 받았을 텐데 저런저런... 세상 게으른 종자를 보았나, 나라도 올릴 걸 하고 24일에 출국..... 아니 그런데! 여행 다녀오니 이렇게 다산책방에서 적립금을 투척해주신 게 아닌가. 제 살신성인을 높이 사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책 사는 데 더 많이 보탰어요.

그나저나 2등상은 적립금 외에 배지를 준다고 해서 배지는 무슨 배지인가 했더니 이런 게 달랑 왔다. 다산책방 참 재미난 게 예전에도 리뷰 대회를 하면 적립금 말고도 오디즙, 석류젤리스틱 같은 것을 보내주곤 했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좀 귀여운 출판사. 오디즙하고 석류젤리스틱은 다 먹었는데요(내가 먹지는 않음 주변에 뿌림) 이 배지는.... 어떡하지? ㅋㅋㅋㅋㅋ



다산책방에서 보내준 배지.... 이걸 어디다 쓰는가.....?




안 세르, <가정교사들>
“울타리로 막힌 정원에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된 저택에서 어린 남자아이들을 가르치는 세 명의 젊은 가정교사 엘레오노르, 로라, 이네스. 사실 이들의 주요 일과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날이 저물고 (…) 마치 거대한 죽은 나비들처럼 정원의 철문에 바짝 달라붙’어서 지나가는 낯선 남자를 기다렸다가 그를 유혹해 ‘잡아먹는’ 일이다.”라는 책 소개 구절에 혹해서 홀린 듯이 담음.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수상하고 페미나상과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작가 안 세르의 첫 장편소설’이라는데 총 페이지 수는 152쪽.




조르주 페렉, <어렴풋한 부티크- 124개의 꿈>
페렉을 좋아한다. 출간되어 나오는 책마다 어쩌면 이렇게 다 창의적으로 스타일이 다를 수가 있는지 약간 똘끼 있는 천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자신의 꿈을 메모한 것을 엮었다. 꿈을 메모해보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기억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앞뒤 연결고리가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이야기가 된다. 이 책도 그렇다. 그런 데다가 몇몇 꿈 메모를 읽다 보면 그에게 수용소와 얽힌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서 또 한 번 마음이 아파온다. 이쯤에서 살펴보는 조르주 페렉 코너- 그런데 인생사용법도 이 문학동네 버전으로 사고 싶다.... 이거 완전 깔맞춤인데.... 참아!!!!!!!!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여행 다녀오고 나니 집 앞 현관에 고이 놓여 있는 알라딘 택배 상자. 집사2가 택배 상자를 보고는 여행 중에도 책을 샀니? 질렸다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게 아니라, 생일이라고 선물 보내준 게 와 있던 거라고! 집사2는 약간 동공지진해서 알라딘에서는 선물로 책 주고받는 문화가 흔하냐고 물었다. 넌 누구한테 보내봤어? 하며 묻는 이 인간 눈빛이 약간 경계 태세라 거기서는 종종 그런다, 게다가 서로 주소랑 연락처를 아는 건 아니다. 기프티북 같은 것이다 했더니 그제야 긴장을 푸는 집사2. 근데 생각해 보니 다락방은 내 주소를 아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집사2가 다락방은 경계하지 않더라고요. 집으로 막 초대하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돼, 그 사람 많이 먹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은 건조한 알라디너께서 선물로 보내주셨는데 콕 찝어서 10권을 보내주신 것을 보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이제 읽으라고 덫을 놓으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함께 보내주신 콜드브루도 휴가 막바지에 얼음 동동 띄우고 집사2랑 잘 마셨습니다! 저는 받고만 있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축하받을 때쯤이면 꼭 알려주세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성... 그리고 옆에 조르주 페렉 칸. 인생사용법 문동버전..... 눈에 아른아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프닌>
나만 빼고 그새 다 샀어! 장바구니에 담으면 예약 장바구니로만 가고 출간예정 매일 미뤄지더니 드디어 내일 아침 배송! 이렇게 뜬다. 그럼 얼른 사야지. 미국 출간 65년여 만에 우리나라에서 초역 출간. 러시아 망명 지식인 프닌은 아무래도 나보코프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흥미로워 보인다......만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음.




브라이언 딜런, <에세이즘>
에세이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에세이즘>을 샀습니다. 모순 덩어리 자냥?! “에세이라는 형식을 길고 다채롭게 탐구하는 책” 미리보기 몇 페이지 하다가 반해서 샀다. 미리보기 11페이지에서 15페이지까지 등장하는 작품 중에 몇 개나 읽었는지 체크해보려고 ㅋㅋㅋㅋ




피터 L. 버거, <사회학으로의 초대>
1963년 첫 출간 이후 줄곧 최고의 사회학 입문서로 꼽혀온 책. 개정판이라고 해서 샀다. 표지도 좀 산뜻해진 듯. <반드시 읽어야 할 사회학 베스트30>(다케우치 요우, 더디퍼런스, 2023) 이 책에서도 <사회학으로의 초대>를 추천하고 있기도 하다. 그나저나 <반드시 읽어야 할 사회학 베스트30> 이 책은 목차만 따로 적어둠. 여기서 소개한 책은 다 읽어야지.


