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미 준의 작품, 수풍석미술관에 당도한 건
그 아래에 있는 방주교회를 먼저 본 후였다.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대단했던, 하지만 바람결이 확실히 달랐던 작년 9월 첫 주.
홀로 사흘간의 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고 훌쩍 제주로 떠났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만 골라
손수 운전해서 다녔던 맛을 지금 떠올려본다.

수풍석미술관은 최대한 자연의 모습과 성정을 담아낸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맑은 물이 파란하늘을 담고, 바람은 그 소리 한가운데에 나를 서게 하고, 돌은 침묵하며 오히려 한줄기 태양빛에 집중하게 한다. 자연 속에 호젓하게 서 있는 건축물, 수풍석미술관의 안팎은 고요와 평화 그리고 미세하게 감지되는 모종의 흔들림이 공존한다. 세 가지 미술관에 각기 들어서면 오롯이 나만 남아 내가 그곳의 일부가 된다.

수.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진기를 맨 폼이 심상치않아 보였다. 수업하는 제자들에게 텍스트로 보여줄 사진을 찍는데 내게 모델이 좀 되어달라고 해서 굳이 딱딱하게 구는 것도 우습고 하여 응낙하고 찍힌 사진들이다. 그러고 나와서 풍.미술관에 갔는데 그곳에선 정말 나 혼자일 수 있었다. 수수한 바람결이 지금도 피부에 닿는 듯하다. 나무문살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소리와 바람냄새, 연한 햇살의 온기로 따뜻해졌다.

다시 나와서 석.미술관을 찾지 못해 뱅뱅 돌고 있자니 아까 그분이 자기차를 따라오라고 했다. 세번째로 온 거라며‥ 그리하야 석.미술관에서는 다시 잠시 사진연출에 가담하게 되었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을 담고 있고 그분은 그런 나를 나도 모르게 담는 식이었다.
석.미술관은 철제로 만든 주황색 단단한 외관에 입구가 오픈되어 있는 수,풍.미술관과 달리 묵직한 철제문을 밀고 들어가게 돼있다. 내부는 어둠 속에 반들반들하고 납작한 돌 하나와 그걸 비추는 태양빛이 묘한 느낌을 준다. 밖으로 나와 우측으로 가니 또다른 돌 하나가 뎅그러니 놓여 있다.


ps : 사람이 들어 있지 않은 사진은 내가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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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2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 다다오만 생각했었는데, 이타미 준도 대단하군요! 제주갈 때 잊지 말아야 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렇게보니 새롭습니다

프레이야 2015-07-26 16:41   좋아요 1 | URL
수풍석을 나와 조금 더 위쪽으로 가면 안도 다다오의 미술을 감상할 수 있어요. 그날 비행기 시간이 촉박할 듯해 그건 패스했어요

AgalmA 2015-07-2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깝네요. 전시 인상이 어디 외진 곳에 있는 것 같아 겁먹었는데, 가깝다니 다행입니다!
정보 감사드립니다(꾸벅)

안도 다다오 못 보신 건 좀 안타깝네요...안도 다다오도 제치고 이타미 준을 보시다니 프레이야님도 참...ㅎ

수미술관 사진 프로필 사진 쓰셔도 좋을 정도입니다...사람이 너무 작나;;;

프레이야 2015-07-26 16:49   좋아요 1 | URL
ㅎㅎ저는 수풍석에 한표를 더요!! 안도는 다음기회 있겠지요. 방주교회도 권유합니다

비로그인 2015-07-2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5-07-26 19:04   좋아요 0 | URL
네, 기회 만들어 가보시길 권유해요.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저는 오후였습니다.

책읽는나무 2015-07-2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있어요^^
님이 담긴 사진이나 담기지 않은 사진이나 모두요!!

프레이야 2015-07-26 19:04   좋아요 0 | URL
호호 고맙습니다. 추억을 부르는 사진들

지금행복하자 2015-07-2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멋있어요~~ 엄지 척!!

프레이야 2015-07-26 19:05   좋아요 0 | URL
엄지 척! 쌩유에요

단발머리 2015-07-2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여러번 갔다온 저는 제주도 가서.... 도대체 뭘 하고 온 건가요?
사진이 하나 하나 모두 멋있습니다.
제주도 가게 된다면, 꼭 가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15-07-26 19:13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갈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게 제주에요. 제주에 이타미 준의 다른 작품, 포도호텔도 있어요. 자연친화적 건축미로 명품호텔로 유명해요. 숙박비가 좀 고가인 거로 알고 있어요. 다음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랍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글로 두루두루 눈이 호사를 누리네요~^^
게을러서 갈 엄두는 못내고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5-07-26 21:03   좋아요 0 | URL
휴가는 집나간책!으로. ㅎㅎ 리뷰 보고왔어요. 탁월한선택 같아요

수퍼남매맘 2015-07-2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시 제주도 복습하다가 님이 올려주신 미술관에 대한 소개글을 보게 되었답니다.
반갑더라고요.
제주도에 다시 가게 되면 이 곳에 꼭 가봐야겠어요.
혼자 떠다는 여행도 멋지고, 사진도 정말 감동입니다.

프레이야 2015-07-27 23:1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제가 다 반갑네요. ㅎㅎ 하나씩 또 소개할게요. 겹치거나 다르거나‥ 모두 좋지요. 경험과 느낌을 나눌 수 있어서요.