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차키스 전집을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똘레도와 부르고스, 그외 스페인 곳곳을 일찌기 여행하며 사유한 기록인데 문장에도 통찰에도 격이 있다. 오늘날의 여행기 트랜드에 비교하자면 클라식한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날렵하다.

그는 스페인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도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라고. 특히 부르고스와 똘레도에 관한 문장을 따라 기억을 훑는다.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여행의 진폭이 달라진다는 건 진리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 흔히 창작은 가장 정확하고 고상하게 고백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행과 고백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 그것은 새로운 땅과 바다들, 새로운 사람들과 사상들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마음껏 음미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오랫동안 머뭇거리며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시간이 그것들을 고운 체로 걸러서 나의 모든 기쁨과 슬픔의 정수로 정제시킬 때까지, 내 안에서 조용하면서도 격렬한 결정화가 일어나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보기에 이런 마음의 연금술이야말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커다란 기쁨이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게 된다.
(프롤로그 중)



똘레도의 은세공사201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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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27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 저는 지금 영국기행 읽고 있어요~ 쉽지 않은데 곱씹게하는 그런 맛이 있어요~
팬이 될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5-07-27 21:34   좋아요 0 | URL
그쵸그춍. 지중해, 러시아, 일본 중국 기행 등등‥ 그옛날에 이분은 참 ! 책날개에 전집목록 보니 안정효 번역도 제법 있어요

지금행복하자 2015-07-27 21:42   좋아요 0 | URL
까뮈도 전집 지르고 싶은데.. 이 분까지 왜 이러실까요 ~~ 이럴땐 은행이라도 털고 싶어요 ㅎㅎ
애들 학원을 끊어서 라도 사야하는지...심각하게 고민해야겠어요 ㅎㅎ

프레이야 2015-07-27 22:15   좋아요 1 | URL
ㅎㅎ 까뮈 전집은 작년에 질렀어요

북다이제스터 2015-07-27 2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창작과 여행의 공통점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둘 모두 과연 대상에 직접 들어 가는 것일까 아님 한 걸음 비켜 관조하는 것일까 란 것에 궁금하더라구요. ^^

AgalmA 2015-07-27 23:47   좋아요 3 | URL
경험하되 그 속에 안주하지 않고 안팎을 모두 살피는 것, 둘 다겠죠^^
우리가 우주로 나아가듯이, 삶에서 삶으로 나아가듯이.

책읽는나무 2015-07-27 23:28   좋아요 2 | URL
댓글들도 멋지네요
한 걸음 비켜 관조하다!
경험하되 안주하지 않고 안팎을 모두 살핀다!
삶에서 삶을 살핀다!
음~~이밤 곱씹게 되는 문장들입니다^^

프레이야 2015-07-27 23:29   좋아요 1 | URL
그쵸그쵸 이래서 알라딘이지요^^

세실 2015-07-27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연금술... 가끔 화가 치밀어 오를때 기억해야겠어요.
카잔자키스 전집이라....저도 고민하렵니다^^

프레이야 2015-07-27 23:10   좋아요 0 | URL
연금술도 세공기술도 필요한 거 같아요. 세실님은 센스쟁이 연금술사에 세공사에요^^

책읽는나무 2015-07-2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잔차키스 참 좋더라구요!
전집 저도 구입하고 문장들을 곱씹고 싶네요^^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 2015-07-27 23:52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도 좋은꿈 꾸시는 굿밤요^^

transient-guest 2015-07-30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전집을 한 권씩 사들여 읽고 있지요.

프레이야 2015-07-30 07:25   좋아요 0 | URL
역시! 그렇군요 트란님
 

이타미 준의 작품, 수풍석미술관에 당도한 건
그 아래에 있는 방주교회를 먼저 본 후였다.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대단했던, 하지만 바람결이 확실히 달랐던 작년 9월 첫 주.
홀로 사흘간의 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고 훌쩍 제주로 떠났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만 골라
손수 운전해서 다녔던 맛을 지금 떠올려본다.