참조용 목차


1장 사회학은 재미있다?
1 피터 버거 『사회학에의 초대』 — 인생이 희극의 한 장면이라 해도
2 랜달 콜린스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 — 사회학이라는 투시술
3 에밀 뒤르켐 『자살론』 — 사회의 발견 혹은 사회학의 발견
4 게오르그 짐멜 『사회학』 — 사회의 기하학

2장 근대로의 여정
5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 투쟁모델의 원형
6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근대 자본주의와 종교
7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문명화과정』 — 타구가 사라지다
8 위르겐 하버마스 『공론장의 구조변동』 — 커피하우스에서 인터넷으로
9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 얼굴 없는 감시

3장 대중사회·소비사회·미디어사회
10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대중의 반역』 — 전문가야말로 대중이다
11 데이비드 리스먼 『고독한 군중』 — 나침반과 레이더
12 마셜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 미디어는 메시지다
13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어디까지나 투명한 네오리얼리티


4장 이데올로기·문화·사회의식
14 칼 만하임 『보수주의적사고』 — 보수주의는 신사상
15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된 공동체』— 내셔널리즘의 탄생과 전파
16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 중간계급 문화의 슬픔
17 사쿠다 케이이치 『가치의 사회학』 — ‘수줍음’이라는 아름다운 문화
18 히메오카 츠토무 『가족사회학론집』 — 의리와 인정의 상극

5장 행위와 의미
19 어빙 고프먼 『자아 연출의 사회학』 — 인기를 노린다
20 해럴드 가핑클 『에스노메소돌로지』 — 일상의 지식을 향해
21 피터 버거·토머스 루크먼 『실재의 사회적 구성』 — 기능이 아니라 의미
22 폴 윌리스 『학교와 계급 재생산』 — 반항이 가담으로, 복종이 거부로

6장 현대사회와의 격투
23 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 상상력의 학교화
24 우에노 치즈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이중의 여성 지배
25 앤서니 기든스 『포스트 모더니티』 —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의 질주
26 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노동』 — 우리는 모두 감정노동자
27 로버트 퍼트넘 『나 홀로 볼링』 — 남에게 인정을 베풀면 반드시 자기에게 되돌아온다
28 울리히 벡 『위험사회』 — 글로벌 크라이시스

7장 학문의 사회학
29 나카야마 시게루 『역사로서의 학문』 — 학문·대학·문명
30 피에르 부르디외·로이크 와캉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 학문적 오류 추론을 공격하라

-다케우치 요우, <반드시 읽어야할 사회학 베스트30>, 더디퍼런스, 2023





한병철, <피로사회>
최근 한병철 <사물의 소멸> 읽고 다른 책도 관심이 생겨서 구매. 거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피로사회>만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오랜만에 조촐하다..... 7월에 사둔 책부터 읽으려고 자제...?!는 아니고 더 사고 싶은 게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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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07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세이즘 얼마 전 어디서 봤는데... <왜 읽을 수 없는가> 였던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보시지요!

잠자냥 2023-08-07 09:38   좋아요 1 | URL
우웅.... 건조한 알라디너님의 큰그림을 실천해겠습니다.... ㅋㅋㅋㅋ

자목련 2023-08-07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월 산 책이 처음이니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ㅎ
리뷰대회는 이전에 쓴 리뷰도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배지, 예쁜 걸요. 에코백에 달고 다니고 싶은 배지입니다^^

잠자냥 2023-08-07 09:40   좋아요 0 | URL
아아, 전 그 기간에 재업로드해야지만 참여되는 건 줄 알았어요. ㅎㅎㅎ
자목련 님은 포스터 받으셨죠? ㅋㅋㅋㅋ 어디다 쓰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8-07 09:42   좋아요 1 | URL
택배만 기다렸는데 우편함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포스터, 그 활용도는 아직...

미미 2023-08-0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당첨 축하드려요!^^ 배지는 뒤에 자석 붙여서 냉장고에 붙여 메모고정으로
사용해도 이쁠듯 합니다ㅋ

잠자냥 2023-08-07 10:1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배지 아이디어 그것도 좋네요.
전 우리 고양이들이 가방 메고 유치원 간다면 가방에 붙여주고 싶다고 생각만 했으나...
가방은커녕 옷도 입힐 수 없는 울집 애들.....ㅋㅋㅋㅋ

다락방 2023-08-07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낯선 남자들 잡아먹는다는 저 소설, 저도 흥미롭네요. 찜합니다. 나보코프 책도 찜. 아아 역시 한국에 돌아오니 책을 사게 되네요? 물론 오늘 출근하니 책상 위에 책이 여러권 배달 와 있었습니다. 제가 주문하고 간 것들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집사2님, 왜 저를 경계하지 않으실까요? 저의 선한 이미지 때문일까요? 껄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7 10:59   좋아요 1 | URL
한국에 돌아오니 책을 삽니까? 핑계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만 있어도 책을 사면서.
다시 돌아온 책탑 사진도 기대합니다.

그러게요, 왜 경계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8-0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학으로의 초대> 목차만 봐도 어마어마하네요. 저 책들 다 읽으려면 머리 좀 빠지겠습니다^^;
다락방님의 센스로 조만간 잃시찾 시리즈 들어가시겠네요! 저보다 더 빨리 읽으실 것 같아요ㅋㅋㅋ

잠자냥 2023-08-07 10:55   좋아요 1 | URL
ㅋㅋㅋ 문제의 목차는 <사회학으로의 초대>의 목차는 아니고요,
˝다케우치 요우, <반드시 읽어야할 사회학 베스트30>, 더디퍼런스, 2023˝의 목차입니다. 이 책에서 <사회학으로의 초대>도 소개하고 있고요. ㅎㅎ
잃시찾 읽게 만든 사람도 다락방님은 아니고 ㅋㅋㅋㅋㅋㅋ 세상 건조한 알라디너분입니다. ㅋㅋ 그러나 그분 집에서는 축축한 취급을 받는다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8-07 11:02   좋아요 2 | URL
앗! 그랬군요. ㅋㅋㅋ 제가 연달아 실수를! 아침부터 밀린 글을 읽느라 정신이 몽롱해졌나봅니다! 아무튼 잃시찾은 지금부터 읽으신다면 저보다 먼저 읽으실 것 같아요^^

독서괭 2023-08-07 1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헐, 역시, 응모했다하면 당첨되는 마이더스의 손..!!! 잠자냥 독려에도 리뷰 올리지 않은 은오님 ㅋㅋㅋ 1등은 누가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건조한 알라디너님 보자마자 특정되는 거 너무 웃기고요 ㅋㅋㅋㅋ 한권 남은 잃시찾을 선물하시다니 센스 최고입니다. 잠자냥님은 이제 시작할 수밖에 없따.. 집사2님 좀 귀여우시네요? ㅋㅋㅋ 그런데 다락방님은 잠자냥님 주소를 안다고요?(동공지진) 잠사모도 모르는 것을.. 괜히 부럽다..ㅋㅋ
사회학으로의 초대 책 다 읽으시겠다니, 굉장! 잠자냥님이라면 하실 수 있겠지요. 저는 막스 베버밖에 읽은 게 없네요 ㅋㅋ 그것도 완독은 아니고 2/3 정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근데 왜 완독을 못하니..)

잠자냥 2023-08-07 14:11   좋아요 1 | URL
응모한 건 아님?! ㅋㅋ 응모 안 해도 받는 마이더스의 손?! ㅋㅋㅋㅋㅋ
마이더스의 손은 무슨..요. 책 살 때 제외하고는 마이너스의 손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한 알라디너님이 그 책 선물하셔서 당황했습니다. 아, 이제 이거 진짜 읽어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네, 다락방 그 인간은 제 집 주소를 압니다. ㅋㅋ그러나 전 모른다는... 그냥 그 인간 회사가 양재 근처다, 집이 강동구 어디다 앞으로 베트남이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집 마련할 거다 그 정도만 앎.

건수하 2023-08-07 15:13   좋아요 0 | URL
저는 다락방님 회사를 압니다 으흐흐

독서괭 2023-08-07 15:31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대댓 보고 다락방님에 대한 그 정보는 저도 알고 모두 알고..ㅋㅋㅋ 라고 달려고 했는데 수하님은 회사를 아신다고요?(동공지진)

잠자냥 2023-08-07 15:42   좋아요 2 | URL
괭님은 안 되겠어... 잠사모든 다사모든 ㅋㅋㅋ 회장으로서 정보력 미달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07 15:45   좋아요 0 | URL
음 너무 스토커 같나.... 다락방님께 전에 택배를 받은 적이 있어서요 ^^;;; 아마 회사 주소였던 듯...

다락방 2023-08-07 15:4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는 진짜 여러분이 좋습니다. 내가 이래서 알라딘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나는 여러분이 너무 좋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07 16:05   좋아요 0 | URL
반성하며 회장직을 내려놓겠습니다…😭😭😭

독서괭 2023-08-07 16:07   좋아요 3 | URL
아니야.. 다락방님을 잠사모에 영입해서 주소를 확보하고 수하님을 다사모에 영입해서 회사주소를 확보하고..
저도 나름.. 잠자냥님 실명 알고 다락방님 출몰지역(순대국집)도 안다고요??
다락방님 신상 털리는 중인데 왜 좋아하십니까 ㅋㅋㅋ

건수하 2023-08-07 16:10   좋아요 0 | URL
역시 독서괭님은 명민하십니다!