수풍석미술관은 최대한 자연의 모습과 성정을 담아낸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맑은 물이 파란하늘을 담고, 바람은 그 소리 한가운데에 나를 서게 하고, 돌은 침묵하며 오히려 한줄기 태양빛에 집중하게 한다. 자연 속에 호젓하게 서 있는 건축물, 수풍석미술관의 안팎은 고요와 평화 그리고 미세하게 감지되는 모종의 흔들림이 공존한다. 세 가지 미술관에 각기 들어서면 오롯이 나만 남아 내가 그곳의 일부가 된다.

수.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진기를 맨 폼이 심상치않아 보였다. 수업하는 제자들에게 텍스트로 보여줄 사진을 찍는데 내게 모델이 좀 되어달라고 해서 굳이 딱딱하게 구는 것도 우습고 하여 응낙하고 찍힌 사진들이다. 그러고 나와서 풍.미술관에 갔는데 그곳에선 정말 나 혼자일 수 있었다. 수수한 바람결이 지금도 피부에 닿는 듯하다. 나무문살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소리와 바람냄새, 연한 햇살의 온기로 따뜻해졌다.

다시 나와서 석.미술관을 찾지 못해 뱅뱅 돌고 있자니 아까 그분이 자기차를 따라오라고 했다. 세번째로 온 거라며‥ 그리하야 석.미술관에서는 다시 잠시 사진연출에 가담하게 되었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을 담고 있고 그분은 그런 나를 나도 모르게 담는 식이었다.
석.미술관은 철제로 만든 주황색 단단한 외관에 입구가 오픈되어 있는 수,풍.미술관과 달리 묵직한 철제문을 밀고 들어가게 돼있다. 내부는 어둠 속에 반들반들하고 납작한 돌 하나와 그걸 비추는 태양빛이 묘한 느낌을 준다. 밖으로 나와 우측으로 가니 또다른 돌 하나가 뎅그러니 놓여 있다.


ps : 사람이 들어 있지 않은 사진은 내가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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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2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 다다오만 생각했었는데, 이타미 준도 대단하군요! 제주갈 때 잊지 말아야 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렇게보니 새롭습니다

프레이야 2015-07-26 16:41   좋아요 1 | URL
수풍석을 나와 조금 더 위쪽으로 가면 안도 다다오의 미술을 감상할 수 있어요. 그날 비행기 시간이 촉박할 듯해 그건 패스했어요

AgalmA 2015-07-2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깝네요. 전시 인상이 어디 외진 곳에 있는 것 같아 겁먹었는데, 가깝다니 다행입니다!
정보 감사드립니다(꾸벅)

안도 다다오 못 보신 건 좀 안타깝네요...안도 다다오도 제치고 이타미 준을 보시다니 프레이야님도 참...ㅎ

수미술관 사진 프로필 사진 쓰셔도 좋을 정도입니다...사람이 너무 작나;;;

프레이야 2015-07-26 16:49   좋아요 1 | URL
ㅎㅎ저는 수풍석에 한표를 더요!! 안도는 다음기회 있겠지요. 방주교회도 권유합니다

비로그인 2015-07-2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5-07-26 19:04   좋아요 0 | URL
네, 기회 만들어 가보시길 권유해요.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저는 오후였습니다.

책읽는나무 2015-07-2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있어요^^
님이 담긴 사진이나 담기지 않은 사진이나 모두요!!

프레이야 2015-07-26 19:04   좋아요 0 | URL
호호 고맙습니다. 추억을 부르는 사진들

지금행복하자 2015-07-2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멋있어요~~ 엄지 척!!

프레이야 2015-07-26 19:05   좋아요 0 | URL
엄지 척! 쌩유에요

단발머리 2015-07-2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여러번 갔다온 저는 제주도 가서.... 도대체 뭘 하고 온 건가요?
사진이 하나 하나 모두 멋있습니다.
제주도 가게 된다면, 꼭 가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15-07-26 19:13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갈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게 제주에요. 제주에 이타미 준의 다른 작품, 포도호텔도 있어요. 자연친화적 건축미로 명품호텔로 유명해요. 숙박비가 좀 고가인 거로 알고 있어요. 다음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

sslmo 2015-07-2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글로 두루두루 눈이 호사를 누리네요~^^
게을러서 갈 엄두는 못내고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5-07-26 21:03   좋아요 0 | URL
휴가는 집나간책!으로. ㅎㅎ 리뷰 보고왔어요. 탁월한선택 같아요

수퍼남매맘 2015-07-2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시 제주도 복습하다가 님이 올려주신 미술관에 대한 소개글을 보게 되었답니다.
반갑더라고요.
제주도에 다시 가게 되면 이 곳에 꼭 가봐야겠어요.
혼자 떠다는 여행도 멋지고, 사진도 정말 감동입니다.