다락방 2023-08-07 16:41   좋아요 0 | URL
그것은 아마도 제가 변태이기 때문일까요? ㅋㅋ

잠자냥 2023-08-07 16:58   좋아요 0 | URL

독서괭 2023-08-07 16:59   좋아요 2 | URL
헐 저 여기에 잠자냥님이 “네” 라고 댓글 달 확률 99.8퍼센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응”이라고 하시다니. 잠사모 회장으로서 더 분발하겠습니다.

잠자냥 2023-08-07 17:05   좋아요 1 | URL
회장직 내려놓괭. 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8-07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1권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08-07 21:49   좋아요 1 | URL
헣…. 강한 압빡! ㅋㅋㅋㅋ

구단씨 2023-08-0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교사들. 저도 궁금해서 담아두었는데, 소개글 재밌죠?
잡아먹는 일이다~~ 라니요. ㅎㅎㅎ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책 구경 많이 하고, 은근 한권 두권 사긴 사는데, 여전히 못 읽어요.
그냥, 더워서요... ^^
바람 좀 불어오면 읽을까 싶어서 자꾸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또 담고 있는데,
더위 좀 가시면, 정말 읽긴 하겠죠? ㅡ.ㅡ;;

잠자냥 2023-08-07 21:52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가정교사들>은 실제 작품 읽으니까 더 헉스! 하게 되더라고요. 이건 리뷰를 써놓아서 내일 올릴 거 같습니다.

오늘 아침은 바람이 살짝 시원해진 것도 같은데…. 태풍 지나고 나면 기온도 좀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는 다시 가열차게 읽기! ㅎㅎ

은오 2023-08-08 0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립금 양보 차원에서 재업로드를 안하셨다니........... 어떻게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 하실 수 있냐고요!! 잠자냥님은 거짓말쟁이야!!!!!!!!!!!!
세상 게으른 종자랔ㅋㅋㅋㅌㅋ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도 아직 안읽음 ㅎㅎ..그치만 잠자냥님의 잔소리 너무 좋으니까 앞으로도 잠자냥님의 잔소리를 듣기위해 게으르게 살겠어요... 그리고 저도 잠자냥님이 적립금 받으실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잠자냥님만 모르고 계셨던듯!?
집사2님께 제 존재는 안알리실건가요? 알라딘에서 적극적인연하가 잠자냥님께 반년째 꾸준히 대시중이라는 사실 알게되신다면....

잠자냥 2023-08-08 08:59   좋아요 1 | URL
아니 사랑은커녕 1. 가난한 학생에게 앉아서 책값 벌 기회 제공. 2. 은오의 리뷰 읽기를 즐기는 알라딘 언니들에게 즐거움 제공 차원에서 독려해 봤습니다만…. 그 리뷰어가 세상 게으른 종자인 걸 깜빡했습니다.

집사2는 진지한 인간이라 알라딘에 결혼 운운하는 애 있다는 거 알면 진짜로 믿습니다. 골아파짐(집사2도 저보다는 어려서 연하인 건 딱히 메리트가…..)ㅋㅋㅋㅋ

은오 2023-08-08 17:22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이 놓치고 계신 사실: 은오도 잠자냥님과의 결혼에 진지함

은오 2023-08-08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사회학책 저거 2개는 저도 찜해뒀습니당!! 베스트30은 밀리에 있길래 밀리로 읽으려고요 ㅋㅋㅋ 저 목록중에 대중의반역은 개인적으로 인생비문학중 한권이구요
저는 에세이즘이 궁금해졌습니다!!!! 담아가요 잠자냥님의 마음과 함께❤️

잠자냥 2023-08-08 08:43   좋아요 1 | URL
대중의 반역이 그렇군요. 접수.

유부만두 2023-08-08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리뷰대회 똑 떨어졌어요. ㅋㅋㅋ
뱃지는 에코백에 달곤 해요. 그래서 제 에코백엔 스누피 친구들이 모여있고요.

리뷰 대회 나가기만 하면 상을 휩쓸어버리시는 잠쟈냥님이 그저 감탄스럽습니다. 이러면서 일필휘지 내 기분대로인 습관은 못버리네요?!

프닌 찜은 진즉에 했는데
이걸 사도 언제 읽겠어? 하는 맘이에요.