프레이야 2015-07-27 23:1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제가 다 반갑네요. ㅎㅎ 하나씩 또 소개할게요. 겹치거나 다르거나‥ 모두 좋지요. 경험과 느낌을 나눌 수 있어서요.
 

■ 사과를 내밀다



1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담장 가에 달려 있는 사과들이 불길처럼
나의 걸음을 붙잡았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행동이 나쁜짓이라는 것을
가난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지만
한번 어기고 싶었다

손 닿을 수 있는 사과나무의 키며
담장 안의 앙증한 꽃들도 유혹했다

2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나오는데
주인집 방문이 열리지 않는가

나는 깜짝 놀라 사과를 허리 뒤로 감추었다

마루에 선 아가씨는 다 보았다는 듯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3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다시 놀랐다

젖을 빠는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 소 같은 눈길로
할머니는 사과를 깎고 있었다

나는 감추었던 사과를 내밀었다, 선물처럼



■ 국수



젓가락을 구멍 속에 넣고 눈을 감은 채
국수 가락을 건져 올리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집는 양만큼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으로
친구들이 마련한 생일 행사였다

나는 눈을 감고
손에 힘을 주었다
하나, 둘, 셋, 친구들의 외침에 따라 젓가락을 모았다

어쩌나...... 젓가락이 헐거웠다

됐네, 친구들의 만류에
흔들리는 그림자 같은 마음으로 눈을 떠보니
젓가락이 커다란 그릇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눈감고 젓가락에 힘을 주는 순간
친구들이 그릇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나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친구들은 박수를 쳐댔다
나는 부끄러웠지만 그득한 국수 한 그릇에 마음이 놓였다




□ 눈썹이라니까요
-아라비안나이트


1

아픈 마음에 쓸 약초를 구하러
어느 산골에 이르렀는데
한 사내가 마을 어귀에 헌병처럼 서서
사람들을 잠깐씩 제지했다가 들여보내고 있었다
살짝 다가가서 보니
소꿉장난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어디가 잘생겼나요
코지요

어디가 잘생겼나요
입술이지요

사람들이 자신의 잘생긴 곳을 말하면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엔 코도 낮고 입술도 두껍고 눈도 작고 피부도 거친데
서로 인정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2

어디가 잘생겼나요
눈썹이지요

사내는 내 눈썹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

어느덧 날이 저물어
막아섰던 사내는 일과를 끝냈다는 듯
자리를 뜨려고 했다

나는 다가가 외쳤다, 눈썹이라니까요!



- 맹문재 시집 / 사과를내밀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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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교육청 홈페이지 > 외부기관행사 > [행사안내]제1회 부산의 아름다운 갈맷길700리 종주 사진 전시회 알림
http://me2.do/5HCvZ7ix


제주에 올레길이 있듯이 부산에는 갈맷길 700리가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 내 8월10일~16일, 9시에서 18시까지 부산시청전시실에서
`부산갈맷길 700리 사진전`이 열립니다.
부산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어
방학 중 학생들에도 의미 있는
체험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저는 이번 사진전과 함께 엮은 스토리북을만드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반하여 무조건 응낙하고 마음으로 동행합니다. 제1호 갈맷길 스토리북은2기 종주자들 중 28명 700리 완주자들과 그외 종주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엮으며 우리에게 길이란 무엇일까, 길 위에서 묻습니다. 이번이 첫번째라 어떤 결과와 시너지효과가 나올지, 어떤 예상 밖의 일들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그저 좋아서들 하는 일이니 즐겁게 동참합니다. 첫걸음이 있어야 두번째, 세번째가 있겠지요. 처음은 그래서 위대합니다.