잠자냥 2023-08-08 08:44   좋아요 0 | URL
에코백에 달면 (저도 스누피는 달아봤으나) 구멍 나더라고요! 그래서 안 달게 됨.
프닌에 대한 마음은 저랑 똑같네요! ㅋㅋㅋ
 

휴가 막바지에 읽은 앨리스 워커의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은 심정적으로 무척 힘든 작품이다. 읽는 동안 스트레스가 치솟는다. 인간에 대한 환멸, 세상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을 덮고 나서도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인간에게 과연 사랑이 가능한가. 아니, ‘Man’이라 이름 붙이고 스스로 인간이라 칭하는 그들- 그러니까 남자들에게 과연 제대로 된 사랑의 능력이 가능한가. 여자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순간의 사랑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마는, 그리고 제 자식들마저 시궁창으로 몰아넣는 여자에게 과연 사랑이란, 로맨스란 무엇인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오늘날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출산보다도 훨씬 더 여성 억압의 주축”(<성의 변증법>, 183쪽)이라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말도 떠오른다. 그럼에도 세계는 이성애 로맨스를 만병통치약인 듯 권한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오, 로맨스 천국이여. 넘쳐나는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라. 그런데 정말 로맨스는 지상 최고의 것인가?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로맨스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에서 그려지는 사랑만큼은 만병의 근원이다.

때는 1920년대 미국 남부 조지아주- 노예제는 이미 60여 년 전에 폐지되었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전히 예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흑인 소작농 그레인지 코플랜드는 백인들의 목화밭을 일구며 나날을 노예나 마찬가지로 살아간다. 자신의 삶이 이토록 구질구질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저 모든 백인들 때문이라고 백인을 향한 증오와 자괴감에 빠져 아내와 아들을 방치하다시피 한 그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북부로 떠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로 이 ‘그레인지 코플랜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흑인 남자보다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브라운필드’로, 그레인지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브라운필드의 어린 시절은 어찌 보면 가엾다고도 할 수 있다. 무력감에 젖은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을 방치하다시피 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했고, 그레인지 부부는 가정의 불화를 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소한다. 그레인지는 그레인지 대로 다른 여자들을 품고 다니고, 아내 또한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서 또 다른 남자의 품으로 옮겨 다닌다. 그러다 사생아까지 낳았으니, 어린 나이에 이 동생까지 챙겨야 했던 브라운필드의 삶도 가련하기는 하다. 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서 엄마는 이 사생아와 목숨을 끊어버리고, 아버지는 북부로 떠난다. 이제 그는 완전히 망가져 버린다. 엄마와 자신의 삶을 망쳐버린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백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까지 지닌 브라운필드- 그래도 외모는 괜찮았는지 자신이 점찍는 여자의 마음은 손쉽게 얻는다.

그런데 이 증오덩어리가 하필이면 ‘멤’이라는 흑인 소녀를 마음에 두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아니 멤이 이 증오덩어리에게 마음을 주면서 자신의 삶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리라. 아버지에 대한 미움 때문에 아버지 그레인지와 살을 섞고 살던 여자 ‘조쉬’와 또 살을 섞으며 살고 있던 브라운필드는 조쉬의 조카인 ‘멤’을 보고 그녀를 열망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낭만적인 로맨스를 그리는 작품들에서는 브라운필드의 이 열망을 ‘첫눈에 반했’다든가 ‘영혼의 동반자를 만났다’든가 뭐 그런 개똥같은 미사여구로 포장할 것이다.

그러나 글쎄. 브라운필드가 멤을 알게 될 무렵 그녀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글을 알고 쓸 수 있으며, 조쉬를 비롯해 조쉬의 딸 등 브라운필드가 손쉽게 육체를 탐할 수 있던 여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런 육체적인 쾌락과 향락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듯이 정신적 삶에 몰두하고 홀로 산책을 다니는 특이한-브라운필드가 보기에 아무런 목적 없이 산책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소녀이다. 브라운필드는 멤이 홀로 산책을 다닌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신비감과 호기심을 느끼고, 그녀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욕망에 끓어오른다.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 또한 그에게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멤은 급기야 브라운필드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고, 그런 멤 앞에서 브라운필드는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멤이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오, 여자여, 제발 도망쳐! 그놈은 언젠가 네가 읽고 쓸 줄 안다는 바로 그 이유로 널 때릴 거야! 나도 모르게 외치게 된다.