눈물과 웃음, 감동과 추억, 새로운 꿈과 도전이 있는 갈맷길 700리 전시회에 자라나는 초.중.고 학생들과 함께 한 번 보러가시길 권유합니다. 대학생 청년갈매기, 청소년갈매기들에게도 삶의 길에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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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2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도시에서 부산으로 휴가오시는 분들께도 권유합니다. 날짜가 맞으시다면‥
 

  

  

 

 

 

 

 

 

 

 

 

부슬비를 뚫고 달려 순수한 사람들 몇을 만나 미팅하고 가볍게 저녁을 먹고 왔다.

내일 저녁,  수필낭송회에서 첫 번째 순서로 낭송하는데 배경음악으로 이 음반을 골라둔다.

내가 좋아하는 최민자님의 수필 '달빛과 나비'를 3분 정도 낭송 용으로 정리했다.

마음 같아선 덩실덩실 가야금 소리자락에 맞춰 어깻짓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그저 황병기 선생의 침향무 가락에 내 목소리가 조화롭게 녹아들길 바란다.

내일은 비가 안 오면 좋겠는데 어떨지... 비 오면 머리카락이 힘 없이 가라앉고 부스스해진다구 ㅠ

 

 

 

달빛과 나비

 

 

글 / 최민자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에서는 달빛 냄새가 난다. 청아한 그의 가야금 연주는 댓잎에 듣는 빗방울이었다가, 빠르게 일어나는 구름이었다가, 휘몰아치는 눈보라였다가, 이윽고 고요한 달빛이 되어 천지간에 흐뭇이 내려앉는다. 잦아지는가 싶다가 사뿐 살아나는 산조의 선율은 천상의 궁궐에 사는 요정이 서둘러 은하수를 건너가는 작고 날랜 걸음새도 같고, 그 요정의 옷자락에 묻어 있는 열사흘 달빛 같기도 하다.

 

선생의 가야금 소리에서 나는 노을 속을 날아가는 기러기떼를 만나고, 결 고운 비단치마가 풀숲을 스치는 소리를 듣는다. 이른 봄, 꽃들이 벙글어 터지는 소리와 늦가을 들녘의 바람소리를 만난다.

 

신새벽 호숫가, 이제 막 번데기에서 깨어난 나비가 달빛에 젖은 날개를 턴다. 조금씩 조금씩 푸드덕거리며 서툰 날갯짓을 시작한다. 달빛 사이로 나비가 날아오른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노랑 바탕에 까만 무늬가 찍힌 호랑나비, 보랏빛 작은 날개를 가진 부전나비, 모시나비, 제비나비, 배추흰나비, 꼬리명주나비...... 하늘은 오색 날개로 눈부시고, 날갯짓 소리로 세상이 현란하다. 연주가와 악기가 혼연일체로 어우러지는 신비스런 법열의 춤사위. 도도한 악흥이 빛의 꽃가루가 되어 칠흑의 세상 위에 쏟아져 내린다.

 

바람에 지는 꽃잎처럼 나비들이 하나둘 내려앉는다. 술렁이는 축제도 막을 내리고 호수에는 달빛만 교교하다. 제의를 치르듯 숙연하게 줄을 뜯던 선생의 손길도 멈추어 있다. 소리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 고즈넉한 정적이 깃든다. 밝은 달무리를 삼킨 것처럼 비로소 가슴이 환하게 트여온다.

 

    

 

- 최민자 수필 <달빛과 나비>에서 낭송용으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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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맛~~`침향무`는 저희 가족들도 즐겨 듣던 황병기님의 연주.^^
덕분에 큰 아들이 가야금을 배웠지요~


침향무,를 배경음악으로 낭송하시는 `달빛과 나비`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조화롭고 아름다운 프레이야님의 낭송, 서재에서도 들려주세욤~~*^^*

프레이야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 2015-07-21 08:39   좋아요 0 | URL
역시 가족이 모두 멋진 정취를 즐기시군요. 아드님이 가야금을 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니 대단해요. 서양악기만 많이들 시키는데‥ 탁월한 선택입니다. 울작은딸은 장구를 잘 두드려요. 사물놀이에 푹 빠져서 3년을 보냈거든요. 고교생이 되고는 뜸하지만 그때의 열정을 종종 떠올리며 스스로 뿌듯해한답니다. 과음했는지 목소리가 좀 잠겼어요. ㅎㅎ 몇 번 연습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