이 예상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순진한 소녀 멤은 하필이면 이런 증오&열등감 덩어리에게 속아서 그와 결혼하게 되고, 이 열등감 덩어리는 자신이 매혹당한 그 지점, 그러니까 멤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그녀를 학대한다. 욕하고 상처 주는 것도 모자라 구타가 일상이 된다. 그는 그녀를 처절하게 짓밟으며 기뻐한다. 폭력을 즐긴다. 밖에서는 백인이고 흑인이고 어떤 남성에게도 자신의 남성성을 제대로 발현하지조차 못하는 이 찌질하기 짝이 없는 열등감 덩어리는 집안의 폭군으로 군림하면서 자신의 남성성에 도취된다. “누군가가 ‘여성’이 되어야만 흑인 남성이 ‘남성’이 될 수 있기 때문”(<성의 변증법>, 178쪽)이라는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집 안의 여성을 학대하면서 그때야 자신이 남자임을 확인하는 비열한 남성. 앨리스 워커도, 파이어스톤도 이 지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브라운필드가 얼마나 악랄하게 아내를 학대하는지 내 손에 총이 있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 그의 머리통에 총알을 갈겨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의 구겨진 자존심과 뭉그러진 자아는 멤이 선생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질질 끌어냈다. 그녀의 지식은 읽고 쓸 수 없는 남편에게 극도의 불명예일 뿐이었다. 그녀를 백인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한 것은 바로 그의 위대한 투지였다. 그는 그녀를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했다. 그녀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로 하여금 다른 남자, 즉 흰둥이들에게 꼬리 쳤다고 억지 부리며 아내를 두들겨 패게 한 것은 바로 그 자신과 그의 인생과 그의 세계에 대한 분노였다. 그의 분노와 그의 노여움과 그의 절망이 그를 지배했다. 분노는 그가 모든 것을 그녀 탓으로 돌리게 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그녀는 자신의 짐과 더불어 그의 짐까지 모두 받아 들고는 더 넓은 마음과 더 높은 지식으로 그것들을 짊어졌다. 그는 그녀의 더 넓은 마음은 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더 높은 지식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녀를 힘에,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그로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102쪽)


멤에게는 해결책이 없다. 달아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 사이 아이들을 여럿이나 낳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하필이면 딸들이다. 저 혐오스러운 브라운필드는 아내를 학대하듯이 제 자식들도 학대한다. 사랑과 임신, 로맨스가 멤이라는 여성에게 가져다준 것은 대체 무엇인가? 자력으로 가난한 흑인들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멤은 추락한다. 추락은 끝이 없다. 그 잠깐의 로맨스 때문에, 달콤함 때문에 몇 번의 뜨거운 섹스 때문에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로맨스의 결과물인 딸들의 인생 또한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앨리스 워커는 이렇게 쓴다. “‘가난한 문화’를 거의 탈출할 뻔했던 멤과 같은 여자에게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남편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였지만 나중에는 정말 명사나 동사나 복수나 단수가 기억나지 않아 옛날에 쓰던 사투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105쪽) 멤이 다시 어벙한 얼굴로 사투리를 쓰는 장면에서는 비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랑의 결과물이라는 아이들은 그녀를 더 옭아맨다. 멤은 지독하게 학대당하면서도 아이들을 생각해 묵묵히 일한다. 그녀가 지녔던 온화함은 무감각이 되고, 무감각은 다시 공포, 비참, 결국엔 증오가 된다. 이 비열한 인간 브라운필드는 멤의 비참함을 즐긴다. 비참함 속에는 어떤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바라볼 하늘도 전혀 없는 멤은 무기력 속에 빠져들고 브라운필드는 그녀의 몰락을 지켜보며 낄낄 거리며 웃는다. 이것이 과연 사랑인가? 브라운필드는 비참함보다 멤의 증오를 더 참을 수 없어 하는데, 멤이 혹시라도 용기를 내어 그에게 저항하면 더 심한 구타와 폭력이 뒤따른다. 그런 멤도 지독하게 마음을 먹고 브라운필드에게 총을 들고 반항해 권력이 역전되는 순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여자는 또 한 번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브라운필드에게 빼앗기고 만다. 브라운필드는 여성이 언제 약해지는지를 알고 그 기회를 철저히 노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임신! 아아, 사랑과 출산이 얼마나 여성에게 구렁텅이가 되는지 이 작품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으리라.

더는 사랑하지 않으면서도(아니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으면서 사랑한다고 착각했던) 브라운필드는 멤과 딸들이 자신이 소유물이기 때문에 폭력을 휘두르고 그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면서 ‘진정한 상남자’라도 된 듯이 기뻐한다. 여기서도 파이어스톤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남성에게 소유와 지배를 의미한다. 사랑은 전에-그녀가 그의 질투심을 원했을 때- 절대 보이지 않았던 질투심을 의미한다. (그의 소유가 된 후에는 그의 소유물, 그의 연장된 자아가 위협당했기 때문에 그는 격렬한 정력가, 진정한 상남자가 된다.)”(<성의 변증법>, 210쪽)는 말…. “우리는 사랑이 불평등한 권력 상황에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으로 상호 간의 상처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아왔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지는 것’은-이상화, 신비화, 찬사를 통해서 여성의 계급적 열등감을 무화시키는 남성의 시각이 교체하는 과정일 뿐”(<성의 변증법>, 191쪽)이라던 파이어스톤의 신랄한 지적은 멤과 브라운필드의 관계에서 생생히 드러난다. 브라운필드가 과연 멤을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미리 가지고 있던 환상에 맞게 그녀가 연기를 너무 잘했기 때문에 그녀를 들여보낸 것”(<성의 변증법>, 205쪽)일 뿐이리라.

멤에게는 파멸이 기다릴 뿐이다. 그녀의 딸들에게도 밝은 미래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북부에서 오랜 시간 떠돌다 돌아온 그레인지 코플랜드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손녀이자 멤의 딸인 ‘루스’를 저 악귀 같은 브라운필드로부터 지키고자 안간힘을 쓴다 한들 어쩐지 때는 이미 늦어 보인다. 게다가 그레인지 코플랜드, 이제 와 선함을 행사하려는 당신, 그런데 당신이 이 모든 원죄의 시초는 아니었냐고 나는 되묻고 싶어진다. 손녀에게 제 아들을 일컬어 “네 아비도 그래. 백인들 때문에 그런 오두막에서 살아야 했어. 짐승처럼 마누라와 아이들을 두들겨 팬 것도 백인들 탓이지. 그래야 자기가 똥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있거든.”라고 신랄하게 말하는 그에게 당신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앨리스 워커는 이 못난 흑인 부자(父子), 그레인지와 브라운필드의 생을 통해 백인에게 억압받는 흑인 남성이 또 어떻게 흑인 여성을 착취하고 억압하는지, 흑인 여성들의 이중고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러나 어디 흑인 여성만이 이렇게 이중으로 고통을 받을까. 대다수 여성들이 이런 이중의 고통을 로맨스라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여기 이 땅만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아래 오늘도 죽어가는 여자들이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움직임이다. 그것은 인물, 나무, 그림, 관념을 존중하고, 알며, 반응하고, 확인하고, 누리는 행위이다. 또한 생명을 주며, 상대의 생명력을 증대시키는 활동이다. 아울러 자신을 새롭게 하고 확장시키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러나 소유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상대방을 구속하고 감금하며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생명을 주는 활동이 아니라 억누르고 약화시키고 숨 막히게 하고, 죽이는 행위이다.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숨기기 위해 둘러대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에리히 프롬, <소유나 삶이냐/사랑한다는 것>, 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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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02 15: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달의 페이퍼로 강력 추천합니다!! 소설과 <성의 변증법>을 아우른 멋진 글이네요. 근데 너무 쓰다.. ㅠㅠ 소설 속으로 들어가 패죽이고 싶은 필자의 마음이 생생히 느껴집니다. 크흑.. 이 소설 안 읽고 싶어요 ㅠㅠ

잠자냥 2023-08-02 15:12   좋아요 2 | URL
그놈이 실제 눈앞에 있었다면... 제가 그냥 감옥살이해도 좋으니까 총으로 쏴 죽였을 거 같아요.

잠자냥 2023-08-02 15:16   좋아요 2 | URL
제가 어제 그알 지난편들을 좀 봤는데 여자가 살해당하고 미제사건으로 남은 사건들의 대다수가 증거는 남편이나 남성 애인이 살인자.... 라고 말하고 있는데 미제로 남아서 더 감정이 격해진 것도 같습니다...... 으으. -_-

책읽는나무 2023-08-02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성의 변증법>을 여기서 이렇게 조우하다니!!!!
이 책은 읽으시느라 힘드셨겠어요. 토닥토닥!
분노를 부르는 독서라니....저도 안 읽을랍니다.에궁~ㅜㅜ

잠자냥 2023-08-02 17: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이 페이퍼를 민음사가 싫어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8-02 17:24   좋아요 2 | URL
ㅋㅋㅋ
마음산책에선 이쁨 받았는데 민음사에선...에구에구..ㅋㅋ
하지만 괜찮아요!
여적 민음사에 쌓아 준 공덕이 얼만데...^^

은오 2023-08-02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할거면 나처럼 해라 이것들아!! 라고 하려다가.. 제가 man이었으면 잠자냥님이 겁나 징그러워했을거같아서 안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2 21:45   좋아요 1 | URL
헐…. 상상 1초만으로도 이미 차단각

은오 2023-08-02 23:43   좋아요 1 | URL
여자로 태어나서 좋은 점: 잠자냥님한테 결혼신청해도 차단안당함

잠자냥 2023-08-02 23:52   좋아요 1 | URL
지난번 홍삼할배 때 위험했음

은오 2023-08-02 23:56   좋아요 1 | URL
그건 원래 어필이었는데.. 연하의 반전매력....

잠자냥 2023-08-02 23:57   좋아요 2 | URL
어후 그 글씨가 아무래도…… 넷카마 의심스러….. ㅋㅋㅋㅋㅋㅋㅋ

2023-08-02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2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3-08-02 2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오...잠자냥님 이 소설 읽는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파이어스톤의 책을 읽고 나니 사랑의 불가능성, 기만적인 사회의 압축인 로맨스가 더 확실하게 느껴져 당분간 그런 드라마도 소설도 피하고 싶더군요.

잠자냥 2023-08-02 21:50   좋아요 2 | URL
고통까지는 아니었으나 ㅋㅋㅋㅋ 열받아서 안 그래도 더운데 더 덥더라고요?! ㅎㅎ 이제 갓 사랑을 시작하는 젊은 여성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그저 바랄 뿐입니다….

책먹는고란 2023-08-02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 떨어요 이거 너무 재밌어보여요

잠자냥 2023-08-02 21:51   좋아요 0 | URL
손까지 떨립니까? 열받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ㅎㅎ

책먹는고란 2023-08-02 21:54   좋아요 1 | URL
저 이런 내용 좋아해요...^^ 땡투하고 살게요...^^*

달자 2023-08-02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를 읽는 것 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스토리네요... 8월 되서 읽은 최고의 리뷰입니다

잠자냥 2023-08-02 22:18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8월 2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4-04 15:5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8-02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얘기가 아니지만…. 막연히 느끼고 있던 걸 확인사살당하는 느낌이 씁니다.. 분명 이런 텍스트들이 있는데도 어릴적 몰랐던 것은 알려고 하는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성애를 아름답게 그리는 텍스트가 훨씬 많아서…?

읽기 괴로웠지만 성의 변증법을 잠자냥님이 적절한(?)때에 읽으신 것 같아 좋습니다. 민음사는 원래 안 좋아하므로 역시 패스..

잠자냥 2023-08-02 22:20   좋아요 0 | URL
사랑을 아름답게만 그리는 텍스트들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ㅠㅠ 사랑에는 분명 고통도 쓰라림도 존재하는데 저런 건 애초에 사랑이 아니지 않습니까… <성의 변증법>을 어쩐지 앨리스 워커도 읽었을 것 같아요. ㅎㅎ

그나저나 이 페이퍼로 3명 마이너스 ㅋㅋㅋ

건수하 2023-08-02 22:54   좋아요 1 | URL
수는 중요하지 않지요 질이 중요한 것!

난티나무 2023-08-03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옛날 이 소설을 전자책으로 사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으므로 실눈 뜨고 내용을 건너뛰었습니다. 조만간 읽어야 겠어요!!!!!!

난티나무 2023-08-03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잠깐만 나 이거 읽었나???? ㅠㅠ 헷갈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3 08:36   좋아요 0 | URL
으음?! ㅋㅋㅋㅋㅋ 읽었을까요 안 안 읽었을까요. 도전! ㅋㅋㅋㅋ

다락방 2023-08-03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나 이 책 있어요? 🙄

다락방 2023-08-03 05:15   좋아요 0 | URL
있는 것으로 밝혀져.. 왜 이것고 있는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3 08:35   좋아요 0 | URL
네 전에 사셨삼. 제가 살 무렵에 샀음. 골드문트 님 페이퍼 보고 우리 둘 다 샀던 듯요.

거리의화가 2023-08-0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마지막에 이런 책을 읽어내신 잠자냥님 진짜 대단해보입니다. 저는 읽는 내내 울화통 터져서 다 못 읽고 책을 집어던졌을 것 같아요!-_-; 앨리스 워커 책을 몇 달전에 샀는데 아직도 안 읽었지만 이 글 보니 당분간 읽기가 싫어질 듯 합니다. <성의 변증법>의 인용문 어쩜 이리 찰떡인지요!

잠자냥 2023-08-03 10:2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돌궐 유목민이 더 대단함... ㅋㅋㅋㅋㅋ
울화통 정말 치밀기는해요. 으으.
앨리스 워커 <컬러 퍼플> 사셨나요? 그건 이것만큼 울화통 대잔치는 아니었지만.... 속터지긴해요;; 날씨 선선해지면 읽으세요. ㅎㅎㅎ

구단씨 2023-08-03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이 소설이 눈앞에 펼쳐진 듯해요.
소설 속 배경과 지금 여기 현실이 얼마나 다른가 싶기도 하고요.

할 말은 많지만 해봤자 입만 아파서, 그저 이 남자들이 참 못났구나 싶네요. 에휴, 찌질이들.
멤과 그 딸들에게 그나마, 늦은 게 늦은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결말을 만났으면 해요.

잠자냥 2023-08-03 19:58   좋아요 0 | URL
소설 속 배경과 지금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더 갑갑했어요. 그나저나…. ㅎㅎ 결말은?! ㅎㅎㅎ

단발머리 2023-08-06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님이 <성의 변증법> 인용해주시는 대목마다 어쩜 주인공들의 삶과 딱딱 맞아떨어지는가요? 그래서 더 슬픈....
이 책 읽을까요 말까요? 리뷰만 읽어도 이렇게 울화가 처미는데 말이지요....

잠자냥 2023-08-06 10:49   좋아요 1 | URL
으으음 울화통 터지는 재미는 있어요. <여전히 미쳐 있는>에 앨리스 워커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 꼭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워커의 작품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23-08-06 10:59   좋아요 0 | URL
앗 ㅋㅋㅋㅋ 예습 안내까지ㅋㅋㅋ잠자냥님 진짜 츤데레 매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